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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가 오던 날(2)
작성일 : 17-12-17 00:29     조회 : 22     추천 : 0     분량 : 7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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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이제 그만 웃으시죠, 어르신!”

 

 대륙 북부의 DS시티. DS길드장의 저택. 그 중 주인의 방에서 몸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손에는 코코아를 든 채로 덜덜 떨고 있던 스피카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껄껄 웃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염을 1자로 길게 길렀으며 삼백안이 특징인 거구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계속 껄껄 웃었고 스피카는 볼을 부풀렸지만 그에게 할 말이 없었다. 노인은 커피 한 모금을 마신 뒤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후후후. 스피카. 그러게 내가 말하지 않았니. 혼자서 들어가지 말라고. 벌 받은 게야.”

 

 “칫!”

 

 말 그대로 인과응보였다. 가지 말라고 할 때 들었으면 적어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피카는 코를 훌쩍이며 앞에 앉아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바로 ‘천제’, 라로브 A 레이븐. 분열되었던 DS길드를 다시 하나로 합쳐 DS길드 제 2의 전성기를 불러왔으며 세계 최강의 사나이라 여겨지는 사람. 그 마왕조차도 쓰러뜨리지 못한, 말 그대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버린 괴물 중의 괴물. 전투 레벨 S급을 넘어선 전투 레벨 E급의 사나이. 그 남자가 바로 이 노인이었다.

 

 그래서 그 시건방진 악귀조차 라로브가 살짝 위협하자 바로 꼬리를 말고 달아난 것이지만 말이다. 게다가 라로브는 어진 지배를 했기 때문에 모든 길드원들로부터 진정어린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분열되었던 대륙 북부가 DS길드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된 것이었고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라로브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스피카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스피카를 마치 딸이나 손녀를 바라보는 표정이었다. 스피카는 코코아를 한 입 마신 뒤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근데 어르신. 왜 제 것은 코코아입니까?”

 

 “후후후. 어차피 자네는 커피에 설탕 왕창 타서 마시지 않나? 그럴 거면 뭣 하러 커피를 마시나. 코코아를 마시지. 어차피 자네는 그냥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커피마시는 거 아니야?”

 

 라로브의 말에 울컥한 스피카가 그를 빤히 노려보았지만 이 노인은 그저 인자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할 말이 없어진 스피카는 입술을 삐죽 내민 뒤 코코아를 한 모금 마셨다. 솔직히 달짝지근해서 싫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린애 취급 받는다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기야… 나이로써나 실력으로써나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리 신관 직속 부하인 자신이라고 할지라도 어린아이일 테지만 말이다.

 

 “후후후후후! 그래, 드래곤 포레스트에 혼자 들어가니까 어떻더냐?”

 

 “…모르겠네요! 내 앞에서만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야 당연하단다. 몬스터도 나름 생각이라는 것을 해. 강하다고 여겨지는 상대에게는 함부로 덤비지 않거든. 그래서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약한 몇 명과 같이 다니게 하는 것이란다. 몬스터들에게는 그 아이들이 미끼거든. 물론 내 부하들을 죽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라로브의 말에서 진심이 가득 느껴졌다. 그의 부하 사랑은 정말 엄청났다. 헌터 킬러가 한때 범죄를 일으킨 뒤 DS길드에 들어간 사람을 잡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현 DS길드장인 라로브가 취한 대응은 놀라웠다. 바로 정예 병력을 남쪽에 배치한 것이었다. 만약 허튼 수작을 부리면 바로 남하를 하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고 헌터 킬러는 이를 악물고 추적을 포기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장난으로, 혹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DS길드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그에게 진심으로 감화되어 진짜 그에게 충성을 바치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DS길드가 더욱 무서운 것이었고 괜히 세계 6대 권력 기구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남하를 해서 세계 권력 기구와 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세계의 균형이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무너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성스러운 다섯 신관들이 감히 DS길드를 건드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DS길드가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다. 어쨌든 세계는 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만약… DS길드가 무너지고 대륙 북부가 분열이 된다면… 그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 분명했다.

 

 다시 말하자면… DS길드는 성스러운 다섯 신관들에게 있어 필요악이었다. 그리고 그 필요악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2대 길드장인 올마이티, 로트 H 세븐과… 현 길드장인 천제, 라로브 A 레이븐이었다.

 

 “…”

 

 “춥니? 아직도 덜덜 떨고 있구나. 목욕물을 데우라고 시켰으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라로브의 다정한 말을 들은 스피카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정말 이 남자의 마음은 얼마나 넓은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스피카는 세계 권력 기구의 핵심 인물이고 DS길드와 세계 5대 권력 기구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사람인데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대해주다니… 처음 그녀가 대륙 북부에서 살겠다고 할 때 많은 DS길드원들이 반대했지만 길드장이 자기가 모든 일을 책임지겠다고 말하자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스피카는 이 사람을 정말로 존경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어르신. 어르신은 정말로 몰랐던 거예요? 말이 되지 않잖아요.”

