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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중편] 물욕 때문에 파멸한 사람들 (하편)
작성일 : 22-02-28 03:32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1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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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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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이틀 후, 한국 경찰청의 수사 *과에는 놀랄만한 진실이 전

 해졌다.

 국립수사 연구소에서 검시관이 직접 찾아와, 일전에 한 경위가 채취

 한 담배꽁초에 대한 감식결과를 알려온 것이다.

 "뭐라고요? 그 담배꽁초에서 테트로드톡신이 검출되었다고요?"

 "네. 사실입니다. 극히 미량이긴 하지만, 상세히 독극물 추출검사

 를 해보니 틀림없었습니다. 정말 이 일본 소녀의 재량이 아니었다면

 무서운 완전범죄가 일어날 뻔했더군요..."

 국립수사 연구소의 檢屍官(검시관)은 한경위에게 조사 상황을 보고

 하면서, 마침 그 사실에 대한 전후 설명차 거기 불려온 원희를 칭찬했

 다. 어린 소녀가 어떻게 여기까지 생각이 닿을 수 있었는가 감탄하면

 서...

 "담배꽁초에서 테트로드톡신이 검출되었다니... 그렇다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한경위가 수사원으로부터 보고를 듣고는 이 사건의 앞뒤를 재지 못

 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하자, 그 상황을 상세히 시청

 각 설명이라도 해주겠다는 듯이 원희가 나서면서 전후 상황을 밝혀준

 다.

 "어떻게 된 건지 제가 해명해드리죠. 결국은 이렇게 됐다는 뜻이에

 요. 한경위님, 누군가 회장님을 시해하기 위해 회장님이 드시는 약에

 다 테트로도토키신을 발라뒀다는 뜻이죠."

 "테트로드톡신을?"

 한경위가 크게 놀라며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되묻는다. 원희가

 그렇다고 하면서, 옆에 있던 法醫學(법의학) 전문가인 검시관 선생에

 게 해명을 부탁한다.

 검시관은 그녀의 요구대로, 이런 설명을 해준다.

 "네. 이 소녀의 이론대로 테트로드톡신은 아주 강한 독으로서, 불과

 0.1밀리그램으로도 건강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의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인은 아마 이 치사량보다 훨씬 적은 극히 미량의 독을 피

 해자가 항상 마시던 약의 캡슐 껍질에 발라두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심부전을 일으키게 한 것 같습니다..."

 검시관의 소견에, 한경위는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

 이면서 밝힌다.

 "하긴... 테트로드톡신이란 독이 워낙 주입량이 미량이라 잘 추출되

 지도 않고, 더욱이 이 독은 심장에 부전을 일으키게 하는 독이니까...

 죽은 다음에는 여간 정밀검사를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지병인 심장부

 전으로 돌아가신 줄 알겠군..."

 "그렇습니다."

 "정말 교묘하군. 범인은 피해자인 회장이 요즘 들어서 그렇잖아도

 심장마비가 자주 일어나는 심부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심부전증으로 급사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복어독인 테트로드톡신을

 먹였다는 뜻이로군요. 테트로드톡신으로 죽은 중독사는 심부전증으로

 죽은 것과 증세가 똑같이 나오니까..."

 "네. 미량의 테트로드톡신은 심장의 근육계통에 마비를 일으키게 만

 드는 신경독이기 때문에, 한번 체내에 들어가면 죽음에 이르는 자각증

 세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 죽을 당시쯤에는 거의 대부분이

 혈액을 타고 몸 속 각곳에 분산되어서, 시체가 발견되었을 때쯤에는

 체내에서 완전 분해되어 버리므로 경험 많은 검시관들도 회장님의 죽

 음이 지병 때문인 것으로 오인했던 겁니다."

 

 (주 : 복어 독인 테트로드톡신은 마시면 체내에서 대부분 분해되어

 버립니다.)

 

 "허. 기막히군. 놀랄만한 지능범이야..."

