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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명장제약(2)
작성일 : 22-02-19 10:08     조회 : 72     추천 : 0     분량 : 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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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1000H-β 개발 막바지라더니 힘들긴 힘든가 봐? 그 사이에 수염도 덥수룩해졌네. 나도 젊었을 땐 면도하고 1시간만 놔둬도 거뭇거뭇해졌지, 하핫!"

 

 '혼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1000H-β는 또 뭐고?'

 

 불청객은 카쟝의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시작했다. 카쟝은 어떻게 맞받아야 할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하하핫!”

 

 카쟝 앞의 남자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것 마냥 호탕하게 웃었다. 카쟝은 주위의 시선이 느껴지자 얼굴이 더 빨갛게 불타올랐다. 반면 불청객은 다른 이들의 관심을 즐기는 듯이 큰 소리로 답했다.

 

 “아주 농담도. 우리 회사에 이렇게 생긴 사람이 강 과장 밖에 더 있어?”

 

 카쟝은 이게 어찌 된 까닭인지 가능한 경우를 모두 계산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카쟝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6층입니다.]

 

 때마침 승강기가 6층에 다다랐다. 카쟝은 어색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얼른 문 앞에 섰다.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불청객에게 목례만 하고 승강기에서 내렸다. 승강기 문이 닫히기 직전, 뒤에서 그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그래. 반가웠어. 다음에 밥이나 같이 먹자고! 그 동안 뱃살도 좀 빼고."

 

 카쟝은 어안이 벙벙했다. 얼굴, 수염, 그리고 뱃살. 그 남자는 카쟝이 변장으로 바꾼 신체들을 조목조목 집어냈다. 마치 카쟝의 본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카쟝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꿈을 꾸는 것인가 싶었다.

 

 ‘에이, 설마. 다른 사람이랑 헷갈린 거겠지.’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카쟝은 당장이라도 계획을 중단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던 리브도 걱정을 비쳤다.

 

 “카쟝. 이게 무슨 상황이냐. 그냥 돌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카쟝은 잠시 멈춰서 진행 여부를 고려했고, 즉시 판단을 내렸다.

 

 “아냐. 의심하는 모습은 없었어. 그냥 헷갈린 걸 거야.”

 

 카쟝은 여전히 얼떨떨했지만 이내 고개를 바로 들었다. 그의 앞에는 6층 연구소로 들어가는 입구가 떡하니 서있었다. 입구는 유리문으로 되어있었고 그 오른편에 출입카드를 인식하는 장치가 달려있었다. 카쟝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들었다.

 

 [임원준 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회사는 어딜 가나 인사성 하나는 밝네.'

 

 유리문이 열리고 내부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탈의실이 나왔다. 왼쪽은 여성, 오른쪽은 남성 출입구였다. 카쟝은 오른편으로 방향을 틀어 탈의실 문을 열었다. 탈의실은 30평 남짓한 공간으로 반대편 구석에는 샤워실도 붙어있었다. 그는 벽에 붙은 대형 거울 앞에 섰다.

 

 '변장이 티가 났나?'

 

 카쟝은 자신의 모습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찬찬히 훑어봤다.

 

 '코를 조금 작게 만들어야 했나?'

 

 실리콘으로 만든 코였기에 실제 피부와 똑같은 표면과 질감을 가졌다. 카쟝의 원래 얼굴을 모르는 이상 엔간해선 가짜 코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내 얼굴이 워낙 평범하니까. 단순히 비슷한 사람이랑 착각한 거겠지.'

 

 하지만 무시하자니 영 찜찜했다. 카쟝이 고개를 돌리니 입구 왼편에 여러 벌의 실험복이 사이즈별로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모든 실험복은 소독된 채 특제 봉투 안에 밀봉되어있었다.