 

 “허허허허. 몰랐단다. 알았으면 내가 가만히 있었겠느냐.”

 

 “그래도… 하아. 아닙니다.”

 

 스피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화제 대상은 바로 한 달 전 멸족당한 ‘악마의 일족’, 디 우르크에 대한 것이었다. 경악스럽게도 디 우르크 일족은 DS길드가 점령하고 있는 대륙 북부에 숨어 살고 있었다. 그것도 드래곤 포레스트의 안에 숨어서… 만약 어떤 ‘밀고자’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영원히 잡지 못했으리라. 그 공을 세운 사람이 악귀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계를 위해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한편 라로브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잠시 동안 라로브의 방 안이 침묵 속에 잠겼다. 그러나 그 침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똑똑.

 

 “들어오도록 해라.”

 

 “예, 주인님.”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라로브가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곧 문이 열리더니 예쁜 여자 시종이 공손히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라로브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시종이 고개를 숙인 채로 라로브에게 말했다.

 

 “목욕물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그러냐? 그럼 스피카를 목욕탕으로 정중하게 안내하도록 하여라.”

 

 “예, 주인님.”

 

 스피카는 드디어 몸을 녹일 수 있겠다 싶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본 라로브는 다시 껄껄 웃었고 스피카는 그런 그를 쓴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지만 딱히 뭐라고 하지 않고 여자 시종에게 다가갔다.

 

 “엿보면 안 돼요!”

 

 “허허허! 내 나이가 조금만 있으면 칠순이란다. 힘이 없어.”

 

 “…세계 최강의 사나이시면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따지는 스피카에게 라로브는 껄껄껄 웃음소리를 낼 뿐이었고 스피카는 한숨을 내쉬며 여자 시종의 안내를 따라 그의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고… 홀로 남겨진 라로브는 말없이 벽난로 쪽을 바라보았다. 불이 활활 잘 타들어가고 있었다. 스피카가 추울까봐 장작을 많이 넣은 보람이 있었다.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허리가 쑤셨다. 아무래도 이제 그도 늙긴 늙은 모양이었다.

 

 올해로 그의 나이 64세. 이제 슬슬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시점인 나이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체력에 한계가 생기는 나이… 앞으로 자신이 몇 년이나 최강의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을까… 이제 알 수 없었다. 네이스트 J 클로버한테 최강을 내주려나? 아니면 무섭게 강해지고 있는 ‘마왕’, 제라드 주피터에게 이 자리를 내주려나… 라로브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의 세대에도 수많은 강력한 마법사가 있었지만 그는 이른 시기에 최강의 자리에 앉았고 무려 40년 가까이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마왕 녀석이 거의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자신이 있어 아직 그 녀석이 완벽한 최강은 아니지만… 늦어도 10년 사이에 결국 그 녀석이 최강이 되리라는 사실은 라로브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당장 덤벼오면 이길 자신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제 슬슬… 아니 사실 몇 년 전부터 몸이 조금씩 고장이 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제 과거만큼의 힘은 그에게 없었다. 압도적으로 쌓인 경험으로 부족한 힘을 메우고 있지만 그것도 나중에는 한계를 맞이하리라. 그래서 그는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요즘 그래서 라로브는 은퇴를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명예롭게 물러나는 것이,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이 멋지지 않을까? 그는 추하게 과거 팔이나 하며 최강에 머물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인간은 결국에는 죽는다. 그렇게 강했던 올마이티도 결국 죽어서 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인간이 언젠가 사망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라로브는 창가로 다가갔다.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의 무상함에 그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곧 그는 누가 자신의 눈물을 볼 새라 얼른 그것을 닦아내었다. 물론 이곳은 그의 방이고 스피카도 나갔으니 그의 눈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최강이라는 고독한 자리가 그를 혼자 있을 때도 쉬지 못하게 만들었다. 최강이라는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처음 그가 최강의 자리에 앉았을 때… 정상에 앉았을 때 그는 거만했다. 당연했다. 신관을 제외하고 최강이다. 마법사들의 정점이다. 사람을 거만하게 만드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했다.

 

 그는 그 거만함을 바탕으로 대륙 북부를 다시 통합했고 그의 콧대는 더욱 올라갔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에게는 남는 것이 없었다. 공허했다. 허무했다. 더 이룰 것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그를 위해, 그의 공허함을 달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점차… 그들에게 공감하게 되고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순간… 억지로 맞추었던 대륙 북부가 퍼즐 맞추듯이 올바르게 맞춰졌고 끈끈하게 더욱 단결되었다. 지금의 DS길드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라로브는 또 한 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왕’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진정한 ‘왕’이 된 그에게 신관들은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에게… 남녀 3쌍이 찾아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그가 한창 전성기에 올라있을 시기였다. 어느 누구도 감히, 심지어 신관들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였기에 그의 권력은 엄청났다. 그 강대한 사일런스 제국조차 그에게 사절을 보내 친하게 지내자고 할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그를 찾아온 것이리라. 여기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이 이 하늘 아래 살 곳은 없었기 때문에… 몰래 라로브의 저택에 들어온 그들은 라로브를 보자마자 일제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제발… 제발 자신들을 살려달라고. 다른 것은 다 필요없으니 제발 살 수만 있게 허락해달라고…

