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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새로운 시작(3)
작성일 : 18-09-11 23:33     조회 : 93     추천 : 0     분량 : 8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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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후, 토벌 부대 연무장 -

 

 혼자뿐인 넓은 공간에 푸른 머리 소녀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미는 그녀의 발걸음에는 많은 힘이 실려 있는 듯했다. 검이 앞으로 내질러 질 때 마다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바람 소리가 끝나기 전에 그녀는 다음 동작을 잇기를 반복했다.

 

 한참을 연습하고 있을 때, 한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계획 했던 훈련은 모두 소화하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집중이 잘 되어서 조금 더 연습을 하려고 했던 찰나였었다. 그녀는 훈련용 검을 내려 둔 채, 소리의 원인인 장소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말이 되냐?”

 

 “누구는 남고 누구는 옮겨 간다고?”

 

 연무장 게시판에 걸려 있는 알림 문구. 그 것에는 모두가 충격 받을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멜은 천천히 다가가 게시판에 적혀 있는 알림 내용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부대 개편 현황」

 

  갑작스러운 공지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원래 전임자가 처리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미뤄지는 것을 방치해 둘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미 정해진 규정을 토대로 검토 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현 시간 부로 부대 개편에 따른 인사이동에 대해 발표 하겠습니다.

 

 

 물론 자신이 남겠다고 자원하면 이 부대에 있을 수 있지만, 모두들 굉장히 고민하는 눈치였다. 오랫동안 이곳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는 것이, 이제 막 이 부대로 온 사람들은 이곳에 있지 않아도 되지만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무구 적합자들은 아무 감흥 없이 그 공지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무구 적합자들이 있을 곳은 이곳 밖에는 없기 때문이었다.

 

 

 한편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아델은 선착장에 있었다. 그리고 선착장에는 귀가 뾰족한 키 작은 남자가 하나 서 있었다.

 

 “오랜만이야. 아델!”

 

 “죽지도 않고 살아있네. 예네프.”

 

 “하하, 그 말은 내가 해야 하지 않나?”

 

 그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했다. 언제나 피가 끓어 넘치는 사내. 그의 머릿속에 남은 그에 대한 기억이었다. 예네프는 아델을 보며 말을 했다.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가........ 뭐지?”

 

 “아, 음. 너 예전에 무구 적합자로 일을 했었다지?”

 

 아델의 말에 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 무구 적합자를 돕는 서포터로.”

 

 “흐음. 내가 듣기로는 그렇지 않은데........”

 

 아델은 씨익 웃으며 말을 했다. 예네프는 순간 그의 얼굴을 보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그가 웃는 이유는 두 가지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숨기지 말고 얘기해. 난 알고 있다고. 그리고 너희들이 지금 꾸미고 있는 것들도 말이야.”

 

 “아.... 알았어. 얘기하면 되잖아.”

 

 예네프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서 있었다. 아델은 선착장의 휴게실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곧 그도 따라서 의자에 앉았다.

 

 “그래....... 일단 이거 하나만 얘기 할게. 우린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으니, 다 얘기해 줄 수 없어.”

 

 “그건 나도 알 것 같아. 그래서 리즌 자식이 날 검은 날개에 앉혀 놓은 거잖아.”

 

 “흠. 이거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하나.........”

 

 그는 머리를 싸매고 천천히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창 토벌부대가 활약하던 400년 전, 한 마녀에 의해 한번 세계가 뒤집혀 질 뻔했다는 것이었다. 그 마녀는 엄청난 힘을 휘둘렀다고 전해 졌지만,

 

 “사실은 그녀가 무구 적합자 였다는 것이었지. 그때는 자네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 남아있었던 시절이었고, 그녀와 휘하의 부하들 역시 그 힘을 가지고 있었지.”

 

 무궁무진한 마력과 무구의 힘을 괴수에게 겨누지 않고 오히려 세계를 향해 겨누었던 그녀 덕분에, 토벌 부대는 순식간에 영웅에서 반역자, 죄인으로 몰락해버리고 말았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엄청난 흑막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든 의문이 한 두 개가 아니었어. 그녀가 왜 반란을 일으켰는지, 그녀를 지지하던 세력이 그녀의 토벌이 끝나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는지, 무엇보다 그녀에게서부터 회수한 무구들을 제외하고 남은 무구들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상부에서는 조사를 한 번도 안 하더라고. 그때 리즌과 아냐는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낌새를 채고 있었지.”

