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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별을 품은 소녀 (4)
작성일 : 18-01-15 19:53     조회 : 390     추천 : 0     분량 : 5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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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돌변한 병사들의 태도에 플레이어들이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천유강을 제외하고 말이다.

 

 팅! 팅! 팅! 팅!!

 

 병사들의 총알은 모두 천유강이 만들어낸 투명막에 막혔다. 다른 이들이 시체에 정신이 팔렸을 때 천유강은 끝까지 병사들의 동향을 살폈기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입구를 막아! 여기에 가둬버려!”

 

 열쇠로 여는 것이 아닌 전자 신호로 여는 문을 닫는다면 일행들이 꼼짝없이 갇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틀렸습니다. 누군가가 장치를 부쉈습니다.”

 

 병사들이 하려던 행동은 천유강도 염려하던 바였다. 그래서 이 문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문의 장치도 아무도 모르게 부숴놓았다.

 

 다급해진 병사들이 품 안에 있던 펄스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 아무리 천유강이 신기한 수를 쓴다고 해도 펄스 수류탄마저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물론 그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수류탄이 떨어질 동안 천유강도 놀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빠르게 뛰어 단숨에 가까이 붙었다. 이 거리에서 수류탄을 던진다면 공멸이다.

 

 원거리에서는 최강의 힘을 보이는 과학 대륙 솔져 유닛이지만 반대로 가까이 붙으면 힘이 반감된다. 그리고 이 거리는 천유강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거리다.

 

 파바박!

 

 빠르고 정확하게 병사들의 급소에 손톱을 찔러 넣었다. 무기를 끼지 않는 권법가들의 최대 단점은 공격 거리지만 최고 장점은 공격 속도다. 빠르게 두세 번 급소에 찔러 넣자 병사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총 맞은 참새처럼 쓰러졌다.

 

 “······.”

 

 “······.”

 

 플레이어들은 그저 황당할 따름이었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내려왔더니 갑자기 병사들이 공격했고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천유강이 그들을 물리쳤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눈만 끔뻑거리고 있던 마족 플레이어가 겨우 입을 움직여 물었지만 천유강은 다음 상황까지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일일이 설명할 시간이 없지만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보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곧 무전이 끊긴 것을 이상하게 여긴 흉수가 다음 함정을 파놓을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잠시만!”

 

 그때 스미스가 쓰러진 성기사의 몸을 뒤지더니 곧 무언가를 찾아냈다.

 

 “좋았어! 가자!”

 

 공장이 커서 여기까지 오는 것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아무리 빠르게 나가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에 공장 밖이 시끄러워졌다.

 

 곧, 확성기를 타고 멕클레인 대령의 목소리가 퍼졌다.

 

 「범인은 더러운 마족과 언데드들이다! 성녀님을 공격한 사악한 종자들이니 보이면 바로 사살해라!」

 

 “이런 거였군. 우리에게 뒤집어씌울 생각이었어!”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성녀를 궁지로 몬 것은 제삼의 세력이 아니라 솔트하임 영지의 누군가가 개입한 거다. 병사들을 이렇게 동원할 정도면 고위직이 분명했다.

 

 ‘어쩌면 영주까지 한통속일 수도······.’

 

 최악의 가정이었지만 현실성 없는 말도 아니었다. 애초에 마족과 언데드들을 하나로 묶은 것도 사람들이 꺼리는 종족에게 자신들의 죄를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던 것이다.

 

 ‘잡히면 끝이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문제는 이미 공장은 솔트하임의 병력들이 빽빽이 포위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투 헬기가 날아다니는 소리까지 들렸다.

 

 “너희가 나쁜 놈이지? 나, 난 죄가 없어! 여기서 나갈 거야!”

 

 패닉에 빠진 플레이어 하나가 상황 파악하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스미스가 안타깝게 손을 내저었다.

 

 “기다려! 저 멍청이!”

 

 누명을 씌울 생각이니 살려둘 리가 없다. 보이자마자 사살할 것이 분명하다. 그 생각을 뒷받침하듯이 곧 시끄러운 총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것을 들은 다른 플레이어 하나가 머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틀렸어! 저긴 군대 단위의 병력이라고! 작정하고 우릴 죽이려 했으면 이길 수 없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안 되는 말이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제아무리 레전드 템이 두 개나 있는 천유강이라도 전투 헬기와 장갑차에게 무턱대고 도망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고 무너질 수는 없었다.

