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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새로운 시작(4)
작성일 : 18-09-12 23:29     조회 : 71     추천 : 0     분량 : 8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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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 포트 메인 외각 -

 

 오늘도 오후 순찰을 돌고 있는 아멜. 최근 들어 괴수들의 활동이 많이 잠잠해진 덕분에 외각 순찰 밖에 안하고 있었다. 그래도 튀어나오는 한두 마리의 괴수들은 무시는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앞에 있는 것은 네발로 기어 다니는 짐승 형 괴수. 위협적인 발톱과 재빠른 몸놀림은 곧 서포터 한 명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비키세요!”

 

 아멜은 검을 뽑아들고 즉시 괴수를 향해 내질렀다. 서포터는 간발의 차로 옆으로 몸을 틀었고, 그녀의 검은 정확하게 괴수의 오른쪽 폐를 찔렀다.

 

 “키아아아악!”

 

 고통에 몸부림치는 괴수는 즉시 이빨로 그녀의 머리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럴 틈을 주지 않고, 검을 꺾어 위로 밀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악!”

 

 가슴부터 머리까지 일방통행으로 직진하는 검은 괴수를 찢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괴수의 머리통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뒤로 떨어져 나갔다. 괴수의 피가 공중으로 퍼지며 재처럼 사라져 갔다.

 

 그녀가 앞의 괴수를 잡는 동안 옆쪽으로 뛰어오는 다른 한 마리가 이빨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봐! 그건 안 된다고!”

 

 그녀가 미처 반응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녀의 뒤에는 언제나 든든하게 있는 서포터들이 있었다. 올가미 창으로 괴수의 다리와 목을 붙잡아낸 그들은 있는 힘껏 잡아 당겼다.

 

 “크르르르 꺄아아악!”

 

 “하압!”

 

 일반적인 무기로는 괴수들을 잡기는 힘들었다. 수도나 군단의 기사들은 괴수를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사용한다고 했지만, 무구만큼 괴수를 해치우는 데에 효율적인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단단한 피부를 뚫고 들어가도, 그들의 단단한 이빨과 발톱과 맞서 싸우더라도 부러지거나 날이 상하지 않는 무기는 그것들뿐이었으니까.

 

 한바탕 전투를 치렀지만, 다친 사람 없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항상 나갔다오면 다치는 사람이 꼭 한 둘은 있었는데, 무구 적합자가 늘은 것도, 새로 온 관리관이 만들어준 이 올가미 창과, 고되지만 도움 되는 훈련 덕분에 오히려 괴수를 많이 잡게 되었던 것이었다.

 

 “오늘도 한명도 다치지 않았네요.”

 

 “그러게. 참, 관리관님도 그렇고, 저 아이도 대단하단 말이야.”

 

 말 수는 적지만, 어느 한명이라도 다치지 않게 누구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아멜 덕분에 모두가 안전할 수가 있었다. 다만, 그 말 수가 적은 것 때문에 붙임성 없는 아멜에게 다가가기는 조금 힘들었었다.

 

 오후 순찰이 끝나고 천천히 부대로 복귀하는 아멜 일행은 곧 눈앞에 언제나 그렇듯 반겨주는 관리관과 문지기 닐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은 매번 순찰 시간만 되면, 순찰을 마치고 오는 인원들을 항상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항상 따뜻하게 그들의 무사귀환을 맞이해 주고 있었다.

 

 “모두들 순찰 잘 마치고 왔어? 오늘은 어땠었나?”

 

 “언제나 그렇죠. 괴수들 몇 마리가 날뛰긴 했지만, 그 정도는 끄떡없습니다.”

 

 서포터 중 한 명이 그와 즐겁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땅속에 숨어있던 괴수가 튀어나와 당황하기는 했지만, 모두들 각자의 위치에서 침착하게 대응을 했었고, 깔끔하게 괴수들을 물리쳤다고. 다른 한 명도 그 대화에 끼어들어 자신의 무용담을 말하기 시작했고, 이윽고 다들 괴수들과의 전투를 즐겁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멜한테는 이 순간이 기회였다. 저번의 일이 있고 난 뒤, 매번 순찰을 돌고 돌아오면 그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그녀의 곁에 꼭 붙어있었다. 일을 시키든, 밥을 먹든, 책을 같이 읽든 말이었다.

