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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크러쉬 (1)
작성일 : 18-01-15 19:56     조회 : 348     추천 : 0     분량 : 8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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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그로부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크러쉬 본선을 위해서 5일간은 계속 수련과 단련만 하는 나날이었다. 쉬는 시간마저도 호흡법을 연마하며 기를 정순하게 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일이 본선이다. 오늘도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내일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가 있다.

 

 비록 디멘션상에서 경기를 하게 되지만, 일반 디멘션 게임과는 달리 대회용은 실제 몸의 능력이나 상태 같은 것을 모두 반영을 한다. 감기를 걸려도 그것이 모두 반영이 되는 것이다.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천유강은 쥬신 대학의 근처에 있는 금강산을 돌았다.

 

 산을 곳을 혼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한 행동일지도 모르지만, 금강산보다 수십 배는 험하고 포악한 짐승들이 사는 백두산에서도 어려서부터 살아온 천유강이다. 그에게 금강산은 그저 놀이터와 같은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백두산에 가지 않은 것도 꽤 오래되었군.'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백두산이었지만 천유강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곳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뿐이 아니라 친구인 대랑, 그리고 자신을 어머니처럼 대해준 구미호 아주머니와 백두산을 지배하는 산신인 백호 님도 있었다.

 

 구미호 아주머니, 미호 누님은 자신을 어려서부터 매우 귀여워해 주었고 자신의 외조부인 염제와 친했던 백호 산신님은 천유강에게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산신은 각 산을 대표하는 동물들이다.

 

 그들은 특이한 능력과 인간들을 압도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백두산의 산신인 백호는 오왕을 뛰어넘어 이제만큼의 강함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백호의 나이는 이미 500을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그 전부터 악한 인간들은 감히 백두산에 들어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런 것이 향수병인가?'

 

 비록 외조부와 수련에 수련뿐인 어린 시절이었으나 힘든 일은 모두 잊고 즐거웠던 추억들만 남았다. 이번 크러쉬 대회가 끝나고 꼭 한번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천유강의 감각에 기묘한 것이 느껴졌다.

 

 '이건!'

 

 이곳은 금강산의 깊은 곳이다. 여러 가지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하지만, 천유강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동물들이 아니었다. 이 감각은 분명히 전에 느낀 적이 있었다.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그의 기척이 천유강에게로 향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저벅

 

 

 둘의 기운을 느꼈는지 새소리도 들리지 않아 둘의 발소리만이 정적에서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둘이 마주하게 되었다.

 

 "당신은……."

 

 "천유강……."

 

 눈앞에 있는 자는 특이한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이다. 그도 의도한 바가 아니었는지 약간은 당황한 기색이 느껴졌다.

 

 "……."

 

 "……."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천유강이었다.

 

 "이곳에는 무슨 일이지?"

 

 "그냥 구경 왔다."

 

 "……."

 

 "……."

 

 한마디의 말이 오간 후에 다시 정적이 흘렀다. 둘 다 말이 없는 스타일이고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천유강이 입을 열었다.

 

 "그럼 한마디 묻지."

 

 "말해라."

 

 "어떻게 당신이 천부경을 익히고 있는 것이지?"

 

 번뜩

 

 천유강의 말에 가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가면인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리고 가면인에게서 풍기던 기도가 달라졌다.

 

 차가운 기운 마치 뼛속까지 얼려버리는 그런 어둡고 음습하고 너무나도 차가운 얼음과 같은 기도가 가면인에게서 흘러나왔다.

 

 "알고 있었나?"

 

 "당신이 알아챈 것과 같지."

 

 "……그렇군."

 

 가면인은 그렇게만 말을 하고 다시 말을 아꼈다.

 

 "천부경은 일인전승의 무공이 아니다. 나 또한 사부를 만나서 배울 수 있었다."

 

 "사부를 만나서? 설마 염제를 말하는 것인가?"

 

 자신의 외조부인 염제는 몇 년째 깜깜무소식의 상태였다. 그사이에 자신이 아닌 다른 제자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가면인의 말대로 천부경은 일인전승의 무공이 아니다.

 

 그러나 가면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그는 아니다."

