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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별을 품은 소녀 (6)
작성일 : 18-01-15 19:54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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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정신이 든 천유강의 앞에 보이는 것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이상한 기계들이 놓인 어떤 공간이었다.

 

 “정신이 들었습니까?”

 

 천유강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 다가온 자는 구울, 아니 구울 변장을 하고 있는 스미스였다.

 

 “여긴······,어디죠?”

 

 “교회 아래 존재하는 빔 나이트의 비밀 기지예요. 이방인이 이곳에 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죠.”

 

 그 말을 들은 천유강은 긴장을 풀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옆에서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군.”

 

 그는 두꺼운 안경에 백색 가운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반갑네. 나는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라고 하네. 물론 본명은 아니니까 양해해주길 바라네.”

 

 “안녕하십니까, 천유강이라고 합니다.”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천덕꾸러기에게 잘 들었네.”

 

 교수가 천덕꾸러기라고 부른 사람은 바로 스미스였다. 그가 그렇게 말하자 스미스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항의했다.

 

 “열심히 일하고 온 사람에게 그게 무슨 막말이에요?”

 

 “이 녀석아~ 그렇게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병사들의 말을 듣고 순순히 들어가는 게 어디 있어? 대충 빠져나왔어야지.”

 

 “어쨌든 결과는 좋았잖아요? 그래서 성기사가 남긴 홀로테이프도 회수했고요.”

 

 스미스가 마지막에 성기사의 시체를 뒤져 찾은 것이 홀로테이프였다. 홀로테이프는 버튼만 누르면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서 영상을 보여주는 재생 장치로 테이프만 있어도 누구나 쉽게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장치였다.

 

 사람들이 스미스가 들고 온 홀로테이프를 연구해서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여간 저 말썽꾸러기.”

 

 교수는 이마 주름을 찡그리다가 다시 천유강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생각보다 더 최악이네. 테이프를 조사해본 결과 고독만이 문제가 아니었어.”

 

 “네? 그럼 또 다른 뭔가가 있다는 소린가요?”

 

 “홀로테이프에 따르면 줄라 백작이 조종당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네. 더 큰 문제는 이 고독을 가져온 정체불명의 작자들이 이곳에 연구소를 세우고 고독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거지.”

 

 “더 강한 고독을 만들고 있다는 말입니까?”

 

 “바로 그거네. 지금 고독은 병들거나 약한 사람들에게만 통했지만 이것을 진화하면 멀쩡한 사람들도 조종할 수 있게 될 거네.”

 

 “그렇게 되면 재앙이겠군요. 이 일을 알려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이미 곳곳에 이 일의 심각성에 대해 알렸네. 하지만 문제는 메이디아 신전 사람들이야.”

 

 현재 성녀 일행들은 치료와 보호를 명분으로 성안에 들어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시간 끌기라고 생각했으나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메이디아 성녀가 고독에 당하면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질 거야. 현재 고독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메이디아 사제들밖에 없어. 나중에는 다른 교단도 가능하겠지만 그때가 되면 메이디아 신전이 먹힌 뒤겠지.”

 

 “그건, 끔찍한 소리네요.”

 

 “시간이 없네. 홀로테이프에 따르면 고독이 완성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 그 전에 성녀님을 구하고 줄라 백작도 치료해야 하네.”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있지. 아쉽게도 우리 기사단은 잠입에 능숙하지 못하네. 가지고 있는 인비져블 슈트도 몇 개 안 되니 만약 자네가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거야.”

 

 빔 나이트의 병력은 소수 정예로 된 막강한 힘을 지닌 기사단이다. 엄청난 방어력 관통력을 지닌 라이트 세이버를 휘두르면 제아무리 높은 체력과 방어력을 지닌 탱커라도 순식간에 녹아 없어진다.

 

 거기에다가 염동력이나 발화 같은 에스퍼 능력도 한두 개 사용할 수 있어서 일반 전사를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싸우다가는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날아온 에스퍼 능력에 허를 찔리고 쓰러진다.

 

 그런 빔 나이트도 당연히 만능은 아니었는데 기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어서 그런지 자물쇠 따기나 잠행, 암습 같은 도둑 계열 사람들이 사용하는 스킬은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

 

 “이 친구가 자네를 도와줄 걸세. 아무래도 자네가 단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니까.”

