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 IN》
「바벨탑」
"너도 왔구나! 지현아."
배연아가 한걸음에 달려간 곳에는 신지후의 동생 신지현이 있었다. 같은 나이라서 그런지 동아리에서 몇 번 만나니 금세 친해졌다.
"연아야, 안녕! 나는 오빠 따라 왔어. 넌, 엘프야?"
"응. 예쁘잖아"
배연아는 긴 귀를 흔들며 웃었다.
"그런데 넌, 직업이 조련사야?"
신지현의 옆에는 커다란 늑대와 곰, 그리고 매가 있었다. 모두 디멘션에서 무서운 마수들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동물들보다 더 사납게 생겼다.
"응. 귀엽지? 내 친구들이야."
신지현은 귀엽다는 듯 동물들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배연아에게 사람보다 더 큰 짐승이 매서운 눈으로 사방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전혀 귀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예뻐 죽겠다는 신지현의 눈빛에 차마 진실을 말하지는 못했다.
"하···하하, 그, 그러네."
몸을 풀던 천유강은 배연아의 팔을 톡 치며 물었다.
"대강이는 왜 안 왔다고 했지?"
“오빠는 지금 다른 퀘스트하고 있어. 좋은 직업과 종족을 얻고 온다고 했는데 운이 좋으면 금방 얻지만 아니면 몇 달이 걸려도 못 얻는다고 했어.”
"누가 그래?"
"지후 오빠가 가지고 있는 정보 길드에서 말해준 거야. 오빠에게 잘 맞는 직업과 종족을 얻어주겠다는데, 두고 봐야지."
배대강도 아직 종족을 가지지 못했는데 그것을 본 신지후가 사람들을 시켜 배대강에게 가장 어울리는 종족을 찾아주겠다고 했었다. 그것 때문에 이번 퀘스트에는 빠진 것이다.
배연아의 말에 천유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조심해. 적이 언제 나올지 몰라.”
걸어서 들어간 바벨탑의 안은 굉장히 넓었다. 특이한 점은 천장이 굉장히 높았는데 최소 20m는 넘어 보였다.
"흩어지지 마. 여기 몬스터들은 지능도 굉장히 뛰어나서 떨어지면 바로 각개격파 당한다."
"알겠습니다."
진영이 갖춰지자 신지후가 스킬을 외쳤다.
“군주의 위엄!”
스킬명을 외치자 신지후를 중심으로 둥근 원이 크게 펼쳐졌다. 이것은 군주들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스킬인 오라였다. 오라 계열의 스킬은 군주 주변 동료들의 능력치를 향상시키는 능력을 지녔는데 오직 한 가지 오라 효과만 받을 수 있다.
"이게 바로 군주의 오라인가?"
배연아는 상태 창에 떠 있는 여러 가지 부수 효과들을 보며 말했다. 공격력 강화 방어력 강화, 체력 리젠률 상승 등등 많은 수치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효능이 더 좋았다.
"그렇습니다. 군주 직업의 특징인 오라입니다. 오라 효과는 파티와 길드에서 1명만 사용할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뛰어나죠. 특히 주군의 스킬이 좋아서 더 효과적일 겁니다."
"좋네요."
지크의 부연 설명에 배연아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적인 버프 스킬로는 성직자들의 신성 마법과 바드들의 노래와 군주들의 오라가 있다.
신성 마법은 효과가 가장 뛰어나지만, 단일 개체나 작은 범위의 사람들에게 통용되고 지속 시간이 짧아서 계속 시전 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고 바드의 노래는 효과가 좋지 못하지만, 범위가 넓어서 대규모 전장에서 효율적이다.
또 길드 특성은 군주의 직업과 승급, 그리고 길드의 성취도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군주가 로그인하지 않아도, 대륙 어디에 있어도 효과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군주가 있는 좋은 길드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탕!
그때 지크가 허리에서 총을 빼 들고 한 곳을 쏘았다.
"저쪽입니다."
《헤븐 키퍼》(엘리트)
(LV 700)
지크가 쏜 곳에는 하급 신족인 헤븐 키퍼가 있었다. 헤븐 키퍼는 신족이었지만 아기 천사처럼 선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반대로 얼굴 형체가 거의 없어서 흉측해 보였다.
“여기 나오는 모든 적들은 다 엘리트 등급 이상입니다. 잔몹이라고 무시하다가는 큰 코 다칩니다.”
