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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작약과 함께 한 시간
작가 : 엘리엘리스
작품등록일 : 2017.6.27

한 여자의 이별로 인해서 우연과 악연이 겹쳐 만나겐 된 두 사람과 오래전의 인연이 만든 세 사람... 또는 네 사람의 이야기..

 
부탁 , 그리고 부탁
작성일 : 17-07-22 00:33     조회 : 12     추천 : 0     분량 : 8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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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강비서는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커피숍으로 들어섰다. 사모님이 오라고 하신 이 곳은 후미진 곳에 있었다.

 

 그것도 마치 일부러 숨기기라도 한듯 켜켜이 안 쪽, 잘 보이지도 않는 이상한 곳...

 

 

 

 돌고 돌고 또 돌았는데도 못찾아 좀 헤맸다. 굳이 왜 여기로 오라고 하신건지.... 그래 대충 예상은 하지만...

 

 

 그곳으로 들어가자 정면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짙은 안경을 눌러 쓰신 사모님이 보였다. 이런.. 내가 늦었군

 

 

 

 

 

 

 "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

 

 

 

 강비서는 고갤 푹 숙인다.

 

 

 

 

 사모님은 살짝 웃으며 괘념치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앉으라는 듯 앞의 의자를 살짝 가르치신다.

 

 강비서는 그제야 자리에 앉았다.

 

 

 

 

 "전화로는 못 물었네요.. 지혁이가 나오라고 했나요?

 

 대신, 나가달라고- 하던가요? "

 

 

 

 

 사모님의 목소리는 정말 작가님과 흡사하다. 부드럽고- 그러나 안에 담긴 의지나 생각이 잘 드러나는 목소리....

 

 약간 화날때나 슬픈 이야기를 하실때에 끝을 모르고 목소리가 서늘해 지는 것 까지도 말이다.

 

 

 

 강비서는 애매하게 둘러댄다.

 

 

 

 "네.. 작가님이 지금 작업이 좀 바쁘셔서요-.. 일 처리가 바쁘시다보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으신 거겠지요

 

 영 몸 상태도 별로이신데.. 작업은 강행하고 계셔서요.."

 

 

 대충 애둘러 상처에 대한 이야길 피한다- 피한다고 될일이 아닌것 정돈 나도 안다. 하지만 그 상처가 나기까지 있었던

 

 절절한 사실들은 괜히 사모님의 맘에 생채기만 낼 뿐일 것이다. 그걸 ... 그래 작가님도 나도 안다.

 

 

 

 "그래요- 연락 하면서도.. 선뜻 , 지혁이가 나올것 같다곤 생각치 않았어요-...."

 

 

 그 말미에 피식 웃고 만다.

 

 

 

 "예전엔 그 녀석, 툭하면 내 팔에 매달리곤 했어요- 늘 내게 가지고 싶은걸 말하고는 애교도 부리는 그런 아들이었어요

 

 참 이상하죠-.. 그런 아들이었던 시간이 내게는 훨씬 더 길건만..... 제 기억속 아들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 없고

 

 만나기 힘든 아들만 남았네요- 어떤 시간을 내서도 만날수 없는... 아니 만나주지 않는 ..

 

 만나도 서로 슬퍼지는... 그런 아들요..........."

 

 

 

 

 씁쓸한 말 끝의 애잔한 미소- 그 앞에 앉아있는 강비서는 어색하디 어색하게 따라 웃는다.

 

 

 "그럼 ... 무슨 일이신지.. 제가 대신 들어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대답치 않고 그녀는 잔을 들어-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바짝 긴장한 강비서에게 지혁의 어머니는 의외의 말을 꺼냈다.

 

 

 

 

 "우리 사에에.. 끼여서 강비서도 참 난처하죠?"

 

 

 솔직한 질문이었다. 물으실 꺼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 이기도 했고.

 

 

 

 

 "........ 아니... 아닙니다-"

 

 

 

 

 

 서투르게 대답을 했지만 사모님은 재밌다는 듯이.. 그저 씩 웃으며 한마디를 덧 붙이실 뿐이었다.

 

 

 

 "강비서도 참- 표정을 못 감추네요- 회장님 앞에 있을 때에는 좀 더 능숙하게 대처하는게 좋을 꺼에요- "

 

 

 강비서가 애매하게 미소지을때- 그제야 사모님은 준비 하신듯한 말을 꺼내셨다.