 

 그 말에 옆에 있던 스미스가 허둥지둥하며 소리를 질렀다.

 

 “무,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긴, 아직까지 그 변장을 풀지 않고 있는 게 쑥스러워서 그런 건지 누가 모를까 봐서?”

 

 “그, 그런 게 아니라······.”

 

 스미스는 교수와 천유강을 번갈아 보며 손을 내저었다.

 

 “지금 우리가 가동할 수 있는 인비져블 슈트는 모두 9개다. 그중의 하나를 너에게 맡길 테니 유강 군을 보조해라.”

 

 “······알겠어요.”

 

 “시간이 없어. 우리는 양동작전을 펼칠 거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형 전투기가 3대 있으니 그것으로 성의 포탑을 부수고 교란할 걸세. 그사이에 우리 부대와 메이디아 성기사 부대가 옆에서 공격해 들어갈 거야. 만약 자네가 간 곳에 영주가 있다면 이 포션을 뿌리게.”

 

 교수가 내민 것은 찰랑거리는 통에 들어 있는 이상한 포션이었다.

 

 “메이디아 신전 사람들이 여분으로 만든 거야. 현재 10밖에 없으니 조심해서 쓰게. 치라그, 네가 잘 보조해야 한다.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스미스의 이름 혹은 코드명이 치라그였나 보다. 생각해보면 다른 단체에 잠입할 때 본명으로 활동할 리가 없긴 했다.

 

 “그리고 그 변신 좀 풀어라. 보기 흉하다.”

 

 “알겠어요.”

 

 천유강의 눈치를 보던 치라그가 허리춤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위잉~~~

 

 치라그를 둘러싸고 있는 홀로그램 같은 것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본래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변 빛을 왜곡하는 인비져블 슈트와 비슷한 원리다. 물론 이쪽이 더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헤헷! 안녕하세요, 오빠.”

 

 부끄럽게 인사하고 있는 것은 겨우 15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였다. 검은 머리와 파란색 눈동자가 대조적인 남미풍의 미소녀다.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아까······, 꽃 파는 소녀?”

 

 “헤헤~ 네. 놀라셨죠?”

 

 그녀는 천유강에게 의문의 쪽지를 남겼던 그 꽃 파는 소녀였다. 천유강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니 얼굴이 조금 상기된 그녀는 가슴을 쭉 펴고 씩씩하게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빔 나이트의 특수 요원인 치라그라고 합니다. 제 특기는 회복과 보조 능력이에요.”

 

 치라그는 라이트 세이버를 통해 전면에서 활약하는 것보다 회복 능력을 사용해 후방에서 보조하는 데 더 특화되어 있었다. 빔 나이트라고 해서 모두 라이트 세이버를 주력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쪽지보다는 그냥 말로 해주지 그랬어요?”

 

 “죄송해요. 그때는 누구도 100% 믿을 수가 없었어요. 대신 부상을 입으면 제가 바로 치료해 드릴게요.”

 

 “저는 마족이라서 회복 마법이 반 밖에 안 들어가는 것은 알고 있죠?”

 

 “네, 물론이죠.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예요. 다른 보조 능력들도 있다고요.”

 

 “알겠습니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치라그와 천유강의 인사가 끝나자 다시 교수가 말했다.

 

 “사제들은 성의 왼쪽 탑에 갇혀 있고 영주가 있을 거라고 예측되는 곳은 못해도 다섯 군데가 넘네. 자네는 그중 한 곳에 가 주면 될 거야. 일을 성공하면 기사단 차원에서 후한 보상을 줄 거야.”

 

 빔 나이트가 주는 보상이 평범할 리가 없었다. 보상에 목메는 천유강은 아니지만 캐릭터와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 보상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참!”

 

 이야기를 하던 천유강은 문득 치라그가 버리고 갔던 호버크라프트가 생각났다. 애초에 흔적을 없애기 위해 집어넣었던 물건이다.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았다.

 

 “이것······.”

 

 천유강이 주머니에서 손을 넣었다 빼니 갑자기 크기 2m의 호버크라프트가 나타났다.

 

 “우왓!”

 

 그 모습을 본 치라그가 당연히 놀라 뒤로 자빠졌다.

 

 “놓고 간 물건입니다.”

