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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누가 괴물인가?
작가 : 김지혜
작품등록일 : 2020.9.12

폭력은 어둠을 낳았고, 어둠은 괴물을 낳았다.
자신의 딸을 망가뜨린 자, 질투에 사로잡혀 사람을 죽이려 한 자, 스스로 빠진 수렁에 다른 이를 끌어들이려 한 자, 자신의 감정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한 자, 모든 것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 자, 자신에게 상처 준 자들을 없앤 자.
그들 중 누가 괴물인가?

※이 소설은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과 폭력적인 내용들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읽으실 때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 소설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처가득 #폭력적인요소있음 #복수 #소시오패스일까_아닐까 #가해자와_피해자와_방관자

문의 : jinwinter00@naver.com

 
13화. 한 순간의 행복
작성일 : 22-02-09 23:27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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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라던 1등도, 아쉽게 놓친 2등도 아닌 50등. 수재라는 소리를 달고 살던 가연에게 이런 결과는 처음 받아보는 충격이었다.

 

 거기에 지현과의 대결에서 약간의 오차가 있었던 것도, 아슬아슬하게 진 것도 아니라 반박할 여지가 없이 졌기 때문에 커다란 수치심이 그녀를 덮쳤다.

 

 “뭐야, 50등이잖아. 나한테는 1등이라며.”

 

 지현은 가연의 성적표를 빤히 바라보며 살살 약을 올렸지만, 충격에 휩싸인 가연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아니지? 거짓말이지? 막 전교 5등인데 성적표에 오류가 생긴 거지?”

 “.......”

 “혹시라도 오류가 생긴 거면 빨리 교무실로 가자. 선생님께 고쳐달라고 하면 되지.”

 “아니야. 5등은 나인걸.”

 “맞아, 쟤가 5등이야.”

 

 비단 가연뿐만이 아니었다. 반 친구들도 지현이 왜 이런 얘기를 꺼냈는지, 가연의 성적표가 잘못될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며 옆에서 키득거리거나 한마디씩 거들고는 했다.

 

 그들의 눈에는 평소에 자신들을 괴롭히던 가연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게 즐거웠고, 그런 그녀는 매도하는 지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너무하다니까.’

 

 지현도 그런 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다. 자신이 상처를 입는 건 싫으면서 남이 나서서 상처를 입으면서도 매도하는 것을 즐기고,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뒤에서 모든 일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심리.

 

 확실하게 이길 것 같은 쪽의 편을 들고 아니라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매정한 심리. 지현은 그런 심리를 많이 봐왔고, 실제로 경험했기에 더욱 싫어했다.

 

 그런 심리를 가진 사람이 비겁자가 아니면 무엇인가.

 

 지현의 눈에는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가연이나, 가연의 옆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채연과 희원이나, 이쪽저쪽 옮겨붙으며 어떻게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다른 아이들이나 모두 똑같아 보였다.

 

 죄다 검고 검은 사람들. 지현은 한시라도 그들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수연과 자리를 떠났다.

 

 “그럼 가연아 내일 보자. 즐거운 주말 보내.”

 “아, 안녕.”

 

 지현과 수연이 떠난 교실에는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가득한 패자의 비명과 멀리서 가연을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아이들의 비웃음만이 남았다.

 

 그곳에 가연의 편은 더 이상 없었다.

 

 .

 .

 .

 

 [그럼 잠깐 인터뷰 하나 좀 볼까요?]

 

 Uni의 모습을 한 지현은 말과 함께 화면이 전환되었다.

 

 지현의 또래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은 몇몇은 즐겁다는 듯이 웃으며, 몇몇은 기겁하는 표정으로, 또 몇몇은 담담하게 그날의 일에 대해 말했다.

 

 [그때요? 하하, 그때 진짜 죽여줬죠. 지현이가 성적표를 딱 보여주면서.......]

 [조가연이 저흴 얼마나 괴롭혔는데요. 그때 정말 시원했죠,]

 [진짜 유지현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라니까요? 만점으로 전교 1등. 괴물이 따로 없었죠.]