 

 

 

 "결국...... 창립 기념일 때문이에요-... 달리 뭐라고 하겠어요, 아마 이번엔 회장님도 그냥은 못 넘어가실 꺼에요-

 

 그도 그렇죠-.. 지견이가 일처리는 참 빈틈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회장님께는 늘 신뢰감을 못 주는 아들이거든요

 

 안타까운 일이죠.... "

 

 

 

 안타까운 일이라......

 

 마치 남의 일을 얘기하듯.. 사모님은 담담하기 그지 없는 태도로 말을 이어 나가셨다.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있는.. 자신이 더 안절부절 못한단 생각이 들 정도로

 

 

 

 

 "아마도... 이 일은 지혁이 한테 이야기 해야 할 거에요- 그 아이의 성격으로는 알지 못하면 이해하지도 못할거고-

 

 그럼 안 나온다 딱 버틸 테니까요.... 물론 좋은 이야긴 아니니까, 기분이 무척 상하겠지만요-"

 

 

 

 

 "..... 무슨?"

 

 

 

 

 불안한 말이었다.

 

 

 

 

 "... 말하기 쉬울줄 알았는데... 부끄럽기 그지 없는 일이라.. 입 밖에 내기가 쉽지 않네요-"

 

 

 

 사모님은 그 말 뒤에 다시 웃었다. 가끔 작가님이 그러하듯이- 딱해서 마음까지 아리는 그런 표정으로-

 

 

 

 나는 말 없이 얼음물이 담긴 잔을 살짝 밀어 드렸다. 사모님은 그 잔을 들어 입을 다시 축이시곤

 

 그제야.. 말을 이었다.

 

 "내가 지견이한테 사람을 붙여 놨어요- 물론, 그 아이가 지혁이 한테 사람을 붙인 것을 알고 나서였지만요- 그 녀석이

 

 대체 뭘 찾고자 지혁이를 주시하고 있는진 모르지만- 일단은 이걸 가지고 있게 되었더군요-"

 

 

 

 

 맙소사, 회장님으로 모자라 이사님까지?..... 그래서 사모님도?

 

 

 세사람 모두가 ?... 강비서의 기막힘과는 상관없이 , 지혁의 어머니는

 

 가방을 뒤적였다. 뭔가 찾으시는 것 처럼,

 

 

 곧이어- 우아한 동작으로 가방에서 꺼내신 것은 작가님과.... 하임씨가 찍힌 사진이었다-

 

 

 

 여자는 둘이었으나 하나는 분명 하임씨였고- 업히다 시피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사진까지.....

 

 

 사진을 한장 한장 넘길때 마다 심장이 천길 아래 낭떠러지에 있는 기분이다. 솔직히 하임씨의 마음은

 

 눈치 챘다. 그래, 눈치 채고 말았다.... 그러나 작가님까지도...... 물론 약간의 흔들림이야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님은 추억에 잡혀 사는 사람이고,

 

 두 사람에게 이런일이 일어나면.... 둘다 너무 슬퍼질텐데..........

 

 

 "내가 지금 뛸듯이 기뻐해야... 맞는거죠? 드디어 다른 여자가 생긴것.. 같은데..."

 

 

 

 사모님의 눈에 담긴 간절함이 죄책감으로 다가왔지만, 강비서는 일단 데미지 컨트롤 부터 하기로 했다.

 

 자신은 눈치 못챈거다. 괜한 기대감 따윌 실어드리지 말기로.. 그래서 자신은 눈치 챈 적 없기로 했다.

 

 

 내가 말할 내용이 아니야- 단지 그것이 하임씨만의 감정이던 , 쌍방의 감정이던 간에...

 

 내가 말할, 그런 내용은 아니야..

 

 

 나 조차도 확신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작가님과 같이.... 작업하시는 삽화가 분이세요- 옆집이고 하시다 보니 조금 친한.... 친구 정도신거 같은데요-

 

 일 없이 마주하시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모님... 물론 왜 기대하시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다른 분도 있으실지도 모르구요- 무엇보다 작가님이..."

 

 

 

 

 거기서 말을 잠시 멈추었다. 차마 떨어지질 않아서

 

 

 "아직, 그분을 다 잊으셨는지, 아니... 조금이라도 덜어 내신건지.... 저는..... 확신할수가 없습니다 사모님..."

