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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알게되는 사실 , 떠나고서야 확인되는 진실
작성일 : 17-07-22 04:18     조회 : 16     추천 : 0     분량 : 8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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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날의 주사는 하임도 이제는... 기억이 났었다... 시간이 지나가자 점차 날수밖에 없었다...

 

 알고 넘어가자니 뻔뻔하게 느껴졌고

 

 창피함 등이 섞이고 나니... 그 감정을 감당 할 수가 없어, 그 기억을 마치 폐기물처럼 봉인한채 기억 저편에 던져 둔 참이었다.

 

 그런 기억을 이렇게 확인하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남의 피사체로 담긴 둘은.... 아니 자신은 한층 질 나쁜

 

 사람 같아 보였고- 무엇보다 작약은 훨 .. 기억속의 그보다 가련해 보였다...

 

 

 

 사진에 찍힌 자신은 완전 고주망태처럼 보였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얼굴을 감싸안기도 전에 닥친 현실은- 사진이라니-

 

 

 이런 사진이라니-

 

 

 사진까지 찍히다니... 새삼 작약이 얼마나 자신과 먼 사람인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껴졌다-

 

 

 

 

 

 그렇다고 해도 이 사진이 왜 강비서가 하려는 부탁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임의 다이나믹한 표정 변화를 지켜보던 강비서는 의문이 떠오른 표정이 나오자 , 딱 맞춰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건, 회장님이 붙이신 사람이 아니라.. 이사님이 붙이신 사람이 찍은 사진입니다-.. 그걸 이사님이 어떻게 쓰실진 모르고-

 

 사모님이 저한테 주셨습니다... 하임씨를 설득해 달라고 말씀하시면서요.."

 

 

 

 

 

 ...?

 

 들었는데도 무슨말인지 도통 알수없는 이야기였다.

 

 

 

 

 "영문을 모르시겠죠?.. 아는 저도 그런데 오죽하시겠어요, 찬찬히 설명 드릴게요-

 

 회장님은 작가님이 솔직히 글 쓰는거... 못마땅해 하십니다- 이제 작가님이 괜찮다고 그냥 독단적으로 믿으시는 걸지도 모르죠

 

 새어 나갈때마다 덮어주신건 회장님 지시였어요- 돈을 써서라도 이제껏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셨던것은

 

 하민씨 소문을 덮기위해 하신것도 있지만, 언제라도 가명뒤에 숨어 있다가 - 회장님의 필요로 나오게 되실때

 

 감쪽같이 감추기 위해서 였을수도 있어요... 작가님이 필명을 쓰신건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죠- 증권가부터

 

 언론가까지-.. 기업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좀만 캐도 둘째 아들이고.. 하민씨 일 나올거 알고 계셔서 였는데

 

 그게 이렇게 될줄은 아마 모르셨을 거에요-...."

 

 

 

 

 

 "...."

 

 

 

 

 하민은 그저 듣고만 있었다.

 

 강비서가 설명하는 걸 머릿속에 넣기도 벅찼다.

 

 

 

 

 "이사님이 작가님을 견제하고 계속 불안해 하시는건-....

 

 이사님은 분명 일 하나는 잘 하시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사님이 앉고 싶어하시는 자리는 그저

 

 일을 잘해서 앉을만한 자리는 아니지요- 인품도 갖추셔야 하는 자립니다- 다른건 없다 해도 회사를 이끌만한 인품이요-

 

 사람들이 따르질 않아요-.... 작가님에게만 독한 분은 아니거든요, 그러니 이제 회장님은 참을수 없게 되신겁니다,

 

 원래도 주주들은 또 임원들은 항상 예비 인물을 바라죠-

 

 다 회장님이 키워 놓으신거나 다름 없는 회삽니다. 원래가 이정도로 큰 기업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런 자리에 아무나 앉힐수야 없죠...

 

 아무리 작가님이 뜻이 없어도 이젠 .. 한번은 얼굴을 비출때라는 이야기죠- 딱 한번.. 한번이라도요"

 

 

 

 

 

 "..그저 얼굴만요?"

 

 

 

 

 그 말에 강비서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작가님을 아시잖아요.. 글 포기하고- 기업 이으실 사람으로 보이세요?"

 

 

 

 "......."

 

 

 

 

 내가 무슨 말을 묻는거야 당연하네...

