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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카쟝과 리브
작성일 : 22-02-18 22:31     조회 : 76     추천 : 0     분량 : 7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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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신문사에 따로 연락 안 해도 그냥 선불로 주려는가 봐."

 

 카쟝의 글은 범행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좋았다. 특히나 카쟝이 범행을 일으키게 된 '까닭'도 어느 정도 추측 가능하게 써놓았기에 사건과 관련된 고위 인사들은 매번 식은땀을 흘렸다.

 

 [카쟝 Inside]는 내용 자체도 흥미로운데다가, 그의 필력은 구독자들에게 '간접 범행 체험'을 시켜줄 정도로 훌륭했다. 당연하게도 그의 ‘범행일기’는 강상일보 구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너였다. 덧붙이자면, 강상일보가 주간 신문에서 일간 신문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도 카쟝의 공이 컸다.

 

 “선입금해주는 것도 카쟝 네가 강상일보 제2의 창립자나 마찬가지니까 그렇지. 쓰러져가는 신문사를 제일가는 신문사로 만들어 줬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 마땅하잖냐.”

 

 경찰도 바보가 아니기에 '이덤'과 거래하는 강상일보 신문사를 몇 번이나 들쑤셨다. 이유는 당연했다. 경찰들은 신문사를 통해 카쟝의 정보를 캐내고 싶어했다.

 

 "제2의 창립자는 무슨... 우리랑 거래해주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요. 아시겠습니까."

 

 신문사는 겉으론 경찰에게 정보를 넘겨주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있으나마나한 정보를 공유할 뿐이었다. '이덤의 거래처'는 언제나 경찰에게 비협조적이었다. 신문사 입장에선 자신들의 돈줄인 '이덤'이 잡히는 것을 원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그들도 이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타닥... 타닥... 탁!

 

 카쟝은 몇 문장 더 쓰는가 싶더니 이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어휴우~."

 

 그는 몸이 찢어져라 기지개를 폈다.

 

 “오케이. 이제 다 썼다.”

 

 카쟝은 문서를 저장한 USB를 손에 들었다.

 

 "돈이 들어왔으니 바로 전해줘야겠네요."

 "어? 혹시 손에 든 USB 눈에 좀 익다? 내 '해킹 USB' 아니지?"

 

 리브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해킹 USB'는 최근 리브가 개발한 USB였다. 컴퓨터에 암호가 걸려있어도 USB를 꽂기만 하면 USB 내부 프로그램으로 암호가 풀리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암호가 해제되면 자동으로 컴퓨터의 모든 정보가 그 USB에 복사됐다. 리브가 굉장한 자부심을 갖는 발명품이었다.

 

 "걱정 마요. 이건 그냥 싸구려 USB에요. 리브가 애써 만든 발명품을 내가 왜 다른 사람에게 줍니까."

 "그래. USB 하나 만드는 것도 다 정성이 들어가고 하는 거야. 함부로 남 주고 그러면 안 돼."

 "안 준다니까요."

 

 그는 의자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등받이에 걸려있던 코트를 걸쳤다. 리브가 입는다면 꽉 끼는 쫄티였겠지만, 남들보다 호리호리한 카쟝에겐 겨울바람을 막아주는 최고의 방어막이었다.

 

 “이 파일만 신문사로 보내고 올게요. 이것만 마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갑시다. 오늘 저녁은 내가 쏩니다.”

 

 꽈륵-

 

 마침 리브의 배에서 오리 우는 소리가 울렸다. 리브는 배를 잡고 카쟝에게 물었다.

 

 "언제 돌아올 거냐?"

 "......."

 "벌써 나갔냐?"

 

 돌아보니 역시나 카쟝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쭈, 나한테까지 이런 식이냐?"

 

 리브가 카쟝을 다시 본 건 정확히 2시간 뒤였다. 리브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평소보다 늦었네.”

 “어, 그렇게 됐어요.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보내야 해서."

