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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오효인
작성일 : 22-02-22 11:21     조회 : 65     추천 : 0     분량 : 8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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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효인은 오른손을 뻗어 [카쟝 Inside]를 스크랩한 앨범을 들었다. 그의 손은 앨범을 책장에 돌려놓고 바로 우측에 있던 다른 앨범을 꺼내들었다. 효인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앨범을 열었다.

 

 스윽-

 

 앨범은 신문 기사들로 채워져 있었다. 도합 30개의 크고 작은 기사가 묶여있었다. 모든 기사의 주제는 하나, 바로 '학목 바이러스'였다.

 

 "이덤이 보내준 자료와 너무 흡사해."

 

 현재 학목 바이러스는 정확히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기전을 통해 병이 이환될 수 있는 지가 전부 불명이었다.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하지만 이덤이 준 자료에는 그런 의문점들의 해답이 더없이 잘 설명되어있었다.

 

 "이건 바이러스를 만들고 퍼뜨린 장본인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야."

 

 효인은 그 동안 기사화되었던 학목 바이러스 소식들과 이덤의 [DTS virus]자료를 비교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두 바이러스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DTS virus] 자료의 맨 앞 장에 적힌 이름이었다.

 

 [총책임자: M. K. Baek]

 

 맨 앞 장을 펴서 그 이름을 볼 때마다 머리칼이 삐쭉삐쭉 섰다.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다면 당연히 이덤을 의심했겠지만, 첫 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있는 백민관의 이름은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 자료가 정확하다면, 1년 내로 학목강 일대의 시민들은 바이러스로 몰살 당하게 될 거야."

 

 물론 강상일보에도 이와 관련된 기사를 실었다. 딱 일주일 전, [학목 바이러스에 관한 소문들]이라는, 이덤의 자료를 요약한 기사를 냈다.

 

 "그때 모든 내용을 다 써야 했나?"

 

 기사를 내긴 했으나 자료 전체를 그대로 베낄 순 없었다. 첫째로, 이 자료가 정말로 백민관이 만든 것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둘째로, 이덤이 백민관의 자료를 얻게 된 경로도 묘연했다. 그런 이유로 이덤의 자료를 추측성 기사로 적당히 편집하여 냈다. 내용은 백민관이라는 인물 대신에 가상의 인물을 넣어 그가 꾸미는 계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게 큰 실수였다.

 

 마루시 가판대에 그 기사를 올린 일은 끓는 기름에 물을 뿌린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기름의 반응속도는 가히 놀라웠다. 기사가 발행된 직후부터 강상일보가 다른 언론사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기자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쓰는 이들.]

 [어이없는 추측 기사, 누구를 향한 화살인가.]

 [신문사인가 동네 술집인가.]

 

 효인이 설정한 가상 인물은 돈 많고 생화학적 지식이 많은 사람이었다. 바이러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 인물에서 쉽게 백민관을 떠올렸다. 그런 연유로 강상일보는 마루 시민들에게 맹렬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편집장인 효인의 이름으로 익명의 편지 수 백 통이 도착할 정도였다.

 

 [당신 줄 잘못 섰어.]

 [한낱 글쟁이 주제에 누굴 상대하는 거야.]

 

 오히려 명장제약에서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대응하는 순간 그 가상 인물이 백민관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테니 침묵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사로 인한 여파로 강상일보는 큰 타격을 받았고, 적지 않은 사원들이 회사에 등을 졌다. 하지만 효인은 해당 기사와 관련한 해명이나 사과는 일절 하지 않았다.

 

 "만약 이 자료가 진짜라면, 백민관의 음모가 사실이라면, 죄 없는 달구 시민들만 극심한 피해를 받는 거야."

 

 강상일보가 무릎을 굽힌다면 백민관을 견제할 언론사가 더 이상 없는 셈이었다. 그러나 밖에서는 총알이 날아오고 안에서는 고름이 차오르는 상황이 강상일보의 현실이었다.

