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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명탐정 이원희의 단편과 사건수첩
작가 : 미스테리
작품등록일 : 2020.8.24

소녀탐정 이원희가 겪은 각종 단편사건들과 그녀의 사생활을 모두 공개한다. 사건수첩과 단편소설 형식으로...!!

장편도 연재하겠지만 그건 길어서 우선 단편을 올리기로 한다!!~~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중편) - 유령이 주인공인 이야기.
작성일 : 22-01-24 02:25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10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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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 영혼이 된 후, 이 집 근처를 떠돌면서 지냈다. 하긴, 언젠가는 저 세상에서 사자가 와서 날 데려갈 것이다. 그게 언제인지는 난 전혀 모른다. 그들이 바빠 내 차례가 밀리면 나중에 불려갈 것이고, 그렇잖고 한가하면 내일 당장 불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아무래도 전자의 경우였는지 난 저 세상으로 소환되지 않고 꽤 오랜 세월을 이승에서 방황했다. 난 그 동안 불려가기 전, 마지막으로 이승 구경이나 실컷 해두려고 대기권 밖으로 날아 올라가서 우주공간에서 푸르른 땅 지구를 내려다보기도 했고, 세계를 떠돌아다니면서 나처럼 방황하는 영혼들을 만나기도 했다.

 "당신은 어디서 온 영혼이지? 난 미국에 살았던 영혼인데?"

 "전 일본인이에요. 당신은 남자의 영혼 같군요."

 "그럼. 하지만 당신도 죽은 즉시 저 세상으로 못 가고 떠도는 걸 보니, 별로 곱게 죽은 사람은 아닌 것 같군. 누군가에게 비명횡사 당했지?"

 "어머? 어떻게 아시죠?"

 난 깜짝 놀라, 그 총에 맞아 죽은 듯 가슴에서 선지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한 불쌍해 보이는 영혼에게 물었어.

 "죽은지 늦어도 며칠 이내로 저 세상으로 끌려가지 않고 이 세상에 떠도는 영혼은 대개 아주 억울한 영혼들이지. 하나님께서 지옥에 가든 천국에 가든 그런 영혼들은 일찍 데리고 오지 말라고 하시거든. 적어도 그 영혼을 살해한 사람들의 업보를 보고 오라고 말야."

 "업보?"

 "그래. 날 살해한 사람들도 그렇지만, 당신을 죽인 사람들도 언젠간 다 벌을 받게 돼. 물론 재수가 좋아 이승에선 안 그렇게 되는 사람도 다수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죽어 지옥에 떨어졌을 때 아주 무거운 가중처벌을 받게 되지. 그걸 생각하면 차라리 세상에서 업보를 치르고 죽는 편이 훨씬 그들에게도 나을걸."

 "...."

 그런 일이 있었구나! 유령선배인 그 백인남자의 영혼 앞에 난 아무 소리도 할 수가 없었다.

 "아 참. 소개가 늦었군. 난 짐 해밀턴이라고 해! 원래는 뉴욕 경찰청의 형사였는데 딱 일년 전쯤에 마약밀수범들과 총격전을 벌이다 가슴에 총을 맞고 죽었지. 참. 내가 당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맞혀볼까? 당신은 남편과 동생에게 살해당해 마당에 묻혔지?"

 난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너무 놀랬다.

 "그걸 어떻게 아시죠?"

 난 너무 어이가 없어, 짐에게 물었다.

 "다 아는 수가 있지. 당신도 영혼이니까 이제 그런 초능력이 조금 있으면 곧 생길 거야. 아니,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 그 방법을 깨닫지 못하는 영혼들이 훨씬 더 많으니까... 그럼 어디 당신의 운명 좀 볼까? 아? 이런! 당신은 장차 죽은지 꼭 일년 후에 저 세상으로 끌려가겠군. 지금 벌써 한달 지났으니 앞으로 10개월 후야. 하지만, 그 이전에 너의 원수들은 전부 경찰에 잡힐 거야."

 "네? 날 죽인 사람들이 다 잡힌다고요?"

