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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상편) - 유령이 주인공인 이야기.
작성일 : 22-01-19 02:28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14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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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이 눈이 내리듯이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 난 이제 이승에서의 유예기간이 다 끝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저 시들어서 떨어지는 낙엽들도 나와 똑같은 덧없는 생명의 잔해들인지도... 난 떨어지고 있는 낙엽에게 물어보았다.

 "넌 너의 죽음을 말없이 받아들였니?"

 "그럼요. 우린 비록 한해밖에 되지 않는 덧없는 생명이지만, 지난

 년간 우리의 본체였던 나무에 햇빛을 받아들여 충분히 영양을 만들어서 공급하고 떠나니까 후회는 없답니다. 우리는 죽어도 본체인 나무는 봄이면 다시 살아나 우리의 2세들을 내겠지요. 우리가 태어나고 죽는 건 다 하나님의 섭리인데 어찌 그걸 보고 우리가 싫다 좋다 할 자격이 있겠어요? "

 낙엽들의 대답이었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어쩌면 이 낙엽같은 하찮은 미물들이 나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확실히 그렇다. 이들의 말대로다. 난 너무나 지난 나의

 인생을 헛되이 살아왔다는 것을 느꼈다.

 난 이제 저 세상에 끌려가 심판받을 때, 어떤 결과가 나든지 결코 하나님 앞에 변명하지는 않으리라. 바로 모든 심판을 하나님의 섭리에 맡기고 있는 이 낙엽들처럼...

 

 나는 한 여자의 영혼이다. 내 이름은 모토우치 사케미, 내가 영혼이 된지 오늘로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난 이제 며칠이 채 지나지 않아 저 세상으로 심판받으러 가야 한다.

 그나마 이 세상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내가 영혼이 되던 날, 그날을 기억하기만 해도 난 하도 기가 막혀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약 일년여 전, 난 나의 쌍동이 여동생과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원래 돈이 아주 많은 동경 부동산 재벌이셨는데, 벌써 3년 전 비행기사고로 돌아가시고 동생보다 훨씬 결혼을 빨리 했던 내가 법적 위임자로서 그 두 분의 재산을 위탁관리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생전에 미리 정해두신 약정에 의해, 동생의 몫은 전 재산의 3분의 1로 정해졌고 그 애가 시집을 갈 때 내가 나누어주기로 해 두었다.

 그런데, 지난 이른 봄 남편이 나에게 갑작스레 이런 소리를 하는 것

 이었다.

 "여보, 우리 한적한 동경 교외로 이사가는 것이 어떨까?"

 "네? 왜요?"

 내가 남편에게 묻자, 남편은 이렇게 말했어.

 "이걸 봐!"

 남편은 나에게 신문 한 장을 내밀었어. 난 그 신문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지. 어머나! 세상에 이럴 수가. 그 곳에는 이곳 동경의 대기나 수질이 세계에서 제일 나쁘다고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었어. 아시아 국가가 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공업화가 잘된 일본의 수도 도쿄가 제일 더러운 건 당연지사라고...

 난 그걸 보고 약간 놀랐는데, 남편이 옆에서 끼어들며 해설했다.

 "봤지? 동경 중심부의 대기 오염도가 전 세계 대도시들 중에서 최고

 래. 모른다면 몰라도 알면서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

 거기다, 지금 이 집은 집가격에 비해 너무 비좁아. 고작 36평짜리가 무려 1억엔이 넘는다니 이게 말이 돼? 요즘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머잖아, 요즘 일어나는 거품경제의 붕괴처럼 부동산투기로 실제 가치의 몇 백배로 부풀어오른 땅값의 거품이 빠지면서 동경 중심부의 집값이나 땅값은 절반 미만으로 뚝 떨어질거래. 당신도 이제 우리 일본 경제의 전성기가 끝난 건 알고 있겠지?"

 "음... 정말 문제군요. 듣고 보니 그렇네요."

