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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백민관
작성일 : 22-02-18 22:29     조회 : 104     추천 : 0     분량 : 8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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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놈인지 면상이나 보자.”

 

 청장은 누워있던 사내의 저항을 이기고 숙달된 손놀림으로 방독면을 쥐었다.

 

 “너 정체가 뭐야.”

 

 경찰청장은 끈이 끊어질 정도로 강하게 방독면을 당겼다. 힘을 못 버틴 방독면은 단번에 벗겨졌다.

 

 쓰윽-

 

 "아니, 이게... 무슨...."

 

 청장 앞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누워있었다. 그도 아는 얼굴이었다.

 

 “시...시장님....”

 

 경찰청장이 깔고 뭉갠 사람은 마루시장 임현규였다. 당연하게도 시장은 화가 잔뜩 나있었다. 그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새빨갰다. 오 청장은 황급히 시장을 일으켜 세웠다.

 

 "참, 나...."

 

 시장은 일어나자마자 소매를 탁탁 털었다. 난처해진 경찰청장은 그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서류가방을 주워왔다. 오 청장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시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시장은 서류가방을 돌려받고는 출구를 다시 확인했다.

 

 “아니, 오 청장님, 갑자기 뭐하시는 겁니까?”

 

 임 시장은 오 청장을 지긋이 보다가 이내 그를 등지고 다시 출구로 걸어갔다.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테니, 앞으로 조심하세요.”

 

 오 청장은 잠시 서서 시장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저기요. 시장님?"

 

 임 시장은 출구를 한 발짝 앞두고 있었다. 오 청장이 시장에게 다시 달려든 것은 그때였다.

 

 쿠당탕!

 

 오 청장은 시장을 향해 한 번 더 몸을 던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를 보고 “청장님”이라고?’

 

 경찰청장은 ‘청장님’이라는 단어에 위화감을 느꼈다. 시장은 지금껏 그에게 “청장님”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보통 “오 청장”이라고 했지.’

 

 시장은 한 번도 오성한 청장을 높여 부른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시장이 “청장님”이라고 칭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저 사람은 시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멋지게 추리한 것까진 좋았으나, 몸을 던진 결과는 이전과 달랐다. 시장은 미꾸라지 같은 몸놀림으로 그의 습격에서 벗어났다. 그 탓에 오 청장만 연회장 출구 앞에서 뒹굴었다.

 

 "두 번은 안 당하죠."

 

 청장은 그를 노려봤다.

 

 “너 누구야?”

 

 시장은 청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명색이 청장이라 그런 지 눈치는 빠르네요. 음, 엄밀히 따지면 예상보다 살짝 늦게 알아채긴 했는데 이 정도면 관찰력은 인정해야겠네요.”

 

 청장은 자리에서 재빨리 일어나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장은 씨익 웃었다.

 

 “아니다. 제가 마무리를 어설프게 한 탓도 있죠. 그죠, 청장님?”

 

 청장은 시장으로 둔갑한 사내를 포획하기 위해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어? 어디 갔지?’

 

 당황한 경찰청장을 보며, 임 시장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거 찾으시나요?”

 

 시장의 손엔 권총이 들려있었다. 조금 전, 청장이 시장을 눕혔을 때 슬쩍한 것이었다. 오성한 청장은 양손을 꽉 쥐었다.

 

 “어쩔 수 없군.”

 

 그는 마루시장을 노려보며 주먹을 올렸다. 시장의 탈을 쓴 사내는 놀란 눈으로 청장을 바라보았다.

 

 "저기, 지금 절 때려잡을 생각이신 것 같은데, 몇 초 후면 배가 '달구 선착장'에 도착하거든요?"

 

 시장은 뒤를 보라고 눈짓을 보냈다. 청장은 곁눈질로 재빨리 뒤를 확인했다. 정말로 육지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선장은 뭐하고 있는 거야?'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시장은 입을 열었다.

 

 "선장님은 지금 아주 깊이 잠들어 계시고, 배는 강 아래 지역에 닿도록 자동 운항시켜놨습니다."

 "그래서, 뭐, 육지에 닿으면 뭐가 달라지나? 지금 여기서 네 놈을 잡을 건데?"

 

 시장은 안타깝다는 눈초리로 경찰청장을 쳐다보았다.

 

 "쯔쯧, 잡히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제가 잡히면 달구 선착장에서 기다리는 '저의 부하들'이 승객 분들한테 무슨 짓을 할 지 감이 잡히질 않아서요."

 

 '달구 선착장? 부하?'

 

 "네 놈, 정체가 뭐냐? 싸움을 피하는 걸 보니 흑사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 그런 걸 따지고 계실 시간이 없으실 텐데요?"

 

 배는 육지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속도로 봐선 10분 안으로 선착장에 도착할 듯 싶었다. 경찰청장은 고속으로 머리를 굴렸다.

