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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예선전 (1)
작성일 : 17-12-20 17:56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11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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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번 역은 우민 성당 앞입니다. 다음 역은 강남 시민 회관입니다.」

 

 상념을 깨우는 안내음에 천유강이 정신을 차렸다.

 

 “이제 거의 다 왔네.”

 

 오늘은 무투 대회인 크러쉬의 예선심사가 있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예선 시험이 서울에서 치러져서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내려왔다.

 

 이번 역에서 많은 사람이 버스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어느새 숨도 크게 쉬지 못할 정도로 버스에 사람이 많아졌다. 무슨 행사 같은 것이 이 근처에서 막 끝난 모양이다. 서 있는 사람들은 꼼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하게 가야 했다.

 

 그렇게 한참을 불편하게 걸어갈 때, 반사된 창문으로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응?'

 

 바로 옆에는 또래로 보이는 여성이 막 성당에서 나온 듯 성경을 손에 들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표정이 매우 이상하였다.

 

 무언가 참는 것 같기도 하고 곤란한 일이 있어서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눈치인 것도 같았다.

 

 '소변이 마려운 것인가?'

 

 온통 얼굴이 빨개진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처음에는 소변이나 대변을 참고 있는 줄 착각하였으나 자세히 보니 다른 어떤 것이 보였다. 바로 스커트 아래 다리에 어떤 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니 여자의 뒤에 서 있는 음침하게 생긴 남성이 여자의 다리와 엉덩이를 손으로 주무르고 있었다.

 

 천유강이 쳐다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그 남성은 침까지 흘리며 여자를 만지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치한인가?'

 

 여자는 자신을 쓰다듬는 손길을 느꼈지만 창피하기 때문이었는지 아무 말 못 하고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천유강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응?"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힌 남자는 짧게 음성을 냈고 천유강은 주먹을 꽉 쥐고 남자의 면상을 그대로 갈겨버렸다.

 

 퍽!!!!

 

 "꾸엑!!!"

 

 경쾌한 타격감과 함께 남자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까악!"

 

 "뭐야?"

 

 갑자기 천유강이 남자를 때리자 버스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뭐냐 네놈은! 악 내 코! 내 안경! 내 잘생긴 얼굴이!"

 

 쓰러진 남자는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뒹굴었다.

 

 "그 정도 맞은 것이 다행으로 아시오. 치한 짓을 했으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천유강의 말고 얼굴이 빨개진 체 천유강의 팔을 붙잡고 있는 여자를 보고 사람들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다.

 

 "치한이었어?"

 

 "아직도 저런 놈이 있다니"

 

 "생긴 것이 저러니 치한 짓이라도 해야겠나 보지?"

 

 주변에서 수군거리자 남자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누가? 내가?! 증거 있어?! 당신 내가 했다는 증거 있냐고?!”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었지만 남자는 안면에 철판을 두르고 뻔뻔하게 행동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정확하게 증거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가능한 것이 여자의 증언이겠지만 여자는 이미 수치심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천유강도 믿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거였나?”

 

 천유강이 공간 확장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조종했다. 그러자 갑자기 허공에 홀로그램이 뜨더니 방금 남자가 했던 행동이 적나라하게 다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며 좋아하는 표정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예전 균열의 보상으로 얻은 메모리 큐브다. 주머니에 넣고만 있어도 천유강 주변의 모든 것이 자동으로 저장된다.

 

 그것을 본 남자가 당황한 듯이 홀로그램을 손으로 휘저었으나 그것이 사라지지 않자 천유강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잇!"

 

 사실 이 메모리 큐브를 들고 바로 경찰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성추행을 당하고도 창피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여성이 이런 일로 경찰에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물리적으로 제재한 거다.

 

 남자는 분한 듯, 이를 악물고 일어나더니 자신의 겉옷 안주머니에서 이상한 물체 하나를 꺼냈다.

 

 '진흙?'

 

 남자가 꺼낸 것은 유리병이었는데 진흙처럼 생긴 것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남자는 그 유리병을 다짜고짜 바닥에 던져 버렸다.

 

 쨍그랑!

 

 유리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속에 들어있는 진흙이 쏟아져 나왔다. 황당한 행동이었지만 남자는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 천유강을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 질렀다.

 

 "빌어먹을 한참 젊은 놈이 감히 나를 방해했겠다. 혼쭐을 내주지!!"