 "다른 방법?"

 "응, 택시기사님한테 배달을 부탁했거든요.”

 “우편배달을?”

 “우체국 통해서 보내는 건 이제 그만 하려고요. 오늘 들렀던 곳들만 해도 경비원들이 2배 가까이 늘었더라고요.”

 

 카쟝이 종종 우체국을 통해 강상일보와 소통했기에 몇몇 경찰들이 우체국에 배치된 것이었다.

 

 "어제까지 없던 경비원들도 있는 거 보니 범행소식이 들리자마자 투입된 거 같아요."

 “그랬군.”

 “뭐야? 저녁은 먼저 먹었습니까?”

 

 리브의 입가에 도넛 가루가 묻어있었다.

 

 “응? 아, 이거? 간식인데?”

 

 리브는 볼록 나온 아랫배를 통통 퉁겼다. 그의 테이블 위에는 아직 손대지 않은 도넛 3개가 남아있었다.

 

 "여기 네 것도 남겨놨지 않겠냐. 어서 먹든가."

 

 남은 빵 중에 2개가 계피빵인 걸 보니, 원래부터 카쟝의 것이 아니라 리브가 먹다 남긴 빵이 분명했다.

 

 "그새 빵을 사온 거에요? 같이 저녁 먹자니까는."

 

 리브는 억울한 얼굴로 듯 손사래를 쳤다.

 

 "내가 사온 거 아냐. 옆집 할머니가 줬어."

 "옆집? 강 할머니? 오늘 오신 거에요?"

 

 강 씨 할머니는 두 사람과 같은 연립 주택에 살고 있는 이웃이었다. 바로 옆집이었지만 서로의 생활 패턴이 겹치지 않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응, 이번엔 3주 만에 오셨더라고."

 

 웃으며 입가를 닦는 리브의 모습은 흡사 연어 사냥을 마친 곰 같았다.

 

 "우리는 맨날 얻어먹기만 하네요. 나중에 뭐라도 보답해드려야겠어요."

 "좋은 생각이야. 뭐로 보답을 해드려야 하나? 아! 스카프라도 하나 사드리자. 매일 스카프 걸치고 다니시던데."

 

 강 할머니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항상 분홍색 스카프를 목에 감고 다녔다.

 

 "맞네요. 매번 똑같은 스카프던데 새 거 하나 사드리죠. 제가 다음에 사올게요."

 "좋아. 그럼 그건 나중에 하도록 하고 너도 어서 와서 도넛 한 입 먹어."

 "옙."

 

 카쟝은 주방에서 포크를 꺼내 리브 옆에 있던 도넛을 찍었다. 리브는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카쟝을 봤다.

 

 “아직도 도넛을 포크로 먹냐...?”

 “응. 더럽게 손에 묻히면서 먹을 순 없잖아요?”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핥던 리브는 할 말을 잃었다. 카쟝은 살짝 미안했는지 찡긋 웃었다.

 

 "그러고 보니, 강 할머니, 명장제약에서 일하시죠?"

 “응. 그렇지.”

 

 카쟝의 옆집에 살고 있던 강 씨 할머니의 본명은 강정희였다. 나이는 71세. 그녀는 명장제약회사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5년 전, 카쟝과 리브가 현재 살고 있는 '골드 맨숀'으로 이사 왔을 때부터 이미 옆집에 살고 있었다.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며가며 종종 만났지만 요즘 만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정희는 명장제약 사내 규정으로 인해 달구로 올 수 있는 날이 한 달에 많아야 2번 정도였다. 그 외에는 회사에서 정해준 숙직실에서 생활해야 했다.

 

 "언제 회사로 돌아가신대요?"

 "내일 바로 가시나 봐."

 "명장제약도 사람 굴리는 데는 악착같네요."

 

 강 할머니의 성격이 굉장히 사근사근한 덕분에 의심 많은 카쟝도 그녀와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오셨을 때 얼굴이라도 한 번 봬야 하는데."