 

 그렇다고 해도- 아버님이 저렇게 만만찮으신데.... 뜻대로 그게 되겠냐고-

 

 

 

 

 

 "그 동안 어떤 행사에도 참석치 않으셨어요- 사실 말이 행사지.. 쁘띠 부르주아들 모임이나 다름없죠- 그 세계는 굉장히 제한적이고

 

 협소하죠... 이번에 창립기념일 파티가 있어요.. 다시 없을 만큼 큰 행사죠- 그렇다고 해서 참석할 작가님이 아니신데....

 

 이번엔 회장님이 초 강수를 띄우셨어요-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 거셨죠.. 조건이라기 보단....

 

 

 그래요- 협박이네요"

 

 

 

 

 강비서의 대담한 단어 선택에 오히려 하임이 놀랐다.. 협박이라..

 

 

 " 하민씨 어머님을 더 이상 소문에 시달리게 하지 말자고..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 말을 전하는 그의 표정은 참담했다.

 

 마치 그 말을 뱉는 자신이 싫다는 듯한 표정으로..

 

 

 

 쓸쓸한 표정의 작약의 말이 떠올랐다. 너무나 슬픈 그 표정

 

 이해가 가지 않았던, 아니 선뜻 이해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과 고통을 담았던 그 말들...

 

 

 

 

 

 '난 다른사람 말은 거절할수 있어-.... 하지만 세상에서 단 두사람 말은 거절 못해-...

 

 아니... 세사람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두 사람의 말은 거절하지 않으려고 애써.... 온 힘을 다해 매달려-'

 

 '어머니와 , 하민이 어머니.... 그 두분의 말은 들어드리고 싶어-아니, 들어드리려 애쓰지'

 

 

 

 

 '........ 두분은 내가 낸 일로 끊임없이 고통 받고 계시니까...'

 

 

 

 

 

 소문.. 소문이라고?

 

 마음 한쪽이 저릿했다. 기분 나쁜 슬픔이 마음의 끝 부분부터 점점 퍼져버리는 것 처럼..

 

 

 

 " 이해 하실수 없으시겠지만... 하민씨 집도 만만치 않게 큰 집안이었어요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사랑으로 결혼하긴 정말 힘들거든요-

 

 하민이 어머님과 사모님은 생각보단 친분이 두터우셨어요-.. 두분 다 처음엔 기대치 않으셨을 꺼에요- 두분이 사랑에 빠질 꺼라고는요

 

 두 분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죠-.. 그 뒤에 사고가 났구요...... 그 후에 작가님도... 저도 몰랐는데..

 

 

 사모님이 좀 소문에 시달리셨었나 봐요 딸 잃은 고통에 사실 처음엔 신경 쓸 겨를도 없으셨겠죠...

 

 그래도 산 사람은 계속 살죠... 그 사회가 전부에요 , 그 안에서 살다 보면요-

 

 매번 .. 딸 부잣집에 시집 보낼려고.. 과욕 부리다 딸 그렇게 만들었다고..."

 

 

 

 

 "......"

 

 

 

 

 하임은 그 말을 듣자 제 일처럼 맘이 아팠다. 그런 소문을 낸다고?.... 사람들이?.....

 

 세상의 어느 어머니가 작약, 더군다나 밝고 빛나던 시절의 작약을 보고 사윗감으로 점 찍지 않을수 있었겠는가-

 

 

 더군다나 그렇게 아름다운 딸의 짝이다. 돈이 문제가 아닌데- 그저 둘은.....

 

 

 운명처럼 어울렸을텐데....

 

 

 

 얼굴도 모르는... 그분의 심정이 이해가 가서 맘이 아렸다.

 

 남의 일은 남의 일로 남겨둬야 마음이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던 작약의 말이 귓전에 들리는 듯 했다.

 

 그러나.. 하임은 어김없이 그 일도 결국.. 맘에 품었다.

 

 

 

 

 "그때만 해도 저희 기업이 거기서 더 이렇게 발전할줄은 아무도 몰랐거든요... 그러고 나니 이런 이야기가 들리는 거죠-

 

 작가님은 모르셨어요.... 최근에.... 아셨죠.... 회장님이 말해서... 아셨죠"

 

 

 

 "....."

 

 

 참 대단한 사람이군, 굳이 그 이야길 전했다고?

 

 작약이 다친것은 아마 그것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었다. 이젠 작약을 알 만큼 아니까

 

 작약은 언제나 맘이 흔들리면 몸까지 같이 흔들리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표정없이 그 얘기를 듣기위해 애를 썼다. 아무리 그래도 미친거 아니야 란 표정이 얼굴에 자꾸 비치었으니까..