 

 하지만 리즌은 당시 힘을 잃은 떠돌이에 불과 했고, 아냐는 얼굴을 감추고 토벌대 병사로 있었던 때라고 했었다. 그러기에 조사를 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었고, 무엇보다 믿을 수 있던 사람들이 한명도 없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우리를 지지하는 세력들을 만들기로 하고 각자 흩어지기로 했었지. 나는 일단 고향에서 레프레아들을 규합하기로 했었고, 리즌은 자신의 세력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기로 했지. 그리고 1차 계획은 성공하긴 했었어.”

 

 “하기야 나도 리즌 녀석이 군단장이라는 것에 놀라긴 했었지.”

 

 400년을 공들여서 어떻게든 자리에 올라선 리즌이 대단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참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었지. 차근차근 준비를 하는 도중에, 무구 적합자들에게 문제가 생기고 만 거야.”

 

 “혹시 반발력?”

 

 “맞아.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찾아왔었는데, 너무 끔찍해서 볼 수가 없더라고.”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떠오르는 그때의 기억을 최대한 밀어보려고 했다. 억지로 힘을 끌어올린 무구 사용자들이 전투 막바지에, 피부가 갈라지고 폭발하는 그 모습이. 하지만 그때 받은 강렬한 인상은 쉽게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입술을 잘근 씹으며 말을 이었다.

 

 “뭐, 그래서 무구들을 몰래 조사를 해봤는 데, 일단 우리들이 내린 결론으로는 '회수한 무구들에 누군가가 장난질을 해놓았다'라고 추측을 하고 있어. 그리고 또 리즌이 회수해서 제대로 고쳐놓은 것들이 아닌, 하이앤더들의 무구를 가져다가 상성이 안 맞는 사람들에게 쥐어줬었다는 점에서,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이 확실해졌었고.”

 

 그 뒤로는 몰래 리즌이 선발한 아이들이 무구 적합자로 들어오게 되었지만, 이미 전력은 반 토막이 나 있었고, 그들을 성장시키려고 하면 누군가의 방해로 그의 계획에 자꾸 찬물이 끼얹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늘 속에서 그와 정체모를 적은 엄청난 줄다리기를 전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체모를 그들에게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 했었다.

 

 “쳇, 내가 비장의 카드 같은 거냐?”

 

 아델은 언제 가져온 지도 모를 육포를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예네프 역시 그에게서 육포를 받아 입에 넣고 있었다.

 

 “그래. 네 덕분에 놈들도 한방 크게 먹었다는 것이지. 그래서 우리들은 이제 3번째 계획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3번째 계획?”

 

 “네가 없으면 전혀 못할 계획이었지. ‘용사’를 기르는 ‘용사’. 그건 이 세상에서 단 한명 뿐이었잖아.”

 

 아델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이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지금 나보고 제자를 만들라고?”

 

 “네가 다듬어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는 가방에서 작은 그림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아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 아이. 만나는 봤겠지?”

 

 “아, 굉장한 눈을 가진 아이였어.”

 

 신기한 것은......... 그 아이가 너랑 아주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응?”

 

 “너, 걔가 쓰는 무구 아직 모르지?”

 

 아델은 그의 말에 잠시 곰곰이 생각해보았었다. 분명 그 아이가 쓰던 검이 뭐였더라........

 

 “음..... 잘 모르겠는데?”

 

 그러자 예네프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 아이의 무구는 생전에 네가 쓰던 검이야.”

 

 그의 말에 깜짝 놀란 아델은 순간 뒤로 자빠질 뻔했다.

 

 “잠깐만, 뭐라고?”

 

 “그래 네가 쓰던 무기라고.”

 

 아델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거짓 없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 무기는 나를 제외하고는 쓰지 못할 텐데? 어떻게?”

 

 “그러니까 리즌이 데리고 왔지. 생각해보면 황무지에서 살아남았던 것도 기적이었을 텐데.”

 

 “황무지에서?”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지만, 황무지를 떠돌던 리즌이 그녀를 데리고 왔었거든. 그리고 그와 아냐가 그 애를 돌봐주었고.”

 

 그는 목이 말랐는지, 선착장의 식수대에 가서 물을 담아왔다. 그리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니? 아니, 우리 세계를 다시 구할 힘이 되어줄 수 있겠어?”

 

 아델은 그의 말에 잠시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다. 세계를 구하라. 그의 등에 항상 짊어지고 있던 짐. 그리고 업보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스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그가 옳았다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싸웠지.’

 

 리즌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도 아마 필연의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었던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왜 살아서 여기에 왔겠냐. 까지 것 한번 해봐야지.”

 

 “고맙다.”

 

 “고맙긴, 내가 더 고맙지.”

 

 그 둘은 악수를 하며 웃었다. 마치 이 악수는 그가 마지막 임무를 떠나기 전에, 몰래 그들끼리의 만났었던 때의 악수와 같았었다. 그 악수는 무엇인가를 꿈꾸던, 한때 세계를 뒤엎으려던 청년들의 희망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예네프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날아오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시간을 내어서 찾아온 그가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었다.