NPC는 일반, 엘리트, 유니크로 등급이 나누어지고 몬스터는 일반, 엘리트, 보스로 등급이 나누어진다. 등급에 따라 각각 1배, 1.5배, 2배의 스탯 증가 효과가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같은 레벨이라도 몬스터의 스탯이 플레이어나 NPC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보스 몬스터였던 케르베로스도 동료가 되자 스탯이 확 떨어졌다.
"마족과 생김새는 다르지 않네요."
말이 신족이지 흉물스러운 외양은 마족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침입자에 대한 적의는 마족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다.
"그렇습니다, 연아 양. 초반이라서 조금씩 나오는군요. 행동 패턴을 익혀 두시면 쉬울 겁니다. 지현 양, 부탁드립니다."
지크가 부르자 신지현이 스킬을 외쳤다.
“적 탐색!”
위잉~
신지현이 스킬을 쓰자 헤븐 키퍼의 대략적인 능력치가 나오고 약점 부위가 빨갛게 빛났다.
《헤븐 키퍼》
(엘리트)
레벨 700
H·P : 20607
M·P : 14076
“처음부터 엄청난 적이네요.”
“이 바벨탑이 인기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적들의 높은 능력치와 터무니없이 낮은 아이템 드랍율 때문이죠. 또 드랍되는 아이템도 인기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탕!
배연아에게 말하면서 쏜 지크의 총알이 신족의 머리 정중앙에 박혔다.
"빨간색으로 빛나는 이곳이 급소입니다. 연아 양이라면 충분히 맞추실 수 있을 겁니다.
"우와~ 지크 오빠 강하시군요."
"별 말씀을."
그때 신지후가 소리 질렀다.
"좋아, 돌파한다."
신지후의 외침과 함께 60명이 넘는 대인원이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중급 신족인 홀리 가디언과 가즈 세이버가 나왔지만, 일행이 모두 뛰어난 실력과 높은 레벨을 지니고 있어서 적들이 처리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욕심 부리지 마라! 하나씩 하나씩 확실하게 처리해!"
"큭!"
일행 중의 한 명이 홀리 가디언의 창 공격에 일격을 허용하였다. 정통으로 맞은 것도 아닌데 체력이 확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 중급이지만 신족이다. 혼자서 싸울 생각 마."
"알았어. 이번은 방심한 거야."
부상자가 나오면 바로 성직자가 치유했다.
"조심해요 이왕이면 마나 리젠 되는 범위에서 다치세요."
“야 그게 말이 쉽지 맘대로 되냐? 차라리 다치지 말라고 말하지?”
"형은 왜 그렇게 까칠하게 말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조심할게요."
탑의 초반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다크 파이어."
온몸 전체를 검은 로브로 뒤집어쓰고 있던 흑마법사 한 명의 주문을 외치자 검은색의 불이 홀리 가디언에게로 날아갔다.
펑!
"캬아아아!!"
홀리 가디언의 몸에 불이 붙자 매우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쳤다. 마기의 상극은 신성이지만 반대로 신성의 상극도 마기다. 그래서 흑마법사의 마법이 신족들에게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홀리 가디언의 방어가 완전히 풀려 급소가 노출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배연아의 화살이 날아가 박혔다
"크르륵!"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홀리 가디언의 심장에 천유강의 손이 파고들었고 마지막으로 지크의 총알이 이마 한가운데를 가격하자 홀리 가디언은 견디지 못하고 쓰려져 버렸다.
"그리고 여기 있는 적들은 모두 다 어둠 속성의 공격에 약합니다. 그 점 잊지 말아 주세요."
기울어진 안경을 고쳐 세우며 지크가 말했다.
《직업 레벨이 올랐습니다.》
《직업 다크 로드의 레벨이 61이 되었습니다. 고유 스킬을 얻게 됩니다.》
어둠의 군주
(패시브)
자신에게 속해 있는 모든 유닛에게 암흑 속성 공격력과 저항력을 추가한다.
"방금 직업 레벨이 올랐다."
"벌써? 역시 고렙 지역이라서 빨리 오르네."
"물론 적들이 레벨이 높은 탓도 있지만, 저희 주군의 아이템 탓도 있을 겁니다."
옆에서 지크가 탄알을 갈아 끼며 말했다.
"주군이요? 지후 오빠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주군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 중에서 레전드급의 아이템이 하나 있습니다."