 

 “그런가.”

 

 천부경의 사용자는 한 세대에 많지는 않지만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그러니 중국에서 천부경의 사용자가 없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묻지."

 

 "말해라."

 

 "당신은 물화(物和)의 경지에 닿은 것인가?"

 

 가면인은 대답 대신에 천유강에게 검을 휘둘렀다. 천유강과 가면인의 거리는 약 10m 정도다 그냥 검을 휘두른다고 절대 닿을 수 없는 거리다.

 

 하지만 가면인의 공격은 헛되지 않았다. 가면인의 검에서 초승달 모양의 어떤 것이 나와 천유강의 위협했다.

 

 '검기?'

 

 검에서 검기를 만들어 멀리 날리는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지만 기의 소비에 비해서 너무 위력이 약하기 때문에 많이 이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광우의 혈사장처럼 손으로 멀리 장을 날린다면 모를까 검으로 만든 기를 날린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그래서 천유강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받아치려고 했으나 그 검기에 실린 기운이 만만하지 않은 것을 직감하고 상당량의 기를 모은 후에 진지하게 막았다.

 

 끼이이익~~~~~

 

 "큭!"

 

 가면인이 쏘아낸 검기가 천유강의 손등을 타고 돌면서 천유강을 압박했다. 검기는 본래 무형의 기운이라서 날카롭기는 하지만 큰 물리력은 가지지 못한다. 그런데 이 검기는 놀랍게도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쨍그랑!

 

 검기를 막아내자 그것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면 산산조각이 났다. 천유강은 고개를 숙여 그것을 만져보았다. 손에 닿자마자 뼛속까지 시린 냉기가 느껴졌다.

 

 "이것은……, 얼음?"

 

 천유강을 공격한 것은 얇은 얼음이었다. 가면인이 검을 휘두르면서 내보낸 얼음에 기를 불어넣어서 공격한 것이다.

 

 화살도 화살 없이 쏘는 무영시는 별다른 파괴력을 낳지 못한다. 화살이라는 매개가 있어야 강한 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얼음에 기를 넣어서 쏘아 보낸 것이라서 그냥 검기를 날린 것보다 몇 배의 효용을 지닐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가면인의 주변 초목들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것이 천유강의 시야에 보였다. 틀림없는 물화(物和)의 경지다. 천부경의 경지 중 하나인, 동물 혹은 사물이나 자연의 특성과 받아들여 그것을 이용하는 경지다.

 

 "냉기……, 놀랍군."

 

 자신의 아버지는 바람의 능력을 얻었고 외조부인 염제는 화염의 능력을 얻었다. 앞에 있는 이 가면인은 놀랍게도 결빙의 능력을 얻은 것이다. 자신은 아직 물화(物和)보다 낮은 단계인 탈각(脫殼)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이다.

 

 물론 천부경의 경지만으로 강약을 논할 수는 없지만, 앞에 보여준 가면인의 놀라운 능력을 사용한다면 천유강이 불리한 것은 자명하다. 실제로 천부경의 진정한 강함은 물화(物和)의 경지부터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둘의 차이는 눈에 보듯 뻔하였다.

 

 하지만 천유강도 그동안 놀고 있지는 않았다. 관안(觀眼)의 능력을 각성하고 쾌의 능력도 깨우쳤다. 낙담하기에는 아직 일렀다.

 

 "천부경의 전통 후계자라고 들어서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군."

 

 "실망을 할지 않을지는 한번 붙어 봐야 알겠지."

 

 쿵!

 

 누가 시작이라고 할 것도 없이 둘이 서로 기세를 올렸다.

 

 쿠구구궁!!!

 

 기의 싸움은 역시나 가면인이 우세했다. 같은 크기의 기라도 가면인의 기에는 자연의 힘인 냉기의 힘이 깃들어져 있다. 질적인 면에서 천유강이 밀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항상 정면 대결을 피해야 하는군.'

 

 미카엘, 디온, 반왕, 크라켄 등 디멘션 상이나 현실상에서도 천유강이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정면으로 부딪친 적이 적었다. 다 불리한 상황에서 싸워왔고 지기도 했지만 이기기도 하였다.