 

 조심스럽게 대화를 하는 그들 사이로 지나가려는 아멜. 그러나 곧 그녀의 팔은 아델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참, 아멜!”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아멜을 불렀었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걸까. 것보다 이 사람 힘이 왜 이렇게 센지 모르겠다. 아멜은 체념하고 천천히 그의 앞에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품속에 작은 편지를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

 

 “너한테 편지 왔었다.”

 

 “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다시 사람들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아멜에게는 그가 왜 그녀를 붙잡지 않는 것인 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누구지?’

 

 천천히 편지를 돌려,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편지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 보낸 이는커녕, 받는 사람의 이름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다. 아멜은 천천히 편지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잘 지내고 있니?’

 

 평범한 시작이었지만, 그녀는 곧 그 글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네가 그곳에 정착한지도 한 10년쯤은 지났겠구나. 아냐한테 부탁을 해뒀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기는 한단다. 아무래도 내 친구가 많이 바쁘다 보니, 너를 잘 돌봐줄 수가 없으니까.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널 2년 동안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뭔가를 제대로 해준 적이 없으니까 뭐라고 할 자격은 없겠지. 그래도 네가 잃은 미소를 다시 찾았다면, 나는 그것만으로도 족 한단다. 나는 아직 할 일이 있어서 너를 만나지 못하지만, 한번쯤 시간이 있다면 보러 가도록 해볼게.』

 

 언젠가 그녀를 그 지옥 같은 황무지에서 꺼내줬었던, 낯선 남자. 그는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웃게 만들려고 노력했었다. 그렇게 2년을 같이 지내고 그는 아멜을 이곳 알 포트 메인에 놓아두었었다.

 

 ‘꼭 가야 하나요?’

 

 ‘미안해. 내가 아직 할 일이 있거든. 거기로 널 데리고 간다면 네가 위험해지니까.’

 

 ‘그럼 제가 강해지면 같이 갈수 있나요?’

 

 ‘하하하. 그러기에는 10년이나 이른 걸, 꼬마아가씨?’

 

 그는 어린 아멜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천천히 알 포트 메인의 시내에서 빠져 나갔었다. 아멜은 그를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녀의 곁의 아냐가 그녀를 막아섰었다. 아멜은 그런 그의 등 뒤를 보며, 강해지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이제야 편지를 보내내요.”

 

 10년이 흐르고 그녀는, 괴수에 대한 증오와 더불어, 그의 등 뒤를 쫓기 위해서, 괴수 토벌 부대에 지원했었다. 일찍이 아냐는 그녀를 말리긴 했었지만, 그녀는 그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무구 적합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편지를 다시 봉투에 놓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만약, 지금 그가 자신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싶기도 하고, 그런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멜! 잘 같다 왔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갑자기 앞에서 난 소리에 깜짝 놀란 그녀는 고개를 들고, 앞에서 허리에 팔을 걸친 화난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 리엔 언니.”

 

 아마, 또 그가 보고서를 내팽겨 두고는 아멜에게 갔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던 듯싶었다.

 

 “어, 관리관님이랑 같이 안 있었니?”

 

 “아저씨는 지금 아마 정문에서 수다 떨고 있을 거예요.”

 

 “으이그, 이 양반이! 가만 안둔다고!”

 

 리엔은 다시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정문을 향해 뛰어갔다. 이윽고 아델의 비명소리와 함께 리엔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자업자득이지 뭐.”

 

 아멜은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었지만, 비가 오기는커녕 따뜻한 햇살만이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연무장의 문을 열었다.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면, 남아있던 인원들의 훈련시간이 끝나고 자유롭게 연무장을 쓸 수가 있었다.

 

 옆에 무구를 두고, 훈련용 검을 집어든 그녀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정신을 집중하고 한 곳을 바라보았다.

 

 “하압!”