 "그래. 당신을 죽인 남편과 동생은 앞으로 일년 후쯤에 반드시 잡힐 거야."

 "어떻게 당신이..."

 "그걸 아느냐 이 말이지? 다 알 수 있지. 난 좀 특별난 영혼이라서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게 됐거든. 놀랄 것 하나 없어. 원래 사람들은 영혼이 되었을 때뿐이 아니라, 살아있을 적에도 이런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긴 하지만 그 초능력이 세상의 욕구와 집착에 가려져서 전혀 쓰질 못할 뿐이지. 당신도 살아 생전에 유리겔라 봤지? 그 친구 별 것도 아냐. 다른 사람이 못쓰는 능력을 조금

 더 쓸 줄 알 뿐이야. 난 조금 그런 집착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죽는 순간부터는 그런 능력을 갖게 됐지만, 넌 아직도 그런 능력이 없는걸 보니 아직 이승에 대한 미련을 통 버리지 못한 모양이로군. 잊어버려! 이젠 아무리 해도 우리 영혼이 몸으로 돌아갈 순 없어. 집착을 버리면 나 같은 능력을 갖게 돼!"

 "집착이라고요?"

 "그래. 당신은 지금 당신을 죽인 그 사람들을 미워하고 있지? 그렇지?"

 "그럼. 당연하잖아요? 날 죽인 사람들이 고울 리 있겠어요?"

 난 뾰로통해져서 그 가슴에 총을 맞은 짐이란 남자의 영혼 앞에 말했다.

 "그게 바로 집착이란 거야. 미움의 집착! 실은 나도 일년전쯤 처음 죽었을 때는 날 죽인 흑인 불량배 폴이란 녀석을 미워했었지.

 하지만, 지금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보니까 미움의 불씨도 다 사그라들고, 남은 것은 남을 이해하자는 마음 뿐이더군."

 "남? 당신을 죽인 사람이 남이예요? 적이죠."

 "물론 적이지. 하지만 진정한 이해란 적을 사랑하는 것이야. 나도 살아 생전에는 그런 이치를 못 깨달았었는데 그걸 깨닫는 순간 이런 혜안이 트이더군. 하나님께서는 영혼이 하나씩 눈을 떠갈 때마다 그들에게 능력이란 상을 하나씩 주신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

 "그런가요?"

 "그럼. 당신도 그걸 알아야 해! 자, 그럼 우리 아직 시간이 많으니 저 세상으로 가기 전에 이 세상 방방곡곡을 돌면서 세계일주나 하기로 할까?"

 짐은 나를 잡아끌었어.

 난 그의 뒤를 따라갔지. 이제 죽은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난 영혼의 세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 후, 약 한 달간 나는 그 짐이라는 미국남자의 영혼과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지냈다. 짐은 선배유령답게 먼저 돌아다닌 데가 많은지 날 세계의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상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짐은 어두운 지하실이나 창고 같은 곳에서, 밤마다 우리 영혼들의 무도회가 열리면 언제나 날 데리고 참가해 주었다. 비록 사람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한밤중의 아주 으슥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우리 영혼들의 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난 며칠간 짐과 함께 파트너가 되어 춤을 췄다.

 낮에는 태양이 너무 밝아, 우리 같은 영혼들이 무서울 때는 짐은 날 데리고 영화관 안이나 어두운 카페 같은 곳으로 피해 주었다. 그런 곳에선 어김없이 우리와 같이 이 세상에서 떠도는 영혼들이 숨어 있었다.

 난 그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영혼들이 죽은 사연도 참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은 대개 나처럼 정말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었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영혼, 사기를 당해 모든 것을 잃고 가족들에게 만이라도 피해를 안 주기 위해 본의 아니게 거액의 빚을 떠 안고서 자살한 영혼, 자기 싸움도 아닌 높은 사람들이 일으킨 순전히 남의 전쟁에 나가 전사한 한쪽 발이 없는 영혼, 심지어는 열 살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 나이에 전쟁터에서 지뢰를 밟아 죽은 아이들의 영혼도 있었다.