 

 '이걸로 갈아입어야 하는구나.'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다른 연구원과 똑같은 실험복과 마스크, 그리고 보안경을 착용한다면 굳이 변장할 필요 없이 쉽게 잠입할 수 있었다. 숲속에 숨을 때는 나무가 되는 방법이 가장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디 입어볼까?"

 

 그때 카쟝의 뒤로 대화소리가 들렸다. 카쟝은 잽싸게 발을 움직여 가장 먼 캐비닛 뒤로 들어갔다. 카쟝이 숨어들기 무섭게 탈의실 문이 열리고 사원들이 들어왔다. 이제 막 출근한 연구원인 듯했다. 연구원들은 카쟝의 존재는 꿈에도 생각 못한 체 대화를 진행했다. 카쟝은 발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2명이다.'

 

 연구원들은 방금 전까지 카쟝이 서있던 자리에서 실험복을 챙겼다.

 

 "하, 매일 같은 실험만 몇 번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니까요. 부작용이 없으면 없는 거지, 부작용이 생길 때까지 실험을 진행하라는 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사장님이 노화저해제에 투자하신 돈이 한두 푼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야."

 "그래도 너무하다 이 말입니다."

 

 대화라기보다는 불평의 연속이었다. 높은 캐비닛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투덜거림이 계속 이어졌다. 카쟝은 캐비닛과 한 몸이 된 것 마냥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캐비닛너머로 옷을 갈아입는 소리가 들렸고, 곧이어 그들은 실험실 입구로 직행했다.

 

 “아무튼 오늘도 힘내보자고.”

 "아무렴요. 여기에 바친 기간이 얼만데요."

 "그래, 이제 와서 그만 둘 순 없지.”

 

 연구원들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카쟝도 곧장 실험복으로 갈아입었다. 환복을 마친 카쟝은 탈의실에 비치된 거울로 다가갔다. 거울 안에는 영락없는 연구원 한 명이 서있었다.

 

 ‘서두르지 말자.’

 

 카쟝은 방금 전 연구원들이 통과했던 입구로 들어섰다. 입구로 들어가니 또 다른 문이 나왔다.

 

 [Air-shower room]

 

 실험실로 들어가기 전에 외면에 부착된 먼지 등을 공기 샤워로 떼어내는 장치였다. 오른편에는 [Shower]버튼도 있었다.

 

 ‘이걸 눌러야 작동하는구나.’

 

 당연히 공기 분사로 인한 소음이 생길 게 뻔했다. 아까 들어간 연구원들이라면 버튼을 눌렀겠지만 카쟝은 그럴 처지가 아니었다.

 

 ‘공연한 소음을 낼 필요는 없지.’

 

 카쟝은 샤워실 출구이자 실험실 입구인 문을 조심스레 밀었다.

 

 '드디어.'

 

 샤워실을 나오니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눈이 탁 트이는 넓은 공간은 카쟝의 시야를 가득 메우고도 남았다. 운동장처럼 넓은 연구소는 방 여러 개로 나눠져 있었고, 각 방들은 좌우로 정렬되어 따닥따닥 붙어있었다. 그 안에서는 연구원들이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실험은 이런 데서 하는 거구나.'

 

 듣도 보도 못한 기계들이 방마다 설치되어있었다. 연구원이 실험실 밖에서 기계를 조종하기도 하고, 기계와 동료처럼 팀워크를 이루며 실험하기도 했다. 심지어 바로 왼편에 보이는 실험실은 연구원 없이 기계 스스로 무언가를 제조하고 있었다. 그런 기계들에 카쟝의 시선이 닿을수록 회사 밖과의 이질감을 만들었다. 카쟝은 자신이 최첨단 우주선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카쟝, 넌 무슨 견학하러 온 애처럼 멍 때리냐?”

 

 리브의 충고가 고막을 톡 쏘았다.

 

 "어서 주변부터 살펴봐."

 

 6층은 특정 약물들을 10년 이상 실험하던 장소이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약품들을 보관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카쟝은 실험실을 쭉 둘러보았다.