 

 

 

 "작가님은 지금은 고민하는 척.. 하시지만 결국 나가게 되실 거에요- 어차피 작가님은 거기 얼굴을 비춘다 해도

 

 거기 계속 계실 생각이 전혀 없으세요- 결국.. 다시 들어와 버리실 꺼니까요- 소문같은거 .... 두려워 하지 않으세요.. 정말 그분이 두려워 하는건 다른거죠

 

 

 하민이 어머님이 받으실 상처..... 그리고 자신의 사랑이 그렇게 대단한데- 또 그렇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남들에게는 거짓으로라도 그렇게 보여야 된다는..... 현실과 진실사이의 거짓말을 두려워 하시죠

 

 

 그 사이의 거리감을.. 두려워 하시죠-.....

 

 

 

 솔직히 저는 혼자 나가시게 될거라고-... 혹은 아무나- 한명

 

 처음 보는 사이의 사람이라도 데리고 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회장님이 원하시는거-

 

 작가님이 원하시는거 다 이뤄지는 셈이니까요- 회장님은 작은 아드님을 주주들에게 보일 기회고

 

 작가님은 비난과 수군거림의 화살을 자신에게로 돌려놓을 기회니까요............"

 

 

 

 

 

 

 "........그런게 어떻게 기회에요.... 그런게 어떻게..... 좋을수가 있어요..."

 

 

 

 내가 뱉은 말인데 목소리가 너무 슬퍼서 내가 한 말 같지도 않았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잖아... 작약이 할수 밖에 없게끔 만드는 그런... 그런 선택이잖아요....

 

 

 하임의 중얼거림이 들리지 않는 듯 강비서는 말을 이었다.

 

 

 

 

 

 " 하임씨에게 부탁하게끔 하신건... 결과적으론 사모님이세요- ... 원인 제공자는 이사님 이시지만요... 아마.. 제가 하임씨를 설득 못하면.. 어쩌면 직접 오시겠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어요..."

 

 

 

 

 

 .....

 

 드디어 이 길고 장황하고 믿을수 없는 설명의 끝에 다다른듯 했다.

 

 

 " 하임씨가.... 작가님과.... 같이..."

 

 

 

 

 

 

 같이...?

 

 

 

 

 

 "창립기념일 파티에....와 주셨으면 하신데요....."

 

 

 

 

 

 하임은 순간적으로 얼었다. 내가 왜? 나를 왜? 어째서?.....

 

 강비서는 식은땀을 닦으며 또 말문을 열었다.

 

 

 

 

 "이..이해 안가시죠?.... 저... 지금.. 거의 한시간째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하임씨를 이해 시키기가 쉽지 않네요...

 

 그..그러니까요...."

 

 

 

 

 

 "저를요?"

 

 

 내 목소리는 높고,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크게 나왔다.

 

 대체 왜? 그 생각만이 맴 돌았으니까-

 

 

 

 "... 이사님한테 사모님이.. 사람을 또 붙이셔서 알아낸 사진인데다가.. 또... 이사님이 이걸 걸고 넘어져서

 

 작가님을 난처하게 만드실수도 있거든요.. 그러니.... 사모님 입장에선... 하임씨랑 같이 한번 얼굴만 비춰 주시면..

 

 작가님도 영 다른 사람 붙여논 것보다 신뢰감 있게...

 

 거짓말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좀 더 쉽지 않으시겠냐고

 

 그러는 김에 이사님한테 한방 먹이.... 아니.. 이사님을 막을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이사님은 언제 그걸 드러낼까

 

 그러고 계시는 참인거 같거든요... 그렇게 당하면 작가님께는 무한한 타격점을 제 손으로 찍는거나 다름없죠-

 

 그리고.... 그 사회가 정말 .. 협소하고 좁거든요- 사실 작가님이 나선다고 하셔도 작가님과 하민씨 이야기 모르는 사람

 

 없고, 나서줄 여성분도 없을겁니다.... 그럼 혼자 나서야 하시겠죠-"

 

 

 

 

 

 '두사람 말은 거절 못해..' 하던 작약의 목소리가 허밍처럼 울려온다- 마음이 같이 아려온다

 

 그렇다고 내가 그 일을...?

 

 내가?.... 그의 손을 잡고- 그런 거짓말을?

