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월드, 균열, 베타 테스트 서버 등, 밤낮으로 바쁜 천유강이지만 대학교는 빠지지 않고 꼭 나갔다.
학점이나 졸업장 따위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대학이니만큼 교수진들도 세계 각국의 저명한 명사들이 초빙됐고 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게 많았다.
초식이 따로 없는 천부경의 특징상, 쥬신 대학의 교육은 배울 때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 느껴졌다. 강해지는 방법은 균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장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지금은 무과에서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전투술의 중급 과목을 듣는 중이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학생들끼리 하는 대련이 필수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넘쳤다.
이번에 편입한 중국인들 때문이었다.
“어디 그 유명한 쥬신 대학의 수준을 볼까?”
이번에 편입 시험을 보는 중국인들은 총 500명이다. 다른 학생들과 중간고사를 함께 보고 성적에 따라서 입학이 결정되기로 했다.
극적으로 양국 간의 화해가 이루어졌지만 무공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부심만은 하늘을 찔렀다. 아직도 풍신과 전왕이 없었더라면 과거 한·중 전쟁의 승리는 자신들의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그 생각도 아주 완벽히 틀리지 않는 것이, 다른 전문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2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52번 왕장평과 11번 루이! 앞으로 나와라.”
쥬신 대학에는 한국인들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다. 세계에서 인재들이 모였기 때문인데 여기 있는 대부분은 어렸을 때부터 무공의 천재 소리를 듣고 자란 이들이다.
그것을 보여주듯이 자신만만한 태도와는 달리 중국인들의 승률은 높지 않았다.
“루이 승!”
변형된 펜싱 기술을 가진 루이의 검술에 왕장평이 내내 밀리다가 결국 장외로 떨어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패배에 중국인들의 안색이 나빠지고 있었다.
“다음은 62번 팽기륭과 7번 천유강.”
다음 대련은 천유강의 차례였는데 이번에도 중국인과 붙게 되었다. 그런데 팽기륭이라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학생들 사이에서 소요가 일어났다.
“팽가의 둘째인 팽기륭이다!”
“벌써 오호단문도을 익힌 무림맹의 기대주야.”
천유강의 상대는 중국에서도 유명한 가문인 팽가의 둘째인 팽기륭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재를 드러냈는데 2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팽가의 절기인 오호단문도을 완벽하게 구사해 가문의 신망을 얻었다.
역시나 팽기륭이 거들먹거리면서 넓은 도신을 가진 도를 어깨에 메고 나왔다.
“멍청한 놈들! 너희들은 맹의 수치다.”
팽기륭은 대련에서 진 중국인들에게 거침없는 비난을 뱉었다. 편입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이곳에 오면 다른 나라의 학생들을 무릎 꿇릴 거라고 확신했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승률이 형편없었다.
모두 개방해서 전 세계 인재들과 경쟁하던 한국과 자신들이 최고라고 여기며 우물 안 개구리로 지낸 중국의 차이였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무공 수준이 더 높았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역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다. 그중에서도 특출 난 인재들이 아직 많이 있었다.
“오너라. 네 모든 것을 내게 보여 봐라!”
무기도 들지 않은 천유강을 보며 팽기륭이 거만하게 손가락질했다. 천유강에게서 기세가 느껴지지 않으니 자신보다 한참 아래의 무인이라 여긴 것이다.
상대의 기세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정말 약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측정할 수 없는 고수이거나.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팽기륭은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을 본 천유강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어찌 되었든 대련은 끝내야 하니 말이다.
붕~
천유강이 무심히 손을 내지르자 팽기륭의 안색이 변했다. 빠르지 않지만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는 공격이다. 당황한 팽기륭이 급히 도를 휘둘렀다.
하지만······.
빙글~
간단한 발걸음으로 그 공격을 피해낸 천유강이 팔꿈치로 팽기륭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퍽!
“꾸엑!”