 

 하고 말하며 남자는 진흙을 바라보며 수인을 맺었다.

 

 "%#$%#$%#$@%!"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순식간에 말하니 진흙이 부글부글 끓더니 이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며 사람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고, 골렘이다! 저 사람 골렘술사야!"

 

 골렘이란 흙이나 돌, 철과 같은 물체에 의지를 불어넣어 시술자를 보호하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일종의 마법 병기다.

 

 골렘은 강력한 소환수로 전쟁 중에 총알받이로 쓰이거나 성문을 부수는 등의 중요한 일을 담당한다. 효율이 높고 시술자의 능력에 따라서 그 위력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짧은 주문으로 이 정도의 골렘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은 앞의 이 남자가 생각보다 수준 높은 골렘술사라는 것을 의미한다.

 

 골렘은 이미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공격 태세를 마쳤다.

 

 "크하하하!! 이제 와서 엎드려 빌어봤자 늦었다."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골렘의 거의 유일한 단점이다. 하지만 이런 좁은 공간에서 골렘과 1:1 대결을 펼친다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행동이다. 골렘 중에서도 가장 격이 떨어진다는 클레이 골렘이지만 인간의 육신에 비하면 전투 목적으로는 훨씬 우월하다.

 

 골렘술사를 상대하는 것은 단순하다. 골렘을 핵을 부숴서 기능을 못하게 만드는 것과 시술자를 직접 공격하여 더는 조종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퍽!

 

 천유강의 주먹이 다시 한번 남자의 눈가를 타격하였다.

 

 "켁!"

 

 골렘을 소환하여 공격할 때는 시술자는 멀리 피해있는 것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만원 버스 안, 남자가 도망갈 장소는커녕 숨을 곳도 없었다.

 

 퍽! 퍽! 퍽! 퍽! 퍽!

 

 남자가 골렘을 조정하기도 전에 천유강의 주먹이 무자비하게 남자의 온몸을 난타했다. 이미 골렘은 주술이 완성되어 그 형태를 갖췄지만 그것을 조종할 골렘술사가 명령을 내리지 않자 그냥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그것을 잘 알기에 천유강은 뒤에 있는 골렘은 무시하고 눈앞에 남자를 두들겨 패는 데 집중했다.

 

 제대로 때리면 한 방이면 골로 가겠지만 죽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방에 편히 끝내는 것이 싫었던 천유강은 주먹과 다리를 사용해 남자를 자근자근 밟아 놨다.

 

 퍽! 퍽! 퍽! 퍽!

 

 "쿠에에에엑!!!!"

 

 몇 대를 그렇게 온몸으로 맞자 골렘의 조정이 풀렸는지 클레이 골렘은 다시 진흙으로 돌아갔고 남자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스 바닥을 기었다.

 

 "바보인가?"

 

 "적이 코앞에 있는데 골렘을 소환하네."

 

 "생긴 대로 놀고 있네."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는 자신의 멍청함을 깨닫고 얼마 없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침 버스가 다음 역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니 쩔뚝거리면서도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갔다.

 

 "큭!!"

 

 "에라이! 나쁜 놈아."

 

 누군가가 버스 창밖으로 던진 먹다 남은 빵을 맞고 남자는 초라하게 사라져갔다.

 

 "아~ 속이 다 시원하네. 잘했어, 젊은이."

 

 "잘했어!"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 손뼉을 치며 천유강을 칭찬했고 여자도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생각 같아서는 다리몽둥이라도 분지르고 싶었지만 일이 더 커지면 안 되니 참았습니다. 원하시면 저놈의 범죄 기록을 넘겨드리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아무리 진술을 위해서라도 저런 놈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버스 안의 작은 소란을 지나 몇 정거장을 더 가니, 마침내 크러쉬의 예선 현장으로 갈 수가 있었다.

 

 "겨우 왔네."

 

 크러쉬의 예선심사를 한다는 현수막이 크게 붙어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성이 천유강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접수하시려고 오신 건가요?"

 

 "네."

 

 "그럼 이 문서를 작성해 주시고요 가져오신 무구들은 저에게 주세요. 스캔해야 합니다."

 

 여자의 말에 천유강은 자신이 가져온 꾸러미를 여자에게 넘겨주고 예선 심사 양식을 작성하였다.

 

 "예선 방식은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많은 타격을 강철 골렘에게 주게 되느냐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전 세계 300여 곳에서 심사가 되니 주의하시고 최대한 열심히 하세요. 총 160명이 예선에 진출하게 됩니다."