"우와 레전드급이요? 난 아티팩트급도 아직 한 번도 못 봤는데······, 능력치가 뭔데요?"
"'글로리아 홀'라는 하는 지팡이 아이템입니다. 여러 가지의 효과가 있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게 몇 개 있죠."
"그게 뭐데요?"
"하나는 모든 파티원이 EXP와 JP를 더 많이 받는 겁니다. 주군의 곁 100미터 곁에 있으면 25%, 주군의 영토에만 있어도 15%가 더 증가하여 적용되죠."
"엑!! 정말요?"
경험치를 1.25배 받는다는 말에 배연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25% 효과도 뛰어나지만, 곁에 있지 않아도 영토 안에서만 싸워도 1.15배를 얻는 것도 사기적이다. 소속 플레이어뿐만이 아니라 NPC들도 모두 적용되니 NPC를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레전드 급의 무구들을 갈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배연아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 그럼 현금으로 따진다면 얼마나 할까요?"
"하하 글쎄요."
지크는 안경을 손으로 한번 쓸어 올린 후 말했다.
"돈으로 환산하기도 어렵습니다. 무가지보(無價之寶)죠. 이제까지 레전드 급의 아이템이 경매에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나온다면 적어도 서울에 중심지에 있는 빌딩 두세 개 정도는 가뿐히 살 겁니다."
"헥! 거짓말!!!"
"정말입니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죠. 사실 더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주군은 안 팔겠지만요"
희귀성에서는 빌딩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서울 도심 빌딩이라도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 수가 있었지만 레전드 아이템은 아무리 돈을 주고 살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그것도 그렇겠네요."
"이제 사설은 이 정도로 하고 다른 분들도 도와주죠."
"아차, 말하다가 깜빡했네? 근데 유강 오빠는 어디 갔지?"
배연아가 살펴보니 천유강은 이미 전투의 최전선에서 적들과 싸우고 있었다.
"유강 오빠는 레벨이 낮아서 한 번만 맞아도 죽을 가능성이 높은데 왜 저렇게 앞장서서 싸우는지 몰라."
배연아는 아직 천유강이 베타 플레이어가 되어서 폭렙을 하고 레전드 아이템을 비롯한 좋은 아이템을 얻은 사실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 던전이 천유강에게도 버거운 던전인 건 변하지 않는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배연아는 활시위를 크게 당겨서 허공으로 날아오르려는 신족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
일주일 후
어느새 일행이 이곳 바벨탑에서만 시간을 보낸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넘는 것 같은 일의 반복만 일주일이 넘었다는 소리였다.
초반에는 빠르게 진행을 할 수가 있었지만, 층이 높아질수록 더욱 강한 적들이 나왔기 때문에 나중에는 100층을 하루에 오르기도 버거웠다.
"글레이셜 필드!"
"메스 홀리!"
"스매쉬!!"
일행의 무차별한 스킬 남발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공세를 피한 최상급 신족인 아크 엔젤은 공중으로 가볍게 피하였다. 한 마리의 아크 엔젤에 투자한 시간도 벌써 20분이 넘어간다.
일행의 레벨을 생각한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접전이었다. 이 한 마리의 아크 엔젤이 다른 지역의 보스 몬스터보다 훨씬 강한 듯 보였다.
푹!
"칵!"
"젠장 당했다. 어서 힐을!"
아크 엔젤에게 당한 일격을 당해 쓰러진 일행에게 서둘러 힐을 쓰려 하였지만 이미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늦었어!"
"이제 마나가 다 떨어졌습니다."
"삐악아, 부탁해!"
"끼이익!"
신지현의 말을 듣고 거대한 매가 최상급 신족을 향해 날아갔다.
이윽고 아크 엔젤과 매와의 공중전이 벌어졌으나 역시 매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매에게 상처가 하나둘 늘어가고 신지현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배연아가 도움의 손길을 뻗쳤다.
"에임 샷!"
배연아의 화살이 최상급 신족의 날개에 명중했고 일격을 허용한 아크 엔젤의 고도가 떨어지자 천유강이 도약해 손을 내질렀다.
퍽!
갑자기 뛰어오른 천유강의 공격에 아크 엔젤은 대비하지 못하였고 결국 천유강은 신족의 가슴 언저리에 손가락을 꽂았다.
하지만 아무리 천유강이 동 레벨의 플레이어보다 훨씬 강하다고 해도 아크 엔젤과의 레벨 차이가 500이 넘는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감히!!!"
