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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새로운 시작(5)
작성일 : 18-09-18 23:15     조회 : 73     추천 : 0     분량 : 7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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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선조. 창백한 피부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존재. 항상 축 쳐져 있는 모습에 해가 비출 때보다 달빛이 비출 때 많이 돌아다니는 종족으로, 그 수가 매우 적고 드문드문 나타나서 많은 다른 종족들의 전설이나 민담 속에 나오는 경우가 많은 종족이었다.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행동과 날카로운 두 개의 송곳니 덕분에, 흡혈귀라는 오해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오해 덕분에 하이앤더들의 표적이 되어 사냥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리고 선조들 중에 가장 특이하고 가장 젊은 사람이 있었다. 종족 중 유일한 보라색 머리였던 여자는 선조들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지혜로운 자였으며, 다른 종족들과도 금방 친해졌었다. 그리고 하이앤더들이 타 종족들을 억압하는 정책을 펼칠 때, 그녀는 하이앤더들이 자신의 종족들을 차례차례 살해당하고, 다른 종족들이 핍박을 받는 모습에 분노하여, 반 하이앤더 연합을 구성해서 반기를 들었었다.

 

 그녀의 힘은 한때 하이앤더들의 제국을 멸망시키기 직전까지 몰고 갈 정도로 셌었고, 그녀의 지휘 아래에 반 하이앤더 연합은 제국의 대부분의 영토를 밀어버렸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하이앤더들은 ‘용사’라는 병기를 꺼내들어 그녀를 제압했었다.

 

 용사는 압도적인 힘으로 그녀의 나라를 무너뜨렸고, 그녀는 마지막 ‘마왕’이라는 이름으로 처형을 당하기 직전까지 몰렸었지만, 뜻밖에도 용사는 그녀를 살려주었었다. 그래서 그녀는 신분과 힘을 숨기고 숨어 살게 되었는데.........

 

 

 

  “아냐. 괜찮아?”

 

 천천히 눈을 뜨자, 그녀의 눈속에는 천장과 함께 아델의 얼굴이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을, 그것도 정면에서 가까이 마주보게 되자 그녀는 또다시 비명을 질러버렸다.

 

  “흐아아아악!”

 

  “아냐! 괜찮아?”

 

 아델은 호들갑을 떨며 겁을 먹고 있는 아냐를 보며 진정 시키려고 했지만, 아냐는 그런 그의 말에 소리치며 말을 했다.

 

  “뭐가 괜찮겠냐!!! 시체가 왜 여기 있냐고! 시체가!”

 

  “시체가 아니거든! 나, 엄연히 살아있다고!”

 

 아델은 그녀에게 물수건을 집어 던졌다. 찰싹. 그녀의 이마에 수건이 닿자, 얼음물에 담가두었던 턱에, 그녀는 이마가 시리다 못해 얼어붙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흐이익! 차가워!”

 

  “현실을 받아드려! 난 살아 있다고!”

 

  “히이이익! 뭔 소리야! 난 내 장례식까지 봤었던....... 읍읍!!!”

 

 순간 아델은 그녀의 입을 막으며 다른 곳을 흘깃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의 손이 그녀의 입을 막자, 깜짝 놀란 그녀는 눈을 깜빡 거렸지만, 곧 옆에 있는 리엔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일단 괜찮지?”

 

  “아... 아, 괜찮고말고.”

 

 리엔은 둘을 보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냐는 잠시 한차례 숨을 고른 뒤, 리엔에게 말을 했다.

 

  “리엔, 잠시 나, 관리관님과 따로 얘기해도 돼?”

 

  “응? 왜 갑자기?”

 

  “정식보고 해야 하잖아. 이번 임무.”

 

  “아! 알았어........ 가 아니고 나 부관인데?”

 

  “직접 보고해야 하는 게 있어서 그래.”

 

 적당히 아냐가 얼버무리며 리엔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리엔은 더 버텨보려고 했지만, 아냐는 그런 그녀를 힘으로 밀어내며 문밖으로 보내 버렸다.

 

  “휴우........ 그래서 넌 왜 살아있는 거지?”

 

 리엔을 내쫓고 난 후, 그녀는 아델에게 다가와서 말을 했다. 그러자 아델은 웃으면서 말을 했다.

 

  “음? 아직 죽을 때가 아닌 거라서 그러겠지 뭐.”

 

  “이봐, 아무리 네 종족이 수명이 길어도 300년 이상은 못 산다고. 뭐 400~ 500년을 살긴 하지만, 그땐 이미 치매 걸린 노인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말이야.”

