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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하편) - 유령이 주인공인 이야기.
작성일 : 22-01-30 04:43     조회 : 272     추천 : 0     분량 : 16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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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로 내가 죽은지 꼭 11개월 되는 날...!! 이렇게 일년이 거의 지나갔다. 이제 이승에서의 유예기한은 고작 한달 남았다. 나는 곧 저 세상으로 떠날 차비를 해야 한다. 오늘의 상황이 바로 이야기의 첫 배경이 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난 늦가을이 다 되어가는 날, 내가 이승에서 이제 마지막으로 볼, 져 가는 낙엽들에게 죽음에 대해서 물어보았던 것이다. 아까 처음에 낙엽들이 말한 대로 나도 이젠 나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동안, 내 마음도 차츰 먼저 갔던 영혼동료인 짐과 같이 평온해졌다.

 이젠 날 죽인 남편과 동생에 대한 심한 노여움은 다 가셨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커다란 괴로움이 남았다. 내가 죽은 게 억울한 것이 아니다. 신문만 보아도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가?

 특히, 바다 건너 이웃나라인 북한에서는 무려 하루에도 수천 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비록 짧았지만 나의 생애는 매우 만족한 것이었다. 불과 30살도 안되는 젊은 나이에 죽긴 했지만 적어도 나의 인생은 나의 것이었기에, 그리고 난 살아 생전 단 한번도 내가 원해서 가지지 못했던 것이 없었던 부유한 사람이었기에. 또 비록 다 연극이고 위선이었을 지는 몰라도 날 사랑해주는 남편과 동생이 있었기에.

 그러나 단지 내가 억울한 것은, 사람을 계획적으로 죽이고도 그런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이 아무런 해악도 입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도대체 어떻게 납득이 될 수 있는 문제일까?

 난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짐의 원수였던 폴과 같이 죄값을 치르고 영혼이 된다면 난 결코 그들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죄를 지으면 벌을 받게 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쉬울 뿐이다. 저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승의 사람들이 죄를 짓고도 마음이 담대한 것 아니겠는가? 죄를 짓는다고 그 죄가 반드시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난 그날부터 저승으로 불려 가는 날까지 내 집 근처에 머물면서 동정을 살피기로 했다. 날 죽인 저 인간들의 업보가 어떻게 되나 보려고...

 예전에 나와 함께 있던 영혼인 짐의 예언대로라면, 머잖아 저 두 사람은 심판을 받게 된다고 했다. 과연 그 말이 정말인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난 그가 예언했던 그날이 마침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고, 집안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것은 내가 죽은지 이승에서의 유예기간인 일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그 시간이 불과 일주일 정도 남은 때였다.

 그 날, 동경을 비롯한 관동지방에는 지진이 일어났다. 비록 아주 큰 지진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에게 공포를 느끼기 하기엔 충분한 지진이었다.

 집이 마구 흔들렸다. 영혼이 되어 있던 나에게까지 깜작 놀랄 정도의 지진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바로 그날, 드디어 땅속에 매장된 억울한 나의 육신이 햇빛을 보게 되고야 말았지. 그 지진이 일어나던 날, 갑자기 어느 순간 마당 구석에서 물이 콸콸 샘솟지 뭐야?

 좀 전에 벌어졌던 지진으로 말미암아, 집 아래로 묻혀있던 수도송수관이 터진 거였어. 물론 수도관은 보통 큰 길 지하를 통해 연결되어 있는 법이지만, 이 집은 워낙 단면적을 많이 차지한 일본식 저택이었기에 이 근처의 면적을 많이 차지하고 있어서 이 집 지하 일부분을 통고하고 있는 수도관이 있었나봐.

 그런 송수관이 워낙 낡아서 그랬는지, 조금 전 지진으로 금이 가서, 거기서 물이 새기 시작한 것이었어. 거기다, 마침 그 위치는 내가 파묻힌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였어.

 그 이튿날, 시청에서 바로 사람들이 나와 즉시 마당을 파헤치고 송수관 보수공사를 하기로 했다고 남편에게 통보했어.

 "우리 마당을 파헤친다고요? 거절합니다."

 남편은 어떤 우연의 일치로 사람들이 내 시체가 감춰져있는 마당을 파헤친다니까 찔끔해서 당장 극구 반대했지만, 그날로 그가 공사반원들을 데리고 와, 시청에서 떼 준 영장을 보여주면서 공사명령을 전달하자 자꾸 불복하면서 끌면 오히려 의심받겠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공사를 허가해 주었어.

 "좋습니다. 단, 저희는 우리 마당을 오래 파는 건 싫으니 가능한 한 빨리 마치고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반장은 남편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즉시 수도 파이프를 교체연결하기 위해 마당 한구석을 파헤치기 시작했어. 그곳은 내가 묻힌 곳에서 조금 떨어진 것이었지. 남편은 거기까지는 팔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공사를 허가해 주었던 모양이야.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게 결코 엿장수 맘대로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모든 일이 남편이나 동생의 뜻대로 잘될 수는 없었다. 끝내, 그날 내 시체는 발각되고야 말았던 것이다.

