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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배니셔
작가 : null
작품등록일 : 2017.11.3

동경하던 영웅은 영웅이 아니었다.
평화는 더 큰 혼란을 위한 준비기간일 뿐이었다.
각성자라고 불리우는 인간과 다른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기어나오는 전쟁의 망령들.
그 앞에, 각성자 소녀 홍세연이 서 있었다.

 
두번째 만남 4
작성일 : 17-11-04 13:27     조회 : 25     추천 : 2     분량 : 7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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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은 말이 많았다.

  단순히 수다스러운 정도가 아니었다. 있는 말 없는 말 다 끄집어내서 사람 성질을 긁곤 하는 인간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있을 땐 거의 대부분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듣기에는 혼잣말도 한다던가.

  지금도 혼자 뭔가 흥얼거리고 있고 말이야.

  한마디로 경박하기 그지없다.

  그 성격을 직접 대면하고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은인에 대한 동경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봐줘도 그리 좋은 성격은 아니다.

  그래도 하나 장점이 있긴 하네.

  정말 대면하는 게 엄청나게 편하다는 거지. 다르게 말하자면, 만만하게 보인다는 거고.

  그 덕분일까? 15반의 분위기라는 건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고 친근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위계질서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신입은 참 똑똑하기도 하지.”

  앞 뒤 없이 튀어나온 이 한마디, 김연의 것이다.

  “네?”

  점심시간의 짧은 소동이 끝나고 반에 돌아왔더니 이미 나를 제외한 전원이 자기 자리에 있었다.

  안 그래도 아까 진민의 헛소리 덕분에 김연 쪽으론 얼굴도 향하지 못하고 얌전히 자리에 앉았더니 대뜸 튀어나온 말이 저거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수석이니 똑똑한 건 당연하지!”

  어느새 내 뒤로 온 수연선배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기분이 싫진 않지만 애 취급 같아서 좀 그렇네.

  아무튼....... 김연은 자신의 사장님 의자에 등을 힘껏 기대고 눕다시피한 채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조잘대기 시작했다.

  “아니 그거 말고. 처세라던가 그런 거 말야.”

  “네? 제가요?”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참고로 말하자면,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게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물론 때에 따라선 잘 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무튼 그렇다.

  하지만 가끔 이게 잘 안될 때가 있다.

  “이렇게 할 일 없는 반을 1지망으로 썼다는 건 인생을 좀 아는 꼬마란 것 아니겠어?”

  “.......뭐라고? 아, 아닙니다. 뭐라고요?”

  바로 이럴 때.

  이 인간....... 분명히 아까 들었을 거다. 진민이 아까 나에게 했던 말 말야.

  내가 그....... 김연을 동경했다는 뉘앙스의 말.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눈치채이지 않고 옆에 앉아서 들었을 터다.

  그런데 굳이 이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뭘까?

  그냥 날 놀리고 싶은 건가?

  “큭큭큭.......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15반이 참 편하긴 편하지. 직접적인 전투이외에는 아무것도 안하잖아. 치안 유지를 하기를 해, 수사를 하기를 해?”

  그래, 저렇게 날 보며 짓는 비틀린 웃음을 보니 확실히 알겠다. 저건 그냥 놀리는 거다. 내가 부끄러워 할 것을 알고 자기 재미를 위해서 저러는 거다.

  저 성격 꼬인 인간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처음.......은 아니지만 내가 전담청에 들어오고 처음 만났을 때 다짜고짜 총을 겨누고 비아냥을 쏟아내던 인간이니까.

  “그러면서도 월급은 다른 반이랑 똑같이 받으니 어찌보면 이보다 더 좋은 보직은 없을 테지.”

  “........”

  저 비아냥거리는 말투가 싫다.

  이미 예전의 동경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한 때는....... 했던 사람인데, 그 동경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홍이 연이랑 똑같은 줄 알아? 아니, 연같이 성격 더러운 사람은 어딜 봐도 찾기 힘들걸?”

  “시끄러 최수연.”

  “어, 언니....... 반장......님이신데....... 너무.......”

  “에이 민아. 이건 항상 하는 거잖아?”

  김연을 다그치는 수연선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말리는 지민선배. 요즘 익숙해진 풍경이다.

  “.......”

  그나저나....... 그래, 수연 선배 말대로다.