 

 

 

 사모님은 잠시 말 없이 골똘히 생각하시는거 같았다.

 

 

 한참이나 뒤에 꺼낸 말은 , 쓸쓸했다. 고약한 사실을 감추려다 드러낸다는 듯한 투였다

 

 

 

 "지견이는 아마 이걸 가장 효과적일때 드러 낼 려고 시간을 고르고 있을 거에요-... 그렇게 키우지 않으려 애 썼는데...말이에요...

 

 도통 저 밖에 모르는 아이가 되었네요....... 아마도 하민이 집이랑 더 큰 계약 건이 걸렸을 때 , 그쪽에다 주어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그것이 아니면

 

 회장님께 지혁이를 강제로 밀어내서 아이가 도망가고 말게 쓰겠지요-...그 둘다 엉망이 될 꺼에요... 사실 하민이 부모님은 지혁일 거의 용서하신

 

 상태에요- 다른 가족들은... 아직도 지혁이 탓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그건... "

 

 

 자신도 모르게 뭐라 항변하려 하자 사모님은 그럴 것 없다는 듯 내 말을 조용히 막았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에요 내가 하고자 하는것은 어차피 지혁이는 그 파티에 나와야 할 테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 한명 붙일수도

 

 있겠지만.. 강비서도 알겠지만, 여긴 사회가 좁죠- 누구나 알게 되고 또 지혁이 파트너로 나서기도 꺼려 할 거에요- 하민이와의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혼자 나서면 ... 아직도 그 일에 매여 있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태란 소문이 돌겠죠- 그게 사실이라도 그래선 안되요

 

 

 회사에 손해기도 하지만... 회장님이 그런 일을 견뎌내지 못하실거에요 회장님은 지금 두 아들 다, 건재하단 걸 알리고 싶어 안달이신거

 

 같거든요.....무리해서 라도 지혁이 끌어내야지 하시는 건 다 그 이유실 꺼에요- 회사 내에서 지견이 평판이 썩 좋질 않거든요

 

 분명 일은 잘 하는데..... 뭐랄까...."

 

 

 

 

 사모님은 애처롭게 , 안타깝다는 듯이 웃었다.

 

 작가님과 똑같은 얼굴로- 너무나도 닮은 미소로......

 

 

 "공감 능력이 부족하죠...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이 부족해요- 자비심도 없고-...

 

 목적이 없인 친절을 베푸는 일도 잘 없죠-... 일을 잘하니 소문 날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미

 

 다 알더군요 적어도 우리 회사 사람이라면 말이에요-"

 

 

 "......"

 

 

 

 

 사실이었다. 얼굴 표정만 봐도 나오는걸 뭐 달리 모를수가 있어야지... 말하자면 얻어 낼게 있는 사람들한텐

 

 잘하는데... 손 밑의 사람이란 생각이 들면 더 할나위 없이 가혹한 타입이다.

 

 

 잔인하고, 가차없고- 또 인정사정 봐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지혁이가 나오려면.. 그리고 지견이 손에 쥔 총알을 뺏으려면.. 지혁이 파트너는 이분이어야 해요-"

 

 

 

 강비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사모님의 가느다란 손 가락이 가르치는 사람은.... 장하임 씨였다...

 

 

 또 말이 먼저, 튀어나갔다.

 

 

 

 

 

 "아니.. 사모님?... 왜 그러시는지... 그리고-...안됩니다 - 그 분이 이해 해 주실 것 같지.."

 

 

 

 

 

 사모님은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하실 뿐이다.

 

 

 

 

 "... 알아요 물론 난감하겠죠- 그러나 사는 사회 자체가 다르니, 괜찮을 거에요-"

 

 

 

 사는 사회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장하임씨를 가만히 둘까? 또.... 장 하임씨는 그걸 선뜻 받아 들일까?

 

 이건 순전한 이용이다- 그냥 이용.

 

 왠지 울컥한다. 이 사람들은 가족간에도 서로 대화 없이 사람에 사람을 붙이는 걸로 모자라서.....

 

 우리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작가님이 받아 들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세요?"

 

 

 

 강비서는 황급하게 , 말을 덧붙이며 자꾸만 만류했지만 사모님의 태도는 완강했다.