 

 "이번 기사로 신문사가 손해를 많이 본 것도 사실이야. 이대로라면 우리 신문사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야."

 

 효인은 아래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선 작은 통 하나가 나왔다. 효인은 통의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손바닥에 털었다.

 

 톡. 톡.

 꿀꺽

 

 효인은 두통약을 삼켰다.

 

 

 ***

 

 

 "또 호출이라니."

 

 최근 들어 잦아진 소환에 일호는 슬슬 걱정이 들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로 부르시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는 동안에도 일호의 머릿속은 오만 가지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30층에 도착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장실의 입구가 보였다. 보통은 한 달에 한 번 불릴까 말까인데, 이번 주는 벌써 두 번째 입장이었다.

 

 똑. 똑. 똑.

 

 "사장님, 저 강일호 과장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강 과장인가? 들어와."

 

 일호는 사장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내부가 보였다. 백민관은 책상에 앉아있었고, 그 옆에는 언제나 그렇듯 장 비서가 자리를 지켰다. 일호가 발을 들이자 민관은 손에 든 신문을 내려놓았다. 신문의 윗면이 일호의 시각에 잡혔다.

 

 '강상일보?'

 

 신문 위편에 올라온 기사는 [카쟝 Inside]였다. 의외였다.

 

 '카쟝 때문에 보시는 건가?'

 

 민관의 왼편으로는 사람 키만한 이동식 걸대가 서있었다. 걸대 꼭대기에는 새빨간 혈액팩이 걸려있었다. 건강상의 이유로 백 사장이 사용한다는 수혈팩이었다.

 

 “카쟝 이 녀석, 정말 교묘해.”

 

 백 사장의 앞에는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연구실의 실험노트처럼 빽빽한 기록이 담겨있었다. 일호는 무슨 내용인가 싶었지만 민관은 이를 눈치 챘는지 곧바로 노트를 덮었다.

 

 “강 과장. 잘 왔어.”

 “네. 사장님. 저를 찾으셨다고요?”

 “얘기는 들었네. 어제 산업스파이가 침입했었다지?”

 

 그제야 일호는 백 사장이 본인을 부른 까닭을 알게 되었다. 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슨 목적이었는진 정확히 모르겠지만 6층까지 출입했더라고요.”

 “6층? 다른 층은 안 갔고?”

 “네. CCTV로 6층에만 발을 들였던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6층이면 실험실도 있지만 약품 보관실이 있는 층이기도 한데...."

 “네. 아무래도 약품 보관실을 노린 것 같습니다.”

 "약품 보관실을 노렸다?"

 

 백민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산업 스파이라면 당연히 실험 중인 신약에 관심이 있어야 했다. 6층 약품 보관실에는 대부분 개발이 완료되어 세상에 출시된 약품들만 있었다. 대다수가 동네 약국만 가도 구할 수 있는 약이었다. 따라서 스파이가 흥미 있을만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 과장은 그 산업 스파이를 만나봤다고?”

 “네. 아주 대담하더라고요. 자신의 연락처를 먼저 주더라고요.”

 

 지금은 없는 번호로 떴다.

 

 “담력이 대단하네. 그러면 약품 보관실에 갔던 이유는 알아냈나?"

 "아뇨. 대화까지 나눠봤는데 그 스파이가 워낙 영악해서요. 그 쪽으로는 전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만났을 정도면 붙잡을 기회가 있지 않았나?"

 "기회는 있었는데, 그 녀석이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도망쳐버려서요."

 "미꾸라지처럼 도망을 쳤다...."

 

 민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3초 뒤, 민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아니, 일호의 눈으로 보였을 정도니 요동을 쳤다는 게 더 적절했다.

 

 “강 과장, 그 산업 스파이를 직접 만나봤다고?”

 “네.”

 “혹시 생김새가 어땠나?”

 “생김새요?”

 “그래, 생김새.”

 

 민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팔뚝에 연결된 혈액팩이 좌우로 흔들렸다.

 

 "어제 만났다면 기억날 거 아닌가?"