 "이런, 한군데가 아니네. 수도파이프가 못쓰게 된 게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차리리 이번 기회에 지하의 수로를 교체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요행히 그 집안을 관통하는 수로가 망가진 건 한군데가 아니었던 모양이야. 여러 군데가 삭아서 물이 새고 있었으니까 말야. 그 다음날, 끝내 소형의 포크레인까지 와서 그 짐 마당을 파헤쳤지.

 "아니? 이렇게 집을 파헤쳐 놓으면 어쩝니까?"

 남편은 집의 마당을 굴삭기까지 동원해 파헤치는 데 대해 거칠게 항의했으나, 시청직원은 나중에 피해가 생기면 손실배상을 해주겠다면서 남편을 무마시켰어. 이 집 지하로 연결된 수도 파이프 교환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야. 하지만 남편은 내 시체가 발견될까봐, 얼굴이 흙빛이 된 채 좌불안석이었어.

 "꽃나무는 공사 때문에 일단 캐두었다 공사가 끝난 뒤에 다시 심어드리겠습니다. "

 시청 토목과 직원은 그렇게 밝히고, 그 마당 구석 근처에 심긴 꽃나무를 캐기 시작했어.

 "반장님, 이 나무는 어떻게 할까요?"

 마침내, 어떤 인부가 내가 감춰져 있는 그 나무 옆에 가서 물었어.

 "음. 땅파는 현장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사의 안전을 위해 캐내는 것이 좋을 듯 하군. 그것도 캐게. 그 나무까지만 캐고 더 이상은 훼손하지 말게. 공익의 한도 내에서 시민의 편의와 권익도 최대한 보호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그 나무 밑을 파헤친다니까 동생은 순간적으로 얼굴이 하얘졌어. 하지만, 남편은 과연 날 계획적으로 죽여 파묻은 살인자답게 조금도 미동하지 않고 되려 동생을 달랬어.

 "어쩌죠? 언니 시체가 발각 나게 생겼어요."

 "걱정 마! 네 언니 시체는 무려 지하 2미터 깊이에 파묻었어. 바로 그 꽃나무 아래에 수도 파이프가 묻혀 있는 건 아니니까 그 깊이까지 파진 않을 거야. 게다가, 또 발각 난들 어때? 그러면 우린 전혀 모르는 시체라고 딱 잡아떼면 그만이야. 이 근처는 옛날에 전쟁터였다고 했다잖아? 이 근처에서 공사하다 해골이 가끔 나오는 건 다반사야. 조금도 수상하게 여기지 않을 테니 염려 마!"

 남편은 애써 그렇게 합리화시키며 떨고 있던 동생을 다잡았어.

 그러나, 지진으로 인해 구멍이 뚫린 지하수로의 공사가 진행된 이틀째 되던 날 점심때였어. 마당에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서 인부들이 부서진 송수관을 파내 트럭에 실어 폐기 처분할 장소로 보내고, 깊은 구덩이 속에서 지진으로 인해 망가진 송수관 대신 다른 새 송수관을 교체하고 있던 바로 그 때였어.

 '앗?'

 별안간 한 인부가 두더지 구멍에 빠지기라도 한 듯이, 한쪽 발을 푹 땅속으로 빠뜨리며 비명을 질렀어.

 "왜 그래?"

 "구덩이 밑의 지하에 뭔가 공동이 있어요."

 "쥐구멍이었겠지."

 "하긴 뭐 그렇겠죠."

 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 그 인부는 빠졌던 발을 쏙 뺐어. 그러자, 바닥이 꺼지면서 그 속에서 결코 적지 않은 텅 빈 공간이 불쑥 나타나는 거야. 허나, 이게 문제였어. 인부는 다행히 눈썰미가 좋았던 사람이었나 봐. 공교롭게도 이걸 그냥 평범하게 지나치지 않았어.

 "음? 반장님, 좀 이상해요? 갑자기 푹 빠지면서 제가 발을 빠뜨렸던 이 구덩이 바닥의 공간이 아무래도 단순한 쥐구멍 같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생각보다 공간이 꽤 넓은데요?"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듯 심장에게 전했어.

 "그래? 그럼 거길 일단 파보자. 혹시 지하의 자연동굴을 발견한 건지도 모르니까..."

 "네. 반장님."

 인부들은 모여들어 그 곳을 파기 시작했어.

 "아니? 이게 뭐야?"

 그 텅 빈 공간 같은데서 뭔가 하얗고 가느다랗게 생긴 것을 발견한 작업반장은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는지 이번에는 삽을 이용해 파지 않고 그 하얀 물체를 손으로 집어냈어.

 그러나, 반장의 손에 들려져서 그 땅속의 빈 공간에서 쑥 끄집어내진 걸 보는 순간, 거기 있던 사람들은 전부 파랗게 질렸어. 그도 그럴 듯이 그 인부의 손에는 굵은 사람의 허벅다리 뼈 하나가 들려져 있었으니까.

 "으아악! 이게 뭐야?"

 "사, 사람 뼈다."

 누군가 사람의 뼈를 본 적이 있던 사람이 이렇게 외쳤어.

 드디어 내 뼈만 남은 유골이 발각되고야 만 것이었어. 그 모습을 멀리 대청마루 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편과 동생은 사색이 되었어.