 

 ‘승객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연회장에서 탈출한 승객들은 갑판 위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청장이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었다.

 

 '이놈부터 잡아야 하나, 아니면 승객부터 대피시켜야 하나?'

 

 이번에도 생각을 읽었는지, 시장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경찰청장을 자극했다.

 

 "어느 쪽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봅시다!"

 

 그의 도발에도 청장은 냉정하게 판단하려 정신을 집중했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을 잡고서 인질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아니야, 이 녀석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 게다가 잡는데 실패한다면 승객들이 달구에서 사로잡히는 최악의 경우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승객들을 대피시켜야 하나? 지원 병력이 도착하려면 30분은 걸린다. 그때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킬 곳이 있을까?'

 

 경찰청장은 선박의 안내도를 떠올렸다.

 

 '창고!'

 

 선박 1층 식당 바로 옆에 대형 창고가 있었다. 선박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문을 잠그고 기다리면 30분은 버틸 수 있다.'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오 청장은 다리를 움직였다. 그는 급히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그가 향한 곳은 갑판 위였다.

 

 "여러분! 배가 곧 달구에 닿을 겁니다. 흑사단이 들이닥칠지도 모르니, 어서 1층 창고로 대피하셔야 합니다."

 

 헐레벌떡 올라온 경찰청장과는 달리, 승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저기, 청장님. 우리 지금 마루시로 가는 중인데요?"

 "어? 그게 무슨 소리입니ㄲ...."

 

 청장은 당황한 나머지 대답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으로 난간 너머가 보였다. 점점 가까워지는 고층건물들,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 그리고 수많은 자동차들까지, 마루시가 분명했다.

 

 ‘속았다.’

 

 청장은 도둑을 쫓기 위해 부랴부랴 내려갔지만, 이미 도둑은 연회장에서 사라진 뒤였다. 도둑이 서있던 출입문에는 손바닥만 한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거기엔 가짜 시장의 정체가 적혀있었다.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부당한 계획에 쓸 돈은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카쟝]

 

 "카쟝 이 자식...."

 

 

  ***

 

 

 백민관은 천천히 눈을 떴다. 선명해지는 시야로 불사조가 들어왔다.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불사조의 모습이었다. 사장실 천장에 그려진 대형 그림이었다. 사장은 그 불사조를 보며 자신이 사장실에 있음을 감지했다.

 

 민관은 명장제약회사 30층에 위치한 사장실에 있었다. 지금 누워있는 곳은 사장실 오른 편에 위치한 넓은 침대 위였다. 그의 주위로는 주치의와 비서가 있었다. 주치의는 백민관의 전속 의사이자 유능한 연구원이었다. 그는 링거 바늘을 능숙하게 백 사장의 팔에 꽂았다.

 

 “연결했습니다. 곧 들어갈 겁니다.”

 

 주치의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자, 비서가 기다렸다는 듯 사장에게 다가왔다. 사장은 반쯤 뜬 눈으로 비서를 올려다보았다.

 

 "아직 아무 소식도 안 들어왔나?"

 "예. 카쟝이 훔쳐갔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비서는 180cm를 넘는 키와 탄탄한 몸이 무색할 정도로 주눅 들어있었다. 비서의 대답을 들은 백 사장의 이마 주름은 한층 더 깊어졌다. 오후에 받은 경락마사지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었다.

 

 "허어. 하찮은 것들이 말썽이란 말이지."

 

 사장은 침대에 누운 채 한숨을 푹 쉬었다. 한숨은 거침없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평소 같으면 비서를 꾸짖었겠지만, 지금은 몸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수혈 중이었다.

 

 "피가 들어가고 있으니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백 사장에게 출혈이 있었다든가 빈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수혈은 사장의 취미이자 일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했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2번씩은 수혈 시간을 가졌다.

 

 “카쟝 그 녀석이 서류가방을 확인하면 골치 아파지는데.”

 

 백민관은 눈을 들어 천천히 혈액팩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엔 몇 살짜리 혈액이지?"

 

 사장은 금반지로 중무장한 손가락을 들어 혈액 팩을 가리켰다. 비서는 팩에 쓰여 있는 혈액 정보를 읽었다.

 

 "확실히 20대의 피입니다."

 

 "20대?"

 

 사장의 이마에 실선이 한 줄 더 늘어났다.

 

 "20대면, 정확히 몇 살이지?"

 

 비서는 잠시 뜸을 들였다. 곧이어 그의 얼굴 전면에 난처함이 그늘졌다.

 

 "저, 그게...."

 

 사장은 천천히 비서를 바라보았다. 비서의 얼굴이 굳어있었다.

 

 "왜 말을 못 해? 몇 살이냐고 묻지 않나?"

