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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아이돌스토리
비즈니스 중입니다.
작가 : 완미
작품등록일 : 2020.9.28

뜻하지 않은 사고로 팀이 와해되고 데뷔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상황.
아이돌이 되기 위해 수 년 간 들인 노력과 시간이 물거품이 되게 둘 수는 없다.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앙숙이든, 한 번 실패한 가수든, 회사 대표가 꽂아준 낙하산이든
아이돌의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이들과 얼마든지 함께 할 수 있다.

같은 그룹이라고 꼭 친할 필요는 없잖아?

 
012. 오해와 진실
작성일 : 20-09-30 10:30     조회 : 433     추천 : 0     분량 : 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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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방학을 앞두고 한 방송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했다. 지역 예선에서부터 시작해 수많은 예선을 거쳐 엄선된 20명만이 본선에 오르는 엄청난 규모의 오디션이었다.

 

 본선에만 올라도 일약 스타가 될 수 있는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다.

 

 “욱영아, 너도 여기에 참가해 봐.”

 

 “난 됐어. 안 할래.”

 

 당연히 참가하리라 예상했던 욱영이 거절을 하자, 서정은 어리둥절했다.

 

 “왜? 좋은 기회인데.”

 

 “여기 나가면 내 모습이 방송에 노출되잖아. 잘못해서 우스운 꼴을 당하면 인터넷 짤방으로 박제되어 전국적인 놀림감이 될 거야. 일약 스타가 되는 것보다 지금 하는 것처럼 차근차근 준비해서 데뷔하는 쪽이 난 더 좋아.”

 

 “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무서우면 연예인을 어떻게 해? 그러지 말고 나가봐. 나중에 너에게 도움 될 경험이 될 거야. 게다가 여기 예선 심사장에 별의 별 기획사 사람들이 다 온다더라. 거기서 캐스팅할만한 인재가 있는지 찾으러 다닌대. 혹시 알아? 그러다 눈에 들어서 좋은 기획사에 들어가게 될지도.”

 

 서정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 본선에 들지 못하더라도 많은 기획사와 접촉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확실히 매리트가 있었다.

 

 “너도 나갈 거야?”

 

 “나? 어……당연하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나가야 욱영이 결심을 할 것 같아서 서정은 같이 참가하기로 하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지역 예선은 대규모로 치러져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무척 짧았다. 그 때문에 시간 안에 본인의 기량을 다 뽐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욱영은 대중적이지 않은 노래를 선택하기로 했다.

 

 “저번에 노래방에서 네가 알려줬던 애니메이션 노래. OST만 명반이라던 거 제목이 뭐였지?”

 

 “어떤 거? 아! 『외톨이 용사』.”

 

 “응. 나 이번 오디션에서 그 노래를 불러볼까 해.”

 

 “진짜? 난 좋은 선택이라고 봐. 이전부터 그 노래랑 네 음색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거든.”

 

 서정은 욱영이 『외톨이 용사』를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원곡과 차별되는 그만의 느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런데 너는 연습하고 있어? 뭐 부를 거야? 준비한 것 있으면 한 번 해봐. 내가 봐줄게.”

 

 “나중에. 아직 연습이 부족해서 보여주기 창피해.”

 

 욱영은 서정이 자신의 연습을 돕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인 오디션 준비는 소홀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아한 욱영이 이에 대해 물으면 노래 선정을 하는 중이다, 나중에 보여주겠다는 등 어물쩍 답을 피하기 일쑤였다.

 

 결국 예선심사가 있던 날까지도 욱영은 서정이 뭘 부를 것이며, 오디션을 위해 어떤 것을 준비했는지 전 알지 못했다.

 

 예선심사는 방학한 이튿날에 열렸다.

 

 서정과 욱영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처음 보았다. 사람이 많아 예선심사를 보는 곳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져 있었고 서정과 욱영도 각자 다른 곳에서 예선을 봐야 했다.

 

 예선은 반주 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욱영이 두 소절 정도 불렀을 때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끊었다.

 

 “네. 거기까지 들을 게요.”

 

 이미 수많은 이들의 노래를 들어 지칠 대로 지친 심사위원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노래 말고 다른 특기는 없나요?”