 우리 부모님이 과거 부동산 사업(나쁘게 말하면 부동산 투기)로 재벌이 되셨던 분인지라, 나도 부동산 재테크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었어. 정말 듣고 보니, 남편의 말이 하나도 그른게 없지 뭐야? 아닌게 아니라. 요즘 이 동경 주변의 땅값이 폭락하기 시작해서 대기업들이 울상짓고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이거 결코 수수방관할 문제가 아냐. 이미 지방에서는 땅값이 똥값이 되어서 도산하는 업자들도 생기고 있대. 부동산의 가장 큰 약점은 급할 때 현금화시키기가 아주 어렵다는 거야. 지금 이 동경 중심부 신주쿠에서야 아직까지는 경제토대가 탄탄하니까 땅값이 안 들먹이지. 늦어도 내년 이맘때면 땅값이 막 떨어지기 시작할걸. 그럼 이 일억엔이 넘는 집도 오천만엔도 안될지 몰라. 그것도 먼 미래가 아닌, 불과 한 일년쯤 후면 말야. 그러니까, 이 집을 팔아 동경 교외로 나가면 좋잖겠어? 아직 이 근처는 물이 좋아, 집 팔기는 지금 당장이라면 어렵지 않아. 동경 교외는 부동산 가격이 실질 가치에 가까우니까 거기라면 집값이 여간해선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고, 또 땅값이 싸니까 이 집 판 돈의 절반이면 방이 다섯 개도 넘는 이층집을 살수도 있어. 어때?"

 "..."

 난 그때 하도 남편의 말이 그럴 듯 해서 아무 소리도 안했어. 사실, 따지고 보면 그때 그 일을 결사반대해야 했던 건데 말야. 그때, 남편의 마음속에서 친한 듯이 미소짓고 있던 흉악한 악마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 했던게 큰 실수였어.

 "그뿐 아냐. 실은 이게 진짜 이윤데 말야. 당신에게만 사실대로 말할께. 내 대학후배 중 한 녀석이 지금 사업을 하다 조금 부도를 냈는데 말야. 그가 발행해준 어음 소지인이 당장 차압을 붙이려고 한다지 뭐야? 그 새끼 순 도둑놈이야. 그 후배의 집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커다란 일본식 저택인데 아무리 그런 집을 변두리에 있다고 불과 천만엔 어음을 못 막았다고 거저 뺏으려 한다니 말야. 시가로 따지면 지금 당장 보아도 일억엔 가까이 된다는데 말야. 게다가 장래 투자가치로 따지자면 몇 십억엔이 될지도 몰라. 아직 그 근처는 개발이 되지 않아서 시가지가 그쪽으로 뻗어갈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근데, 그 후배놈이 며칠전 나와 만나서 자기 집을 팔천만엔에 사달라고 애원하지 뭐야? 당장 돈이 급하니 어떡하냐고? 그 돈만 있으면 어음은 막을 수 있고, 다른데 가서 사업도 벌일 수 있다고 마야. 그러니 내가 선배된 도리로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어? 그래서 이 집 주인인 당신에게 상의하려는 거라구. 응? 부탁이야. 우리도 그렇게 하면 큰 이득이 있잖아? 우리 이 집을 팔고 그 집으로 이사가자구. 나도 솔직히 이런 비좁은 집에 처제까지 데리고 사는 것 신물이 났어."

 "잘 알겠어요. 생각해볼께요."

 난 후배까지 챙겨주려는 남편의 따뜻한 마음씨에 감동했어. 난 그때 한시나마 내가 정말 좋은 남자에게 시집은 잘 왔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하긴 그게 순전한 착각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은 것은 불과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지만 말야.

 나는 그날 밤 밤을 새우며 장차의 이해득실에 대해 연구해보았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의 말이 옳은 것 같았어. 생각해보아도, 요즘 우리 일본에서 거품경제 붕괴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 아닌게 아니라, 머잖아 집값 떨어지면 당장 큰 손해 볼 것 같더라구. 물론 집값좀 떨어진다고 타격을 입을 난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해보는 거 좋아할 사람이 어딨어? 난 다음날 아침, 좋은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어 당장 남편에게 말했어.

 "좋아요. 당신의 뜻대로 하도록 하죠. 이 집을 내놓으세요."

 그러자, 남편은 감동한 듯 내 손을 꼭 잡으며 한없이 고마워했어.

 "오. 고마워. 여보, 정말 고마워!"

 난 남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잘 생각했구나하고 흐뭇해했

 어. 나의 남편, 모토우치 리타로, 난 그를 사랑했어. 그는 항상 나에게 잘 대해주었고, 내 도움으로 사는 사람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나에게 결혼 후 단 한번 싫다는 소릴 하지 않았으니까 말야. 게다가 남편은 정력이 무척 셌어. 그게 내가 그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야. 난 전형적인 일본여자답게 처녀 시절에 남성편력이 화려했었어. 무려 불과 15살에 척 이성경험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말야.