 

 크러쉬라는 경기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투 대회였다. 그도 그럴 것이 크러쉬 1회 대회에 우승자가 천유강의 아버지이자 풍신으로 유명한 천무호였다.

 

 천무호의 데뷔 무대가 크러쉬인 것을 고려하여 나중에는 아예 크러쉬 대회를 대회에 출전 경력이 없거나 3회 이하의 사람들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로 바꾸었다.

 

 풍신을 동경하는 무인들이 전 세계에 워낙 많다 보니 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수도 많고 후원하는 기업들도 많다. 대회 경험이 적은 무인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지만 전 세계에 생중계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출전자들의 경험은 적지만 이름 있는 대회니 시험의 수준도 최상급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예선경기도 못하고 떨어질 것이 분명했다.

 

 "으윽!"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자 앞에 온 사람들이 어떤 방에 들어갔다가 하나둘 나오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이 낭패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강철 골렘에 타격을 주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여기 있는 강철 골렘은 보통 골렘이 아니라 골렘술사 10명이 같은 마력을 주입해 움직이는 것으로 움직임은 적지만 그 단단함은 일반 강철의 수십 배를 뛰어넘었다.

 

 "다음 분 들어오세요."

 

 이윽고 천유강의 차례가 되어 천유강이 들어가게 되었다.

 

 심사장 안에는 빈 곳에 로봇처럼 생긴 5m도 넘는 강철 골렘이 있었는데 등 뒤로는 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은 다시 10개로 나뉘어 멀리 있는 골렘술사들이 하나씩 잡고 있었다. 아마도 그곳으로 마나를 주입하는 듯했다.

 

 골렘술사들은 모두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데 골렘에 마나를 주입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특히 그중의 한 명은 거의 탈진 직전이었다.

 

 "헥헥~ 더는 못하겠다. 왜 내 후번 근무자는 안 오는 거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그는 혀를 개처럼 내밀고 탈진상태로 있었는데 그때 뒤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조금 늦었다니!! 지금 도대체 몇 시요!?"

 

 "죄송합니다."

 

 늦게 온 사람이 계속해서 굽실거리며 앞의 사과를 하고 줄을 잡았다.

 

 그런데 줄을 잡은 자의 얼굴은 천유강에게 낯이 익었다. 그 사람 또한 그런지 천유강을 보고 벌떡 일어났다.

 

 "너, 너!"

 

 자세히 보니 아까 천유강에게 망신을 당한 그 골렘술사였다. 그는 이곳으로 가는 버스를 타던 중에 천유강에게 맞고 이제야 온 것이었다.

 

 [자 그럼 준비하겠습니다.]

 

 안내자인 사람이 확성기로 말하자 그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 앉았다. 비록 아무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눈은 이미 분노로 가득했다.

 

 [총 3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그 시간 안에 최대한의 피해를 골렘에게 입혀야 합니다. 데미지는 골렘에 붙어있는 센서를 통해서 다 입력이 되니 그 점 유의하고 하세요."]

 

 우우웅~

 

 골렘에게 골렘술사의 마력이 들어가는 소리가 마치 파이프 오르간을 치는 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렸다.

 

 이 골렘은 몇 년 전만 해도 전쟁에 쓰였던 구형 전투 골렘이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고 방어력이 뛰어났지만 마나 소비가 너무 커서 지금은 거의 실전에서는 쓰이지 않는 골렘이다.

 

 동일한 파워로 온종일 골렘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토록 많은 골렘술사가 필요한 것이었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골렘술사 중에서 리더 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하니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력을 주입했다. 마력이 지나는 선에는 마력을 조절하는 장치가 달려 있었는데 아무리 많은 마나를 주입해도 100마력 이상은 들어가지 않았다. 일종의 안전장치이자 공평한 시험을 위한 장치다.

 

 1,000마력의 힘이면 예선전을 치르는 사람들이 다칠 정도로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골렘의 힘과 무게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큰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다.

 

 마력이 주입되자 골렘의 눈 쪽에서 불이 켜지더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타이머를 재겠습니다. 자 시작!]

 

 확성기의 음성이 끝나자마자 골렘이 느릿느릿하게 공격을 시작했다.

 

 쿵!

