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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미라클 (3)
작성일 : 17-12-11 22:42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1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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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쥬신 대학교에 수업을 들으러간 천유강은 학관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느꼈다.

 

 "뭐지?"

 

 쥬신 대학교에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무언가 이질적인 분위기의 사람들이 쥬신 대학교를 탐색하듯이 이곳저곳을 훑어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관광객들인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학교다보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관광자의 분위기가 아니라 호랑이의 굴에 쳐들어온 사냥꾼과 같은 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학교 곳곳의 동아리에서 나와 홍보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편입시험이 있다고 했지?'

 

 쥬신 대학교도 다른 학교처럼 편입시험을 치른다. 세계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시험을 치루기위해서 오는데, 시험 방식은 간단했다. 쥬신 학생들과 같이 시험을 치러서 일정한 비율을 넘으면 합격을 시키는 것이다.

 

 워낙에 쥬신 대학교의 학생들의 수준이 높아서 편입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라고 불린다.

 

 "오빠!"

 

 멀리서 만나기로 되어 있던 배연아와 배대강 남매가 보였다.

 

 배연아는 천유강을 보고 손을 힘차게 흔들었고 옆에는 어쩐지 풀이 죽은 배대강이 의기소침하게 서 있었다.

 

 "어~ 연아야. 그런데 대강이는 왜 저래 무슨 일 있어?"

 

 천유강은 눈이 풀린 채 자꾸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배대강을 보며 말했다.

 

 "끝났어. 다 끝났다. 라이칸스로프······."

 

 그런 배대강을 한심하다는 듯 배연아가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하~ 말하자면 복잡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애정 전선에 차질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래?"

 

 천유강은 실성한 듯 울고 웃고 있는 배대강을 무심하게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참 오빠. 오늘 편입시험이 있는 날이잖아."

 

 "응 그렇지."

 

 "오늘 중국인들이 무려 300명이나 시험을 보러 온데."

 

 "그렇게 많이?"

 

 중국과 한국이 교류를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이 중국 대학생들을 한국 대학교로 편입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쥬신 대학교였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학생들 300명을 선발하여 시험을 치르게 보낸 것이다.

 

 "무슨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배연아의 근심소리가 체 끝나기도 전에 어디에선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이다! 중국인이 일을 냈다!!!!"

 

 "뭐지? 가보자."

 

 싸움의 근원지는 헬스클럽 동아리에서 일어났다.

 

 그 곳에는 수많은 운동기구들이 모두 다 부셔져 있고 헬스클럽 부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은 반은 쓰러져 있고 반은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서 있었다.

 

 "크크크 한국은 겨우 이런 송사리 같은 놈뿐이 없냐?"

 

 남자는 한손으로 300키로가 넘는 운동기구를 수수깡 다루듯이 흔들며 있었고 그 움직임에 다른 학생들은 정신없이 피해 도망 다니고 있었다.

 

 "······우리 오빠보다 큰 사람은 처음 보는데?"

 

 그 남자는 2미터가 넘는 배대강보다도 크고 덩치도 더 컸다. 한눈에 봐도 키가 230은 될 것 같은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중국인인거 같은데 첫 날부터 난동이란 건, 순순히 교류를 하겠다는 마음은 없는 건가?"

 

 배연아는 남자의 난동을 보고 말했다.

 

 "크하하하!!!!! 약해 약해!!!!!"

 

 "그냥 정신 나간 놈인가? 어? 오빠 어디가?"

 

 "······이제, 끝···, 이제······."

 

 배대강은 남자의 난동을 보지 못했는지 그냥 중얼중얼 거리며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필연적으로 남자의 옆으로 지나가게 되었는데 배대강도 한 덩치 하는지라 남자의 눈에 띄었다.

 

 "뭐야? 넌 뭐하는 놈이야?"

 

 "끝···, 이제······."

 

 남자는 자신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길을 걸어가자. 눈썹을 꿈틀거리고 손에 쥐고 있던 운동기구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꺅!!! 오빠 조심해!"

 

 300키로가 넘는 운동기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가니 배연아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배대강은 잠깐 정신이 드는 듯 고개를 들었다.

 

 "어?"

 

 쾅!!!!!!!!!

 

 "쿠엑!"

 

 하지만 너무 늦었다. 배대강은 그대로 운동기구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크하하하 뭐야? 그냥 멍청인가? 한국의 수준을 알만하구나! 하하하"

 

 "뭐!! 뭐야!!!!!!"

