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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미라클 (8)
작성일 : 17-12-15 19:34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8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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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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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술사와 왕실의 방문단들이 정식으로 영주를 방문했다. 이 또한 후계자를 정하는 절차이니 영지민들도 그들의 등장을 반기며 환영의 노래까지 불렀다.

 

 마침내 성에 영주와 타이브를 비롯한 많은 중신들 그리고 핫세와 그의 아들들까지 모였다. 얼굴이 반쪽이 된 탈랄도 보였는데 간신히 목숨만은 건져서 도망친 듯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기반이던 친위대를 모두 잃었으니 살아도 산목숨이 아닐 것이다.

 

 “얼핏 들으니 후계자께서 어린 나이에 혹독한 성인식에 통과했다고 들었습니다. 훌륭한 후계자를 두었으니 이 도시가 번창하는 일만 남았군요. 허허~”

 

 방문단의 사신이 우선 듣기 좋은 말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려 했다. 영주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며 화답했다.

 

 “우리 부족 전사라면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관례에 불과하오. 아직 모자라오.”

 

 “허허~ 이 부족의 성인식이 혹독한 것은 널리 왕실에까지 알려진 사실입니다. 모자라다니요? 겸손한 말씀이십니다. 이분이 후계자시죠?”

 

 사신은 옆에 서 있는 천유강을 가리키며 물었다.

 

 “두 부자가 정말로 똑 닮으셨군요. 얼굴뿐 아니라 기상까지 같아 보입니다.”

 

 방문단의 말대로 타이브가 살까지 오르자 정말로 영주의 모습과 더 비슷해졌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봐도 부자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데 핫세 님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하는 이야기는 잘못하면 영주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것을 아는 사신은 유난히 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후계자께서 영주님의 친아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허허~ 간혹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와 보니 기우처럼 느껴지는군요.”

 

 정말 드물게 부인들이 측근들과 바람이 나 영주의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낳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영주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부인의 잘못이다. 이들도 영주와 바바가 짜고 거짓 후계자를 구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때 핫세가 여유롭게 나섰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긴 하지만 뭐든지 확실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나중에 일이 불거지는 것보다 지금 확실하게 하고 지나가는 것이 좋겠죠.”

 

 “이런 일을 요청하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죄송하지만 저희도 아무 증거 없이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어서요.”

 

 무려 영주의 친자를 가리는 문제다. 결과를 떠나서 영주에게 치욕적인 행위니 왕의 사신들도 마음대로 행동하기는 꺼려졌다.

 

 “그게······, 아쉽게도 물증이 있어서 말입니다.”

 

 “네? 그게 무슨······.”

 

 “데려와라.”

 

 바바가 신호하자 병사가 누군가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한 여성과 어린아이였는데 영주도 아는 사람이었다.

 

 “흠~”

 

 영주가 불편한 심기를 노출하자 핫세는 더 신이 나서 말하기 시작했다.

 

 “이 여자는 영주의 세 번째 부인이던 여성이요. 그리고 이 아이가 영주의 성에 있을 때 임신해서 낳은 아이지.”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영지의 사정이 밝지 못한 사신들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타이브라는 아이는 영주가 자신의 세 번째 부인이 낳은 아이라고 주장하던 아이요. 하지만 그 아이는 보시는 것처럼 전혀 다른 아이죠.”

 

 여성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타이브와 비슷한 또래였지만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즉, 영주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여기 있는 후계자는 누구란 말입니까?”

 

 “그 또한 증인이 있습니다. 데려와라!”

 

 핫세가 소리치자 다른 병사들이 또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이번에는 모습이 꾀죄죄한 것이 귀족이 아니라 평민들인 거 같았다.

 

 그들이 누군지는 타이브의 기억을 가진 천유강이 먼저 알아봤다. 그들은 타이브와 같이 장사를 하던 시장 상인들이었다.

 

 “이들은 시장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입니다.”

 

 “네? 장사꾼들이란 말입니까? 그런데 그들을 왜 데려온 것입니까?”

 

 “바로 후계자의 정체를 밝힐 중요한 증인이기 때문이죠. 여봐라! 똑똑히 말하라. 저기 있는 저 후계자가 누구인지를!”

 

 핫세가 장사꾼들을 독촉하자 그들은 천유강을 모습을 유심히 보고는 열심히 고개를 흔들었다.

 

 “맞습니다. 조각을 만들어 팔던 그 타이브가 확실합니다. 저랑 무려 2년 동안 같은 곳에서 장사했었습니다.”

 

 “확실한가?”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아이가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영주의 아들이던가?”

