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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누가 괴물인가?
작가 : 김지혜
작품등록일 : 2020.9.12

폭력은 어둠을 낳았고, 어둠은 괴물을 낳았다.
자신의 딸을 망가뜨린 자, 질투에 사로잡혀 사람을 죽이려 한 자, 스스로 빠진 수렁에 다른 이를 끌어들이려 한 자,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한 자, 모든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 자, 자신에게 상처 준 자들을 없앤 자.
그들 중 누가 괴물인가?

※이 소설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과 폭력적인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으실 때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 소설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처가득 #폭력적인요소있음 #복수 #소시오패스일까_아닐까 #가해자와_피해자와_방관자

문의 : jinwinter00@naver.com

 
16화. 미안해
작성일 : 22-02-10 22:5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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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지현도 가연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당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연이 마지막 발악을 하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계단에서 스스로 몸을 던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현이 분석한 가연은 스스로를 던질 수 있을 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예상 밖의 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원래 예상한 대로 흘러가기만 하는 것은 재미없으니까.

 

 가끔은 이런 스릴을 즐겨주는 것도 좋겠지.

 

 '나도 참, 운이 좋다니까.'

 

 지현은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녀라고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이나

 

 다만, 자주 덤벙거리며 넘어지기 일쑤였던 수연을 옆에서 지탱해주면서 사람이 넘어질 때 빠르게 잡아주는 법을 터득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가연이 하려던 것은 지현이 이전에 자신의 아빠를, 괴물을 죽이며 해봤던 것이었다.

 

 사람을 죽이는데 누명을 씌우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니 자신이 피해자라는 것만 확실하게 각인시키면, 그들의 눈을 속이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정말, 어이없게도 쉬운 일이었다.

 

 지현은 자신의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것에 당황하며 지현을 팍 밀쳤다.

 

 지현은 순간 발을 헛디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했으나 그대로 떨어지기엔 아직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

 

 “가연아, 네가 그러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뭐, 사람들이 다친 널 보고 생각을 바꿀 거라 생각했니?”

 “......!”

 “가연아, 떨어지려면 제대로 떨어졌어야지. 그렇게 느릿하게 떨어지면 내가 그전에 널 잡게 되잖아.”

 “칫, 닥쳐!”

 “그리고, 네가 그렇게 나와도 사람들은 내 말을 믿을 거야.”

 

 지현은 슬며시 발을 뒤로 빼면서 말을 이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넌 여러 사람을 상처 입힌 가해자고, 난 불쌍한 피해자니까.”

 

 지현은 그대로 몸을 뒤로 뉘어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며 나직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너는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유지현!”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팔을 감싸며 몸을 떨면서도 가연의 처절한 외침을 듣자 그 모든 고통이 잊혀지는 것 같았다.

 

 일부러 보란 듯이 뛰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또 아무 생각도 없이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팔로 머리를 감싸 제대로 머리를 보호했고, 그 덕에 가벼운 염좌와 팔이 조금 아픈 것, 온몸이 욱신욱신 쑤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멀쩡해 보였다.

 

 아래층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주위로 몰려들었고, 그들이 본 것은 찡그린 표정으로 쓰러져있는 지현과 계단 위에 큰 충격을 받은 얼굴을 하는 가연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지현을 피해자로, 가연을 가해자라고 생각했다.

 

 전부 지현의 말대로 이루어졌다.

 

 가연도 그 사실을 눈치챘기에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손톱을 뜯으며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내, 내가 생각했던 건 이런 게 아니었는데......!?’

 

 절대 이러려던 아니었다. 원래는 그냥 지현을 겁줄 생각이었고 운이 좋으면 강제 전학을 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지현의 태도에서 자신이 품고 있었던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었고, 그 후에는 여론을 바꾸기 위해 자신이 다치면서 지현도 자신에게 뭔가 해코지를 했다고 말하려고 했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눈물과 상처에 약하니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은 기본이고, 운이 좋으면 지현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 몰아갈 계획도 세웠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가연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이대로라면 강제 전학은커녕 감옥에 갇힐 것 같았다.

 

 아, 그녀는 아직 미성년자이니 소년원으로 가겠지.

 

 앞뒤 생각 안 하고 막 나가던 가연도 강제 전학은 두렵지 않아도 소년원은 두려웠는지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나름 뒤도 안 돌아보고 최대한 빨리 달려갔지만, 평생을 범인을 잡기 위한 훈련으로 중무장한 경찰들을 그녀가 따돌릴 속도는 못 되었다.

 

 결국 가연은 죄가 가중되어 소년원에 가게 되었다는, 그녀가 생각한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다.

 

 소년원과 보호관찰 처분. 지현은 철저한 계획으로 가연이라는 괴물을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사실상의 죽음이었다.

 

 ***

 

 가연의 판결이 난 직후에도 지현은 병원에서 편안하게 쉬며 많은 이들의 걱정을 받았다.

 

 물론 그녀를 걱정한다며 찾아온 이들의 걱정에는 위선과 진심이 섞여 있었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걱정하면서 자신이 방관했다는 사실을 지우거나 서서히 잊어갈 테니까. 그래봤자 그들이 방관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다행히도 지현은 얼마 안 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게 되었다. 잠자고 있던 괴물이 다시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가연은 학교 폭력 했다는 사실과 이로 인한 처분 때문에 집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한 상태였다.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자신의 권력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과 같았고, 실제로 지현이라는 태풍에 의해 아름다운 모래성이 아닌 넓디넓은 해변의 일부인 모래가 되었다.