 [그런 일이 있었던 후에 조가연은 좀 잠잠해졌어요. 뭐, 잠시였지만요.]

 

 지현은 다시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영상 속 목소리를 따라 입을 움직였다.

 

 [그다음에는 뭐, 또다시 새로운 방식의 괴롭힘을 시작했죠.]

 

 .

 .

 .

 

 가연은 그 뒤로도 지현을 따라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밤도 새워보고, 카페인 음료와 커피로 책상을 가득 채우며 공부해보고, 학원을 여럿 다녀보아도 어째서인지 지현만은 이길 수가 없었다.

 

 마치 시험을 하루 앞둔 수험생처럼 죽도록 노력을 해봐도 항상 1등은 유지현이었고 잘해봐야 자신은 2등이었다.

 

 “이 자식들은 왜 또 답장이 없어!”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채연과 희원은 가연과 연락이 뜸해졌다.

 

 가연이 더 이상 예전같이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란 걸 안 것인지, 그녀가 진짜 권력을 쥔 것이 아니란 걸 안 것인지, 그녀와 함께 다니기는 했지만, 예전처럼 친밀하게 엉겨 붙거나 하진 않았다.

 

 가연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아니라고 외면하고 싶었을 뿐.

 

 자신이 권력의 중점에 서 있다고, 자신이 다른 아이들을 제치고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게 아니란 것이 밝혀진 순간, 그녀의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가연은 패배의 쓴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속 방안에서 입술을 짓씹으며 폰을 매만졌다.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가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다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만점을 받아 반드시 지현을 이기기 위해서.

 

 사실 가연은 하는 행동에 비해 생각보다 단순하고 바보같이 한 우물만 파는 우직한 사람이었다.

 

 지금만 해도 지현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전교 1등이 되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해 이리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 열정을 공부에 온전히 쏟았더라면, 남을 괴롭히는 데에 사용하지 않고 자기 계발을 위해 사용했다면, 혹은 좀 더 선한 이유로 사용했다면 가연은 지금과 달라졌을 것이다.

 

 어쩌면 수연을 상처입히는 가해자가 아니라 지현과 수연과 친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관계는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돌아갈 수 없었다.

 

 너무 꼬인 바람에 어디서부터 꼬인 관계를 다시 풀어야 하는지도 가늠이 가질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가연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모르기에 서로를 적대시하며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또다시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한 학기의 마지막 시험이 다가왔다.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기말고사가 찾아온 것이었다. 가연은 꺄르르 웃으며 서로 무엇을 공부했는지 나누는 아이들의 한 가운데서 조용히 교과서만 읽어나갔다.

 

 밤을 새워 공부했는지 눈 밑에 짙게 드리운 그림자와 퉁퉁 부은 얼굴, 스트레스가 많았던 탓인지 밥을 제때 잘 챙기지 못했던 탓인지 전보다 눈에 띄게 말라 보이는 모습에 아이들은 연민과 동정의 눈빛을 보내는 한편, 몇몇은 가연이 자신들에게 한 짓을 잊지 않았기에 쌤통이라며 시원해했다.

 

 가연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부 무시하며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를 억지로 새겨넣으며 중얼거렸다.

 

 ‘이번 시험에라도......단 한 번만이라도 이기기만 한다면.......’

 

 그동안 세상 아쉬울 것이 없었던 가연에게 이 정도로 간절한 것이 생길 줄은 그녀도 몰랐다.

 

 지현은 멀리서 그런 가연의 모습을 지켜보며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그렇게 바라지 않아도 네가 원하는 대로 될 텐데. 이윽고 종이 치자 지현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자리에 앉았다.

 

 전교 1등, 이런 건 지현에게는 조금만 노력하게 이룰 수 있는 것,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전교 1등이란 타이틀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녀가 전교 1등을 하고, 모든 시험에서 만점을 받으려 노력한 이유는 그래야만 가연이 기가 눌리기 때문이었다.

 

 속담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했던가.