 

 배연아는 배대강이 공격에 맞아 날아가니 그대로 활을 꺼내서 남자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크하하!! 엉?"

 

 퍽!!!

 

 남자는 그대로 날아온 화살에 다리를 맞았다. 그래도 살상력 있는 곳을 쏠 수 없었던 배연아는 다리를 공격한 것이다.

 

 "크르르르~ 누구냐!"

 

 "정말, 괴물인가?"

 

 남자는 다리에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꿰뚫리지 않고 멀쩡히 서 있었다. 비록 배연아가 많은 기를 넣지는 않았지만 배연아도 전왕 배하진의 딸이다. 화살에 들어가는 힘이 적지 않은 것은 틀림이 없다.

 

 활을 들고 있는 배연아를 본 남자는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성깔하면 지지 않는 배연아도 맞대응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당신 뭐야!!"

 

 "크크크 여자인가? 이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자라니! 한국 남자들은 별 볼일 없지만 여자는 쓸 만하군 운이 좋은 줄 알아라, 계집. 오늘은 이만 물러나지 흐흐흐."

 

 "뭐!"

 

 미처 배연아가 대응을 하기 전에 남자는 다른 곳으로 뛰어갔다.

 

 "뭐야, 저 사람은? 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오빠 괜찮아?"

 

 배연아는 멀리 날아간 배대강이 걱정이 되었는지 배대강을 찾았지만 이미 배대강은 멀쩡히 일어나 걸어가고 있었다.

 

 "끝이다······, 이제, 끝······."

 

 "오빠 괜찮아 머리 다친 거 아냐?"

 

 "끝······."

 

 "······괜찮은 거 같네. 하긴 덤프트럭에 치어도 꿈쩍없는 오빤데 그 정도로 가지고 이상이 있겠어?"

 

 배연아가 안심 아닌 안심을 하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와 저 여자 봐. 장난 아닌데?"

 

 "저건 옷을 벗은 것보다 더 관능적인데?"

 

 주로 남학생들이 모여서 수군대고 있었는데 남자들의 시선 끝에는 몸에 착 달라붙는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색기가 가득한 얼굴의 여자가 관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훗! 남자는 어디가든 다 똑같군."

 

 여자는 지나가는 남자에게 눈웃음을 한번 씩 주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몸매 장난 없는데? 중국인인가?"

 

 누군가가 중얼거리자 배연아는 그 말을 듣고 짜증을 냈다.

 

 "하여간 남자들은 여자 가슴만 크면 침을 질질 흘린다니깐. 엄마 젖 찾는 애도 아니고 흥!"

 

 그리고 다른 길 가는 다른 사람에서 익숙한 이름을 들었다.

 

 "수화진이 나타났다."

 

 "어디 어디?"

 

 "저기서 바둑을 두고 있어 빨리 가자."

 

 언제 어디서건 남자의 주목을 받는 수화진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항상 화재거리였다. 그런 그녀가 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화진 언니? 오빠 우리도 한번 가보자."

 

 "하지만 수업시간이 거의 다 됐다."

 

 시계를 본 천유강은 수업 시작이 10분 앞이었기 때문에 배연아를 만류했지만 그래도 배연아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괜찮아. 나 화진 언니 보고 싶단 말이야."

 

 수화진은 마력은 남자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할 수 없이 배연아를 따라 간 곳에는 수화진이 어떤 부채를 들고 있는 남자와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저 남자. 이번에도 이기면 12연승이야."

 

 "벌써 바둑 부는 초토화 되었잖아."

 

 "그래도 최고 두뇌라는 수화진양이 왔으니깐 이번에야 말로 이길 수가 있겠지?"

 

 "글쎄?"

 

 바둑판은 이미 흑 돌과 백 돌로 빼곡 했다. 현재까지는 백중세 누가 이길지 아무도 모르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이거······, 아름다움만큼이나 실력도 있는 분이시군요."

 

 수화진과 바둑을 두고 있는 남자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수화진도 아무 말도 없이 예의상 살짝 웃으며 대꾸했다.

 

 "뭐냐? 저 녀석 감히 수화진 양에게 작업 거는 거야?"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주제에 감히!"

 

 남자의 한마디에 수화진을 보러온 남자 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욕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남자의 질투는 추한 법이었다.

 

 탁!

 

 "이제 이쯤에서 끝을 내어야 하겠군요.