괴상한 소리를 내며 팽기륭이 나가떨어졌다. 지금 천유강은 균열에서 얻은 모든 특성을 끈 상태다. 특성의 도움 없이도 상대와의 격차가 이렇게 크게 났다.
“천유강 승!”
진행자의 말에 천유강은 덤덤히 돌아섰다. 상대가 실력을 과신한 것처럼 천유강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승리했다고 딱히 좋아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인정할 수 없다!”
옆구리를 부여잡은 팽기륭이 다시 도를 들고 일어섰다.
가끔 이런 이들이 있다. 대련의 결과를 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 그런 그들이 말로만 끝내면 다행이지만 가끔 지켜야 할 선을 넘는 자들이 있었다.
지금 팽기륭이 그랬다.
“받아라!”
승부가 가려졌는데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전과는 다르게 확실한 초식을 구사하고 있다.
“오호단문도다!”
팽가의 절기인 오호단문도가 대련장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과연 도에서 느껴지는 기세가 전과 확연히 달랐다.
‘확실히 강하긴 하군.’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절기인 오호단문도다. 무거운 도에서 뻗어 나오는 기세가 천유강의 전신을 내리눌렀다. 수준이 조금만 모자란 자가 앞에 있다면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혼절할 정도의 놀라운 수법이다.
하지만 상대는 천유강이었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앞으로 나가면서 손등으로 도의 옆면을 가격했다.
퉁!
“큭!!”
가벼운 손동작이었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거대한 힘을 품고 있던 도가 초식을 벗어나 궤도를 이탈한 것이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오호단문도는 깨졌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안 팽기륭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크게 떠졌다.
“말도 안 돼!”
자신의 오호단문도가 무적이 아님을 알고 있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구파일방의 장로급의 인물에게 해당하는 말이지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무인에게 통용되는 말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오호단문도는 이렇게 쉽게 막힐 무공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팽기륭을 뒤로하고 천유강은 천천히 뒤를 돌아 나왔다. 저 표정만으로도 벌은 충분히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더 공격하면 심신의 충격이 가중되어 정말로 쓰러질 수도 있다.
천유강이 무심히 자리에 가 앉자.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산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다음은 80번 당군명, 43번 변혁민.”
이번에도 중국인과 한국인의 대결이 펼쳐지게 되었다. 그런데 당군명이라고 불린 인물은 여러모로 특이했다.
“가면?”
얼굴에 시리도록 푸른 가면을 쓰고 나온 것이다. 저 가면은 분명 어디서 본 적이 있다.
“금강산에서······.”
금강산에 기계 로봇들이 출몰했을 때 여우 가족을 도와줬던 그 의문의 가면인이 분명했다. 기계 로봇들을 다 물리친 다음에 찾아도 봤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다.
“중국인이었군.”
그는 허리춤에 긴 검을 두르고 있었는데 그걸 꺼내니 살짝만 움직여도 낭창낭창 휘기 시작했다. 거의 연검 수준으로 얇고 부드러운 검이다. 저런 검은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먼저 움직인 것은 한국인인 변혁민 쪽이었다. 그는 장창을 들고 있었는데 손잡이 끝에 달린 수실을 잡고 변칙적인 창술을 구사했다. 덕분에 일반 창에서는 볼 수 없는 각도에서 공격이 나가기도 했고 창의 공격 거리가 순식간에 길어져 상대의 허를 찌르기도 했다.
그에 비해 당군명의 공격은 단순했다. 손목만 살짝살짝 흔들었는데도 검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챙! 챙!
당군명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의 검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변혁민의 요혈을 노렸다. 변혁민의 변칙적인 창술도 날카롭게 들어오는 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분명 공격 거리는 변혁민 쪽이 우세했는데도 변변한 유효공격 한 번 하지 못하고 천천히 무너졌다.
“당군명 승!”
천유강도 이번 대련만큼은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아직 실력을 숨기고 있군.’