 

 ‘약품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를 찾아야 해.’

 

 목표를 포착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카쟝의 오른편으로 40m 쯤 되어 보이는 커다란 방이 보였다. 언뜻 보기엔 커다란 냉장고처럼 보였다. 하지만 출입문에 카쟝을 환영하는 듯한 단어가 쓰여 있었다.

 

 [약품 보관소]

 

 카쟝은 실험실로 가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약품 보관소로 접근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카쟝을 경계하는 시선은 없었다. 연구원 모두 자신의 연구를 하느라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카쟝은 무리 없이 보관소까지 도달했다.

 

 ‘들어가 볼까.’

 

 다행히 잠금장치도 따로 없었다. 카쟝은 보관소 문을 열었다.

 

 푸슉-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내부가 드러났다. 카쟝은 주위를 살피며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완전 도서관이잖아?’

 

 보관소에는 수 십 개의 진열장이 나열되어있었다. 진열장 위에는 약품들이 개발 날짜에 따라 배열되어있었다.

 

 ‘10년 전에 개발되었으니까.’

 

 카쟝은 선반을 따라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열댓 걸음 나아가니 10년 전 약품들의 진열장이 나왔고, 카쟝은 그 선반 앞에 섰다.

 

 ‘DTS virus로 찾으면 나오겠지.’

 

 "D... D... D...."

 

 카쟝은 신속하게 눈을 돌리며 해당 치료제를 찾았다. 그렇게 5분을 찾아 헤맸다.

 

 '없다.'

 

 없었다. 모든 시신경을 동원해서 선반 위를 샅샅이 뒤져봤지만 DTS virus에 대한 약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DTS라는 단어 자체가 이 구역에 없는 듯했다.

 

 “다른 년도에 개발했나?”

 

 그렇게 다섯 진열장을 더 수색했다. 하지만 끝에 내린 결론은 ‘DTS virus 치료제는 이곳에 없다.’였다.

 

 “카쟝, 치료제는 아직?”

 “없어. 백 사장이 다른 곳에 따로 숨긴 게 분명해.”

 “그럼 어서 돌아와. 약 찾는데 시간을 너무 소모했어. 곧 백 사장이 올 거야.”

 

 백민관은 매일 아침 회사를 순회했다. 감독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알겠어.”

 

 일정대로라면 백민관이 6층으로 내려오기까지 남은 시간은 5분 정도. 카쟝은 다른 층도 수색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는 빈손으로 보관소에서 빠져나왔다. 그렇게 왔던 길을 따라 실험실에서 나와 탈의실에서 부랴부랴 옷을 갈아입었다. 문제는 그때 발생했다. 그가 하의를 벗고 서둘러 상의를 벗던 순간이었다.

 

 투둑.

 

 '젠장.'

 

 카쟝의 코가 찢어졌다. 급하게 옷을 벗다가 목둘레 부분에 코가 걸린 것이었다. 거울을 보니 실리콘의 왼쪽 테두리가 뜯어져 달랑달랑거렸다. 다시 붙일 시간도, 도구도 없었다. 카쟝은 과감히 코를 떼어냈다.

 

 ‘치료제를 찾느라 너무 시간을 끌었어. 어서 돌아가야 해.’

 

 환복을 끝낸 카쟝은 탈의실 출입문으로 이동했다. 그는 나갈 채비를 끝내고 출입문을 조용히 열었다.

 

 확-

 

 갑자기 출입문이 활짝 열렸다. 누군가 밖에서 문을 연 것이었다.

 

 "어?"

 

 카쟝의 앞에 한 남성이 서있었다. 동시에 그의 머리속으로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백민관?'

 

 하지만 백민관보다 왜소한 체격이었다. 카쟝은 직감적으로 연구원임을 알아챘다. 감지 않은 머리와 도수 높은 안경이 그의 고단한 연구를 반증하고 있었다. 움푹 들어간 볼과 눈 주위를 감싼 다크 서클로 인해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카쟝은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나 있었다. 당황한 것은 그 연구원도 마찬가지였다.