 

 남자는 마지막 한수를 두었고 수화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시합이 끝났습니다. 이제 집계를 하겠습니다.」

 

 심판도 있는지 한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중계를 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바둑판에 돌들을 정리하며 집을 계산했다.

 

 「자 그러면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우선 백돌 제갈소, 129집 그리고 흑돌 수화진······]

 

 "제발 이겨라."

 

 "설마 이겼겠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수화진을 응원하는 속에서 결과가 발표되었다.

 

 「128집 백돌 제갈소 승!」

 

 "아~~~"

 

 제갈소의 승리가 발표되자 모든 사람들이 하나 같이 탄식하며 안타까워했다.

 

 “오늘 좋은 승부······.”

 

 "아! 유강 씨!"

 

 남자 제갈소의 말이 끝나기 전에 쳔유강과 배연아를 발견한 수화진은 일행 쪽으로 달려왔다.

 

 "언니!!!"

 

 그러자 배연아가 제일 먼저 팔짝 팔짝 뛰며 반가워했다.

 

 "안녕하세요. 잘 있었어요?"

 

 "네, 언니. 그런데 말 좀 낮춰요. 나이도 어린데······."

 

 "하하. 아직은 쑥스럽네요. 다음에 만나면 편하게 말할게요."

 

 "약속한 거 에요."

 

 "네."

 

 "이제 시간 다 됐다. 수업에 가자."

 

 "응? 아! 그래 가야지."

 

 "둘이 같은 수업이에요?"

 

 "네 언니. 저기 있는 우리 오빠하고 같은 수업이에요."

 

 뒤에서 아직도 중얼거리고 있는 배대강을 가리켰다.

 

 "근데, 아쉽게 져서 어떻게 해요?"

 

 "할 수 없죠. 상대가 너무 잘 하는 걸요. 그리고 바둑은 방송으로만 본 게 전부라 직접 둔 것은 처음이에요. "

 

 “어······,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론은 알고 있으니 상황에 맞춰서 게임했어요.”

 

 배연아는 수화진이 바둑은 처음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마지막에 잠깐 보았을 뿐인데도 수화진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도저히 초보자로는 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

 

 '쥬신 대학 최고의 브레인이라는 소리가 허언은 아니구나.'

 

 "그럼 같이 가시죠. 화진 양."

 

 "네."

 

 천유강의 말에 수화진도 웃으며 길을 걸었다.

 

 그리고 남자 제갈소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이라······. 이 바둑을 처음 두는 사람의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채로 입을 가린 제갈소는 멀어져가는 천유강의 등을 보며 살짝 미소 지었다.

 

 '풍신의 아들 천유강이라······ 역시 한국에 오길 잘했군. 그럼 다음 수를 생각해 볼까.'

 

 제갈소는 부채를 활짝 펼치고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

 

 다시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이모부인 배하진이 자신을 만나길 청하여 한걸음에 달려갔고 기다리고 있던 전왕은 천유강에게 한 전단지를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읽어봐라."

 

 "크러···쉬?"

 

 "그래 너도 알다시피 1년에 한 번 열리는 꽤 명성 높은 무투회이다. 일단 예선 절차는 이미 밟아 놨으니 따로 준비는 안 해도 된다."

 

 "무투회란 말씀입니까?"

 

 "그래, 너는 항상 이런 곳에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느냐?"

 

 "그렇긴 하지만 왜 이렇게 갑자기······?"

 

 "너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3주 정도 남았으니 그동안에 몸 관리만 잘해놓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뜻밖에 소식에 처음에 당황하였지만 공식전인 무투대회 나가는 것은 평소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의 하나다. 예전부터 출전하고 싶었으나 보호자인 배하진이 승낙을 안 해 주어서 한 번도 못 나갔었다.

 

 "혹시 대강이나 연아도 나가는 겁니까?"

 

 "아니다.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예."

 

 "그렇다고 대회 때문에 학교 일을 소홀히 하진 말아라. 학교 일은 학교 일이고 대회는 대회야 어느 쪽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이모부."

 

 ***

 

 "크러쉬라······."

 

 "유강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하시나요?"

 

 “아~ 죄송합니다. 생각할 것이 있어서요.”

 

 천유강은 학교 카페에서 전미린과 만나는 중이었다. 이번에도 전미린이 먼저 연락했는데 손에는 깔끔하게 정리된 종이가 들려 있었다.