 

 아무렇게나 휘두른 손이었으나 바닥을 강타하니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일어났다. 거대한 몸체와 무게만큼 파워가 장난 아니었다. 저런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내상을 입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 스피드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천유강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그 공격을 피한 후에 골렘의 가슴을 주먹으로 공격했다.

 

 깡!

 

 웬만한 강철 정도는 종잇장처럼 찢어버리는 천유강의 손이었지만 역시 마나가 머문 전투 골렘은 쉽사리 부서지지 않았다.

 

 조금 인상을 쓴 천유강은 이번에는 손날에 기를 한데 모아 골렘의 무릎 부분을 공격하였다.

 

 퍽!!!!

 

 천유강의 공격에 맞은 골렘의 무릎이 돌에 찍힌 탁구공처럼 찌그러졌다. 찌그러진 다리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골렘이 주저앉았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지 않는 골렘답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무를 잊지 않고 손바닥을 계속 움직여 천유강을 공격했다.

 

 붕~~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골렘의 공격에 천유강은 일단 뒤로 멀리 뛰어 그 공격을 피하였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을 주니 골렘의 뭉개졌던 무릎 부분이 끼이익 하고 소리를 내더니 다시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다.

 

 이것이 바로 골렘의 무서운 점이다. 마나만 충분히 공급된다면 아무리 망가져도 재생되어서 다시 움직일 수 있었다.

 

 '역시 전투 골렘 회복력이 뛰어나군.'

 

 다시 일어난 골렘에게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천유강이 먼저 달려들었다.

 

 '속도다. 최대한 내 장기를 살려야 해.'

 

 양손에 기를 잔뜩 주입한 천유강은 골렘에게 바짝 달라붙어 쉴 틈을 주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

 

 퍽~ 퍽~ 퍽~ 퍽~

 

 두들겨 맞는 과정에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골렘은 계속 반격했지만 천유강은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계속 몰아붙였다. 골렘은 계속 회복했지만 그 회복력을 뛰어넘는 공격이었기에 곧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시험관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단한 사람인데요? 이러다가 골렘이 망가지겠어요. 중지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글쎄, 우린 위에서 그런 말을 못 들었으니 계속 마력이나 주입해야겠지. 골렘이 망가져도 우리 소관은 아니야."

 

 골렘에게 마나를 주입하고 있던 골렘술사들도 천유강의 활약을 지켜보며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쿵!!

 

 골렘의 거대한 몸체가 결국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이제는 회복에만 신경을 쓰는 듯 움직임도 많이 느려져 있었다.

 

 다들 천유강의 솜씨에 감탄하고 있었지만 한 사람만은 그 모습을 보며 얼굴을 심하게 찡그리고 있었다.

 

 “저 새끼. 이대로라면 예선에 통과할 텐데······.”

 

 그 남자는 천유강에게 맞았던 바로 그 버스 안 치한이었다. 아까 맞은 자리가 아직도 후끈거리는 것이 아무래도 내일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들 것이 분명했다.

 

 지금도 원래는 병원에 먼저 가서 진료를 받아야 했지만, 그렇다고 일에 안 나가면 잘릴 위험이 있어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그의 분노는 배에 달했다.

 

 "이대로 순순히 보낼 수는 없지."

 

 남자는 눈치를 살피더니 선에 부착되어 있는 마력 조절 장치를 슬그머니 뺐다. 이 장치가 없으면 100마력 이상으로 마력을 보낼 수 있다.

 

 그 사람의 마력을 공급하는 줄에 갑자기 많은 양의 마력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다들 천유강과 골렘과의 전투에만 신경 쓰고 있었기에 남자의 일탈을 눈치 채지 못했다.

 

 조절 장치를 뺀 남자는 혼자서 1,000이 훌쩍 넘는 마력을 보냈다. 그러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골렘의 눈 부분에서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력한 마나가 갑자기 들어오니 골렘의 회복력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제까지 받은 데미지가 순식간에 복원이 되었다.

 

 쿵!!!!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골렘의 공격에 천유강이 몸을 옆으로 날려 피했다.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충격이다. 저런 것에 맞으면 뼈도 추리지 못한다.

 

 “뭐지?”

 

 갑자기 빨라진 골렘의 움직임에 시험을 관전하던 사람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까지 많은 시험을 치렀지만 골렘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인 적이 없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문제의 골렘술사가 빠르게 마나를 정상으로 돌려놔서 움직임이 정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고개만 한 번 젓고는 다시 시합을 관전했다.