 

 “춤을 좀 춥니다.”

 

 “한 번 해보세요.”

 

 음악을 깔리고 욱영은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흐트러지도록 열심히 춤을 추었다. 심사위원들은 욱영의 춤에 그나마 관심을 보였지만 끝내 ‘합격’을 시켜주지는 않았다.

 

 “네. 잘 봤어요.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해주세요. 저쪽으로 나가시면 돼요. 자, 다음 번호 들어오세요.”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오디션은 일반적인 오디션보다도 훨씬 매정하고 무감각했다.

 

 탈락하고 밖으로 나오니 서정이 말했던 것처럼 기획사 직원인 듯한 사람들이 오디션 장을 배회하며 다녔다. 그들은 참가자들의 얼굴을 살피다 눈에 띄는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

 

 저쪽의 누군가가 걸음을 뗄 때마다 기획사 직원들이 다가가 명함을 건넨다. 누군가 했더니 서정이었다.

 

 “아니요. 저는 연예인에 관심 없어요. 그냥 친구 따라 온 거예요.”

 

 “그러지 말고 우리 회사로 한 번 찾아오세요.”

 

 기획사 직원은 싫다는 서정의 손에 억지로 명함을 쥐어주었다. 그는 수없이 겪어본 일이라는 듯 어느 회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명함을 아무렇게나 외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우연치 않게 그 광경을 보게 된 욱영은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 노래를, 내 춤을 봐 달라 애걸해야 하는 자신과 사뭇 다른 서정의 모습에 질투가 느껴지기도 했다.

 

 “어? 욱영아! 예선 끝났어? 어떻게 됐니?”

 

 욱영을 발견한 서정이 달려와 물었다. 욱영이 짧게 고개를 흔들고는 그에게 되물었다.

 

 “너는 어떻게 됐어?”

 

 “네가 안 됐는데, 내가 됐겠냐. 당연히 떨어졌지.”

 

 “정말? 예선을 보긴 봤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히 봤지.”

 

 서정은 시치미를 뗐지만 속이 뜨끔했다. 그는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기권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고 오디션을 보러 아예 들어가지도 않았었다. 욱영은 마치 그것을 알아차린 것처럼 서정을 추궁했다.

 

 “솔직하게 말해. 정말 오디션 봤어?”

 

 “…….”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나도 붙는 1차 심사에 왜 매번 너는 통과하지 못하는 걸까? 이렇게 많은 기획사들이 널 데려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말이야.”

 

 욱영은 서정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명함들을 꺼내보였다.

 

 “너 지금까지 나한테 계속 거짓말 한 거지? 나 따라서 오디션 봤던 적 한 번도 없었던 거지? 그러면서 왜 나한테 오디션 준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어? 무엇 때문에?”

 

 “그게 그냥……네가 어떻게 오디션에 붙을지가 궁금해서…….”

 

 이런 식으로 탄로가 날 줄 몰랐던 서정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게 왜 궁금해? 너 아닌 척하면서 내가 가수 지망하는 걸 비웃고 있었니? 넌 얼굴만 들이밀어도 합격하는 오디션에 어떻게든 붙어보겠다고 노래하고 춤추는 내 꼴이 우스웠어?”

 

 “야! 최욱영! 너…….”

 

 “됐다. 됐어. 네 의도가 뭐였든 앞으로 서로 아는 척 하지 말자.”

 

 욱영은 자신이 기만당했다는 생각에 단번에 관계를 끊어버렸다. 서정이 보는 앞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지워버렸고, 그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그 일로 마음을 독하게 먹은 욱영은 방학동안 엔터 기획사와 연계가 되어 있는 서울 소재의 학원을 다녔다. 거의 학원에 살다시피 하면서 겨울 방학 동안 보컬과 댄스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면서 서정과 함께 오디션을 준비했던 시간과 방송국 오디션에 관한 일들을 모두 기억에서 지우려하였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간 뒤에야 욱영은 자신의 방송 오디션 예선 영상이 프로그램 예고에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돼지. 너 이게 어떤 오디션인지도 모르고 나간 거 아니냐? 이 프로그램에서 뽑는 건 가수지, 개그맨이 아니라고.”