 

 아냐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게 그가 죽었다고 한날(정확히 봉인 되었다고 한 날.) 제국에서는 위대한 용사의 장례식이 치러졌기 때문이었다.

 

  “네가 내 장례식에 왔었다니. 이거 참 역설적인데?”

 

  “네가 내 장례식에 찾아왔던 것처럼 한 것뿐이야. 그렇게 해보니까 참 기분이 묘하긴 하더라고.”

 

  “흐으음. 난 죽은 척 하며 관 속에 있지는 않았는데.”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 하는 건 여전하구나.”

 

 꼭 항상 한마디 할 것을 두 마디, 세 마디 늘리는 그를 보며 아냐는 옛날 생각이 났었다. 마왕에서 물러나고, 잠시 누렸었던 평화로운 순간들이.

 

  “그건 그렇고 넌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아냐의 질문에 아델은 머리를 긁적였다.

 

  “특별하게 만든 이 것 때문이지.”

 

 그는 자신의 품에 있던 작은 시계가 달린 목걸이를 꺼내들었다. 금이 잔뜩 가 있는 시계는 더 이상 작동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냥 장식품에 불과해 보일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 목걸이에는 엄청난 숨겨진 능력이 있었다.

 

  “정말이지 ‘순례자의 목걸이’가 없었다면 그냥 꼼짝 없이 죽었을 거야. 저주가 퍼지는 시간을 더디게 만들어 주어서 저주에 적응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거든.”

 

 순례자의 목걸이는 전설 속에서나 존재하던 물건으로, 시간의 신이 모두가 평등하게 시간을 흐르게끔 조절하기 위해 특별한 목걸이를 만들었지만, 신을 모시던 인간이 그것을 훔쳐서 자기 멋대로 사용하다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걸 비슷하기는 하지만, 최대한 같게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의 시도가 있었고, 기어코 그는 시간을 조절하는 목걸이를 만들어냈었던 것이었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되게 요긴하게 쓰였지. ‘데미아’ 덕분이기도 하고.”

 

  “데미아? 갑자기 왜 걔는?”

 

 아냐는 옆에 놓인 물을 마시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 목걸이 재료를 줬었던 게 걔였거든.”

 

 풉. 순간 아냐는 마시던 물을 뱉을 뻔했다.

 

  “으응? 걔가? 너한테 무언가를 줬다고?”

 

 아델은 얼굴에 튄 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말 줬었어.”

 

 아냐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데미아’라는 여자는 굉장히 그를 싫어하니까.

 

  “뭐, 어쨌든 그 더딘 저주를 이기고 탈출을 하려고 했는데, 마침 관의 문이 열리면서 리즌의 얼굴이 딱 들어오더라고. 그때는 정말이지 공포였지만.”

 

 수백 년 만에 처음 본 얼굴이 천에 둘둘 감긴, 이상하게 숨을 쉬는 남자였으니까 말이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간 리즌과 있었던 일들에 대해 그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둘은 거의 붙어 다녔었지만, 최근에 들어 각자 일들로 인해 만나질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바보는 아직도 술을 못하는 거야?”

 

  “그래. 저번에 술집에서 술내기를 했었는데, 3잔 만에 뻗어버렸지 뭐람.”

 

 리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냐는 마구 웃기 시작했다. 아델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도, 아마 자신보다도 더 리즌과 친하게 지냈었던 그녀니까, 오랜만에 그의 소식을 들으니 좋아 보이는 게 당연했다.

 

 그렇게 시간 갈 줄 모르고 떠들던 둘은 어느새 시간이 많이 지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둘의 배에서 동시에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풉.” / “하하하하”

 

 정확한 화음을 이루며 작은 방에 울려퍼지는 소리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둘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배고프다.”

 

  “오늘 저녁 메뉴가 뭐더라?”

 

  “관리관이면 메뉴에 대해 더 잘 알지 않아?”

 

  “그건 병사인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나는 9개월이나 이 부대를 떠나 있었다고.”

 

 둘은 천천히 밖으로 나와 게시판을 향해 갔다. 게시판에는 임무 수행실적이나 임무 표, 조 현황과 더불어 여러 가지가 붙어있었다.

 

  “흐음...... 오늘 메뉴는...... 그러니까.”

 

 오른쪽 구석에 메뉴판을 보던 그는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아냐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했다.

 

  “아오, 돌아오자마자 두부 스프야? 누가 이딴 걸 만들어서 메뉴로 내는 거야!”

