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입니까?”
“그렇습니다. 현재는 유강 군의 레벨이 제일 낮지만, 어차피 지금은 레벨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확실히 그렇죠.”
“이 시험의 열쇠는 저 5,000이 넘는 스탯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나에 달려있죠.”
같은 스탯이라도 플레이어가 어떻게 운용하나에 따라서 그 효과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앞서 나간 사람들은 갑자기 높아진 스탯을 활용하지 못해서 쉽게 쓰러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이죠. 그래서 유강 군이 필요한 겁니다. 이곳에서 갑자기 생긴 스탯의 괴리감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유강 군만이 유일하겠죠.”
그사이에 제법 버티던 더스크마저 죽어서 로그아웃이 되고야 말았다.
이제 정말 디멘션에서의 하루 이용 제한 시간인 7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밑에 있는 세이브 존까지 내려가는 시간도 없으니 만약, 지금 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주일의 시간이 허망하게 낭비가 되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저도 대결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행이군요."
“그럼 다녀오죠.”
"조심하십시오. 이제까지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보여주었던 유강 군의 몸놀림이라면 저는 이번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일어서 나가려는 천유강에게 신지후가 무언가를 던졌다.
"유강아, 이것을 받아."
헤어와인의 벨트
(유니크)
전설적인 장인인 헤어와인이 영주에게 바치려 2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벨트다. 블랙 와이번의 비늘과 가죽 힘줄로 만들어 방어력이 뛰어나지만 결국 영주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이 허리띠를 탐낸 용병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방어력 120
민첩 100 증가
지혜 20 증가
화염 저항 +30
바람 저항 +30
이동 속도 5% 증가
중갑옷을 하나도 입지 않았으면 방어력 +15%
"이건······."
"부담 갖지 말고 써. 그 정도 아이템은 지원할 수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꼭, 성공시켜."
"알겠습니다."
심호흡을 한 천유강이 미카엘의 앞에 섰다.
"시험을 시작하겠나?"
"물론이다."
"······."
천유강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미카엘이 갑자기 천유강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이가 어떻게 되지?"
"올해로 21살이다."
"이름은?"
"천유강이다. 무슨 문제 있나?"
"아니다. 그럼 시작하지."
미카엘의 신호를 받은 천유강은 앞으로 걸어가 빛의 축복을 받았다.
‘이건······.’
강력한 힘이 천유강의 몸 안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스탯 5,000이면 거인족 못지않은 힘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지금 천유강은 딱밤으로도 거대한 나무를 부러트릴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천유강의 캐릭터 레벨은 400대 중반 거기에 1차 승급밖에 하지 않은 상황이라서 스탯의 양은 한정되어 있었다. 반면에 현실에서는 절정의 무인이다. 현재는 초절정에 문턱까지 왔다고 할 수 있다.
평생을 가도 절정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것을 고려하면 천유강의 무력은 비정상적으로 높다.
그 때문에 게임상의 스탯이 현실의 능력치보다 훨씬 더 낮아서 게임을 하는 계속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운동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계속 느껴야만 했다.
지금은 현실보다도 스탯이 훨씬 높다. 이런 몸 상태라면 본신의 힘을 100% 넘게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느꼈다.
“준비는 끝났나?”
미카엘의 물음에 천유강은 몸을 한차례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쿵!
미카엘의 창이 땅을 찍었다.
"그럼. 시작!"
미카엘의 신호가 떨어지자 동시에 10명의 케루빔이 일제히 천유강을 향해 날아올랐다.
'도망가선 안 된다. 마법사들이 손을 쓰지 못하게 붙어야 해!'
날아오는 적보다 더 까다로운 것이 뒤에서 마법 공격을 하는 케루빔이다. 다른 사람들이 도망가기 위해 거리를 벌렸을 때, 마법이 발사되는 것을 보고 도망가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도망가는 대신 오히려 앞으로 뛰었다.
"저런! 무모하다."
지켜보는 사람은 천유강의 행동에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걱정과는 달리 천유강은 두렵지 않았다. 적들도 강하지만 그만큼 천유강도 강해졌다.
'확실히 가벼워. 지금이라면······.'
스탯이 오르니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레전드 아이템 미라클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가속!’
미라클의 소원 스킬을 사용하니 천유강의 속도가 배가 되었다.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니 케루빔들도 순간적으로 천유강의 신형을 놓칠 정도다.
돌진해오는 케루빔의 공격은 매서웠지만 천유강이 앞으로 뛰어오는 바람에 진형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덕분에 케루빔의 창이 처음으로 빈 곳을 찔렀다.
“됐다!”
공격 한 번 피했을 뿐인데 벌써 일행들은 난리가 났다.
‘할 수 있어. 스피드는 빠르지만 동작은 단순해.’