 

 “아우, 놀래라.”

 

 ‘어쩌지?’

 

 카쟝은 허리춤에 숨겨온 전기 충격기에 왼손을 가져갔다. 여차하면 그 남자를 기절 시킬 셈이었다. 하지만 그 연구원의 입에서는 예상 밖의 말이 나왔다.

 

 “강 과장님이 여기는 웬일로 오셨어요?”

 

 ‘강 과장?’

 

 그 남성은 카쟝에게 한 걸음 다가왔고, 카쟝의 왼손도 충격기로 점점 다가갔다.

 

 “3층에 계셔야 되잖아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들의 연속이었다. 일단 연구원에게 경계하는 낯빛이 없는 것으로 보아 카쟝을 적대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사람도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어.’

 

 "왜 말이 없으세요?"

 

 카쟝을 응시하던 남자의 눈초리가 당황에서 의심으로 바뀌고 있었다.

 

 ‘더 이상 여기 있다간 상황이 점점 꼬이겠어.’

 

 “아, 볼 일이 있어서 올라왔어. 이제 3층으로 내려가야지.”

 

 카쟝은 마음에도 없는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살짝 굽혔다. 그 자세로 연구원을 지나쳐 곧장 승강기 앞에 섰다. 마침 승강기도 바로 위층에 있어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도착 신호가 떴다.

 

 [6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들어간 카쟝은 서슴없이 1층 버튼을 눌렀다. 모두들 출근을 마쳤는지 엘리베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닫히기 전, 카쟝의 눈으로 탈의실을 들어가던 연구원이 보였다. 때마침 그 연구원도 카쟝을 쳐다보았다.

 

 “과장님, 연구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신 거 미리 축하 드립니다.”

 

 연구원은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

 

 카쟝의 눈꺼풀이 벌어지며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카쟝은 슬슬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무도 자신을 몰라야 할 장소에서 모두가 자신을 알고 있었다.

 

 ‘나는 저들을 모르지만 저들은 나를 안다.’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만든 몰래 카메라로 느껴졌다. 백민관이 “오늘 카쟝이 회사에 방문할 예정이니 다들 친한 척 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공지한 게 아니고서야 이 상황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아침에 느꼈던 기시감.’

 ‘나를 만났던 직원들의 인사.’

 

 이해할 수 없는 의문투성이였다.

 

 ‘함정은 아니겠지.’

 

 지금 순간, 카쟝은 억눌러왔던 불안이 매섭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승강기를 이리저리 둘러봤다. 본능적으로 탈출구를 찾는 것이었다. 그의 시야로 승강기의 환기구가 들어왔다.

 

 ‘천장에 통로가 하나 있군.’

 

 카쟝은 팔을 뻗어 탈출로를 확인했다. 힘껏 뛰면 닿을 거리였다.

 

 [1층입니다.]

 

 ‘벌써?’

 

 카쟝이 탈출로를 확보하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무서운 속도로 1층에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립니다.]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카쟝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문 밖에서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백 사장? 천하제약 경비원? 아니면 경찰?’

 

 문이 벌어지고 바깥 공기가 서서히 들어왔다. 카쟝의 시야로 문밖의 모습이 들어왔다.

 

 '설마.'

 

 문이 활짝 열렸다. 그와 함께 카쟝의 동공이 급격히 확장했다.

 

 ‘아니... 이게... 무슨....’

 

 카쟝의 앞에는 예상치 못한 사람이 서있었다. 놀란 것은 그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당신 뭐야.”

 “당신 뭐야.”

 

 두 사람은 동시에 당혹을 뱉었다.

 

 ‘나잖아....’

 

 카쟝의 앞에는 카쟝이 서있었다.

 

 

 ***

 

 

 "죄송합니다. 한창 바쁠 때여서요. 오래 기다리셨죠?"