 

 “저번에 드린 자료로는 균열을 찾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한 것 하나를 가져왔어요.”

 

 전미린이 내민 것은 지도였는데 균열이 있으리라 추정되는 지점이 그려져 있었다. 물론 이 지도를 가져도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 하겠지만 전에 주었던 지도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수준으로 작은 수준이었다.

 

 “이번에는 정확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라면 금방 찾을 수 있겠네요.”

 

 여기 온 용건이 끝나자 전미린이 천유강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데이브레이커 길드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지후 형이 권유해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사실 전미린의 미르 길드에서도 천유강을 탐냈었다. 하지만 기업과 디멘션 월드의 길드를 재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차마 천유강에게 권유하지 못했는데 그사이에 신지후가 먼저 데려간 것이다.

 

 미르 기업도 한국과 세계에서 알아주는 알짜배기 회사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세황 기업에는 비교할 수 없다. 회장이 아닌 후계자 중 하나인 신지후가 가진 지분으로도 미르 기업의 총 자본을 훌쩍 넘을 거다.

 

 그래도 걱정거리가 있었다.

 

 “조심하세요. 현재 세황 기업에서는 후계자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천유강 씨가 그 싸움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원래라면 형제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신지후의 큰아버지인 신영철 사장이 정식 후계자가 되어야 했다.

 

 한 나라의 왕보다 더한 권력을 얻을 수 있다는 세황 기업의 총수 자리를 눈앞에 둔 그 순간, 신영철 사장은 뼈아픈 실수를 했고 그때 새로 등장한 신지후가 치고 올라왔다.

 

 천재 중의 천재라고 불리는 신지후는 현재 기업 총수인 신성일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신영철 사장을 위협할 만큼 훌쩍 커버렸고 지금까지 치열할 후계자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황 기업의 후계자 경쟁은 전쟁이라고 불린 만큼 치열하다. 숨 막히는 암계와 음모가 도사리는 후계자 싸움이다. 전미린은 천유강이 그사이에 껴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하~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곧 대학교 중간고사도 있고 크러쉬 대회의 경기도 있다. 한 달 후에는 쳐들어올 카르텔 걱정도 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균열 탐색이 힘들 것 같아서 전미린과 헤어지고 바로 그녀가 알려준 곳으로 향했다.

 

 다행히 지도에 있는 곳은 금강산에서 차로 2시간 안의 거리에 있었다.

 

 “이곳이란 말이지.”

 

 로이가 준 드래곤볼 레이더가 있으니 균열 탐색이 한층 쉬워질 거다. 그 생각처럼 몇 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균열 특유의 기운이 느껴졌다.

 

 감각이 이끄는 대로 걸어가니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균열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사막의 주인》

 (중급)

 

 마지막 균열에 들어갔다가 나온 지 몇 달 지나지도 않았는데 엄청 예전의 일만 같았다. 중급이면 천유강이 들어갔던 균열 중에서는 가장 낮은 난이도였지만 균열은 방심할 수 없는 곳이다. 이미 이곳에 들어갔던 베타 테스터 하나가 빠져나오지 못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심호흡한 천유강은 균열 안으로 천천히 몸을 집어넣었다.

 

 ***

 

 사막의 나라 알라바스타. 이 나라는 사막의 민족답게 부족 간의 문화와 특징이 뚜렷해서 한 나라임에도 도시마다 문화가 모두 달랐다.

 

 부족을 이끄는 부족장은 곧 대영주가 되어서 거대한 도시를 다스리기 시작했고 왕실과 협력하면서도 독자적인 세력을 만들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도시는 다르비아였다. 가장 큰 오아시스를 보유한 덕에 가장 번영할 수 있었고 지리적으로도 요충지에 있어서 상업이 크게 발달한 곳이기도 했다.

 

 도시를 다스리는 영주도 용맹하고 슬기로웠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다르비아는 번영했고 그 성장세는 영원히 꺾이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듯이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던 다르비아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후계자의 부재였다.

 

 다르비아의 영주인 하메드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기행을 저질렀는데 임신한 아내들을 모두 성에서 쫓아낸 것이었다. 그렇게 쫓겨난 아내들이 아홉 명이나 되었고 그 후에는 아예 여자를 침실에 끌어들이지도 않았다.

 

 쫓겨난 여자들은 친정으로 돌아가 아이를 낳았지만 하메드 영주는 그 아이들을 자신의 후계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현재 공식적인 후계자는 한 명도 없었다.

