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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독사과를 베어 물다
작성일 : 17-07-22 23:09     조회 : 21     추천 : 0     분량 : 9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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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얼마나 오랫동안 상상해 온 얼굴이던가- 내가 사랑하게 된 남자의 사랑, 뛰어 넘을수 없을꺼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얼굴-

 

 

 

 

 빛을 받는 그 얼굴은 , 상상한 그대로 아름다운것 만은 정말 분명했다.

 

 

 

 

 침대 위에 놓여 있는, 누워 있다기 보다 마치 놓여져 있는 듯한 그녀는 , 기대했던 모습보다는 훨씬 깡마르고-

 

 마치 사람이라기 보다- 정교한 인형같아 보였다. 아름다워서 그렇다기 보다는 .. 아니 분명 아름다운데

 

 

 

 

 생기라곤 없었다.

 

 

 

 정말, 마른꽃처럼-

 

 

 

 

 

 창백하디 창백한 하얀 피부- 가지런히 놓인 손- 그리고 그녀의 몸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각종 기계들-

 

 가녀린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아 보였다.

 

 저런것들 없이는 져버릴 꽃이기에 그렇겠지만-

 

 그러기에는 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작았다..

 

 

 

 

 

 

 왠지 '미녀와 야수' 에서 유리 케이스를 씌워둔 장미, 그 장미가 떠올랐다.

 

 

 아프도록 섬세했다. 모든것이-

 

 

 

 

 작약은 말 없이 내가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그녀를 응시하는 동안 꽃혀 있던 작약을 남김없이 버리곤 새 작약다발을 꽃았다.

 

 

 

 

 

 왜 작약인지... 이름조차 그랬는지 알것 같았다. 그녀는 작약의 꽃잎처럼 섬세하게 아름다웠다.

 

 

 

 

 

 그는 미쳐 나의 존재를 순간적으론 인식 못한 것 처럼 너무나도 친근하게- 그 어떤것도 닿는 그 자체가- 친근한적 없던 그의 손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그녀의 바짝 마른 가지같은 손을 다정스레 잡았다.

 

 

 

 

 

  나는 질투라기보다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질투가 아니라고 하기엔 그의 손동작은 너무나도, 자연스레

 

 제 자리처럼 손이 붙는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확실히 그녀는 그를 위한 여자이기도- 혹은 그와 전혀 상관 없는 여자처럼도 보였다.

 

 닮은 낯빛에 연인보단 남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잡은채로 옆의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얼굴은 여전히 복잡해 보였다

 

 

 

 

 

 

 회한이라고 할까... 후회라고 할까-... 그런데도 얼굴엔 순수한, 사랑또한 느껴졌다.

 

 한참을 내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그는 몹시 건조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왔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 내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나?"

 

 

 

 

 

 올때보다 또 한뼘 멀어진 목소리였다. 모든 상황이... 도무지 현실같지 않다.

 

 알았던 이야기였다. 그녀가 여기 있을줄도 알았고- 내가 어떤 사람에게 빠져들었는지

 

 어떤 사람에게 지금 매달렸는지 알고 있었다. 모르지 않았는데도...

 

 도무지 현실감이 없었다. 그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 현실보단 아름다웠었기 때문일까-

 

 

 

 

 그 말들이 현실이 되서 자리를 찾고 쌓이자- 그리고 그 공간에 발을 들이자

 

 하임은 목이 콱 멜 정도로 두려웠다. 자신도 명확하게 알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 , 안타까움 등이-

 

 

 

 

 

 힘겹게 입을 뗀다.

 

 

 

 

 

 "....... 당신이... 왜.... "

 

 

 

 

 띄엄띄엄... 바보같이 자기 변호 대신 나는 멍청한 소리를 뱉고 있었다.

 

 그는 내 상투적인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던 듯 다른 말을 꺼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슬펐다.

