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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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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17. 납치
작성일 : 17-11-22 16:18     조회 : 17     추천 : 0     분량 : 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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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더그린은 왕성의 자신의 집무실에 있었다.

 

 사라진 단검 가니메데스의 행방은 묘연했다. 아이린의 장례를 집전할 때도 자살에 직접 쓴 단검은 보지 못했다. 아니 그때는 그런 물건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했었다.

 

 아이린이 자살할 것은 짐작했지만 방문자를 불러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스트리드를 탈출해서 결국 실버포트까지 가서 단검을 가져와 영지에서 자살한 것인가.

 

 실버포트를 태우기 전 성채를 샅샅이 뒤졌지만 단검을 찾지는 못했다. 은밀히 사람을 시켜 롤스이스트의 백작 저택도 뒤졌으나 단검은 거기에도 없었다.

 

 … 윌로드를 그렇게 일찍 죽이는 것이 아니었나.

 

 그 뻣뻣한 수석서기관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발더그린은 그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애써 자신을 다잡았다. 수석서기관을 죽이지 않았다면 방문자를 처리하는 방법을 알 수 없었을 것이었다.

 

 단검이 실버포트로 돌아가지 않았다면 필히 수도회의 잔당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었는데, 그들이 어디로 숨어들었는지는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한참을 숙고하던 발더그린은 부관 레브킨을 불렀다.

 

 - 아스트리드를 뒤져 가르시아의 라데온 수도회와 관련 있거나, 알만한 자들을 모조리 잡아들여라. 그들에게 알고 있는 수도회 놈들의 이름과 행방을 물어라.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이름들을 또다시 잡아들여 문초해라. 수도회에 적(籍)이 있는 자가 잡히거나 그 행방이 발견되면 나에게 보고해라.

 

 - 알겠습니다. 그런데 잡아온 여자는 어찌 할까요?

 

 - 어디에 잡아두었느냐?

 

 - 북문 밖에 창고를 빌려 가둬두었습니다. 잡혀온 이후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독한 년입니다.

 

 - 내가 직접 보겠다.

 

 발더그린은 실버포트를 불태우고 내려온 이후 아스트리드에서 방문자 숲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감시병을 세워놓았다. 그는 감시병들에게 방문자와 에르윈 백작의 여자전령의 인상착의를 알려주었다. 방문자가 함께 있을 때는 뒤를 쫓고 여자만 있을 때는 잡아들이라 명하였다.

 

 며칠 후 감시병들은 여자를 잡아왔다. 프린 공작 저택에 방문자와 함께 있었던 그 여자가 틀림없다고 했다. 그 여자는 메이었다. 메이는 아스트리드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다짜고짜 메이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바람에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려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 창고 안에 묶여져 있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져 있었고, 머리에서 흐른 피는 목뒤로 흘러 등이 진득하게 젖어있었다. 창고에는 창문이 없어 안은 온통 어두컴컴했다. 문틈과 널빤지 틈으로 새어나오는 햇빛으로 낮이라는 것만을 겨우 알 수 있었다. 창고에 배어 있는 시큼한 냄새로 봐서는 아스트리드 근교의 포도주 창고가 아닐까 짐작했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 들어와서 이것저것 물었지만 메이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을 가둬놓은 자들이 누구인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돈이나 몸값을 노리는 도적들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 메이는 알 수 없었다.

 

 한참이 지난 후 넓은 이마에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말끔한 남자가 그 전에 왔던 사내들과 함께 나타났다. 사내 중 한명이 창고안의 등잔에 불을 붙였다. 기름이 타다닥 거리며 검은 그을음과 함께 불꽃이 피어올랐다.

 

 흔들리는 불빛에 사내들의 그림자는 창고 안을 일렁거렸다. 메이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남자가 누군지 알아보았다. 얼굴을 보고나서야 자신이 이 사람을 몇 번이나 마주쳤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에르윈 백작이 세바스찬 백작에게 보내는 서신을 항상 이 사람에게 전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발더그린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메이에게 말했다.

 

 - 너도 내가 기억이 나는 모양이지. 우린 이전에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어. 그렇지?

 

 메이는 자신이 살아서 여기를 나갈 수 없음을 직감했다. 왕국의 수석행정관이 왕국 최고의 귀족가문의 전령을 납치하고서는 멀쩡히 풀어 줄 리는 없을 것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미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것을 눈치 챈 듯 했다.

 

 - 나는 에르윈 백작이 프린 공작을 어떤 이유로 만나자고 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 너는 대답할 수 있겠느냐?

 

 메이는 재갈 때문에 말은 하지 못하고 고개만 가로 흔들었다. 사실 자신은 그 편지를 읽은 적도 없었다.

 

 - 방문자의 소환이유가 무엇인지 너는 말할 수 있느냐?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물어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다. 메이는 이번에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발더그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편지의 내용은 저 아이도 보지 못했을 것이고 방문자의 소환이유는 아직 아무도 찾아내지 못했을 것이었다.

 

 발더그린은 다른 남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에오키르 나뭇가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희뿌연 연기가 창고 안에 들어찼다. 연기가 피어오르자 그는 품에서 붉은 겉장이 둘러진 책을 꺼내들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메이는 당황한 눈빛으로 발더그린을 지켜보았다. 낮은 음성의 주문이 창고를 바닥에서 부터 채워나갔다.

 

 메이는 발더그린의 주문 때문인지 나무가 타는 매캐한 냄새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 감을 느꼈다. 메이가 정신을 잃자 희뿌연 연기 속으로 메이의 기억들이 형상화되기 시작했다. 메이의 기억들은 여기저기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었다. 발더그린은 그 중 밝게 빛나는 하나의 기억에 집중했다.