 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세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무려 백 명은 족히 될 듯한 남자들과 잔 적이 있었어. 한때 전화박스 같은 데에 안내표를 붙여놓고 매춘을 한 적도 있었어. 난 부모님이 부자라서 결코 돈이 궁하지 않았는데도 단지 돈도 벌고 재미도 보려고 그런 짓을 했던 거야. 참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후회스러워. 인간의 성(性)은 성(聖)스러워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말이야.

 난 대학을 다닐 때, 집은 가난하고 키도 그리 크지 않지만 무척 머리도 좋고 인간성도 좋은 한 남자와 일년 넘게 사귄 적이 있었어. 그는 날 좋아한다며 무려 일년 넘게 따라다니며 구애를 했었지. 그 때까진 아직 살아 계셨던 부모님께서도 그를 만나보고 아주 견실한 청년 같으니 그와 결혼을 고려해보라고 했지만, 난 그가 연하이고 키와 얼굴이 신통찮다는 이유 하나로 그와 주저없이 갈라져버렸어.

 아아,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왜 그랬는지 너무나 후회스러워. 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어. 남자하고 곰은 생김새가 진짜 가치가 아니란 걸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런 뒤에 지금의 남편을 만난 거야. 그는 당시 동경대 법대 졸업반이었고, 집안이 비록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배경도 좋은 정통무사 가문의 아들이어서 그와 결혼하기로 했지. 게다가 그는 배경과 허우대도 훌륭했지만, 더 좋은 것은 그의 육체적인 매력이었어. 그는 경험이 워낙 많아 여자를 잠자리에서 기쁘게 해주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어.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 가졌던 몇 차례의 잠자리에서도 날 까무러칠

 정도로 만족시켜 주었지. 정력과 테크닉이 너무 훌륭했어. 그는 그야말로 지금까지 내가 자본 남자들 중에 최고의 남자였어. 배경 좋겠다 인물 훌륭하다 거기에다 육체적 매력이 좋다 뭐 주저할 게 있었겠어? 단 한가지, 집이 좀 가난하다는 게 흠이었긴 하지만 말야.

 난 그와 진지하게 사귀어보지도 않고, 경솔하게도 몇 달 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했어. 난 그런 대로 원만한 결혼생활을 했고,

 아직 우리 둘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우린 서로를 아껴주는 다정한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 있었어.

 그러고 난 뒤 불과 2년 후, 우리 집에 괴변이 닥친 거야. 이미 밝혔

 듯이 부모님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시다 비행기사고로 돌아가신 거였

 지. 그 뒤, 장례식을 치른 뒤 두 분의 유산은 내가 관리하여 온 거야. 비록 나도 몸은 헤픈 여자였지만 동경대 경제학과를 나올 정도로 머리는 좋았고 학생 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일가견이 있어서, 경제관념은 투철한 여자라 유산관리는 별로 어렵지 않았어.

 난 부모님이 돌아가신지 2년이 채 안되어 오히려 부모님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았지. 원래 내가 그런 데엔 소질이 있었나봐.

 나와 결혼한 남편은 나에게 한없이 잘해주었어. 난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 하지만 난 그때 그 행복이란 달콤한 술에 취해, 행복의 끝에는 반드시 불행이, 그것도 아주 큰 불행이 온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

 참. 나에겐 쌍동이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 같은 수정란에서 태어난 유전인지, 아니면 언니인 나의 행실을 보고 배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교롭게 이 애도 지독히 몸이 헤픈 여자였어.

 그러나 이 애는 남자와 즐기기는 해도, 따로 사랑하는 남자가 없는지 결혼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아 내가 결혼한지 3년이 지나도록 아직껏 집에 눌러앉아 있는 형편이야. 하지만 그애도 날 닮아 머리는 좋아서, 지금 동경 대학원까지 다니고 있지.

 이상이 내가 살고 있었던 가정의 청사진이었어.

 

 

 

 내가 이 집을 팔아도 좋다는 허락을 하자마자 남편은 그날로 당장 집

 을 공인중계사에 내놓았고, 역시 이 근처는 번화가에 인접한 곳인지라 팔리기는 금방 팔렸어. 하긴 잘 팔리는 것도 올해까지 뿐이겠지만 말야.

 그로부터 보름 후, 우린 동경 번화가 신주쿠에 자리잡은 맨션이었던 집을 팔고 동경 교외의 한적한 곳에 세워진 대저택으로 이사왔어. 정말 공기가 맑더군. 맨날 배기가스와 매연이 가득 찬 공기만 마시며 살던 나에겐 그야말로 천국에 온 기분이었어.

