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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2. 불사자(3)
작성일 : 18-09-27 12:21     조회 : 59     추천 : 0     분량 : 8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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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포트 메인, 개척기지 1번 지구 -

 

 

 “드디어 왔구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네. 관리관이 직접 찾아올지는 몰랐지만.”

 

 개척단장인 그는 아델과 일행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다 아델과 온 인물들이 나이가 어린 소년 소녀인 것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근데, 얘들은 요번 신입들인가? 어린 아이들이 맡기에는 힘든 일인데? 뭐, 그들이니 상관없으려나?”

 

 그의 퉁명스러운 말에 아멜들은 기분이 상했지만, 어딜 가든 이런 취급을 당하는 게 일상이라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걸 지켜보던 아델은 궁시렁 거리는 단장에게 딱 잘라서 말을 했다.

 

 “그건 그렇고 토벌 대상은 어디 있습니까?”

 

 “음. 무지막지한 놈이라서 경계석 인부들을 벌써 10명이나 잡아먹었고……. 경비대랑 일꾼 몇 십도…….”

 

 “그러니까 어디에 주로 나타나는 지, 알 수 있을 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나? 괴수들이 하도 많이 몰려 들어와서 어디에서 어디로 움직이는지 잘 모른다고.”

 

 단장은 툴툴거리면서 개척지 지도를 꺼내들었다. 이곳 말고도 개척기지가 다섯 군데가 더 있었는데, 그 중 북동쪽 언덕을 짚으며 말을 이었다.

 

 “현재 제일 많이 괴수들이 몰려들어오는 곳이 이곳이거든? 근데 녀석이 괴수까지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어서, 아마 지금쯤은 이쪽에 있지 않을 까 다들 추측하고 있다네. 그도 그럴게 괴수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거든.”

 

 아델은 그가 짚은 언덕을 보면서 곰곰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괴수들까지 공격하는 녀석이라……. 분명 트린다미어가 분명한데........

 

 단장이 머무는 천막을 나서면서 스티네아가 투덜거렸다.

 

 “그냥 단순한 괴물일 것 같은데? 괜히 겁먹어서 상부에 연락한 게 분명해!”

 

 스피넬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별수 있나. 우리는 그저 시키는 데로만 하는 수밖에 없잖아.”

 

 “아오, 진짜 여기는 왜 제대로 된 게 없는 거냐고!”

 

 연습생 시절을 넘어서 무구 적합자가 되었지만, 여전히 무시당하는 것은 같으니까.

 

 앞쪽에서는 어색하지만 조용히 아델과 아멜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멜은 평소와 다르게 약간 누그러진 목소리로 아델에게 말을 했다.

 

 “그러니까. 아저씨 말대로라면 언덕이 아니라 모래 평원에 있다는 건가요?”

 

 “응. 언덕에 있는 놈이 무슨 놈인지 몰라도 내 생각이 맞는다면, 그 녀석은 높은데 있는 곳을 싫어하니까.”

 

 둘의 대화가 평소 단답형이었던 때와는 달리 길게 이어지면서, 평소의 아멜과는 다른 말투에 스티네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에 저 둘, 저랬었나?”

 

 “그러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스피넬 역시 미묘하게 바뀐 그녀의 태도를 보고 살짝 놀란 눈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멜과 아델은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첫날은 짐을 풀고, 경비병(아마 용병인 것 같아보였다.)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괴수들의 형태에 따라서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마침 쉬고 있던 경비병들에게 아델은 다가가서 천천히 말을 걸었다. 토벌부대라는 말에 그들은 약간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아델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이내 곧 경비병과 친해져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참, 그러고 보니 여기 괴수들은 주로 뭐가 많이 나오죠?”

 

 “으음, 주로 2등급 개체들이죠. 많이 굶주렸는지 여위어 보이긴 했는데, 그래도 괴수는 괴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한 10마리는 넘게 목을 벴죠.”

 

 용병의 목을 보니 은색 배지가 달린 목걸이를 끼고 있었다. 여기 개척단장이 돈을 많은 것 같았다. 은급 용병을 몇 십 명이나 데리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경비병들의 대부분이 정규군이 아닌 것을 봐서는 아마 이 개척단은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 개척단임이 틀림없었다.