 

 “자, 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애들이랑 하고 있던 거 준비 다 했는지 보고 올게.”

 

 아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심히 갔다 와.”

 

 

 예네프가 떠나고 천천히 걸어 나오던 그는 문득 오른쪽 길로 시선이 꽂혔다. 오른쪽 길에는 분명 묘지가 있다고 했었지. 그는 마침 길가에 펴 있던 꽃을 꺾어 들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살짝 굽이진 길이라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실증이 날 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체력이 약한 것도 아니고, 구름이 살짝 햇빛을 가린 포근한 날씨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고 있었기에 걷는 것을 멈추질 않았다.

 

 마지막 고개를 넘어, 탁 트인 넓은 평원과 함께 여러 비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석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모양으로 서 있었다. 아마 이곳에는 여러 종족들이 묻혀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낡았으면서 많이 부서져있는, 낯익은 모양의 비석 두 개가 한쪽 구석에 서있었다.

 

 “음? 이게 왜 여기 있지?”

 

 그는 그 묘지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글자는 닳아서 잘 보이질 않고, 비석 곳곳에 이끼가 껴있던 흔적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 비석이 누구 것인지 알 수가 있었다.

 

 ‘리즌 글로이어.’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옆의 비석에는 ‘에이델 글로이어.’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주인이 없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리즌......... 네가 여기에 묻혀 있다는 것은..........”

 

 이 묘지들이랑 공원은 분명 이 개척지를 세우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곳.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그는 천천히 먼지를 닦으며 그 부분을 바라보았다.

 

 ‘최초 개척지 겸, 격전지인 알 포트 메인. 이곳을 지키기 위해 ‘리즌 글로리어’와 그 휘하의 부대가 이곳에 잠들다.’

 

 먼지를 닦은 비문에 작은 방울들이 떨어졌다. 더 선명하게 보이는 글자들과 달리 그의 눈은 점점 더 흐려져 갔다. 구름이 조금씩 걷혀지고, 햇빛들이 이곳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그의 등을 마치 쓰다듬듯.

 

 

 시간이 꽤나 흐른 듯 싶었다. 그는 송곳이 파고드는 고통과 뒤틀려 엉켜버린 내부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어있던 것에 정신을 차릴 수가 잇었다.

 

 “관리관님. 괜찮으신가요?”

 

 아델은 리엔의 목소리에 천천히 눈을 떴다. 아까까지 밖에 있었는데, 어느새 숙소 관리실에 옮겨진 그였다.

 

 “관리관님이 갑자기 묘지에 쓰러져 있다고 해서 놀랐다고요. 것보다 나한테 엄청난 일을 떠맡겨 놓으셔면 어쩌라는 거예요? 그리고 몸 상태 안 좋으시죠? 그렇지 않고서야 벌건 대낮에 갑자기 픽하고 쓰러질 일이 없을 텐데.”

 

 “그래. 내 몸 상태가 안 좋기는 하지. 참, 리엔. 너는 아이들과 가장 오래 알고 지냈었다지?”

 

 “네? 그건 갑자기 왜요? 저야 숙소 관리 대리니까 잘 알고 있죠. 잠깐만요! 아직 안정 취하셔야죠!”

 

 리엔은 갑자기 몸을 일으키는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말을 했지만, 아델은 괜찮다는 말을 하면서 옆에 놓인 컵에 물을 담았다.

 

 “그럼 넌 여기 오게 된 계기가 뭐니?”

 

 “계기요? 음, 전 그저 돈을 벌려고 왔을 뿐이에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뒹굴면서 놀 수 있는 직장?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건가요?”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아서 그래.”

 

 그는 주머니에서 작고 이상한 물건을 하나 꺼내 들었다. 한 손에 쥐기 편한 물건, 하지만 이상한 장치들이 가득 달린 물건이었다.

 

 “이건 내가 만들다가만 실험작이긴 한데. 혹시 ‘총포’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니?”

 

 리엔은 아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수도 방위군이나 군단 직속 부대만 사용하는 무기잖아요?”

 

 총포는 기다란 막대기에서 뿜어지는 화염으로, 아이가 멧돼지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진 무기였다.

 

 “이건 6연발로 쏠 수 있도록 만든 권총이다. 나 밖에 못 만드는 거지만! 하하.”

 

 “근데 왜 이걸 제게 주시는 건가요?”

 

 리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물 한 모금을 들이켰다.

 

 “너를 믿을 수 있다는 증거니까.”

 

 “믿다뇨? 그게 무슨 말인가요?”