 

 일호는 급격히 예리해진 민관의 눈빛이 당혹스러웠다. 그는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다.

 

 “글쎄요. 그게, 그 사람이 변장을 하고 있어서요.”

 “변장? 어떤 변장 말인가?”

 

 연사되는 질문에 일호는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다.

 

 '나로 변장했다고 말해야 하나? 아냐, 굳이 그런 말까진 꺼내지 말자. 내가 변장의 소재였다는 사실을 아시면 괜한 의심을 살 지도 몰라.'

 

 민관은 그 머뭇거림조차도 기다리기 힘들었다.

 

 “뭘 고민하는 건가? 변장을 어떻게 했는지만 알려주면 되지 않나?”

 “안경을 꼈고... 수염을 길렀고... 그냥 너무나 평범하게 변장을 했습니다.”

 “그게 다 인가? 다른 특별한 점은 없었고?”

 “네.”

 

 그 순간 백민관의 낯빛이 싸늘해졌다.

 

 "뭔가 숨기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없습니다."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었고?"

 "네."

 

 민관은 턱수염을 긁적였다.

 

 "흐음. 알겠네. 이제 나가보도록 하게. 뭔가 떠오르면 언제든 말해주고."

 "예. 알겠습니다."

 

 일호는 허리 숙여 인사한 후 사장실을 나왔다. 문을 닫고 나온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후우. 사장님은 왜 이리 흥분하신 거야."

 

 일호는 [1층]버튼을 눌렀다.

 

 "귀찮은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

 

 1층을 가는 것도 산업 스파이 때문이었다. 그가 사원증을 훔쳐간 탓에 사원증을 재발급 받아야 했다.

 

 "안 그래도 연구 막판이라 매 순간이 중요한데 자꾸 빠지게 되네."

 

 일호가 탄 엘리베이터는 업무과가 있는 1층으로 하강했다.

 

 "근데 그 녀석은 끝에 왜 인사를 했을까?"

 

 스파이의 마지막 모습은 일호를 향해 손을 흔들던 모습이었다.

 

 "전문 스파이들은 원래 그렇게 여유 있나? 아니면 단순히 약 올리려고 그랬나?"

 

 어떤 목적이든 간에 일호는 그가 괘씸했다.

 

 "쯧."

 

 일호는 혀를 찼다.

 

 "아무튼 그 도둑놈 때문에 생고생이네."

 

 신분증부터 현금까지 깡그리 없어진 탓에 이만저만 불편이 아니었다.

 

 "얼른 재발급 신청만 해 놓고 연구실로 가야지."

 

 이제 일호의 연구도 완료가 됐다고 볼 수 있었다. 일호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참여했으니 근 7년에 걸친 연구였다. 시제품은 진작에 나온 상태였고 조만간 제조 공장에 맡겨질 예정이었다.

 

 "몇 주 뒤면 1000H-β를 회사 밖에서도 볼 수 있어."

 

 일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렇게 그는 승강기와 함께 1층에 다다랐다.

 

 그 순간이었다.

 

 으아앙-

 

 "어?"

 

 일호는 메두사를 마주친 것 마냥 온몸이 굳었다. 그의 모든 신경이 고막에 모였다.

 

 으아앙-

 

 일호는 발톱 끝에서부터 소름이 쫙 올라왔다.

 

 "저번에 들었던 울음소리잖아?"

 

 이틀 전에는 피곤해서 착각했나 싶었지만 지금은 온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다.

 

 "잠도 충분히 잤는데?"

 

 [1층입니다.]

 

 문이 열렸지만 일호는 승강기 중앙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다행인지 승강기를 기다리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문이 닫힙니다.]

 

 "어디서 나는 소리지?"

 

 일호는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그저 눈동자만 굴려 주위를 관찰했다. 그때 그의 시선에 포착된 것이 있었다.

 

 "저건 환기구인가?"

 

 천장 구석에 환기구로 보이는 문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환기구가 아니라 비상 탈출구였다. 정전 등의 사고로 승강기가 작동을 중지했을 때 탈출할 수 있도록 만든 출구였다.