 

 그들을, 악마의 일족을 생전 처음 본 라로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를 위해서라면 이들은 죽어야만 했다. 그러나… 오죽했으면 죽기를 각오하고 자신을 찾아왔을까. 라로브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과연 ‘역사가 옳은 것인가? 힘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이들이 나쁜 것인가? 조상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서 이들이 사악한 것인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이들의 눈은 모두 깨끗했고 악의는 없었다. 그들도 그냥…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단지 힘을 조금 더 가지고 있을 뿐인… 또 과거에 조상이 큰 잘못을 저질렀을 뿐인 사람들일 뿐이다. 라로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DS길드에게 있어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이들의 존재를 들키는 순간 세계 권력 기구들이 자신들에게 간섭을 하려고 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그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지만 명분이 약했다. 명분이 약한 싸움은 이미 절반을 지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처음에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을 터이니 다른 곳을 찾아보라고… 그러나 그것이 무정한 말이라는 사실을 말한 사람이 모를 리가 없었다. 갈 곳이 없어서 마지막으로 이곳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마저 버려진다면… 그들은 정말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자살을 하는 것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편안하게 죽는 것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듯 일제히 단검을 꺼내 자신의 목을 베려고 했고 라로브는 급히 그들을 말렸다. 최강이라고 해서 사람 죽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도… 사람이었다. 라로브는… 허락했다. 그들이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는 것을. 단 대륙 북부에 있는 어떠한 도시나 심지어 버려진 황무지도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라로브라고 해도 그들보다 DS길드가 더 중요한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라로브가 허락한 곳은 드래곤 포레스트.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오는 그 위험한 곳이었다. 라로브는 그들에게 가장 몬스터가 적게 나오고 또한 지형이 험해 절대 DS길드원들이 찾아가지 않는 곳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그 이상 어떤 것도 섣불리 지원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디 우르크 일족들은 그것만으로도 라로브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그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있어 축복이었고 은혜였다. 그리고 그 날 자정. 라로브는 몰래 그들을 드래곤 포레스트에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것이… 라로브와 디 우르크 일족간의 비밀이었다.

 

 그들은 이따금씩 밖으로 나와 라로브에게 감사편지를 보내거나 직접 기른 농작물을 바치는 것으로 은혜를 갚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 달 전 끝나버렸다. 어떤 놈이 세계 권력 기구에… 그것도 그 잔혹한 악귀에게 디 우르크 일족이 드래곤 포레스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 평화로웠던 가정은 어둠 속에 영원히 집어삼켜졌다. 라로브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들 역시 이제는… 라로브의 자식들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 모두… 처음 만났을 때 10대 후반이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힘들게 고생만하다가 가는 구나… 너희는 행복했느냐.”

 

 그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나 먹구름이 가득 껴있어 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진다. 그것은 그들의 눈물이었다. 처절한 눈물이었다.

 

 “미안하구나… 숨겨주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던 것이… 미안하구나. 너희들의 아이들을… 꼭 한 번 보고 싶었는데…”

 

 라로브의 눈에서 계속 눈물이 흘렀다. 나이가 먹으니까 괜히 눈물만 많아진 느낌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식의 죽음은 부모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도 슬픈 일이었으니까.

 

 “어째서…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냐. 어째서… 좀 더 잘 숨기지 않았던 것이냐. 어째서… 그렇게 착해빠졌던 것이냐. 한이 풀릴 수 있다면… 좀 더 원망해도 되는 것을. 좀 더 세상을 미워해도 되는 것을…”

 

 그는 그렇게 창가에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한편 그 시각 드래곤 포레스트… 이곳에 어울리지 않게 검은 양복과 입고 모자를 쓴 남자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헐레벌떡 도망치고 있었다. 저런 괴물! 괴물! 괴물! 저 나이에 저렇게 강하다니! 빌어먹을! 얻은 것이라고는 ‘그것’이 아니라 공포밖에 없지 않은가!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오른팔에 화상으로 인한 수포가 가득했다. 아마 이 흉터는 영원히 남으리라.

 

 그리고… 그 남자가 도망쳤던 곳에는… 한 소년이 나무 밑에 웅크려 울고 있었다.

 

 “흑흑흑!”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처럼… 울었다. 믿었건만… 속아버렸다. 이제 아무도 믿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우리’에게 있어 믿을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말이다. 소년은… 잿빛 머리의 소년은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더러웠지만… 그의 눈은 이 어두운 곳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붉은 색’으로…

 

 “…이제 아무도 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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