 

 “아닙니다. 저 아이의 엄마도 알고 있습니다. 죽기 전까지 시장에서 일하던 천한 신분이었습니다.”

 

 상인의 폭탄 발언이 지나가자 성안의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그들과 타이브를 번갈아 가며 보았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사신이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저 후계자가 평민의 아들이고 일개 상인이었다는 말입니까?”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하지만······ 왜 영주님이 평민의 아들을 후계자라고 말했단 말입니까? 그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핫세는 자신도 가슴 아프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 그조차 악어의 눈물이었다.

 

 “사실, 제 동생인 영주는 어려서 남성에 큰 상처를 입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과 닮은 아이를 후계자로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왕실에 대한 모욕입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평민의 자식이라뇨?! 형님분과 그 자제분들이 왕성하게 있는데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허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충격받은 방문단들이 공황 상태에 있자 이번에는 주술사가 앞으로 나섰다. 이 주술사는 왕실에서도 제일가는 주술사로 이 방문단 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분에 속했다.

 

 “이 때문에 내가 온 것 아니겠나? 구차하게 말로 할 것 없네. 내 주술이면 단숨에 해결되니까.”

 

 “오! 그렇지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커다란 지팡이를 든 주술사가 영주 앞에 가더니 예의를 갖추고 멋들어지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하메르 영주님. 죄송하지만 절차는 절차니 후계자님께 실례 좀 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즉 친자를 가리는 주술을 사용하겠다는 의미였다. 원래라면 영주에게 큰 무례가 되는 주술이나 핫세의 말까지 들은 후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영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주술사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천유강에게로 갔다.

 

 ‘어떡하지?’

 

 균열에서의 최고 위기다. 몬스터들과 싸울 수는 있어도 왕실에서 파견한 방문단과 주술사와 싸울 수는 없다.

 

 이대로 도망쳐야 하는지 아니면 순순히 재판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천유강의 머리에 손을 얹은 주술사가 주술을 외웠다.

 

 “@#%@#%.”

 

 괴상한 주문이 외워지자 천유강의 머리에서 빨간 나비가 나타났다. 주술로 만들어진 나비다.

 

 “자~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천유강의 머리에서 나타난 나비는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곧 살랑거리면서 날기 시작했다.

 

 사뿐사뿐 날던 나비가 내린 곳은 바로 영주의 손 위였다.

 

 “······.”

 

 “······.”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숨죽이고 있을 때 주술사가 머리를 한차례 긁고는 유쾌하게 말했다.

 

 “영주님의 친자가 맞아요.”

 

 이제까지 핫세가 한참을 떠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그 말에 긴장을 최고로 끌어올렸던 다른 사람들이 비틀거렸다.

 

 모두가 황당해했지만 가장 당황한 것은 역시 핫세와 그의 아들들이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다.

 

 “뭐, 뭐요? 뭔가 잘못된 거요.”

 

 핫세의 말에도 주술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제 주술이 틀릴 리가 없습니다. 분명히 후계자는 영주님의 친자가 맞습니다.”

 

 “하지만! 저 여자의 아들이 아닌데······.”

 

 핫세가 영주의 세 번째 부인이었던 여자에게 손가락질할 때 누군가가 등장했다.

 

 “이런, 이런, 이건 다 제 불찰입니다.”

 

 “바바?”

 

 그건 이제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바바였다. 그는 한결 여유로운 표정으로 성안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전달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후계자인 타이브 님은 셋째 부인인 루바 님의 아들이 아니라 아홉 번째 부인인 디나 님의 아들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번쩍 든 것은 이제까지 가만히 있던 영주와 타이브의 기억을 가진 천유강이었다.

 

 “디···나?”

 

 “엄···마?”

 

 디나라는 이름은 분명 영주의 아홉 번째 부인의 이름이었고 타이브의 어머니 이름이기도 했다.

 

 “제 부하가 잘못 전달해서 이런 번거로움을 겪게 했군요. 허허~”

 

 바바가 사람 좋은 웃음을 보내자 이제까지 멍한 표정을 하고 있던 방문단들과 주술사도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저는 또 뭔가 잘못된 줄만 알고 걱정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영주님이 후계자를 거짓으로 꾸밀 이유가 없지요.”

 

 “그렇습니다. 자자~ 이제 상황이 끝났으니 연회라도······”

 

 “잠깐!!!!”

 

 바바가 능숙하게 방문단과 주술사를 연회장으로 데려가려 하자 핫세가 고함을 치며 그들을 막았다.

 

 “또, 무슨 일이죠?”

 

 주술사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면 하메르 영주는 몰라도 그의 형이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핫세는 한술 더 떴다.