데미지는 경미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줄곧 하늘을 날던 아크 엔젤은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온 것이다.
"지금이다. 끝장내버려!"
"와아아아아~"
거동이 가능한 모든 일행이 일제히 아크 엔젤을 향해 달려왔다.
"다크 번!!!"
검은 불길이 아크 엔젤의 발밑에서 피어올랐고 아크 엔젤이 미처 피하기 전에 암살자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뒤에서 스킬을 썼다.
"백스텝!"
"크윽!"
그토록 강력한 아크 엔젤이었지만 능숙한 협동 플레이에 어느덧 끝이 보이는 듯했다. 계속되는 파상 공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방어에 치중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공격의 공백이 생기는 순간 마법을 썼다.
"토네이도!"
휘이이잉~~~~~~
아크 엔젤의 중심으로 거대한 바람이 생겨났다. 눈조차 뜰 수도 없는 거센 바람에 일행들은 점점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큭~ 무슨 수작이지."
점점 일행들이 멀어지는 틈을 타서 아크 엔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는데 손에 환한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런! 그레이트 힐이다. 막아야 해!"
그레이트 힐은 상급의 성직자만이 사용이 가능한 회복 스킬이었다. 순식간에 체력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몇 분간 걸쳐서 점점 체력이 올라가는 능력이 지녔다.
“안 돼!”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주문이 완성되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들 허망하게 아크 엔젤이 자신의 에너지를 채우는 것을 보는 그 순간,
“암영사보.”
천유강의 목소리가 좁은 통로에 울렸다.
그림자로 변해서 짧은 거리는 움직이는 스킬이다. 액티브 스킬을 잘 하지 않는 천유강이지만 자신이 가진 스킬을 언제 써야 하는지는 제대로 숙지하고 있다.
《직업 레벨이 올랐습니다.》
《직업 다크 로드의 레벨이 77이 되었습니다. 고유 스킬을 얻게 됩니다.》
암흑 불길
(액티브)
마나 소비 : 50
쿨 타임 : 10시간
아군 유닛 하나를 희생시켜 주변 적들에게 그 유닛의 체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를 준다.
"헉~ 헉~ 헉~"
주문이 아크 엔젤에게 닿으려는 그 순간에 천유강은 자신의 스킬인 암영사보를 사용하여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아크 엔젤의 뒤로 갈 수가 있었다. 1초만 늦었어도 이제까지 한 공격들이 도로 아미타불이 되는 순간에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털썩~
아크 엔젤이 쓰러지자 긴장이 풀린 듯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지막 쓰러진 아크 엔젤을 끝으로 1002층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을 끝내버렸다.
"겨우 2층 오르는 데 6시간이나 걸리다니......."
1001층부터 있던 적들은 아래 있는 적들과 질적으로 차이가 크게 났다.
특히 엔젤과 아크 엔젤은 그야말로 하늘에서 천사가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는데 어리석은 인간들을 벌하러 온 듯 강한 공격과 마력을 뿜어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곳에 서 있는 것 자체가 기적과도 같았다.
"인원 체크 부탁한다, 지크."
"로그아웃 당한 자가 현재 27명, 현재 마나가 다 떨어져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마법사와 성직자가 모두 17명, 체력 에너지가 20%도 안 남은 15명을 제외하면 겨우 11명이 실질적으로 전투 가능합니다. 주군."
"60명 중에 겨우 11명이라······."
신지후는 혀를 짧게 찼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나도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남은 게임 시간은 겨우 1시간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정도 휴식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시간상 어쩔 수 없군. 일단 최상층으로 올라가지."
"예."
탑의 가장자리에 있는 나선형의 계단을 통하여 일행이 올라갔다. 전에 있던 계단들과는 다르게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한두 명씩 욕이 나올 때쯤에 다음 층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크, 최상층에 대한 정보는?"
신지후가 검을 쥐어 든 상태로 물었다. 뭐가 나올지 모르니 만전의 상태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정보 길드에 따르면 최상층에 있는 몬스터는 없습니다. 단지 여러 가지 신상들이 즐비하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이벤트에 대한 것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만한 난이도에 이렇게 시간이 걸려 올라가는데 아무것도 없다니······, 조각이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는데."
"분명히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두고 보면 알겠지."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조각이 이곳에서 무용지물이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길드의 부담으로 올 거다. 모두 헛걸음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며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