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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12)
작성일 : 17-07-25 21:12     조회 : 75     추천 : 0     분량 : 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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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가시겠네.”

 “여왕님, 단명하시면 인류의 미래가?”

 “너에게 여왕 직위를 양도하겠다.”

 “거절이요. 지금 용 한 마리도 버거운 처지라.”

 

 단아와 은랑은 서로를 바라보곤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기뻐 보인다기보단 살짝 정신이 나간 웃음이었다. 도서관 지하사원, 멤노스의 놀이터. 그 곳의 바닥에 완전히 뻗어버린 두 여인은 헝클어진 머리와 잔뜩 구겨진 차림새로 서로 고개만 돌려 마주보고 있었다. 도대체 이렇게 멤노스의 장난에 뻗어버린 게 얼마만인지.

 

 은랑은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하, 하고 제 얼굴위로 한숨을 내뱉었다. 단아는 그런 친구를 보곤 이번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제 친구는 사실 미약한 결벽증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엔 하도 바닥에 구르고 치이고 별별 일이 다 일어나서 은랑의 결벽증이 강제로 고쳐졌었다. 그런데 미스테리 클럽의 사실상 해체 후에 그녀의 결벽증은 재발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또 다시 강제적인 결벽증 치료가 시작되고 있었다.

 

 [꺄하하하하 일어나, 일어나라구!]

 

 작은 정령은 안 그래도 쭈글쭈글한 얼굴을 더욱 찌그러들게 하면서 바닥 위에서 콩콩 뛰었다. 멤노스는 제 자리에서 몇 번 뛰다가 이내 양 팔을 들고 처음에 자신이 앉아있던 상자 위로 몸을 늘어트렸다. 상자와 멤노스의 몸체가 닿자 퐁! 하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났다. 놀자고 찡얼대긴 해도 이 만큼이면 멤노스도 지쳤을 것이다.

 

 저거 사실 몸체는 텅텅 비어있는 거 아닐까. 단아는 예전부터 해 온 생각을 하며 주홍색 옷으로 가려진 멤노스의 몸체를 바라보았다. 아무리봐도 고깔X이라는 모 회사의 과자가 떠오르는 모양새의 옷이었다. 눈 위로 멤노스의 장난감들이 휘잉 휘잉 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몇 마리는 잠시 그녀의 위에서 멈추고 마치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뻐끔 거리고 있었다.

 

 “꺼져. 어디서 내려다 봐?”

 

 단아는 팔을 들어 휘저어 그것들을 쫒아냈다. 그러면서 뻐근한 몸을 일으켰다.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욱신거리고, 여기저기 몸이 성한 데가 없는 것 같았다. 피만 안 났다 뿐이지 심각한 근육통에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아무래도 내일되면 더 심하겠는데. 발케와 신나게 나 잡아봐라, 하면서 뛰어다닌 것까지 누적되어 당분간은 곰처럼 동면기에 들고 싶을 정도였다.

 

 상자 뚜껑에 배를 깔고 몸을 둥그렇게 내린 멤노스가 졸리는지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더니 머리를 확, 치켜들었다. 그러고 다시 단아와 은랑을 발견하더니 고개가 푹 내려가면서 까딱거리고. 자꾸만 반복하는 행동에 은랑이 조금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은랑은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나 먼지가 묻은 머리칼을 탈탈 털었다. 셋팅 펌을 해서 구불구불한 머리칼에 틈틈이 박혀 들어간 먼지에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내가 또 구르고 구르는 일상으로 돌아오다니."

 

 그녀는 조용히 앓는 소리를 내면서 단아를 일으켰다.

 

 “가자.”

 

 그 말에 상자에 늘어져있던 멤노스가 고개를 팍 치켜들었다.

 

 [어딜 가! 이 똥꼬들아!]

 “이게 어디서 자꾸 똥꼬래.”

 

 단아가 인상을 찡그리면서 멤노스에게로 다가가자 놈은 양 손으로 상자를 탕탕 치면서 시위했다. [못 가! 가지 마!]

 

 “미안해.”

 

 단아의 표정도 은랑만큼이나 미묘하게 변했다. 그녀는 검을 들지 않은 손을 뻗어 멤노스의 모자 쓴 머리통을 살살 어루만져주었다.

 

 “다시 올게.”

 [거짓말.]

 “약속 할게.”

 [흥.]

 “여왕이라는 이름을 걸고.”

 

 얼씨구, 네가 김전X이냐, 김X일? 뒤에서 은랑이 작게 거는 태클을 무시하고 단아가 새끼손가락을 뻗으면서 말했다.

 

 “약속하자. 다음엔, 새로운 미드워커도 데려올 거야.”

 [진짜? 신난다!]