 

 붉은 하늘의 사막이었다. 멀리 서쪽으로 저무는 태양 앞으로 길고 완만한 산맥이 누워있었다. 산맥은 눈앞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앞으로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가르시아였다. 오두막 뒤로는 긴 피난민 행렬이 동쪽으로 느릿느릿 향하고 있었다. 말과 수레를 타고, 어린아이를 안고, 나이든 노인을 부축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쪽으로 가고 있었다. 긴 행렬 속에서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발더그린이 울음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보았다. 열 살 남짓으로 보이는 붉은 머리의 귀여운 아이가 지푸라기로 만든 인형을 들고 울고 있었고, 그 앞에 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는 남자가 여자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 집이 어디니? 엄마, 아빠는 어디 계셔?

 

 그 소녀는 계속 울면서 손가락으로 어떤 방향을 가리켰다. 소녀의 손가락 끝에는 자그마한 무덤이 여럿 있었다. 너무 멀고 희미한 기억이었다. 발더그린은 보다 더 크고 선명한 다른 기억을 들추었다.

 

 화창한 하늘에 태양은 뜨거웠다. 멀리 로도나산이 보이는 아스트리드의 에르윈 백작 저택 뒤뜰이었다. 방금 전보다 훨씬 성장한 메이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적갈색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내려와 있었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 메이. 싸울 때는 상대방의 칼을 봐서는 안 돼. 눈을 봐야 한다.

 

 이 기억도 아니었다. 더 앞으로, 더 앞으로. 발더그린은 더 최근의 기억을 찾았다.

 

 - 이 서신을 롤스이스트의 프린 공작에게 직접 전하고 그의 답변을 받아 오너라. 절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너는 물론 우리 가문이 모두 화를 입을 수도 있다.

 

 에르윈 백작의 목소리였다. 검은색의 고급스러운 튜닉을 입은 공작이 메이에게 편지를 전하고 있었다. 발더그린은 메이의 기억 속에서 공작에게 다가서서 그 편지를 낚아챘다.

 

 - 웬 놈이냐!

 

 공작과 메이가 발더그린을 노려보았다. 메이는 단검을 뽑았다. 발더그린은 편지를 낚아채고 재빨리 달아나면서 편지를 뜯었다.

 

 - 저 놈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여봐라!

 

 에르윈 백작의 외침소리와 함께 메이는 발더그린을 쫓아왔다. 발더그린은 편지를 급하게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전하의 약혼자였던 아이린 메링거에 대하여 드릴 말씀이 있어 꼭 만나 뵙기를 간청 드리오니, 시간과 장소를 정하여 서신을 전하는 아이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편지를 확인한 발더그린은 다른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감옥이었다. 금발의 사내가 수도사 복장을 하고 있는 늙은 영감의 목에 레이피어를 들이대고 있었다. 발더그린은 그 금발 사내가 프린 공작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 다시 한 번 묻겠다. 아이린이 병으로 죽은 게 아니냐?

 

 -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아이린 메링거는 실버포트에서 가니메데스를 훔쳤고, 그녀는 방문자를 소환하기 위해서 가니메데스로 자살했소.

 

 - 왜! 그녀가 무엇 때문에!

 

 뒤를 이어서, 그 늙은이가 아이린의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프린 공작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만 있었다.

 

 - 에르윈 백작에게 만날 장소와 시일은 내가 별도로 알려주겠다고 전해라.

 

 - 그리고 여기 있는 다른 모두와 함께 내일 아침 롤스이스트로 떠나겠다.

 

 프린의 말을 마지막으로 감옥에서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다른 기억으로 옮겨갔다. 동쪽에서 해가 뜨고 있었고 네 명의 사람이 어느 작은 마을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다. 발더그린은 그 네 명이 방금 전 감옥 안에 있던 사람들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메이는 헤어져 서쪽으로 향했고, 나머지 셋은 남쪽으로 향했다. 동쪽으로 에우더로프의 성채와 성벽이 보였다. 그 셋은 필히 남쪽의 아이린의 저택으로 향했을 것이었다. 기억은 거기서 끝이었다.

 

 발더그린이 나뭇가지를 땅에 비벼 불을 끄려고 할 때, 흰 빛의 아이린이 또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지난번 포도밭에서와 같이 아이린은 발더그린을 노려보며 한걸음씩 다가왔다. 발더그린은 다급히 외쳤다.

 

 - 죽음은 너의 선택이었어! 너에겐 분명 기회가 있었어!

 

 아이린은 발더그린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지 못들은 척하는 것인지 대답 없이 발더그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에오키르 가지의 불이 꺼지자 발더그린은 깨어났다.

 

 창고에서 나오는 발더그린에게 용병이 물었다.

 

 - 여자는 어떻게 할까요?

 

 - 어차피 정신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혹 쓰일 때가 있을지 모르니 저대로 두어라.

 

 기억을 읽어내는 흑마법에서 마법의 시전자가 기억을 조작하면 그 대상자는 정신과 기억이 뒤얽혀 깨어나지 못하였다. 혹 깨어날지라도 생각도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죽은 것과 차이가 없었다. 발더그린은 메이가 다른 사람에게 발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용병 두 명을 창고밖에 세웠다.

 

 프린 공작이 아이린이 자살한 것을 알게 되었고, 자살한 이유를 찾기 위해 롤스이스트로 갔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그는 곧 아이린의 흔적을 따라 아스트리드로 올 것이며, 에르윈 마르테스 백작을 만날 것이다. 에르윈 백작이 아이린의 죽음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 독사 같은 늙은이가 무엇을 알고 있을까……?

 

 아직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프린 공작이었지만, 그는 곧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임을 발더그린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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