 

 대를 이을 아이가 없으면 영주의 자리는 자연스럽게 형제에게 돌아간다. 그의 형제는 모두 30명이 넘는데, 오랜 관습에 따라서 그중 가장 나이가 많은 핫세에게 왕위가 가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핫세라는 사람이 포악하고 멍청하고 덜 떨어지기까지 한 남자라는 사실이다. 한술 더 떠서 그의 아들들도 아비를 닮아 냉혈한들이고 오만해서 하메드처럼 영지를 슬기롭게 다스릴 것 같지 않았다.

 

 모두 영지의 앞날을 걱정하여 하메르에게 후계자들을 성으로 불러드릴 것과 새로운 부인을 맞이하라고 간언했지만 영주는 요지부동이었다.

 

 이제 하메르 영주의 나이도 40대 후반이다. 이 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60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가 왕위를 물려받을 때까지 영주가 건강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다들 불안한 마음으로 영주의 마음이 바뀌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서 오세요! 여기에 집에 장식하기 딱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 집에 가져가면 아내분이 좋아하실 거예요.”

 

 이곳은 상인들과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다르비아의 시장의 한구석이었다. 겨우 10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좌판을 펼쳐놓고 돌조각을 깎아 만든 조각품을 팔고 있었다.

 

 길거리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돌로 만든 조각이지만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이런 노상에서 파는 것치고는 뛰어나 보였다. 가격도 저렴해서 오가는 손님들뿐 아니라 상인들도 관심을 보였다.

 

 “훌륭한 솜씨구나. 누가 만든 거지?”

 

 지나가던 사람이 조각에 흥미를 보이자 소년은 듬성듬성 빠진 이를 보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야 물론 제가 만들었죠.”

 

 “호오~ 네가 만들었단 말이냐? 어린 나이에 대단하구나?!”

 

 “그렇게 봐주셨으면 감탄만 하지 말고 하나만 사 주세요. 싸고 좋으니 집에 가져가면 아내분도 매우 흡족해할 겁니다.”

 

 “허허~ 알았다. 그러면 이것과 이것 두 개만 다오.”

 

 “감사합니다!”

 

 조각을 파는 소년의 이름은 타이브, 아직 어려도 벌써 2년 동안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온 능숙한 장사꾼이었다.

 

 고아에다가 같은 처지의 아이들까지 딸린 그가 이제까지 생계를 이어간 것은 벌써 2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작했던 조각이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만든 조각품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돌을 깎아서 동물과 건물 모양으로 만든 후 팔았다. 인력의 한계가 있어서 풍족한 생활은 무리였지만 배를 곪지 않게 살 수는 있었다.

 

 어린 나이에 다른 아이들의 가장 역할을 맡은 그를 딱하게 생각해서 도와주려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디에나 사람을 등쳐먹으려는 나쁜 놈들은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놈들이 바로 무하마다 일당이었다.

 

 “어이~ 타이브! 오늘 장사가 잘 되나 보네?”

 

 무하마다 일당이 나타나자 타이브는 반사적으로 돈이 든 손을 뒤로 감추며 경계했다. 저놈들의 횡포에 하루 일당은 모두 날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조금 밖에 못 벌었어. 동생 중의 한 명이 아파서 오늘은 약을 지어야 해.”

 

 “약? 거지새끼들도 약도 먹냐?”

 

 “거지 아니야. 떳떳하게 장사하고 있어.”

 

 “지랄하네. 고아 새끼들이 모여서 도둑질이나 하며 살 생각이겠지.”

 

 그들의 말에 타이브는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달려드는 미친 짓은 하지 않았다. 무하마다 일당들은 모두 성인인 데다가 허리춤에는 칼까지 차고 있다. 그들의 뒤를 봐주는 사람까지 있어서 관청에다가 신고해도 절대 잡히지 않았다.

 

 사실 저들의 입장에서도 타이브를 털어봤자 크게 이득 보지 못한다. 타이브가 번 돈을 빼앗아봤자 다른 상인들에게 뺏는 보호세에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냥 괴롭히고 싶어서 괴롭히는 거다.

 

 “······도둑질은 안 해.”

 

 빈민가의 고아들이 시장에 진열된 식품을 훔쳐 달아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하지만 타이브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절대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그건 타이브의 신념이자 자부심이기도 했다.

