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백민관과 방송
작성일 : 22-02-18 22:34     조회 : 70     추천 : 0     분량 : 790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게스트가 누군지 단번에 알겠다는 눈치였다.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엄동석은 입꼬리를 한껏 치켜올렸다.

 

 "관객 분들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겠네요. 여러분! 백민관 사장님을~ 소개합니다~!"

 

 짝짝짝짝짝-

 

 사회자가 소개를 마치기도 전에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에 온 듯한 환호였다. 방청객들의 박수소리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무대 오른편에서 한 남자가 등장했다. 순백의 정장을 맞춰 입은 오늘의 게스트, 백민관이었다. 박수치는 이들 중에는 백민관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속 깊이 박혀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를 반겨주는 이들을 향해 백 사장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짝짝짝짝짝-

 

 쏟아지는 박수갈채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사회자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말렸다.

 

 "여러분, 사장님 부담스러워서 다시 들어가시겠어요."

 

 하하하하하~

 

 순식간에 박수소리는 웃음소리로 덮혔다. 사람들의 웃음을 배경 음악 삼아 백민관은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백민관입니다."

 

 무대 중앙에 선 백민관과 사회자는 서로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백민관 사장님. 이 자리에 나와 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아, 엄 MC님. 저도 만나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그... 하지만, 저를 부르실 때 '사장님'이라는 호칭은 좀 빼주시길 부탁 드릴게요. 여기가 회사도 아니고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으니까."

 

 백민관은 능청스런 제스처를 취했다.

 

 "이런 자리에선 '사장님'이라는 말이 어색하신가 봐요?"

 "네, 솔직히 방청객 분들의 박수보다 사회자님의 그 '사장님' 호칭이 더 부담스럽습니다."

 

 백민관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에 또 한 번 폭소.

 

 하하하하하~

 

 "네. 그럼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그냥, '백민관 씨'라고만 불러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게스트 '백, 민, 관, 씨'와의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따라라란 따라란~

 

 인터뷰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이 울리며 두 사람은 뒤에 있던 소파로 걸어갔다. 왼쪽의 하늘색 소파가 백민관의 자리, 오른쪽의 갈색 소파가 사회자의 자리였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고 이내 백민관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백민관 씨, 세계 제일가는 회사의 창립자이자 사장이시죠? 듣자하니 본인의 재산도 잘 모르신다고 소문났더라고요? 측정하면 그새 늘어나 있고 다시 측정하면 또 늘어나 있고 해서요."

 "허허허, 부끄럽게 왜 이러십니까?"

 

 백 사장은 사회자의 농담을 웃음으로 받아쳤다.

 

 "백민관 씨가 워낙 겸손하셔서 본인 입으로는 이런 얘기를 못 하시기 때문에 제가 대신 얘기해드린 겁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여기 계신 방청객 분들도 그런 백민관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셔서 여기까지 왔는걸요? 그렇죠?"

 "네!"

 "맞아요!"

 "궁금해요!"

 

 여기저기서 응답이 쏟아졌다. 물론 그동안 출판되었던 그의 자서전이나 회고록도 있었기에 그들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 시켜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TV프로그램에 직접 나와 자신의 입으로 얘기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백민관 씨에 대해 들어볼까요?"

 

 그렇게 백민관의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방청객을 비롯한 시청자들은 백민관의 고향, 학창시절, 대학생활에 대한 내용을 위인전 보듯이 시청했다. 프로그램 중반부에 그는 고교 시절에 독감으로 할아버지를 잃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제대로 된 약만 있었더라도... 아니, 미리 백신만 맞으셨어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시진 않으셨을 텐데 말입니다."

 

 민관은 눈시울을 붉혔다. 그의 독백을 듣던 관객들도 하나둘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사회자는 애써 감정을 주체하려던 탓에 쉴 새 없이 눈을 깜빡였다.

 

 "그렇다면 제약에 대한 꿈은 고교 시절에 생겼겠군요?"

 

 백 사장은 부인하지 않았다.

 

 "네. 그렇죠. 저희 할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있는 아픈 분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수도 없이 해봤죠. 그래서 대학도 고민 없이 약학대학에 입학한 것이죠.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진학이었습니다."

 

 관객 중에는 학생 백민관을 떠올리며 대견하다는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큰 뜻을 품고 계셨네요. 수많은 학생들이 이 방송을 보고 백민관씨를 귀감으로 삼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제가 더 영광이죠."

 

 다사다난했던 이야기와 함께 그의 성장과정은 끝이 났다. 쇼는 자연스럽게 다음 고개로 넘어갔다.

 

 "이제 본격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프로그램은 절반을 지났고, 사회자는 백민관의 배경이 아닌, 그의 현재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노화방지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인가요?"

