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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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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14. 십자문양
작성일 : 17-11-21 14:35     조회 : 15     추천 : 0     분량 : 4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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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링거 영지의 백작저택은 잉걸만이 보이는 바닷가에 있었다.

 

 바다향기가 물씬한 바람이 남쪽에서 부터 따스하게 밀려왔다. 주인이 없는 백작저택은 고요했지만 단정했다. 저택 앞의 넓은 정원은 금방 빗질을 한 듯 빗살자국이 남아있었고, 정원수들은 금방 미용실을 다녀온 사람의 머리처럼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었다.

 

 프린은 저택의 하인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저택 안에서 나이든 여자가 급히 내려와서 프린에게 반갑게 고개 숙였다.

 

 - 공작 전하, 얼마 만에 뵙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인일 이신지요?

 

 - 잘 지냈느냐. 아이린을 보러 왔다.

 

 프린이 웃으며 그녀에게 답했다. 그녀는 아이린을 보러 왔다는 공작의 말에 옛 생각이 떠오르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였고, 저택의 사람들은 그녀를 메리 부인이라고 불렀다. 원래 평민출신으로 아이린의 유모였던 그녀는 아이린의 어머니인 백작부인이 죽은 이후부터 쭉 이 저택과 영지를 관리하고 있었다.

 

 프린은 예전 아이린이 살아 있을 때 자주 이 저택을 드나들었다. 붉은 포도주색 지붕을 얹은 베이지색의 저택은 여전히 멀리 바다의 푸른 빛깔과 잘 어울렸고, 해변을 따라 들어선 올리브 나무들은 파도소리에 흔들리며 비릿한 냄새를 바람에 실었다.

 

 - 이곳은 여전하구나.

 

 불현듯 바닷가 올리브 나무 밑에서 책을 읽던 아이린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택도 사람도 풍경도 변하지 않았다. 프린은 아이린의 존재가 음악과도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없는 저택과 영지는 이유 없이 슬퍼보였다.

 

 프린은 일행을 데리고 백작 가문의 납골당으로 향했다. 납골당은 저택 뒤의 바닷가 앞 언덕에 있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자 넓은 지하 석실이 나타났다. 양 옆으로 메링거 백작가문의 관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아이린의 관은 안쪽의 왼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관주위로 꽃장식이 새겨져 있었고, 뚜껑에는 아이린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조각해 놓았다.

 

 프린은 한참을 말없이 관을 지켜보았다. 그는 아이린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하였다. 당시 프린은 유렌시아에 있었다. 그는 아이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녀가 죽은 지 한 달 뒤에 들었다. 천연두로 죽었기 때문에 별다른 장례식도 없었을 것이었다.

 

 세 명의 남자가 석관의 뚜껑을 들어냈다. 육중한 뚜껑 뒤로 아이린의 모습이 드러났다. 일행은 모두 ‘억’하는 비명을 질렀다. 죽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이린의 시신은 전혀 썩지 않고 살아있을 때 그대로였다. 우윳빛 같은 흰색 살결이 등불과 함께 어른거렸다. 베르나르가 아이린을 보며 중얼거렸다.

 

 - 과연 소환령이 된 자는 목적을 이루기전에는 썩지 않는다더니.

 

 가장 놀란 것은 준석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며칠 전 준석이 꿈에서 본 흰색 드레스를 입은 그 여인이었다. 하지만 준석은 자신의 그 꿈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할 생각은 없었다.

 

 - 천연두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이린을 보고 있던 베르나르가 중얼거렸다. 프린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 모두들 잠시 밖으로 나가 주겠나?

 

 프린은 등불을 관위에 올려놓고 아이린의 로브 앞섶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아이린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옛날 프린이 아이린의 앞섬을 처음 풀어헤칠 때도 아이린은 지금과 같이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프린의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아이린의 상처는 깊어 보였다. 자상(刺傷)은 갈비뼈를 피해 정확히 명치를 파고들었다. 비단실로 말끔하게 봉합했지만 평생 칼을 들고 다닌 프린의 눈에는 그 상처를 찌른 단검의 모습이 그려졌다.

 

 타살에 의한 상처로 보기는 어려웠다. 반듯한 자세에서 두 손으로 단검을 잡고 정확하게 찌른 것으로 보였다. 자상의 위치로 봐서는 많은 피를 흘렸을 것이었고, 찔린 후에는 오래 고통 받지 않을 자리였다. 검은 단호했고 주저함이 없었다.

 

 … 도대체 무엇이 아이린에게 이런 짓을 강요했을까?

 

 프린은 아이린의 가슴 위쪽에서 보지 못했던 자그마한 점을 발견했다. 프린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등불을 더욱 가까이 가져왔다. 자세히 보니 위가 둥근형태의 십자문양(☥) 문신이었다.

 

 … 아이린이 문신을?