 

 

 

 ".... 더 기막히는건- 이 여자한테는 말 그대로 '생기' 가 어울렸거든-.. 이런 모습을 볼때마다-

 

 내가 모르는 사람처럼- 그렇게 느껴 질때도 있어-... 이 얼굴에 다양한- 정말 다양한 표정이 떠오르던

 

 순간들이 있었고... 나는 그 순간을 모르지 않으니까- 그 순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걸 앗아간건 나라는 것도, 난 모르지 않으니까-"

 

 

 

 

 

 그의 손이 애처롭게 그녀의 손을 문지르고 있었다. 살짝 살짝- 그의 새끼손가락에 껴진 터무니 없이 큰 반지가

 

 빛을 반사해서 반짝였다. 내 눈을 예리하게 빛으로 베는 느낌이 들었다.

 

 

 

 

 

 "..... 나는 , 당신에게-.. 아주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

 

 그는 그 대목에서 비로소 하민씨의 손을 놓았다. 다시 가지런하게 ..

 

 

 

 

 복잡한 감정이라, 좋아하는 사람의 입으로 듣고 이해하기엔 어려운 이야기였다.

 

 좋은것도 싫은것도 아닌 '복잡한' 감정이라면...

 

 

 

 

 

 

 "당신이 그냥 내 곁에 있었으면 싶어- 당신이 있으니까- 나는 나서는게 예전처럼 두렵진 않아졌어... 우습지?

 

 나설 자격도 숨 쉴 자격도 웃을 자격도 없다고 생각하고 보내온 시간들이었는데..

 

 당신을 만나고 나서- 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됬어-..."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마치 자신을 물 밖에서 부른 내가 잘못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그가 그걸 의도하지 않았대도 내 기분은 그랬다.

 

 

 

 

 "자꾸 당신을 만나고 싶어-.. 자꾸 손이 닿을만큼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어- 자꾸 당신이 만드는 공기방울들이

 

 나를 떠오르게 만들었으면 좋겠어 .... 이 미칠듯한 이기심이 나밖에 모르는 것 같은 안하무인한 내 욕심이

 

 

 

 나는 지금... 너무나도 두려워 너무나 무서워- 내 자신이-"

 

 

 

 

 

 이까지 이야기 하고 그의 시선은 하민씨에게 가 닿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는 그의 옆 얼굴-

 

 

 그녀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우습게도- 전엔 내 자신이 괴물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리고 그게 하나도 슬프지 않았어-

 

 말 그대로 나는 괴물이었으니까-... 스웨터의 올이 풀리듯 - 하나가 풀리니 엉망이 되었는데도 그게 아픈줄도 모르고

 

 이상하다고도 생각치 않았지. 외롭고 고통스러운걸 느끼기엔 너무 큰 상처가 심장 한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서

 

 

 다른걸 살필 여유조차도 없었는데-...."

 

 

 

 

 

 그는 눈을 살짝 감았다.

 

 

 

 

 

 

 "그런데 지금보다 내가 더 괴물처럼 느껴진 적은 없어-...

 

 한가지의 진심은.... 적어도 나는 당신이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어디 안가고- 여기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어-

 

 근데 더 저질인건 내가 정말 질 낮은 인간인건..... 당신이 기다린다고 해서 내가 선뜻 갈수 없다는 거야-

 

 여기 이유가 있으니까-..."

 

 

 

 그는 마른 입술을 겨우 내 귀에 살짝 들릴만큼 달싹였다.

 

 "당신이 보기라도 해야, 이해할것 같았어-"

 

 그 말에 나는 다시 하민씨를 내려다 본다- 그래.. 미치도록 사랑한 여자라고 했다

 

 죽을때까지 사랑할 여자라고- 그런 그녀는 생기만 좀 잃었을 뿐, 너무나도 온전히-

 

 너무나도 고스란히 여기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말을 이해 할수 있었다. 충분히....

 

 이렇게 있으니- 포기 할래야 포기 할 수도-

 

 잊을래야 잊을수도

 

 돌아 나갈래야 돌아 나갈수도 없었겠지........

 

 

 

 들은 이야긴데- 알았던 이야긴데... 눈으로 확인하니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내 기분만 밀어 붙이기엔-.... 그녀가 들이쉬고 내 쉬는 기계음이 , 그 가느다란 기계음이

 

 내 가슴까지도 꽈악 쥐고 놓지 않는 것만 같았다.