 수사관들은 감탄했으나, 검시관은 반드시 그 범인이 뛰어난 지능범

 은 아니라는 듯이 해명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만약 복어독을 이용해 사람을 해치려고

 정말 머리를 잘 썼다면, 독을 약 캡슐에 살짝 발라놓지 말고 직접 캡

 슐을 열고 그 안에다 투여했다면 이번 사건의 증거는 전혀 남지 않았

 을 겁니다. 테트로드톡신은 몸 안에 들어가면 위 속의 효소성분에 의

 해 분해되어 증거가 남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거기까지는 미처 범인의 생각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약을

 마실 때 녹은 테트로드톡신 성분이 피해자의 입안에 미량 남았고, 그

 로 인해 그 다음에 피해자가 담배를 피울 때 입에 물고 있던 필터 부

 분에 약간의 독성분이 남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피해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하

 려고 꽁초를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통 깊숙이 파묻었기 때문에 범인

 이 담배에 남은 단서를 눈치채지 못한 듯 싶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피해자의 나쁜 버릇이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제

 공해주었다는 뜻이 되는군요."

 "결론을 밝히자면 그렇습니다."

 검시관의 설명을 들은 수사관들은, 이제 모든 상황을 깨닫겠다는 듯

 이 수긍하고는 새롭게 살인사건으로서의 수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그것도, 이번 단서를 배경으로 해서 용의자폭을 상당히 좁힐 수 있

 었다. 범인은 평소 회장님이 지병으로 심장부전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평상시에 회장님 방에 무시로 드나들 수 있는 신분의

 사람이라는 단서가 잡혔기 때문이다.

 

 조대그룹의 계열사인 조대 건설의 사장이자, 죽은 회장의 큰아들인

 김형균이 尊屬殺害(존속살해) 혐의로 체포된 것은 불과 그 일이 있은

 지 나흘이 지나서였다.

 그 일의 배후를 밝힌 것은 바로 이원희였다. 원희는 이미 밝혀진 두

 가지 단서를 조사하고는, 그 유일하게 살아있는 아들인 김형균 사장이

 수상하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수사결과를 꺼내 놓았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김형균 사장님 말고는 범인이 있을 수 없겠어

 요. 돌아가신 회장님께서 心腸附箋(심장부전)을 앓고 계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분들 중에서, 약을 넣어둔 회장님 옷까지 뒤질 수 있는

 처지의 사람은 그 분밖에 없는 걸요."

 "아무리 그렇다고 자기 아버질?"

 한 경위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원희를 돌아보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투로 되묻는다. 건전한 그의 상식이자, 한국 사회의 통념으로는 아들

 이 아버지를 계획적으로 살해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사실

 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수사 선진국인 일본에서부터 수많

 은 사건을 겪었던 이원희는 그러한 상식에 불과한 사회적인 편견을 깨

 지 않으면 정체불명의 사건은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그

 에게 이처럼 해명했다.

 "물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다는 이론을 믿기 어렵죠... 하지만 인

 정할 것은 인정해야 해요. 아무리 진상이라는 것이 상상하기 어렵고,

 인간으로서 의심하기 어려운 것이라 해도 불가능한 방법을 빼놓고서

 정답이 그것밖에 없으면 그게 진상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

 한경위는 원희의 너무나 지당한 至論(지론)에 할 말을 잃었는데...

 그런 한경위를 쳐다보면서, 이원희는 이번엔 또 다른 단서를 덧붙였

 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 밝혀진 것이 있는데, 그걸 들으

 시면 경위님도 수긍이 가실 거예요."

 "더구나라니? 그게 뭔데?"

 한경위는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물었는데, 다음 순간 원희의 입에서

 새어나온 증언은 더욱 믿기 어렵고 쇼킹한 결론이었다.

 "더구나... 또 그럴만한 범행동기가 따로 있는 것이... 김형균 사장

 이 돌아가신 회장님의 진짜 친아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

 만, 사실은 김형균 사장님이 돌아가신 김택주 회장님의 아들이 아니었

 다면요?"

 "뭐? 뭣? 그게 사실인가?"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크게 벗어나는 원희의 과감한 발상을 듣고는,

 자신들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 사건의 진상에 경악하고 말았다.