 

 “어쭈! 잘못하면 한 대 치겠다? 그렇게 째려보면 어쩔 건데?”

 

 무하마다 일당이 가까이 다가오자 타이브가 마른 침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모든 돈이 피 같은 돈이었지만 오늘은 더 특별했다. 며칠째 아파 누워있는 여동생을 더는 볼 수 없어 밥을 포기하더라도 약을 지어서 가져갈 생각이었다. 오늘은 절대 돈을 뺏길 수 없다.

 

 하지만 타이브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무하마다 일당이 그를 포위했다. 주변에 많은 상인들이 보고 있었지만 그들도 무하마다 일당에게 반항할 수 없어 그저 못 본 척할 뿐이었다.

 

 “내놔, 이 건방진 꼬마야!”

 

 “안 돼! 오늘은 절대 안 돼!”

 

 “이게!”

 

 처음에는 장난이었지만 일단 손을 쓰기 시작하면 절대 손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 비록 무기를 쓰지 않았지만 그들이 가하는 발길질만으로도 아직 어린 타이브에게는 충분히 치명상이었다.

 

 “억!”

 

 “이게 아직도!”

 

 최대한 지키고 싶었지만 모진 몰매에 결국 돈주머니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잘 쓸게.”

 

 “킬킬킬!”

 

 넝마가 된 타이브의 모습을 비웃으면서 무하마다 일당은 유유히 사라졌다.

 

 “개새끼들.”

 

 성인들도 당해내지 못하는 불량배들이다. 잘 먹지도 못해 뼈만 앙상한 타이브가 처음부터 덤빌 상대가 아니었다. 그나마 뼈가 부러지지 않은 것으로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잘못해서 조각하는 손이 부러지기라도 했으면 아이들까지 모두 굶어야 했을 거다.

 

 결국 그날은 약도 밥도 못 사고 빈손으로 거주지로 돌아와야 했다.

 

 거주지라는 것이 별것이 있을 리 없다. 그냥 빈민가에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 타이브를 비롯한 아이들 6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었다.

 

 실망할 아이들 생각에 한숨지으며 집에 돌아왔다.

 

 “나 왔어······, 어?”

 

 그런데 집에는 아이들 말고도 다른 이방인이 와 있었다. 어떤 노인과 그를 호위하는 듯이 보이는 병사들이 보였는데 입고 있는 옷을 보아서는 예사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누, 누구세요?”

 

 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누추한 곳에 그냥 올 리가 없다.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닌지 한참이나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노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타이브냐?”

 

 “······네, 제가 타이브입니다.”

 

 자신의 이름까지 알고 온 사람들이다. 아니라고 잡아떼기보다는 순순히 사실을 고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몇 년 동안 시장에 나가면서 눈치는 누구 못지않은 타이브다.

 

 “너무 경계하지 마라. 우리는 너에게 해를 끼치러 온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기회를 주기 위해서 왔다.”

 

 “기회요? 무슨 기회를 말씀하시는 거죠?”

 

 어린 나이였지만 이제까지 숱한 사기를 겪었다. 조건 없는 호의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타이브가 노인을 경계하는 그때 뭉쳐 있던 아이들 중의 하나가 타이브에게 다가왔다.

 

 “오빠.”

 

 “미샤!”

 

 미샤는 며칠 동안 병으로 누워있던 바로 그 아이였다. 오늘도 약을 쓰지 못하면 생명까지 위독했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혈색도 좋고 생생한 모습이었다.

 

 “어떻게?”

 

 “저분들이 도와주었어.”

 

 미샤가 가리키는 사람은 손으로 수염을 훑고 있는 노인이었다.

 

 “압둘은 훌륭한 치료사야. 그의 주술이면 그 정도 병은 아무것도 아니지.”

 

 노인의 말에 옆에 지팡이를 들고 있던 치료사 복장의 남자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왜 저에게 이러시는 거죠? 저는 평범한 조각사일 뿐인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이 정도의 사람들이 올만큼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남보다 손재주가 좋지만 자신보다 뛰어난 조각사는 이 마을에도 널려있다.

 

 “그건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구나. 하지만 일단 사정을 들으면 거부할 수 없으니 지금 내 제안을 수락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하거라. 대신 보상은 충분히 하겠다.”

 

 노인이 손짓하자 옆의 남자가 상자를 꺼내서 땅에 내려놓았다.

 

 짤랑!

