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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미라클 (6)
작성일 : 17-12-15 19:32     조회 : 55     추천 : 0     분량 : 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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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바바와 핫세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천유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벌써 일주일이 넘게 이 균열에서 생활했는데 천유강이 넘긴 위기라고는 저번 탈랄과의 대련이 전부였다. 그것이 오히려 천유강을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대련 이후에 영주인 하메드와도 더 많은 시간을 가졌다. 핫세에게 통쾌하게 한 방을 먹여서 둘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가장 큰 듯했다. 바바가 나가 있는 동안에도 둘은 진짜 부자처럼 말을 나눴다. 심지어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도 그랬다.

 

 “영주란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느냐?”

 

 “영지민들을 지켜주고 보살펴주며 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고 이끌어주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천유강의 대답은 왕과 영주의 권력이 하늘에서 주어졌다고 생각하며 계급의 차이가 극명한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 대답이었다. 계급이 없는 평등한 한국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나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하메드 영주는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생각이다.”

 

 이럴 때는 정말로 친부자 같은 모습이었다. 바바가 고르고 고른 아이답게 둘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것도 신빙성을 더했다.

 

 천유강은 처음으로 함께하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벅차올랐고 하메르 영주도 마음이 점점 천유강에게로 끌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깨질 것 같은 거짓된 관계였지만 둘은 그렇게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 때 천유강의 두 번째 시련이 다가왔다.

 

 “이것이 전사들의 생각이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영주님.”

 

 “흠~ 알겠다. 고려해보겠다.”

 

 하메르는 굳어진 표정으로 수하들이 준 종이를 읽고 또 읽었다. 그곳에 쓰여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이브의 이른 성인식에 관한 이야기였다.

 

 성인식을 통과하지 못하면 남자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 나라에서 영주의 후계자가 성인식을 통과한 자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 10살이 된 타이브에게 성인식을 요구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건 주술사를 막으러 간 바바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핫세 형의 생각은 아닐 텐데······.”

 

 핫세의 입장에서는 주술사가 올 때까지 타이브가 살아있어야 했다. 그래야 감히 왕실에게 거짓말을 한 하메르 영주를 하루빨리 몰아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련에서도 타이브의 목숨을 노리지 않은 것이다.

 

 핫세가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탈랄이군.”

 

 어린 타이브에게 진 것을 참지 못하고 전사들을 선동해서 타이브가 성인식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사들도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영주에게 탄원서까지 낸 거다.

 

 “흐음~”

 

 아무리 영주라도 전사들의 공통된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성인식에 관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성인식을 가장 신성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전사들은 하루라도 빨리 타이브가 성인식을 통과해서 진정한 후계자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무리 대련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지만 아무 도움 없이 사막에서 홀로 2박 3일을 버텨야 하는 성인식은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사막에는 끔찍한 열기와 추위가 공존하며 온갖 마물들과 타는 듯한 갈증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게다가 일을 꾸민 탈랄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았다.

 

 ***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아버님이 주술사가 도착할 때까지 자중하고 있으라 했잖아!”

 

 “나를 말리지 마세요, 형님! 그놈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야 직성이 풀릴 거예요.”

 

 핫세의 저택에서도 탈랄이 벌인 일 때문에 난리가 났다. 핫세와 그의 아들들 입장에서도 주술사가 오기 전까지 타이브가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하메르 영주가 왕실을 능멸했다는 증거인 타이브가 사라지면 그를 쫓아낼 명분을 잃게 될 거다. 물론 그 후에도 후계자가 없는 것은 매한가지만 바바가 또 어떤 일을 꾸밀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필 핫세가 주술사를 무사히 이곳까지 오게 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갔을 때, 탈랄이 일을 벌였다. 포악한 그의 성정을 생각하고 미리 이런 일을 방비하지 못한 핫세의 실수다.

 

 “어차피 영주에게 다른 후계자가 나올 리가 없습니다. 형님들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건 영지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그의 말을 들은 다른 핫세의 아들들도 껄끄러운 표정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만은 막지 마세요. 반드시 그놈을 죽여 버릴 겁니다.”

 

 “하메르 영주가 바본지 알아? 네 속셈은 이미 꿰고 있을 거다.”

 

 그 말에 탈랄이 코웃음을 쳤다.

 

 “그 고지식한 영주가 성인식에 아들을 위해서 병사를 파견할 거 같습니까? 그게 걸리면 영주의 입지는 완전히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진짜 아들도 아니고 가짜 아들을 위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성인식에 참가한 자를 공격하면 아무리 아버지라도 보호해 줄 수 없어. 그것을 알고 있겠지?”