 "그래, 이따가 한 번 인사 드리고 와."

 

 이 곳으로 이사 오고 나서 한 번은 강 할머니의 집으로 놀러 간 적도 있었다. 그녀가 저녁 식사에 초대해준 덕분이었다. 그 날 저녁에 알게 된 점은 강 할머니는 현재 가족이 없고 마지막 가족이었던 남편도 10년 전에 사별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집 안 곳곳에 걸린 남편의 사진과 아직도 남아있는 남편의 물건들은 그녀의 끊임없는 사랑을 드러냈다. 심지어 남편이 키우던 꽃도 그녀 덕분에 싱그러운 분홍 잎을 뽐내고 있었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그 집에 부부 모두가 살고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그만큼 가족에 대한 정희의 애정은 남달랐다. 그녀의 애정이 넘쳐흘러 카쟝과 리브에게도 닿는 듯했다. 정희는 줄곧 가족이 없었던 카쟝에게 가족애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래야지."

 

 카쟝은 도넛을 한입 베어 물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쨌든 밖에서 저녁 먹을 거니까, 나갈 채비나 하셔요."

 “.......”

 

 이번엔 리브 쪽에서 아무 대꾸가 없었다.

 

 "또 입에 뭐 넣었어요? 왜 대답이 없어요?'

 

 카쟝은 리브가 그새 도넛을 먹나 싶어서 그를 찾았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리브는 빵은커녕 그저 멍한 표정이었다.

 

 "왜 대답이 없습니까?"

 

 리브의 시선은 카쟝의 어깨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카쟝이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TV화면이 환히 비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선 아나운서가 새벽에 있었던 도난사건을 브리핑하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들어온 소식입니다.”

 

 화면으로는 높은 건물이 나왔다. 범행의 장소인 듯했다. 카쟝이 일으킨 사건은 아니었다. 아나운서는 브리핑을 이어갔다.

 

 "소망회사 전용금고에서 돈 280억 환이 도난 당했다고 합니다. 보이는 화면은 도난 사건 영상입니다."

 "금고 도난?"

 

 콰과광!!

 

 화면 속 폭음과 함께 카쟝의 동공이 커졌다.

 

 화면에선 거대한 폭발로 인해 7층 건물이 우르르 무너지고 있었다. 마치 젠가에서 하나 남은 1층 블록을 빼버린 것처럼 건물은 사르르 녹아내렸다. 카쟝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현장 처리를 저런 식으로... 저런 수법이라면...."

 

 그의 혼잣말에 대한 답변은 화면 속 아나운서가 전달했다.

 

 "이번 범행은 흑사단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흑사단은 소망회사를 빠져나오면서 자신들이 침입했던 건물을 파괴한 것이었다. 목격자, 그들이 출입한 흔적, 그리고 범행에 대한 증거를 없애기 위해 그들이 택한 방식이었다. 너무나도 흑사단다운 방법이었다.

 

 온몸이 굳은 채 화면만 응시하던 리브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건물은커녕 사람 목숨을 벌레 목숨으로 여기는 집단이니까 저런 짓도 가능하겠지."

 

 흑사단은, 다른 무엇보다도,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도적단이었다. 그들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았다. 가장 냉혈한 도적단, 돈 밖에 모르는 도둑들, 파괴를 즐기는 집단 등등. 그 중에서도 가장 통용되는 말은 따로 있었다.

 

 '미친 놈도 거르는 미친 놈들.'

 

 심지어 같은 도둑들을 강탈한 적도 있어서 도둑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하지만 단지 그 뿐, 어느 누구도 감히 그들에게 덤비지 못했다. 가끔 몇몇 도적단들이 흑사단에게 복수하기 위해 뭉쳤지만, 결과는 언제나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힘에서나 크기에서나 흑사단과 맞설 수 있는 집단은 없었다.

