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2. 불사자(2)
작성일 : 18-09-26 00:15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912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 토벌 부대 의무실 -

 

 일단 고른 숨을 쉬고 있어서 한숨이 놓인 아멜은 고개를 돌려 의사를 바라보았다. 의사는 상태를 보고 난 다음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을 했다.

 

 “참, 안 죽어 있는 게 신기하네. 어떻게 이 몸으로 살아 있는 거지?”

 

 “아저씨의 상태가 어떤데요?”

 

 의사는 배에 댄 청진기를 떼고는 잠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아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음, 거의 반송장이나 다름없어. 진작 죽었어야 했는데 말이야.”

 

 “네? 죽었어야 했다고요?”

 

 소녀는 의사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미 이 사람 몸은 제구실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 있단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안쪽은 이미 시체와 마찬가지지.”

 

 그의 몸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기적인 것으로, 뼈는 사실상 다 부러져 있고, 근육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녹아 있다고 했었다. 장기의 8할은 제대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신기한 것은 원래 이렇게 크게 다치면 회복이 안 되는 데, 이 양반은 조금씩, 조금씩 회복 되고 있더라고. 근데 오늘 무슨 무리 같은 거라도 했니? 아니지. 무리라고 하면 더 이상한 데, 상처가 벌어질 만한 일을 했었니?”

 

 의사의 말에 그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저런 몸 상태로 자신의 모든 공격을, 그것도 일부로 받아냈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는 이런 몸으로 부대원들을 돕고 다니고 있었었다. 매번 부대시설 수리도 손수하고, 부대원들의 경조사에 모두 참여해주기도 하고, 알 포트 메인에 뛰어다니며 주민들 사정도 들어주고. 무엇보다 자신을 귀찮게 하지만, 그녀를 잘 챙겨주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왜 저한테 잘해주시는 건가요?”

 

 그녀는 그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했다. 하지만 소녀의 작은 대답에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 알 포트 메인 북쪽 황무지 어딘가 -

 

 

 황야의 거친 바람이 불고 있는 황무지. 모래바람은 마치 칼날이 부딪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소리 사이사이로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리긴 했지만, 그 모래바람 한가운데에 서있는 남자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땅을 파고 있었다.

 

 “자, 이제 앞으로 10자(대략 3m)만 더 파면 되는 건가?”

 

 그는 팔을 열심히 움직여, 열심히 땅을 파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열심히 땅을 팠다는 것을 증명해 주듯, 사람 키의 3배나 되는 흙더미가 옆에 쌓여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아아아아악!!!!”

 

 삽질을 열심히 하다가 그만 발을 찍어버리고 말았다. 아픈 발을 부여잡고 동동 구르던 그는, 바닥에 거친 흙과 다른 매끈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응? 이... 이건 뭐지?”

 

 검게 타들어간 듯 하는 시커먼 구체. 순간 무엇인가가 떠오른 그는 그 구체 주변의 흙을 더 파냈다. 그러자 비슷한 구체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차... 찾았다!!!!”

 

 그는 구체 위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그의 눈에서는 환희의 눈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거의 500 ~ 600년 만인가? 그 망할 용사만 아니었어도 전선에서 광탈 당할 일이 없었겠지.

 

 그는 자신의 품속에 있던 작은 단도를 꺼내 들었다. 날카로운 단도에는 이상한 글자들이 적혀져 있었다. 그는 그 단도로 자신의 손바닥을 베어 피를 묻혔다.

 

 “일어나라. 형제여. 드디어 세계를 집어 삼킬 시간이 왔도다!”

 

 그의 피가 단도의 글자들을 적시면서 아래로 흘러 내려갔다. 굵은 핏방울들이 투두둑 아래로 떨어져 매끈한 구체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시커멓던 구체가 붉게 물들면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 어어어어어!!!!”

 

 갑자기 바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애써 쌓아둔 흙더미가 무너지고, 땅이 마구 흔들리며 갈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붉게 빛나는 구체들 사이로 흉측한 갈고리와 날카롭게 솟아있는 이빨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주변의 공기가 밀려날 정도로 거대한 외침이 하늘 위로 멀리 울려 퍼졌다. 순간 맑은 하늘이 들어났지만, 이윽고 다시 모래바람이 맑은 하늘을 가렸다.