 

 “우리 부대는 지금 엄청난 일에 휘말려 있거든. 자세한 건 알려 줄 수 없지만 말이야.”

 

 리엔은 그제야 자신이 왜 부관으로 뽑혔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 약간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껴지던 찰나에 그가 어깨를 툭 치며 말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요정들은 눈치가 빠르다니까. 그렇다고 해서 널 이용만 하다 버린다고 생각하진 마. 지금의 나에게 제일 필요한 사람은 너니까.”

 

 그의 미소 속에는 무엇인가 심각한 고민이 담겨있는 것 같아보였다. 리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미소와 말 속에 담긴 진심을 이해했다. 그녀는 꼭 잡은 총을 받아들었다.

 

 그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수십 통의 청원서가 그의 책상에 올려져있었다. 그도 그걸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청원서에 놀라기는 했었다. 거기다 내용은 더 그를 놀라게 했었다.

 

 ‘우리는 나가기 싫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뜻으로 여기 있고 싶습니다.’

 

 “멸시를 받고 있어도 자리를 떠나질 않겠다는 건가.”

 

 그는 웃으며 청원서를 조용히 책상 위에 내려두었다.

 

  ‘이것도 분명 그가 준비한 것의 일부인건 가. 평소에는 많이 덜렁대기나 하던데 치밀함의 극을 달하는 녀석이야.’

 

 책상에 앉아 청원서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 일이 있고 7일이 지나고,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일에 관해 새로운 공지가 나왔다는 말에, 부대원들은 모두 마른 침을 삼키며 연무장 게시판에 몰려 있었다.

 

  「부대 공지 사항」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밑에 있는 글들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부대 개편 발표 바로 다음날, 청원서를 본 관리관이 재검토를 하겠다고 말을 해서, 다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 이하 자유의사로 남는 병사들을 최대한 존중해 줄 것이며, 그 외의 사람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부대로 전출을 명령한다.”

 

 “이야! 됐다!”

 

 자신들의 입장을 지킬 수 있다는 것에 기쁜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기뻐하고 있었고, 그냥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게시판을 지나쳐 연무장을 빠져 나갔다.

 

 스티네아와 스피넬은 마침 그 근처를 지나다가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왔다.

 

 “아! 스피넬씨! 우리 여기 남아있어도 된데요!”

 

 평소 그녀와 친했던 레프레아가 웃으면서 말을 하자, 스피넬도 같이 웃으며 그의 잔류를 같이 기뻐해줬다. 스티네아는 딱히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아멜은 오늘도 변방 순찰 임무를 마치고 부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부대 입구에 있던 아델은 그녀를 보고 손을 흔들며 말을 했다.

 

 “어? 아멜! 임무 끝마치고 오는 길이니?”

 

 그와 옆에 있던 병사가 들고 있는 도구들과 등불을 보니, 입구에 있는 보안등이 망가져서 수리를 하고 있었던 듯싶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지나쳐가려고 했다.

 

 “아멜! 근데 한 가지만 부탁하면 안 되겠니?”

 

 그는 양손에 있는 망치와 집기를 갑자기 그녀의 손에 밀어 넣었다.

 

 “저, 이제 막 임무 복귀했는데요?”

 

 “그럼 막 새 임무를 줄게. 나와 닐을 도와줘.”

 

 “그런 억지가 어디 있나요?”

 

 “대신 오늘 저녁밥 사줄게.”

 

 아델과 닐은 빤히 아멜을 쳐다보고 있었다.

 

 “참고로 오늘 저녁 메뉴는 두부스프야.”

 

 하필 맛없는 메뉴 3가지 중 하나가 나오는 날이라니. 아멜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물론 혼자 있고 싶지만, 마침 자신의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고, 두부스프는 먹기가 싫었었다.

 

 “알았어요. 뭘 하면 되죠?”

 

 아멜은 결국 두부스프와 지금의 휴식을 맞바꾸었다. 아델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그냥, 이거 들고 있다가 달라고 할 때 주면 돼.”

 

 보안등을 고치는 것은 10분정도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부대 내에 보안등이 입구를 제외하고도 30개가 넘게 있었다는 것을.

 

 결국 2시간이 넘게 작업을 한 끝에, 보안등 작업이 마무리 되었었다. 아멜은 괜히 두부스프와 휴식을 맞바꿨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음. 이제 끝! 고마워!”

 

 다행히 저녁은 얻어먹기는 했지만, 왜인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녀는 그와 '닐'이라는 사람과 함께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지만, 그는 끊임없이 말을 던지며 그녀를 귀찮게 했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찰거머리처럼 그녀에게 붙기 시작하는 첫 시발점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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