 

 그녀의 팔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짧고 간결하게 내질러지는 검은 주변의 공기를 가르며 짧은 소리를 내었다. 뒤이어 그녀는 연속해서 검을 휘두르며 한발 한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마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릴 때마다, 검이 한 번씩 공기를 갈라놓았었다. 그녀의 간결하면서도 위력적인 검은 마치 가상의 적을 마구 찢는 듯 하는 느낌이 들었다.

 

 “후으........”

 

 한참을 검을 휘두르고 나니, 아멜은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벌렁 자빠져버렸다. 매번 그가 방해를 해서 이러질 못했는데, 오랜만에 신나게 검을 휘두르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었다.

 

 “씻으러나 가야겠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훈련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썼던 검은 다시 제자리에 놔두고, 무구를 집어 들고 천천히 연무장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토벌 부대 집무실 -

 

 누더기 망토에 얼굴을 천으로 둘둘 감은 남자와 아델은 접대용 탁자 쪽에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한쪽에는 커피, 다른 한쪽에는 차가 놓여있었지만, 아무도 김이 나는 음료에 손을 대고 있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몰골은 뭐냐.......”

 

 아델은 아직도 그의 모습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그는 꽤 오랫동안 이렇게 지냈었는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이렇게 해 둬야 내가 누군지 다들 모를 거 아니야.”

 

 “이미 그렇게 안 해도 아무도 네 얼굴을 모를걸? 이렌마르 주점에서도 네가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던 걸. 거기다 네 초상화도 없어서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진짜 손에 꼽을 정도일거라고. 리즌.”

 

 리즌은 그의 말에 실실 웃었다. 그는 최대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겠다는 판단 하에, 얼굴조차 알려지지 않은 거의 유령과 같은 군단장으로 지내고 있었다. 거기다 아델이 오기 전까지 검은 날개 기사단의 단장을 겸하고 있어서, 다른 고위관료들을 제외하고는 그를 직접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덕분에 네가 직접 나를 마중 나와 줬잖아.”

 

 “그건 수상한 사람이 정문에서 기웃거린다고 해서 나온 거고. 네가 그렇게 내 이름을 외쳐대니 나올 수밖에 없었잖아. 이 망할 민폐덩어리야.”

 

 “그렇게 까지 말하면 조금 섭섭한데.......”

 

 드디어 아델이 찻잔에 손을 댔다. 그가 손을 대자, 마치 그와 거울과 같은 모습으로 리즌 역시 커피 잔을 들어 안의 음료를 마시기 시작했다.

 

 “아무튼, 네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무슨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이겠지?”

 

 리즌은 커피를 한 번에 들이 키고, 잔을 천천히 내려두었다.

 

 “뭐, 그렇지. 일단 예네프한테는 얘기 들었지?”

 

 “응. 3달이나 지났지만, 잘 기억하고 있어.”

 

 “흠, 그러면 우리가 내린 결론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지난번, 예네프와 했던 얘기를 곰곰이 다시 떠올려보는 아델.

 

 “글쎄다. 자료가 아직 모 잘라. 여기에 있는 보고서로는 알 수가 없다고.”

 

 “그래서 내가 이곳으로 온 거지. 뭐.”

 

 “네가 오면 들킬 수도 있지 않나?”

 

 “걱정 마. 이 정도로 변장을 하고 있으면 아무도 못 알아챈다고.”

 

 그는 으쓱거리며 자신의 얼굴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작은 서류 가방을 꺼내들어 그에게 넘겨주었다.

 

 “원본을 가져오면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오랜만에 힘 좀 써봤지.”

 

 서류 가방에는 수백 장의 서류들이 들어있었다. 서류의 대부분은 무구 적합자에 관한 얘기들로 가득 차 있었고, 무엇보다 이 서류들 하나하나 전부 손으로 옮겨 적은 모양이었다.

 

 “참나, 그런 힘이 있으면 자기 서류는 자신이 직접 결제 해 주시지요?”

 

 “휘휘~~ 휘휘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려고?”

 

 “뭐, 전해 줄 것도 다 전해 줬고, 할 일도 다 끝났으니까.”

 

 “아멜은 안 만나고?”