 

 지상으로 나오는 거대한 팔다리가 땅속에 갇혀있던 거대한 몸뚱이를 지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한발 한발 구덩이에서 나오는 끔찍한 모습의 괴물은, 불길한 눈동자로 사방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카아아악!”

 

 주변의 괴수들이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녀석을 보고는 몰려들었다. 무리를 지어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그들을 섬뜩한 눈으로 바라보던 괴물은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소리를 질렀다.

 

 “끄오오오오오오!!!!”

 

 괴물의 몸에서 수십 개의 팔다리가 솟아났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향해 날아가, 그들을 마구 찍어 내리기 시작했다. 포크로 고기완자를 찍어 내리는 것처럼. 날카로운 발톱과 돋아난 뼈들에 찍힌 괴수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 괴수들을 괴물은 산채로 삼키기 시작했다.

 

  “키아아악!!”

 

  “크르르. 키아아악!”

 

 괴수들은 자신의 동료가 당하는 것을 눈뜨고 보지 못한다는 듯이,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괴물은 그것을 바란 듯, 초점 없는 눈동자를 굴리며 괴수들을 공격해 마구 잡아먹어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괴물 앞에는 수백 개의 잔뼈와 살점들이 떨어져 있었다. 남은 괴수들은 두려움에 떨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괴물은 아직 부족한 듯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흐흐흐. 이봐, 아직도 더 먹어야해?”

 

 남자는 괴물 앞으로 뛰어내렸다. 괴물은 그 남자를 보자,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를 치려고 했다. 그러자 그는 괴물에게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자... 잠깐! 귀청 나간다고, 그렇게 질러대면 말이야. 참. 식사는 아직 모 자르지?”

 

 그의 말을 알아듣는 듯 괴물은 벌리던 입을 멈추고, 섬뜩한 눈동자들을 한곳으로 집중 시켰다.

 

 “크르르르르.”

 

 “그래. 그래. 많이 배고팠지. 500년 만이니까. 내가 식사할 만한 곳을 아는데, 그쪽으로 한번 가볼래?”

 

 “크르르르르르.”

 

 괴물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런 괴물의 태도를 보고는, 괴물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남동쪽을 가리켰다.

 

 “그래. 저쪽으로 가. 그러면 네가 증오하는 인간들이 사는 영역이 나올 거야. 거기에는 맛있는 살찐 양과 어린 생명들이 가득하다고!”

 

 “크오오오오!!!!!”

 

 괴물은 소리치며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한발 한발 천천히 앞으로 내딛으며 거센 모래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드디어 시작이다! 복수의 시작이라고!”

 

 남자는 하늘에 대고 마구 웃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던 어떤, 마음속의 분노를 마구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웃음은 멈추지 않고 한동안 계속 되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딱딱하지만 얇은 벽은 마치 무엇인가를 담는, 아! 상자인건가? 싶었다. 갑자기 주변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딸! 준비 다 됐니? -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

 

 순간 머릿속에서 무엇인가가 크게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날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의 생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미리 준비했던 대로 선물 상자 안에 있었다. 그래 분명 난 깜작 파티를 준비하려고 했었지.

 

  - 좋아, 준비 됐어요!

 

  - 그래, 어서 나가서 엄마를........

 

 깜짝 파티를 준비하려는데, 갑자기 주변에서 비명 소리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상자에서 머리를 빼꼼 내미는 순간 그의 앞의 그림자가 말을 했다.

 

 - 사랑하는 우리 딸. 잠깐만 여기 있으렴. 금방 엄마 데리고 오마.

 

 딸이 고개를 젓자, 그는 살포시 이마에 손을 올렸다.

 

  - 금방 오마.

 

 그는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러면서 문을 잠그는 것도 있지 않았다. 창문 너머에서는 거대한 그림자가 비추고 있었다.

 

 

 

 

 “안 돼!”

 

 아멜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잊은 줄 알았던 악몽이 다시 떠올랐었다. 그녀의 등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괜찮아? 꽤나 지독한 꿈을 꾸는 것 같아 보이던데.”

 

 소녀는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것보다 자신이 침대 위에 있다는 사실에 더 놀랐었지만.

 

 아델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다가, 잠에서 깬 그녀를 보고 책을 덮었다.

