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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디멘션 게임 : 이차원 헌터
작가 : 범미르
작품등록일 : 2017.9.13

 
튜토리얼 (7)
작성일 : 17-09-23 08:43     조회 : 119     추천 : 0     분량 : 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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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천유강의 각오에도 왕녀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테드의 마나 고리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공작에게 복수하기는커녕 이곳의 평균에도 들지 못합니다.”

 

 그녀의 말도 옳다. 천유강의 현재 마나량은 고작 2서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건 마법 공부를 정식으로 배운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천유강도 생각이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 왕녀님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그 말에 왕녀의 고운 이마가 일그러졌다.

 

 “저를 무시하는 건가요? 저는 4서클에 오른 어엿한 중급 마법사입니다. 그런 제가 걸음마 단계의 마법사에게 질 리가 없습니다.”

 

 “왕녀님은 제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신다고 했습니다. 제 소원이 이겁니다. 왕녀님과 대련하는 거요. 그리고 이기면 이 왕국 최고 수준의 마법 교육을 받게 해 주십시오.”

 

 그 말을 듣고 왕녀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한 다음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좋습니다. 현실의 벽을 알려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나중에 회복되면 대련하도록 하죠.”

 

 “아니, 아닙니다.”

 

 천유강은 이불을 젖히고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당장 하도록 하죠.”

 

 상처는 이미 다 아물었다. 보통이었다면 몇 달은 요양해야 했겠지만, 게임 시스템 덕분인지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왕녀는 기가 찬다는 듯이 바라봤지만 고집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죠.”

 

 왕녀와 천유강은 마법사들의 대련을 위해 특별히 지어진 특수 건물로 이동했다. 이곳은 강력한 마법진으로 사방이 보호되어 있어 7서클의 파괴적인 마법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건물에 중앙에 선 미네르바 왕녀가 지팡이를 쥐고 물었다.

 

 “당신의 지팡이는 어디에 있죠?”

 

 마법사에게 지팡이는 검사의 검처럼 필수다. 지팡이에 새겨진 마나 로드가 주문의 속도와 안정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유강은 빈손을 보여주었다.

 

 “제가 마법 지팡이가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지팡이도 없이 나와 싸우겠다는 겁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나를 너무 무시하시는군요.”

 

 왕녀의 얼굴에 노여움이 보였다. 하지만 천유강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시작하지 않을 겁니까?”

 

 “······좋습니다. 빨리 끝내드리지요. 다시 침대 신세를 지더라도 나를 원망하지 마세요.”

 

 최대한 빨리 끝내기로 마음먹은 왕녀는 봐주지 않고 바로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 볼!”

 

 왕녀는 4서클이니 2 클래스에 속한 파이어 볼 정도는 긴 주문 없이도 바로 발동할 수 있다. 주변 공기를 몽땅 빨아드리며 날아오는 거대한 화염구를 천유강은 빠른 다리를 이용해서 피했다.

 

 “흥!”

 

 천유강이 자신의 주문을 막을 실력이 되지 않는 것을 안다.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다.

 

 “마법사를 너무 무시하는군요.”

 

 일대일에서는 전사보다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 마법사지만 그래서 더 일대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왔다. 하물며 단련된 기사도 아닌 촌 동네 사냥꾼을 상대하기는 충분하다.

 

 “그리드!”

 

 바닥의 마찰 계수를 줄여 미끄러지게 만드는 초급 마법이다. 이런 마법도 쓰기에 따라서는 고 클래스의 마법만큼 유용하게 쓰였다.

 

 “매직 트랩!”

 

 마법으로 만드는 화염 함정이다. 이런 마법을 곳곳에 깔면 적이 다가올 공간 자체를 줄일 수 있다. 한쪽에는 그리드를 다른 쪽에는 함정 마법을 깔고 마무리 공격을 가했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여러 개의 화염구를 한꺼번에 던지는 3 클래스의 마법이다. 초보 마법사에게 사용하기는 과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이곳에는 수준급의 치료사들이 많이 있다. 심한 화상이라도 깨끗이 낫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천유강의 대응은 왕녀의 두 눈을 크게 뜨게 했다.