 

 사막에서 가장 신성한 의식인 만큼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에게는 엄벌이 처해진다. 핫세의 아들이 아니라 핫세 본인이라도 남의 성인식에 개입하면 전사들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야 한다. 정말로 대로에서 사지가 찢길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탈랄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네, 알고 있습니다.”

 

 “······좋아. 그럼 마음대로 해봐라.”

 

 “감사합니다, 형님!”

 

 “대신 절대 들키면 안 돼. 만약 걸리면 우리는 너의 존재를 부정할 거야. 그건 각오하고 가는 게 좋아.”

 

 “물론입니다.”

 

 그날 저녁, 하메르 영주는 천유강을 불렀다.

 

 “앉아라.”

 

 영주의 방에는 이미 식탁이 차려져 있었는데 그곳에는 각종 음식뿐이 아니라 술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영주는 이미 술을 거나하게 마신 뒤였다.

 

 “술은 마셔봤느냐?”

 

 “네.”

 

 현실에서는 미성년자는 술을 마셔서는 안 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제한은 없다. 오히려 어린아이가 술을 마시는 것을 남자답다는 이유로 장려하기도 했다.

 

 냄새도 독한 술을 큰 잔에다가 콸콸 따라주었다.

 

 “이야기는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자신이 이번에 성인식을 치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미 이 도시 사람이라면 세 살짜리 꼬마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탈랄의 대련에서 말도 안 되는 승리를 가져갔고 많은 사람들이 천유강을 도시를 구원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전신쯤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탈랄의 선동도 있긴 했다.

 

 아무리 간이 큰 자라고 해도 겁먹지 않을 수 없겠지만 오히려 천유강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속이 후련한 기분이었다.

 

 “원하지 않는다면 막아주겠다.”

 

 비난은 감수해야겠지만 영주의 힘이라면 이 성인식을 막을 수 있다. 필수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졌기에 일어난 일이라 상식적으로 설득하면 도시 사람들도 흥분을 가라앉힐 거다.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오기로 하는 말이 아닌 정말 진심으로 할 수 있다는 천유강의 태도를 보고 영주도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잔에 들어있는 술을 입에 털어 넣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겠지?”

 

 영주가 하는 말을 타이브를 이곳에 데려온 것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아내를 내쫓고 거짓 후계자를 데려온 이유에 대해서 항상 궁금했었는데 영주가 직접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일이다. 20살이 겨우 넘었을 때 마물 사냥을 떠났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었지. 다행히 기적처럼 살아나긴 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고 며칠간을 앓아누웠다. 그런데 의사가 끔찍한 소리를 하더군.”

 

 영주는 자신의 하반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남성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소리였다.”

 

 사막의 전갈 몬스터에게 부딪혀 날아갔을 때 영주는 고환을 크게 다쳐서 영영 자식을 낳을 수 없는 몸이 되 버렸다. 수많은 의사들이 와서 진료했지만 이미 망가져 버린 고환을 살릴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숨기고 살아왔었어. 당연히 부인들에게 아이가 생기지 않았지.”

 

 거기까지 들은 천유강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분명 영주의 기행은 임신한 아내들을 성 밖으로 내쫓았다는 것이었다.

 

 천유강의 표정을 본 하메르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장자는 다음 영주가 될 확률이 높지. 그래서 부인들이 모두 안달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한 명이 임신하기 시작하자 약속이나 한 듯이 줄줄이 임신하기 시작했다. 임신을 확인한 부인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영주를 찾았지만 그녀들이 받을 수 있는 것은 영주의 냉대뿐이었다.

 

 영주가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다. 대부분이 정치적인 이유로 얻은 부인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배신하면서까지 후계자를 얻고 싶어 할 줄은 몰랐다.

 

 결국,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영주는 그 후로도 부인을 얻지 않았다.

 

 “부인 중에 사랑하는 분이 한 분도 없으셨습니까?”

 

 “사랑이라······, 글쎄.”

 

 「영주님 저는 영주님의······」

 

 깊은 한숨을 내쉰 영주는 쓸쓸하게 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이제 와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겠지.”

 

 하메르 영주와 천유강은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천유강이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몸의 주인인 타이브의 이야기였지만 중간중간 본인의 이야기도 섞어 넣었다. 그때마다 하메르 영주는 부드러운 미소로 천유강을 위로했다.

