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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미스테리클럽
작가 : 겨울뱀
작품등록일 : 2017.7.6

너를 만나고 싶어.

 
돌아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어(9)
작성일 : 17-07-25 20:44     조회 : 43     추천 : 0     분량 : 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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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하나, 둘, 마지막 셋. 단아는 몸을 낮춰 달리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덜컹덜컹 소리가나며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개의 벽돌이 안으로 움푹 들어가고 바깥으로 툭 튀어나오기를 반복했고, 벽돌 틈에서 반투명한 회색의 무언가가 공기 중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무겁게 바닥을 향해 내려가던 그것들은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느릿하게 방향을 틀었다.

 

 꾹 다물린 눈과 코, 입이 달려있는 이상한 생명체였다. 물컹물컹해 보이는 몸체는 공기 중에서 꼬리처럼 길게 잔상을 남겼고 우뚝 멈추었다가 입을 열지 않고도 웅웅 울리는 소리를 냈다. [놀아줘.] 그리곤 일제히 빠른 속도로 단아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아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끽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놀아줘, 놀아줘.]

 

 은랑이 뒤에서 양 손에 든 사슬로 그들을 걷어내버렸기 때문이었다. 괴이한 생명체들은 용의 힘이 깃든 사슬에 화들짝 놀라 다시 멀어지고는 다시 단아를 향해 달려들기를 반복했다.

 

 “거참 학습능력 없다니까, 진짜.”

 

 단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목 부근 높이의 벽돌이 튀어 나오는 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저 괴상한 생명체를 처음 봤을 때 인면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기분 나쁘게 출렁이고 흩날리는 몸체에 붙어있는 눈코입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딱 봐도 잡괴물처럼 생겼는데 사실 저것들은 지하를 지키는 정령의 장난감이다. 그렇기에 은랑의 사슬에 물러날지언정 소멸되지는 않는 것이다. [놀아줘?] [놀아줘.] 시끄럽게 웅웅대는 소리도 저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 이 길의 끝, 작은 방에 있을 정령이 쩅알대는 소리다.

 

 두 번째 세계는 많은 비밀장소와 용도를 모를 장치들이 숨겨져 있는데, 겨울도서관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기능이 숨겨져 있기로 유명했다. 과거부터 미드워커들은 그 비밀을 파헤치고자 했고 그들이 알아낸 새로운 사실들은 항상 새롭게 책으로 쓰여 도서관의 책장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곳, 겨울도서관의 지하도 우연히 골라낸 책에서 알게 된 곳이다.

 

 도서관 지하를 최초로 발견한 유르스 위고(Yurth Hugo: 프랑스인 미드워커)가 서술한 책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지하에는 외로운 개구쟁이 ‘멤노스’가 산다.

 

 멤노스는 도서관 지하의 정령으로 원하는 것을 숨겨준다. 복잡하게 미로처럼 설계된 지하엔 수많은 방이 있었고 나무상자부터 금으로 된 상자까지 수백, 수천가지의 상자가 거기에 놓여있다. 멤노스에게 물건을 맡기면 절대 다른 사람이 그 물건을 가져갈 수도, 소유할 수도 없어 미드워커들에겐 일종의 금고이자, 창고 같은 개념이었다.

 

 과거, 용의 흑백전쟁 당시에 발견된 공간으로 도서관에도 괴물들이 침입해 난장판이 된 와중에도 안전했던 곳으로 알려져 그 당시 생존한 미드워커들이 이곳에서 대책회의를 하며 힘을 보충했다고 한다.

 

 철커덕, 소리가 나고 벽돌이 돌아가면서 이번엔 화살이 쏘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단아는 헛숨을 들이키고는 몸을 납작 숙였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사슬에 화살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바로 어깨 조금 위에 박힌 화살에 실성한 듯 헛웃음만 나왔다. 은랑의 사슬엔 용이 기운이 강해 스치지 않더라도 대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말 그대로 기본 옵션이 좋은 무기라는 거다.

 

 은랑은 처음 그 자리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였다. 벽에서 나오는 방해물들의 목표는 움직이는 대상에 한정되어 있기에 둘이서 같이 달리는 것 보다 한 사람이 뒤에서 보조해주는 게 안전한 방법이었다.

 

 “억!”

 “…아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흐물흐물 달려드는 멤노스의 장난감에 뒷통수를 얻어맞은 단아의 비명에 은랑이 난감한 듯 중얼거렸다.