 

 

 

 

 "글쎄... 지혁이가 단 5%의 관심이라도 있어야... 거짓말이 조금 완벽해지지 않겠어요?

 

 제가 보기엔 ... 이 사람을 지혁이가 그래도 신경은 쓰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그 아이는 얼굴에 진심이 드러나요- 예전의 그 아이처럼 능청스럽게 빠져나갈 재치조차.... 하민이 옆에

 

 잠들었죠....

 

 그러니 이 사람이 나왔으면, 이 사람이 옆에 있어서 ... 두 사람이 정말 새 출발한 것처럼 보였으면...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저 보여지는 것 만이라도요...

 

 이분이 뭘 원하던지.. 댓가는 제가 치를 거에요- 그 지옥같을 시간동안 내 아이 옆에서 그저 장식품처럼

 

 서 있어 주기만 한다면요..."

 

 

 

 말도 안되는 소리로 느껴졌다. 진심?

 

 작가님이 그걸 강행하실 분 같으신가?.... 차라리 연길 택하실 것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아무래도 이사님 때문인것 같았다. 이사님 손에 쥔 총알을 없애기 위해 사모님은 장하임씨가 필요해 지신 것이다.

 

 

 

 

 

 "나도 잘 알아요- 물론 그 아이는 하민이를 놓을 아이가 아니에요- 놓고 새 삶을 살기 바라는것은 나의 욕심이라는 것 쯤은

 

 나도 알아요 너무나도 잘...... 그 아이들.. 내가 이어 준 아이들이었어요-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죠-

 

 둘은 서로를 위해 만들어 진 것 처럼... 그랬죠-.. 내 예상이 틀렸었기를... 그 사고 후에 난 수도 없이

 

 매일 매일 기도했어요... 그러나 사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죠...

 

 여전해요 지혁이는.. 그게 죄책감이라고 해도- 베이스에 사랑이 깔려 있는 한.. 그 아이는 하민이를 떠날 수 없을 꺼에요-

 

 큰 어떠한 변화가 없이는요-... 아마요..."

 

 

 

 사모님은 말 하는 내내 눈이 촉촉했다. 그것과 달리- 이사님에게 사람까지 붙이신 사모님에 대한

 

 경외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자라도 - 또 어머니라도... 이 분도 자라온 환경을 무시할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 형제들의 권력 다툼을 고스란히 지켜 보며 자라셨을 것이다. 그러니.. 대응 방법또한 남 다를 수 밖에....

 

 

 .....

 

 

 "강비서... 나는 이제 지혁이를 지키고- 지견이를 예전의 조금이라도 다정스런 아이로 돌려 놓을수 있다면야 못할 일이 없어요-

 

 지혁이 한테 그대로 전해요-......

 

 

 

  내가 하는 만큼은 막아 주겠다고- 그러려면 나를 따라와야 한다고.. 그렇게 길도 없는 곳에

 

 멍하니 서 있는 것만으로 모든걸 피할수 없다고.. 꼭 말해줘요.. 아니.. 설득해줘요...강비서......"

 

 

 

 사모님의 눈에 약간의 물방울이 맺히고.. 강비서는 눈을 돌린다. 차마 보고 있을 자신이 없어서

 

 이 사람의 모정은 다른 사람과는 다르지만.. 모정은 모정이다. 달라지지 않는 본질적인 것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님을 지키고자 하는 사랑, 아들들을 제 자리로 돌려 놓고자 하는 사랑..

 

 

 

 

 혼란스러웠다. 이야기 해야 할까.... 회장님이 하신 말씀을? ... 하민씨 어머님을 대신해서 자신이 과녁 앞에

 

 서고자 하는 작가님의 진실을? .. 말 해야 할까?

 

 

 

 

 마지막 기회라는.... 그 회장님의 중후한 목소리가 스치고.... 강비서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대체 뭐라고 해야 , 누구도 다치치 않을수 있을까... 대체 자신이 어떻게 중재를 해야......

 

 자신이 고민하고 있을 때, 사모님은 군더더기 없는 우아한 동작으로 눈물을 살짝 찍어냈다.

 

 

 

 그리고 작가님과 너무나도 닮은 그 얼굴로 단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 거절할수 없게끔 막았다.