 원희는 그 상황을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미리 자신이 별도로 조사한

 결과를 알려주었다.

 그때, 마침 원희가 미리 불러놓았던 듯이 한 경위의 부하형사 한 사

 람이 나오면서 이처럼 밝혔다.

 "사실입니다. 경위님, 실은 이틀 전에 이번 사건 조사차 김형균 사

 장님을 만났을 때 이 소녀의 요구대로 살짝 머리털 하나를 뽑아서, 그

 머리카락을 일전의 김택주 회장님의 유전자를 보관하고 있던 국립 과

 학 수사 연구소에 보내 조사를 했지요... 그랬더니, 정말 이 아이가

 예상했던 대로 놀랄만한 결과가 나오더군요. 두 분의 유전자가 전혀

 일치하지 않았어요. 이것은 즉 두 분이 사실은 親父子之間(친부자지

 간)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 증언을 밝히자, 이원희가 다시 한경위를 돌아보면서 되물었다.

 "어때요? 이제 확실하죠? 한경위님, 김형균 사장이 돌아가신 회장님

 의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에요."

 원희의 질문에, 한경위는 전혀 예기치 못한 단서를 듣고서 크게 놀

 랄 수밖에...

 "그, 그럼 김택주 사장은 돌아가신 회장 사모님께서 바람을 피워 낳

 은 아들?"

 한경위가 어이없다는 듯이 원희를 바라보며 캐묻자, 그녀는 거기에

 대해 자신이 자세히 해명한 진상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들려주었다.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아무려면 회장 사모님이 바람을 피울 분

 은 아니시죠... 살아 계실 때도 단정한 품행으로 그렇게 칭송을 받으

 시던 분이 그런 짓을 했을 리는 없죠."

 "그렇다면 이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진정하세요. 조화가 아니에요. 진상을 하나씩 정리해보면 대강 이

 런 결과가 나와요.

 이건 제 생각이긴 한데... 아무래도 진상은 이런 것 같아요.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쯤 한국 전쟁 당시에, 김형균 씨의 아버지

 이신 돌아가신 김택주 씨는 돌아가셨던 겁니다. 그때 종군 기록과 부

 상당했다는 사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서요. 그러니까, 사실 여태

 껏 김택주 씨 역할을 해오셨던 회장님은 가짜였어요...

 말하자면, 그때 전쟁의 난장판 중에 사망한 김택주 씨 시체를 비슷

 한 체구를 가진 누군가 보고는 자신을 김택주 씨로 바꿔치기한 거죠.

 그때는 워낙 사회제도가 엉망진창인 시대였으니, 그런 일이 아주 없지

 만은 않았을 거예요..."

 "아!"

 원희의 설명은 들은 사람들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알겠다는

 듯이, 강한 어조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한경위가 설명을 거들 듯이 증

 언했다.

 "그렇군. 그러고 보니, 예전에 조사한 결과로도 김택주 회장님은 전

 쟁이 끝난 지 무려 6년이 지나서야 집에 돌아왔다고 했어. 집을 나간

 지 무려 7년이 넘는 세월... 그 시간이면 얼굴도 많이 바뀌었을 테니

 까, 스타일이나 체형이 비슷하면 영락없이 갓 결혼한 아내 정도는 속

 일 수가 있었겠지. 말하자면, 김택주 회장은 전사자의 호적을 훔친 거

 로군..."

 "이제 아시겠어요?"

 "좋아. 이제 이 단서면 충분해. 일단 사장을 구속은 불가능하겠지만

 입건은 가능하겠어. 그를 입건하여 상세히 조사하면 결국 범행을 밝혀

 낼 수 있겠지..."

 한경위는 그처럼 단정하고는, 즉시 법원에 연락하여 김형균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떼러 갔다. 이제 모든 진상이 밝혀진 것일까?

 

 그 날 저녁 늦게, 죽은 김택주 회장의 장남인 김형균은 경찰서에 끌

 려와 심문을 당한 끝에 자신이 회장 살해범이라는 사실을 자백하고 있

 었다. 무척 침울한 표정으로...