 

 상자에는 돈이 가득 들어있었다. 이 정도 돈이면 현재 타이브가 수년을 쉬지 않고 조각품을 만들어도 벌 수 없는 돈이다.

 

 그것을 본 타이브가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위험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이 돈을 본 순간 절대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한 가지 더요.”

 

 “응? 이 돈으로도 모자란다는 거냐?”

 

 노인은 타이브가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고 생각했지만 타이브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돈은 충분합니다. 오히려 너무 많아요. 이런 돈을 가지고 있어봤자 나쁜 놈들이 다 가져갈 거예요. 그러니까 제 동생들이 이 돈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게 지켜주세요.”

 

 “호오~ 동생들이 사용할 수 있게?”

 

 “네. 제가 못 돌아올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 동생들을 보살펴 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어린 타이브지만 그의 눈동자에는 강한 결의가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동생들이 무사히 자랄 수 있게 도와주겠다.”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그럼 바로 따라와라.”

 

 “바로요?”

 

 “미안하지만 한시가 바쁜 일이란다. 짧게 작별 인사할 시간은 주마.”

 

 “알겠어요.”

 

 타이브는 아직도 불안한 눈빛을 하는 동생들에게 다가가서 그들을 다독였다.

 

 “이분들이 보살펴 줄 거야. 나는 잠시 어딜 다녀올게.”

 

 “어디 가는 거야?”

 

 “언제 와?”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니 타이브가 입술을 꾹 다물고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곧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 이 아저씨들 말 잘 듣고 있어.”

 

 “웅! 알았어. 빨리 와야 해.”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고는 타이브는 비장한 표정으로 노인에게 갔다.

 

 “이제 됐습니다.”

 

 “빨리 끝냈구나. 잘했다, 이별은 짧을수록 좋지.”

 

 노인은 타이브를 인도해서 도로로 갔다. 그곳에는 화려한 문양의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건······.”

 

 이제까지 마차는커녕 말이나 낙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타이브다. 이렇게 화려한 마차를 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타이브가 어버버하고 있자 노인이 재촉했다.

 

 “어서 타거라. 네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들키면 안 돼.”

 

 노인이 이끄는 대로 타이브는 마차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처음 타는 마차의 기분을 느낄 세도 없이 타이브의 머릿속에는 온갖 상상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 거지? 금지된 주술 같은 걸 하려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왜 자신을 데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영주가 기거하는 성이었다.

 

 “여긴 영주님이 사는 성이잖아요?”

 

 “그래. 잠시 후에 영주님을 배알해야 하는데······, 그 전에 좀 씻어야 하겠구나.”

 

 빈민가에서 구르고 구른 타이브가 씻어본 적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을에 커다란 오아시스가 있다지만 타이브 같은 고아가 물로 몸을 씻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데려가라.”

 

 노인이 명령하자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몰려들어서 타이브의 팔을 잡았다.

 

 “이리 오렴, 꼬마야.”

 

 “네, 네?!”

 

 여인들에게 나는 향기에 정신 차릴 수도 없는데 순식간에 벌게 벗겨져서 나무 욕탕에 들어갔다. 따뜻한 물과 여인들의 손길이 온몸에 닿자 타이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왓!!”

 

 “가만히 있어, 꼬마야.”

 

 “부끄러워하기는.”

 

 타이브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귀여운지 목욕시키는 여인들은 짓궂은 장난까지 하며 타이브를 골려줬다. 결국, 타이브의 목욕이 끝났을 때는 그의 정신이 반쯤 날아간 후였다.

 

 “우와~ 씻기고 나니까 엄청 잘생겼네?”

 

 깨끗이 씻은 타이브는 전의 꼬질꼬질한 고아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이목구비 뚜렷한 미남으로 변모했다. 멍청한 표정만 아니었으면 귀티까지 나는 모습이다.

 

 타이브가 정신 차리기도 전에 다시 노인이 나타났다.

 

 “따라와라.”

 

 옷까지 새 옷으로 갈아입은 타이브는 노인이 이끄는 대로 순순히 따라갔다. 이미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가 데려간 곳은 영주의 방이었다. 노인이 공손히 노크하고 타이브를 들여보냈고 타이브는 처음으로 영주와 마주 보게 되었다.

 

 “그 아이가, 바바가 말한 아인가?”

 

 “그렇습니다, 영주님. 이 아이를 훈련시켜서 진정한 후계자가 생길 때까지 영주님의 후계자 연기를 하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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