 

 단아의 손가락에 제 쭈글쭈글한 손가락을 건 멤노스가 마침내 활짝 웃으면서 양 팔을 벌렸다. 그리곤 제가 엎드린 상자를 껴안으면서 몸을 흔들어댔다. 제법 귀여운 행동에 단아와 은랑이 피식 웃었다. 아, 후배님, 미리 애도요. 단아는 마지막으로 멤노스를 한 번 더 쓰다듬어주고는 몸을 돌렸다. 멤노스의 방에서 나가는 방법은 들어올 때완 다르게 방에서 이어진 길을 통해야한다. 얼른 가자고. 할 일이 더럽게 많으니까. 벨릭페스의 검을 빙빙 돌리면서 단아가 앞서 걸어갔다.

 

 “그래, 그래.”

 

 말은 그렇게 한 은랑이 단아가 뒤를 돌자마자 멤노스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나도 물건을 좀 찾으려고 하는데.”

 [왜 안 찾나 했어.]

 

 멤노스가 고개만 겨우 들어 머리를 까딱거리자 허공에서 자그마한 상자가 생겨났다. 정확히는 이동했다는 표현이 옳았다. 이 상자는 지하사원 어딘가에 놓여 있다가 멤노스의 부름에 이동된 것이니까.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온 상자는 은랑의 손바닥 위에 안착했고 곧이어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뚜껑이 열렸다.

 

 “랑아, 뭐해. 안 와?”

 “갈게!”

 

 은랑이 이미 방을 빠져나간 단아의 말에 답하면서 상자 안의 물건을 챙겨 자켓 주머니에 넣었다.

 

 “맡아줘서 고마워, 멤노스.”

 [가버려.]

 

 정령은 완전히 고개를 늘어트리면서 건성으로 중얼거렸다. 놀아달라고 칭얼거린 것과는 완전히 다른 행동이었다.

 

 [난 이제 잘 거니까.]

 

 그 말에 은랑의 몸이 눈에 띄게 움찔거렸다. 순간 커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 새까만 동공은 잠시 동안 어떤 감정을 안에 담고 있었다.

 

 “…그래. 좋은 꿈 꿔. 멤노스.”

 

 ㅡ악! 저게 뭐야! 쬐끄만 괴물이다!

 ㅡ여기의 정령이라고?

 ㅡ멤노스. 이것 좀 맡아줄래?

 ㅡ이제 검을 들 기사는 없어.

 ㅡ멤노스. 문지기가 여기 온 적 있어?

 ㅡ멤노스. 혹시 여기에….

 ㅡ멤노스, 멤노스….

 ㅡ그냥. 끝이 나 버린 거야. 흥미를 잃었거든.

 ㅡ부탁할게.

 

 ㅡ[여왕마저 가버려?]

 ㅡ[이제 안 와?]

 ㅡ[이제는, 나랑 안 놀아줘?]

 ㅡ[내가 너무 장난쳐서 그래?]

 ㅡ[이젠 안 그럴게.]

 ㅡ[기다릴게, 내일 꼭 와야 해]

 ㅡ[…혹시 내가 잘 때 왔었나?]

 ㅡ[그럼 안 자야겠다. 기다려야지, 계속.]

 

 나는 계속 기다릴 거야. 나는 항상 기다리니까.

 

 “울지는 않지?”

 

 서둘러 뒤따라가자 단아가 뜬금없이 물었다. 주어는 없었지만 무슨 이야기인 줄은 바로 이해한 은랑이 작게 숨을 뱉어내곤 말했다.

 

 “바로 뻗어버리던데.”

 “다행이네.”

 

 둘은 나란히 지하의 길을 걸었다. 타박타박.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발걸음 소리가 벽 여기저기를 튀어 울렸다. 두 사람을 따라 나온 멤노스의 장난감이 두웅, 소리를 내면서 머리를 등에 약하게 부딪쳐왔다. “너네도 이제 쉬러 들어가.” 단아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휘휘 젓자 불투명한 연기들이 벽돌 틈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그렇게 신경 쓰이면, 좀 더 상냥하게 굴어보지 그랬어?”

 

 은랑의 말에 단아가 흐릿하게 웃었다.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얼굴.

 

 “난 말이야.”

 

 단아가 입을 열었다.

 

 “과거에 두고 온 게 참 많아.”

 

 은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난 내가 절대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했어. 버려졌다고, 내가 가장 비참한 여주인공이라도 되는 듯이 굴었지.”

 

 "시간이 흘러서야 깨달아. 내가 ‘여왕’이라는 걸 말이야. 그 책임의 무게를 눈치 채면서도 무시하고 싶어서 피하고 또 피했어. 무서웠으니까.”