 그의 증언을 들어보니 이러하였다.

 '10년 전쯤... 저는 우연히 알아 버렸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제가 난생 처음으로 獻血(헌혈)을 하고는 집으로 우송되어 온

 헌혈카드를 받았는데, 저의 혈액형이 B형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당시 부모님의 혈액형을 알고 있었어요. 그때는 아직 어머님도

 살아 계셨고, 두 분도 노년기에 접어든 나이라서 나이 때문에 자주 건

 강검진을 시켜 드렸었거든요.

 그래서 보호자였던 제가 두 분의 혈액형도 열람할 수 있었는데, 그

 두 분은 뜻밖에 어머니는 O형, 아버지는 A형이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A형과 O형 사이에서 B형의 자식이 태어날 수

 있습니까? 절대 태어나기 불가능하죠. 무슨 희귀한 돌연변이라도 일어

 나지 않는 한... 저도 그런 정도의 상식은 알고 있었죠.

 저는 거기서 의구심이 샘솟아, 몰래 아버지의 손톱 깎은 것을 구해

 다가 제가 알고 지내던 대학병원의 원장에게 도움을 청했지요.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결과는 놀랄 만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어요.

 저는 그때,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가 전쟁이 끝난 후에도 5

 년 넘게 어디 계시다 돌아왔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그 생각을 떠

 올리니, 아버지가 바뀌었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

 실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일단 내가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란 사실을 두 분에게 밝

 히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서 동생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고서, 충격을 받아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간 돌아

 가실 지도 몰랐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도 그때 이미 불혹을 넘긴 나이였기 때문에 앞뒤를 재지 못

 하고 진상만을 밝히려고 할 정도로 세상물정에 어둡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아버지 앞에 그 사실을 밝히면서 추궁하면, 원래 저는 그 분의

 친아들도 아닌 만큼 아버님께서 저를 당장 사장 자리에서 내쫓을 염려

 도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나와는 달리 그 일이 밝혀지기 불과 2년 전에 죽은 제 동생

 은 정말 아버지의 친아들이 분명했죠. 내가 그 아이의 출생을 분명 내

 눈으로 확인했으니까... 저하고는 무려 9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었으니

 까요.

 그래서 아버지는 자기 진짜 아들인 동생의 아들, 자신의 유일한 혈

 육인 친손자 희락이에게 모든 재산과 이권을 다 물려주고 싶어했을 거

 라고 생각하니까 비록 재작년에 비행기사고로 죽었던 동생이 측은하긴

 했지만, 어쩌면 잘 된 일이라고도 생각했어요.

 더구나 그때 십 년 전에는 비록 죽은 동생에게 아들이 있긴 했어도

 그 애가 당시에는 이제 고작 열살 갓 넘긴 經營權(경영권)이 없는 어

 린이였고, 아버지인 회장님도 이제 어차피 얼마 못 사실 듯 골골하셔

 서 아버님이 돌아가시면 회사의 회장 자리는 저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판단해 그냥 두었었는데 그리도 오래 사실 줄이야...

 어머니는 진작 가셨는데, 아버진 위태위태해도 끝내 십 년 넘기게끔

 그렇게 오래 사실 줄은..."

 "그래서 아버님을 끝내..."

 김형균 사장의 증언을 듣고 있던 한영준 경위의 입술은 가볍게 떨리

 고 있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어요... 우리 집안의 모든 재산과 이권을 어

 느 씨인지도 모르는 개망나니 조카 희락이 놈에게 송두리째 뺏길 수는

 없었다구요... 이제 내후년이면 그 녀석도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그룹

 에 들어올텐데... 그렇게 되면 바로 이 사장직도 그 놈에게 내주어야

 할거요... 난 절대 우리 집안의 혈통을 전혀 피가 다른 놈에게 통째로

 넘겨줄 수는 없었소...

 아니, 사사로운 우리 집안의 血統(혈통)은 그렇다 쳐도 그 망나니

 놈에게 회사 사장직을 넘겨주었다간 장차 우리 회사의 장래는 암담해

 져서 많은 사람들이 불행해지게 될 거요. 그걸 생각해보면, 다른 선택

 의 길이 없었소. 더 늦기 전에 아버님을 보내버리는 수밖에..."