 

 “다, 당신! 영주와 짰지! 영주가 아들이 있을 리가 없어. 저놈은 고자라고!!”

 

 핫세가 영주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영주를 지키던 전사들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굴었다. 아무리 영주의 형이라도 영주에게 이렇게 무례할 수는 없다.

 

 역시 기분이 상한 주술사도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영주의 형에게 해를 끼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

 

 “제 주술은 저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못 믿으시겠다면 그 증거를 보여드리죠. 저분들이 핫세 님의 자제분들이죠?”

 

 주술사가 가리킨 쪽에는 핫세의 네 아들들이 서 있었다.

 

 “증명해 보이죠. 이쪽으로 와보시겠습니까?”

 

 주술사가 첫째 아들인 파드 손짓하자 파드가 멈칫하더니 순순히 다가왔다.

 

 “잘 보세요. 이렇게 하면······.”

 

 주술사가 주술을 외우자 전처럼 파드의 머리에서 빨간 나비가 나와서 날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날아가기 시작했는데, 도착한 곳은······

 

 “엥?”

 

 모두의 생각과는 달리 나비가 날아간 곳은 핫세가 아니라 그를 호위하던 병사 중의 하나였다.

 

 다들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보고 있자 그 병사가 갑자기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쨍그랑!!

 

 창문까지 깨며 밖으로 도망가 버렸다.

 

 “······.”

 

 “······.”

 

 난데없는 사건에 모두가 넋을 놓았다. 핫세와 파고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 건 당연한 일이다.

 

 “이것 참! 간혹 이런 일이 있긴 한데, 그러니까 다시 하자면······.”

 

 이번에 주술을 건 사람은 둘째 아들인 와하드였다. 같은 주문을 걸자 빨간 나비가 나타나 다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이번엔 확실할 겁니다. 이번엔······.”

 

 하지만 이번에도 나비가 도착한 사람은 핫세가 아니라 그를 호위하던 다른 병사였다.

 

 그리고 그도······.

 

 쨍그랑!!

 

 같은 방법으로 사라졌다.

 

 이번엔 와하드의 안색이 하얗게 되었고 핫세는 아예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허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그러니까······.”

 

 이번엔 탈랄에게 주술을 걸었는데 나비가 다른 사람에게 가기도 전에 다른 병사가 뛰었다.

 

 쨍그랑!!

 

 깨어진 창문으로 빨간 나비가 폴폴거리며 뒤따랐다.

 

 “······.”

 

 “······.”

 

 이미 장내에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 눈동자만 굴리고 있을 때 멋쩍은 표정을 한 주술사가 마지막 아들에게 가 주문을 걸었다. 바로 성인식도 통과하지 못한 못난이 아들 알하리리였다.

 

 주술로 생긴 나비가 다시 폴폴 날기 시작하더니 다른 사람에게 가서 앉았다. 다행히 이번엔 핫세가 맞았다.

 

 “어······, 맞죠?”

 

 이날, 다른 사람들이 연회장에 갈 때까지 핫세와 그의 아들들은 한걸음도 움직이지 못했다. 분위기 파악하지 못한 알하리리만 천유강 곁에서 먹고 떠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의 일이었다. 천유강, 아니 이제는 타이브의 인격이 주도적으로 움직여 영주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거짓말이죠? 주술사를 매수해서 그런 거죠? 네? 제가 영주님의 아들일 수가 없잖아요.”

 

 “······디나는 내 아홉 번째 부인이었다.”

 

 마지막 부인이자 마지막에 임신했던 부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쫓았던 부인이기도 했다.

 

 “거짓말!!!!”

 

 타이브가 분노해서 소리쳤다.

 

 “내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굶고 병들었는데도 먹을 것 하나 먹지 못하고 번번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쓰러졌어! 죽기 바로 전전날까지 시장에 가서 일하다가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마지막까지 내 앞날을 위해서 걱정하시다가 내 손을 잡고 돌아가셨어! 근데, 뭐가 어쩌고 어째!!!”

 

 타이브가 신경질적으로 옆의 기물을 던졌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물 항아리가 처참하게 깨져 바닥에 나뒹굴었지만 영주는 입술을 꾹 닫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자신의 부인이 그렇게 되도록 놔둬? 당신은 내 아버지가 아냐! 아니어야 해!”

 

 타이브는 입고 있던 후계자의 의복을 벗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방을 지키던 호위병들이 조심스럽게 영주의 눈치를 살폈지만 영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놔두어라. 그리고 모두 나가봐.”

 

 영주의 명령에 지키던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나갔다. 영주가 축객령을 내렸으니 아무도 들어오면 안 되었지만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바바였다.