 

 

 하임도 죄책감을 느꼈다. 옅은- 죄책감..

 

 

 

 말 없이 찌푸린 나를 보고 작약은 다시 말했다.

 

 

 

 

 " 당신을 데려온걸 , 이렇게 빨리 후회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후회된다 벌써-.....

 

 우리는 사랑하다가 한 사람이 잠들었어-

 

 

 긴 시간동안 ... 이별하는 법이라도 , 좀 떨어지는 법이라도 배웠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러지 못했어- 우린 헤어지지 못했어........... 여전히 한 손은 하민이 손을 잡고 있어-, 놓을 생각을 ... 솔직하게

 

 안 해 본건 아냐-... 그런데 놓을수가 없었어 "

 

 

 

 

 그의 말이 뻔뻔스럽게 느껴져야 하는데- 뭐 이런 사람이 있나 싶어야 하는건데

 

 그게 정상적인 건데 나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머릿속은 텅 빈마냥 아무런 생각도 당장엔 들지 않았다.

 

 

 

 

 "다른손을 당신에게 내미는건 비열한 짓이라고 생각했어- 간신히...... 간신히......

 

 내 손을 내리고 있지 당신에게 뻗고 싶은 마음을 참으면서 -"

 

 

 

 

 나는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날 선택해 줬으면 했다.나를 골라 줬으면 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기엔

 

 거짓말이란걸 할줄 모르는 남자였다. 그냥 날 선택했다고 거짓말하고 나를 곁에 묶어두면 될 텐데 그렇게라도 한다면

 

 나는 결국 못 떠날 테고 그의 마음 속에 하민씨가 있다고 해도 내겐 들킬일도 없을텐데... 그는 눈물겹게 정직했다.

 

 

 

 이런 점 때문에 , ..... 말하자면 모순이지만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작약이 좋았다.

 

 

 

 

 

 

 한 마음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점- 저 마음을 내가 가질수만 있다면 이 사람과의 사랑은 내가 알아온 다른 사랑처럼

 

 내가 알아온 모든 유통기한이 있는 사랑처럼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을꺼란 믿음이 있었다.

 

 

 

 어차피 나는 사랑 없이 살고자 했었다. 그저.... 작약과 한 손을 잡고-.. 저 사람의 반대편 손에 잡고 있는

 

 

 저 여자의 손을 모른척하면 안될까... 그래서는 안되는걸까...

 

 

 모든 탐나는 것에는 댓가가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런 생각을 머리론 하게 되었는데도 내 발은 꼼짝할줄을 모르고 그 자리에 못 박힌듯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작약은 자신의 속 마음을 너무 많이 비웠다고 생각할떄 그가 짓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옅은 노여움과 창피함이 뒤 섞인 표정이었다.

 

 이까지 와 놓고서.. 내게 그 사실을 감추기라도 할 생각이었던 걸까-

 

 

 

 

 

 

 말하자면 고백인데, 말하자면 ..... 작약이 내가 필요하다고 당신이 좋다고 한 고백인데-

 

 정말 눈곱만큼도 달콤하지 않고 , 사실은 내게 독처럼 썼다.

 

 

 

 

 

 

 누워있는 백설공주는 저쪽인데- 독 사과를 베어문 쪽은 나인듯한 기분이었다.

 

 

 

 

 

 

 

 "잠시만-.. 2분만 줘, 곧 나갈께-"

 

 

 

 

 

 그는 결국엔 나를 먼저 내 보낼 모양이었다. 죄책감을 토해낼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표정이었기에

 

 나는 그가 불같이 화를 낼지도 몰랐지만.....우선, 준비한 액자를 꺼냈다- 전에 하민씨를 처음 알게한 그 그림이었다.

 

 

 꾸깃꾸깃 해 진걸 잘 펴서 보관하고 있던 그 그림-...어쩌다 보니 그 그림을 가지고 왔다.

 

 

 

 

 

 어젯밤에 자신은 그 그림을 액자에 넣었다.