 

 "저기서 들리는 것 같은데?"

 

 일호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탈출구로 손을 뻗었다. 손이 닿지 않자, 승강기 측면에 설치된 손잡이를 발로 딛고 올라섰다.

 

 "이 나사만 돌리면 열리겠어."

 

 끼긱 끼긱

 탁.

 

 천장의 잠금장치를 풀고 나니 출구는 힘없이 열렸다.

 

 으아아앙-

 

 역시나 열린 구멍으로부터 울음소리가 쏟아졌다. 일호는 천장 위로 몸을 꺼냈다.

 

 으아앙-

 

 분명했다. 선명하디 선명한 비명이었다. 일호는 승강기 밖으로 완전히 올라섰다.

 

 '어디서 들리는 거지?'

 

 일호는 귀를 세우고 두리번거렸다. 그때였다.

 

 우웅-

 

 승강기가 느닷없이 움직였다. 방향은 위쪽이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야 해!’

 

 하지만 외부에서 느껴지는 승강기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승강기는 순식간에 가속이 붙었고, 주위의 기계들은 거친 쇳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승강기 위의 일호에겐 한 발짝 움직이는 행동도 위험천만한 짓이었다. 내부로 들어가긴 늦었다고 판단한 그는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목적지를 알 수 없으니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는 목적지를 향해 쉬지 않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30초가 30개월로 느껴질 만큼 버거웠다.

 

 ‘도착하면 얼른 내려야겠어.’

 

 띵-

 

 [30층입니다.]

 

 일호는 내려가려던 동작을 중지했다.

 

 ‘30층? 사장실이 있는 층이잖아?’

 

 백 사장이라면 일호가 여태껏 승강기에 있는 모습을 이상하게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산업 스파이 때문에 예민하실 텐데, 하필이면 이때.'

 

 30층에서 만난다면 꺼낼 핑계도 딱히 없었다. 일호는 내릴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조용히 탈출구를 닫았다. 그의 눈은 탈출구 틈을 통해 승강기 내부를 관찰했다.

 

 [문이 열립니다.]

 

 일호의 예상과 달리 승강기에 탑승한 사람은 백 사장이 아니었다.

 

 ‘장 비서님?’

 

 탑승자는 장 비서 혼자였다. 그는 승강기에 타기 전부터 인상을 팍 쓰고 있었다.

 

 '혼이라도 났나?'

 

 승강기의 문이 닫히자마자 장 비서는 손을 들었다. 버튼을 누르려는 몸짓이었다.

 

 꾹

 

 장 비서의 널찍한 어깨에 가려져 그가 몇 층을 눌렀는지 보이지 않았다.

 

 '1층으로 가려나?'

 

 그러나 승강기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버튼을 눌렀는데?'

 

 일호는 장 비서의 측면을 볼 수 있도록 목을 쭉 뻗었다. 그런 일호의 시야에 들어온 건 아직까지 손가락을 든 장 비서의 모습이었다.

 

 '누르지 않았나? 내가 잘못 본 건가?'

 

 그제야 장 비서는 [3층]버튼을 눌렀다.

 

 '3층? 3층이면 우리 연구실이잖아? 연구실을 왜 가시려는 거지?'

 

 그때였다.

 

 쿵-

 

 엘리베이터는 급속도로 하강했다. 올라갈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일호는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바닥의 요철을 꽈악 잡았다. 갑작스런 무중력에 하마터면 소리까지 지를 뻔했다.

 

 '엘리베이터가 너무 빨라!'

 

 승강기는 막힘없이 쭉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갔는데도 속력은 줄지 않았다. '이거 그냥 추락하는 거 아니야?'라고 우려하는 순간부터 중력이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했다.

 

 '느려진다.'

 

 잠시 후 승강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와 동시에 일호의 고막이 심하게 진동했다.

 

 으아아앙-

 

 '또 들린다.'

 

 울음소리. 아까보다 더욱 생생한 울음이었다. 3층 일호의 연구실이라면 전혀 들릴 리가 없는 소리였다.