 

 그 황당한 모습을 보고 침착하던 교수마저도 안경을 새로 닦으며 호버크라프트와 천유강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허허~ 이거 이상한 재주가 있군.”

 

 교수는 호버크라프트의 상태를 점검하고는 천유강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요즘 기사단의 자금이 쪼들렸는데 이것을 잃어버린 줄 알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나?”

 

 애초에 공장에서 죽었던 성기사에게 주었던 호버크라프트다. 그가 죽으면서 남은 기체를 타고 치라그와 천유강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이건 이거고 지금은 일에 집중해야지. 자 여기 지도네.”

 

 성의 지도는 치라그가 이미 숙지했고 혹시 몰라서 천유강과 치라그 둘이 모두 받았다. 가야 할 곳의 루트를 익히고 마무리 준비를 마쳤다.

 

 “이제 곧 출발할 거야. 소동이 일어나면 그때 움직이게.”

 

 《새로운 퀘스트 발생》

 《퀘스트 - 솔트하임의 비밀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퀘스트의 시작이었다. 비록 영주가 주는 보상이 아니었지만 빔 나이트가 주는 보상이라면 그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다른 병력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교수였다. 그도 하얀 가운을 벗고 빔 나이트 특유의 전투복을 입고 라이트 세이버를 착용했다.

 

 “포스가 함께하길.”

 

 “포스가 함께하길.”

 

 교수가 선창하자 다른 나이트들도 특유의 인사법을 나누었다. 전투 전에 하는 그들만의 의식이었다.

 

 그렇게 빔 나이트들과 메이디아 신전의 성기사들의 양동 공격이 시작되었다.

 

 쾅!!! 쾅!!!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며 병력들이 한꺼번에 성 쪽으로 들이닥쳤다.

 

 “뭐, 뭐야! 이것들,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영지 한가운데서 많은 병력들이 나오니 성을 지키던 병사들도 기겁하며 물러서기 시작했다. 지금은 공장의 흉수를 잡으러 병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상태였다. 영지 내에 있는 병력은 평소의 반도 되지 않았다.

 

 “병력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탱크와 헬기장을 점거해야 해!”

 

 펑!!

 

 기계에 특효를 보이는 펄스 수류탄이 날아가자 적 병력들의 에너지 방어막이 무력화되었다. 병력이 다시 영지로 들어오면 아무리 일당백인 빔 나이트라고 해도 중과부적이다. 그 전에 주요 시설들을 파괴하거나 점령해야 한다.

 

 펑!!! 펑!!!!

 

 하늘 위에서는 어느새 날아온 소형 전투 비행기가 포탑에 레이저 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소형이지만 그 화력은 무시할 수 없다. 성의 견고한 포탑도 레이저에 맞으면 엿가락처럼 녹아내렸다.

 

 “격추해! 전투기부터 쏘라고!”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도 가죠.”

 

 이미 다른 잠입 팀은 출발한 상태다. 천유강과 치라그가 마지막으로 성으로 움직였다.

 

 “우린 이쪽 하수도로 들어가야 해요.”

 

 홀로테이프에 들어있는 지도를 통해서 영주가 있을 만한 곳에 가고 있는 두 사람이다. 이들이 가는 곳은 성 중앙에 위치한 회의실이었다.

 

 “병사들과 싸울 이유는 없어요. 전투를 최소화하고 영주의 고독을 치료해야 해요.”

 

 만약 영주만 제정신으로 돌릴 수 있다면 남은 병사들과는 싸우지 않아도 될 거다. 물론 모든 병사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병사 중에서 영주를 배신한 자가 있어요. 그 멕클레인 대령이라는 사람은 거의 확실하고 또 다른 고위직에 있던 군인도 제삼세력과 내통해서 군대를 좌지우지하고 있더군요.

 

 “멕클레인 대령······.”

 

 첫인상은 강직한 군인 같아 좋았던 멕클레인 대령이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성주를 벌레에 조종당하게 하는 추악한 본성이 있었다.

 

 “성 내부는 그런 자들이 있겠군요.”

 

 “그럴 거예요. 하지만 지휘부가 아닌 말단 병사들은 아직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했겠죠.”

 

 “골치 아픈 일이네요.”

 

 “이러나저러나 안 들키는 게 가장 좋죠.”

 

 “알겠습니다.”