 

 “무슨 다른 수가 있을 겁니다. 공장이 복잡하니 수로로 이동하면 어떨까요?”

 

 공장이니 반드시 강으로 연결된 통로가 있을 거다. 하지만 그 말에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회의적이었다.

 

 “수영으로 도망가 봤자야. 저들은 모터보트도 있을 텐데 그건 어떻게 떨쳐내려 하나?”

 

 사실 천유강은 크라켄을 잡고 얻은 포세이돈이라는 가호 덕에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그것을 활용하면 어쩌면 도망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재주가 없었다.

 

 그때 스미스가 한숨을 쉬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까 데스클로의 손을 넣은 식량 주머니였다.

 

 “이럴 때 우리 앞에서 피가 뚝뚝 흐르는 살점을 뜯으려는 건 아니겠지?”

 

 물론 언데드들이 생고기를 먹으면 체력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버프 효과도 볼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상황에서 고기를 먹는 건 미친 짓처럼 보였다.

 

 하지만 고기 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피가 뚝뚝 흐르는 생고기가 아닌 이상한 작은 막대였다.

 

 이상한 것이 나오니 옆의 플레이어가 뭔가가 생각난다는 것처럼 말을 더듬었다.

 

 “그건······, 분명 어디서 봤는데?”

 

 그 순간 그 작은 막대기에서 환한 빛이 나왔다. 그리고······.

 

 부욱!

 

 그 빛으로 옆의 플레이어를 베었다.

 

 “컥!!”

 

 갑작스러운 스미스의 행동에 천유강이 뒤로 물러섰다.

 

 “무슨 짓이지!”

 

 천유강이 손톱을 세우며 경각심을 보이자 스미스가 너스레를 떨며 자신은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렸다.

 

 “워~ 워~ 진정해요.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거니 일단 이유부터 들어보라고요.”

 

 “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플레이어는 스미스가 들고 있는 무기를 보고 경악하며 소리쳤다.

 

 “라이트······ 세이버? 하지만 그건 빔 나이트의 고유 무긴데?”

 

 과학 대륙에는 특이한 종족과 직업이 있는데 라이트 세이버, 즉 광선검은 빔 나이트라는 직업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무기다.

 

 빔 나이트는 정의를 숭배하며 나라와 권력을 초월해 부정한 자들을 심판하여 플레이어에게도 인기가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이 빔 나이트가 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서 시험에 응했던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불합격하기로 유명했다.

 

 “구울이 빔 나이트라는 건 처음 들어보는데?”

 

 빔 나이트는 과학 대륙 직업이고 구울은 암흑 대륙 종족이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조합될 수 없는 둘이다.

 

 “급하니까 그런 건 가면서 설명하죠, 따라와요.”

 

 스미스는 앞장서서 걸으면서 지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금 죽인 그는 이쪽에서 심어둔 첩자입니다. 처음부터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는 병사들의 습격을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 말에 다른 플레이어가 놀라 말했다.

 

 “하지만······, 이쪽 분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가 천유강을 손가락질하며 말하자 스미스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분에게는 미리 말해 놨었죠.”

 

 그 말에 천유강도 집히는 바가 있었다.

 

 “설마······ 그 쪽지를 준 사제들과 미리 연락하고 있었나요?”

 

 “네, 맞습니다. 신전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분이라고 추천한 것도 저예요.”

 

 “그래서 그때는 전혀 공격하지 않았던 거군요. 정체가 탄로가 날까 봐.”

 

 말은 많았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적을 공격하지 않았던 스미스다. 처음에는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었다.

 

 “맞습니다. 구울로 변장한 것을 들키면 안 되니까요.”

 

 역시 그는 구울로 변장한 것이었다. 가면 같은 것을 벗으면 과학 대륙 종족일 거다.

 

 “그럼 이 상황도 미리 예측하고 있었습니까?”

 

 “반은 그렇습니다.”

 

 “반이라면······.”

 

 “사실 이 흉수가 어디까지 뻗어 있는 것인지는 몰랐죠. 사실 이 모든 거의 시작은 전국에서 기묘한 병이 돌기 시작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스미스는 열심히 어딘가로 일행을 이끌면서 말을 계속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으로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전염병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죠. 그건 병이 아니었습니다. 일종의 고독이었죠.”