 

 그 다음부터는 고렘술사도 더 교활하게 행동했다. 공격하는 짧은 순간만 마나를 한꺼번에 주입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였다. 하지만 골렘을 상대하고 있는 천유강은 속일 수 없었다.

 

 ‘저자로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교활하게 웃고 있는 골렘술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즉시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저 골렘술사도 시험관 중의 하나다. 그런 그가 이런 일을 벌인다면 부정행위로 당장 해고되고 심하면 고소당할 수 있다. 당장 나서서 그의 행위를 고발하려도 생각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한 번 해보자.’

 

 아무리 뛰어난 골렘술사라도 주입할 수 있는 마나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신형 골렘도 아닌 이렇게 큰 구형 골렘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남자 혼자만으로는 벅찰 거다.

 

 천유강은 자신이 있었다.

 

 퍼버벅!!!!!

 

 기어를 한 단계 올린 천유강의 몸놀림이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눈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속도를 내니 천유강이 골렘을 때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미 천유강의 점수는 다른 참가자들이 낸 점수의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지금도 합격점을 충분히 넘겼지만 천유강은 이런 위기도 수련의 일부분으로 생각했다.

 

 “큭! 큭!”

 

 남자는 천유강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마력을 넣을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자꾸 시기를 놓치니까 에라 모르겠다하고 생각하고 무작정 마나를 집어넣기 시작했다.

 

 이제는 주변 시험관들도 눈치 챌 정도로 마력을 주입했지만 이미 분노로 가득 찬 남자의 머리에는 그런 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천유강이 기다리는 바였다. 골렘에 마나가 가득 주입된 것을 보자마자 천유강은 온힘은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손톱에 내기를 가득 담아 빠르게 움직였다.

 

 푹!!

 

 골렘의 배 부분에 손가락을 강하게 찔러 넣고는 그대로 골렘을 타고 올라가 머리끝까지 올라갔다.

 

 끼이이이익!!!!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쇠의 마찰음과 함께 골렘의 배 부분에서 머리까지 천유강의 손가락이 그어놓은 네 줄기의 기다란 금이 생겨났다.

 

 골렘의 몸을 흔들 정도의 강력한 공격이다. 골렘이 비틀거리는 틈을 타서 후속타가 들어갔다.

 

 콰지지직!!!!

 

 천유강의 공격이 들어가니 골렘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일격이 연달아 들어가니 골렘에 내부에 그려진 마법진이 결국 견디지 못하고 안에서부터 붕괴하고 있는 것이었다.

 

 "크아아악!!!!!!!"

 

 골렘이 부서지면 그 충격은 고스란히 술자에게로 전해지게 되어있다.

 

 다른 사람들은 조금의 마력만 주입하고 있어서 그 충격은 거의 없었지만 남자는 달랐다. 다른 사람의 몇 십 배의 마력을 주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의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진 거다.

 

 더욱이 무리한 마력을 주입하고 있어서 몸에 무리가 간 상태다. 충격이 발끝을 타고 정수리 끝까지 올라왔다.

 

 "컥! 컥!"

 

 남자는 쇼크가 켰는지 소리도 못 지르고 목에 뭐가 막힌 듯 신음을 내며 거품을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다급히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다.

 

 “뭐, 뭐야!”

 

 "충격이 커서 혀를 깨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남자가 혀를 물지 못하게 막았고 다른 사람은 도움을 구하러 밖으로 나갔다.

 

 난장판이 된 곳에서 시험 관리자 중의 하나가 황급하게 뛰어서 천유강에게 다가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놈이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미친 짓을 벌일 리가 없는데······."

 

 아직 남자와 천유강의 악연을 알지 못하는 남자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자신이 미칠 지경이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었으면 살인 사건으로 번질 뻔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시험 결과는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골렘을 부숴버릴 정도의 타격이었으면 무난하게 합격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가도 되나요?"

 

 "네! 물론이죠. 그렇고말고요. 정말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개인의 돌발행동이라지만 살인미수로 볼 정도의 사고가 있어났으니 천유강이 그것에 관해 이야기하면 여기 책임자들은 사표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 딸린 식구가 줄줄이 있는 직원은 그것을 알고 고개가 바닥에 닿듯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모든 행동이 녹화되고 있으니 저놈을 살아나도 철창신세를 면치 못할 겁니다.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런가요?"