 그 뿐 아냐. 그 집은 그전에 살던 맨션보다 값은 이천만엔 이나 싼데도 면적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고, 방이 무려 열 개가 넘더군. 마당은 마치 조그만 운동장처럼 넓고 수목이 우거져 있어서 풍치도 아주 좋았어. 게다가, 비록 외곽이긴 하지만 이곳도 동경 시가지의 일부인 것은 틀림없는지라 문화시설이나 서비스혜택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어. 오히려 그런 것들의 가격이 시내 중심부보다 훨씬 더 싸서 좋더라구, 동경 중심가에는 땅값이 워낙 비싸 가게들도 그 땅값 빼려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실제보다 훨씬 비싸게 파니 바가지를 씌울 수밖에... 그런데 이곳은 외곽 지역이니까 땅값이 싸서 가게들도 폭리를 취하지 않았어.

 아, 물가 싸고, 거기에 공기 좋고 면적이 넓어 쾌적하기 그지없는 이 별천지 같은 집! 내가 도대체 왜 그동안 별 쓸모도 없는 동경 도심지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살았을까하고 생각 되더라구.

 마치 천국 같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게 된지 한 한달 정도가 지났어.

 그 한달 동안에 집들이도 끝냈지. 난 그 동안 걸판지게 잔치를 벌여 이웃사람들도 초대했어. 하지만, 잔치 당일 날 내 동생 사유리는 그날 따라 어디 갔는지 전혀 보이지 않지 뭐야?

 "아니? 이 애가 어디 갔지?"

 난 그날 그애를 찾았으나, 아무데도 보이질 않았어. 난 그날 잔치때 초대된 이웃들에게 내 동생이 있다고 소개할까 하다, 남편의 만류로 그만 두었어.

 "그만 둬. 여보, 지금 처제 어디 갔는지 모르겠어? 남자 만나러 간

 거잖아? 이런 집들이 잔치에서까지 남자 만나러 나가노라 못 나왔다는 걸 밝히면 무슨 창피야? 그러니까 그냥 조용히 있어. 조금 있으면 이웃들도 처제가 있다는 걸 자연히 다 알게 될텐데 뭐가 그리 급해? 게다가 이제 처제는 한 열흘쯤만 있으면 미국으로 유학 간댔잖아? 가기 전에 남자친구들하고 실컷 사귀고 가게 내버려 둬!"

 "음 하긴..."

 그러고 보니, 그 아이가 바로 작년에 대학원을 마치고, 자기가 전공

 하는 의학을 더 공부하겠다고 미국으로 유학간다고 해서 벌써 유학소송까지 다 마치고 여권까지 발행한 상태였어. 그 날짜가 약 보름 후라는 것도 말이야.

 그날, 난 새로운 이웃들하고 술을 마시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지다

 가, 모든 잔치가 다 끝나자 갑자기 막 졸리기 시작했어.

 "아, 아까 술을 너무 마셨나? 몸이 비틀거려 움직이기가 어렵네."

 이상했어. 비록 술을 좀 마셨다곤 하지만 이렇게 휘청거릴 정돈 아니었는데 말야.

 "이런, 당신 술 취했어? 그럼 들어가 쉬지 그래? 이 술자리는 내가

 치울테니..."

 언제라도 자상한 남편이었어. 날 걱정해서 술자리까지 자기가 치우겠다니 말야.

 "정말이예요? 그럼 부탁해요."

 이웃들을 내보내고 난 뒤, 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침대에 들어가 누웠어. 아까 이웃들과 남편과 같이 마신 술기운이 돌기 시작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난 곧 깊숙한 잠 속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런데 얼마나 잤을까? 난

 갑자기 목이 이상하게 막 짓눌리는 느낌을 느껴, 깊은 잠에서 깨어났

 어. 별안간 숨이 콱 막혀와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아니?'

 난 놀라고 말았어. 눈을 뜬 순간 그 자상했던 남편이 내 목을 나일론 빨랫줄로 힘써 조이고 있었지 뭐야? 난 너무 숨이 막혀 발음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입으로 한마디 물었어.

 "여, 여보, 당신 지금 뭘 하시는, 거, 거예요?"

 그렇게 묻자, 그 자상했던 남편은 흡사 막 무저갱에서 올라온 악마의 얼굴인양 일그러진 흉악한 인상을 쓰면서 나에게 말했어.