 

 “고독이라고요?”

 

 고독은 사람의 뇌에 파고드는 벌레를 말하는 것으로 그 벌레를 조종하여 숙주에게 특정한 피해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과학 대륙의 것이 아니라 동방 대륙의 것이다.

 

 “일종의 고독입니다. 동방 대륙에서는 없는 기생충입니다. 저희도 이것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독하고 이 사태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이죠?”

 

 “그게······ 어느 순간부터 이 고독으로 죽는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그럼, 잘된 일 아닌가요?”

 

 “처음에는 저희도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상황은 더 악화되어 있었어요. 고독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독이 완성된 거죠.”

 

 “완성되면 무슨 효과가 있는데요?”

 

 천유강의 물음에 스미스가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이 아니다. 벌레 하나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다면 나쁜 마음을 품은 자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다행히 메이디아 신전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냈죠. 고독만 태워 죽이는 방법을 알아낸 거예요. 그리고 마을을 순례하며 고독 감염자를 치료하고 있었는데······.”

 

 “이 사태가 일어난 거군요.”

 

 “맞습니다. 솔트하임 도시에 고위직의 누군가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아무도 믿을 수 없나요? 고독으로 감염되었다면 병사들이 모두 감염되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그건 아닙니다. 다행히 고독으로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병자나 어린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입니다. 건장한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고독에 조종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바로 솔트하임 도시의 영주인 줄라 백작입니다. 그의 건강이 얼마 전부터 악화되고 있다는 건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최악이군요.”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영주가 조종되고 있다면 영지 전체와 싸워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 말을 듣고 퍼뜩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럼 성녀 일행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그들은 영주 성에 있는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성의 모든 사람을 고독으로 조종하지 않고서는 성녀 일행을 함부로 건들 수는 없을 겁니다. 그냥 시간만 끌고 영지 밖으로 내쫓으려는 수작이죠.”

 

 이야기를 하던 스미스는 어느 한 곳에 멈춰 섰다. 그건 커다란 나무 상자의 앞이었다.

 

 “이곳입니다. 부디 무사했으면 좋겠네요.”

 

 “이게 뭐죠?”

 

 “우리를 구원해줄 물건이죠.”

 

 ***

 

 “어떻게 되고 있나?”

 

 멕클레인은 여유롭게 담배에 불을 붙이며 주변 부하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령님. 나는 새라고 해도 이 포위망을 뚫고 나가지는 못할 겁니다.”

 

 “신중에 신중을 더한 작전이다.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백작님께서 노여워하실 거야. 한 치의 실수도 용납 못 한다.”

 

 “문제없습니다.”

 

 “하긴······.”

 

 멕클레인은 포위하고 있는 공장을 보며 피식하고 웃었다.

 

 “마족이 아니라 마왕이 온다고 해도 이런 곳에서는 살아나가지 못해.”

 

 동원된 헬기 숫자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 다 헤아릴 수도 없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장갑차가 물 샐 틈 없이 둘러싸고 있다.

 

 거기다가 주변 건물 곳곳에 저격수들까지 배치했다. 하늘로도 땅으로도 도망갈 곳이 없었다. 머리카락만 보여도 끔찍한 포격이 시작될 것이다.

 

 “절대 생포해서는 안 된다. 알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생포해서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곤란했다. 형체도 알 수 없게 사지를 찢어놓은 다음에 성문에 걸어놓을 생각이다. 증거도 충분하고 범죄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혔기 때문에 즉결 처형도 문제없다.

 

 모든 것이 다 자신이 짜 놓은 각본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그 순간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쿵!!!

 

 “뭐야! 어디야 어디서 소리가 들려온 거야?”

 

 분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디에서도 부서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저격수 대답해라! 뭔가가 보이나?”

 

 무전기를 통해 멕클레인이 주변에 잠복하고 있던 저격수들에게 무전을 보내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역시 어리둥절하고 있는 저격수들의 음성이 들렸다.

 

 “A조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B조 여기도 이상 무입니다.”

 

 “C조 아무런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헬기 쪽은 어때 뭔가가 보이나?”

 

 “여기는 알파 헬기 아무것도······ 앗! 저기!”

 

 “뭐 무슨 일이야? 뭘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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