 

 노예가 아닌 이상 네트레시아에는 귀족들이 자신의 몸에 문신을 새기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여자인 경우에는 거의 없었다.

 

 프린은 아이린의 옷을 정리하고 베르나르를 불러서 그 문양에 대해서 물었다. 베르나르는 문양을 한참 본 후 대답했다.

 

 -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가르시아에서 쓰는 문양입니다. 가문의 문양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 왜 아이린이 가르시아의 문양을 가슴에 새겨 넣었을까?

 

 - 만약 죽기 직전에 새기신 것이라면 죽음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소환자는 방문자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이 문양에 대해서 알아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

 

 - 가르시아가 망한 뒤로 그 땅의 귀족들과 학자들이 지금 네트레시아의 플로나나 아스트리드에 넘어와 있습니다. 그들에게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프린은 백작 저택으로 돌아와서 메리부인을 찾았다.

 

 - 아이린이 자살한 것을 알고 있었겠지.

 

 프린의 싸늘한 물음에 메리부인은 깜짝 놀라 바닥에 엎드렸다.

 

 - 전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천연두라고 발표하라고 한 것은 누구의 지시였느냐? 백작의 지시였느냐?

 

 메리부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닙니다. 백작 나리는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으셨어요.

 

 - 그러면?

 

 - 발더그린경이 그렇게 하라고 했었지요.

 

 - 발더그린이……?

 

 - 아가씨가 변을 당한 이후에 발더그린경이 직접 와서 장례식과 필요한 일들을 모두 결정했었지요.

 

 백작가의 명예를 생각해서 자살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러나 딸의 죽음에 백작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린이 죽기 전 백작의 건강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백작은 하나뿐인 딸을 누구보다 사랑했다.

 

 - 아이린은 어디서 자살했느냐?

 

 - 서쪽의 포도주 저장고에서……. 흑흑

 

 메리부인은 그때 일이 생각하며 계속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 그녀가 자살하는 것을 본 자가 있느냐?

 

 - 아무도 못 봤습니다. 요리사 누벨이 창고에 갔다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 누벨을 불러와라.

 

 저택의 요리사인 누벨은 손님들의 저녁을 준비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불려왔다.

 

 - 네가 포도주 저장고에서 아이린을 처음 봤을 때 이야기가 듣고 싶다.

 

 누벨은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 창고에 들어가니 바닥이 흥건했습니다. 처음에는 오크통이 터져 포도주가 새어 나온 줄 알았습죠. 깨진 오크통을 찾으려고 창고를 둘러보다가 아가씨가 쓰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아가씨가 넘어지신 줄 알고 급히 달려갔었지만, 아가씨는......, 이미 숨이 멎어 있었구먼요.

 

 - 아이린이 어떻게 쓰러져 있었느냐?

 

 - 아가씨는 똑바로 누워서 천정을 보고 계셨구먼요.

 

 - 혹시 몸이나 주위에 아이린을 찌른 단검 같은 것은 보지 못했느냐?

 

 누벨은 고개를 저었다.

 

 -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요. 저는 아가씨를 들쳐 없고 바로 저택으로 달려 왔구먼요. 마님이 하녀들을 데리고 나와서 아가씨를 데리고 저택으로 들어갔었지요.

 

 - 누벨이 아가씨를 업고 왔을 때 단검 같은 것은 확실히 보지 못했습니다.

 

 메리부인이 이어서 답했다.

 

 - 그날, 저택에 혹시 처음보거나 이상한 사람이 기웃거리지는 않았느냐?

 

 - 돌아가시기 이틀인가 사흘 전에 저기 저분이 아가씨를 뵙고 간 이후에는 아무도 찾아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메리부인은 베르나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 누구지? 아이린은 죽을 때 혼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가슴을 찔린 자는 누구든 등이 굽어서 대부분 앞으로 쓰러진다. 아이린은 천정을 보고 똑바로 누워있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찔러서는 그렇게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누워서 찌른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칼에 찔리면 몸은 자연스럽게 움츠려 들며 돌아눕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단검의 행방이 묘연한 점도 이상했다. 아이린이 죽은 이후에 포도주 저장고를 청소한 하인들을 불러서 물었지만 단검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단검에 발이 달려있지 않은 이상 그냥 사라졌을 리는 없을 것이다.

 

 - 베르나르, 만약 아이린이 타살로 죽었다 해도 방문자를 소환할 수 있느냐?

 

 -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치지 않으면 방문자를 소환할 수 없습니다.

 

 결국, 방문자는 소환됐으니 타살로 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아이린이 가니메데스로 자살할 때 그 포도주 저장고에는 아이린 말고 분명히 누군가가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프린은 의문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딸의 죽음에 오지 않은 백작과, 두 번째는 아이린의 몸에 새겨진 문신, 그리고 세 번째로 포도주 저장고에 아이린과 함께 있었던 자가 누구였는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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