 

 “인챈트 마나.”

 

 어느새 뽑아 든 단검에 마나를 주입한 천유강은 날아오는 화염구를 베었다.

 

 쾅!! 쾅!!

 

 몇 개는 그냥 지나쳐 뒤에서 폭발했지만, 검에 베인 화염구는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말도 안 돼!”

 

 놀란 왕녀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화염구는 검으로 벤다고 저렇게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벤 검과 함께 폭발해서 더 심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천유강이 벤 화염구는 터지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어떻게 한 거죠?”

 

 “간단합니다. 파이어 볼을 구심점인 핵을 소멸시켰습니다.”

 

 말은 간단했지만, 당연히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의 천유강은 무인들과의 대련도 많이 가졌지만, 마법사와의 대련도 자주 했다. 많은 실패 겪고 터득한 방법이다. 그의 경험과 절정에 오른 무공 지식이 뒷받침되니 아스의 육체로도 재현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습니다.”

 

 천유강이 한 일은 이곳의 오래 수련한 기사들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까지 짐승을 사냥하던 아스가 해낼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니다.

 

 다시 왕녀가 지팡이를 들었다.

 

 “매직 에로우!”

 

 수십 발의 마법 화살이 허공에 수놓아졌다. 살상력은 크지 않지만 빠르고 유도 기능까지 있어 마법사들이 애용하는 마법이다.

 

 이번에는 천유강도 하나하나 베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 달려가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마나 배리어!”

 

 천유강의 낮은 스탯으로는 왕녀의 매직 에로우를 막는 것으로도 마나가 모두 소진되었다. 검에 부여한 인챈트 마법까지 지속이 끝난 상황이었지만, 이미 승부는 났다.

 

 천유강의 검이 왕녀의 코앞까지 닿아 있었다.

 

 그 모습에 왕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퇴역 기사에게 검을 사사 받았습니다.”

 

 천유강은 자신의 무술 실력을 해명하려 했지만, 왕녀가 놀란 포인트는 그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움직이면서 마법을 쓴 거죠?”

 

 “네?”

 

 “당신······, 마법 전사였습니까?”

 

 “어, 그러니까······.”

 

 사실 천유강도 별생각 없이 쓴 배리어 마법이다. 현실에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없기에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러고 보니까 마법사들은 움직이면서 마법을 사용 못했지.’

 

 현실뿐만이 아니다. 디멘션 월드의 마법사들도 움직이면서는 마법을 못 외웠다. 오직 마법 전사 계열의 직업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는 건······.’

 

 천유강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아스가 원래 마법 전사의 재능이 있다는 거잖아.’

 

 그 순간 다시 투명 알림창이 떴다.

 

 《엠블럼 획득》

 아스의 재능

 (랭크 A)

 조건 : 아스의 재능을 발견한다.

 능력 : 움직이며 자유롭게 마법시전 할 수 있다.

 

 원래 마법을 사용 못하니 아스의 재능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다. 테드의 마나링을 얻게 되지 그의 재능이 꽃피운 거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 있었던 거군요. 이해했습니다.”

 

 천유강의 의도와는 달랐지만, 왕녀는 천유강의 자신감을 마법 전사의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마법 전사들은 일반 마법사나 전사들보다 훨씬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잘못 키우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지만, 그냥 마법의 길만 파도 움직이면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큰 메리트가 있다.

 

 “당신을 폄훼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리 말을 했으면 저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왕녀의 샐쭉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냐는 뜻이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의 재능을 몰랐던 천유강은 애매하게 웃었다.

 

 “그······,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르지 않겠습니까?”

 

 비겁한 변명 같았지만 의외로 왕녀는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군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그런 몸놀림까지 더해지지 않는다면 돼지 목의 보석 목걸이겠죠.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비록 졌지만 왕녀의 표정은 한층 더 밝아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법 전사의 재능이 있는 아군은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리토스 스승님께 당신의 재능에 관해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때 허공에서 늙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방금 말한 안리토스였다.

 

 “둘의 대련은 처음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왕녀가 황급히 예의를 차렸다. 아무리 자신이 왕족이라고 해도 상대는 수석 궁중 마법사고 자신의 스승이다.