 그 10미터 넘는 깊이의 구덩이 바닥에서 한 인부가 서 있었을 때 땅 속으로 푹 꺼진 텅 빈 공간은, 바로 예전에 내가 살해당해 파묻혔을 때 내 몸이 차지하고 있던 부피의 공간이었어.

 마치 폼페이에서 발견된 인간화석의 몰드(살이 썩어 텅 빈 공간에 석고를 넣어 부어 만든 화석모형)처럼, 내 시체도 일년이 다 되어 가는 동안 지하에서 다 부패해 뼈만 남고 그 살이 있던 공간이 땅속에 남아, 거기가 흙 위의 무게로 푹 꺼지면서 인부아저씨의 발이 쑥 빠졌던 모양이야.

 "이건 여자의 뼈다. 왜 이런 게 이 집 지하에 묻혀 있지?"

 그 중에 조금 담대한 사람이 그걸 보고는 흥미를 느꼈는지 용케 그 곳을 파헤쳐, 임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내 유골을 파내 조사해보고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어.

 인부들은 내 시체를 추려 조사해보고는 곧 경찰에 신고했어.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들은 공무원들이니까 공사 중 이런 사고가 생기면 바로 신고하는 것이 의무일 테니까.

 어쨌든 주택가의 지하에서 뼈만 남은 유골이 발견된 게 보통 일은 아닌 법이어서 그날 당장 경찰이 찾아왔다.

 "동경 경시청의 기즈모 신이치 경위입니다. 이 집 지하에서 발견된 유골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잠깐 찾아왔습니다."

 경찰들을 대동하고 나타난 그 잘생긴 청년형사는 경찰수첩을 내보이면서 이렇게 설명했어.

 "네. 그 시체 말씀입니까? 아까 저도 너무 놀랬습니다. 제 집 마당에 시체가 있었다니... 하긴 전에 이 집에 살던 제 후배도 가끔 마당을 파다 해골을 발견했다고 했죠."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땅은 원래 옛날 메이지 전쟁 때 전쟁터였거든요. 그때 파묻힌 해골이 아직 묻혀 있답니다. 틀림없이 그 해골도 그 전쟁통에 비명횡사 당한 여자의 시체였을 거예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협조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 집 지하에서 나온 그 유골은 어찌되었던 저희 경찰에서 가져가겠습니다. 어떤 사람의 유골이든 사람의 시신을 신성한 건데 그대로 주택가 마당에 묻혀 있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시죠. 마침 유골이 나와 처치곤란 했는데 오히려 잘됐군요. 경찰 분들이 갖고 가주시면 저희가 그 이상 고마울 게 없죠."

 남편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어.

 신이치라는 그 젊은 형사는 거의 일년 가까운 시간만에 햇빛을 본 내 유골을 특수한 플라스틱 용기에 다 담았어. 아, 세상에 어쩜 저럴 수가?

 일년만에 어둡고 축축한 땅속에서 빠져 나온 내 육체를 보는 순간, 난 너무 불쌍한 내 신세에 한탄을 금할 수가 없었어. 내 뼈는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냄새가 지독하게 나고 있었어. 진득진득한 진흙이 거뭇거뭇하게 온통 하얗게 바랜 뼈 마디마디에 붙어 아주 소름끼치는 형상을 하고 있었어. 아, 저게 불과 일년전의 내 육신이었다니... 난 너무 가엾은 내 신세가 저주스러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네. 그럼 저흰 이만..."

 내가 구슬피 울고 있는 동안, 신이치라는 그 젊은 형사는 경관들을 인솔하고 내 유골을 모두 거두어 가지고는 경찰차에 올랐어. 그리고 곧 그 집을 나와 멀리 흙먼지를 풍기면서 사라졌지.

 한편, 저쪽에서 내 시체가 끝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두 사람이 소곤대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어.

 "어떡하죠? 자기?"

 "떨 것 없어. 백골만 보고서야 저게 너희 언닌줄 어떻게 알겠어? 예전에 내가 밝혔잖아? 옛날 이 땅은 싸움터였다구. 그때 파묻힌 백골인 것 같다고 우기면 돼. 전에 이 집에 살던 후배 놈도 가끔 땅을 파다 사람의 뼈를 간혹 발견한 적도 있다고 했으니 신통한 일도 아니지 뭐."

 남편은 이 지능범죄 계획을 세운 사람답게 영악하기도 그지없어서 이내 침착을 되찾고 되려 동생을 안심시키는 것이었어.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대두. 설마 죽은 너희 언니가, 아니 그것도 이젠 뼈만 남은 여자가 다시 살아나서는 내가 살해당했어요 하겠냐? 완전히 부패해버린 뼈만 갖고는, 유전자 검사도 여간해선 못해. 해골에 살을 입혀 복원하는 컴퓨터 얼굴복사 이미지 테스트도 비슷하게나 만들뿐이지 아주 똑같이 만들진 못해. 세상에 얼굴 비슷한 사람이야 어디 한둘이겠냐? 시치미 딱 떼면 그만이야."

 "하긴 죽은 사람은 말이 없죠."