 

 ‘어딜 가나 썩은 물은 있는 것 같네.’

 

 그는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내들어 메모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서류가방에 넣은 뒤, 아멜들을 데리고 배정된 막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와. 파견 갔을 때도 이런 막사는 안 썼는데.”

 

 낡은 천막을 겹겹이 덮어놓은 불안정한 막사. 내부에는 간이침대와 의자가 전부였다. 스피넬은 툴툴 거리며 의자에 앉았다가, 의자가 부러지는 바람에 넘어질 뻔했다. 노골적으로 싫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냥 내가 가져온 것으로 해야겠다.”

 

 아델은 밖으로 나가, 마차에 실어놓은 천막들과 도구들을 가져왔다. 누군가 미리 귀 뜸을 해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진짜 물먹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스티네아와 아델이 천막을 치는 동안, 아멜과 스피넬은 급히 성문 밖으로 나갔다. 갑작스런 괴수들의 습격에 3번 경계탑 쪽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경비대 일부도 뛰어가고 있었지만, 스피넬과 아멜의 경이로운 발걸음을 쫓기는 무리였다.

 

 “하, 괜히 토벌 부대가 아니라는 건가? 왜 이리 빨라?”

 

 “자네 말할 시간 있다면 어서 쫓기나 해. 안 그러면 단장이 또 뭐라고 한다고.”

 

 

 

  - 개척단 1번 지구 3번 경계탑 -

 

 

 비교적 온전한 건물들이 많은 유적지에 세워진 경계탑. 괴수들이 몰려드는 것을 알려주는 기능과 동시에 사람들이 대피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이 구조물은 지금 굶주린 짐승들에 의해 무너지기 직전에 놓여있었다.

 

 “젠장! 경비대는 언제 와!”

 

 인부들은 필사적으로 입구를 막고 있었지만, 괴수들은 단단한 문을 발톱이 부러져가면서 까지 긁어대고 있었다.

 

 “키아아악!”

 

 “크아아악! 크아악!”

 

 “살려줘!”

 

 겁먹은 인부들과 부상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밖에서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괴수들에게 쫓기고 있는 사람들과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흐... 아아아악!”

 

 불쌍한 한 명이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괴수들은 넘어진 사람을 보고, 서로 경쟁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제발!”

 

 날카로운 이빨과 섬뜩한 눈동자들이 오직 한 목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인부는 최대한 발악하며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졌지만, 괴수들은 날아오는 것들에 상처가 나도 무시하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괴수들이 달라붙은 사람을 보고 고개를 떨궜다. 저 사람은 이제 살 가망이 없어 보였다. 점점 많아지는 괴수들도 그렇고, 어제 습격이 있고 난 뒤 분명 방벽 보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무시한 단장의 결정이 원망스럽기도 했었다.

 

 괴수들이 발톱과 이빨을 들이밀며 넘어진 사람을 물어뜯고 찢으려고 했다.

 

 “제발..... 제발!!! 살려줘!”

 

 그는 눈을 찔끔 감았다. 돈을 엄청 벌 수 있다는 말에 이곳에 지원했었는데, 허무하게 죽다니.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괴수들이 그를 동정하고 물어뜯지 않을 리 없었다.

 

 “키아아악!”

 

 톱날 같은 이빨이 그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다가왔다. 녀석의 입 속에서 썩은 시체냄새가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이제 죽음이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살..... 살려줘.....’

 

 “흐아아압!”

 

 괴수의 입이 남자에게 닿으려는 그 순간 붉은 검 하나가 괴수의 목을 관통했다. 검붉은 액체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뒤이어 다시 한 번 검이 춤을 추며 다른 괴수들을 베기 시작했다.

 

 “키아아악?!”

 

 “키에에엑!”

 

 남자는 갑작스런 괴수들의 비명에 놀라 감은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푸른 머리칼을 날리며 서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괜찮아요?”

 

 스피넬은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보았다.

 

 “아.. 괜찮.. 흐이이익!”

 

 남자는 스피넬의 머리에 달린 뿔을 보고 놀랐었다. 그러자 스피넬이 웃으며 그의 뺨을 살짝치며 말을 했다.