 

 

 

 "부탁... 합니다 강비서-"

 

 

 

 

 사모님의 고개가 숙여졌고 강비서도 고개를 숙였다. 이미 강비서는 그 말을

 

 거절할수 없었다. 감히 , 어떤일을 한다해도.... 이미..... 거절할수 없었다.

 

 

 

 

 -

 

 

 

 하임은 방 안에 들어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아..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

 

 

 

 그림조차 싫은 날은.. 정말 오랫만이었다.

 

 

 책상앞에 앉을 의욕도 나지 않아- 아무곳이나 털썩 주저 앉는다. 앉아서 주머니에 가득찬 사탕 중 하날 집는다.

 

 

 입안에 번지는 건조하고.... 어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 허망한 설탕의 맛.

 

 

 

 

 

 그녀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얼굴을 한손으로 쓸어본다. 마른 눈물때문에 살짝 끈적거리는 얼굴,

 

 

 한심하다.

 

 

 하임은 속으로 되뇌인다. 한심해.. 정말

 

 

 한심하다고..

 

 

 

 

 나는 여전히 한치도 자라지 못했다. 여전히 그때 실연에 목놓아 울던 여고생마냥...

 

 자신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 대체 그 사람이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더 난처한것은... 그때는 좋아하는데 왜 이유가 필요하냐고 되 물었었는데 지금은 금방 대답할수가 있다는게

 

 

 더 절망적이다.

 

 

 

 

 당장... 단순한 몇가지라도 금방 댈수 있다.

 

 

 일단 그 사람의 기억이나 마음에 금이 간것, 그게 신경이 쓰이고- 고통일 뿐인데도 ... 그 조차도 아름답게 만든다는것-

 

 그 사람이 써내는 글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을 생각할수 있는 사고방식-

 

 깊이를 알수 없는, 예전엔 무섭다고만 생각했지만 그 사람을 알고보니 ... 어떤 슬픔을 담고 있어도 아름다운 그 눈....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 핏줄까지 비쳐 보일듯한- 아름다운 그 손,

 

 

 

 가느다란 목 선

 

 

 그리고 내 이름을 부를때의 다양한 목소리- 재밌다는 듯이 웃음기 묻은 목소리도

 

 

 오빠처럼 엄하게 날 부를 때의 목소리도 억양도..좋아져 버린 그 목소리...

 

 

 그리고 그 사람의 달콤한 향기- 길고 긴 속눈썹- 도드라진 쇄골 뼈 거기에 새겨진 지난 과거의 잔 상처들도....

 

 

 

 그 순간 그의 향기가 밀려오는 것만 같아- 하임은 왠지 맘이 콱 아린다.

 

 내가 그리워 하는.. 이제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그 향기까지도 하민씨의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났던 오후- 그 이후에도 그는 그 향기를 단 한번도 입지 않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 향기를 입고 있었다. 두겹, 세겹...

 

 

 마치 하민씨가 그를 뒤에서 안고 있는 것 처럼..

 

 

 

 나는 어느새 이 만큼이나 내 보호에서

 

 자기 보호에서 점벙점벙 멍청이 처럼 나와 있는데-

 

 알고 보면 그 사람은 ..... 하민씨의 품 안에서 나온적이 없는 것 같다.

 

 

 

 언제나 그 기억 속에서 , 그는 발 끝을 빠져 나온적이 없다. 몸은 내밀었을 지언정...

 

 발 끝은 언제나 돌아갈 것 처럼... 그 속에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자- 입안에 남았던 설탕의 마지막 조각까지도 허망하게 사라졌고-

 

 하임은 그저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전화 벨이 울린것은-

 

 

 

 

 "여보세요?"

 

 

 

 

 "...아 하임씨?...저 강비섭니다-"

 

 .....

 

 

 

 강비서님의 목소리는 자신 답지않게 힘없고 축 쳐져있었다. 하임은 의아해서 물었다.

 

 

 그리고 불안감이 스쳐왔다.

 

 

 

 "...무슨 일 있나요?..."

 

 

 

 

 ".... 아뇨- 따로 드릴 말씀이 좀 있어서요"

 

 

 

 

 "따로요? 계약 문제인가요?"

 

 

 

 

 전화기 저 편에서 망설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한참이나...

 

 

 계약 이야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물었다.

 

 

 

 

 "... 계약 문제?... 아니면 무슨 다른 ...일인가요?"