  그날 그토록 다정하게 나를 달래주던(물론 이것은 내 기억이 왜곡된 것일 수도 있다.) 모습은 어디 갔는지, 항상 입만 열면 비아냥에 모욕, 혹은 조롱이 튀어나오는 인간. 그것이 김연이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그렇기에 지금 내가 김연을 대하는 태도는, 한달 반 전까지만 해도 품었던 동경은 온데간데 없는 싸늘함을 띄고 있었다.

  “그래, 뭐, 본인이 아니라면야.......”

  그러니까, 그런 비아냥과 비틀린 웃음을 그 얼굴로 하지 말라고, 얼굴이 아깝잖아.

  정말 아까 송유준 반장 말대로 얼굴과 실력 빼면 개차반.......

  “........”

  그러고 보니, 아까 송유준 반장이 추근댈 때 김연이 도와주긴 했었지?

  그리고 2년 전의 그날 나를 구해주고 안심시키던 모습도 있었으니....... 나쁜 사람은 아닐 지도 모르는.......

  아냐, 속지 말자.

  “자, 그럼 월급도둑들아. 난 너희와 달리 바쁘고 성실한 사람이니 잠깐 나갔다오마.”

  봐봐. 일 있어서 나갔다온다는 말을 저렇게 길고 기분 나쁘게 하는 사람이잖아.

  “올 때 메로나!”

  방금 전, 김연과 투닥거렸으면서도 금세 태도를 바꿔 발랄하게 외치는 수연선배.

  “매점 가는 거 아니거든?”

  자리에서 일어나 가리지 않은 왼눈을 찌푸리며 대답하는 김연이었다.

  “반장님이 너무 받아주셨습니다. 좀 혼낼 때는 혼내십쇼.”

  김연의 책상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강윤선배가 던진 한마디에 김연은 아예 뒤를 돌아 본격적으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저걸 받아줘? 언제? 시신경 괜찮냐? 수틀리면 청장에게 꼰질러 대는 지지배를?”

  장갑을 낀 손으로 수연선배에게 삿대질을 하며 궁시렁대는 김연이었지만 수연선배는 방긋방긋 웃으며 대꾸할 뿐이었다.

  “괜찮아! 저건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한 거거든. 연은 날 꽤 좋아하니까!”

  “히익!!! 바, 반장님.......정말.......로요?”

  “헛소리들 하지 말고 저번 훈련 때 장비 파손 보고서나 제대로 써. 어차피 하는 일도 없는 반인데. 몇 안되는 일이라도 제대로 해라.”

  “연은 그 몇 안 되는 일도 거의 안하잖아?”

  “지금 하러 가잖아?”

  “정말 말은........”

  부루퉁하게 입을 비죽 내미는 수연 선배를 무시하고 김연은 문고리를 잡고 나가려다 잠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 청장 놈이 급하게 불러서 가는 회의니까 오래 걸릴 지도 몰라. 늦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시간되면 퇴근해라.”

  그렇게 말하고, 김연은 문을 열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

  근데, 지금 막 한시 반 아닌가? 무슨 회의길래 퇴근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까?

 

 ------------------------------------------------------------------------------------------

 

  “김연 이 개자식이!!!!”

  특수능력전 전담청 중앙동 6층의 한 회의장에서 울려퍼지는 여자의 노성. 그곳에선 16명의 제복차림의 사람들이 둥근 고리형태의 테이블에 둥글게 둘러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다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였다.

  “이정윤 반장. 회의 중이다. 진정해라.”

  “......죄송합니다.”

  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외치던 안경을 쓴 여자는 아직 분이 안 풀린 얼굴이긴 했지만 입을 다물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누군가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그녀를 조롱했다.

  “하하하....... 우리 이정윤반장님. 혹시 분노조절장애라던가, 경계선 성격장애라던가, 그런 거라면 가까운 정신병원에 가보는 게 어떨까?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현대인에게 정신질환은 꽤 흔한......”

  “이 개......”

  다시 한 번 욕설을 퍼부으려하는 이정윤. 그런 그녀의 말에 끼어드는 차분한 목소리가 있었다.

  “거기까지 해라. 그리고 김연. 일부러 싸움 걸지 마라.”

  “아니 전 그냥 동료가 진심으로 걱정돼서요. 저거 보세요. 물불 안 가리고 소리를 질러대는데 저게 걱정이 안될 수 가 없잖아요? 정신병원은 부끄럽거나, 모욕이 아니라, 필요하면 기꺼이 가야하는 현대인의 안식처......”

