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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 (門)
작가 : 이태희
작품등록일 : 2017.10.31

내가 강시라고! 그런데 그녀도 강시······. 차원의 틈을 통해 알 수 없는 무림의 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대법을 통해 강시(强尸)가 되어버린 나강현의 신묘한 이야기!



사뿐사뿐 달빛이 내려앉듯
사뿐사뿐 꽃잎이 내려앉듯
그의 한마디 손짓, 눈빛
그녀의 가슴에 수 놓인다.
눈에 머리에 영혼에 각인 한다
야속하게 눈 녹듯 사라질세라.

 
운명은 시작되었다
작성일 : 17-11-01 10:33     조회 : 66     추천 : 1     분량 : 9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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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시간 속에 핀 세상의 불꽃처럼

  시공 저편에 영혼을 싣고 망각이 되어가리.

  너 또한 나 또한 풍랑의 바다로

  운명으로 다가오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님이 여.

 

 

  -쿵! 쿵! 쿵!

  ‘······.’

  -쾅! 쾅!

 

  “어여 일어나!”

  “끄으응, 음냐.”

  -벌컥

 

  방문이 확 열리며 칠십이 넘은 노인네가 한쪽 손에 지팡이를 잡고 배를 죽 내밀며 그럼 그렇지 하는 격양된 얼굴로 내려 본다.

  “이눔아, 해가 꼭대기에 떴는데,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

  “으으음, 할머니. 너무 피곤해서 그래요. 조금만 더 잘게요.”

  “그만 자고 어여 일어나.”

  일찌감치 경로당에 다녀오신 할머니가 얼른 일어나라고 성화를 하신다. 소리가 얼마나 크신지 머리가 울릴 정도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 오랜 옛날의 무쇠 기차화통을 삶아 드셨다는 우리 박 여사님의 우렁찬 목소리가 단잠을 깨웠다. 2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김에 늦잠을 한번 자려다 깬 이는, 올해로 꽉 찬 29세의 이름은 나강현이다.

 

  강현은 잠이 확 깨며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빙 돈다.

 

  “알았어요. 일어났어요. 어우 머리야.”

  “할매가 쉑, 너 좋아하는 쉐엑, 부개조림 만들었다.”

  할머니가 숨이 턱까지 차는지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셨다.

 

  “알았어요. 할머니.”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할머니가 차려준 밥상 앞에 않으니, 상 한가운데 북어조림이 턱하니 놓여 있었다.

 

  “강현아, 어여 많이 먹어라. 쉐엑, 냉장고에 넉넉히 해놨으니 나중에 쉑, 꼭 챙겨 먹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북어조림을 한입 베어 물었다.

 

  “역쉬, 이 맛이야. 할머니 최고!”

  “흘흘흘, 그놈 참.”

  호들갑을 떨며 엄지를 치켜들자 주름이 늘어나며 환하게 웃으시는 할머니.

 

  ‘그리울 거예요. 할머니.’

  할머니가 해주는 반찬은 당분간 먹기 어려웠다. 아니, 연세가 있으셔서 힘들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번은 초등학교 시절 집에 도시락을 두고 등교해서 할머니가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로 의지하며 교실까지 오셔서 ‘강현아!’ 하고 도시락을 들고 부르실 때 아이들이 웃었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가 좋았고 마음이 짠했다.

 

  오늘은 할머니를 이모님 집에 모셔다 드리는 날이다. 그래서 언제 또 먹을지 모르는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북어조림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짐 정리를 한 후 출발하려고 집을 나서다 문득, 장날이면 어김없이 먹던 순대 생각이 났다.

  마침 오늘이 장날이라 할머니와 같이 장에 들렸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이게 누구야? 오랜만에 할머니하고 같이 왔네.”

  “네, 순대 좀 골고루 주세요.”

  “그래. 많이 줄게.”

  순대를 먹고 나서 이십년도 넘은 단골 아줌마 하고 할머니가 정겹게 얘기를 나누는 동안 강현은 잠시 옛 추억을 떠올렸다.