 김형준 사장이 무척 괴로운 어조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면서

 그 사이로 내뱉은 절규였다. 인간으로서 수준 미달인 조카 김희락에

 게 자기의 지위를 뺏길 수는 없었다는 듯이...

 "이런 바보 같으니!"

 그 순간 한영준은 김형균의 증언에 대해 화가 치밀었는지, 돌연스레

 오른손을 들어 그의 따귀를 거세게 올려붙였다.

 '웃!'

 한 경위에게 강하게 뺨을 얻어맞고 잠시 무표정하게 넋을 놓고 있던

 김형균에게, 영준이 품속에서 뭔가를 끄집어내면서 보여주었다.

 "이, 이건?"

 손에 들려져 있는 물건을 자세히 보니, 그것은 바로 녹음테이프였

 다.

 "자, 이 어리석은 양반, 모든 상황을 알고 싶으면 이것을 들어보시

 오. 회장님께서 생전에 여러분들조차 모르게 미리 작성해 두셨던 유언

 장이오. 혹시 이 사실을 미리 알려주면, 가족들끼리 이권 다툼 때문에

 칼부림이라도 날지 몰라서 몰래 육성 녹음 유언장으로 만들어서 자신

 의 전속 변호사에게 맡겨 두었던 것이오..."

 "뭐? 뭐요?"

 "직접 들어보시구려... 우리 경찰들은 조사상 오늘 아침에 이미 들

 었지만,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한번 들어보도록 하란 말이오..."

 "..."

 김택주의 양아들로 판명된 김형균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태도

 로, 손에 발발거리면서 중풍을 일으킨 듯이 떨면서 테이블 위에 있던

 카세트에다 녹음테이프를 넣었다.

 잠시 후, 카세트에서 전자음이 지직대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이

 내 김형균의 귀에도 익숙했던 돌아가신 김택주 옹, 즉 그의 양아버지

 의 음성이 가늘게 새어나왔다.

 

 모두들 잘 듣거라. 이제부터 내가 나이가 나이이고, 앓고 있던 지병

 도 있으니만큼 언제 변을 당할 지 몰라서 미리 유언을 통해 조대그룹

 실세의 향방과 우리 집안의 재산 분할을 정해 두기로 한다.

 우리 집안의 모든 재산은, 법률상 나 개인의 소유로 되어 있는 부동

 산과 예금은 교회와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사회 환원시키고, 그

 렇지 않고 집안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과 기업의 주식은 전액

 장남이자 나의 후계자였던 김형균에게 상속한다.

 그리고, 손자이자 먼저 간 둘째 아들의 아들인 김희락에게는 遺留分

 (유류분)으로 지금 살고 있는 강남 땅의 아파트와 벤츠 승용차, 5억원

 어치의 회사 주식, 거기에 생활비 보조로 매달 200만원씩을 조대그룹

 의 재단에서 지급하는 것만으로 유산상속을 마치려고 한다.

 만에 하나, 사람의 앞일을 알 수 없는 것이라서 노파심에서 말하는

 데, 만약 큰아들인 형균이가 이 유언장이 공개되기 전에 급사하거나

 다른 이유로 재산을 물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해도 재산이나

 이권은 이미 결정한 것 이외에는 절대 손자 희락이에게 추가로 가지

 않도록 한다.

 만약에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형균이가 상속할 재산이나 이권은 대

 신 형균이의 장남인 미원이에게 가도록 한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도 희락이가 상속할 재산은 더 불어나지 않는다.

 손자 희락아, 할애비가 비정하다고 오해하지 마라. 다 너 자신을 위

 해 이런 유언을 남긴다. 너는 너무 고생을 모르고 세상을 제멋대로만

 살아온 난봉꾼 같은 아이라서, 돈을 많이 상속하면 결국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물론 너 자신조차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이런 유언

 을 남기려고 한다.