 "흐흐, 어쩌긴? 당신을 죽이려는 거야. 당신이 죽어 없어져야 이 재

 산은 전부 내 것이 되니까... 난 첨부터 그걸 노리고 당신과 결혼했었

 거든."

 "이, 이럴 수가..."

 난 너무 어이없는 소리에 기가 막혔어.

 하지만, 난 더 이상 변명할 수도 없었어. 곧 내 의식은 깜깜한 심연

 의 나락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으니 말야. 너무나 숨이 막혀 산소

 를 공급받지 못한 나의 뇌가 죽어가고 있던 중이었던 거야.

 '아아!'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마지막 의식이 완전히 꺼져가는 것을 느꼈어. 난 내가 완전히 정말 죽었다는 걸 알았어. 하지만 난 죽음이 종말이 아니었다는 걸 금방 깨달았지.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숨이 끊어진 뒤 불과 한 십 여분 후, 나는 싸늘하게 굳어가고 있는 내 몸에서 또 하나의 내가 벌떡 일어나고 있는 걸 느꼈어. 그뿐 아니라, 죽었던 정신이 다시 생생해지고 있지 뭐야?

 난 다음 순간, 저쪽 침대 위에서 남편이 내 목을 힘있게 조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야 말았어.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난 여기 있는데? 저기 또 하나의 내가 있잖아?

 난 남편에게 다가가 그를 잡고 흔들었어.

 '여보, 나예요. 내 목소리 들려요?'

 하지만 소용없었어. 아니? 어떻게 된 거야? 내 손은 거침없이 남편의 몸을 쑥 통과하지 뭐야? 그는 내 손의 감촉을 마치 미세한 먼지의 감각만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어.

 '이, 이럴 수가...'

 난 그 찰나, 어쩐지 섬뜩한 느낌이 들어 내 몸을 만져봤어. 그랬더

 니? 악! 이건? 이럴 수가? 내 몸이 마치 눈사람을 만지는 것처럼 차가

 웠어. 그렇다면?

 "아니?"

 틀림없다. 난 이미 죽어 영혼이 된 것이다. 그리고 저기 남편에게 목이 졸리고 있는 또 하나의 난 바로 나의 죽은 육신인 것이다.

 난 내가 영혼이 된 순간 너무 놀랬어. 내가 영혼이 되었다는 사실도 놀랄 일이었지만, 더 놀랄만한 일은 남편이 이미 죽어있는 내 목을 밧줄로 아직까지 힘써 조이고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야.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저렇게 믿고 있던 남편이 날 살해하다니? 난 내 눈으로 보고 있었으면서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어.

 "아, 이럴 수가... 여보, 돈 때문에 날 죽이다니..."

 나는 너무 서글퍼 흐느껴 울기 시작했어.

 하지만, 더 놀란 건 다음 순간 벌어진 일이었어. 남편은 아직껏 서글퍼 우는 나의 영혼을 뒤로 한 채, 재빨리 방구석에 놓인 전화기로 가더니,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어.

 "너야? 나야. 다 잘됐으니 어서 돌아와!"

 "죽였어요?"

 나는 다음 순간, 흐느껴 울던 슬픔도 잊고 깜짝 놀랐어. 그 수화기

 속에서 흘러 나오던 음성, 바로 그 음성은 바로 동생 사유리의 목소리

 였지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난 주목하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

 어. 남편은 이렇게 말했어.

 "그럼. 죽였지. 어서 빨리 돌아와. 나 혼자선 이걸 처리하기 좀 벅

 차! 둘이서 들어야 해!"

 "알겠어요."

 "빨리 끊어. 돌아와서 이야기하자구. 이동전화는 도청되기가 아주 쉬워! 만에 하나라도 누가 엿들으면 우린 끝장이야."

 "알았어요. 그럼 즉시 갈께요."

 그렇게 전화가 끊기더니, 한 삼십분 후쯤 동생이 돌아왔어. 그 애는 돌아와, 싸늘하게 식어 침대 위에 자는 듯 널부러져 있는 나의 시신을 바라보더니 조금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물었어.

 "죽었어요? 형부?"

 "그럼. 죽었지. 완전히 숨이 멈춘 다음에도 무려 2분이 훨씬 넘도록 조이고 있었으니 이젠 제가 귀신이라 해도 못 살아나!"

 "이젠 어떡하죠?"

 "어쩌긴 뭘 어째? 땅을 깊이 파고 묻어버리면 되지. 마침 저기 뒤꼍

 에 내가 지난밤을 새워 판 커다란 구덩이가 있으니 거기 묻어버리면

 돼."