 "그럼. 오히려 잘 됐어."

 "네?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해봐. 저 해골이 마당에 묻혀있단 걸 알고는 얼마나 조마조마했어? 설령 들키진 않는다 쳐도 마당에 시체가 있단 사실에 영 꺼림찍 했었잖아?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아서... 근데 이제 그 시체를 경찰놈들이 파 갖고 가주니 얼마나 좋아? 더욱 잘됐지."

 "정말, 과연 그렇네요."

 두 사람은 오히려 좋아했어. 난 그 소릴 천정 위에서 듣고 있다, 더욱 절망을 느꼈어. 확실히 저 남편의 말대로야. 그 시체가 내 시체란 증거가 없으면 오히려 저들은 더 좋아. 마당 깊숙이 묻혀있던 꺼림찍한 애물단지가 절로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런 뒤, 두 사람은 내 시체가 사라졌다는 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듯이 나란히 욕실로 들어가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더니, 침대에 누워 거칠게 서로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어.

 난 그들의 모습이 너무 역겨워서, 벽을 뚫고 방에서 나와 지붕 위에 올라앉았어. 바깥은 벌써 밤이었어. 난 나도 모르게 구슬피 울기 시작했지. 영혼의 통곡이라 사람에겐 들리지도 않는 것이었지만 말야.

 "아, 결국 내 죽음에 대한 진상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마는 건가?"

 난 절망을 느끼며 지붕 위에 누웠어. 그리고 십오야 둥근 달이 뜬 하늘을 바라보며 참으로 서글픈 내 신세에 눈물이 마를 때까지 울었지.

 

 

 

 그러나, 그런 고심의 끝은 나의 고민과는 관계없이 너무도 쉽게 끝나버렸다. 그 악독한 두 사람에 대한 인과응보의 시간은 그렇게 갑작스레 찾아오고야 말았던 것이다.

 바로 그 다음 날 낮, 오후 네 시경이었다. 집밖의 인터폰이 울리면서 누군가가 찾아왔던 것이다.

 '삐이! 삐이!'

 "누구세요?"

 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왠 앳된 여자의 목소리였다.

 "누구신가요?"

 '네. 예전에 이 집에서 발견된 유골의 문제로 트러블이 좀 있어서요. 그 문제에 대해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침 그 날 따라 집에 있던 남편과 동생은 쭈삣했어.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았구나하는 낌새를 알아차린 것 같았어.

 "어떡하죠? 누군지 모르지만 언니의 시체에서 뭔가 수상한 냄새를 맡은 사람 같아요."

 동생은 안절부절못하고, 남편에게 물었어. 하지만, 남편은 흉악한 사람답게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어.

 "어쩌긴, 일단 들여보내."

 "들여보네요? 그냥 돌려보내는 게..."

 "안돼. 그러면 더 의심받아. 그랬다간 어쩌면 진짜 수색영장 떼 갖고 다시 올지도 모라. 게다가 뒤가 구린 듯 몸을 사리며 행동했다간 의심을 받아 철저히 조사해서 지난 번 동경 공항을 통해 빠져나갔던 그 사유리가 가짜 인물이었다는 것도 밝혀질지도 모르는 일이고..."

 "음... 하긴,"

 "걱정 마! 물적 증거만 없으면 안전해!"

 남편은 염려 없다는 듯 짐짓 동생을 생각해주려는 듯이 이렇게 안심시키며 밝혔어.

 하지만, 난 남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 순간에도 남편이 흉악한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흐흐. 걱정 마! 여차하면 계집에게 죄를 모두 뒤집어씌우고 난 빠져나가면 돼! 이 여자가 언닐 죽이고 자기는 위장민물로 등록해서 해외로 나간 것처럼 해두고는, 감쪽같이 내 아내인 언니 행세를 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고 하면 누가 알아? 아닌게아니라 사유리는 죽은 아내와 판에 찍은 듯이 닮은 일란성 쌍동이이니, 내가 사람이 바뀌었는 줄 전혀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언변에 조금도 모순이 없고... 흐흐, 게다가 그러면 난 내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이 이 계집년을 제거할 수 있으니 더 좋잖아? 이 여자가 감옥에 가거나 사형 당하게 되면, 당연히 재산은 원래 주인인 사케미의 남편인 나에게 모두 돌아오게 되는 거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 세상에 이럴 수가...

 가엾은 동생은 지금 남편이라고 믿고 있는 이 남자에게 배신당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로 조용히 대문밖에 서 있는 손님에게 문을 열었어.

 잠시 후, 현관 앞에 왠 똑똑해 보이는 한 열 일고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한 명이 와서 섰어. 아마 그녀가 찾아온 손님이었던 모양이야. 자세히 보니, 그 아가씨의 명찰에는 리모도 하라히메(李本原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어.

 "실례합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남편과 동생에게 인사를 하였어.

 "학생은 누구요?"

 남편은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인 그 명석해 보이는 여고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물었어.