  “아, 진심으로 네놈 주둥이를 인두로 지져서라도 막고 싶다.”

  “너무하시네 청장님. 청장님도 좀 품위를.......”

  “또 시작이군.”

  ‘9반 반장 이지운’이라고 적힌 외투를 입은 남자가 옆에 앉은 10반 반장 조윤아에게 한마디 건넸다.

  “언제나 김연이 문제지.”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있는 풍경이라는 것처럼, 조금 있으면 주먹다짐으로 발전할 것 같은 말싸움에도 긴장감조차 없었다.

  “너희는 반장이다. 지휘관이라고. 너희는 너희 반을 지휘해서 동료끼리 내전이라도 벌일 생각인가? 그리고, 특히 김연.”

  “응? 아니, 예?”

  “말 좀 곱게 해라. 일부러 사람 빡칠 만한 말만 골라하지 말고.”

  “욕은 안했는데요? 그리고 제가 싸움만 잘했지 못 배운 사람인지라. 아카데미 출신 엘리트들께서 듣기엔 말이 저급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건 제 탓이 아니라 빈부격차로 인한 교육격차........”

  “하아.......”

  모든 사람들에게 존대를 받고 있는 남자가 한숨을 쉰다. 단정하게 입고 있는 제복엔 ‘청장 이건혁’이라고 적혀있었다. 나이는 대략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선량해 보이는 눈매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인상. 아까의 ‘김연’과 같은 아름다움은 없었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쉽게 호감을 가지고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쪽은 아마도 이쪽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온화한 인상도 스트레스로 인해 다소 퇴색된 느낌이었다. 적어도 이 전담청 내에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였지만, 동시에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도 그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이 자리에서도 부하들의 다툼을 중재하느라, 그리고 김연의 주둥아리로 인한 스트레스성 탈모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회의는 이걸로 마무리 짓도록 하지. 달리 이의 있나?”

  “.......”

  “달리 할 말들은 없는 것 같군. 좋아. 그럼, 오늘 회의에서 말했듯이 놈들의 위치가 확인되는 대로........”

  건혁은 자신의 앞에 놓인 문서들을 정리하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통일의 완수를 위한 작전, 조건 재건 동맹 이병호 지부 소탕을 시작한다.”

  “.......네!”

  반장들의 힘찬 외침,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잡음이 끼어있었다.

  “하하하....... 우리 청장님 호들갑은....... 정치하면 잘하시겠어.” “닥쳐. 김연 개X끼야.”

 

 

  김연 말대로 그는 퇴근시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끝났다! 가자!”

  쾌활하게 외치는 발랄한 목소리는 수연선배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먼저 퇴근해도 되려나?

  “지금 멋대로 가도 될까요? 반장님은.......”

  분명히 퇴근 시간 되면 알아서 가라고 하긴 했지만, 나중에 툴툴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그러나 내 이런 걱정은 강윤선배가 일축했다.

  “아까 먼저 퇴근하려고 하셨으니 괜찮을 거다.”

  “그렇지! 연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은 퇴근 시간은 칼같이 지킨다는 거지. 팀원들 퇴근시간도.”

  그러고 보니 난 여기 와서 근무시간 넘겨서 일해본적이 없네. 사실 일 자체가 없는 반이라 남아서 할 일이 아예 없긴 하지만.

  “.......그렇군요.”

  “아니면 뭐야? 연이 보고 싶어? 하루의 마무리로?”

  “아니에요.”

  즉답한다. 옛날이라면 혹시 그랬을지도 모.......아니 이건 아니고.

  “홍은 연에게 이상하게 쌀쌀맞네~? 홍 나이대의 애들이면 연한테 관심한번 쯤 가질 법한데. 물론 성격에 좀 하자가 있긴 하지만.”

  관심이라, 동경하긴 했지. 깨져버렸지만.

  “사람은 얼굴이 다가 아니잖아요. 선배.”

  “그거 홍이 말하면 망언처럼 들리는 거 알려나?”

  “.......몰라요.”

  “흐음....... 에이, 아무튼! 조금 사근사근하게 해봐! 홍이 사근사근하게 나오면 연도 무작정 쌀쌀맞게는 안대할 걸?”

  “.........히익.”

  작은 비명이 들리길래 그쪽을 돌아보니 지민선배가 자기 자리 파티션 뒤에 숨어 겁먹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민선배. 그런 거 아니에요.......”