 

 “아저씨! 아저씨가 왜 거기에 앉아 있어요?”

 

 아델은 당황한 소녀를 보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침대에 앉은 채로 기대고 있는 게 불편해 보이니까 그랬지.”

 

 그는 눈을 떠보니 자신의 다리에 기대서 곤히 자고 있는 아멜이 보였었다. 저녁시간 이후로 늦은 밤이 될 때까지 옆에서 있어준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침대위에다 눕혀 두었다.

 

 “괜찮아. 자리 바꾼 지는 정말 얼마 안 됐거든. 것보다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당연하죠! 저도 인간인데.”

 

 “그럼 왜 항상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의 말에 소녀는 텁 하고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았다. 아델은 말을 잇지 못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그래도 웃는 모습이 더 좋아. 아니면 그냥 확 우는 것도 좋지. 슬픈데 아무렇지도 않다고 버티는 게 더 이상하잖아.”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의무실 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아저씨?! 그 몸으로 어딜 가시려고요?”

 

 “집에 가서 쉬려고. 의사한테 얘기 해뒀으니 걱정하지 마. 그리고 너도 쉬어. 너도 과로로 쓰러질 수 있다고 했으니까.”

 

 언제 아팠냐는 듯 태연하게 걸어 나가는 그. 하지만 그가 엄청난 고통을 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붙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는 나가고 난 뒤였다.

 

 아멜은 다시 혼자 침대에 앉아 있었다. 조용한 밤은 언제나 찾아 왔지만, 그때 이후로 이렇게 외로운 밤은 처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인지 몰라도 뺨에 흐르는 눈물이 어느새 그녀의 손등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려고 작은 수납장 위의 손수건을 짚으려고 했다.

 

 “어? 이건 뭐지?”

 

 곱게 접힌 손수건 옆에 조각 케이크랑 쪽지가 놓여 있었다.

 

 ‘슬플 때는 단 게 최고야! 많이 먹으면 좀 그렇지만~.’

 

 소녀는 쪽지를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작게 한 입을 베어 물다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이....... 이건 너무 달아…….”

 

 

 

  - 토벌 부대 집무실 -

 

 

 아델은 말없이 책상 위에 앉아 가만히 낮에 보던 명령서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요청서도 아니고 명령서라는 것이 그의 심기를 자극 했었다.

 

 ‘출격 요청서도 아니고 출격 명령서........’

 

 무구 적합자의 수가 적은 지금, 그들의 대부분은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임자가 무구 적합자들을 너무 버리다시피 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었다.

 

 ‘분명 무구 적합자가 적다는 것을 알 텐데.......’

 

 서포터들 역시 파견을 나가 있는 입장이라서 사실상 요구를 받아드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그들을 관리하는 ‘관리관’일 뿐, 만약 자신보다 상관이 오게 될 경우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받고 있던 친구들의 도움도 이 명령서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듯싶었다. 하필 받은 명령서의 지역에 출몰한 녀석은 무구 적합자가 아니면 막을 수 없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적혀 있었고, 이는 무구 적합자가 무조건적으로 출정을 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하필 트린다미어가 있을 수도 있는 곳이니....... 안 보내기도 애매하고.......’

 

 이제 막 적합자로 선발된 스티네아와 아멜만으로는 그 녀석을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겠지.......”

 

 그는 하염없이 명령서를 보면서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좋은 수가 있을까? 그는 명령서를 책상 위에 던지고 의자에 바짝 등을 기대었다.

 

 “괜찮아?”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검은 그림자가 비추고 있었다. 아델은 부드러운 그 목소리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안 괜찮아.”

 

 “뭐야. 대뜸 안 괜찮다고 말하다니. 이럴 땐 한번쯤은 괜찮다고 하는 게 낫지 않아?”

 

 “글쎄다. 나는 그렇게까지 마음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의 말에 그림자는 풉 하고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런 말을 하다니. 참 별일도 다 있네.”

 

 “시간이 그렇게 흘렀는데, 이런 일 정도는 하나 있어야지.”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람은 그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뒤에서 천천히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애들을 보낼 거야?”

 

 “애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아. 아직 조금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녀석이 움직이고 있는 걸? 막지 못하면 우리 모두에게 큰일이라고.”