 "괜찮습니다. 관계자 분께 들었습니다. 요즘 연구 때문에 바쁘다고 하시더군요."

 

 오늘 아침, 일호는 특별한 남자를 만났다. 그를 만난 건 일호가 연구실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때였다. 곧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문이 열렸다.

 

 "당신 뭐야."

 

 엘리베이터 안에는 일호와 똑 닮은 남자가 타고 있었다. 좀 더 상세하게 표현하자면, 일호보다 조금 정리가 덜 된 머리와 수염, 그리고 마른 몸을 가진 남자였다. 눈동자의 색을 제외하고는 염색한 머리까지 일호를 복사한 듯했다. 심지어 안경도 같은 회사의 제품이었다.

 

 '도플갱어?'

 

 일호는 호기심으로 먹고 사는 연구원이었다. 그의 앞에 서있던 남자는 그에게 강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일호는 그 남자와 당장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상황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가 개발하던 약품 1000H-β의 연구가 막바지였다. 그냥 막바지도 아니고, 막바지의 막바지이다 보니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그 즉시 비상사태였다. 그런 탓에 일호는 그 남자에게 연락처와 함께 "12시 30분에 회사 앞 카페에서 만납시다."라는 약속만 남기고 출근했다.

 

 

 [PM 12:40]

 

 두 남자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남들보다 살짝 큰 키

 주차장처럼 넓은 이마

 곧 잠에 들 것처럼 쳐진 눈 꼬리

 

 게다가 요즘 들어 면도를 건성으로 하는 일호를 예측이라도 한 듯 상대에겐 덥수룩한 수염이 있었다. "너 그렇게 면도 안 하다간 이렇게 된다."라고 꾸짖는 것 같았다. 턱 밑을 힐끔 보니 오른쪽 턱과 목 사이에 수박씨만 한 점도 있었다. 일호는 자신이 대형 거울 앞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차이점이라면 일호의 피부가 상대적으로 하얗고 허리둘레는 더 길었다. 일호의 직업 특성상 하루종일 실험실에만 처박혀있어야 했기에 생긴 차이였다.

 

 “혹시 다리에 점도 있어요?”

 “네, 왼쪽 무릎 위에 동전만 한 점이 있습니다.”

 

 일호는 무릎을 올리려 했으나 앞의 남자는 손으로 저지했다.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어요.”

 “네....”

 “AB형이고요?”

 “네.”

 

 해는 중천을 지나고 있었다. 일호는 도플갱어를 실제로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그와 쏙 닮은, 마치 잃어버린 쌍둥이 형제 같은 남자가 앉아있었다. 일호는 얼마 남지 않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그를 캐물었다.

 

 "혹시 건강 상의 이유로 수술을 받았거나 약을 드시거나 하진 않나요?"

 

 심장 때문이었다. 만약 쌍둥이라면, 일호와 같은 유전자를 받았다면, 심장의 결함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요. 그런 것은 딱히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그의 대답이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계속해서 일호는 일방적인 질문을 투척했다.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시나요?”

 “태어났을 때부터 가족은 없었고 혈혈단신 외톨이로 살아왔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분위기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일호가 잠시 입을 다물자 앞의 남자가 냉큼 입을 열었다.

 

 “혹시 가족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자매는 없습니다.”

 “부모님이 계시구나. 저는 얼굴도 모르는데, 부럽습니다.”

 “아, 저도 엄연히는 양부모님입니다. 갓 난 아기일 때 입양되었고요.”

 

 일호가 본인의 입양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중학생 시절이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일호의 부모는 어느 날 그를 불러 입양한 사실을 담담하게 고백했다. 일호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 동안 일호의 부모는 그에게 물심양면으로 아낌없이 지원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남부럽지 않게 키웠고, 일류 고등학교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교까지 진학을 시켰다. 일호에게 피보다 더욱 진한 정을 보여준 부모였다.

 

 “그렇군요.”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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