 

  어려서부터 장날이면 할머니가 쌈지 돈으로 순대를 사주셨다. 거의 한 번도 안 거르고 장날마다 먹은 기억과 이제는 없어졌지만, 원숭이를 데리고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며 이름 모를 약들을 팔던 약장수가 떠올랐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순대를 파는 옆자리에 처음 보는 갖가지 옛 골동품들과 희한하고 요상하게 생긴 장식품들을 파는 곳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호기심에 다가가서 물건들을 구경하며 조심스럽게 이것, 저것을 만져 보았다. 그때, 소도둑 같기도 하고 조폭두목 같기도 한 주인으로 여겨지는 삼십대 중반의 아저씨가 어울리지도 않게 스윽 파란 솜사탕을 입에 물고 나타났다.

 

  “크음, 좋은 것 많이 있으니까 어디 맘에 드는 것 있으면 골라 봐. 이야, 정말 싸다 싸!”

  “아니, 그냥 구경하는 겁니다.”

  “하하, 오늘은 내 생일 기념으로 지금 만진 것 사면 이것은, 그냥 덤으로 주지. 그냥 거저네 거저.”

  너무 정교해서 날아갈 것 같은 돌로 세공한 용을 들었다 놓는 것에 시선을 두고 있는 와중에, 꼬드기는 장사꾼의 말에 강현은 잠깐 갈등이 일었다.

 

  “그게 얼만데요?”

  “흠, 이 물건은 원래 육 만원 하는데 특별히 개시라 딱 잘라 삼 만원. 어때, 아주 맘에 들지?”

  지갑을 꺼내어 돈을 세어 보니 물건을 사고 나면 돈이 얼마 안 남는다.

 

  “음······, 다음에 살게요.”

  라고 말하자 아저씨는 그 얼굴에 어울릴 수 없는 온갖 불쌍한 표정이란 표정은 다 지으며 다시 흥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내가 한 번 더 양보하지. 만 오천원에 그냥 준다. 이 가격엔 절대 어디에서도 살 수가 없어! 거짓말이면 내가 형님으로 모시지.”

 

  ‘엑, 댁 같은 동생 필요 없습니다.’

  이미 검은 봉지에 담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근데 이건 뭐예요?”

  용을 살려고 돈을 지불한 뒤, 덤으로 준다는 물건을 집으며 물어봤다.

 

  “아, 그건 말이지······, 엄청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오래된 전설이 있는데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나도 잘 몰라.”

  “······정말 몰라요?”

 

  ‘그걸 알면 내가 너한테 거저 주겠냐!’

  하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하며 양손을 펴 보였다.

 

  ‘나아 참. 기가 막혀서.’

  용도를 모르는 고대유물 같은 생김새는 거북이 등 위에 용이 승천하는 모양의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 위에는 둥근 접시모양이 박혀 있다.

  그 끝에는 호랑이를 비롯한 열두 가지의 동물인 십이지신이 조각되어 튀어나와 있었다.

 

  “동물 머리에 열쇠라도 걸어두라고 만들었나?”

  혼잣말에 아저씨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

 

  “아하! 그렇군. 맞아.”

  그렇게 말하지만, 그런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나 정교하고 고풍스러웠다. 어쨌든 구입한 거라 담아 들고 가는데 뒤통수가 근질거려 슬쩍 뒤를 보았다.

 

  땡 잡았다는 표정의 얼굴로 좋아 하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예의 무서운 인상을 하고 물건의 먼지를 털어댔다.

 

  ‘어째 기분이 속은 것 같다!’

  강현은 할머니를 모시고 이모님 댁으로 출발했다. 한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다리를 건너 이모님 집에 도착하자 이모가 강현을 반겼다.

 

  “강현아, 어서 와라. 할머니 모시고 오느라 수고했다.”

  “아니에요. 그보다 형은 어디 갔어요?”

  “형! 일 나갔지.”

  “네. 그렇군요.”