 "모토우치 선생님이시죠? 제 이름은 이원희, 수사상 두분께 여쭤볼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밝히면서, 그 여학생은 뭔가 자기의 신분을 밝히는 경찰수첩 비슷한 것을 품 속에서 꺼내 보여 주었어. 두 사람은 순간 크게 놀랬지. 그것은 다름 아닌, 수상과 내무부 장관의 빨간 도장이 두개 나란히 찍힌 예비수사관(아직 학생인지라 정식 증명서는 발행할 수 없다.) 허가 증명서였으니까... 동생과 남편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어. 전 일본내에서 수상과 내무부 장관만이 발행할 수 있는 예비수사관 증명서를 갖고 있는, 이 원희라는 소녀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러나, 놀란 것은 다음 순간, 그 여학생의 당돌한 설명이었어. "모토우치 리타로 선생님, 그리고 사유리 씨, 두 분에게 자수를 권유하러 왔습니다."

 "뭐? 자수?"

 두 사람은 그 여학생의 너무 뜻밖의 대답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어.

 "자수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라니요? 아저씨의 아내를 죽여 정원에 파묻은 사건을 자복하란 말이죠."

 원희라는 그 여학생은 대뜸 그렇게 단정짓고, 두 사람에게 실토를 권유했어.

 "뭐야?"

 "아내를 죽여서 파묻고는 참으로 완벽하게 잘도 처리하셨더군요."

 "넌 누구야? 왜 갑자기 나타나서 뚱딴지같은 소릴 해대는 거야?"

 "뚱딴지라니요? 사람을 죽인 분들이 너무 뻔뻔스럽군요."

 두 사람은 웬 소녀가 갑자기 뭐가 불거지듯 불쑥 나타나 자기들의 잘못을 처음부터 다 보기라도 한 듯, 강하게 나오면서 단정짓자 너무 놀란 듯 잠깐동안 얼었으나, 용케 시침을 떼면서 원희라는 그 소녀에게 반문하였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분의 아내가 죽었다니? 난 여기 있어."

 동생 사유리는 마치 자기가 나인 양 그녀에게 강하게 반문하며 되물었으나, 원희라는 그 소녀는 두 사람들 앞에 서서 자신들을 범인으로 확신하고 있던 이유를 밝혔어.

 "끝까지 시치미를 뗄 작정인가 보군요. 하긴 그럴 거라고 예측은 했죠. 정말 아내를 죽여 파묻고 완전범죄를 만들기 위해 치밀한 조작을 했더군요. 이 근처가 과거 메이지 전쟁 때의 싸움터라 이 근처에서 뼈만 남은 백골이 나오면 그때 묻힌 유골이라고 생각하겠지 누구도 살해되어 묻힌 사람의 뼈라고는 생각지 못할 테니까요. 하지만 소용없어요. 며칠 전, 이 집 정원 지하에서 발견된 그 백골이 바로 이 집의 진짜 안주인이자 약 일년 전 당신들 두 사람에게 살해되어 암매장된 사케미 여사의 시체란 증거를 잡아냈으니까요."

 "뭐? 증거?"

 남편은 그 소녀의 단언에 놀란 나머지, 깜짝 놀라 이렇게 반문하였어.

 "그래요. 하마터면 무서운 완전 살인범죄가 일어날 뻔했죠. 전 어저께 우연히 경시청에 들렀다가, 얹그제 이 저택 지하에서 해골을 파낸 경찰분들이 조사하고 있던 걸 봤어요. 경찰들은 정말 그 시체가 옛날 명치전쟁 당시 파묻힌 여자의 유골인줄 알고 그날로 화장시켜버리려고 했지만, 전 어쩐지 해골을 얼핏 보고는 이상한 예감이 들어 그 해골을 담당형사님인 신이치씨에게 한번만 자세히 보여줄 수 있느냐고 했죠. 물론 전 경찰분들돠 좀 잘 아는 사이라서 담당형사인 타와라기 형사님이 쾌히 승락해 주셨죠. 전 그 해골을 살폈어요.

 그랬더니, 역시 이 해골은 단서를 말하고 있더군요. 신원조사 결과, 이 해골이 이 집에서 살해당한 여자의 시체란 결과가 나왔고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충분히 살해당한 동기의 추리가 가능해지더군요. 그 해골은 바로 이 집의 안주인, 모토우치 사케미 여사였어요."

 "뭐. 뭐라고?"

 남편은 마치 옆에서 본 것처럼, 날 죽인 이유와 상황을 자세히 밝히는 그 소녀의 단정에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어.

 그러자, 원희는 그 얼굴에서 이미 그가 당황하고 있다는 기색을 읽었는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 유골의 조사결과를 알려주었어. 그 움직일 수 없는 물증을...

 "당신들은 하나만 알지 둘은 몰랐어요. 이 시체가 메이지 전쟁 때 묻힌 시체가 아닌 현대인의 시체일 수밖에 없는 이유, 그건 뼈에 방부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이예요.

 전 처음 이 해골을 보았을 때, 어쩐지 이상한 느낌을 가졌지요. 제가 얼핏 보았다고 했을 때 이 해골을 수상쩍게 여겼던 이유를 밝혀 드리지요. 우선, 이 해골이 땅속에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것치곤 너무 하얬기 때문이에요.