 

 잠자코 아무 말 않자 발소리만 두 사람 사이의 정적을 파고들었다. 은랑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이곤 최대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넌 여왕이지. 그렇지만 난 언제나, 네가 여왕이라는 이름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했어. 여왕이건 아니건, 넌 내 친구고 그런 너와 같이 나도 이 세계를 놓아버린 건 마찬가지였어. 그래, 온전히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너를 위해서 나도 평범한 사람이 되겠다, 미드워커라는 걸 잊겠다, 하면서 마법이고 뭐고 잊은 채 살았지.”

 

 둘의 시선은 마주치지 않았다.

 

 “사실은 핑계일 뿐이었어. 나도 무서웠던 거야. 더 이상,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괜히 너한테 핑계를 뒤집어씌우면서 나도 숨고 싶었던 거야. 너 혼자 죄책감을 안고 걸어가지 마. 나도 ‘죄’가 있는 사람이니까. 우리는.”

 

 은랑은 발걸음을 멈췄다. 어느덧 울고 있는 단아를 보면서 그녀도 울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제야, 다시 시작점에 선거야. 그 때, 열여섯 살의 겨울처럼 말이야.”

 

 * * *

 

 “세상에, 이런 네 모습을 다시 보게 되다니.”

 “왜, 품위가 넘치나?”

 “아니. 겁나 사이비 사기꾼 같아서.”

 

 은랑이 그렇게 대답하며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았다. 다시 돌아온 도서관. 단아는 아까 빈이 공부하던 책상 위에 카드들을 펼쳐놓고 서 있었다. 지하에서 가져온 벨릭페스의 검은 명성과는 다른 대우를 받으며 카펫 위에 던져져 가끔씩 항의라도 하듯이 웅웅 울려댔지만 둘 중 아무도 거기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왕의 권능이자 증표. 퀸 모멘타(Queen Momenta). 총 59장의 그림으로 된 카드로 모두 공통적으로 황금색의 구두를 신은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 여인은 검은 머리칼이기도, 금발이기도, 때론 갈색, 진저의 색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지긋하게 나이 든 여인이기도 했고 젊은 여인이기도 했다. 공통점이라곤 구두 밖에 없었지만 모두 아름답고, 신비했다.

 

 “밖에다가 돗자리 하나 깔고 앉을까?”

 “괜찮네. 적중률은 100%라서 돈 좀 끌어 모으겠다.”

 

 여왕의 권능을 한낱 돈벌이에 팔아먹으려는 상상을 하는 두 사람이 킬킬 웃었다. 무려 당사자들이 여왕에 현직 용의 무녀다. 여왕의 대리인은 손바닥을 카드 위로 올려 카드를 한 번 쓸었다. 손바닥이 움직이자 카드 하나가 저절로 딸려 올라와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그런 이름이 붙은 카드였다.

 

 “자자. 그럼 우리 공주님을 만날 방법을 알아보실까.”

 “186의 덩치 큰 공주님께 맞을 드레스를 준비하려면 좀 힘들겠는데.”

 “드레스는 포기하고 공물이나 바치는 걸로 하자.”

 “자기가 버린 ‘검’을 말하는 거지?”

 “물론.”

 

 

 

 “그래서 말인데”

 

 은랑이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깜박였다. 무식하게 덧붙인 속눈썹이 눈을 깜박일 때 마다 장애물처럼 시야에 들어왔다. 송충이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배가 훤히 드러나는 상의를 어떻게든 내려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야. 좀 가만히 있어 봐. 제 친구가 그렇게 말하면서 제 얼굴을 여러 각도에서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야기가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예쁘네, 예뻐.”

 

 단아가 그러면서 웃는데 엄청 신나보였다. 은랑도 은랑이지만 단아도 정상적인 꼴은 아니었다. 어디서 샀는지 모를 망사스타킹에 심할 정도로 달라붙는 블랙 미니드레스 차림. 그 위에 빨간 가죽재킷이 걸쳐져 있긴 했지만 당장 얼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패션이었다. 거기다가 뱀파이어 컨셉의 아이돌이나 할 번한 눈 화장은 최종점이었다.

 

 눈물 나는 건 은랑, 자신도 그와 비슷한 행색이라는 거였다. 단아의 손에 붙잡혀 몇 시간 동안 긴긴 분장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을 받은 은랑은 원래의 이미지와 크게 달라져있었다. 원래가 화장을 잘 하는 편도 아니었고 한다고 해도 기초적인 것만 해 와서 그런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고뇌에 빠져드는 은랑과는 달리 신이 난 단아가 셀카를 찍으면서 한껏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이리 와봐. 같이 찍자” 그러면서 저를 잡아끌자 은랑은 애매한 표정으로 화면에 담겼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오토바이 배기음에 허허 웃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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