 

 “바바는······ 알고 있었지?”

 

 “네, 그렇습니다.”

 

 바바가 평온하게 이야기하자 영주의 떨리는 눈이 그를 담았다.

 

 “······어떻게 알았지?”

 

 바바는 주술사와 같은 힘이 없다.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판명 난 영주의 아이를 찾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바바는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제가 어찌 영주님의 아들을 몰라볼 수 있겠습니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연히 시장을 돌던 바바가 타이브를 보았을 때 숨이 멎는 줄만 알았다. 그곳에 영주의 어린 시절과 똑 닮은 모습의 아이가 능숙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비록 너저분한 차림에 온몸에 흙먼지가 묻어있었지만 바바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

 

 놀란 바바가 타이브의 뒤를 캤고 그제야 그 아이가 내쫓겼던 아홉 번째 부인인 디나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알고 나니 모든 의문점이 풀렸다.

 

 “저는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 주술사를 쫓겠다고 나간 것도?”

 

 “연극이었죠.”

 

 사실 바바의 입장에서는 주술사가 이곳에 와서 영주의 친자임을 확실하게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핫세가 타이브를 그냥 놔둘 리 없었다. 분명 무슨 수작을 벌여서 타이브를 해치우려 할 것이다.

 

 그래서 연막작전을 펼친 거다. 타이브가 영주의 친자가 아니라고 믿고 있는 핫세라면 타이브를 오히려 보호하고 주술사를 친절하게 이곳까지 데려올 것이라 생각했다. 중간에 있었던 성인식은 물론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

 

 처음부터 끝까지 핫세는 바바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왜 나에게 숨겼나?”

 

 아무리 확실한 물증이 없더라도 자신에게 귀띔을 해 줄 수는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바바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과 당사자인 영주와 타이브까지 속였다.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 모두에게요.”

 

 바바의 말이 끝나자 부들거리던 영주가 소리쳤다. 이 모든 원흉을 잡기 위함이다.

 

 “의료사를 들라 해라!”

 

 영주의 엄명에 병사들이 미친 듯이 뛰어서 의료사를 방으로 끌고 왔다. 영주에게 이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분명 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렇습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분명 남성에 큰 부상을 당해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근데! 내 아들이 나타났다! 주술사가 증명한 내 아들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분노한 영주가 잡아먹을 듯이 소리치자 치료사는 바들거리며 땅에 납작 엎드리며 말했다.

 

 “제, 제가 진료한 것이 맞는다면, 영주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회복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식을 낳았다면······.”

 

 “낳았다면?”

 

 치료사는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도 말을 이었다.

 

 “그건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허~”

 

 그 말에 허망해진 영주는 몸을 등받이 깊숙이 뉘었다. 그리고 핏기 없는 손을 휘둘러 치료사를 내보냈다.

 

 “내정 담당 불러와.”

 

 이번에 불려온 자는 내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다. 바로 타이브와 악연이 있고 불량배인 무하마다의 뒤를 봐주던 무크린이라는 자다.

 

 “내 분명히 디나에게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을 주라고 했어. 그렇지?”

 

 살기 가득한 영주의 눈빛을 받은 무크린은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빌기 시작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살려주세요!”

 

 다른 부인들은 모두 명망 있는 귀족 집안의 여식이었지만 마지막 부인인 디나는 성에서 거주하던 시녀 중의 하나였다. 돌아갈 곳도 없는 그녀의 남은 삶을 생각해서 특별히 무크린에게 당부하기까지 했는데 그가 돈을 착복한 거다.

 

 그래서 디나는 아이를 낳은 몸으로 시장 바닥을 전전하며 돈을 모아야 했다.

 

 “당장 이자의 사지를 찢어 마물의 먹이로 주어라!”

 

 “네! 알겠습니다.”

 

 영주가 말하자 병사들이 무크린의 양팔을 잡고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무크린의 마지막 비명을 들으면서 영주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훑었다.

 

 “맙소사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아홉 번째 부인인 디나는 여러모로 특별한 여자였다. 정치적인 이유로 결혼한 다른 부인과는 달리 디나에게는 정말로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평민에게 정식으로 부인의 자리를 준 거다.

 

 그런 그녀가 임신했다고 말했을 때에 든 배신감은 다른 부인에게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래서였다.

 

 그때의 아픔 때문에 디나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도 알려하지 않았다.

 

 한 번만이라도 그녀의 소식을 물었다면······.

 

 “아니, 한 번이라도 그녀를 믿었었더라면.”

 

 얼굴을 가린 손 사이로 흘러나온 눈물이 말라버린 바닥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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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찬탈자 : 미
범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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