 

 사장의 언성이 높아지자, 비서는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아직은... 스물... 아홉 살입니다.”

 

 “뭐? 아직 스물아홉?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곧 30대라는 소리잖나?"

 

 비서는 대답을 잇지 못했다.

 

 "이런 불결한 걸!”

 

 사장은 링거와 연결된 주사바늘을 단번에 뽑아들었다. 주사바늘 끝엔 혈액이 방울져있었다.

 

 “어쩐지 개운하질 않더라.”

 

 백 사장에게 있어서 수혈은 젊음의 비결과도 같은 것이었다. 체내에 생기 있는 피가 순환하면 몸과 정신도 젊어진다는 게 그의 믿음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늘 20대 초반의 혈액을 요구해왔다.

 

 “벌써 20대 혈액이 다 떨어진 거야?”

 

 주치의는 재빨리 달려와 사장의 바늘자국을 알콜솜으로 눌렀다. 그런 와중에도 비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묻잖아. 다 떨어진 거냐고!"

 

 비서는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아무 말이라도 뱉어야 했다.

 

 “한 사람당 뽑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예전엔 이런 적 없지 않았나.”

 “3년 전에 데려온 20대 중 일부는 30세를 넘겨서 따로 처분했고, 나머지 중에서도 건강이 나빠져 혈액을 쓸 수 없는 사람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그 점을 미리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면목 없습니다.”

 

 사장은 굳게 닫은 입으로 비서를 노려보았다. 비서는 곧장 그의 눈빛을 읽었다. 1년 전과 같은 눈빛이었다. 그 당시 어쭙잖은 핑계를 했다가 골프채로 머리를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서는 벼락이 치기 전에 허리를 90도로 꺾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장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비서는 애꿎은 머리만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장 비서는 빙판 위에 서있는 것처럼 온몸이 싸늘해졌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바늘소리만이 사장실을 메우고 있었다. 초침이 30번 움직였을때,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지지직-

 

 어색한 상황을 깬 잡음의 정체는 비서의 허리춤에서 들려온 무전이었다.

 

 “사장님의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살짝 올려 사장의 눈치를 살폈다. 백 사장은 비서를 향해 손을 까딱거렸다. 음식을 가져오라는 신호였다. 비서에게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한줄기 빛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네, 사장실로 들어오십시오.”

 

 잠시 후, 사장실의 쌀쌀한 분위기를 뚫고 김을 모락모락 내는 식사가 들어왔다.

 

 “저녁식사 왔습니다.”

 

 주방장이 끌고 온 이동식 식탁에는 백 사장이 늘 먹던 메뉴들이 올라와있었다.

 

 삶은 고기, 찐 감자, 그리고 데친 야채들.

 

 죄다 삶은 음식들이었다. 백민관은 생선회 같은 날 것이나 보쌈처럼 삶은 음식을 선호했다. 불에 직접 구운 음식은 그가 극도로 싫어하는 메뉴였다. 음식을 구울 때 생기는 활성산소가 노화의 주요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식감은 최대한 살리고 독성은 줄이기 위해 채소들은 살짝 데쳤습니다."

 

 메뉴 설명을 마친 주방장은 허리를 숙였다. 언제나 비슷한 재료에 비슷한 조리 방법이었지만 주방장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했다. 백민관은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정확히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맛있게 식사하십시오.”

 

 백 사장은 기분이 풀렸는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음식 앞에 앉았다.

 

 “음, 그렇지. 불로 지진 음식이 맛은 있어도 몸엔 해롭단 말이지. 삶은 음식은 맛도 건강에도 좋지. 이 식단 그대로 다음에도 내오게.”

 

 주방장은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백사장은 나이프로 고기를 자르며 비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삶은 고기를 입에 넣은 그의 표정은 한결 풀려있었다.

 

 “어쨌든, 내 프로젝트를 카쟝이 알아채기 전에 서류가방을 되찾아야해.”

 

 말은 쉬웠지만,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는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는 도둑 중에서도 손꼽히는 '연기의 카쟝'이었다.

 

 '하필 카쟝이라니.'

 

 카쟝은 마루시에서도 악명 높은 도둑이었다. 5년 전부터 도둑질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연기(Smoke)의 카쟝'으로 불렸다. 도망을 워낙 잘 치다 보니 범행현장에서 카쟝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가 연기 같았다며 당혹감을 뱉었다. "눈 깜짝 하면 어디론가 사라져있었다"라는 게 그들의 목격담이었다.

 

 '그동안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는데.'

 

 또한 변장의 귀재이기도 했기에 지금껏 그의 실물을 본 이는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서류가방은 곧 되찾아내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비서도 잘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 민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좋아. 믿겠네."

 

 사장은 화가 누그러졌는지 창가에 놓여있던 리모컨을 들었다.