실제 현실에서 수많은 대련을 해온 천유강이다. 그동안 대련했던 사람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창천문의 무인들이다.
그것에 비교하면 게임 안에서의 유닛들은 기술면에서는 그 깊이가 훨씬 얕았다. 물론, 적들에게는 그런 것들을 다 씹어 먹을 정도의 높은 스탯이 있었다. 아무리 대단한 기술이라도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붕~
헛되이 공격한 케루빔이 멀리 날아올라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활강했다. 날아오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초고속 전투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전이라면 반응하기 전에 이미 쓰러졌을 거다. 높아진 민첩성 덕에 케루빔의 창이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중력.’
케루빔의 능력이라면 어지간한 중력의 무게 정도는 무시하고 날아다닐 수 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천유강은 변칙을 주기로 했다. 몸 전체가 아닌 한쪽 날개에만 무게를 주는 것이다.
천유강의 예상대로 케루빔들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반격을 가했다.
퍽!
무려 5,000 스탯이 담긴 힘이다. 발끝에 잔뜩 힘을 주고 걷어차니 케루빔이 서로 뒤엉키며 우당탕탕 날아갔다.
아무리 잘 싸우고 있어도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는 마법사 케루빔은 입안의 가시 같이 거슬린다.
‘신족이라서 그런지 마족처럼 자기편까지 동시에 공격하는 마법은 쓰지 않아. 계속 붙어야 해.’
마족이었다면 자신의 편이 다치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광역 마법을 펑펑 날렸을 거다. 다행히 신족이라서 적의 말살보다 아군의 보호를 더 우선시했다.
둘러싸이면 천유강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지면 마법사의 무서운 마법 공격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올 거다. 그 거리를 조율하는 것이 이 퀘스트의 핵심이다.
전투 도중에도 천유강의 실력은 성장하고 있었다. 날아다니는 적을 상대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역시 날아다니는 적은 지상의 적들과 패턴이 완전히 달라. 하지만 움직임을 알고 있다면 피할 수 있어. 이길 수는 없어도 죽지 않고 버티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다리는 계속 움직이며 포위당하지 않게 이동했고 손으로는 날아오는 무기를 정신없이 튕겨냈다. 번개처럼 찔러오는 창을 손등으로 정확히 쳐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찔하게 만들었다.
"와우!"
신들린 듯이 움직이는 천유강의 몸놀림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모두 감탄사를 뱉었다.
케루빔 마법사는 계속 마법을 날릴 틈을 보고 있었으나 천유강 옆에 항상 케루빔이 자리 잡고 있어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윽!"
천유강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케루빔의 공격은 여전히 매서웠다. 천유강이 케루빔의 움직임에 적응하는 것처럼 케루빔들도 공격이 점점 정교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포위당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오빠! 뒤 조심해!"
배연아의 외침이 천유강의 귀에 들렸는지 천유강은 땅을 박차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신족의 등 뒤로 넘어갔다. 덕분에 케루빔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천유강은 뛴 힘을 이용하여 두 발로 신족의 등을 가격하였다.
퍽!
"······."
"이런."
자세가 완벽하지 않은 탓에 발끝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공격받은 케루빔이 밀리지 않았으니 완벽한 반격 기회를 준 꼴이 되었다.
"그렇다면!!!"
한쪽 발이 땅에 닿자마자 몸을 회전해 돌려차기했다. 동작도 크고 명중률이 낮은 공격 방법이라 평소에는 전혀 쓰지 않는 방법이었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있었다.
퍽!!!
천유강의 뒤꿈치가 정확히 케루빔의 급소 중의 하나인 이마에 박혀있는 푸른 보석에 들어갔다. 이마에 공격을 당하자마자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번 천유강이 발을 휘둘렀다.
"잘한다. 오빠!"
배연아가 천유강의 선전에 팔짝 뛰면서 좋아하였다.
그때 미카엘이 다시 한번 땅을 찍었다.
쿵!
미카엘의 신호에 케루빔들은 공세를 멈추고 천유강을 둘러싸더니 주위를 원을 그리며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패턴이 바뀌었나.'
소위 말하는 두 번째 페이즈다. 보통 보스들은 체력이 특정 지점 아래로 내려가면 새로운 패턴으로 공격해 플레이어들을 힘들게 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휙~ 휙~ 휙~
천천히 돌던 신족들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휙~ 휙~ 휙~ 휙~ 휙~
이윽고 하얀 잔상만 남을 정도로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일전에 환생 퀘스트에서 지온이 보였던 수법이다. 당연히 비교할 수 없이 빠르고 무서웠다.
'온다.'
빠르게 돌던 케루빔 중에서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와 천유강의 등을 노리고 날아왔다.
"윽!"
팟!
'빠르다.'