 아! 그러고 보니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난 퍼뜩 기억이 났다. 한 일

 주일 전부터 남편이 정원에 여러 군데 구덩이를 팠던 것을... 난 그때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이제 새 집으로 이사왔는데 정원에 너무 꽃나무가 없어서 안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꽃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팠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꽃을 좋아하는 줄 미리 알고 그런 소리를 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럴 수가... 남편이 저런 지능적인 계략을 세우다니... 이제 봤더니 처음부터 날 죽여 파묻을 궁리로 저런 구덩이를 팠던 거구나. 난 흡사 추리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완전범죄가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것도 내가 그 완전범죄의 희생자가 되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난 복받쳐 오르는 설움을 감당할 재간이 없었다. 난 구슬피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혼이 되어버린 내 울음소리가 전혀 그들의 귀엔 들리지가 않았는지 그들은 한창 내 시체를 유기하는 데에만 열을 내고 있었다.

 "어서 옷을 벗겨! 팬티 한 장도 남기면 안돼. 그리고 손가락에 끼운 반지나 귀걸이도 전부 빼!"

 "왜요?"

 동생은 죽은 시체, 그것도 언니의 시체에 손을 댄다는 게 너무 무서

 운지 그렇게 물었어.

 "시키는 대로 해!"

 남편은 무서운 눈초리로 동생을 째려보면서 말했어. 동생도 그 눈빛

 에는 움찔했는지 그가 시키는 대로 죽은 내 몸에 걸쳐져있는 옷을 죄

 벗겼어. 내가 알몸이 되자, 두 사람은 낑낑거리며 내 시체를 떠메더니 바깥으로 들고 나가 서둘러 깊이 파둔 구덩이 속에 던졌어.

 구덩이를 보니, 그 중에 제일 큰 구덩이였고 그 깊이는 어제 저녁 내가 보았을 때보다 두 배는 더 깊숙이 파여져 있었어. 그 깊이는 언뜻 보아도 2미터는 족히 됨직 했어. 필시 남편이 아까 동생에게 밝혔듯이, 어젯밤 새워서 더 깊이 파놓은 게 확실했다. 날 될 수 있는 한 깊이 파묻으려고...

 두 사람은 알몸이 된 내 시체를 가장 깊고 큰 구덩이에다 약 2미터

 깊이로 깊숙이 버리더니, 내 몸이 잘 썩으라고 내 싸늘한 육신 위에 어디서 준비해 왔는지는 몰라도, 핸드백 공장에서 가죽에 붙은 살을 녹일 때 쓰는 농크롬 유산까지 좍 끼얹고는 그 위에다 흙을 덮어 버리는 거였어.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땅을 판 걸 누가 보았을 세라 그걸 눈가림하

 기 위해 마당 여기저기에 판 구덩이에 여러 가지 꽃나무를 갖다 심었

 어. 그것들은 얹그제 남편이 집단장을 해야겠다고 사다놓은 묘목들이었어. 내가 파묻힌 위에도 큰 꽃나무 한 그루를 심었지. 그 위에 흙을 한참 덮고 약 50센티 깊이만 남았을 때 그 위에다 심은 것이었다. 이렇게만 해두면 심은 나무 아래에 시신이 있을 거라곤 꿈에도 짐작 못할 테니까... 그리고 설령 나중에 그 꽃나무를 캐낸다 하더라도 그 나무뿌리 한참 아래 시신이 있게 해서 의심받지 않게 하려고...

 그런 뒤, 한참 동안 삽질을 하면서 내 시체를 묻어버린 두 사람은 내가 다 묻히자 그 자리를 꽝꽝 발로 밟아 다듬질하며 그 위에 물을 갖다 부었어.

 "물을 잔뜩 부어! 그래야 잘 썩고 또 파묻은 자리가 흔적도 없어지니까..."

 "그나저나 괜찮을까요? 만약 마당에 시체를 묻었다가 누군가에게 발

 각이라도 되면..."

 쌍동이 여동생인 사유리가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해!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하긴 그럴 걱정은

 없지. 이 집 근처엔 들을 사람도 없으니까. 아무 염려 마. 오늘밤부터 이틀간 대량의 비가 온다고 했어. 한번 비만 내려주면 파묻은 흔적도 다 지워지고 땅도 단단해져. 아무도 알아챌 걱정은 없어."

 "하지만 어떤 사람이 보거나 했으면 어쩌죠?"