 

 아델의 말에 그는 그 자리에 가만히 멈춰 섰다. 아델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물론 그 아이가 토벌부대 무구 적합자가 된 것이 네 덕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얼굴을 보고 가지 않는 게 낫지 않나?”

 

 “그러고는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안 되었는걸.”

 

 그는 천천히 집무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델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애를 그렇게 만든 게 나인 걸. 그런 내가 그 애한테 얼굴을 비춰도 될까?’

 

 ‘아니, 너는 적어도 그 애에게 얼굴 비칠 자격은 있는 걸.’

 

 ‘아니야. 진실을 알게 되면, 난 용서 받지 못 할 거야. 정말로, 나는 용서 받지 못할 사람인걸.’

 

 그가 나가고 뒤이어 리엔이 쪼르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델은 빈 커피 잔을 앞에 두고 조용히 차를 마저 마시고 있었다.

 

 “관리관님. 정말이지 자꾸 도망치시면 곤란하다고요. 자, 어서 결제 해주세요!”

 

 “알았어. 알았다고.”

 

 그녀는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라주는 그의 태도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그가 천천히 그에게 주는 서류를 받아들고 하나하나 처리하기 시작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었다.

 

 “어, 그러고 보니 누가 갔다 왔었나요?”

 

 탁자에 잔이 두 개가 놓여있는 것을 보고 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집무실에는 들어오고 나간 사람이 없었으니까.

 

 “흠, 내 친구가 잠시 들렸었어.”

 

 아델은 태연하게 웃으며 다 정리된 서류들을 옆으로 치워 두었다. 것보다 신경 쓰이는 것은 평소에 그가 커피를 잘 마시지 않기에 차 밖에 없는 집무실에서, 누군가가 커피를 탔다는 점이었다.

 

 “주전자도, 물도 전부 밖에 있었을 텐데........”

 

 리엔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 가끔 그가 혼자 있을 때면, 없던 물건이 나타난다던가, 그런 그녀를 보며 아델은 속으로 웃으며, 서류를 마저 결제 해 나갔다.

 

 

 리즌이 그를 찾아오고 난 뒤, 시간이 꽤 흐르고, 여느 때와 같이 아델은 리엔에게서 도망쳐 농땡이를 부리고 있었다. 날이 갈수록 진화 하는 그의 수법에, 그녀 역시 단단히 연구를 하며 그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넓은 부대 안에 그가 숨을 곳을 50군데나 파악하고 있는 그녀는, 오늘은 왠지 그가 연무장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올가미 창을 들고 연무장을 향해 걸어갔다.

 

 쾅! 연무장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녀는 큰 소리로, 연무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외쳤다.

 

 “관리관님! 그 곳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이이익!”

 

 리엔은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았다. 연무장 한 구석의 창고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파악하고는 그곳을 향해 뛰어갔다.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안 아델은, 뒤쪽의 작은 창문을 보고, 억지로 그곳에 몸을 밀어 넣었다.

 

 “제발... 제발... 제발!”

 

 총총 거리는 발소리가 문 앞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문을 열기 전에 아델은 자신이 빠져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었다. 자신이 생각 했던 것보다 창문은 넓었고, 몸이 끼지 않고 한 번에 빠져 나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돼... 됐다! 아?”

 

 아델은 창문을 나가자 그의 앞에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서 있었다.

 

 “관리관 아저씨. 뭐, 하시는 건가요?”

 

 “아아, 스피넬.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는 태연하게 모래와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응?”

 

 그는 자신의 허리를 조여 오는 무엇인가를 느꼈었다. 그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자 자신의 허리에 걸려있는 올가미가 눈에 들어왔다.

 

 “히이이익!”

 

 “도망 못 쳐요 관리관님. 이미 관리관님은 붙.잡.혀 있었다고요!”

 

 “스.. 스피넬! 살려줘!”

 

 리엔에게 잡혀 끌려가는 아델을 스피넬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모두들 이제 그와 그녀의 전쟁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서, 오히려 이제는 누가 이기는 지, 내기까지 할 지경이었다.

 

 질질 끌려가는 그의 뒷모습이 애처롭게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을 안 한 것은 그의 잘못이니, 스피넬은 자신이 할 일이나 할 뿐이었다.