 앞으로는, 너 스스로 노력해서 잘 살 길을 찾도록 해라. 할애비가

 물려준 재산으로도 기본밑천은 될 것이니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 열심

 히 벌어먹고 살길을 개척하도록 해라. 훗날, 그렇게 해서 네 힘으로

 부자가 되면 그땐 할아버지의 유언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장남인 형균아, 이 애비가 가게 되면 너에게 한국경제의 대

 들보인 조대그룹과 명문가인 우리 광산 김씨 집안의 운명을 맡기니,

 아무쪼록 이 애비가 평생 일궈 만든 터전을 잃지 말고 잘 살아가도록

 해라.

 

 "이, 이럴 수가..."

 김형균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는데... 그때 한

 영준 경위가 다시 한번 다른 설명을 덧붙여준다.

 "유언장은 앞면인 A면에만 있는 게 아니라, 뒤인 B면에도 있습니다.

 뒷면의 유언도 함께 들어보시죠... 이 유언은 여러 사람들에게 남기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직접 남기는 개인적인 유언입니다. 일종의 고

 백 테이프죠."

 "그, 그렇습니까?"

 형균은 그 증언을 듣고, 이번에는 테이프를 뒤집어 뒷면인 B면에 녹

 음된 내용을 들었는데... 자기 개인에게 남긴 유언이라? 대체 또 무슨

 사연이길래? 그는 다시금 카세트에서 새어나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이 유언은 큰아들인 형균에게 개인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잘 들어두어라. 사실 밝힐 것이 있는데 내 아들 형균아, 나는 사실

 은 내 친아버지가 아니란다.

 네 친아버지는 50년 전, 한국전쟁의 백마고지 전투 도중에 포탄을

 맞고 전사하였단다.

 나의 본시 이름은 박하원이라는 사람으로, 그때 인민군대 쪽에 붙어

 있던 공산군 하사관이었다.

 사실 입대한지 몇 달 안된 1952년 늦가을인 11월 전투 시에 네 아버

 지는 이미 죽어 있던 상태였다. 전장에서 죽은 네 아버지 시신을 보고

 서 나와 네 아버지와 체형과 얼굴이 비슷하다는 우연을 이용해, 네 아

 버지처럼 변장하여서는 얼굴이 많이 변했을 기한인 7년이 지난 뒤에

 고향에 돌아와 네 아버지 행세를 해 왔었다.

 처음에는 갈 곳도 없고, 또한 북한 땅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빨갱이

 검거를 피하기 위해 신원을 숨기려고 어쩔 수 없이 糊口之策(호구지

 책)으로 한 짓이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너와 네 어미와 같이 사는 동안 이제는 정말 네

 가 내 친아들이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였던 박하원을 청산하고서 나머지 인생을 진

 짜 너의 아버지인 김택주로 살아가기로 이미 오래 전에 다짐했었다.

 이제 내가 세상에 없을 이때쯤에야 모든 상황을 밝히는 것은, 그래

 도 네가 진실을 알길 바란다는 의도와 또한 오랜 세월 너를 속이고 있

 던 이 못난 아버지를 용서해주길 바라는 의도에서 이 육성녹음을 남기

 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天倫(천륜)은 천륜이다. 나는

 여태껏 단 한번도 너를 내 아들로 생각하지 않았던 날은 없었다. 그런

 즉, 나의 모든 이권과 재산은 너에게 상속하니 나의 뒤를 이어 나의

 分身(분신)이었던 조대그룹의 뒷날을 너에게 부탁하기로 하겠다.

 부디 먼 훗날, 저 세상에서 만났을 때 너에게 아버지라는 소리를 다

 시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겠다. 잘 있거라.

 

 거기까지 죽은 회장의 육성녹음은 이어졌다가 이내 끊어졌다.

 한 경위는 모든 진상을 밝힌 죽은 김 회장의 유언장 내용을 담은 테

 이프가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끄더니, 그를 향해 참으로 애석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제 아셨어요? 사장님, 돌아가신 회장님께서는 아무리 자신의 피

 를 나눈 유일한 혈육이라고는 해도 개망나니였던 친손자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이 없으셨던 겁니다."