 

 

 

 

 좀더 질투라도 제대로 할수 없는건가 싶었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옆에 두면

 

 그녀가 곧 깨어날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했다.

 

 

 

 

 

 '차라리 깨어나요, 나 나쁜년 만들지 말고.... 대등하게 겨뤄서 내가 당신을 이길수 있는지-

 

 그만큼은 작약한테 가까이 있는지 알고 싶으니까'

 

 

 

 

 

 

 혼자서 어제, 하임은 그림을 보고 그 말을 했다.

 

 

 

 근거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아니라- 차라리 작약을 옳아매고 있는게

 

 만약이지만 순전히 죄책감이라면 - 그걸 끊어버렸으면 해서 그 따윗 말을 그림에다 대고 했다.

 

 어쩔수 없이 나도 비열하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녀가 일어난다면- 난 그녀에게는 감히 대적할 만한 상대도 안된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면서 말이다.

 

 

 

 

 

 

 

 작약은 내게서 고갤 돌리고 있었고

 

 

 나는 그 옆의 꽃이 놓인 탁상에 그 그림을 놓았다.. 그것에 시선이 가 닿은 작약이 충격이 서린 얼굴로 내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믿을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겁을 잃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낸다.

 

 

 

 "밖에 있을께요-"

 

 

 

 

 

 

 

 모래로 가득 찬듯 꺼끌꺼끌한 목소리는 그 말만 나올 뿐- 나는 천천히 그의 시선이 내 뒷모습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

 

 

 

 지체없이 그 자리를 떴다.

 

 

 

 

 조금만 더 그 자리에 있어도 , 이제는- 숨이 차서 죽을듯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가 손을 내민건지 아닌건지-

 

 

 

 그늘이 진 복도에서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을 맞으며 혼자 되뇌였다.

 

 

 

 쓰디 쓴 그 고백을-

 

 

 

 

 

 

 

 

 

 

 -

 

 

 장 하임이 제 손으로 그려낸, 그림속의 하민이... 하민이는 웃고 있다.

 

 

 

 그저 놀라움이다. 저런걸 가지고 왔을꺼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왜 준비한건진 알수 없다...

 

 그러나 하민이의 옆 탁상에 올라 앉을줄은 나도 예상 못했던 일이다.

 

 

 

 

 

 선물이라니.... 나를 좋아한다면서- 말 그대로 내게 와서 그토록 부딫히면서

 

 

 그러면서 부서지면서...

 

 

 바보같을 정도로 자기 변호를 못하는 장하임... 지혁은 짙은 한숨을 지었다. 요령있게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자신이 두서없이.. 구두점 없이 ,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소리를 하고 있단 생각에

 

 짓누르는 죄책감에... 지혁은 말을 자꾸만 끊어 먹었고- 장하임이 알아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치 않으면서 얼굴을 봤는데

 

 

 

 

 그 얼굴엔 복잡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요령좋게 전했다고는 말 할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장하임이 내가 하는 소리가 이기적인 소리이고- 무슨 얘긴줄은 알아 들었단 거였다.

 

 

 

 

 

 

 

 '너한테 다 버리고 뛰어가서 널 안을순 없어,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줘'

 

 

 대화의 요지는 이거였다. 그걸 알아 들은 거였다. 내 두서없는 소리로도-... 충분히-

 

 

 

 

  나는 가슴 깊이 쓰려왔다. 하민이의 차디찬 손에 손을 올린다. 그리곤 떠올린다- 짙은 물 속에 잠긴

 

 백조처럼- 드러나던 장 하임의 하얀 뒷모습을- 물보라에 잠긴 마냥 그녀를 촘촘하게 감싸고 있던 그 레이스의

 

 짙은 푸른빛을 ,

 

 

 

 

 단 한번도 하민이 앞에서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나는 하민이의 손을 잡고 그저 속삭이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해해줘, 하민아..... 이해해줘"

 

 

 

 

 이해해 달란 말- 하민인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를 그 말은 내 맘을 괴롭히기엔 충분해서

 

 그 말이 흘러나온 입술까지 다 찢어버릴것만 같았다.