 "그거라면 걱정 마! 여긴 동경 외곽 지역이고 우리는 지금 이 집에

 이사온지 불과 보름이 채 안되었으니까 이 여자가 죽었다 한들 이웃 사람들도 전혀 모를 거야. 이제부턴 당신이 바로 죽은 네 언니, 사케미 행세를 해야 돼! 요행히 너와 이 여잔 일란성 쌍동이니까 누가 봐도 모를 거야. 하하, 미련한 여자, 내가 자기를 죽여 유기할 곳으로 유인하느라고 이 집으로 이사오자고 한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그럼요. 형부, 멍청한 언니 같으니라구. 내가 미쳤어? 재산을 70퍼

 센트나 언니에게 뺏기게? 이런 방법을 쓰면 재산은 다 내 건데?"

 "그럼. 이제 우린 설령 싫어도 서로를 배신할 수가 없게 됐지? 이런 무시무시한 비밀을 공유하고 있으니 어떻게 배신할 수 있겠어?"

 "그럼요. 이제 우리 둘이서 아무 부담 없이 같이 살수 있게 된 거

 죠."

 사유리는 어느 새 조금 전, 날 죽이고 무서워하거나 서글퍼하던 그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금방 유쾌한 듯한 표정으로 돌아와 자기

 의 형부, 즉 나의 남편과 진한 키스를 나누었어. 아니? 저럴 수가? 아

 무리 봐도 저게 처음이 아닌 게 확실했어. 어쩌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둘이서 짜고 날 죽일 계획을 세웠는지도. 난 아무쪼록 그 예상이 틀리기를 바랬어. 아무리 날 죽인 원수들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가족으로서의 정이 조금은 남아 있었기에. 하지만, 다음 순간, 그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날 더 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뜨렸어.

 

 

 

 "하하, 잘 됐어. 이걸로 이젠 우리 둘 다 백년만년 끄덕 없군."

 "네. 물론이죠. 난 실상 언니가 재산을 나보다 훨씬 많이 차지한다는 유언을 들었을 때, 그때부터 이미 언니를 살해할 계획을 세웠었죠. 재작년부터 말예요. 솔직히 형부가 날 돕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겁냈는데 잘 됐네요."

 하고는, 사유리는 음흉한 미소를 짓는 거였어.

 이럴 수가?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봤더니 저 두 사람이 날 오래 전부터 죽여 이런 데다 파묻으려고 미리 작정한 거였구나.

 난 내 시신이 저 위선자들에 의해 흔적도 없이 처리되는 것을 보곤

 유령이 된 지금에도 소름이 오싹 돋았다. 세상에 저들이, 가족들이 한

 낱 돈 때문에 날 죽이다니...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인 그들의 다음 대화였다.

 "이봐요. 형부, 그러나저러나 만약 언니의 시체가 발견되면 어쩌죠?"

 "하, 이렇게 갑갑하긴... 어쩌긴 뭘 어째? 이 근처는 옛날에 명치

 전쟁 당시 싸움터로 쓰였던 곳이라 여기저기 사람 뼈가 묻혀있대. 예전 이 집에 살았던 후배 놈도 재작년인가 우물을 만들기 위해 땅을 깊숙이 파다가 사람해골을 둘이나 찾아냈는데도 관청에선 조사조차 나오지 않고 옛날 전쟁 때 묻힌 해골이었을 거라고 치부해 버렸대잖아. 그도 그럴 듯이 이 집과 근처에서 땅을 깊이 파다 해골을 찾아낸 게 한두 번이 아니라니 당연하지. 그런데 시체가 땅속에서 다 썩어버리고 백골만 남으면 설령 나중에 이 집 헐고 땅속에서 백골 좀 나오기로 의심할 것 같아? 우리가 죽여 파묻은 시체라고 할 것 같애? 틀림없이 명치전쟁 당시 비명횡사한 여자 시체라고 말하겠지."

 "과연... 그러니까 혹시라도 몰라서 언니 옷을 다 벗기고 알몸을 만

 들어서 파묻은 거군요. 만약 옷조각이라도 남으면, 만에 하나라도 유골이 발견되었을 때 현대인의 사체란게 발각날 우려가 있으니까..."