 

 

  - 토벌 부대 정문 -

 

 오늘도 당번이 된 닐은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시간 때가 가장 좋은 시간 때라서 딱히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일을 계속해서 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료한 일인지 잘 알고 있는 그였다.

 

 “후아아암. 이 책도 다 읽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읽을 책도 없었다. 내일이나 모레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야겠다는 생각이 든 그는 천천히 책을 덮어두고, 주머니에서 간식을 꺼내 들려고 했었다.

 

 위이이이잉!

 

 누군가가 초인종을 누른 듯싶었다. 순찰조가 돌아올 시간도 아니고, 딱히 복귀하는 사람도 없을 텐데........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는 천천히 초소에서 나와 정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앞에 보라색 긴 머리에 새하얀 피부의 여자가 작은 짐 가방을 둘러매고 서 있었다.

 

 “흐으음....... 신병인가? 내 얼굴을 보고 반응이 없다니.......”

 

 붉다 못해 핏빛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 그래도 키도 큰 편이라서, 그리고 그가 레프레아라서 키가 작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이 위압적으로 느껴졌었다.

 

 “무... 무슨 일로 오셨나요?”

 

 “쫄아 있긴. 복귀한 거다. 복귀.”

 

 그녀가 말을 할 때, 살짝 뾰족한 송곳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자 닐의 머릿속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떠올랐었다.

 

 “히!!! 아냐씨!”

 

 “그래. 그래. 닐이었나? 너도 잘 지내고 있었고?”

 

 “당연히 잘 지내고 있었죠! 그리고 새로운 관리관님이 잘 해주셔서 여기 일이 더 편해진 걸요!”

 

 순간 그 말에 아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관리관이 바뀌었다고? 그 돼지가 아니라?”

 

 “네! 아, 아냐 씨가 임무 하러 나갔는지 9개월이 넘었으니까 잘 모르실지도 모르겠네요.”

 

 닐은 그동안 먼 곳에 파견 나왔다가 돌아온 인원들이 부대가 바뀌어 있는 것에 놀라는 것을 자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냐 역시 그 중 한명이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그 관리관 낯짝이나 한번 봐 볼까?”

 

 그녀는 짧게 입맛을 다시고, 가방을 다시 고쳐 맸다. 그리고는 빠른 걸음으로 집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 토벌 부대 집무실 -

 

 “흐으으윽.......”

 

 “빨리빨리 합시다. 빨리빨리.”

 

 리엔은 의자에 아델을 묶어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델은 훌쩍거리며 보고서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이.... 이건 부관이 해야 하잖아.......”

 

 “이건 관리관님이 집적 하셔야 하는 보고서들이에요! 제 것은 이미 다한 지 오래라고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도 모르시는 건 아니죠?”

 

 “사... 살려줘!”

 

 똑똑. 갑자기 집무실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둘의 시선이 문으로 향해 갔다. 그리고 힘겨운 소리를 내며 낡은 문이 열렸다.

 

 “파견 임무, 마치고 돌아왔다. 복귀 신고야. 관리과.....안?”

 집무실 바닥에 내팽겨 져지는 짐 가방과 함께 보라색 머리칼이 찰랑거리고 있었다. 아냐는 당당한 포즈를 취하며 들어오다가, 집무실에 있는 두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아... 아냐?”

 

 리엔은 깜짝 놀라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것보다 아냐는 다른 것에 더 놀라 있는 것 같아보였다. 곧 리엔은 아델 쪽을 쳐다보았다. 아델 역시 크게 뜬 눈으로 아냐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아냐! 아.. 안녕?”

 

 아델은 곧 그의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묶여있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아냐에게 인사했다. 반면 아냐의 얼굴은 거의 사색이 되어있었다.

 

 “히...히이이익! 네....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 말을 끝으로 그녀의 시야는 점점 흐려져 갔다. 리엔이 급하게 다가오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왜.... 왜 저자식이...... 여기에.......’

 

 그녀의 의식이 점점 흐려져 갔다. 주변의 소리 역시 점점 사라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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