  집에 계신 형수님이 차려준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 인사를 드리고 이모 집을 나섰다.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친구인 성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야 성오! 저녁때 한번 모이자.”

  “그래 알았다.”

  위로 주를 산다고 연락한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 호프집에 들어가니 친구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강현아. 어서 와라.”

  성오와 정노가 반기며 자리를 권했다.

 

  “야, 많이 기다렸냐?”

  “아니, 우리도 좀 전에 왔어.”

  자리에 앉자 정노가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말을 꺼냈다.

 

  “지헌인 오는 중이라고 연락 왔어. 먼저 먹고 있으라더라.”

  “그럴까 그럼.”

  정노의 말에 그러자고 하며 주문을 했고, 가져온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잡담을 늘어놓았다.

 

  “강현아, 너 이번에 잘렸다며?”

  “야! 잘리기는, 회사가 사정이 어려워서 구조조정 한 거지.”

  구조조정 당했다는 말에 성오가 건배를 하자고 잔을 내밀었다.

 

  “그 말이 그 말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잔하고 훌훌 털어버려라.”

  우리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마시기를 삼십분 정도 흘렀을 때 지헌이가 도착했다.

 

  “야이, 인간아 빨리 와야 할 것 아냐!”

  “빨리 오려고 했는데 그게 일이 너무 많아서······.”

  정노의 구박에 지헌이 돼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성오 너는 어째 더 어려 보인다. 혹시, 술을 너무 먹어서 알콜이 방부제 역할을 한 거냐?”

  강현의 말에 성오가 정말 그런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애들이 낄낄 거리며 웃어댔다.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자 지헌인 볼이 약간 벌게진 얼굴로 실실 웃었다.

 

  “헤헤헤, 오늘 우리 기분도 그런데 간만에 나이트 한번 갈까?”

  “이 나이에 나이트는 무슨!”

  나이트 가자는 지헌이의 말에 정노는 반대하며 술이나 더 마시자고 했다. 그럼에도 얼마 안 있으면 이십대도 끝난다고 마지막으로 발악 한번 하자고 설득한다.

 

  “강현이 기분도 꿀꿀한데 한번 가자.”

  “그래 알았다. 알았어.”

  결국 나이트를 가기로 결정했다. 금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한쪽에 자리 잡기 무섭게 성오와 지헌은 사람들 속을 파고들며, 심장이 터질듯 때리는 음악에 맞춰 원하던 대로 발악을 하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웨이터가 가져온 술을 강현은 정노와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다 우연히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성이와 해준이었다.

 

  “야! 쟤들 맞지!”

  “뭐가 맞는데?”

  큰소리로 묻는 말에 정노는 맞는다며 씩씩댔다.

 

  “야이, 치사한 놈들 죽여 버리겠다!”

  갑자기 나타나서 목을 조르는 정노를 보고 친구들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큭, 목을 좀, 그러는 너네는 어떻게 왔냐?”

  “그건 니들이 알거 없고······, 이왕 이렇게 만난 거 같이 합치자.”

  같이 놀자는 말에 모두 모여 신나게 불타는 밤을 미친 듯이 보냈다. 두 시간이 넘어가자 놀만큼 놀았는지 하나 둘 나가자는 말에 밖으로 나와 버렸다.

 

  밖으로 나오니,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흘린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밤공기가 상쾌했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강현은 지헌이와 둘만 남았다.

 

  “지헌아 한 잔 더 하고 들어가자.”

  “그러자.”

  그냥 가기 뭣해서 둘은 나이트 건물 사이로 포장마차 골목이 있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적당한 곳에 들어가 간단한 안주와 술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지헌이 손에서 평소 못 보던 반지가 반짝거렸다.

 

  “너, 그 반지는 뭐냐?”

  “아아, 이거 커플링이야.”

  “커플링? 아, 그 저번에 만난다는 아가씨.”

  “응, 그래.”

  “축하한다. 한 잔 받아라.”

  친구의 커플링을 보자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웠다. 자신은 여친을 만난 게 언제 적인지 아니, 있기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잡담을 나누고 있는 중에 포장마차 골목 입구에서 누군가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안에까지 들려왔다.