 

 

 거짓말일까?... 그는 거짓일지 모르지만 난 이미 나서는 순간 거짓이 아니다. 내 자신을 속일수도 없고

 

 그렇게 까지 가면 너무 멀리가는것만 같은데....

 

 

 내 심장을 저울질해도 될까? 저울의 값에 따라 나는 또 바보같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안된다고 자신을 다잡았었는데- 친구면 족하다고 그렇게 되뇌었는데... 나는

 

 그런 감정을 키우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나의 이성과 상관없이 감정 안에서 사랑은 담쟁이 덩굴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래서 자라고 있었다.. 애초에 작아서 신경쓰지 않았던게 아니었다. 뽑아낼 생각이 들지 않았기에

 

 잊은 척 한것 뿐이었다.

 

 

 

 나는 대답 못한채 그런 생각들만 할 뿐이었고

 

 강비서는 나의 눈을 바라보며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

 

 

 

 제이미는 들어와서 지혁에게 인사를 건낸 뒤 그가 글에 집중하는걸 보고서 방해하지 않기로 하곤

 

 냉장고에 사온 것들을 넣고- 샐러드부터 간단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삼인분이다. 그녀가 올지 안올지는 모른다. 만약 안온다면 한 만큼 그저 가져다 줄 참이었다.

 

 말하자면 사과의 제스춰인데... 제이미는 혼자서도 씩 웃는다. 올리브를 써는데 풍겨오는 올리브의

 

 살짝 기름진 냄새- 통조림처럼 담겨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언제나 약간의 기름을 머금고 있다.

 

 촉촉하고- 짭잘하고 향내로 가득하다.

 

 

 올리브를 보고 있자 그가 떠올랐다.

 

 우리는 늘 가장 싼 술에 올리브를 먹었다. 달이 떠오르는 그 낡은 아파트의 창가에서

 

 

 에릭.

 

 

 자신과 떨어진 에릭을 떠올린다. 나는 한국으로 떠나오기 3개월 전, 그에게 이별을 고했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아서 라기 보단, 그를 혼자만 가질수 없다는게 더 고통스러워서

 

 나는 도망쳤다. 내 소유욕에서- 혹은... 이대로 주저 앉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안도감에서-

 

 

 

 에릭, 그는 오히려 예상한거 같았다.

 

 

 그렇게 헤어졌어도 우리는 친구라고 말해 주었다. 나는 헤어지며 울었다. 그렇지만 그는 울지 않았다.

 

 나를 만나서 좋았다고 그렇게 말해 주었다. 우린 다른 길을 가기에 헤어진 것이기도 했지만- 그의 어깨의 향내를

 

 맡으면 마음까지도 안정 되었던, 바보같은 나는 그와 헤어지자 말하고는 울었다.

 

 

  멍청이같이 끅끅댔는데, 에릭은 날 보며 웃었다.

 

 돌아오면 우리는 친구가 되는거라고- 그답게 웃었다.

 

 

 에릭은 내가 처음 만난 애인이라고 부를 만한 사이였다. 나는 폭풍같은 상황이 정리되고.. 모두가 등을 돌리고서야..

 

 그제야, 집을 나와 떠돌듯 방랑하고 있었다.

 

 

 집을 나오자 나는 혼자였다.

 

 

 

 길 한가운데 까지 흘러 흘러.. 얼마만에 길에 도착했었을까?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에 히치하이킹을 했었다. 아무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나는 그저 황망했고

 

 더 이상은 갈곳도 없었고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외로웠다.

 

 

 또 두려웠다.

 

 

 

 기다렸다. 손을 뻗은 채로- 의외의 차 한대가 섰는데- 그것은 화물 트럭이었다. 까마득히 높은-

 

 안에 탄 남자는 락스타라고 해도 믿을만큼- 뭐랄까 퇴폐적으로 생긴 사내였다. 나는 내가 불러 세워놓고선 겁이 더럭났다.

 

 트럭이 설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누구도 설 꺼라고 생각지도 않았다.

 

 

 

 

 "꼬맹이 , 거기서 뭐해?"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지만 듣기 좋았다. 내가 타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망설이자 그는 살짝 퉁명스럽게 물었다.

 

 "어이- 탈꺼야 말꺼야? 태워 달라고 손 내밀고 있었던거 아닌가?"