 난 짐과 함께 그런 영혼들도 만나, 서로의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지냈다. 짐은 선배답게 대낮에도 우리 영혼들이 모이는 사교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밝은 낮에도 무척 어두운 곳에 가면 요기스런 기분이 드는 것은, 바로 그런 곳에 우리와 같이 햇빛이 무서워 숨어든 영혼들이 숨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영혼들이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까닭에 바로 우리와 몸을 맞대고 있으면서도 대개의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난 살아 생전에 그런 것을 단지 기분 탓이라고만 생각하곤 했었다.

 하긴 그것도 무리는 아니다. 영혼은 일종의 전자파일 뿐이니까... 영혼 뿐 아니라 우주나 지구표면에서도 수많은 종류의 전자파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겠는가?

 나는 짐을 통해 영혼세계의 비밀을 하나씩 터득해가면서 한달 간의 시간을 보냈어.

 그러던 어느 날, 짐은 갑자기 슬픈 얼굴로 변하더니 나에게 이별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어.

 "네? 이별이라고요?"

 "그래. 우리가 횡사했다고 해도 시체에 아직 생체에너지가 남아있는 동안만 이 세상에 남아있을 수 있는 거야. 난 오늘로 그날이 다 돼!"

 "그럼 당신은 이제 저 세상으로 떠나는 건가요?"

 "그래. 그러면 이제 두 번 다신 이 세상으로 나오지 못할 거야. 나도 이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일 테니, 그럼 저 세상으로 가기 전 날 죽인 사람의 최후나 보러 갈까?"

 "당신을 죽인 사람의 최후요?"

 난 그러고 보니 기억났어. 불과 며칠 전, 짐이 머잖아 자기를 죽인 그 폴이라는 불량배가 죽을 시간이 다 됐다고 나에게 설명해준 적이 있었거든.

 "그래. 얼마전인가 내가 당신에게 밝혔지. 이제 머잖아 날 죽인 사람도 세상을 뜰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오늘이 마침 그날이야. 그 자가 죽으면 난 이 세상에 남은 원한이 없기 때문에 저 세상으로 가게 되는 거지."

 "가지 않을 수는 없나요? 그 동안 정들었는데..."

 난 조금 서글펐어. 이 남자와 헤어져야 하다니... 비록 우린 영혼이라 육체관계를 맺을 수는 없었으나 지난 한 달간 우린 부부나 다름없이 보냈어. 난 살해된 후, 날 죽인 남편에 대한 정이 떨어져서 이 새로 만난 남자의 영혼인 짐이 마음에 들었었어.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해야 하다니...

 "안돼. 물론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어. 하지만 누구나 자기 마음대로만 할수 없는 일이 있는 법이야. 만약 오늘밤에 하늘문이 열릴 때 들어가지 않으면 난 내일 당장 지옥에 떨어지게 돼. 꺼지지 않는 유황불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아."

 "그랬군요. 잘 알겠어요."

 나도 철은 있었던지라 약간 아쉬웠으나, 기꺼이 짐의 영혼을 보내주기로 했어.

 "고마워. 이해해줘서, 자, 그럼 날 해친 사람의 죽음을 보러 같이 갈까?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을 위해서..."

 "좋아요. 같이 가봐요. 마침 당신을 해친 사람의 얼굴도 한 번 보고 싶고..."

 난 짐의 기분을 아는지라, 그의 비위를 맞추었어.

 "좋아. 그럼 가자구."

 짐은 나의 손목을 잡아 이끌었어. 난 그와 함께 바람을 타고 멀리 미국 뉴욕 시로 날아갔지. 마침 뉴욕은 밤이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제일의 나라 수도(사실은 미국수도는 워싱턴이다. 이 여자의 영혼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답게 지지 않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어. 우리 동경의 밤도 이렇게 밝고 화려하지는 못할 거야.

 짐의 영혼은 날 데리고, 어느 뒷골목의 으슥한 곳에 내려앉았어.

 "마침 저기 오는군. 저 친구가 폴 트루먼이야."