과정과 결과도 그랬지만 당군명이 변혁민을 완전히 가지고 놀았다. 모르긴 몰라도 그의 본신의 무력을 발휘했으면 변혁민은 10초도 버티지 못했을 거다.
‘나와 동급··· 인가?’
천유강의 냉정한 판단이다.
배대강을 제외하고 또래의 무인이 자신과 비슷한 무위를 지닌 건 저 당군명이라는 중국인이 처음이다. 천유강과 배대강의 출생의 비밀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게다가 마음에 걸리는 건 또 있었다.
‘저 무공이 낯설지 않아.’
분명 처음 보는 수법이지만 이상하게 그의 무공이 마음에 걸렸다. 어딘가 친근한 느낌마저 드는 그런 무공이다.
천유강이 빤히 쳐다봤지만 가면 속에 감춰진 그의 정체를 알아낼 리 없었다.
그렇게 모든 대련이 끝났다.
***
《Log in》
천유강이 디멘션에 접속하자 익숙하다면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탑이 눈앞에 보였다. 그건 바벨탑이었다. 미카엘에게서 얻은 엠블럼으로 근처에 있는 포탈을 타면 언제든지 미카엘과 대련을 할 수 있어서 그 후로는 매일 왔다.
미카엘과 대련을 하는 것이 퀘스트로 판정이 되었는지 단지 손속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매우 높은 경험치를 주었다.
천유강은 잘 몰랐지만 이제 바벨탑은 데이브레이커 길드에 귀속되어 있으므로 신지후의 아이템인 글로리아 홀이 천유강에게도 적용이 되어서 경험치가 1.15배씩 올랐기에 가능했다.
바벨탑을 클리어하고 나서도 천유강은 데이브레이커 길드를 탈퇴하지 않았는데 신지후와 지크가 이렇게 된 거 같이 활동하자며 설득했기 때문이다. 천유강도 최상급의 길드 버프를 받으니 나쁜 제안이 아니라 생각해서 받아들였다.
물론 이렇게 레벨이 오르고 스탯이 많이 올랐어도 아직 미카엘에게 공격다운 공격 한번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굳은 결심을 하고 천유강은 자신만이 이용할 수 있는 텔레포트 진이 있는 곳으로 갔다. 탑 주위에는 몬스터가 출연하지 않는 세이프티 존이었고 바벨탑은 유저들에게 인기가 바닥인 던전이기 때문에 보통 아무도 없었고 오늘도 그러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텔레포트 진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분명 여기였는데?”
혹시 자신이 길을 잘못 찾았나 하고 의문을 품은 천유강이 주변은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무슨 일이지?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혹시나 해서 미카엘과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미카엘의 인정이라는 엠블럼이 사라졌나 확인을 해본 천유강이었지만 엠블럼은 그대로 있었고 다른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달라진 건 사라진 텔레포트 진 하나였다.
“곤란하게 됐네.”
미카엘과의 대련 연습은 이제까지 디멘션에서 해왔던 수련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천유강이 익히고 있는 천부경이라는 무공은 다른 무공들과는 달리 무공서나 스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신기인 천부경은 직접 주인을 선택한다.
신기를 가지고 있는 당대 천부경의 소유자를 경주, 혹은 천부경주라고 부르며 경주는 천부경이 이끄는 대로 사용자를 찾고 무공을 전수해준다.
현재 경주는 천유강의 외할아버지이자 이제(二帝) 중에서 염제(炎帝)라고 부리는 한지로다.
자신의 제자이자 사위였던 풍신(風申) 천무호가 천부경의 사용자가 된 것도 우연이었지만 손자인 천유강 역시 사용자가 된 것은 긴 천부경의 역사 중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천부경의 특징은 모든 사용자들에게 매번 다른 심법을 전수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염제라고 할지라도 천유강에게 심법을 알려줄 수 없었고 오직 거울에서 배운 대로 수련할 수밖에 없었다.