  누가 또, 술을 많이 먹고 시비를 벌이나 보다 생각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어휴, 술들 좀 곱게들 먹지 원.”

  포장마차 주인은 뭐라 푸념을 늘어놓으며 으레 있는 일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소변이 마려운 강현은 밖을 나와 화장실을 찾아갔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취해서인지 회사일로 안 좋았던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그때, 이런 기분을 방해하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또다시 귀속을 파고들었다.

 

  “왜이래요! 아프니까 이 손 좀 놔요!”

  “참나, 이런데 오는 건 뻔한 거 아니야! 청춘끼리 같이 한잔 하자는데 뭘 그리 튕기시나, 튕기시길.”

  같은 일행인 다른 여자애가 불량스럽게 찝쩍대는 남자를 손으로 밀치며 쏘아 붙이고 있었다.

 

  “아이, 자꾸 왜들 이래요. 언니가 싫다고 그러잖아요.”

  “우리가 재미있게 해준다고! 그리고 너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나대지 말고, 좀 조용히 빠져 있어라. 응!”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치며 빠지라는 남자의 말에 말리던 여자는 얼굴이 벌게지며 고개를 돌렸고, 뒤에서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예쁜 얼굴의 여자애가 입을 가리고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녀는 그렇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쳇, 재수 없어. 그래 나 없이 어디 잘되나 보자. 흥!”

  여자의 말에 짧게 자른 머리의 남자가 손을 들어 때릴 기세를 취하자, 여자는 오히려 때려보라며 얼굴을 내밀었다.

 

  -짜아악

  “키키킥.”

  머리에는 잔뜩 무스를 발라넘기고 찢어진 눈매에 가는 입술을 가진 야비해 보이는 남자가 장난스럽게 따귀를 때렸고, 찰진 소리에 나머지 둘은 낄낄 거리며 웃었다.

  그 광경에 멈칫거렸다. 장난으로 하는 행동을 술에 취기가 올라 제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다.

 

  “흐윽!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따귀를 맞은 여자는 때마침 가까이에 있는 강현의 팔을 잡고 도움을 청하며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던 검은 셔츠를 입은 남자가 비웃으며 여자를 밀쳤다.

 

  “호오! 이런 우연이? 정의의 기사가 나타나셨구먼.”

  빈정대는 놈과 그 뒤에서 다른 여자를 벽에다 세우고 한 팔을 짚으며 뭐라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놈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였다. 벽 쪽에 서있던 여자가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순간 정신이 확 깨며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는 사람이었다. 예전부터 좋아해서 짝사랑하는 동생이었다. 그녀도 알아보는 눈빛이었다.

 

  “에이, 아저씨. 괜히 나서다 다치지 말고 기분 좋게 한잔 했으면,갈 길이나 가시지.”

  그녀가 있는 이 어색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못 본체 지나가려 하는데 여자가 붙잡았다.

 

  “제발, 도와주세요. 오빠 제발요!”

  여자는 처음 보는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며 팔을 잡고 다시 한 번 매달렸다.

 

  “이 팔 좀 놓고······.”

  “오빠아, 어라? 팔이 왜이래!”

  반팔 옷 밖으로 드러난 강현의 팔을 보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놓는 여자였다.

 

  틀어진 왼팔. 어려서 동네 아이들과 나무 위에 올라가 장난을 치며 놀다가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강현은 팔이 아픈 것 보다, 어린 마음에 혼이 나는 게 걱정이 되어 장롱 속에 숨어 있다 그만 잠이 들었다.

 

  병원에 갔으나 때는 이미 늦어서 팔이 제 모양대로 붙지 않고 옆으로 틀어진 것이었다.

  아마도 지들 끼리 서열이 있는지 턱짓으로 명령을 받은 셋 중 하나가 인상을 쓰면서 침을 뱉었다.

 

  “퉤, 씨바! 저리 꺼지라는 말 안 들려?”