 

 두 부자의 밤이 지나고 이틀 후에 타이브의 성인식이 거행되었다. 천유강이 지닌 것은 칼과 단도 그리고 가죽 주머니에 들어있는 소량의 물이 전부였다. 이것만으로 2박 3일을 버티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천유강이 지내야 하는 곳은 옛 전사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으로 말만 번지르르하지 결국은 그냥 황량한 사막이었다. 그래도 신성한 곳으로 불리는 곳이라 평상시에는 다른 사람들은 절대 들어올 수 없는 금지다. 일생에 딱 한 번, 성인식에만 이곳을 밟을 수 있다.

 

 “그럼 내 아들의 성인식을 거행하겠다.”

 

 “우와!!!”

 

 영주인 하메르가 선포하자 뒤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 질렀다. 중요한 행사이니만큼 온 마을 사람들이 생업까지 멈추고 타이브의 성인식을 응원하러 나왔다.

 

 천유강이 묵묵히 인사를 받고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 영주가 그를 불렀다.

 

 “타이브!”

 

 천유강이 고개를 돌리자 영주가 무언가를 그에게 던졌다. 그건 화려한 칼집에 담겨 있는 영주의 애도이었다. 왕실 최고 장인이 만든 보도였고 잠잘 때도 손에서 놓지 않은 영주의 보물 1호이기도 했다.

 

 “그것을 가져가라.”

 

 많은 뜻이 담겨 있는 선물이다. 천유강과 영주의 눈이 잠시 마주쳤고 눈시울이 촉촉해진 천유강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 모습을 보는 영주의 가슴도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이를 가질 수 없으니 양자라도 들이라는 바바의 의견을 계속 묵살했던 하메르 영주다. 자식이라는 것은 자신에게는 아무 인연이 없는 단어라고만 생각했고 자식 따위는 없어도 그만인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틀렸다.

 

 ‘양자라······.’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아는 아이다.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고 그런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훌륭한 술과 음악으로 이루어진 그 어떤 연회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공허한 마음에 저 아이로 가득 찼다.

 

 ‘그래서 저 아이를 데려온 건가, 바바?’

 

 이제 저 아이가 시간을 벌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진짜 아들이라고 속이건 아니면 양자로 들이건 간에 남은 생을 저 아이와 함께하고 싶었다.

 

 어느새 하메르 영주의 입가에 아버지의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무사히만 돌아오거라. 그다음엔 내가 이 세상을 너에게 주마.’

 

 모든 아버지들이 하는 거짓말을 생각하며 멀어지는 천유강의 등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한편, 성인식이 거행되는 옛 전사들의 무덤에 도착한 천유강은 정석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막이니까 낮에 더위를 피하고 밤에 움직인다는 생각을 하다가는 더 위험할 수 있다. 다른 곳보다 사막의 밤은 더 혹독하다.

 

 머물 곳을 정하고 그곳에 구덩이 파 사막의 마물을 맞을 준비를 했다. 사막은 하루만 지나도 거대한 사구가 없어졌다가 생기는 곳을 반복하는 곳이지만 잘 찾아보면 단단한 지형이 존재한다. 준비하지 않고 손 놓고 있으면 갑자기 튀어나온 마물의 먹이가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성인식의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쥐 죽은 듯이 숨어 있다가 거의 탈진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천유강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첫날부터 마물을 사냥해서 그들의 살과 피로 허기와 수분을 보충하고 혹시 모를 습격자들까지 대비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균열의 패턴이라면 상상 이상의 무언가가 나타날 거다.

 

 “상태창 소환.”

 

 레벨 : 14

 칭호 : 영지의 후계자

 종족 : 인간

 상태 : 양호

 직업 : 수행자

 직업 레벨 : 21

 마스터 직업 수 : 0

 소유 엠블럼 수 : 0

 체력 1250/1250

 마나 150/150

 기력 1600/1600

 힘 : 21

 체력 : 25

 지혜 : 3

 인내 : 32

 민첩 : 16

 지능 : 19

 매력 : 23

 정신 : 18

 운 : 10

 명성 : 5,000

 《능력 - 게이머》

 모든 스탯 +20% (현재 2개 보유)

 《능력 - 천사의 키스》

 캐릭터의 레벨만큼 행운 스탯 증가. (현재 434)

 《능력 - 포식자》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리면 스탯의 일부를 흡수한다. (신성력 50, 힘 43)

 《효과 - 키다리 아저씨》

 모든 유닛의 호감도 +30

 《재능 - 마나리스》

 마나가 없거나 마나가 다 떨어지면 5분 동안 모든 스탯 1.5배

 

 생각대로 이제까지 얻었던 균열의 몸 중에서도 가장 최약체였다. 보상으로 얻은 특성이 없었으면 탈랄과의 대련도 장담할 수 없었을 거다.