 

 천유강이 디멘션을 하는 이유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 자신 손안에 있는 능력을 100% 이해하고 응용해야 한다.

 

 먼저 공격한 것은 가면인이었다.

 

 휘리릭!

 

 면도날보다도 얇은 얼음 칼날이 날아왔다. 아까는 힘을 모두 쓴 것이 아닌 듯 이번에는 아까 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르기와 위력이었다. 게다가……,

 

 '점점 커진다?!"

 

 가면인이 쏘아낸 얼음 칼날은 오면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듯 점점 더 커졌다. 크기에 비례하여 무게와 파괴력도 같이 올랐다.

 

 "큭!"

 

 천유강이 급히 허리를 숙여서 피했다. 하지만 피했음에도 머리끝이 얼어붙는 것 같은 강력한 냉기를 뿌리며 지나갔다. 저 공격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상처가 얼어붙고 파열될 것이 뻔하다.

 

 백두산 높은 고지대에서 살면서 추위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는 천유강이었지만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냉기이었다.

 

 휙~ 휙~ 휙~

 

 하나로는 천유강을 상하게 할 수 없음을 느꼈는지 가면인이 여러 개의 얼음 칼날을 쏘아냈다. 처음보다는 기의 양이 적게 들어가 있어 위력은 덜하지만 역시나 치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공격을 천유강이 마치 서커스를 하듯 공중제비를 돌면서 피해냈다.

 

 '별다른 기의 소비 없이 이런 강력한 원거리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출하다니…….'

 

 과거 천부경을 상대한 적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정말 사기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능력을 펑펑 쏘아내고 있는 가면인을 보면서 천유강은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멀리서 상대하는 것은 천유강이 전혀 공격할 수 없게 만들지만 정작 가까이에 붙어도 어려움은 있었다.

 

 천유강이 가까이 붙자 가면인이 얼음 칼날을 날리는 것을 멈추고 주변에 냉기를 뿌리기 시작했다. 땅을 통해 오는 냉기를 느끼자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아직 4월 중순이었지만 가면인의 주변 10m는 한겨울의 시베리아 벌판보다도 더 차가워졌다. 그 추위에 천유강은 몸이 둔화되는 것을 느꼈다.

 

 쩌억~

 

 가면인에게 떨어지기 위해서 뒤로 물러서려고 하자 신발의 밑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신발이 땅에 붙은 것이다.

 

 천유강의 어려움을 그냥 볼 가면인이 아니었다. 천유강의 둔화된 모습과는 달리 가면인의 몸놀림은 더욱 빨리진 느낌이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빠르기로 가면인이 검을 휘둘렀다.

 

 챙!

 

 가면인의 검이 천유강의 손과 부딪쳤다. 그 부딪친 손에서도 냉기가 타고 올라와 천유강의 혈맥을 얼려갔다.

 

 광우의 혈사장과는 달리 인위적인 힘이 아닌 자연의 힘이기 때문에 천부경이 힘이라도 쉽게 떨쳐낼 수가 없다. 하지만 천유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했다.

 

 가까이에 있으면 냉기 때문에 힘들지만 멀리 떨어지면 전혀 힘을 쓸 수가 없다. 어렵지만 가까이 붙은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다.

 

 자신의 냉기에도 쓰러지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고 다가오는 천유강의 모습에 가면인은 순간적으로 기회를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자신과 싸우던 자들은 냉기를 피해 도망가기만 바빴었지 천유강처럼 더 다가오는 적은 처음이었다.

 

 그 작은 기회를 천유강이 놓치지 않았다.

 

 챙!

 

 천유강의 손을 가면인이 가까스로 막았다. 천유강이 몸이 느려지지만 않았어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으나 냉기로 인해 공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유강은 계속 우세를 놓치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챙! 챙! 챙! 챙!

 

 천유강의 양쪽 손이 불을 뿜듯 가면인을 압박하고 들어갔다.

 

 가면인은 곧 쓰러질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천유강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공격은 자신이 하고 있지만 무섭도록 시린 냉기에 천유강은 심장마저 느리게 뛰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끝을 내지 않는다면 또는 조금만 더 시간이 지체 되도 쓰러지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투둑!