 

 

 어쩌다 이까지 온 걸까- 손에 쥔 니 손이- 니가 여기에 있건 아니건 그저 니 손이 여기에 있고 니가 깨어나지 않아도

 

 그대로 , 널 지킬수만 있다면 상관 없다고 생각하면서 - 그렇게 살았는데도...

 

 

 

 

 

 "미안해.... 정말 미안해.............. "

 

 

 

 눈에서 후두둑 거리며 떨어지는 눈물 방울은 심장을 때리는 기분으로 하민이의 손으로 떨어진다-

 

 

 

 너를 포기할수 없어- 하지만, 저 여자 없이 이제 내가 혼자 설수 있을지-

 

 저 여자가 끌어들인 환한 빛 없이 다시 어둠에 갖히고 싶지는 않아, 소중함 따위 몰랐다면 좋았을텐데

 

 

 

 

 너처럼 빛나는 사람이, 너처럼 빛을 끌어들이는 사람이 또 생길꺼라고는

 

 

 내 생에 또 그런일이 생길거라고는 난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마음속으로만 말한다. 내 입을 타고 나오면 이야기는 그져 , 변명처럼 울릴 뿐이었다.

 

 

 

 

 나는 하민이의 손을 잡고 그 손에 얼굴을 부비며 울었다.

 

 

 하민이가 이해해 주기를, 내가 지금 괴로운게 하민이에 대한 죄책감인지 장하임에 대한 죄책감인지도

 

 알지 못할만큼 아둔한 나를, 언제나 그랬듯- 깨어 있을 때 그녀가 그랬듯이 명쾌하게 내가 말 하지 않은 그 부분까지도

 

 이해해 주기를 간절히 바랬다.

 

 

 

 

 그녀가 알았던 나를 , 이해해 주기를 나는 간절히 바랬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죄책감을 덜고 싶어

 

 안달하는 면피처럼 느껴져서 또 내 자신만 싫어 질 뿐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자 반대쪽 거울에 비치는 형편없는 내 얼굴이 보였다. 눈물로 얼룩진 , 파리한 얼굴- 예전의 건강함도 행복함도-

 

 뭔가를 감출만큼 내 안의 자리가 남았던 나는 없다. 내 안은 이미 꽉 찼고- 더이 상은 감출수가 없다.

 

 

 

 사력을 다해 밀어넣으면 언젠가 그것은 폭팔해서 잔해만 남은 채 또 내안에 나부낄것이다.

 

 나 따위의 상처라고는 모르는 듯이

 

 

 

 

 더 이상은 나약하게 굴 시간이 남아있지 , 않았다.

 

 적어도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당장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서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춘다. 건조해 파스락하고 부서질 듯한 그녀의 볼에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묻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눈물을 살짝 닦아 낸다-

 

 그러곤 한참을 서서-... 내가 갈 곳을, 돌아갈 사람을 생각한다-

 

 

 

 

 복도로 나서자 그녀는 벌써 차로 내려간 듯- 여전히 복도는 서늘하고 바람이 불고 어두웠다. 내가 나오길 한참을 기다린 듯한

 

 아주머니가 간이 휴게실 같은 곳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일어선다.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한다.

 

 뒤이어 나를 붙잡고 무슨 말이라도 한다면 , 탑처럼 쌓아놓은 성냥개비 마냥 내 자신이 무너질 것만 같아

 

 나는 인사만 두고 그 자리를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다리의 통증을 무시하면서-

 

 그 통증까지 두고 달아날 것 처럼, 빠르게...

 

 

 

 

 

 

 

 

 

 -

 

 

 "그래서 옷은 잘 맞으시던가요?"

 

 강비서는 회사의 복도 끝, 사람들이 아무도 다니지 않아 즐겨 통화하는 곳에서

 

 커피를 손에 든채 전화기에다 대고, 사무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치수가 많이 주셨더군요- 전보다도 더요- 허리가 커버가 될지 모르겠어요

 

 

 어깨라면 괜찮지만.... 허리는 까다로워서요-..."