 

 때마침 화면상에 한 인물이 등장했다. 어두워서 정확한 형태는 안 보였지만, 그림자만 봐도 그가 굉장한 몸집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카쟝은 혼자 중얼거렸다.

 

 "흑사다."

 

 흑사단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은 흑사단의 수장, '흑사'였다. 도둑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이었으며, 달구시에서의 입지만으론 달구 시장보다 높은 권력자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달구 시장 선영권도 지금껏 흑사에게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의 눈치를 보는 입장이었다. 그러니 흑사의 별명이 '달구의 왕'인 것도 과장은 아니었다. 달구시에선 아무도 그에게 거역할 수 없었다.

 

 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 말썽도 또 흑사단이냐... 뭐가 사라졌다 하면, 흑사단. 누가 죽었다 하면, 흑사단. 어떤 게 무너졌다 하면, 흑사단.”

 “건물을 무너뜨린 걸 겨우 ‘말썽’정도로 표현할 순 없죠.”

 

 아나운서가 흑사단의 사건을 전하고 흑사의 지난 범행들을 열거할 때쯤에서야 리브는 외투를 걸쳤다. 소매로 손을 빼고 주위를 둘러보니 카쟝은 어느새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아."

 

 리브는 뭔가 떠오른 듯 갑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만 기다려.”

 

 잠시 후, 리브는 카쟝 앞에 등장했다. 달라진 점이라고는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였다.

 

 “자, 이제 나갑시다.”

 

 카쟝은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보았다.

 

 “마스크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요?”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

 

 리브가 마스크를 쓴 이유는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현재 달구시에서는 ‘학목 바이러스’가 성행하고 있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바이러스의 시작은 학목강 부근에서부터였다. 기침만으로 전염이 가능하고 생명에도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뉴스에선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달구시에서만 유행하다 보니, 뉴스의 주 시청자인 마루시 사람들에겐 큰 관심을 끌지 못한 탓이었다.

 

 “알았으니까 아무튼 빨리 나오시죠.”

 

 카쟝은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얼굴로 현관문을 열었다. 리브는 거울을 보며 마스크에 빈틈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서야 그의 뒤를 따랐다.

 

 휘이익-

 

 거리로 나오자마자 살얼음 같은 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스쳤다.

 

 "으으, 바람 엄청 부네."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갈 때마다, 길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이 카쟝의 머리를 이리저리 흩트렸다. 카쟝이 머리를 정리하는 동안, 리브는 거리를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이내 그는 자신은 당당하다는 듯이 카쟝에게 투덜거렸다.

 

 “거 봐, 다들 마스크 쓰고 다니잖아."

 

 달구시 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두꺼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진짜 소용 없는 짓인데... 확실히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네요.”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학목 바이러스에 의한 사망자는 이미 500명을 넘어갔다. 첫 감염자 발생 후 아직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더 큰 피해가 예상되었다. 달구시 내에서는 역대 최악으로 손꼽히는 바이러스로 불리기까지 했다. 그에 반해, 치료제는 여태껏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리브는 카쟝에게 가까이 오더니 그에게 속삭였다.

 

 “근데 바이러스 치료제는 못 빼돌리나?”

 “개발도 안 됐을 걸요? 일단 바이러스가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개발이 되었다고 해도 제조되고 있을 리도 없고요. 지금까지 감염자들은 죄다 달구 시민들이고, 그 중에 치료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비율은 0%에 가까우니까요.”

 “하긴 제약회사도 돈 벌라고 악착 같은데 돈 안 되는 약은 안 만들겠지?”

 

 5분 정도 더 걷고 나서야, 그들은 평소 이용하던 국밥집 앞에 다다랐다. 5년 전, '리브'라는 가명을 만들기 전의 원호와 카쟝이 처음 대면한 장소이기도 했다. 창문을 통해 들여다본 식당 내부는 예전보다 한산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의 영향이 식당까지 뻗친 듯했다.