 

 천유강은 남자를 힐끗 한번 보고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

 

 그날 저녁, 잠을 자기 위해 막 씻었는데 핸드폰에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유강이냐?」

 

 전화를 건 사람은 천유강의 절친이자 사촌인 배대강이었다.

 

 "응. 대강이냐?"

 

 「그래 큰일 났다. 너 크러쉬 대회에 나간가도 했지? 거기 너 합격한 거야?」

 

 "그래 조금 전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금 TV를 틀어봐 지금 엄청난 소식 있어.」

 

 "뭔데?"

 

 「빨리 틀어봐 그럼.」

 

 배대강은 자신의 말만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왜 그러지?"

 

 궁금하게 여긴 천유강은 아직 젖은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TV를 틀었다. TV에서는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는데 위에 특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이상진 씨 반왕이 이렇게 공식적으로 대회에 나오는 것은 처음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오왕 중에서는 유일하게 공식 대회에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는 반왕 쿠아칸이었죠. 참 소문만 무성했지 않습니까? 정말로 반왕이 오왕의 대열에 낄 자격이 있다 혹은 없다로 전문가 사이에서도 말이 많았는데요. 이번 대회로 그 궁금증이 풀렸으면 좋겠네요.”

 

 “그렇군요. 그럼 시청자들을 위해서 반왕에 대해 조금만 말해주시겠습니까?”

 

 “네. 반왕은 오왕 중 한 명으로 현재 내전이 끊이기 않고 있는 태국의 식민지인 필리핀군의 리더입니다. 현재 강력한 태국의 왕국과 맞서 이제까지 버틴 것도 반왕이 없으면 불가능했다고 말해지는데요. 반왕이 오왕 중의 한 명으로 된 유명한 사건도 전쟁 중에 반왕이 홀로 국왕을 암살하러 갔던 사건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 암살 기도는 실패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랬죠. 하지만 국왕의 친위대에게 둘러싸여 싸웠음에도 총 10명의 친위대 중에 3명을 죽이고 탈출한 사건으로 정말로 세계 사람들을 다 경악했죠. 친위대들이 누구입니까? 무예 강국인 태국인들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특급 무인입니다. 특히 국왕의 친위대장인 남삭아노는 오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정평이 나 있는 무인 중의 무인이었음에도 말이죠.”

 

 “아~ 그럼 이번 크러쉬의 우승은 반왕인 쿠아칸이 차지한다고 봐야겠군요.”

 

 “당연히 우승은 따놓은 단상이라고 말해도 되겠지요. 문제는 갑자기 이번 대회에 나온 이유인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추측성 기사가 나오지 않습니까? 제가 들은 정보로는 반군의 자금이 떨어져서 우승 금으로 그 자금을 대기 위해서라는 말을 들었는데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자금 문제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렇다면 이제까지 나오지 않은 이유가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도 설득력 있는 추측은 이번 대회에 참관인으로 태국의 국왕이 나오는 것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대회에 특별히 태국 국왕이 친히 참관한다고 되어있죠. 하지만 현실에서 직접 경기하는 것이 아니라 디멘션 상에서 경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암살이나 다른 어떤 것은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겠지만, 국왕 앞에서 반왕이 압승을 거둔다면 반군들의 사기 진작에도 상당히 도움을 주겠죠.”

 

 “잘 알겠습니다. 이제까지 이상진 씨가 나와서 설명해 주셨는데요. 이제 얼마 앞으로 다가온 크러쉬 대회에 참가한 반왕이 도대체 어떤 경기를 펼쳐줄지 여러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는 시민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유민 캐스터!”

 

 '반왕!'

 

 뜻밖의 소식이었다. 자신이 참가하는 무투대회에 반왕이 나온다는 정보가 모든 방송사에서 특보로 정하고 계속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무리 전왕보다 한 수 아래로 치는 반왕이지만 세계의 수많은 무인들을 제치고 오왕에 당당히 들어간 최고수. 자신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리라는 것은 당연했다.

 

 너무나도 힘의 차이가 크기에 비무의 의미가 없어 전왕인 이모부에게 비무 신청해본 적도 없는 천유강이다. 전왕이 눈을 감고 한쪽 팔만 사용한다고 해도 생채기 하나 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반왕이 그 힘의 반의반만 되어도 결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섰다.

 

 항상 강한 자들과 싸우길 열망했던 그다. 이런 일을 마다할 리가 없는 것이다.

 

 '반왕, 그를 이겨야······.'

 

 천유강은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버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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