 

 “귀무족은 처음이시나 보네요. 그래도 소리 지를 힘이 있으시면 빨리 경계탑 쪽으로 붙어주세요.”

 

 스피넬은 자신의 등에 매고 있던 창을 들어 괴수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남자는 어벙벙한 모습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다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저건?”

 

 마치 춤을 추듯 두 명의 소녀는 앞의 괴수들을 베어 나갔다. 굶주림에 지쳐있는 괴수들은 있는 힘껏 그녀들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녀들의 창과 검에는 자비란 없었다. 아멜의 붉은 검은 괴수들의 머리통을 정확히 후려쳤고, 정신을 못 차리는 괴수들을 뒤에서 스피넬의 창이 그들의 심장을 찌르며 마무리를 지었다.

 

 “카아악! 카악!”

 

 괴수들은 당황해 하며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하지만 그들을 그냥 놔둘 아멜이 아니었다. 아멜은 잠시 심호흡을 한 뒤, 바닥을 세게 박찼다. 콰지직! 바닥의 벽돌이 부서지며, 그녀는 마치 화살처럼 앞으로 튀어나갔다.

 

 “키에엑!”

 

 괴수 한 마리의 목이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괴수 한가운데로 떨어진 아멜은 곧바로 팔을 돌려 검을 한 바퀴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의 주변으로 붉은 원이 그려지며 앞으로 나아갔다.

 

 “키아아악!”

 

 “크어억!”

 

 붉은 원에 닿은 괴수들은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두 동강 나며 쓰러졌다. 아직 숨이 붙은 녀석들은 스피넬이 무어라 중얼거리며 창으로 세게 찔러서 마무리 했다.

 

 

 뒤늦게 도착한 경비대들이 무기를 뽑아들고 경계탑 쪽으로 몰려 왔을 때는 괴수들의 시체들을 정리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뭐.... 뭐야? 괴수들이 다 죽어있어?”

 

 최소 20마리는 넘는 대규모 습격임에도 불구하고, 긁힌 타박상을 제외하면 다친 사람이 없는 게 신기했다. 인부들은 막 도착한 경비대를 보며 툴툴거리며 말을 했다.

 

 “왜 이리 늦은 거야! 하마터면 다 죽을 뻔했다고!”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렇게 많은 괴수들은 또 뭐고?”

 

 “참나. 어린 아이 둘만 보내놓고 지금 그 소리가 나오는 거야? 늦게 왔으면 시체 정리하는 거나 도와주라고.”

 

 “어린 아이? 설마 그 아이들 얘기 하는 거야?”

 

 “응? 요번에 들어온 신입 아니야? 그래도 은장이라고 꽤 잘 싸우던데?”

 

 경비대들은 한쪽 구석에서 숨도 안찬 듯, 편하게 쉬고 있는 스피넬과 아멜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토벌 부대에 관해서 듣기는 했지만, 실력자라도 3명 이상이 협력을 해야 잡을 수 있는 괴수들을 단신으로 쓸어버리는 힘을 두 눈 앞에서 볼 기회를 놓치다니.

 

 “역시는 역시 인건가?”

 

 그들은 스피넬과 아멜을 계속해서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시선을 느낀 아멜은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스피넬, 가자.”

 

 “응? 지금? 조금만 쉬다 가자.”

 

 “여기서 쉬나, 거기서 쉬나, 거기서 거기잖아.”

 

 스피넬은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비대가 빤히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피식 한번 웃은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그쪽을 향해 소리쳤다.

 

 “뭐에요?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 거죠?”

 

 경비대는 자신들의 시선에 그녀들이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장급 용병 중 한명이 스피넬을 향해 다가갔다.

 

 “아앗! 미안. 너무 빤히 쳐다봤니?”

 

 “빤히 쳐다 본 정도가 아니죠. 아니 그런 시선으로 여자들을 보면 다들 싫어한다고요.”

 

 “어허, 그래도 내가 여자들한테는 인기가 많았는데. 그건 그렇고 너희 부대는 다 이런 실력자들이 있는 거냐?”

 

 “다는 아니지만, 거의 그렇죠. 이렇게 하질 않으면 애초에 이름을 바꿔야 할 걸요. 뭐.”