 

 마침내 천유강의 공격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비록 스치긴 했으나 가면인의 가면이 길게 찢어졌다. 아니 부서졌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큭!"

 

 자신의 가면이 천유강의 손에 맞고 날아가자 가면인은 냉기를 쏘아내는 것을 멈추고 손으로 부서진 가면 부분을 가리며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얼음?"

 

 놀랍게도 가면인의 가면은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천부경의 힘으로 얼음을 가면 형상으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뒷걸음치는 사이에 얼음 가면은 다시 복구되어 처음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부르르르~

 

 가면인은 복구된 가면을 아직도 손을 대고 있었는데 심하게 몸을 떠는 것이 정말로 화가 난 듯하였다.

 

 파직! 파직! 파직!

 

 그러자 가면인의 발을 중심으로 뻗어있던 냉기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주변 10m 정도였던 냉기가 그 두 배인 20m 정도로 확대된 것이다. 반지름이 두 배가 늘었다면 넓이는 그 제곱인 4배로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냉기는 더욱 강해졌다.

 

 아무리 대담한 천유강일지라도 지금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가면이 자신의 아킬레스건이라도 되는 듯 가면인은 고요하게 냉기의 중앙에 서서 천유강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리고 출수하려는 찰라!

 

 「거기까지!」

 

 머리에서 목소리가 울리면서 천유강과 가면인 사이에 거대한 바위가 갑자기 솟아났다. 그리고 어느 사이엔가 땅에서 나무의 뿌리가 튀어나와 가면인의 발목과 검을 들고 있는 팔을 억세게 잡았다.

 

 "누구?!"

 

 갑작스러운 방해에 가면인이 사방을 둘러보았다. 머리에서 소리가 울렸기에 상대에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부스럭 부스럭

 

 상대방을 숨을 생각이 없는 듯 수풀을 헤치는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눈이 부시도록 하얀 머리에 연예인처럼 잘생긴 남성이었다. 사실 이 남자는 사람의 형상으로 변한 금강산 산신이었다. 그 증거로 사람 모습의 머리에 사슴뿔이 달려 있었다.

 

 “더 이상의 싸움은 내가 용납하지 않겠다.”

 

 산신은 그렇게 말하며 뿔을 하늘로 향해 올렸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드러났다.

 

 파직! 파직! 파직!

 

 가면이의 냉기로 인해 얼었던 풀과 나무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본래의 모습을 찾은 것이다.

 

 급속도로 냉각이 된다면 생물들의 체세포가 터져 회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무리 해동시키려고 노력해도 살릴 가능성이 없는 법칙을 가볍게 무시하며 살린 것이다.

 

 평소에는 여자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부끄러운 모습만 보였지만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영산인 금강산의 산신다웠다.

 

 “서로 간의 싸움을 말리지 않는 편이지만 너희의 싸움은 내 산을 너무나도 파괴하는군. 그러니 둘 다 무기를 집어넣어라.”

 

 "……."

 

 "……."

 

 산신의 말에 둘은 모두 내기를 갈무리했다.

 

 여기는 금강산이다. 산신 자체의 능력도 무섭지만, 산신의 뜻을 거스른다면 금강산의 있는 모든 동식물들의 적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금강산 자체가 그들에게는 지뢰밭보다 더 무서운 장소가 되어 버린다.

 

 “좋아. 착한 아이들이군.”

 

 싸움이 지속될 수 없으니 천유강도 경계를 풀고 산신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입니다. "

 

 “오냐~ 넌 또 왜 산을 기웃거리냐?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라도 돼?”

 

 "그냥 산책 겸해서 걷고 있습니다. 그러는 산신님은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천유강의 질문에 산신이 앞발로 코를 긁으며 말을 했다.

 

 “왜라니, 네가 산에 왔다고 해서 마중 나왔다.”

 

 산신이 대답하였지만 한눈에 봐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애당초 산신이 천유강을 만나기 위해서 움직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거짓말하지 마시지요."

 

 천유강이 빤히 쳐다보자 산신이 괜히 딴청을 피우다가 이내 실토했다.