 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까 왠 흑인 한사람이 슈퍼마켓에서 음식거리를 잔뜩 사들고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었어. 하지만 난 그의 인상을 보는 순간 너무 놀랬어. 사람을 죽인 살인자래서 난 서부영화 같은 데서 많이 본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흉악한 악당의 얼굴을 연상했는데 그 남자는 영 아니었거든, 아주 순진해 보이는 인상으로 순박한 고등학생 같이 나이도 어려 보였어.

 "정말이예요? 저 남자애가 폴 맞아요?"

 "그럼. 영혼인 내가 날 죽인 사람조차 잘못 볼 것 같아?"

 "흑인이긴 하지만 아주 선량해 보이는군요. 저 사람이 당신을 죽인 마약밀수범이란 말예요?"

 "그럼. 사람들은 누구나 저런 두 얼굴을 갖고 있지. 평상시엔 그걸 느끼지 못하지만 뜻밖에 저런 순박하고 착해 보이는 인상의 타입일수록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악마를 기르고 있기 마련이지."

 "그랬군요..."

 난 아무 말도 없이 짐의 말에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은 짐의 말 대로다. 날 죽인 사람들만 해도 내가 죽기 단 하루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뒤인 내 목이 졸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 자상하던 남편과 다정한 동생이 서로 짜고 날 죽이려는 흉악범인지 누가 예상인가 했겠는가?

 내가 그렇게 내가 죽던 날을 회상하며 착잡하게 여기고 있는데, 돌연 짐이 엄숙한 표정으로 막 우리 앞을 지나치고 있던 그 폴이란 흑인 남자의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저 자는 바로 조금 후 죽는 걸로 운명지어 있어."

 "저렇게 쌩쌩한 데도요?"

 "그럼. 사람들이란 항상 죽음이 멀리 있다고 여기지. 당신도 그랬지? 하지만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 모든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지. 죽음이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희귀동물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야. 마치 집에 숨어사는 쥐처럼 사실은 그 집에 사는 사람 수보다도 훨씬 많고, 가족들보다도 더 가깝게 있었지만 안 보이는 곳에 숨어 지내고 있었던 까닭에 사람들이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야."

 "저런 사람이 죽다니?"

 하지만 난 그때까지도 짐의 말을 신뢰할 수 없었다. 미래의 일을 저렇게 예측하고 있다니? 아무리 영혼이라도 그게 가능한가? 나도 영혼이지만 난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데?

 그렇지만 내가 짐의 능력을 의심할 수 없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 짐이라는 앳된 사나이가 막 큰길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미리 그쪽에서 받쳐두고 있던 검은 리무진 한대가 시동을 걸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두 명의 사나이가 그 폴을 향해 마구 따발총을 갈겨댔어.

 '으아악!'

 삽시간에 폴은 벌집이 되어, 피분수를 뿜으며 거리 한복판에 고꾸라졌지.

 난 영혼이었지만 너무나 끔찍한 광경에 무서운 비명을 질렀어. 몸이 부르르 떨렸지. 정말 놀랬어. 내가 죽었을 때에도 이런 정돈 아니었는데.

 그 순간, 내가 서 있는 자리 앞으로 그 정체불명의 두 괴한이 탄 리무진이 스쳐 지나가면서 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어.

 '하하, 폴, 저 어리석은 자식! 우리가 이용가치가 없어진 니그로를 살려둘 줄 착각하고 있었나봐.'

 '죽일 필요 까진 없지 않아?'

 '거 모르는 소리 마! 저놈은 한 일 년 전쯤 마약거래 현장에서 수사관 짐을 쏴 죽인 탓에 FBI의 추적을 받고 있었어. 지금 잘라버리지 않으면 우리까지 위험하다구.'

 '맞아. 저 놈은 어차피 소모품이었어.'

 '놈은 죽는 순간까지 우릴 한패로 착각하고 있었겠지? 흐흐, 멍청하고 불쌍한 검둥이 놈! 착각마라. 우리가 너 같은 흑인과 생사를 같이 할 것 같아?'

 놈들은 그 폴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멀리 사라져갔어.