  -툭

  강현의 어깨를 밀치며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해댔다.

  여자들이 불량스럽게 생긴 사람에게 봉변당하는 것을 보고 모른 체하며 지나치기가 난감한데, 거기다가 그녀가 붙들려 있어 이대로 그냥 갈 수 없었다. 난감했다.

 

  ‘하아, 이대로 모른 체 갈수도 없고 어떡한다.’

  놈들의 팔에서 사정없이 삐져나온 현란한 문신이 나 건들면 죽는다 하며 겁을 주었다.

 

  과거에 길을 가다 봉변을 당하는 학생을 구해주고 거의 죽다시피 한 기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도저히 승산 없는 싸움이건만, 모질지 못한 마음에 여자들 앞을 막아섰다.

 

  “어이 죽고 싶지 않으면 여자들이 싫다고 하는데 억지 그만 부리고 가지!”

  “참나! 이거 말로는 안 되겠네.”

  놈이 위협하다가 이번에는 명치 부분을 주먹으로 세게 쳤다. 피할 수 없었다.

 

  -퍼억

  “크윽.”

  “퉤에! 나 오늘은 사고치기 싫다고. 그러니 눈앞에서 꺼져라.”

  강현은 허리를 숙인 상태에서 명치부분을 쓰다듬다가 그대로 앞으로 튀어 나가며 머리로 놈의 배를 받아 버렸다.

 

  “어이쿠! 이거 굼뱅이도 밟으면 꿈틀 하냐?”

  “푸훗, 키키킥.”

  어디서 주워듣기는 한 모양인데 맞지도 않는 말에 여자들이 입을 손으로 막으며 웃어댔다. 멀쩡해도 상대가 안 되는데 술 먹은 몸 상태로는 저들 중에 하나도 상대하기가 힘들었다.

 

  그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배를 툭툭 털며 앞으로 천천히 한발, 한발 다가왔다.

  잠깐 히죽거리더니 별안간 얼굴로 주먹을 날렸고, 강현은 몸이 따라주지 못해 주먹을 피하지 못했다.

 

  -퍼억! 퍼퍼퍽

  순간적으로 별이 보이고, 다리가 풀린 강현은 뒤로 붕 나가떨어졌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정신을 추스르며 힘겹게 일어섰다. 강현이 일어서 다가가자 쳐보라는 듯이 조롱을 했다.

 

  “야, 야 어디 한 번 쳐봐라.”

  비웃는 놈에게 주먹을 날리고 발로 걷어찼지만 그저, 빈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오히려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까지 했다.

  볼썽사납게 넘어져 있는 모습에 놈들은 한껏 비웃었다.

 

  “낄낄낄, 모처럼 정의의 기사가 나타났는데 부실해서 어쩌나? 푸헤헤헤.”

  “으으윽.”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드니 놈들 사이로 그녀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이 눈에 들어 왔다.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마음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큭큭큭······, 찌질한 놈들.”

  찌질하다는 말에 한 놈이 예리하게 날이 선 주머니칼을 꺼내들었다.

 

  -찰칵

  “야, 씨팔! 저 놈한테는 칼도 아깝다. 조져버려.”

  씩씩대며 둘이 다가오더니 쓰러진 몸 위로 다짜고짜 주먹과 발길질을 날렸다.

 

  “뭐라고! 씨부렸냐. 어디 다시 한 번 지껄여 봐라. 응?”

  -퍽, 퍽, 퍼벅, 뻐억

  먼지가 나도록 정신없이 맞는데도 그렇게 아픈지는 몰랐다. 아마 술기운 때문인 것 같았다.

 

  “큭큭큭.”

  “뭐야! 웃어? 이게 덜 처 맞았나본데 어디, 오늘 한번 죽어봐라.”

  “혀, 형님. 부장님께서 저기에······.”

  패거리 중에 하나가 굳은 얼굴로 멈칫거렸다. 때마침 외부에 나갔다 온 영업부장은 나이트 안으로 들어가려다 애들이 몰려 있기에 무슨 일인가 하고 다가온 것이다.