 

 백 사장은 살짝 당황하는가 싶더니, 이내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하하, 날카로운 질문이네요. 하긴, 20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한다고 떵떵거렸는데 안 궁금해하시는 것도 이상하죠."

 

 백민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재는 노화를 늦추는 약제까진 개발이 된 실정입니다. 완벽히 노화를 막아주는 방법에 대해선 아직까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고요.”

 

 관객들은 놀라움 반 아쉬움 반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자는 돌연 정색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저는 노화방지제가 벌써 개발됐다고 확신했었거든요.”

 

 백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사회자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시죠?”

 “백민관 씨 얼굴이 날마다 젊어지는 것 같아서요.”

 

 와하하하하-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자 백 사장도 덩달아 어깨를 들썩였다.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아직까지는 제 얼굴로 밖에 보여드리지 못하지만,”

 

 백민관은 검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곧, 저희 회사에서 그것을 실현시킬 신약을 개발할 겁니다. 단언컨대 2년 안에 여러분들의 눈앞에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사회자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백민관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노화 저해를 넘어서...."

 "넘어서요?"

 "...젊어지는 방법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백 사장의 눈빛은 무대 조명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

 

 방청객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놀란 탓이었다.

 

 "젊어진다고?"

 "그럼 주름을 없앨 수 있다고?"

 "나도 젊어질 수 있는 거야?"

 

 사람들은 각기 혼잣말을 하며 민관을 바라보았다. 관객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이 민관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입니다. 이제 여러분도 젊어질 수 있습니다."

 

 짝...짝...짝....

 

 이슬비처럼 시작된 박수소리는 이윽고 소나기처럼 퍼부었다.

 

 짝짝짝짝짝짝-

 

 열광한 관객들은 자신의 손이 박수를 치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했다. 사회자는 아예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주실 백 사장님이십니다!"

 

 박수는 5분이 넘도록 계속 이어졌다. 소리가 길어질수록 그를 향한 관객들의 존경심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백민관은 소파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준비된 인터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녹화가 일찍 끝난 탓에 연출진들은 살짝 당황했다. 백민관을 화면에 조금이라도 더 담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이대로 놓치긴 싫었다. 잠시 긴급회의를 마친 연출진들은 민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추가 촬영을 감행하기로 했다. 연출진 대표는 새우처럼 허리를 굽힌 채 민관에게 다가갔다. 그는 최대한 공손하게 촬영을 재개해도 될지 물었다.

 

 "괜찮습니다. 저도 오늘 스케줄을 비워놔서 딱히 할 일도 없었습니다."

 

 자비로운 그의 모습은 다시 한 번 관객들과 연출진의 심장을 흔들었다. 어찌보면 관객들과 연출진은 자신의 업무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일하는 시간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백민관을 만날 시간도 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밝았다.

 

 "자, 다시 준비할게요."

 

 연출진은 추가촬영을 위해 준비에 들어갔고, 그 외의 사람들은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돌아왔다.

 

 "추가촬영 들어갑니다. 레디~ 큐!"

 

 4시간이 넘어가는 촬영에 지칠 법도 한데 사회자의 얼굴엔 생기가 넘쳤다.

 

 "그나저나 저번 주에 학목강에서 선박 전체가 카쟝에게 도적질을 당한 적이 있었죠?"

 

 사회자는 프로그램 작가가 추가로 작성한 질문들을 입에 담았다.

 

 "네. 그랬죠.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민관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 순간을 회상하는 듯한 그의 모습에 관객들도 함께 숨을 죽였다. 사회자의 양쪽 뺨에도 '근심', '걱정'이란 단어가 쓰여있었다.

 

 "백민관 씨는 어디 부상 당하신 곳은 없으시죠?"

 "네. 다행히 다치진 않았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우리나라의 미래 그 자체이신 분인데 다치면 안 되죠. 요즘 들어 흉악범들의 범죄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만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크흠."

 

 민관은 목을 가다듬었다.

 

 "제 생각에는 말이죠. 그 뉴스에 맨날 나오는 사람들."

 

 그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들은 사회의 악입니다. 아니, 사회의 암입니다."

 

 백민관과 사회자가 오늘 나눴던 대화 중에 가장 자극적인 말이었다. 백민관은 카메라 렌즈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

 

 "암이란 말이죠, 조기에 잘라낼수록 좋죠. 빨리 제거하지 않으면 점점 더 자라 목숨까지 위태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대본에는 없는 내용이었다. 추가로 촬영하는 상황이었기에 민관의 발언은 모두 즉석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즉 민관이 하는 말들은 가감없는 그의 진심이었다. 그는 다섯 손가락을 쫙 뻗은 채 오른손을 들었다.

 

 "현재 카쟝의 현상금을 500억 환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제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만약 그 카쟝이라는 흉악범을 잡아서 제 눈앞까지 와주신다면 저는 정확히,"

 

 이번엔 왼손까지 들어, 카메라를 향해 양손을 활짝 폈다.