 

 카쟝은 문을 열자마자 식당 주인을 찾았다.

 

 “여기 국밥 두 그릇이요.”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지, 식당주인 부부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엔 리브의 차례였다.

 

 “저기요! 아줌마~~~!”

 

 리브는 그의 몸집이 만들어낸 큰 울림통으로 식당 아주머니를 불렀다. 반주를 마시던 몇몇 사내들이 잔을 멈추고 리브를 쳐다볼 정도였다. 다행히 이번엔 주방에서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곧이어 리브의 몸집에 버금가는 여성이 주방에서 나왔다. 리브는 손가락 두 개를 펴서 아주머니에게 보였다.

 

 “국밥 2그릇이요!”

 "아이구, 또 왔어? 못 본 사이에 살이 더 쪄부렀어야."

 

 5년 전과 비교하면 리브의 몸집은 옆으로 1.5배 더 넓어졌다. 평소 방에만 처박혀 마음껏 간식을 먹은 덕분이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그런 리브의 모습이 보기 좋다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더 필요한 건 없고?"

 "네. 국밥만 주시면 충분합니다. 제 껀 '특'으로요."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고 주방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리브는 카쟝에게 고개를 돌렸다.

 

 “카쟝, 그럼 말이야. 아예 제약회사 연구원들을 납치하는 건 어때?”

 “연구는 어디서 하고요? 훔치려면 연구실도 같이 훔치는 게 어떻습니까?”

 

 비꼬는 말이었지만, 리브는 웃으며 맞장구쳤다.

 

 “훔치긴 뭘 훔쳐. 그까짓 거, 연구실 정도는 만들어 주면 되지.”

 

 자신의 생각이 잘못 전달되었음을 느낀 카쟝은 리브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우선 연구재료도 준비해야 할 텐데, 재료를 구하러 다니다가 꼬리를 밟히면 곧장 발각되겠지요? 너무 위험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리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카쟝을 바라보았다. 카쟝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훔칠 명분이 없어요. 우리는 부정하게 거래되는 돈만 낚아채지, 우리가 필요하다고 남의 것을 훔칠 순 없습니다.”

 

 리브는 할말을 잃었다. 카쟝의 말이 맞았다. 처음부터 옳지 않은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들만 가로채기로 카쟝과 약속했다.

 

 두 사람 사이로 정적이 흘렀다. 리브는 애꿎은 창밖만 응시했다. 한없이 이어질 것 같던 적막감은 식당 아주머니의 등장으로 일단락되었다.

 

 “자, 여기 국밥 나왔습니다.”

 

 아주머니가 국밥을 식탁에 올려놓기 무섭게 두 사람은 수저를 들었다. 리브는 뜨거운 국밥을 후후 불면서 다시 한 번 카쟝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카쟝은 토끼처럼 귀를 쫑긋거렸다.

 

 “어제 건진 돈은 정확히 얼마 정도 되는 거야?”

 “100억 조금 넘더라고요.”

 

 카쟝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답했다. 리브는 살짝 커진 눈으로 카쟝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그 돈을 어디다 쓰게?”

 “이미 썼습니다.”

 “벌써?”

 “응. 40억은 참소 종합병원에, 20억은 행복 고아원, 그리고 나머지는 달구 소아암 병동에 기부했지요.”

 

 언제나 그랬다. 카쟝에게 있어서, 범행의 기본 목표는 ‘달구 시민들에게도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자’였다. 당연히 범행을 통해서 얻은 금전들은 온전히 달구 시민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기부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달구의 미래라고 여기는 카쟝이었다.

 

 "아... 벌써 기부했구나...."

 

 범행의 목적과 함께 가로챈 돈의 쓰임새에 관한 내용도 익히 들어왔던 리브였다. 리브도 처음엔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했지만, 함께 일한 지 4년이 넘어가자 날이 갈수록 뭔가 아쉬웠다. 정말 돈을 그렇게 남김 없이 사용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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