 "이, 이럴 수가..."

 김형균의 얼굴은 삽시간에 흙빛이 되었다.

 "그, 그렇다면 난 도대체 뭘 노리고 사람을 죽인 거지? 그것도 날

 진정으로 생각해주고 있던 아버님을... 아, 아버지! 내가 끝내 재물에

 눈이 어두워 아버님을..."

 그는 그 자리에서 흡사 넋 나간 사람처럼 크게 한탄하면서 중얼거렸

 다. 그의 눈동자는 한순간 초점을 잃은 듯이 한군데 모여 있었다. 너

 무나 커다란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때, 한경위 옆에 서 있던 원희가 끼어 들면서 그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다.

 그녀는 안타깝다는 듯이, 김사장에게 독백을 하듯이 내뱉는다.

 "김사장님, 가만있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잘 해결되었을 것

 을... 당신은 지나친 상상력의 비하 때문에 애매한 회장님만 죽이고

 말았어요. 그리고, 사장님 자신도 살인죄로 남은 평생을 감옥에서 보

 내게 되었구요..."

 "우... 아, 아버님, 용서해 주십시오. 이 못난 아들은 그런 줄도 모

 르고..."

 그의 뺨에는 회한의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자, 사장님, 같이 가 주시겠습니까?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합니다."

 한 경위는 무척 착잡한 듯한 표정으로 변해, 품속에서 수갑을 꺼내

 어 자신의 죄를 크게 후회하고 있는 김사장의 양손에 채웠다.

 '철컥!'

 둔탁한 금속음이 울리면서, 김형균 사장은 경관들에게 입건되어 바

 깥으로 끌려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모든 희망을 다 잃은 사람 마냥, 고개를 축 늘어뜨린

 것이 보기에도 너무 측은해 보였다.

 "휴... 결국 김형균 사장님은 엄청난 지레 짐작 때문에, 스스로는

 물론 가문을 문닫게 하고 말았군요..."

 원희는 경찰서 밖으로 나와 한영준 경위와 나란히 걸으면서, 무척

 착잡하다는 듯이 한숨을 폭 몰아쉬면서 한탄조로 밝혔다.

 "그래... 저 김사장이라는 사람도 참으로 안타까워. 가만있었으면

 아무 탈도 없이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을... 괜한 욕심에

 대한 집착 때문에, 자신을 그토록 생각해준 양아버지마저 해치고 만

 꼴이니..."

 한 경위도 무척 속이 안 좋은 듯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도 이번

 사건의 비극에 대해 마음이 착잡하긴 매한가지인 모양이었다.

 

 자고로,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왔던 복도 다시 날아가 버린다고 했

 던가? 유서 깊은 명문 대가인 광산 김씨네 집안이자 거대재벌인 김택

 주씨의 아들은 양아버지의 깊은 뜻도 헤아리지 못한 채로, 결국 스스

 로의 무덤을 파고 만 것이다.

 인간의 판단력을 가장 강하게 마비시키는 것은 바로 지나친 욕심이

 라 했던가? 물욕에 대한 집착은 결국 모두를 파멸시켰다.

 재물과 권세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제 발로 찾아왔던 복도

 도로 도망가 버린다고 했던가? 그 교훈이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원희는 그 사건에 얽힌 복잡한 인간관계의 허실이, 이번 가장 뒷

 맛이 씁쓸한 살인사건의 동기였음을 알고서는 한영준 경위와 헤어졌

 다. 모든 인간만사의 삐딱선은 물욕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시작된다

 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녀는 무척 뒷맛이 씁쓰레한 기분을 곱씹으면서 경찰서를 나섰다.

 

 마침 때를 맞춰 해는 서산으로 잦아들고, 사방은 어두워지기 시작하

 였다.

 어둠의 帳幕(장막)에 잠긴 그녀의 주변에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

 서울시내의 휘황찬란한 붉은 색 네온사인이, 무척 착잡한 기분을 느끼

 면서 걸어가고 있는 그녀의 등뒤로 시뻘건 실루엣을 드리워주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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