 "그럼. 나뭇잎을 숨기려면 나뭇잎이 득실거리는 숲에 숨겨라. 이거

 몰라? 사람의 시체를 유기하는데 가장 좋은 환경은 바로 공동묘지지. 공동묘지에 시체가 묻혀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하니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것 아냐? 그렇게 따지자면 시체가 마구 묻혀있을 옛 싸움터 위에 세운 집, 이런 안성마춤의 공동묘지가 또 어딨냐? 게다가, 너네 언닌 이빨도 좋아 기계로 이를 치료받은 적도 없으니 설령 나중에 시체가 발각나도 현대인의 시체란 증건 아무 것도 안 남는단 말야."

 "하지만 시체가 다 썩자면 어느 정도가 걸리나요?"

 "걱정 마. 이 지역 토질은 무척 부패하기 쉬운 부엽토라서 말야. 한 두어 달만 지나면 사람 정도는 완전히 뼈만 남는대. 두 달 정도만 잘 지키면 안심이야."

 "..."

 "게다가, 네 신원 변명문제는 염려도 하지 마. 너로 위장한 가짜 사

 유리는 다 마련해뒀어. 마침 네 여권을 합법적으로 일본을 떠나길 원하는 여자 범죄자에게 팔았단 말야. 여권 위조단의 브로커에게 넘겼지. 아직껏 이 일본에는 미국에 가질 못해 안달하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니까... 너, 즉 사유리로 위장한 그녀는 이제 두 번 다시 일본에 돌아오진 않을 거야. 돌아오면 무기징역을 살아야 할 테니까. 아마 열흘 후쯤이면 너로 위장한 가짜 사유린 미국으로 이민 간다는 핑계를 대고 합법적으로 일본을 빠져나갈걸. 여권에 붙어있는 사진쯤은 얼마든지 변조할 수 있대. 그러니, 너로 위장한 제 3자가 사유리가 되어서 감쪽같이 일본을 빠져나가는 거고 넌 합법적으로 네 언니가 되어서 이 집에 남는 거야. 나중에 관청에서 사람들이 나와, 쌍동이 여동생이 어디 갔느냐고 물으면 미국으로 유학 갔다 아주 거기 눌러앉았다고 하면 되는 거야.

 잘 알았지?"

 남편은 미리 준비해둔 기막힌 신원변명 트릭의 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어.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난 그제서야 갑자기 언젠가 요즘 유행하는 추리소설 명탐정 김전일을 보고, 살인자가 살인을 저지른 뒤 가장 곤란해하는 문제 두 가지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 바로 시체의 처리와 죽은 사람의 신원 변명 문제 말야.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어렵지만, 설령 처리했다해도 죽은 사람의 신원을 다른 사람이 돌연 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놀랍게도, 날 죽인 저 두 사람은 살인범들이 가장 곤란해할 그 두 가지 문제를 정말 지능적으로 해결할 정답을 미리 파악해두고 있었어. 쌍동이인 만큼 동생이 내 행세를 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고, 또 동생은 대역 자신도 모르는 대역을 세워 얼마 전 멀리 미국으로 이민 갔다고 변명할 생각이었구나. 어쩌면, 이제 보니 뒤늦게 대학원을 졸업한 동생이 얼마 있다 미국에 유학 갔다온다고 관광비자를 유학비자로 바꾼 게 다 저런 속셈이 있어서였구나.

 난 정말 저 놀라운 지능범죄에 놀랐다. 아무리 추리해봐도 이런 놀랄만한 속임수는 하루이틀에 착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나 몰래, 한 일년여전부터 머리를 싸매고 상의하고 연구해서 날 죽여 없앨 궁리를 작정했던 게 확실하다. 이제 생각해보니, 남편이 이런 데로 이사가자고 한 이유도 다 날 파묻을 장소로 합법적으로 유인하기 위해서였구나. 아아, 여보, 당신을 믿었는데... 날 돈 때문에 죽이다니... 난 너무나 서글펐어. 여태껏 남편과 동생의 다정다감한 이중인격에 속았던 게 말이야.

 한편, 그런 소리를 듣고 있던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어.

 "잘 알겠어요. 형부,"

 "이런 맹추! 아직 형부야? 이젠 넌 일평생 사유리가 아닌 사케미로

 행세해야 한댔잖아? 그리고 이제부터는 네가 내 아내인 것도 사실이

 고... 그러니 이제부턴 형부가 아니라 자기나 여보라고 불러. 알았지?"

 "네. 알겠어요. 자기."

 "좋아. 바로 그거야. 이제부턴 그렇게 불러야 돼."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두 사람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육체를 거칠게 탐하기 시작했다. 나는 두 사람이 하는 꼴이 너무나 보기 싫어, 그만 눈을 질끈 감고는 벽을 뚫고 밖으로 나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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