 

 발소리를 죽여 움직이는 것은 천유강에게 누워서 떡 먹기다. 그리고 그보다 더한 재주도 있었다.

 

 흐물~

 

 천유강이 정신을 집중하니 마치 투명화 마법을 쓴 것처럼 몸이 흐릿하게 변했다. 이것 또한 아이템 미라클에 있는 소원 스킬을 이용한 거다.

 

 ‘마나 소비가 이 정도면 오래는 사용 못 하겠네.’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투명화를 취소했다. 소원 스킬의 가장 큰 단점인 마나 소비량이 역시 문제였지만 효율과 비교하면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천유강을 보던 치라그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뭔가요? 그런 스킬도 있어요?”

 

 투명 스킬은 굉장히 귀해서 고위 암살자나 마법사만 쓸 수 있다. 인비지블 슈트를 이용하는 데도 엄청나게 비싼 마나석이 사용되는데 암살자가 아닌 천유강이 투명 스킬을 쓰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의 비장의 무기라고 해두죠.”

 

 “아~”

 

 다른 사람의 스킬을 꼬치꼬치 캐묻는 건 굉장한 실례다. 치라그도 천유강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더 급한 일이 있다.

 

 “그러면 더 쉬워지겠네요. 그럼 갑니다.”

 

 드르륵!

 

 하수구 뚜껑을 열고 나온 곳은 주방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비상시국이라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인부는 아무도 없었다.

 

 “저쪽이예요.”

 

 과학 대륙의 성은 형광등으로 내부를 비추고 있어 판타지 성보다 숨기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그런 곳에도 몸을 숨길 곳은 늘 존재했다.

 

 “병사들이 옵니다.”

 

 성 내를 순찰하는 병사들이 이쪽으로 오자 천유강과 치라그는 커튼 뒤로 몸을 숨겼다. 각각 인비지블 슈트와 투명 스킬이 있지만 그것도 만능은 아니라서 최대한 몸을 가리는 것이 좋다.

 

 좁은 커튼 뒤에 둘이나 들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천유강과 치라그의 몸이 가까이 붙었다.

 

 “에······.”

 

 천유강의 숨결이 얼굴에 닿자 치라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입에서 신음성 같은 것이 흘렸다. 그것을 느낀 천유강이 얼른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쉿!”

 

 천유강의 손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치라그는 더 얼굴이 빨개지며 바짝 얼어붙었다. 다행히 병사들은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조심하세요. 아무리 인비져블 슈트가 있어도 소리를 내면 들킵니다.”

 

 “······죄송해요.”

 

 “아닙니다. 처음이니 그럴 수 있죠.”

 

 천유강은 치라그가 너무 긴장해서 얼어붙은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본 치라그는 오묘한 표정으로 입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자신의 뺨을 세차게 쳤다.

 

 짝!

 

 “자! 가죠.”

 

 갑자기 박력 있어진 치라그를 보고 이번엔 천유강이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걸어갔다.

 

 그 뒤로도 순찰하는 많은 병사들을 만났지만 인비져블 슈트와 투명 스킬로 위기를 잘 넘겼다. 물론 가끔 좁은 공간에 둘이 붙어야 할 때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치라그도 떨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붙어 싱글싱글 웃었다.

 

 그렇게 지도를 통해 나아갔을 때였다. 멀리 한 무리의 병사들이 보였다.

 

 “저기!”

 

 치라그가 가리킨 쪽에는 병사들이 한가롭게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일반 병사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니까 이번 임무만 끝나면 현금으로 천만 원을 준다는 말이잖아?”

 

 “돈 많이 준다고 해서 바짝 긴장했는데 별거 아니네?”

 

 “야들아~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마라. 그러다가 훅 간다.”

 

 “걱정도 팔자셔. 여기까지 누가 온다고.”

 

 그들은 분명 성의 병사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플레이어들이었다. 모두 세 명이 바닥에 앉아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역시 제삼의 세력은 플레이어들이었군.’

 

 어렴풋이 그럴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다. 하지만 나라를 뒤집을 정도의 강력한 고독을 발명한 단체가 어디일지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그럼 어쩐다.’

 

 다른 병사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문 앞에서 죽치고 앉아 있는 플레이어들이다. 경각심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문을 여는 순간 들킬 것이 분명하다.