 

 삑-

 

 때마침 TV에선 아나운서가 어제의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어젯밤 10시경, 학목강을 순항하던 유람선으로 도적단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마루시를 위해 모았던 기부금 전체를 도난 당했다고 합니다. 모금함에 담겨있던 기부금은 100억 환(환: 화폐 단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자료 화면으로 선내 CCTV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루가스 탓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선내 상황을 전혀 알아볼 수가 없음에도 아나운서는 차분한 말투로 뉴스를 진행했다.

 

 "유람선을 습격한 도적단은 '카쟝 도적단'으로 밝혀졌습니다. 현재 경찰 측은 사건의 경위와 범인의 도주경로를 확인하는 중입니다."

 

 백 사장은 하얀 가스로 가득한 연회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민관이 말없이 화면만 응시하는 사이 아나운서는 다음 소식으로 넘어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마루시에서 측정한 평균 만환지수는 39.2로 나왔습니다. 작년 37.4에 비하면 소폭 상승했습니다. 반면 달구시의 평균 만환지수는 3.74에서 3.41로 굉장히 하락했습니다."

 

 만환지수란, 도시마다 또는 동네마다 몇몇 구역을 선정해서 그 도시, 동네의 인심과 경제관념을 통틀어 측정하는 지표였다. 여러 구역을 지정해 각 길목마다 10000 환 짜리 지폐를 놓고 그 만 환이 없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분)의 평균을 재는 방식이었다. 즉, 특정 동네 주민 중 누군가 땅에 떨어진 10000환을 가져갈 때까지의 시간을 재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만환지수가 낮을수록 10000환을 재빨리 주워간 것이었다.

 

 "거지 같으니라고..."

 

 민관은 다음 소식이 끝날 때까지도 뉴스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동공에는 카쟝 뿐만이 아니라 달구시 전체를 향한 분노가 서려있었다.

 

 ***

 

 

 키보드 소리는 한나절 넘도록 계속되었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일정한 박자와 타격음은 키보드에 딱따구리가 앉았나 싶을 정도였다.

 

 “카쟝, 글은 아직이냐?”

 

 리브의 물음에도 카쟝의 눈은 오로지 모니터에 고정되어있었다.

 

 “뭐, 거의 다 됐어요.”

 

 매번 쉼없이 타자를 치다 보니 키보드 코팅은 벗겨진지 오래였다. 이번에도 카쟝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사정 없이 키보드를 두들겼다. 지난밤에 행했던 범행을 글로 작성하자니 설명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는 계획부터 실행까지 하나하나 써내려갔다.

 

 꼬르륵-

 

 해 뜨기 전에 시작했는데도 해가 머리 위를 지난 시점까지 끝을 보지 못했다. 리브는 기다림에 지친 듯 턱을 괸 채 카쟝을 바라보았다.

 

 “이제 오후 2시야. 아직 점심도 안 먹었잖냐.”

 “응, 곧 있으면 끝납니다. 돈은 들어왔어요?”

 “돈은 아침뉴스 뜨자마자 들어왔지.”

 

 리브는 자신의 노트북을 돌려 화면을 가리켰다.

 

 [ AM 7:32 200,000,000환 입금 ]

 

 리브가 만든 가상계좌로 2억 환이 입금되어있었다. 입금자명은 ‘강상일보 신문사’였다.

 

 “끝내자마자 강상 신문사로 보내면 되겠네요.”

 

 카쟝은 거사를 마친 뒤엔 언제나 자신의 범행을 글로 정리했다. 평소 일기를 쓰는 그로서는 일기의 연장선이기도 했지만, 주요 목적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정리가 다 된 글은 신문사로 보냈다.

 

 물론 본인의 이름을 걸 수는 없었기에 '이덤'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신문사에서는 이덤에게서 받은 범행일기를 그날 신문에 게재했다. 기사의 이름도 [이덤의 카쟝 Inside]였다. 작성한 글도 표면적으로는 추측성 기사였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카쟝이 저러저러한 일을 계획했고, 그러그러하게 범행이 이루어졌으리라는 글이었다. 하지만 추측이라기엔 너무나 앞뒤가 잘 맞아떨어졌다. 당연히도 독자들 사이에선 "'이덤'과 '카쟝'이 동일 인물이 아니냐"라는 루머 아닌 루머가 돌았다.

 

 카쟝과 신문사의 거래방식은 간단했다. 언제나 카쟝이 원하는 시간과 방법으로 신문사에 글을 보내주는 식이었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소통. 그 글을 통해 얻은 원고료는 카쟝 일당의 주된 수입원이었다. 신문사에서 카쟝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그의 글을 강상일보에 게재하는 식이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뉴스에 카쟝의 범행이 나오자마자 신문사에서 다짜고짜 돈부터 들이민 상황이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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