 흔히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사람의 해골은 백골(白骨)이란 단어 그대로, 하얀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땅속에 묻힌 사람의 뼈는 세균의 탄화 작용으로 살이 썩고 난 뒤에도 누렇게 변색해 보이기 쉽죠. 하지만, 이 해골은 백년 이상이나 땅속에 묻혀있던 것치고는 너무 희잖아요? 전 그게 하도 이상해, 어제 제가 이 집 가택수색을 나온 신이치 씨에게 이 해골을 국립수사연구소로 가져가 조사해보라고 했죠. 그랬더니, 아니나다를까 이 해골 내에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화학 방부제 성분이 검출되더군요. 일본인들이 화학 방부제가 들어있는 인스턴트 식품을 개발한 것은 불과 70년도 채 안돼요. 어떻게 명치전쟁 때 죽은 사람이 이런 음식을 먹은 흔적이 남은 거죠?~

 게다가, 이렇게 뼈속에 대량 남아있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했다는 건 이런 걸 상습적으로 먹는 사람이 아니면 안돼요. 한데, 그럴 정도로 화학 방부제 식품이 대중적이 된 건 이 일본에서도 불과 50년이 채 안될 거예요. 하지만 이 집은 세워진지 80년도 넘는 일본식 고옥이죠. 결국, 이 시체는 이 집이 세워진지 한참 후에 의도적으로 파묻힌 사체라는 증거예요. 이게 가까운 시기에 살해된 시체가 아니란 증거가 아니고 뭘까요?"

 그 증언을 듣자, 두 사람은 아차했다 싶었는지 얼굴이 완전 땡감씹은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런, 내가 고대인과는 달리 현대인의 뼛속에 남아 있을 식료품의 방부제 성분이란 걸 깨닫지 못했던 게 크나큰 실수였구나. 이럴 수가...'

 아, 남편은 저 원희란 소녀의 날카로운 지적에 아무 소리를 못하고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옳지. 잘한다. 소녀야. 네 이름이 원희라고 했지? 나를 배신하고 축축한 땅속에 파묻은 저 악독한 인간들의 죄를 낱낱이 들춰내 줘.

 "그리고 또 하나, 아까 신이치 씨가 경찰의 권한으로서 동경 시청 민원과에 가서 호적을 입력해둔 호스트 컴퓨터에 신원등록을 해봤는데 뜻밖에 여사님, 바로 모토우치 사케미씨가 일란성 쌍동이로 등록되어 있더군요. 자, 그렇다면 그 동생분은 어디 갔을까요?"

 "뭐? 여동생이 여기 없는 건 당연하잖아. 그 애는 지금 멀리 유학갔어. 만약 경찰조사를 했다면 지난 일년전 미국으로 떠난 게 다 밝혀졌을 텐데?"

 나로 둔갑해있던 여동생이 신경질적으로 밝혔어. 그러나, 원희는 속지 않겠다는 듯 이렇게 쏘아붙였어.

 "그걸 몰라서 물으시나요? 참 뻔뻔스럽군요. 그 사유리란 여자분은 바로 여기 앞에 서 계시는 당신이잖아요? 부인의 언니이자, 리타로 선생의 아내인 진짜 사케미 씨는 1년 전 당신과 당신 남편, 아니 형부가 함께 야합하여 죽여 정원에 파묻어 버렸잖아요. 바로 얹그제 신이치 씨가 발견했던 그 백골!"

 그 원희라는 소녀의 단정에 동생은 새하얗게 질렸지만, 과연 뻔뻔스러운 사람답게 이내 냉정을 되찾더니 원희를 노려보며 말했어.

 "너 증거, 물적 증거가 있어? 웃기는 애로구나. 두고 봐! 그냥 안 둔다. 널 당장 무고죄로 고소하겠어. 아무리 어린애라도 용서가 안 되는구나. 흥, 넌 한 일년쯤 살아야 할걸!"

 동생이 협박조로 이렇게 나왔으나, 원희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그 사람들에게 밝혔어.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당신들은 감옥에 가야 될걸요. 이 악독한 사람들! 아내와 언니를 한낱 돈 때문에 죽여 땅속에 파묻고도 그렇게 악착같이 시치미를 떼다니... 좋아! 그렇게 증거가 보고 싶다면 보여드리죠. 당신 엄지손가락 지문!"

 "뭐? 지문?"

 두 사람은 그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어. 필시 뭔가 마음속으로 퍼뜩 짚이는 게 있었는지 뜨끔한 표정이었어. 뭔가, 자기들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어.

 그러자, 다음 순간 원희는 품속에서 인주와 백지 한 장을 내밀더니, 두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권했어.

 "그래요. 혹시 이걸 이미 알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일란성 쌍동이라 해도 다섯 손가락의 지문은 전부 제각기 다르죠. 만약 여사님, 당신이 정말 모토우치 사케미 씨라면 이 자리에서 이 인주로 종이 위에 지장 하나만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다음에는 저를 명예 훼손죄나 무고죄로 고소하시든 말든 맘대로 해 주시죠."

 "...!"