 

 "그 두 배인 1000억을 드리겠습니다."

 

 스튜디오 전체가 또다시 술렁거렸다. 1000억이면 평생 일하지 않고 먹고 자기만 해도, 그 생활을 10명이 해도 사라지지 않을 거액이었다.

 

 "1000억이요?"

 "네, 그렇습니다. 사회악을 없앨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돈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카쟝을 체포하느라 재산 상의 손해가 생겼거나, 그를 잡기 위해 사용했던 비용이 컸다면 그것까지 모두 보상해드리겠습니다."

 

 그는 끝까지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마치 카메라너머에 있을 카쟝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남의 돈 챙겨서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습니까?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카쟝 씨."

 

 

 ***

 

 

 늦은 밤, 올빼미도 길을 헤맬 어둠이었다. 카쟝이 가장 좋아하는 날씨이기도 했다. 카쟝은 공터 반대편에서 리브를 향해 달려왔다. 달빛도 없던 터라 카쟝이 코앞까지 왔는데도 얼굴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시간은 예정보다 5분을 초과하고 있었다.

 

 “카쟝, 왜 이리 늦었냐?”

 “헉, 미안 미안. 헉, 심 장관님이 제때제때 안 나오시니까, 헉, 나도 늦을 수밖에 없었어요.”

 

 급하게 뛰어온 탓에 말 한 마디마다 숨 쉴 틈이 필요했다.

 

 “자장가는 불러드리고 나온 거고?”

 “2절까지 완창했죠.”

 

 카쟝은 말끔한 옷차림이었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 위로 고급스런 정장이 상체를 감싸고 있었다. 30분 전까지 심은섭의 보좌관이 입던 양복차림이었다.

 

 “그리고 리브는 이걸 입으면 됩니다.”

 

 그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다른 정장을 건넸다.

 

 "이게 심 장관의 정장이야?"

 "응. 그렇죠."

 

 카쟝이 입고 있는 정장도 고급이었다. 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심 장관의 정장은 때깔부터가 달랐다. 각이 잡힌 셔츠와 파리도 미끄러질 듯이 매끈한 외투, 그리고 바닷물을 적신 듯한 파란 넥타이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

 

 카쟝은 그 옷을 잠시라도 쥐고 있는 게 싫었는지 리브가 옷을 집자마자 즉각 손을 뗐다. 리브는 정장을 바닥에 깔아놓은 뒤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하, 내가 입었던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이야. 이거 봐. 부드러워서 입은 느낌도 안 나. 다 벗고 있는 거 같아."

 "얼른 입고 출발 준비나 합시다."

 

 리브가 범행 현장까지 참여하는 건 1년 만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떨리잖아? 카쟝, 나 잘할 수 있겠지?"

 "당연하죠. 이틀동안 주구장창 했던 시뮬레이션을 떠올리세요."

 

 근 이틀 동안 리브는 뉴스와 인터뷰를 보며 심은섭의 말투와 행동을 익혔다. 물론 그것을 지시한 사람은 이번 일을 총괄한 카쟝이었다. 리브의 체형이 심 장관의 체형과 비슷했기에 그가 심 장관 역할을 맡는데 적임이라고 여겼다. 그 점이 이번에 리브를 참여시킨 까닭이었다.

 

 "옷도 꽤나 불편하네."

 

 리브에겐 옷을 입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는 이번 역할극을 위해 실리콘으로 만든 심은섭 가면을 썼기 때문이었다. 그는 가면이 쓸릴까 걱정하며 어정쩡한 자세로 힘겹게 옷을 입었다. 리브는 옷을 입자마자 주변 자동차의 창문으로 맵시를 확인했다.

 

 "막상 옷을 입으니까 복부 쪽이 살짝 헐렁하네. 배를 조금 더 통통하게 만들었어야 했나? "

 "별 차이도 안 나네요. 그 정도면 그냥 배에 바람 넣어서 부풀리면 되겠어요."

 

 리브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카쟝도 자신의 단추를 다시 채우느라 리브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심 장관의 정장을 가져오는데 시간이 적잖이 소모되었기에 1분1초가 아쉬웠다.

 

 “남자 옷 벗기는 건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에요.”

 

 카쟝은 잠시나마 자신의 고생을 회고했다. 리브는 고개를 저었다.

 

 "에이, 널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 남자 옷 벗기는데 너만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리브의 덕담 아닌 덕담을 들으면서 카쟝은 구석에 주차된 트레일러트럭으로 다가갔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어때요?"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지. 어제 능해에서 새벽 출항했던 어선 중에 딱 한 척만 귀선하지 않았더라고."

 "역시."