 

 지현은 가연이 꿈틀거리길, 정확히는 꿈틀에서 끝나지 않고 처절하게 발악해주길 바라면서 계속 자신을 이길 수도 있다는 약간의 희망만을 주면서 가연을 짓밟았던 것이었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가연이니까.

 

 그리고 지금이, 가연을 꿈틀거리게 할, 가연에게 거짓된 반격의 기회를 줄 절호의 기회였다.

 

 찌익-

 지현은 시험 문제를 다 풀고 답안지에 마킹을 했다.

 

 가연을 위해 마지막에는 답 2개를 같이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거라면 가연은 확실히 1등이 되겠지.

 

 오늘따라 지현의 눈에는 검은색 점들이 이어진 답안지가 퍽 아름다워 보였다.

 

 그래, 이 점들이 곧 날아가 가연의 가슴에 박히겠지. 그녀의 검은 욕망을 부추기고, 탐욕으로 점칠 된 두 눈을 가려 올바른 길을, 그나마 나은 선택지를 가리고 지현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하겠지.

 

 이윽고 시험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지현은 방긋방긋 웃으면서 답안지를 제출했다. 그녀의 계획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

 

 드디어 나온 한 학기의 마지막 성적표.

 

 탄식과 환호가 뒤섞인 아이들 가운데에서 가연은 자신의 성적표를 받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교 석차 1, 반 석차 1, 만점.

 

 그녀가 여태까지 본 시험 중에 최고의 결과였으며 철옹성 같았던 지현을 이긴 첫 성적이었다.

 

 “으아, 어떡해.......”

 

 지현의 탄식에 순식간에 아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몰렸다. 지현은 수연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찍어내고는 세상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

 

 “나 마지막에 답 밀려 썼나 봐. 히잉.”

 “하핫!”

 

 지현의 말에 가연은 필사적으로 참던 웃음을 터트렸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현은 답을 밀려 쓴 실수 때문에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실수도 실력이었다.

 

 가연은 지현이 자신에게 실력으로 진 것이라 생각하며 한껏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어머, 지현아 어떡해. 답을 밀려 썼다고?”

 

 가연은 일부러 과장되게 행동하며 반 안에 있는 모두에게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저어어엉말 아쉽다. 답만 안 밀려 썼어도 나랑 공동 1등이었을 텐데.”

 

 가연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성적표를 보였다.

 

 아이들의 탄성과 감탄이 섞인 웅성거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 웅성거림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이라 생각해 발작적으로 피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그 유지현을 제친 것이다. 그것도 항상 2등밖에 안 되었던 그녀가.

 

 “와, 역시 가연이야. 대단해!”

 “어이어이, 가연쓰. 믿고 있었다구!”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그녀를 피하기 바빴던 희원과 채연은 그녀가 지현을 제치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와 아부를 했다.

 

 가연도 그들이 어째서 자신을 피했는지, 이제 와 다시 자신에게 거머리처럼 붙는지 모르지 않았다. 아니,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가연은 권력이었고, 채연과 희원은 그런 권력을 찾아 이리저리 붙어 다니는 박쥐이기에. 원래대로라면 가연이 권력을 잃은 후에 지현에게 붙었어야 했지만, 지현이 적대시했기에 어쩔 수 없이 가연을 피하며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가연이 권력을 잡자 이때다 싶어 그녀에게 다시 다가간 것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권력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지독한 박쥐였다.

 

 “하하, 고마워.”

 

 가연은 보여주는 모습보다 뒤끝이 상당히 긴 사람이었다.

 

 입으로는 칭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넸지만, 그들이 자신을 피한 것에 굉장히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자신의 수족과 같은 그들을 내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소한 복수를 선택했다.

 

 “얘들아, 오랜만에 너무 머리를 써서 그런지 배가 좀 고프네. 혹시 매점에서 빵 좀 사다줄 수 있어? 돈은 내가 나중에 줄게.”

 “아냐, 우리 가연이가 1등한 기념으로 오늘은 내가 매점 쏠게!”

 “오올, 이채연 용돈 좀 있냐?”

 “헤헤, 시험 기간이라서 좀 많이 받았지. 같이 가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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