 

 멤노스는 장난을 좋아한다. 이 목숨이 위협받을 상황이 그 정령 나름대로의 환영인사나 마찬가지란 소리다. 멤노스의 방으로 가려면 무조건 지나야하는 길에서 움직이는 순간 함정이 발동되고, 아예 발동되지 않게 하려면 날아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몸을 공중에 뜨게 하는 비상(飛上)의 인이라는 게 있긴 한데 성공률이 극히 드물어 마법계의 로또라고 불렸다. 즉 멤노스에게로 가려면 눈물을 머금고 달리는 수밖에. 제일 처음 멋도 모르고 발을 디딘 다섯 명의 고등학생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는 뻔한 이야기였다.

 

 화살이 멎고 다시 몸을 움직인 단아는 머리통을 노리고 튀어나오는 벽돌에 "으악!"소리를 지르며 재빨리 피했다.

 

 "야! 지원 좀 제대로 하지?"

 "시꺼. 나도 오랜만이란 말이야!"

 

 은랑은 채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자신이 휘두른 사슬이 돌아오는 반동에 머리를 쳐맞고"억."비명을 질렀다.

 

 "대체 뭐하냐 등신아!"

 "닥쳐! 너야말로 좀 빨리 달리지?"

 

 꽥꽥 소리를 지르다 보니 어느덧 갈림길이다. 길이 갈라진 중앙의 벽에 있는 횃불 밑을 누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모든 게 멎었다. 벽돌은 제자리를 찾아 들어가고 끼워 맞춰지고, 바닥에 떨어진 화살은 투명하게 변하다 아예 모습을 감추어버렸고 멤노스의 장난감들은 두웅 두웅 소리를 내며 미꾸라지처럼 벽돌 사이의 홈으로 스며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와. 진짜 디질뻔.”

 

 단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친구가 험난하게 지나친 길을 편안하게 걸어 온 은랑의 얼굴에도 벌써부터 피곤함의 그늘이 서려있었다.

 

 “무려 여왕과 용의 무녀로 이루어진 파티인데, 도서관 지하에서 멤노스의 장난에 뒈졌다는 미드워커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을 우리 방금 쓸 뻔했다는거 아니?”

 “쪽팔려…. 우리 연습좀 해야겠어.”

 

 순식간에 흑역사 목록을 추가시킨 두 사람은 평생 갈 비밀이라며 서로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방금 전에 온갖 숙련자인척 후배에게 잔소리를 해놓고는 이 꼴이라니. 빈을 돌려보내고 둘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지는 길은 계속해서 갈림길이었다. 제일 처음엔 왼쪽, 그 다음엔 오른쪽. 다시 왼쪽 길로 가면 나오는 커다란 홀에 다다르자 단아와 은랑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잡았다, 술래!]

 

 밑바닥이 갑자기 거꾸로 뒤집히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허공에서 손을 허우적대던 두 사람은 똑같이 엉덩방아를 찧고는 허탈하게 하하, 웃었다.

 

 "우린 진짜 망했어."

 "머지않아 하급 괴물한테 썰릴 것 같지 않아?"

 

 두 사람이 썩은 표정으로 엉덩이를 문지르는 사이로 [까하하] 웃음소리가 날아들었다. 고개를 돌리자 나무 상자위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한 생명체가 배를 잡고 시끄럽게 웃고 있었다. 푸르죽죽하고 쭈글쭈글한 피부의 작은 아이는 환한 주홍빛깔 옷을 입고 같은 색의 고깔모자를 쓰고 있었다. 멤노스. 도서관 지하의 정령이었다.

 

 [까하하하하하하.]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던 웃음은 순식간에 뚝, 하고 멎었다. 단아와 은랑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서로를 한 번 바라보곤 다시 멤노스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몸을 일으켜 앉은 멤노스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이내 몸 전체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나랑 놀아주려고 온 거야?]

 

 “…어. 그래.”

 [구라치지마!]

 

 멤노스가 상자에서 일어나 쿵쿵 뛰면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째질 것 같은 목소리인지, 금세 짜증스러운 표정이 된 단아가 "아오, 시벌,"하고 욕설을 내뱉는다.

 

 [이 뻥쟁이들! 난 다알아!]

 [여기를 버려놓고 떠난 주제에! 이 똥꼬들아!]

 

 정령이 구사하는 단어치고는 분명히 미심쩍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사실 저 정령 처음엔 안 저랬는데.