 

  ‘젠장, 셋도 모자라 하나가 더 왔냐. 근데 저 얼굴은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가물가물한 오래전의 기억 속에 학교동창 얼굴이 언뜻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부장님, 오셨습니까!”

  건들거리던 놈들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인다.

 

  “영업에 지장 있게 뭣들하고 있는 거야?”

  세 놈은 얼굴이 땅에 닿을 정도로 굽실거리며 얼버무렸다.

 

  “예. 부장님. 그게······, 영업을 방해하는 놈이 있어서 주의를 주는 중입니다.”

  쓰러진 상태에서 힐끔 보는 형님이라 불린 남자와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 짜증을 확 내었다.

 

  “야! 밖에서 어물정대지 말고 빨리빨리 처리하고 들어와.”

  “예. 부장님!”

  몇 차례 더 폭행을 당한 뒤 정신을 잃었다가 귀에서 윙윙거리는 지헌이의 목소리에 정신을 가까스로 차렸다.

 

  “강현아! 강현아! 정신 차려, 정신 차리라고!”

  “끄응······, 누구?”

  “괜찮아! 이게 어떻게 된거야. 일어날 수 있겠어?”

  “어, 괜찮아. 집에 가자.”

  “대체 뭔 일이래. 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냐?”

  어딜 어떻게 모질게 맞았는지 몸을 가누기가 힘이 들었다. 지헌이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집으로 돌아 갈수 있었다.

 

  “으으으음.”

  밤새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설친 강현은 욕실을 가기위해 일어나려고 했다. 허나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 늘어져 일어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으으, 근데 몸이 왜 이렇게 돌덩이처럼 무겁지?’

  어제 과음을 했나 생각하다 조금만 더 있다 일어나기로 하고 다시 그대로 누워 버렸다.

  한동안 누워 있다가 일어났더니 피멍이 들고 찢긴 손발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왼팔에 많은 아픔을 느꼈다.

 

  “크윽! 몸이 이게 뭐야?”

  그제 서야 어제 일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사실 하루가 꼬박 지났지만 알지 못했다. 허탈하게 웃으며 욕실로 기어가려다 그만, 검은 봉지를 손바닥으로 눌러 버렸다.

 

  -와그작

  “크으, 이젠 별게다 거치적거리네.”

  덕분에 손바닥에서 피가 흘렀다. 봉지 안에 뭐가 들어있나 확인을 하기위해 거꾸로 뒤집자 내용물이 쏟아졌다. 그건 장날에 반 강제로 산 물건들이었다.

  용모양은 멀쩡하고, 덤으로 받은 열두 가지 동물이 조각된 장식품의 윗부분이 눌려 떨어진 것이었다.

 

  “나아 참, 세상에 공짜가 다 그렇지.”

  떨어져 나간 부분을 만지작거리는데 투명하면서도 푸른빛이 도는 세모꼴 모양의 조각이 떨어졌다.

 

  “······뭐냐? 아아악!”

  자세히 보기위해 조각을 집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강현은 깜작 놀라서 비명을 토해냈다.

  상처가 난 부위에서 나온 피가 조각에 물들기 시작하더니, 그 조각이 강현의 살 속을 파고들어가 버렸다.

 

  “끄어어억!”

  엄청난 통증의 시작과 함께 창밖이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조각이 손바닥 안에 들어가 버리자 불에 덴 것처럼 지독한 아픔에 죽을 것 같았다.

 

  “끅, 끄윽. 살려줘!”

  차마 말 못할 끔찍한 고통에 몸부림을 치며 방안을 일저리 데굴데굴 굴렀다.

 

  -우르르르릉, 쾅

  밖에서는 빛이 번쩍거리며 귀청을 찢는 천둥소리가 연속해서 울렸고, 그 순간 머리가 하얗게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하늘은 맑게 개이고, 강현은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차원의 틈에 이끌려 다른 세상으로 넘어간 나강현의 새로운 운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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