 

 “죄송합니다. 못난 꼴을 보였습니다.”

 

 “상대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 않았나요, 왕녀님?”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흠~ 그래도 정상 참작할 여지가 있군요. 아스 군, 당신의 재능과 실력은 충분히 봤습니다.”

 

 그 말에 천유강도 왕녀를 따라 예의를 갖췄다.

 

 “내세울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왕녀님이 제 실력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 쓰러진 쪽은 저였을 겁니다.”

 

 “허허~ 좋습니다. 겸손도 가지고 있군요. 아스 군?”

 

 “네, 마법사님.”

 

 “저의 제자가 되고 싶습니까?”

 

 그 말에 천유강은 고개를 들어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다.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힘이 필요합니다.”

 

 “허허~”

 

 천유강의 눈을 본 안리토스는 허공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것이 옳은 일인 줄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스 군이 이곳에 온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겠죠.”

 

 그의 말에 천유강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전, 운명을 믿지 않습니다. 이건 테드가 한 일입니다.”

 

 테드의 이름이 나오자 안리토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에게도 수제자의 죽음은 가슴에 박혀 빠지지 않는 바늘 같았다.

 

 “그렇군요. 테드가 준 선물이군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 안리토스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스 군. 아니, 아스. 자네는 이제부터 나의 제자가 될 걸세. 나의 지팡이를 이어받겠나?”

 

 마침내 결심한 안리토스의 말이다. 천유강이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네, 스승님!”

 

 “허허~ 테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군.”

 

 안리토스는 내일 정식으로 발표하겠다는 말을 하며 사라졌다. 둘만 남자 미네르바 왕녀는 아까의 차가운 표정을 버리고 화사한 미소를 보였다.

 

 “그럼 이제부터 잘 부탁해, 사제.”

 

 꽃보다 향기로운 향기를 남기며 그녀가 사라지자 천유강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시 기다리던 투명 알림창이 나타났다.

 

 《퀘스트를 무사히 완료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선택이 저장되었습니다.》

 

 다시 천유강에게 감당할 수 없는 어지러움이 찾아왔다.

 

 ***

 

 시간이 빠르게 흘러 3년이 지났다.

 

 아스는 스승 안리토스의 밑에서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만큼 열정적으로 마법을 공부했다. 생각보다 그가 재능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테드한테 받은 마나의 도움 때문인지 몰랐지만 서클은 빠르게 증가했다.

 

 그 결과 4 서클의 마법사가, 아니 마법 전사가 될 수 있었다.

 

 같이 공부한 미네르바 왕녀도 5 서클에 올랐지만 아스를 볼 때마다 툴툴대며 라이벌 의식을 보였다. 서클은 그녀가 높지만 아스의 검술을 생각하면 아무도 그녀보다 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스를 만날 때마다 짓궂게 볼을 꼬집었다.

 

 “건방진 사제.”

 

 “아아아~ 또 웬 심통입니까, 사저. 노처녀 히스테리는 저리 가서 부리세요.”

 

 “뭣!!”

 

 3년이라는 세월 동안 스스럼없이 지내게 된 아스와 미네르바다. 하지만 친해진 건 시간 때문이 아니다.

 

 아직도 안리토스의 제자들을 비롯한 다른 마법사들은 미네르바를 어려워하며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했다. 5년이 넘게 지낸 테드도 제대로 말 한 적이 없는 걸 생각하면 아스와 미네르바의 친분은 다들 의외라고 생각할 만했다.

 

 “악! 꼬집는 게 어디 있어요?”

 

 그렇게 둘이 투닥투닥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허겁지겁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또 다른 안리토스의 제자다.

 

 “스, 스승님 어디 계시냐?”

 

 “스승님이라면 아까 탑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십니까?”

 

 “큰일 났어. 유적이, 유적이······.”

 

 유적의 말이 나오자 아스의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것이 느껴졌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길함이 그를 덮쳤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입에서는 폭탄 발언이 나왔다.

 

 “레트헨 공작이 유적의 에너지원을 새로 만들고 있어.”

 

 그 순간 천유강의 의식이 아스의 안에서 다시 일어났다.

 

 퀘스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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