 아아, 세상에 이럴 수가...저 폴이란 사내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믿고 지내던 동료들의 손에 피살당한 거로구나. 그들은 자기 동료가 짐을 죽인 일로 그에게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 불똥이 자신들에겐 안 튀게 하려고 동료를 사살해버린 것이 확실했다

 

 

 

 놈들은 그 폴에게 야유를 퍼부으며 멀리 사라져갔어.

 아아, 세상에 이럴 수가...저 폴이란 사내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믿고 지내던 동료들의 손에 피살당한 거로구나. 그들은 자기 동료가 짐을 죽인 일로 그에게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 불똥이 자신들에겐 안 튀게 하려고 동료를 사살해버린 것이 확실했다.

 배신이라는 것은 결코 나 혼자의 일은 아니었구나. 난 너무도 쓴 기분을 느끼며, 한동안 폴이 쓰러진 뉴욕의 밤거리에 묵묵히 서 있었다. 그러다 잠시 후, 난 경찰차가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 처참하게 죽어 널부러진 흑인남자 폴의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경찰이 몰려와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았다. 난 인파 속으로 쑥 몸을 통과시켜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에 짐의 영혼도 나처럼 그 주위에 서서 폴의 시체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던 사이, 난 폴의 영혼이 그의 처참한 시신에서 나와 벌떡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 폴이라는 남자의 영혼은 자기가 죽어 영혼이 되자, 몸에서 빠져 나온 뒤에도 한동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긴 무리도 아닐 것이다.

 나도 죽어 영혼이 된 직후에는 그랬으니까.

 폴은 자기가 죽었다는 사실과, 지금 서있는 자기가 영혼이라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닫자 너무나 슬픈지 땅바닥에 엎으려 펑펑 울었다. 아무리 마약 밀수범이고 살인자라고는 하지만, 본성은 역시 내가 처음 보았던 대로 무척 여린 사람이었던 모양이었다.

 그 폴의 영혼이 통곡을 그친 것은, 멀리서 지켜보던 우리 두 영혼이 그의 앞에 돌연 나타나 그에게 말을 걸었을 때였다. 폴은 자기 말고 다른 영혼들을 만난 게 반가웠는지 소리내어 울던 동작을 멈추고, 눈을 들어 우리 두 영혼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죽어 다시 만나게 됐군. 폴!"

 짐은 폴이라는 남자의 영혼 앞에 나섰다. 그러자, 그제서야 자기 앞에 선 모습에 폴은 자기 앞의 그 영혼이 누군가 안 모양인지 머리카락을 쭈삣하고 곤두세우며 뒤로 잉큼 물러났다. 그리고는 자기가 죽인 짐의 영혼을 만난 것을 마치 지옥사자라도 만난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벌벌 떨었다.

 "으아, 당신을 이런 데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그래. 난 자네 덕분에 일년 전에 죽임을 당했었지. 그래서 즉시 저 세상에 가지도 못하고 자네가 죽을 때까지 떠돌고 있었네."

 "으, 으아, 용서해줘요. 저도 벌받아 이젠 죽었잖아요!"

 갱단의 일원인 폴은 짐에게 용서해달라고 빌었다. 난 한 순간, 짐이 자기의 원수 폴의 목을 금새 비틀어버릴 줄 알았다. 그러나, 다름 순간, 난 너무도 어이없는 일을 보았다.

 "걱정 말게. 폴, 자네도 똑같이 유령이 된 상황! 이제 와 누굴 미워해서 뭘 하겠나? 자, 이제 나랑 같이 저 세상으로 가세!"

 그는 너무도 관대했어. 세상에? 자길 죽인 자에게 저럴 수가 있다니? 나는 이해가 되질 않았어. 하지만, 짐은 나에게 이렇게 설명했어.

 "나도 처음 영혼이 되었을 때는 자네 원망을 많이도 했지. 내 저놈이 죽어 나처럼 영혼이 되면 저놈을 뼈가 부러져라 때려주고 저 세상에 갔을 때 하나님께 이 살인자 놈을 지옥 중에서도 상지옥으로 떨어뜨려 달라고 고소할 작정이었어. 하지만 조금 있다, 사람의 마음속을 읽는 능력도 생겨, 자네 과거 지사도 알게 되고 나니 자넬 이해할 수 있게 됐어."

