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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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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13. 누명
작성일 : 17-11-21 14:34     조회 : 19     추천 : 0     분량 : 2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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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초여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포도밭에는 가지치기가 한창이었다.

 

 일꾼들은 포도의 씨알을 키우기 위해 불필요한 나뭇잎, 포도순과 잡다한 잔가지들을 잘라냈다. 잘려나간 포도순과 잎사귀들은 땅속에서 썩어 다시 포도순과 잎사귀가 되어 올라왔다.

 

 수북하게 올라오는 포도순들은 생명의 씨앗이었지만, 포도밭의 일꾼들에게는 한낱 불필요한 잡초일 뿐이었다. 영지의 일꾼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새벽에 해가 뜨기 전 부터 해질녘까지 포도밭에서 일했다.

 

 아이들은 낮은 곳의 가지를 쳤고 어른들은 높은 곳의 가지를 쳤다. 포도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았다. 걸을 수 있는 모든 농노들은 쉬는 날도 없이 한 여름을 포도밭에서 일했다. 이들을 감독하는 자도 농노였다.

 

 감독자는 매일매일 일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을 조사했고, 영지의 관리인은 일하지 않는 자의 배급을 줄였다. 영지는 포도주를 판돈으로 곡식을 샀고, 사온 곡식은 다시 농노들에게 배분하였다.

 

 날씨가 나쁘거나 병충해가 돌아 포도작황이 좋지 않으면 영주들은 다음해 어김없이 배급을 줄였다. 한 번 줄어든 배급은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준석은 말을 타고 남쪽으로 향하며 포도밭의 일꾼들을 지켜보았다. 매일 회사에서 일하던 자신의 모습과 포도밭의 일꾼들의 모습이 다를 것이 없었다. 무의미한 인생이 닮았고 항거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닮았다.

 

 준석의 일행은 에리스 평원의 블랙포트에서 며칠을 남쪽으로 내려왔다. 비록 말을 타고 내려왔지만, 말먹일 것이 모자라 빨리 달리지는 못하였다. 말을 타지 못하는 준석은 베르나르와 함께 말을 탔다. 둘을 태운 말은 날이 갈수록 지쳐갔다.

 

 그들은 유렌시아로 향하는 관문인 에우더로프를 지날 때 묵은 어느 여관에서 방문자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그 소문의 내용은 새로운 방문자가 실버포트를 불태우고 거기에 있는 학자들을 모두 학살했다는 것이었다.

 

 일행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실버포트에는 들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는 자신의 동료 학자들이 모두 죽었다는 충격에 반쯤 넋이 나갔다.

 

 프린이 준석을 쳐다보며 말했다.

 

 - 당분간은 당신이 방문자라는 사실을 밝혀서는 안 되겠군.

 

 - 도대체 누가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질렀을까요?

 

 메이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 새로운 방문자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짓이겠지. 방문자가 왔다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느냐?

 

 - 전혀요. 저희가 전하께 잡혀갈 때까지 만난 사람은 포도밭의 병사들과 전하의 저택 사람들뿐이었어요. 그들에게도 이 사람이 방문자라는 것을 이야기 한 적은 없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베르나르가 불쑥 기어들어 말했다.

 

 - 포도밭에서 그 난리를 쳤으니 아마도 마법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자가 왔음을 예상할 수도 있겠지.

 

 - 포도밭의 그 경비들이 어느 쪽 사람들인지는 모르느냐?

 

 - 슈브렌 영지의 병사로 보였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제가 마르테스 가문의 사람인 것도, 방문자 숲을 지나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메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린이 말했다.

 

 - 에르윈 백작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느냐. 슈브렌의 로베르트 백작 또한 그 중의 한명이라고 볼만한 여지는 충분하지만, 실버포트까지 불태웠다는 것을 믿을 수는 없다.

 

 실버포트는 지식을 추구하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특정 세력에 붙어 정치적인 활동을 하거나 자신의 집단에 이익을 추구하는 짓을 하지 않았다.

 

 누구도 실버포트의 은빛그림자회에 반감을 가지거나 그들을 학살하고 수천 년 된 서적들을 불태우는 짓을 할 만한 동기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짓을 하고 모든 책임을 새로운 방문자에게 덮어 씌울만한 이유도 없었다.

 

 순간 메이는 머릿속으로 하나의 이름이 스쳐지나갔다. 준석과 함께 공작저택에 있을 때 다음날 자신들을 만나러 온다고 한 그 이름이었다.

 

 - 잠깐만요. 전하의 저택에서 집사가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다음날 누군가가 방문자와 저를 만나러 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좋은 뜻으로 만나려고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았고요. 포도밭에서의 이야기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자신의 저택이야기에 프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게 누구였느냐?

 

 - 발더그린, 발더그린이었어요.

 

 프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발더그린은 왕국 내무부의 수석행정관이다. 그가 실버포트를 불태웠을 리는 없어.

 

 곰곰이 듣고 있던 베르나르가 말했다.

 

 - 확증은 없지만 방문자가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만한 사람은 로베르트 백작과 그 수석행정관 뿐인 것 같습니다. 그 두 사람은 아마도 포도밭에서 있었던 일을 가지고 새로운 방문자가 왔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프린도 말했다.

 

 - 수석행정관으로써 그 자가 에르윈 백작을 조사하다가 방문자가 왔다는 사실까지는 알아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실버포트 또한 그 자의 짓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앞서 나간 것이다.

 

 에우더로프에서 메이는 일행과 헤어져야만 했다. 메이는 아스트리드로 향해야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준석 일행과 함께 할 수 없었다.

 

 메이도 아쉬운 듯 준석에게 말했다.

 

 - 백작께 허락을 받고 다시 돌아올게요.

 

 준석은 떠나는 메이의 뒷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메이와의 헤어짐은 준석에게 다소 무겁게 다가왔다. 휴대전화나 전자메일 같은 것들이 없는 세상에서의 헤어짐에는 알 수 없는 무게감이 있었다.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 못하기 때문인지, 다시 보고 싶어 질 수도 있기 때문인지 준석은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베르나르도 실버포트의 참변 때문에 돌아가게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프린은 거절했다. 아이린의 죽음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베르나르가 반드시 필요했다.

 

 메이가 빠진 세 명의 일행은 다시 롤스이스트 남쪽의 메링거 영지를 향해 출발했다. 에우더로프 너머로 유렌시아의 나지막한 산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남쪽으로는 아직도 끝없는 포도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 포도밭 너머 리베르 강이 잉걸만으로 흘러들고, 그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아이린이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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