 두 사람의 얼굴은 새파래졌어. 정말 그대로야. 지문은 일란성 쌍동이래도 다를 수밖에 없으니, 지문을 찍기만 하면 나와 지금 내 행세를 하고 있는 사유리가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 만방에 밝혀질 것이다. 두 사람은 이제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외통수에 몰린 것이다. 아, 다행이다. 나의 억울한 죽음이 만인에게 알려지게 되겠구나. 난 그 순간, 갑자기 한때 나와 함께 어울려 다니던 백인남자의 영혼인 짐이 나에게 알려주었던 그 예언이 이제야 생각났어. 역시 그 예언은 엉터리가 아니었구나. 난 그제서야 자업자득의 이치라는 걸 실감하였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 데, 그 찰나 또 다시 놀라운 광경이 목격됐어.

 이게 왠 일? 다음 순간, 앞에 서 있던 악독한 남편이 그 여자, 원희에게 불원간 잽싸게 확 달려들어서 그녀의 목을 막 조르는 거야. 원희는 갑자기 목을 힘껏 졸라대는 억센 사나이의 손에 숨이 콱 막히는지, 막 컥컥거렸어.

 "후후, 이 계집애! 모든 사실을 눈치챈 이상 살려둘 순 없다. 멍청한 것! 사람 하나 죽인 사람이 둘인들 못 죽일 것 같애? 너의 가장 큰 실책은 바로 우릴 체포하러 오면서 짭새(경찰의 은어)를 달고 오지 않았단 거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겁도 없이 함부로 입방아를 찧어? 여기가 네 집 안방인 줄 알았냐? 오냐. 이 년, 네가 죽고 싶다고 안달하는데 내가 어찌 그 소원 들어주지 못할까? 너도 죽여서 사케미처럼 감쪽같이 파묻어 주마!"

 하는 거였어.

 아, 저럴 수가? 필시, 남편은 입을 봉하기 위해 자신들의 범행을 눈치챈 저 여자애마저 죽이고 말려는 게 분명하였다. 세상에나, 결국 저 여자애도 악독한 남편에게 살해되어 나의 길동무가 되고야 마는구나. 난 순간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남편이 덤벼들어 그 애의 목을 힘껏 조이기에, 한 순간 내가 목 졸려 죽던 순간이 생각나, 너무 끔찍해 눈을 다른 쪽으로 휙 돌려 버렸어.

 

 

 

 그러나 그 순간, 비명을 지르며 괴로운 함성을 낸 건 그 원희라는 여고생이 아니라 오히려 남편 쪽이었어.

 '으아악!'

 난 남자의 비명소리가 나는 게 이상해, 다시 실눈을 뜨고 그 쪽을 살폈지.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남편이 자기 목을 조이던 손을, 되려 그 원희라는 소녀가 꽉 움켜잡고 남편의 등뒤로 돌아서서 무서운 힘으로 비틀기 시작했던 거야.

 '으아아아! 팔 부러지겠어! 놔줘!'

 원희는 마치 차력사처럼 남편의 손목을 휘잡아, 남편의 힘을 역이용해 원래 셌던 그녀의 팔힘으로 확 비튼 후 재빨리 남편의 뒤로 돌아서 그의 팔을 힘껏 뒤로 꺾었던 거였어.

 "이 악독한 악마! 끝까지 독한 티를 내는군. 자기 팔이 아픈 줄은 아는 모양이지? 아내를 죽이고 축축한 땅속에 파묻다니? 그것도 단지 돈 때문에... 당신은 사람도 아냐! 거기다, 증거인멸을 위해 날 죽이려고까지 했으니 살인죄에 살인미수죄까지 포함되겠군.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파리처럼 해치는 이런 못된 팔은 두개 다 두 번 다시 못쓰게, 아예 비틀어 끊어서 팔병신을 만들어 버려야겠다."

 원희는 그렇게 외치고 남편의 팔을 힘껏 젖혔어.

 '우아악!'

 순간, 남편의 팔 오른쪽에서 우지직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남편은 무서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팔을 감싸안고 응접실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어.

 세상에 저럴 수가? 저 갸날픈 여학생의 몸에 저런 무서운 힘이 있었다니?

 그 여학생의 무서운 완력을 본 동생은 감히 저항할 엄두도 못 내고, 거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어. 마치 넋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말야. 그리고 나자, 원희는 꼼짝 못하는 상태가 된 두 사람을 힐끗 바라보더니 응접실 구석에 놓여 있는 전화기를 들고 경찰청에 전화를 걸었어.

 "경찰청 오카야마 겐지 반장님이시죠? 원희예요. 지금 얹그제 왔던 그 집에 와 있어요. 역시 그 문제의 여자 시체는 이 집의 안주인이었어요. 증거는 다 잡았으니 염려마시고..."

 잠시 후, 클렉션 소리가 울리며 경찰차가 우리 집 대문 앞에 닿았어. 그 안에서 약 50세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중년의 사나이가 경찰들 수 명을 거느리고 나타났어. 아마 조금 전, 원희가 불렀던 오카야마 반장인 모양이야.

 그는 안에 들어서자 아직도 부러진 팔을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남편과, 어쩔 줄 모르고 반쯤 혼이 빠져있는 상태의 여동생, 두 사람에게 수갑을 철컥 채우더니 밖에 세워진 경찰차에 태워서 연행했어.