 

  “다음 달도 이런 식으로 식단표 짜놓으면 영양사를 잘라 버리던지 해야지.”

 

  “아니, 진즉에 잘라야 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 영양사, 돼지가 데리고 온 놈이니까.”

 

 아냐는 이빨이 세게 갈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입을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가 이를 세게 가는 것은 엄청나게 화났다는 표현이기도 했었기에, 그녀와 전임자와의 사이가 엄청 안 좋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럼. 오늘도 외식이나 할까?”

 

  “외식 좋지. 뭐, 먹을 건데?”

 

  “응? 난 내 것만 사 먹으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만났는데, 임무 복귀한 친구한테 한턱이나 쏘라고.”

 

  “치이...... 그런 건 리즌한테나 하라고.”

 

 티격태격 거리면서도 둘은 나란히 복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섰다. 밖에 나오니 뜨거운 햇살이 둘을 맞이하고 있었다.

 

  “으윽. 요즘 낮은 너무 길어........”

 

  “여름인데 당연하지. 아, 차가운 거 먹으러 갈래?”

 

  “그래, 그게 좋겠다.”

 

 둘은 건물 앞 가로수 길을 지나,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마침 저녁 순찰을 마치고 순찰 조원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오늘 순찰 당번인 아멜과 스티네아도 임무를 마치고 같이 들어오고 있었다.

 

  “앗! 아멜!”

 

 순찰 조원들은 아멜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키 큰 여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아멜 역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크게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침 잘 됐네. 오늘 저녁 나랑 아냐가 낸다.”

 

  “역시 대장!”

 

 아멜은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었지만, 아냐와 아델의 손에 이끌려 강제로 회식에 끌려가버렸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끌려온 것이기에 짜증만이 날 뿐이었다.

 

 다만,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부대 내에서 이렇다 할 친한 사람이 없는 아냐가, 아델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아델은 옛 선조들의 언어로 아냐와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대장! 혹시 그거 선조들의 언어인가요?”

 

  “어, 맞아. 내가 이런 거에 관심 많아서 말이야. 다른 것도 보여줄까?”

 

 그는 하만의 언어 중 사투리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면서, 가끔 레프레아의 언어를 쓰기도 했었다. 수인의 언어는 잘 하지는 못했지만.

 

  “3개 국어 이상을 할 줄 아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심심하면 가르쳐 줄까? 한 3년만 고생하면 돼.”

 

 그런데 그와 아냐는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걸까? 가끔 자신을 보면서 웃는 아냐와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하는 아델. 아멜은 말없이 그저 앞에 있는 물을 마실 뿐이었다.

 

 한참 시간이 흘러서, 아델은 음식 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평소에 그가 자주 다니던 곳이라서 가게 주인은 음식 값을 싸게 해 주었지만, 그래도 인원이 인원이라 꽤 많은 돈이 청구 되었었다.

 

  “흐음. 금화 13페소하고 은작 20페소 일세. 참, 이렇게 음식 값이 나오는 것도 처음이구만.”

 

  “뭐, 어차피 그건 이 사람이 결제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나저나 술잔 몇 개 부순 건 죄송합니다.”

 

  “아냐, 아냐. 뭐, 술에 취하면 다들 그럴 수 있지. 것보다 저런 아이도 부대원으로 데리고 다니나?”

 

 가게주인은 혀를 차며 아멜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라고 하지 마십쇼. 저렇게 보여도 우리 부대에서 가장 뛰어난 전사니까.”

 

  “그런가? 그럼 저 아이는 ‘죄인’인건가?”

 

 아델은 그런 가게주인을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닙니다, 그들은. ‘죄인’인 것은 오히려 우리들이죠.”

 

  “무슨 말인가?”

 

  “우리들이 싸우지 못하니까, 저 아이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이런 세계를 물려준 우리가 ‘죄인’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에 가게 주인은 말없이 아멜을 바라보았다. 아델은 금화가 든 주머니를 꺼내 그에게 넘겼다.

 

  “술잔 값 금화 6페소. 여기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들릴게요.”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잘 가게.”

 

 아델은 모두에게 다가가 부대로 복귀하자고 했다. 다들 술기운에 취해 단체로 소리를 지르며 가려는 것을 아냐가 막기는 했지만, 다들 들뜬 기분으로 어깨동무를 하며 걸어갔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걷고 있는 그들을 보며 가게 주인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참, 저 녀석들이 저랬었나?”