천부경이 오직 심법만을 가르치기 때문에 무공에서 심법 다음으로 중요한 초식을 배울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염제에게 초식을 전수받는 것이 최선이었겠지만 염제는 자신이 갈고 닦아 정립한 초식들을 천유강에게 전수하기보다는 전장 속에서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장에서 적들과 싸우며 무공을 정립하는 것은 목숨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는 일이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디멘션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에서 죽이고 죽으면서 자신만의 초식은 만들고 다듬어야 했다. 그 때문에 천유강은 파티도 하지 않고 몇 번을 죽으면서도 끝끝내 혼자 다니면서 게임을 한 것이다.
많은 전장과 적들이 모두 천유강에게는 스승이었지만 미카엘은 특별했다. 마치 자로 잰 것 같은 동일한 움직임과 빠르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동작들 하나하나가 천유강에게 큰 영감으로 다가왔다.
몇 번의 대련 끝에 깨달음이라는 옷자락이 손에 잡힐 것 같은 지금 이 순간에 갑자기 미카엘과 만날 방법이 사라졌다는 것이 천유강에게는 큰 아쉬움이었다.
“나중에 다시 와야겠지.”
어쩌면 바벨탑에 생긴 퀘스트 때문에 오늘 하루만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다시 오면 되니 아까운 시간을 버릴 이유가 없다.
“이왕 중앙 대륙에 왔으니 근처 사냥터를 가볼까?”
중앙 대륙의 몬스터들은 최소 레벨이 500으로, 다른 대륙보다 훨씬 강력한 몬스터들이 나온다. 하지만 레전드 등급 아이템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지금의 천유강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천유강이 가기로 한 곳은 막부의 사무라이들이 몬스터로 나온다는 사냥터였다. 막부의 무인들은 무림의 무인들보다는 연계 스킬이 부족하고 기술도 단조롭지만 왜도를 이용한 일격의 데미지가 훨씬 높고 낭비가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단숨에 몰아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칙쇼!”
레벨 600의 사무라이가 천유강을 보더니 승부를 걸어왔다. 그는 고대 일본 사무라이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현대인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실력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붕~
사무라이의 왜도가 길게 선을 그리며 천유강을 베어왔다.
왜도는 일반적인 검과는 다르게 절대 휘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부드러운 검술이 불가능하고 잘 부서지지만, 잘 이용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보일 수 있다.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공격이었지만 천유강의 눈에는 공격의 빈틈이 똑똑히 보였고 손쉽게 상대의 허점을 공략해 중심축을 무너트릴 수 있었다.
퍽!
우당탕탕 하고 넘어진 사무라이는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달려왔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천유강의 가벼운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나로는 연습이 되지 않네. 적어도 셋은 있어야지 싸울 맛이 나겠어.”
레벨 100 넘게 차이가 나는 몬스터도 이제는 너무 시시해졌다. 2차 승급까지 무사히 마치면 정말 랭커들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라이를 찾으려던 그때였다. 갑자기 사냥터가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응? 뭐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니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이곳에 있으면 안 되는 몬스터가 유유히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엔젤?”
바벨탑의 최상층에서 보았던 엔젤들과 아크 엔젤들이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보고 있었다. 저들은 모두 레벨 1,000이 넘는 무지막지한 몬스터들이다. 강해진 천유강이라도 저들 중 단 한 명과 싸워도 이길 수 없다.
그들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은 난리가 났다. 600 레벨의 사무라이를 잡으러 온 플레이어들이니 저런 고렙의 몬스터와 싸울 준비는 전혀 안 되어 있다. 심지어 몬스터인 사무라이까지도 하늘을 보더니 공황 상태에 빠졌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천유강도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다급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다.
“엄마야!”
천유강에게로 곧장 달려오는 사람은 햇빛에 반짝이는 백금발을 지닌 눈부신 미녀였다. 헤븐의 신족 플레이어인 듯 천사의 특징이 보였고 품에는 자신의 키보다 큰 창과 책들을 잔뜩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