 

 “벨릭페스의 검을 가지러왔어.”

 

 은랑의 말에 소리지르던 것도 멈춘 멤노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기사’가 돌아와?]

 “돌아올 예정이지. 그렇게 만들 거고.”

 

 단아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멤노스는 팔랑거리며 다시 앉아 몸을 좌우로 흔들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이상해. 그러더니 단아를 향해 목을 쭉 빼면서 말했다.

 

 [그럼 ‘모두’가 돌아와?]

 “…그럴 거야.”

 

 좋아. 멤노스는 상자에서 폴짝 뛰어내려 고깔모자를 벗어, 그 안에 숨겨둔 열쇠로 상자를 열었다. 달칵, 열린 상자 안엔 보라색 천으로 둘둘 말려 손잡이 부분만 드러난 장검이 들어있었다. 벨릭페스의 검. 검은 용의 목을 벤 기사의 검으로 용의 피가 거기에 스며들었다고하는, 게임으로 치자면 전설급 무기다. 검은 용을 벤 기사의 죽음 이후, 검은 몇 번의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주인은 누구든지 ‘기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 명성에 비해 외관은 그저 시꺼먼 칼날을 제외하곤 특별한 점이라곤 없지만, 검 자신이 주인으로 인정한 자의 손 안에서는 붉은 문양이 드러나 아름답게 변한다. 단아는 한숨을 내쉬곤 검에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히는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더럽게 무겁다.

 

 “씁. 어디서 엉덩이붙이고 지랄이야. 주인한테 버림받은 주제에?”

 

 파밧, 하고 스파크가 튀어 손을 튕겨냈다. 이젠 검한테도 병신 취급받네. 단아는 상자 앞에 쭈그려 앉아 핏망울이 번지는 손바닥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야. 나 몰라? 여왕이라는 년인데.”

 

 침묵. 잠깐의 고요함 끝에 검이 은은한 녹빛으로 아련하게 빛나며 퍼져나와 단아의 손을 휘감았다. 하급의 치료마법이었다. 뒤에서 은랑이 실소를 터트렸다. 순식간에 원상태로 돌아온 손바닥을 무심히 내려보다가 다시 검에 손을 뻗었다.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야. 너네 주인한테 갈 거야.”

 

 그렇게 말하자, 검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따라갈래?”

 “주인놈이나 검이나 드릅게 똥고집이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모습에 은랑이 그렇게 말하며 다가와 검을 내려다보았다.

 

 "겁나 오랜만에 본다. 이거."

 "그 놈이 우리랑 인연 끊겠다고 제일 먼저 내던진 게 이거니까."

 

 단아가 그렇게 대답하며 검을 툭툭 두드렸다.

 

 “뭐,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러곤 미련 없이 몸을 일으켰다. 우웅우웅. 검에서 미묘한 파장이 들쑥날쑥 퍼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본 단아는 뒤로 돌며 쐐기를 박았다.

 

 “넌 여기서 영원히 그렇게 썩던가.”

 “최고의 검이 이렇게 역사에서 사라지네.”

 

 은랑이 거들면서 뒤를 돌아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썼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구두굽 소리가 정확히 세 번 울림과 동시에 단아의 손바닥에 검이 착, 하고 날아왔다. 명백한 비웃음을 입가에 건 단아가 몇몇 미드워커들에겐 꿈의 무기를 공중에 던졌다가 받으면서 중얼거렸다.

 

 “진작 그럴 것이지.”

 

 기사 벨릭페스의 검. 한 손에 검을 들고 있던 이의 뒷모습이 잔상처럼 희미하게 다가온다. 최악의 첫인상과 그 이름도 우스운 공주님 구출작전에 이어지는 거리를 달리면서 진행된 그의 입문식이라던가, 땅에 떨어지는 검과 잘게 떨리던 손.

 

 너에게 내밀었던 손.

 

 단아는 휘휘 돌리던 검을 가슴가까이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눈꺼풀이 옅게 떨려왔다. 사실, 아직도 이게 올바른 선택인지는 잘 모른다. 등을 팡팡 두드린 손이 어깨동무를 하며 몸을 붙여왔다. "가자." 은랑이 뱉어낸 짧은 말에 어쩐지 안심이 됐다.

 

 [가긴 어딜 가?]

 

 제법 훈훈한 우정을 뽐내며 걸어가던 두 사람이 사색이 되어 우뚝 멈추어섰다.

 

 [나랑 놀아주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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