 

 

 부대로 복귀하고 나서 아델은 또다시 리엔에게 린치를 당하며 끌려갔다. 다른 사람들도 술기운에 취해 숙소로 복귀하거나, 다른 술집으로 가버려서 이곳에는 아냐와 아멜 단 둘이 남아있었다.

 

  “언니.”

 

 드디어 오늘 처음 말을 꺼낸 아멜. 아냐는 술에 취해 볼이 빨개져 있었다.

 

  “응? 왜?”

 

  “언니는 아저씨랑 무슨 사이에요?”

 

  “흐음. 친구? 라고 하면 놀라겠지?”

 

 친구? 그래서 그가 선조의 말을 할 줄 아는 구나.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변했네. 저 녀석도.”

 

 아냐는 언제 가져왔는지 모를 육포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그 녀석이 이렇게 밝게 웃는 적은 처음이거든.”

 

  “네? 항상 웃고 있는 게 아닌가요?”

 

 

  “마치 너랑 닮았었거든. 너도 약간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냐는 아까 그와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 처음에 아델이 아멜과 만났었던 것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지내온 이야기. 항상 표정이 한결같기는 하지만, 툴툴대기도 하고 가끔씩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해서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잠시 그녀의 눈은 멀리 떠 있는 달을 보다가, 밝게 빛나는 달빛을 뒤로 한 채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무엇보다 네들이 잘 지내고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이야.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고 했고.”

 

 아냐는 아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러고는 남은 육포를 입에 밀어 넣고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난 이만 자러 가볼게.’라고 말하고 싶지만, 심심해하는 리엔에게 놀아주러가야지. 아멜, 조심히 들어가.”

 

 아냐는 그렇게 그녀를 두고 관리관 집무실을 향해 뛰어갔다. 아멜은 고갤 갸웃 거리긴 했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자신의 숙소로 옮겨갔다.

 

 숙소 방을 열고 들어와, 자기 위해 세면실에서 세수를 했다. 그러다 문뜩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한번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았다. 억지로 웃으니 얼굴이 크게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풉.

 

 순간 자신의 얼굴을 보며 크게 웃음이 나왔다. 침대에 누워서도 생각이 났었다.

 

  “근데, 억지로 웃으면 좋은 걸까?”

 

 어떤 책에서, 가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다른 가면을 쓴다고 했었다. 어쩌면 그 역시 어떤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자신처럼.

 

 이리저리 끌려 다녀서 많이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들 수는 있었다. 서서히, 달빛마저 시야에서 사라져가고 완전히 어둠에 휩싸이고 있었다. 그녀의 의식은 현실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 토벌부대 집무실 -

 

 조용히 의자에 앉아, 새로운 보고서를 훑어보던 그는, 방금 전까지 자신을 갈구고 있던 리엔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감시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지켜보겠다고 한지 30분도 안되어서, 아냐가 쳐들어와 그녀와 술을 마시고 갔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 술에 뻗어서 한쪽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잠이 들어있었다.

 

  “후히잉.......”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걸이에 있는 코트를 집어 들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거겠지........”

 

 가끔 가슴 한 쪽에 통증이 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충격을 준다거나, 무리가 오지는 않았었다. 리즌이 구해주는 약을 열심히 먹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건 그저 완전히 부서지지 않게 묶어두는 것일 뿐이었다.

 

  “트린다미어........ 아직도 살아있는 건가?”

 

 아냐의 임무. 9개월간의 추적 끝에, 12마리 괴물 중의 한 마리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하필 녀석이 알 포트 메인 근처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것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동면 기간인 듯싶어서 다행이네........”

 

 그렇다고 해서 마음 놓을 그런 상황은 아니었지만. 만약 이 괴물들을 상대하라고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온다면?

 

  “아직은 안 돼.”

 

 그는 방금 전까지 쓰던 보고서를 찢어버리고 새로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모자란 시간을 끌기 위해서, 아이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시간이 필요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줘야겠군.”

 

 사각사각.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밝게 빛나던 둥그런 달은 어느새 반으로 줄어들어있었다.

 

 탁.

 

 펜이 탁자 위로 떨어졌다. 그는 보고서를 한번 훑어본 뒤, 그것을 내려두며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는 천천히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집중을 하다가, 긴장을 풀어버리니 곧바로 술기운과 피로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는 환한 달빛을 맞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의 눈에 들어오던 달빛은 점점 어둠에 밀려 한쪽으로 밀려나갔다.

 

 그래, 시간을 끌어보자. 어떻게 서든. 어떻게 서든.

 

 그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잠에 들기 시작했다. 집무실에는 두 명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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