 

 

 

 강비서는 그 말엔 대답치 않고, 되려 나에게 다른 것을 물어왔다.

 

 

 

 "만나 주시겠어요-?... 이왕이면 건물 밖이었으면 좋겠네요-.. 부탁.. 좀 드릴게요-"

 

 

 하임은 왠지 더 궁금해졌다. 그러나 전화로 이야기 할것 같진 않아 순순히 물었다.

 

 

 

 

 "네.. 알겠어요 앞의 ** 까페 .. 거기서 뵐까요? "

 

 

 

 

 

 "네.. 한시간 쯤 걸릴것 같네요-.... 그럼.... 그리고... 하임씨"

 

 

 

 "네?"

 

 

 

 

 "작가님께는... 저 만난다고 말씀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당장은요-.. 말해야 한다면 제가 전해 드릴테니..

 

 나올때 만이라도-.. 그렇게 말씀 해 주신다면..."

 

 

 

 

 

 "........"

 

 

 

 하임이 침묵하자 강비서는 당황해서 덧붙인다.

 

 

 

 

 

 

 "아셔서.. 좋을게 없는 문제거든요-.... 부탁.. 부탁 드립니다"

 

 

 하임은.. 약간은 맘이 껄끄럽지만 일단은 들어 주기로 한다.

 

 비밀...?

 

 

 

 

 "네.. 일단은...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기고 하임은 영 께름칙하다.. 왜 나만? 그것도 작약은 몰라야 하고?

 

 

 

 

 하임은 부스스한 머리를 빗고 괜찮은 옷을 꺼내 입는다. 그래도 깔끔하게는 보여야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화장이라고 해 봤자 쨍한빛 립스틱을 바르는게 전부였다. 그래도 입술만은

 

 눈부시다. 화사한 빛깔- 이제 가을인데 입술만 혼자 봄이다 쨍한 봄.

 

 

 

 

 문을 나서려고 문을 열자- 의외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또 다시... 제이미 그였다- 그는 부드러운 얼굴 빛을 하고서 다시 하임에게 말을 걸어왔다.

 

 

 

 "또, 우연이네요-... 어디까지 가는지 몰라도, 같이 걸을까요-?"

 

 그는 격의 없이 손을 내밀었고 하임은 그 손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는 손을 내리면서도 씩 웃었고 하임은 긴장한듯 그를 지켜보았다.

 

 

 

 이미 해는 너머로 너머가고 있었다. 얕은 어둠을 데리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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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비치는 옷? 비치는 마음 2017 / 7 / 22 18 0 6047   
135 원래 , 멋진여자 2017 / 7 / 22 18 0 7036   
134 발 끝부터 번져오는 물처럼 2017 / 7 / 22 25 0 8440   
133 알게되는 사실 , 떠나고서야 확인되는 진실 2017 / 7 / 22 16 0 8843   
132 돌아 나갈 수 없는 감정 2017 / 7 / 22 20 0 8506   
131 부탁 , 그리고 부탁 2017 / 7 / 22 13 0 8761   
130 그제야 , 친구가 된다 2017 / 7 / 22 19 0 7686   
129 금이 간 유리 잔 2017 / 7 / 22 19 0 7472   
128 가면, 그리고 들키는 마음 2017 / 7 / 21 19 0 6499   
127 대답 , 혹은 다른 인연의 시작 2017 / 7 / 21 15 0 10061   
126 응달에 피는 꽃 2017 / 7 / 21 18 0 7628   
125 우연의 반복, 얄밉도록 청초한 2017 / 7 / 21 18 0 6869   
124 한 사람이 몰고 온 바람 2017 / 7 / 21 17 0 6844   
123 악몽의 끝 자락, 뜻 밖의 불청객 2017 / 7 / 21 17 0 5066   
122 그 사람이 잠든 오후 2017 / 7 / 21 18 0 6288   
121 사람의 이면 , 이면의 지독함 2017 / 7 / 21 16 0 7751   
120 그것이 어떠한 감정인지 2017 / 7 / 21 18 0 6473   
119 고통은 때로는 그저 고통일뿐 2017 / 7 / 21 17 0 7118   
118 빠져나간 무언가 2017 / 7 / 20 21 0 7104   
117 회색과 노란색 2017 / 7 / 20 25 0 6157   
116 호랑이의 귀환 2017 / 7 / 20 18 0 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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