 

 ‘차라리······.’

 

 천유강이 눈짓으로 신호를 보내자 치라그도 그 뜻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저들을 해치우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여기서 시간이 끌리거나 소리가 시끄럽게 나면 다른 이들도 알아챌 거야.’

 

 천유강이 수신호로 뛰어갈 시간을 정하고 신호가 떨어지자 둘이 동시에 움직였다.

 

 “에?”

 

 뭔가 희끗거리는 것이 지나가자 플레이어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이 투명 마법의 잔상인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천유강의 손톱이 자신의 심장을 찌른 후였다.

 

 푹!!

 

 천유강이 두 손을 동시에 뻗어 두 명의 급소를 정확하게 타격했다. 다른 이가 그것을 보고 황급히 무기를 집으려 했지만 그때는 뒤로 돌아온 치라그가 라이트 세이버를 뽑고 있었다.

 

 윙!!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이 최상급인 라이트 세이버다. 거기에 급소 데미지까지 합산되니 플레이어들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이들은 아이템을 떨어트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천유강과 치라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상태였다.

 

 “다행히 쉽게 끝났군요.”

 

 “이렇게 허술하게 있으니 그렇죠.”

 

 제삼자 입장에서는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을 대동한 것이지만 이렇게 느긋하게 있을 거면 차라리 NPC를 세우는 게 나았을 거다. 천유강에게는 또 다른 행운이었다.

 

 “그럼 계속 가죠.”

 

 문을 열고 나가니 잠입 난이도가 갑자기 확 올랐다. 플레이어들과 NPC 병사들이 이제는 섞여서 움직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NPC보다는 플레이어의 눈을 피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그들의 배치 간격이 넓지 않았기에 전투가 벌어진다면 여기저기서 뛰어올 것이 분명했다.

 

 “마나석 잔량이 거의 떨어졌어요.”

 

 “저도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투명 스킬을 남발한 결과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곳에 오기 전에 벌써 들켰을 거다.

 

 다행히 목표로 했던 곳이 멀지 않았다.

 

 “만약 저기에 영주가 없으면 바로 빠져나가죠.”

 

 “네.”

 

 마지막 마나석과 마나를 사용해서 더 나아갔을 때다. 목표로 했던 곳에 거의 다 왔는데 이상하게 다른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쿵!!!

 

 무언가 무거운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성이 울리고 있었다. 그 진동은 가까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

 

 그 길목에 천유강과 치라그가 발견한 것은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들이었다.

 

 “이건?!”

 

 놀란 치라그가 입을 가리자 천유강이 무릎을 꿇고 시체들을 확인했다.

 

 “시녀들과 시종들입니다. 거대한 둔기 같은 것에 맞아 사망했습니다.”

 

 신체가 함몰될 정도로 강력한 일격에 죽은 흔적이다. 오우거가 워해머를 풀스윙으로 휘둘렀을 때 이런 모습일 거다.

 

 “심상치 않군요.”

 

 “······일단 가죠.”

 

 천유강과 치라그는 조심스럽게 진동의 근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회의실에서 그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괴로워! 괴로워!!!”

 

 “저건!”

 

 “여, 영주예요!”

 

 그것은 분명 솔트하임을 다스리는 줄라 백작이었다. 문제는 그 모습이 전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줄라 백작의 몸을 통해 나온 검고 끈적끈적한 액체 같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줄라 백작을 숙주 삼아 움직이는 거대한 기생충 같았다.

 

 “크르륵!!”

 

 그 기생충은 따로 의식이 있는 것처럼 천유강과 치라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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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마주치다 (3) 2018 / 1 / 7 357 0 9614   
100 마주치다 (2) 2018 / 1 / 6 363 0 8728   
99 마주치다 (1) 2018 / 1 / 2 366 0 9420   
98 바다 이야기 (7) 2018 / 1 / 2 364 0 7781   
97 바다 이야기 (6) 2017 / 12 / 31 377 0 7725   
96 바다 이야기 (5) 2017 / 12 / 30 406 0 5588   
95 바다 이야기 (4) 2017 / 12 / 28 387 0 6851   
94 바다 이야기 (3) 2017 / 12 / 26 374 0 6738   
93 바다 이야기 (2) 2017 / 12 / 25 362 0 6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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