 

 가연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생각에 서둘러 폰을 들고 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 따로 사과하고 싶은데 따로 만날 수 있을까?>

 

 이윽고 ‘읽음’ 표시가 뜨자 가연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긍정의 대답을 해야만 가연이 원하는 대로 흘러갈 수 있었다.

 

 비굴하게 이제야 사과해봤자 변하는 것이 없겠지만, 가연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는 것만이 그녀를 지옥에서 구출할 유일한 방법이기에.

 

 

 같은 시각, 지현은 가연이 보낸 문자를 바라보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자신에게 뭔갈 더 할 거라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리 빨리 반응이 오니 즐거울 따름이었다.

 

 사과하고 싶다는 말로 자신을 불러낸 뒤에는 어떻게 행동할까. 제 뜻대로 남을 조종하지 못해 잔뜩 인상을 쓰면서 무어라 말할까.

 

 지현은 가연의 생각에 콧노래를 부르며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학교 앞에서 보자.>

 <고마워.>

 

 가연은 지현의 답장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으란 법은 없구나. 신이 나에게 기회를 주시려는 거구나!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가연의 얼굴에 만연한 미소가 피어났다.

 

 다른 이라면 몰라도 지현에게만큼은 그런 기대를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서.

 

 ***

 

 모두가 잠든 늦은 밤, 학교 앞에는 아직 다친 곳이 완전히 낫지는 않은 듯 절뚝거리며 벤치에 앉아있는 지현이 가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게 불쌍한 피해자의 얼굴인가 싶을 정도로 은은한 미소가 떠올라 있는 지현의 얼굴에 가연은 몸을 흠칫 떨었다.

 

 가연은 남에게, 특히 지현에게 고개 숙이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소년 법정에 가서 평생을 범죄자라 낙인찍힌 채로 살아가는 것은 더더욱 싫었다.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가연은 지울 수 없는 분노와 열등감에 손을 부들부들 떨며 옷을 여미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솔직히 말 한마디 건네는 것에도 역한 기운과 분노가 함께 치솟는 기분이라 정말 하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가연은 아무렇게나 뒤섞여 용광로처럼 들끓는 감정들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냐, 얼마 안 기다렸어.”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만에 들은 지현의 목소리는 마치 순한 양처럼 상냥하기 그지없었다.

 

 가연은 순간, 지현에게 조금만 빌면, 아니 무릎 꿇고 손바닥이 닳도록 싹싹 빌면 용서해주지 않을까, 선처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그토록 지현에게 당하고도 깨달은 것이 없는, 어리석은 자의 욕심은 적당한 선과 양심을 잊고 처음 바랐던 것보다 점점 커져만 갔다.

 

 가연은 너무 대놓고 말하면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뼈저리게 후회하는 표정을 지으며 의도적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

 

 “그......미안해....... 내가 너한테 심하게 한 거, 물 뿌리고, 함부로 말하고, 때린 거......다 미안해.......”

 

 가연은 이 정도면 후회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스스로의 연기력을 뿌듯해하며 거짓 눈물을 또르르 흘려보냈다.

 

 언뜻 보기에는 이전과는 다르게 완벽한 연기를 했다고 할 수 있었던 가연이었지만, 그녀가 놓친 것이 있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이가 순한 양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잔혹성과 지략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거짓 눈물과 연기를 간파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연은 그렇게 지현에게 당하고도 또다시 그 사실을 잊은 것이었다. 정말 바보 같게도.

 

 “흐응.”

 

 여유로움이 흐르는 콧소리와 함께 지현의 눈매가 순식간에 가늘어졌다. 지현은 가연이 애가 타도록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을 돌려 답을 미뤘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후회하는 표정을 지었구나.”

 

 어쩜 저리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지. 무슨 짓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였지만, 학교 앞으로 불러내서 한다는 말이 마음에도 없는 사과와 감정을 숨기지도 못해 삐죽삐죽 드러내는 가증스러운 연기라니.

 

 웃긴 촌극이 따로 없었다.

 

 지현은 사르르 미소를 지으며 가연의 손을 잡았다.

 

 당혹감과 증오로 범벅된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을 보며 지현의 눈꼬리가 둥글게 휘었다.

 

 “가연아 네 마음은 이해해.”

 “그럼......!”

 “하지만, 네 사과는 받지 않을게. 그건 진심으로 하는 사과가 아니잖아?”

 “......!”

 

 가연은 자신의 본심이 지현에게 간파당했다는 사실에 숨을 헙, 하고 들이켰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숨기고 연기했는데! 이대로라면 내 앞에 있는 것은 죽음뿐이란 말이야!’

 

 자신의 미래를 직감한 가연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가연의 어깨가 거친 숨으로 오르내리다가 이내 무릎과 함께 바닥에 털썩 주저앉듯 가라앉았다.

 

 가연은 무릎이 까진 것도 모르고 지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썩은 동아줄을 잡았으면서 살아가길 소원하는 듯한 얼굴을 했다.

 

 “지, 지현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너, 너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건데......내가 잠깐 눈이 멀었었나 봐. 그, 그래. 내가 눈이 멀었었어. 네가 너무 멋지고 공부도, 다른 것도 전부 잘하니까 부러워서 그랬어! 내가 너무 미안해!”

 

 반쯤 실성한 것처럼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아무렇게나 말을 늘어놓는 가연의 모습을 보고도 지현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마치 더 해보라는 듯이 그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바늘이 심장을 꿰뚫는 듯한 느낌에 가연은 숨이 턱 막히는, 극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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