 

 

 

 상대의 말에 강비서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어쩔수 없죠- 체형은 커버해야 해요- "

 

 

 

 얼마나 괴로우면 바닷바람에 마른 생선마냥 바싹 말랐다는 소릴 듣게 할 순 없으니까... 라는 말을 속으로 하며

 

 이 사람이 말을 알아듣기를 강비서는 기도했다. 입은 무겁게 하기로 굳게 약속되었으나

 

 

 

 일 처린 다소 더딘 느낌이었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고 당장.....내일 모래였다.

 

 

 

 

 

 "여자분은 어떠시던가요- 작가님이 옷 고르셨나요?"

 

 

 "네 미리 카탈로그로 만들어 보내 드렸더니 체크해서 돌아 왔더군요- 조금만 수정보면 잘 맞을거에요-

 

 생각보단 키가 조금 작으셔서- 길이는 수정을 좀 많이 해야 할것 같아요..."

 

 

 

 

 강비서는 하임의 얼굴을 떠올리며.. 과연 그녀한테 그런옷이 어울릴까... 의문이지만

 

 

 

 가볍게 질문을 한다.

 

 

 

 "불편해 하지는 않으시고요?"

 

 

 

 전화기상의 상대방이 낮게 웃는다.

 

 

 

 "불편해 하시죠- 영문을 몰라 하시는 것 같던데.. 그저 준비하신 대로 했습니다-

 

 메이크업이나 헤어도 해야 한다고 하시던데... 독실로 예약 잡을까요?"

 

 

 

 독실이라고 해서 비밀 복도가 있을 리는 없다- 무슨 호그와트도 아니고.....

 

 

 

 

 "당일에 샵에 다른 손님도 계시지 않을까요?"

 

 

 

 상대편은 당황한듯 숨을 고른다 낮은 소리로..

 

 

 

 "마주쳐선 안됩니다- 차라리 호텔을 잡아 드리죠- 메이크업 팀 ,헤어 팀 꾸려서 , 입 무거운 사람들로요.. 거기서 하기로 하죠 ,

 

 시간 위치등은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다소 어렵다는 듯 중얼거리는 소리와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지만 강비서는 "부탁합니다-" 란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끝냈다. 납득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사모님이 준비하신 가게 중 하나였다.

 

 

 

 

 비밀유지는 당연한 일이었다. 처음엔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어차피 나가면 다 알게 될 텐데..

 

 

 

 

 "으례 소문은 그런데서 돌죠,.. 대해 보면 알 거에요 이 사람이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요-

 

 재밌는 소문이라고 생각할 테고요- 재밌는 소문이 되면 소문에는 살이 붙죠- 더 자극적이고 내 아이를 해칠수 있는

 

 이야기들이 칼날로 붙겠죠-"

 

 

 

 

 "...그래서.."

 

 

 

 

 "내가 뽑은데는 경고 할 만큼 했어요 , 이야기 새어나가면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해 주겠다고 했죠-

 

 다 연줄이 있는 곳이니까-.. 지혁이 한텐 말하지 말고요.. 괜히 신경 썼다고 더 불편해 할 지도 모르니까요-"

 

 

 

 

 ".......네"

 

 

 

 "강비서도 마음 굳게 먹는게 좋을 꺼에요- 좋은 사람인건 알지만- 그저 좋기만 해선

 

 지키고자 하는 걸 지킬 수 없는 법이죠-"

 

 

 

 사모님의 마지막 말은 , 의도하신 건지는 알수 없었으나 싸늘하고- 힘이 실려 있었다.

 

 

 

 

 

 

 

 손에 든 커피는 이미 싸늘히 식었다. 간단한 확인이라 생각하고 전활 걸었는데-.....

 

 강비서는 커피를 휴지통에 버린 뒤- 복도에 사람이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 한 뒤

 

 계단으로 내려간다- 뒤에서 섬짓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선글라스를 낀 낯익은 사내가 있었다.

 

 

 

 

 

 "강비서님?"

 

 

 

 "....."

 

 얼굴을 알아본 강비서가 한숨을 쉬었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찾으십니다.."

 

 

 다시, 또 몇겹의 거짓말을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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