 

 “알겠다. 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 사실은 어떤 인간 여자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고 해서 나와 본 거야.”

 

 "여자?"

 

 천유강이 고개를 돌려 다시 가면인을 보았다.

 

 "여자였나?"

 

 그러자 가면인이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

 

 비록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풍성한 무복을 입고 있었더라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검푸른 색 머리카락과 얇은 목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천유강은 산신이 말을 할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길을 잃었다고?"

 

 "그렇다."

 

 길을 잃고 헤맨 사람치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천유강과 가면인이 만난 것도 가면인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기 때문이었다. 천유강은 금강산 지리에 익숙하여 길을 알고 있지만 가면인은 초행길이었기에 길을 잃었다.

 

 “그럼 난 간다. 늦게 가면 또 마누라가 의심해. 저번에 맞아서 부러진 다리가 겨우 나았는데 또 부서지면 안 되지.”

 

 그렇게 말하며 산신은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천유강과 가면인.

 

 "휴~"

 

 천유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를 따라와라. 학교까지 바래다주겠다."

 

 이렇게 둘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

 

 저벅저벅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었다.

 

 서로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을 만도 하건만 원체 말수가 적은 그들이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걷기만 계속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걷자 멀리서 쥬신 대학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혼자서 갈 수 있겠지?"

 

 천유강의 말에 가면인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말을 대신했다. 그렇게 헤어지는 순간 천유강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았다.

 

 "물화(物和)의 경지에 이르렀지만 탈각(脫殼)의 경지는 밟지는 못한 것 같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물화의 경지는 탈각의 경지보다 한 단계 위의 단계이다. 일반적이라면 탈각(脫殼)의 경지를 밟아야지 물화(物和)에 이를 수 있지만 어찌 된 것인지 가면인은 그 단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단계를 뛰어넘어 더 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탈각(脫殼)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물화(物和)의 능력을 쓰면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가면인이 마지막에 낸 힘이 그녀의 본래의 힘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내공의 소비가 적은 천부경의 특성상 그런 힘을 아끼지 않고 쓸 수 있었지만 그 힘을 반도 쓰지 못한 것은 몸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었다.

 

 천유강은 마지막에 가면인이 냉기의 힘을 높였을 때 가면인의 발도 얼어붙는 것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

 

 '탈각(脫殼)의 경지조차 넘지 못한 나보다는 뛰어나긴 하지만······.'

 

 천유강의 상념이 끝나기 전에 가면인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천유강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당군명."

 

 "……."

 

 "내 이름은 당군명이다."

 

 그리고 당군명을 몸을 돌려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천유강도 몸을 돌려 기숙사로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사부가 누군지 안 물어보았군."

 

 ***

 

 "누나!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가면인, 당군명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의 남동생인 당자운이었다. 그녀를 찾으러 뛰어다녔는지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여운 그의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미안하다."

 

 "왜 길치면서 자꾸 돌아다니는 거야? 내가……!! 어휴 됐다, 말을 하지 말자. 암튼 다음에는 어디 갈 때는 나한테 꼭 말을 하고 좀, 모르는 곳에는 가지마! 길치에다가 방향치가 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미안하다. 다음에는 말하고 가겠다."

 

 그녀의 말에는 감정이 하나도 없어 보였지만 그것에 익숙한지 당자운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했다.

 

 "제발 좀 그렇게 해. 그리고 뭐 별일 없었지?"

 

 당자운의 말에 당군명은 걸어가는 것을 늦추지 않고 말했다.

 

 "별일 없었다."

 

 "그래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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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별을 품은 소녀 (4) 2018 / 1 / 15 295 0 5962   
106 별을 품은 소녀 (3) 2018 / 1 / 15 272 0 7949   
105 별을 품은 소녀 (2) 2018 / 1 / 15 310 0 5976   
104 별을 품은 소녀 (1) 2018 / 1 / 15 302 0 7390   
103 마주치다 (5) 2018 / 1 / 10 282 0 6096   
102 마주치다 (4) 2018 / 1 / 9 279 0 8532   
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276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280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276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277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288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312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286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296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261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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