 

 “이 돼지 새끼. 졸라 멋진 척 하면서 춤추는 것 좀 봐. 현실은 웨이브 할 때마다 살이 출렁거리는데. 우웩.”

 

 우려하던 일이 벌어진 것에 욱영은 참담함을 느꼈다. 그러나 곧 학년이 바뀔 것이고 반이 달라지면 이 조롱도 곧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참자. 조금만 더 참자하고 자신을 달랬는데 쉬는 시간 복도에서 서정이 욱영의 반 아이들과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게 최욱영이 노래하는 모습이라는 거지? 이 새끼. 즉흥적으로 참가한 것이 아니라, 준비를 오래 했네. 진짜 연예인이 될 생각이었나 봐. 주제도 모르고.”

 

 그들은 서정의 휴대전화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돌려보며 낄낄거렸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외톨이 용사』였다.

 

 방송사 오디션 참가를 앞두고 연습하던 때에 서정이 찍었던 것이다. 그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돌려 보며 웃고 있다니.

 

 머리털이 곤두섰다. 속에서 미친 사람이 아우성을 치듯 열화가 끓어올랐다.

 

 “김서정!”

 

 욱영은 서정에게 달려들었다. 체격 차이가 있었기에 욱영이 달려들자 서정은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그가 들고 있던 휴대폰이 바닥을 굴렀다. 욱영은 그것을 집어 들어 자신의 동영상 지우려고 했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지며 휴대폰의 전원이 나가버렸다.

 

 휴대폰 처음 써보는 사람마냥 욱영은 전원 버튼을 찾으려고 허둥거렸다. 그 사이에 몸을 일으킨 서정이 그에게서 자기 전화를 돌려받으려 했다.

 

 “야! 최욱영. 너 인마 갑자기 왜 그래?”

 

 “이러려고 방송국 오디션 참가하라고 등 떠밀었던 거지? 학교에서 놀림 받는 걸로도 모자라 전국적인 비웃음거리로 만들고 싶었어? 나쁜 자식. 그래도 친구라 믿었는데…….”

 

 욱영의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다.

 

 서정이 아는 욱영은 수없이 오디션에 떨어져도, 애들이 돼지라고 놀려도 줏대를 잃지 않고 나아가는 강인하고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던 욱영이가 울고 있었다. 저 때문에.

 

 “지워야 돼. 이 안에 있는 내 영상 다 지울 거야.”

 

 욱영은 울면서 전원이 들어온 서정의 전화 패턴을 풀려고 애를 썼다.

 

 “야, 그거 이리 내.”

 

 “비켜! 이 손 치우지 못해!”

 

 패턴을 풀어주려고 서정이 욱영의 손에 있던 전화를 가져가려 했다. 그런데 흥분한 욱영이 빼앗기지 않으려고 서정을 힘껏 밀쳐버렸다. 밀친 후에야 욱영은 자신들이 실랑이를 벌였던 장소가 계단 옆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균형을 잃은 서정의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욱영은 반사적으로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손가락 끝에 옷자락만 살짝 채였을 뿐 움켜쥐지를 못했다.

 

 데구루루 쿵.

 

 서정은 예닐곱 개 남짓한 짧은 계단을 굴러 떨어졌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비명을 질렀고, 그는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했다.

 

 “돼지가 서정이를 계단에서 떠밀었어.”

 

 “미친! 저게 완전 사람 죽일 작정이네. 살인자 새끼 같으니라고.”

 

 “야! 선생님 불러.”

 

 왁자지껄 소동이 일자, 교실에 있던 아이들까지도 밖으로 나와 기웃거린다. 그들의 눈과 손가락이 욱영을 가리키며 그를 비난한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욱영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는 것뿐이었다.

 

 그 뒤로 학교를 가지 않았다. 3학년에 올라가기 전에 자퇴를 하였고 집은 이사를 갔다.

 

 1년 뒤에 그는 현재 회사인 ‘스타랜드’의 연습생이 되었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면서 과거의 일은 잊으려 노력하였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감정이 희석되고 기억도 희미해졌다. 데뷔라는 미래를 보느라 과거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고 말이다.

 

 그런데 그 김서정이 다시 그 앞에 나타났다. 그와 한 팀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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