  “으, 응? 아, 아냐...... 나, 난 괜.......찮아.......”

  그렇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시선을 피하시면........ 아 원래 저러셨지.

  “아무튼 전 반장님에게 틱틱대거나 한적 없는데도 처음부터 저러시던데요?”

  “아하하....... 그랬나? 그래도 기본적으로 여자한텐 친절한 양반인데? 매년 무슨무슨 데이만 되면 선물도 그득그득 받고.”

  김연이? 정말로?

  “그건 그냥 반장님을 잘 모르는 여성대원들이 얼굴만 보고 주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수연선배도 여자잖아요.”

  “그건 그렇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같은 여자라도 반장님들이랑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던데. 무슨 기준이 있는 걸까?”

  “글쎄요.......”

  그다지 궁금하진 않지만. 정말로. 궁금하진 않다. 진짜다.

  하지만, 무언가 기준이 있긴 하다면.

  2년 전에 그것도 그 알 수 없는 기준으로 베푼 친절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전담청 반장으로서의 업무?

  “에이. 뭐 사실 별로 안 궁금하지만! 어쨌든 퇴근하자! 시간 됐어! 홍, 민, 김강! 어서!”

  “네, 네.......”

  “소리지르지 마라. 알아서 퇴근 할테니.

  그 말에 시계를 보니 어느새 6시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강윤선배도, 지민선배도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려하고 있었다.

  “아, 먼저 퇴근하세요. 저는 조금 있다가 갈게요.”

  그리고 이걸 귀신같이 무는 것은 당연히 수연선배였다.

  “앗! 홍! 연 기다리는 거야?”

  “.......친구한테 책 받으려고요.”

 

  얼마 전, 진민이에게 빌려줬던 책이 있었다. 원래는 아까 점심시간 즈음에 받을 생각이었지만 나도, 진민도 깜박한데다가 김연이 끼어 든 소동 덕분에 받을 시간이 없었지.

  어찌되었건 12반에 가보니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성이 오가고 있었고, 굉장히 바빠 보였기에 차마 진민을 따로 불러내기가 좀 그랬다. 카X볼 시간도 없는 것 같았고 그 녀석도 말단이니 바쁜데 불러내면 눈치가 보일 테니까.

  그렇게 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려 했으나, 12반의 소란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나는 진민에게 내일 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전담청을 나섰다.

  “.......”

  아직 해가 조금 짧은 시기라 그런지 어느새 꽤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배고파.”

  집에 가서 간단히 식사나 할 생각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집까지는 걸어서 대충 20분 정도. 충분히 걸어서 출퇴근 가능한 거리지만 퇴근할 때 만큼은 그것조차 귀찮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단 말이지. 자전거나 한 대 살까? 아니다, 이 거지같이 불편한 정복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긴 좀 그렇네.

  그런 자잘한 생각을 하며 정문을 나서자마자,

  “뭐야? 이제 퇴근하냐?”

  탁.

  “!!!!”

  순간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할 정도로 놀랐다.

  내가 겁이 많은 게 아니라 ‘그’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갑자기 어깨를 치며 부르면 당연한 일이다.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아니나다를까, 김연이 있었다.

  그도 이제 막 나온 듯, 나처럼 유니폼 차림에 항상 끼고 다니는 두꺼운 장갑 까지 착용한 채였다.

  “아, 반, 반장님?”

  “뭐 잘못하셨나? 뭘 그렇게 놀라? 놀라라고 건드리긴 했지만.”

  “.......”

  그걸 굳이 입으로 말해야 했을까.

  “이제 퇴근하세요?”

  “응. 다행히도 7시를 넘기지 않더라고. 이건혁....... 청장도 양심이 있는지. 6시간 회의는 좀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회의가 많은 기업은 오래 못 간다는데 왜 그걸 모르나 몰라.”

  “기업이 아니니까요.”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점에선 기업과 비슷하지.”

  “망해요?”

  “응. 아마 정권 바뀌면? 아닌가?”

  “그렇게 쉽게 망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어려서 정치를 모르는구나?”

  “어린이 아닙니다.”

  대충 한달 반전까지만 해도 이런 건 상상도 못했지. 그 김연과 이렇게 대화가 편하게 이어질 줄이야. 물론 김연 특유의 무게감 없는 성격 탓이겠지만.

  잠깐, 그나저나 같은 방향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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