 

 그 말에야 나는 그 트럭에 간신히 올라탔다. 어찌나 떨리던지-

 

 그는 처음 몇분은 어디를 가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후에야 툭 던지듯 물었다.

 

 

 

 

 

 "무슨 일이야, 집 나올 아이론 보이지 않는데-"

 

 

 

 

 

 단박에 알아채다니... 그리고 난 아이가 아니었지만 그의 말에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 대강의 사정을 설명했다. 나올수 밖에 없었던 이유

 

 방랑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이유같은 것- 그는 외모완 많이 달랐다. 사려깊게 내 이야길 들었고-

 

 

 부모님 돈을 당장은 쓰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그는 자신의 집에 잠시 신세를 지지 않겠냐고 물었다-

 

 

 나는 고맙게 받아들였다. 우린 그렇게 잠시 같이 살았다. 아주 건조하게- 아주 담백하게 사실, 그땐 그 사람이 나와 같다는 것도 몰랐다.

 

 그는 산뜻했다. 트럭 운전수가 직업인줄 알았는데 직업이 굉장히 여러개였다. 작곡가 이기도 작사가이기도-

 

 

 때론 며칠에 한번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과일을 팔기도 했다. 첫 인상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 그는 머쓱해 했다.

 

 

 "수염 탓인가..." 라며 다음날 수염을 싹 밀고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풋풋한 연애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가 될때 까지.. 그래 내가 에릭에게 의지했다는 게 맞겠다.

 

 

 에릭은 한사람하고만 연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에게는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는 사랑하는 감정은

 

 여러개일수 있다고 당당하게 날 설득했다. 나는 이해할수 없었다. 나의 모든 감정은 오롯히 그가 가지고 있었다.

 

 

 그 점만은 분명했다. 그 점에서 우린 끝없이 싸웠지만.. 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화를 내고 했던것이 맞겠다.

 

 내가 분개할 때 마다, 그는 웃었다. 그러니 싸움이 될리가없었다. 그는 유쾌했고 생각이 건강했고 성실했다. 말미에 웃는 버릇-

 

 

 그건 에릭에게서 온 것일지도 몰랐다.

 

 

 한국말을 배우고- 하는 내내도 그는 말 없이 날 지켜 봐 주었다. 어쩔수 없이 슬퍼지는 순간, 그 순간마다

 

 그는 내 뒤에 있어주었다. 그 사랑은 플라토닉에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어눌하게 한국말을 하게 되었을때- 그는 눈을 감고 내 목소리를 듣곤 - 한국어의 발음은 바람같이 새소리같이

 

 자연의 소리를 담은 것 처럼 들린다고 말했었다.

 

 

 그는 말을 참 예쁘게 하는 남자였다. 그런 점에 빠져들었다.

 

 에릭, 돌아가서 만나면 친구가 되자고 말해준 에릭은

 

 여전히 나의 힘이다. 내가 나일수 있게 하는 나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선이다

 

 그를 만나 나는 자랐다. 그것이 사람으로써든- 내 새로운 정체성의 이름 밑에서든-

 

 

 

 아까의 그 의사의 맹한듯 부드러운 얼굴을 떠올리고-.. 제이미는 새삼 자신이 어디까지 왔는지 깨닫는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뒤에 지혁이 있었다. 아마도 날 그저 지켜보고 있었던 듯 했다.

 

 

 

 

 

 "글 쓰고 있기에.. 그냥 요리 시작했어요- 혹시 시끄러웠나요?"

 

 

 

 

 내가 말을 걸자 그는 조용히 되 물어왔다.

 

 

 

 "왜 그릇이 세개지? 접시 매트도 수저도... 세개군-"

 

 목소리는 화가 났다기 보다 어리둥절한 듯 느껴졌다. 이제 내가 저지른 일을 이야기 해야 할 차례였다.

 

 

 

 

 "화... 낼 건가요?"

 

 

 

 그는 그 말에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특유의 미간을 찌푸린 표정으로-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뭐야-"

 

 

 

 나는 대답을 어물쩍 미루며 되 물었다

 

 

 

 "화 낼 거냐고요-"

 

 

 

 그는 그 말꼬리를 잡는 습관에 살짝 발끈한거 같았지만 곧 말을 가다듬곤 다시 대답했다.

 

 

 "들어 보고-"

 

 

 

 ....