 

 카쟝은 사뿐히 운전석에 앉았다. 이제 분장까지 마무리되었으니 모든 준비를 마친 셈이었다.

 

 "벌써 출발하게?"

 

 리브는 바지를 추켜올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조수석에 앉았다.

 

 "그 사람들은 시간상으로 1시간 내에 도착할 겁니다. 최소한 우리가 먼저 나가있어야죠."

 

 카쟝은 열쇠를 꽂았다.

 

 쿠구구궁-

 

 시동을 걸자 10톤 트럭이 웅장한 울음소리를 내뿜었다. 달릴 시간만 기다려온 듯한 큰 울음이었다.

 

 "자, 그럼 출발해보겠습니다."

 

 대지를 흔드는 진동과 함께 트럭은 2km 떨어진 항구로 향했다.

 

 "호칭은 지금부터 바꿔 부릅시다. 나는 보좌관이고, 리브는 심은섭 장관입니다."

 

 일을 벌이기에 앞서 카쟝은 리브에게 역할에 철저하자고 당부했다. 리브는 기다렸다는 듯이 카쟝을 노려봤다.

 

 "어쭈? 장관님한테 반말을 해?"

 

 카쟝은 할말을 잃었다. 딱히 할말도 없었다.

 

 "...네,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장관님."

 

 잠시 후, 그들의 코로 바다의 짠 내가 흘러들기 시작했다.

 

 "크으. 바다 냄새."

 "항구가 가까워졌다는 신호네요."

 

 하지만 신호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어선의 인부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와, 평범한 사람들은 하나도 없네."

 

 인부들은 대부분 취기가 오른 벌건 얼굴로 길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폭언과 욕설이 사방에서 들리는 건 물론이고 서로 멱살을 잡고 있는 뱃사람들도 간간이 보였다.

 

 "어이 보좌관, 쟤네 팔뚝 좀 봐봐."

 

 리브는 인부들의 팔뚝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수박만한 알통을 소유하고 있었다. 전완근은 단단해서 못도 박을 것 같았다. 리브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힘쓰는 일은 저런 사람한테 부탁하면 우리가 고생할 필요가 없을 텐데...."

 "안 됩니다, 장관님. 우리의 일은 우리의 선에서 끝내는 게 뒤탈 없이 좋습니다."

 

 카쟝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낀 리브는 재빨리 말을 돌렸다.

 

 "스피커는 설치했어?"

 "어제 저녁에 약속장소를 탐색해볼 겸 몰래 가서 설치해놨습니다. 아주 짱짱한 놈들이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초대형 스피커는 오늘 범행이 예상 밖의 방향으로 흐를 경우에 쓰일 소품이었다. 소리를 최대로 키우면 주위 땅이 요동칠 정도의 출력을 자랑했다.

 

 "그나저나 카쟝, 심 장관은 어디에 놓고 온 거야?"

 

 현재 '진짜' 심은섭 장관은 집무실 옷장 안에서 곤히 잠들어있었다. 그 옆자리엔 그의 보좌관도 사이 좋게 코를 골고 있었다.

 

 "따로 잘 모셔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항구 깊숙이 들어간 트럭은 야적장 앞에서 멈춰 섰다.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리브는 소매를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손목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쪽도 도착했겠는 걸? 다녀올게 카쟝, 아니, 보좌관.”

 "네, 잘 하실 거라 믿습니다."

 

 끼익-

 

 리브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아직 양복이 어색한 지 계속 소매를 만지작거렸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9 오효인 2022 / 2 / 22 66 0 8043   
18 도플갱어(2) 2022 / 2 / 20 71 0 8014   
17 도플갱어 2022 / 2 / 19 72 0 7991   
16 명장제약(2) 2022 / 2 / 19 73 0 8001   
15 명장제약 2022 / 2 / 18 71 0 7954   
14 방송과 현상금 2022 / 2 / 18 63 0 7997   
13 우 박사 2022 / 2 / 18 75 0 7994   
12 DTS 프로젝트 2022 / 2 / 18 86 0 7963   
11 강일호 2022 / 2 / 18 75 0 8012   
10 백민관의 서류가방 2022 / 2 / 18 70 0 7974   
9 장비서의 임무 2022 / 2 / 18 72 0 7930   
8 야적장 2022 / 2 / 18 69 0 7980   
7 백민관과 방송 2022 / 2 / 18 71 0 7908   
6 카쟝의 악몽 2022 / 2 / 18 71 0 8034   
5 백민관과 비서 2022 / 2 / 18 68 0 8012   
4 카쟝과 리브 2022 / 2 / 18 77 0 7973   
3 백민관 2022 / 2 / 18 105 0 8099   
2 선상파티 2022 / 2 / 18 129 0 8052   
1 프롤로그 2022 / 2 / 18 387 0 7978   
 1  2  3  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