 

 스피넬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는 용병의 눈에 흠칫 놀랐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은 스피넬이 받아내기에 부담스러운 눈빛이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정말이지..... 굉장한 걸! 나중에 아델씨한테 물어봐야지! 그 부대 들어갈 수 있냐고. 아니, 너희들이 추천 해줄 수 있니?”

 

 뒤이어 다른 용병들 역시 앞 다투어 그녀들 앞에 와서 아델에게 소개해 줄 수 없냐고 말을 걸어왔다. 용병들에게 있어서 힘, 무력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소문도 안 좋은 토벌 부대에 들어오면서 까지 얻고 싶어 하다니. 그녀들로서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거기다 용병들은 자신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남의 무용담을 듣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래서 마치 어린 아이들이 기사들의 무용담을 들으려고, 그녀들의 일상에 대해 들려달라고 졸라대며 귀찮게 했었다.

 

 “거봐, 가자고 했지.”

 

 아멜은 스피넬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내며 용병들 사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처럼 치이고 있었다. 스피넬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지만, 곧 그녀도 아멜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되어 한동안 용병들에게 시달리게 되었다.

 

 

  - 개척단 1번 지구, 토벌 부대 막사 -

 

 “내 말대로 치자니까. 자꾸 아니라고 그래.”

 

 아델은 스티네아에게 꿀밤을 한 대 때리며 앞의 막사를 바라보았다. 자존심이 구겨진 스티네아는 툴툴거리며 서 있었지만, 아델이 친 막사는 넓다 못해 굉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서 좀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쓸 만하네.”

 

 “이건....... 그냥 집 아닌가요?”

 

 여러 개로 나누어진 공간, 중앙에 복도가 있는 신비한 천막. 근데 이런 것이 부대 창고 내에 있었나 싶기도 하고.

 

 “뭐, 일단 들어가서 내부 정리나 하자.”

 

 아델은 즐겁게 마차에서 짐들을 내려 안으로 넣기 시작했다. 탁자나 의자, 간이침대까지는 이해하겠는 데, 요리용 간이 기름 램프나 해먹, 심지어 악기나 장기판, 놀이용 카드는 왜 또 나오는 건가. 스티네아는 해맑게 웃는 아델을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가 일을 하러 왔지. 놀러 온 게 아니잖아요.”

 

 “뭐, 그래도 일하는 동안 심심하면 안 되잖아. 너무 일만 하면 질린다고.”

 

 당최 종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이미 두 손, 두 발을 다 든 그였다. 그냥 짐이나 마저 옮기자는 생각을 하며 짐을 정리하고 있던 찰나, 그의 손에 이상한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음? 이게 뭐지?”

 

 그는 조심스레 상자를 열어보았다. 내용물이 붕대나 소독용 술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약상자인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붕대 밑에는 이상한 알약이 잔뜩 들어있었다.

 

 ‘어? 이건 내상 치료할 때나 쓰는 약인데?’

 

 나머지 알약들도 대충 통증을 줄이거나, 상처가 벌어지는 것들을 막아주는 약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씩 아델이 무엇인가를 씹으며 인상을 찌푸리곤 했는데, 아마 이 약들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근데 이 많은 약을 다 먹는다고?’

 

 아마 한 번에 먹는 약의 개수가 10개는 넘을 것이었다. 평소에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인데, 어딘가가 많이 아픈 것인가?

 

 “아니면 약을 많이 먹어서 웃고 다니는 걸 수도 있겠네.”

 

 그는 약상자를 다시 원래 자리에 놔두었다. 이제 슬슬 스피넬과 아멜이 돌아올 때가 됐으니, 빨리 일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와악;;; 이게 뭐에요?”

 

 “천막이야!”

 

 스피넬과 아멜은 놀란 눈으로 스티네아와 아델의 작품을 보고 있었다. 아델과 스티네아는 의기양양하게 허리에 손을 올리고 서있었다.

 

 “이게 무슨 천막이에요! 집이지!”

 

 마치 사막의 유목민들이나 가지고 다닐 법한, 천막이라고 하기는 그냥 이동식 집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럼 입주나 시작하시죠. 손님들~.”