 "저 반장님, 저 남자가 절 해치려 들기에 제가 좀 거칠게 다루다가 뼈가 부러졌는데 설마 저에게 책임은 없겠죠?"

 원희는 그래도 미성년자인자라, 상대를 거칠게 다룬 것이 조금 염려스러운 듯 막 경찰차에 올라타려는 반장에게 물었어.

 "아, 그럼. 걱정 마! 자신을 죽이려 드는 사람은 설령 죽였다해도 정당방위가 되는 거야. 하물며 뼈 한두 개 부러뜨렸다고 죄 될게 있겠나?

 그리고 설령 죄가 된다 해도 저놈이 하는 말을 누가 믿어주겠나? 증거가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야."

 오카야마는 원희를 안심시키며 그렇게 대답했어. 그제서야, 원희는 조금 안심한 듯 편안한 목소리로 대답했어.

 "잘 알겠어요. 반장님. 그런 잘 부탁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도 자네 추리력에 신세를 졌군 그래. 하마터면 무서운 살인 사건에서 완전범죄가 일어날 뻔했어. 머잖아 너에게 상부에서 표창이 있을 거야. 기대하게!"

 "네. 안녕히 가세요. 반장님,"

 "그래. 잘 있게. 또 나중에 사건이 일어나면 그때 보자구."

 오카야마 반장은 원희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차에 올라타고 멀리 사라져갔어.

 그가 탄 경찰차의 클락션 소리가 점점 멀리 들리자, 난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어. 이제 내 업보의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걸 깨닫고 말야.

 "자. 원희, 이제 그만 갈까?"

 어느 잘생긴 청년이 갑자기 나타나, 경찰차가 사라진 방향을 한동안 넋을 잃은 듯 주시하고 있던 그녀의 어깨를 툭 건드리는 것을 나는 보았어.

 "어머! 신이치 씨!"

 "이번에도 하마터면 완전범죄로 끝날 사건을 하나 간단히 해결했군. 근데 저 남자가 널 죽이려 했다며? 다친 덴 없니?"

 "네. 괜찮아요."

 "원희는 이런 위험한 일에서 그만 빠졌으면 좋겠는데... 경찰이 맡는 위험한 임무를 자청하다니,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잖아?"

 "아뇨. 내가 설령 경찰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 했어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저 악독한 두 사람은 기어코 체포했을 거예요. 악은 기어이 업보를 맏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했을 테니까요."

 신이치라는 청년은 너무도 지당한 그녀의 대답에 할 말이 없는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어. 그리고, 조금 지나서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어.

 "원희, 그럼 우리 오랜만에 데이트나 할까? 오랫동안 같이 만나지 못했었잖아?"

 "좋아요. 신이치 씨와 함께라면 언제든지! 근데, 신이치 씨,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담당형사로서 살인사건의 뒷처리를 해야 되는 판이잖아요?"

 "괜찮아. 원래 나는 좀 땡땡이 치는 체질이잖아?"

 청년은 열없는 듯, 넉살좋게 웃으며 대답했어.

 "참내. 할 수 없는 사람이예요."

 원희는 약간 못마땅한 듯 하면서도, 쑥스러운 듯 이쁘게 웃으면서 기꺼이 청년을 따라 그의 차에 올라탔고, 두 사람이 탄 차는 마침 멀리 져 가는 석양의 노을을 배경으로 멀리 사라져갔어. 난 어느새, 영혼으로서 햇빛 밝은 대낮에 밖에 나와있다는 무서움도 잊어 버리고는, 그 소녀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만족한 미소를 지었지.

 그 순간, 나는 먼저 저 세상으로 간 유령친구 짐처럼 마음을 갖기로 작정했어. 나중에 저 남편과 동생이 죄값을 치르고 저 세상에 왔을 때, 결코 그들을 미워하진 않겠다고 말야. 이제 이 세상에서 죄값을 치르고 나면 난 기꺼이 용서하겠다고...

 그렇게 마음먹는 순간, 난 홀연히 내 눈과 귀가 환하게 밝아지는 것을 느꼈어. 그리고 아주 순간적으로, 나의 몸에도 짐의 영혼과 같은 능력이 생겼다는 걸 알았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과 어디든 속박 없이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능력 말야.

 그리고 저쪽 하늘 저편에서 거대한 문이 보이더니, 그 문이 열리면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 그리고 그 문 안에서 날더러 올라오라는 소리가 들려왔어. 아름다운 천사의 음악과 함께... 난 비로소 구원을 받은 거야. 남을 용서할 줄 아는 고귀한 마음의 영혼이 된 것이야.

 '정말 고맙다. 원희야. 이제 난 아무런 여한 없이 저 세상으로 갈 수 있겠어. 내 입적날까지 사건을 무사히 해결해준 너에게 무한한 감사를 한다. 나중에 저 세상에서 널 만나면 보답해주마.'

 난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비록 영혼의 눈물이라서 보이지도 뜨겁지도 않았지만 말야.

 그렇게 해서, 나는 이승에서의 한을 다 날려버리고 산들바람을 타고서 멀리멀리 저 세상을 향해 날아갔어. 안녕, 안녕, 일장춘몽 같았던 이 세상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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