 

 상태창을 쭉 내려 보던 천유강은 마나량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마나를 몸 밖으로 흘려보냈다. 몸에 마나가 하나도 남지 않자 기다렸던 효과음이 들렸다.

 

 《특성 마나리스의 효과로 5분 동안 모든 스탯이 1.5배가 됩니다.》

 

 “좋아. 차라리 이게 낫겠네.”

 

 몇 없는 마나를 운용하는 것보다 마나리스 특성을 활용한 것이 더 도움이 되어 보였다. 쿨 타임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니 마나 관리만 잘 하면 항상 1.5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사막에도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 모래를 이용해서 숨기 때문에 사람이 사냥할 수 있는 개체는 거의 없다.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조금 위험 부담이 있지만 몬스터로 분류되는 동물을 잡아야 한다.

 

 피를 흘려도 금방 기화되어 날아가기 때문에 다른 환경과는 달리 피 냄새로 유도할 수 없다. 몬스터를 끌어들이는 것은 모래를 통해 전달되는 움직임이다.

 

 “나와라~ 나와라~”

 

 최대한 그늘진 곳에서 발을 굴러가면서 몬스터를 유인했다. 더운 사막에서 모래 위를 두 발로 밟고 뛰고를 반복하니 체력이 금방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빨리 몬스터가 나오길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한 놈이 반응했다.

 

 두두두두~~

 

 모래가 진동하면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곧, 거대한 집게발이 모래 아래서 툭 튀어나와 천유강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큭!”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놈은 집게발이 사람의 몸 크기만한 거대한 전갈이었다. 사막의 사냥꾼라고 불릴 만큼 강하고 집요한 몬스터다.

 

 “첫 놈부터 강적을 만났네.”

 

 이 거대한 전갈은 외피가 두껍고 단단해서 어지간한 공격에는 흠집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연한 부분은 배 부위였지만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공격하는 전갈의 배를 공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어디 시험해 볼까?”

 

 천유강은 하메르 영주에게서 받은 보도를 꺼내 들고 전갈과 대치했다. 천유강이 공격 태세를 취하자 그를 단순히 사냥감으로만 생각했던 전갈도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곧 긴 꼬리에 달린 독침으로 천유강을 찌르려 했다.

 

 깡!

 

 날아오는 꼬리를 도로 쳐내자 손아귀가 묵직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도가 단단해서 날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이 도로도 쉽게 껍질을 자를 수 없다.

 

 “그렇다면······.”

 

 천유강은 납작 고개를 숙이고 질주했다. 꼬리와 집게발이 위협했지만 오랜 전투로 다져진 천유강을 잡을 수는 없었다. 전갈의 코앞까지 다가선 천유강이 도를 반달 모양으로 휘둘렀다.

 

 딱!!

 

 “케에에엑!!!”

 

 천유강이 공격한 곳은 전갈의 주둥이로 보이는 곳이었다. 천유강의 생각처럼 그곳은 다른 곳보다 덜 단단해서 힘껏 휘두른 도가 깊숙이 박혔다. 치명상을 입은 전갈은 고통스러워하며 뒷걸음질 쳤다.

 

 바바박!

 

 전갈이 급히 집게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자신이 사냥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 도망치려는 것이다. 저 전갈을 놓치면 천유강도 힘만 빼고 아무 소득이 없다. 허기진 상태에서 다음에 또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실패하면 정말 위험할 수 있다.

 

 “그렇게 안 되지!”

 

 뒤를 보인 전갈을 따라가서 꼬리 안쪽의 배를 보도로 갈랐다.

 

 “키이익!!”

 

 결국 전갈은 누런 내장을 쏟아내며 꿈틀거리다가 숨을 멈췄다.

 

 “휴우~ 간신히 잡았네.”

 

 잡은 전갈을 그늘로 끌고 와서 능숙한 솜씨로 해체하기 시작했다. 배를 갈라서 기생충이 가득한 내장은 버리고 먹을 수 있는 살점만 따로 모아두었다.

 

 “이건 어쩌지?”

 

 천유강이 고심하고 있는 것은 전갈의 독주머니의 처분이다. 원래 독에 강한 거부감이 있는 천유강이라서 독을 사용해본 적도 없고 독을 쓰는 자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도구를 버린다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오기 부리지 말자.”

 

 중요한 건 자신이 아니다. 부모님을 구할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이 정도에서 망설이면 안 된다.

 

 결국, 독주머니를 조심스럽게 꺼내 따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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