 

 [문이 열립니다.]

 

 평소와 달리 전자음은 현재 층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승강기 문만 열릴 뿐이었다. 문의 개방과 함께 울음소리는 한 층 더 증폭되었다.

 

 으아아앙-

 

 '소문이 아니었어!'

 

 생생한 비명이 귀를 때렸다. 본능적으로 일호는 그곳이 비명소리의 근원지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천장 틈으로 장 비서를 관찰했다. 그러나 그는 승강기 밖으로 나간 뒤였다.

 

 '여기가 몇 층이야?'

 

 일호는 탈출구를 열었다. 열린 승강기 문틈으로 밖을 관찰하려 했지만 그것도 어려웠다. 장 비서가 내린 곳은 승강기 내부 조명과는 대조되는 어둠이 흐르고 있었다.

 

 '여긴 뭐 하는 곳이지?'

 

 장 비서가 시야에서 벗어난 지 3분도 채 안되어 울음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비명이 사라지자 다른 소리가 또렷해졌다.

 

 또각. 또각.

 

 장 비서의 구두소리였다. 일호는 탈출구를 조심스레 닫았다.

 

 '점점 가까워진다.'

 

 장 비서는 승강기로 돌아왔고 다시 [30층]버튼을 눌렀다.

 

 쿠웅-

 

 '다시 올라간다.'

 

 일호는 아까의 경험을 떠올리며 개구리처럼 자세를 취했다. 승강기는 작동을 시작했고, 그는 모든 집중력을 동원하여 지나간 층수를 계산했다. 방식은 간단했다. 층마다 보이는 승강기 문을 지나칠 때마다 숫자를 셌다.

 

 '1... 2... 3... 4... 5....'

 

 이번에도 승강기는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 총알처럼 힘차게 치솟았다.

 

 [30층입니다.]

 

 30층에 도달한 일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32?'

 

 일호가 계산한 층수는 32층이었다.

 

 '여기가 30층이니까... 아까 거기가... 지하 3층?'

 

 지하 3층에서 출발해야 나올 수 있는 층수였다.

 

 '우리 회사는 지하 2층까지 밖에 없잖아? 잘못 센 건가?'

 

 너무 짧은 순간이라 셈을 잘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문이 열립니다.]

 

 장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승강기 문이 닫혔다. 일호는 닫힌 문을 확인하고 민첩하게 천장에서 내려왔다.

 

 '확실히 3층은 아니었어. 하지만 분명히 3층을 눌렀단 말이지?"

 

 일호는 장 비서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궁리했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그냥 3층 버튼인가?'

 

 일호는 긴가민가 [3층]버튼을 눌렀다.

 

 '오, 내려간다!'

 

 그렇게 일호는 3층 본인의 연구실 앞에 도착했다.

 

 [문이 열립니다.]

 

 "강 과장님 오셨어요?"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연구원들이 일호를 맞이했다. 일호는 얼떨떨한 얼굴로 인사를 받았다.

 

 "어, 어."

 

 일호는 또 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장 비서는 도대체 어딜 갔던 거지?'

 

 그가 다니던 회사에 그가 모르는 비밀의 장소가 있었다.

 

 ***

 

 

 "나 왔어요."

 

 현관문이 열리고 카쟝의 지친 얼굴이 나타났다. 1시간 만에 드러낸 얼굴이었다. 들어오는 발걸음엔 힘이라고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리브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카쟝을 맞이했다.

 

 “어디 갔다 왔어? 안 그래도 요새 밖이 얼마나 위험한데.”

 

 리브는 아이를 타이르는 엄마마냥 카쟝을 쏘아붙였다. 하지만 그도 그럴 법했다. 원래부터 무법도시인 달구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학목 바이러스와 흑사단으로 인해 더욱 더 위험한 지역이 되어있었다. 마루시였다면 도시 전체에 주의보를 내리고 비상대책을 세울 만큼 위험한 사태였다. 언제 어떻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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