 

 “하지만 애들이 가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

 

 그림자는 그의 말에 인상을 쓰며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애들을 너무 과소평가 하는 거 아니야?”

 

 “과소평가라니. 정확한 평가라고. 마력 운용도 못하는 아이들인 걸?”

 

 “너도 예전에는 그랬잖아. 용사 주제에 마력을 쓸 줄 모르는.”

 

 그림자는 그를 보며 낄낄거리며 웃었다. 반면 그의 웃음에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책상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을 웃던 그림자는 잠시 숨을 가다듬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을 했다.

 

 “그래도 네가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야. 나 혼자로는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고.”

 

 “왜? 고집이 세서?”

 

 “응. 고집이 세니까.”

 

 아델은 그림자의 말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야 제대로 웃네. 그래야 아델이지.”

 

 그림자는 천천히 손을 떼고 창문으로 걸어갔다. 아델은 천천히 요청서를 책상 위로 던졌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파트너를 말이야.”

 

 그림자는 환한 달빛을 맞으며 사라져 갔다. 그림자가 사라지자, 집무실은 거대한 고요에 삼켜져버렸다. 그의 의자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 그림자만이 그를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 알 포트 메인, 개척기지 3번 지구 -

 

 알 포트 메인에서 북동쪽의 신설 지구로, 유적들이 많은 지구여서 거주 지역을 만들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다른 도시나 개척 기지들에 설치 되어있는, 모래바람과 황폐화를 막아주는 비석을 만드는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유적들을 이용해 건축자재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유적 밑에 잠자고 있는 많은 유물들을 탐사대들이 발견하면서, 사상 유래 없는 대규모 개척기지가 건설되고 있었고, 3번 지구 외에도 4개나 되는 거대한 지구가 지어지고 있었다.

 

 한 번에 거의 5000명이 넘는 규모의 개척민을 받을 수 있는 규모이니, 성공만 하면 도시의 영주가 되어 독자적인 세금도 걷을 수가 있게 될지도 몰랐다. 그러기에 개척단장은 많은 돈을 들여 이 개척 기지를 만드는 데에 모든 공을 들이고 있었다.

 

 처음에 대규모 개척단을 꾸린 것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 되었었다. 500명이 넘는 인원들이 투입되어, 유물 탐사와 개척지 건설에 박차를 가했었다. 상인들에게 발굴한 유물들을 팔아서 얻은 돈으로 다시 사람들을 데리고 와 규모를 계속해서 늘렸다.

 

 1500명이 넘는 대규모 개척 사업과 더불어 많은 유물들이 나오니 다른 상인들의 투자들도 줄을 이었고 개척단 단장은 기쁜 얼굴로 그 투자금들을 끌어 모아 사용했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가, 갑자기 늘어나는 괴수들의 공격에 인부들이 다치기 시작했었다. 안전한 지역이고, 많은 유물들이 있으니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그의 말과 정반대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자, 그에게 투자했던 사람들이 투자금들을 빼기 시작했었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개척단이 아니라면 병사들을 쓸 수가 없었다. 개척단 단장은 괴수들이 많아지기 전에 처리하려고 용병들을 고용했었다. 많은 돈을 지불해서 비싼 용병을 샀고, 그 덕분에 괴수들의 활동이 확실히 줄어들기는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또 몇 명이나 당했는데!!!”

 

 개척단 단장은 화를 내며 용병들을 질책했다. 오늘도 사상자가 나와 버리고 만 것이었다.

 

 “인부 1명, 용병 1명이 죽고 3명이 다쳤습니다.”

 

 “그래, 오늘은 어제보다 낫긴 났네. 그건 그렇고 그럼 놈은?”

 

 “2등급 개체들은 조금 힘들긴 했지만, 다 잡긴 했습니다.”

 

 “아니, 놈 말이 놈!”

 

 특히 이 개척단을 괴롭히는 그 망할 덩치의 괴물. 그 녀석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돌아가질 않고 있었다.

 

 “오늘은 녀석이 안 움직인 것 같습니다.”

 

 천천히 떨리는 입으로, 마치 변명을 하듯 그들이 입을 열자, 화가 난 그는 옆에 있는 담배 재떨이를 바닥에 던졌다.

 

 “아니, 은장급이나 되면서 놈을 잡지 못하고 있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이 돼?”