옷깃 하나 차이로 간신히 피했다. 정통으로 맞았으면 다른 케루빔의 공격에 연속으로 당할 것이 뻔하다. 정신을 수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다른 케루빔들이 시차를 두며 2명 더 날아 들어왔다.
‘늦었······.’
완벽하게 다른 방향으로 들어오는 공격이다.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은 놓칠 위험에 빠졌다.
위기에 순간에 기지를 발휘했다.
드드드득!!
소원 스킬로 정신을 집중해 바닥을 솟구치게 한 것이다. 대리석처럼 하얀 기둥이 솟아나자 케루빔이 재빨리 방향을 틀었고 천유강은 한 명만 상대할 수 있게 됐다.
그때 미카엘이 다시 한번 땅을 창으로 찍었고 신호를 들은 케루빔들이 땅을 박치고 뛰어올라 천유강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갑자기 무슨 짓이지? 2분이 되려면 아직 조금 남았을 텐데, 설마!'
천유강이 고개를 돌려 이제까지 저 멀리서 구경만 하고 있던 케루빔 마법사를 보니 막 주문을 마치고 있었다.
"익스플로젼!"
"플레임 버스터!"
두 개의 범위 마법이 차례로 영창 되었다.
펑!!!!!!!!
천유강이 있던 자리 반경 10m 정도가 거대한 폭발로 뒤덮이게 되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리 재빠른 천유강이라도 그 폭발에서 살아남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오빠!!!!!"
배연아의 비명이 탑을 울렸지만 거대한 화염이 사라진 자리에는 아무런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당했나?"
구경하고 있던 지크가 중얼거리는 순간,
"휴우."
"오빠?"
천유강은 어느새 공중으로 떠 있었다.
"신기하긴 한데 조종하기가 쉽지 않군."
천유강은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펄럭!
천유강의 등 뒤에는 어느새 펼쳐진 검은 날개가 보였다. 바로 종족 특성으로 얻은 날개를 활용한 거다. 위기에 순간에 공중으로 날아서 폭발을 피했다.
타천사 종족으로 환생하면서 얻은 공중 날기 기술은 기력 소비가 극심했다. 처음 날 때 오천이라는 기력이 소비되고 유지되는 동안 총 기력의 2.5%가 지속적으로 소비된다.
민첩성을 위주로 한 전투 방식으로 선호하는 천유강이기에 원래도 기력이 부족해서 공중 날기 스킬을 사용하지 않다가 지금에야 처음 사용했다.
“신기하네.”
원래 있지 않은 날개가 생겼지만, 전혀 이질적인 감각이 들지 않았다. 아직 움직이는 것이 어색하긴 했지만, 숙련도가 부족한 느낌이라서 조금만 연습하면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격해!”
천유강을 발견한 케루빔들이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쿵!
미카엘이 창으로 땅을 찍었다.
"그만, 시간이 되었다."
정확히 2분이 지나있었다.
"만세!"
"해냈다!"
미카엘의 선포에 일행들이 환호를 터트렸다.
[퀘스트 '하늘로 가는 길'을 완수하였습니다.]
데이브레이커 길드의 명성이 50,000 올라갑니다.
모든 파티에게 경험치 500,000 주어집니다.
모든 파티에게 보너스 스탯 100이 주어집니다.
"와우."
생각보다 좋은 보상에 사람들은 모두 손을 맞잡고 좋아했다. 지금 받은 보상과 올라오면서 얻은 아이템들을 더하면 일주일 동안의 고생이 모두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휴우~”
천유강이 조금 지친 듯 걸어오자 일행들이 달려와 난리를 쳤다.
"잘했어."
"대단하던데?"
"그렇게 싸우는 거 처음 봤다."
일행들은 마치 홈런을 치고 온 타자를 맞이하듯이 천유강의 등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묵묵히 보고 있던 미카엘이 무언가를 던졌다.
"받아라. 전사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다."
데스티니 스톤(투구)
(레젼드)
신의 대리자가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에 내려왔을 때 그를 지키기 위하여 주신이 직접 하사한 장비. 수많은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던 장비였으나 대리자 스스로가 인간을 위해 희생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스스로 장비를 봉인했다.
결국 신의 대리자가 지키고자 했던 인간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그의 피가 스톤에 묻었고 피에 잠들어 있던 신성이 그대로 남아 신기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능력 : 모든 스탯 +35%
모든 저항 +100
현혹과 환영 마법 면역
신성 공격력 100% 증가
체력 재생률 500% 증가
마나 재생률 500% 증가
스테미너 재생률 500% 증가
신족 전용
스킬 [빛의 강림]을 3일에 한 번 사용할 수 있다.
빛의 강림
효과 : 15초 동안 무적으로 만들며 5분 동안 시전자의 모든 스탯을 300% 증가시킨다.
단, 효과가 끝난 후 3분 동안 사용자의 체력이 1에서 더 올라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