 

 

 "...... 나가다가 하임씨 만났어요-..... 장 하임씨요- 대화 해보니 나쁜사람 같지 않더군요-

 

 당신과도 잘 아는거 같고.... 식사하러 오라고 했어요- 내가 요리 할 거라고-... 온다고 하진 않았지만

 

 3인분 준비한댔어요-..."

 

 

 

 

 지혁이 딱 멈춘듯 멍하니 사고가 정지된채 보여 제이미는 지레 겁이 나 말을 덧 붙인다.

 

 

 

 

 ".... 어떠한 다른 생각도 품지 않았으니 불쾌해 마요- 당신이 어떤 맘인지 아니까- 쓸데없는 소리 안할게요

 

 그저 식사나 같이 해 보잔 거에요-.."

 

 

 

 

 "....."

 

 

 

 

 지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화 났어요?..."

 

 

 

 

 

 "....."

 

 

 

 

 ".....그냥 가져다 주고 올까요?"

 

 제이미가 접시를 들듯 제스춰를 취하자 그제야 정신이 든듯 말을 덧붙인다.

 

 기가 찬다는 듯이...

 

 

 

 

 "너도 지금 얹혀있는 처지인데 , 손님을 초대하는게 말이 돼?"

 

 머쓱하여 눈길을 돌린다. 그만큼 궁금했는걸 어떻게 해-

 

 

 

 "안그래도... 하임씨도 당신이 반가워 할지 의문이라고...하더군요"

 

 

 

 "....."

 

 

 "그럼 가져다 준다니까요?"

 

 

 

 

 나는 살짝 웃었다. 어쩔수 없이 두려운 표정이 조금 실리고

 

 그런 나를 매섭게 바라본다. 그러다가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 쉰다.

 

 

 그러고서야 지혁은 혀를 쯧 하고 차더니 돌아서 가버린다.

 

 

 

 "어떻게 하라구요?"

 

 

 "됐어 상관없어 마음대로 해-"

 

 

 

 이래도 저래도 상관 없다는 듯한 태도- 그 태도에 약간의 김이 샜지만

 

 제이미는 그 뒷모습에 싱긋 웃음을 던졌다.

 

 

 

 

 마음속 한 구석에서 예전의 하민이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못된척은 혼자 다 하는데.... 알고보면 순한 사람이야- 꾀 부릴줄 몰라.." 라던 그 말-

 

 제이미는 그제야 돌아서서 다시 요리에 집중한다.

 

 

 

 어떤 저녁이 다가올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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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러시안 룰렛 2017 / 7 / 22 19 0 8199   
138 약점 2017 / 7 / 22 18 0 9232   
137 새벽, 아침, 그리고 두개의 방 2017 / 7 / 22 17 0 7309   
136 비치는 옷? 비치는 마음 2017 / 7 / 22 19 0 6047   
135 원래 , 멋진여자 2017 / 7 / 22 18 0 7036   
134 발 끝부터 번져오는 물처럼 2017 / 7 / 22 26 0 8440   
133 알게되는 사실 , 떠나고서야 확인되는 진실 2017 / 7 / 22 17 0 8843   
132 돌아 나갈 수 없는 감정 2017 / 7 / 22 20 0 8506   
131 부탁 , 그리고 부탁 2017 / 7 / 22 13 0 8761   
130 그제야 , 친구가 된다 2017 / 7 / 22 19 0 7686   
129 금이 간 유리 잔 2017 / 7 / 22 20 0 7472   
128 가면, 그리고 들키는 마음 2017 / 7 / 21 19 0 6499   
127 대답 , 혹은 다른 인연의 시작 2017 / 7 / 21 16 0 10061   
126 응달에 피는 꽃 2017 / 7 / 21 18 0 7628   
125 우연의 반복, 얄밉도록 청초한 2017 / 7 / 21 18 0 6869   
124 한 사람이 몰고 온 바람 2017 / 7 / 21 17 0 6844   
123 악몽의 끝 자락, 뜻 밖의 불청객 2017 / 7 / 21 17 0 5066   
122 그 사람이 잠든 오후 2017 / 7 / 21 18 0 6288   
121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2017 / 7 / 21 16 0 7751   
120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2017 / 7 / 21 19 0 6473   
119 고통은 때로는 그저 고통일뿐 2017 / 7 / 21 17 0 7118   
118 빠져나간 무언가 2017 / 7 / 20 22 0 7104   
117 회색과 노란색 2017 / 7 / 20 25 0 6157   
116 호랑이의 귀환 2017 / 7 / 20 18 0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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