 

 용병들의 실력을 나타내는 계급표. 3급, 2급, 1급, 수석, 동, 은, 금, 백금, 금강석 순으로 동급 이상은 대개 괴수들을 잡을 수 있는 실력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돈을 써서라도 은급들을 데리고 온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돈은 돈대로 들고 주변에서 날뛰는 괴수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었다.

 

 “어쨌든 밥을 먹든, 돈을 먹든 그 값은 해야지? 안 그래?”

 

 그는 서류를 툭 던지고, 앞의 용병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용병은 뒤돌아서서 인상을 찌푸리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하아. 언제 오는 거야....... 언제?!”

 

 그는 정부에 쓴 돈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었다. 망할 연합정부의 귀족들에게 든 돈이 얼마인가. 그렇게 돈을 많이 쥐어줬으면 군대라도 파견을 해줬으면 했는데, 하필 온다는 부대가 토벌부대라니.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지만 말이다.

 

 계속해서 한숨을 쉬며, 그는 개척기지 밖의 황무지를 바라보았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드리는 것 같은 소용돌이가 매섭게 황무지를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 황무지로 가는 마차 안-

 

 “그러니까 이번 임무는 빠져도 괜찮다고요? 전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금발 머리 소년이 검은 머리 남자에게 따지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스티네아, 관리관님한테 목소리 높일 필요까지는 없잖아.”

 

 언제나 그렇듯 붉은 머리 소녀, 스피넬이 스티네아의 격앙된 말투를 제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아델을 안 좋게 보던 그였기에 소용이 없는 짓이었다.

 

 “뭐, 그렇게 나온다면야 어쩔 수 없다만.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게 12괴물 중 하나인 ‘트린다미어’일수도 있거든. 오랜만에 보는 놈이긴 하지만, 자칫하면 그냥 찢겨 죽을 지도 모르지 뭐.”

 

 아델 옆에 앉은 소녀는 말없이 가만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이들의 대화소리보다 더 신경 쓰이는 소리가, 평화로운 풍경 너머에 일고 있는 모래먼지 사이에서 들려오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꼭 괴물을 잡을 필요는 없어. 다들 최대한 하던 대로 괴수들을 줄이는 일을 하면 돼. 평소처럼 말이지.”

 

 하지만 여기에 탄 인원들 중에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신감이 너무 넘치는 스티네아, 그런 그와 사사건건 부딪히는 스피넬. 그리고 당장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아멜까지. 남자는 그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무지 안으로, 거점 지역으로 가면 갈수록 모래 바람이 더욱 거칠게 불고 있었다. 한참을 마차를 타고 와서, 멀미가 난 스티네아는 축 늘어져있었고, 스피넬과 아멜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거의 다 왔군.”

 

 아델은 창문 밖의 하얀 점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목재 성문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그 성문을 보며 천천히 침을 삼켰다. 그들은 천천히 그 성문 안쪽을 향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추석 잘 보내셨나요?! 저는 정신없이 보내느라 추석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그럼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잠시... 긴급 공지입니다..... 2019 / 6 / 21 725 0 -
공지 연재 주기에 관한 공지( 주 2회 수, 목 … 2018 / 9 / 3 805 0 -
공지 안녕하세요! 새로 연재하게 된 초보 … 2018 / 9 / 3 847 1 -
11 #2. 불사자(6) 2018 / 10 / 9 80 0 7269   
10 #2. 불사자(5) 2018 / 10 / 3 61 0 8025   
9 #2. 불사자(4) 2018 / 10 / 2 76 0 7356   
8 #2. 불사자(3) 2018 / 9 / 27 59 0 8895   
7 #2. 불사자(2) 2018 / 9 / 26 66 0 9120   
6 #2. 불사자 2018 / 9 / 19 56 0 11127   
5 #1. 새로운 시작(5) 2018 / 9 / 18 73 0 7899   
4 #1. 새로운 시작(4) 2018 / 9 / 12 71 0 8957   
3 #1. 새로운 시작(3) 2018 / 9 / 11 93 0 8464   
2 #1. 새로운 시작(2) 2018 / 9 / 5 132 0 10522   
1 #1. 새로운 시작 2018 / 9 / 4 453 1 10761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검의 연대기 - 마
크네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