 

 가끔 파견을 나가는 스피넬은 이런 천막에서 자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기쁜 얼굴로 침대 위로 올라가 뒹굴었다. 아멜 역시 아까와 다른 편하고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잠시 피로를 녹였다.

 

 갑작스러운 새로운 천막에 놀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이들 역시 갑자기 생긴 천막을 보고 놀랐었다.

 

 “이게 뭐야. 우리 것보다 더 좋은 것 같은 데?”

 

 용병들이나 개척단 인부들은 각자의 천막이나 지원받은 천막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델이 가져온 천막은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넓고 큰 것은 둘째 치고, 천막의 질 자체가 좋으니 웬만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좋은 천막이었다.

 

 “이래서 정부에서 하는 개척단을 지원해야 하는 거였는데.”

 

 “단장이 엉뚱한데 돈 쓰지 말고 이런데 팍팍 써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다들 여태껏 단장에게 쌓인 게 많은 듯 싶어보였다. 아델은 괜히 눈에 띄는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그건 그 사람 사정이니 알바가 아니었다.

 

 해가 저물고, 하루 일과가 끝난 인부들 대부분은 막사에서 쉬고 있었고, 순찰 도는 경비대만 밖을 돌아다녔다. 아델은 옆의 용병 막사에 놀러가 있었고, 아멜은 조용히 침대에 걸터앉아 장비들의 상태를 점검했다.

 

 “아멜. 뭐, 하고 있어?”

 

 아멜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다.

 

 “스티네아, 무슨 일이야?”

 

 스티네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혹시 전에 아저씨 쓰러진 적 있잖아.”

 

 “응? 그건 왜?”

 

 “그때 네가 옆에 있었잖아. 아저씨 상태가 어떤지 아나 싶어서.”

 

 순간 아멜은 입을 다물고, 스티네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아멜은 고개를 돌려 다시 검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너를 이겼다고? 말도 안 돼.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해.”

 

 아멜은 손질하던 검을 내려두고, 그를 노려보았다. 아델과의 대결이 있고 난 다음, 그녀가 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던 스티네아는 매번 이렇게 그녀에게 묻고는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가 중상자의 가까운 몸으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그에게 한 번 더 충격을 주고 있었다.

 

 “차라리 계속 이런 식으로 말할 거라면 직접 붙어봐.”

 

 그녀는 그날 일이 있고 난 뒤에, 그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금방 지친다거나, 약을 두 배로 더 먹는 다는 것을.

 

 아멜은 다시 검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것도 모르고 싸웠어. 전력으로 부딪혔었는데, 아저씨는 그걸 오직 ‘받아내기’만 했어. 나보다 더 힘이 있는데도 말이야.”

 

 그녀의 말에 스티네아는 말없이 뒤돌아서서 나갔다. 왜인지 모르게 그녀가 낯설게 느껴졌었다. 원래의 그녀라면 남을 그렇게 까지 생각하거나 말하지는 않았었다. 어쩌면 모두들 그가 들어오고 변해 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 위로 몸을 던지다시피 하면서 누웠다.

 

 ‘아냐 누나가 말했던 게 맞는 것 같네.’

 

 그는 조용히 앉아 작은 펜던트를 바라보았다. 펜던트 안에는 그와 한 남자의 그림이 담겨있었다. 자신과 닮았지만 자신보다 체격이 큰 남자.

 

 “어쩌면 아저씨가 그 답을 알고 있을까?”

 

 ‘글쎄다? 그래도 한 번은 믿어 볼 가치는 있겠지.’

 

 “배신당하면?”

 

 ‘그가 배신한다면 네가 없애면 돼. 너는 그러기 위해 이곳으로 들어왔잖아?’

 

 “그래. 물론 그는 전임자랑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스티네아는 만지작거리던 펜던트를 내려두고 조용히 돌아누웠다. 모래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오고 있지만, 오히려 그 소리가 그를 더 안정시켜주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잠에 들기 시작했다.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 없는, 그의 시야가 검게 뒤덮이자 거대한 적막만이 그의 머릿속을 뒤덮으며 그를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작가의 말
 

 후.... 벌써 9월이 다 갔네요... 망할 시험 기간이 찾아오다니.....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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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연대기 - 마
크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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