 "..."

 폴이라는 남자는 면목이 없는지 아무 말도 없었어. 짐은 설명을 계속했어.

 "자넨 어렸을 적 부모를 여의고 부당하게 맨 남에게 뺏기고만 살았지? 뉴욕의 뒷골목에서 막노동을 할 때도 흑인이란 이유 하나로 맨날 멸시 당하고, 유태인 고용주에겐 뼈빠지게 일하고서도 임금을 떼어먹히기 일쑤였고... 심지어 하나 있던 여자친구마저 자네가 가난하단 이유만으로 백인 갑부에게 뺏기고 말았으니 자네가 백인들을 미워하던 마음이야 오죽하겠나? 그러니, 자네가 나쁜 사람, 갱단이 되었겠지. 이 더럽고 비합리적인 사회에 복수하겠단 심리로 말야. 난 그때 비로소 알았어. 내가 일찍 자네의 총 맞고 죽은 게 결코 억울한 게 아니란 걸 말야. 나도 내가 백인, 그것도 와스프(백인신교도, 미국사회의 핵심계층)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네 같은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멸시하고 괴롭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 그런 행동 때문에 그 사람

 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날 원망할지는 염두에도 안 두고 말야. 결국, 죄가 쌓이고 쌓여서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니 분한 마음도 사라졌어. 내가 살아 생전엔 눈이 멀어 내 죄를 모르고 있었던 거지. 기실, 모든 상황을 알고 보니 자네 같은 사람이 있었던 것도 나 같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어찌 내가 널 원망하겠나?"

 "절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그래. 우리 같이 가세. 하지만 공교롭게도 자넨 원한을 지고 죽은 영혼은 아니기 때문에 죽은 즉시 저 세상으로 가야겠네. 자네의 심판은 어디가지나 하나님께 맡기지."

 "헤밀튼 씨, 정말 고맙습니다."

 그 흑인남자 폴의 영혼은 짐에게 엎드려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를 했어.

 "좋아하긴 아직 일러. 난 용서했지만 그걸론 죄가 좀 가벼워질 뿐이지 그 이상은 아니니까... 지금 나랑 같이 가세. 주님이 기다리는 저 세상으로..."

 "네. 어떤 처분이라도 달게 받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자넨 구제의 가능성이 있군. 진짜 흉악한 악당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절대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을 하지 않는데... 자넨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짐은 폴을 일으켜 세우더니, 고개를 돌려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봐. 사케미, 지난 한달 여간 동무가 생겨 즐거웠는데 이젠 헤어져야겠군. 난 이제 저 세상으로 갈 시간이 다 되었거든."

 "이젠 이별인가요?"

 "그래. 난 가야겠어. 날 죽인 사람의 최후를 보았으니 이젠 솔직히 이 세상엔 미련도 없고... 계속 여기 남아 있어봐야 마누라가 벌써 다른 남자와 놀아나고 있는, 꼴 보기 싫은 포르노밖에 더 보겠어? 하긴 마누랄 욕할 수도 없지. 이제 죽어버린 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내가 살아있을 적에 정조 지켜 줬으면 그걸로 족하지 뭐. 이제 이 세상에 없을 날 위해 수절하라는 건 말도 안되잖아?"

 "하긴 그렇군요."

 난 짐의 이론에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자, 짐은 나에게 이렇게 밝혔어.

 "내가 쓸데없는 소리만 한 것 같군 그래. 그럼 사케미, 난 먼저 갈께. 네 차렌 아마 한 10개월쯤 후일 거야. 그때 와서 나한테 우리 마누라가 어떻게 되었는 지나 좀 들려줘. 알았지?"

 난 기꺼이 그러겠다고 했어. 잠깐 시간을 내서 미국에 잠깐 갔다오는 건 영혼의 능력으론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말야.

 "그래. 고마워. 잘 부탁해. 그럼 난 간다. 자. 폴, 가세!"

 그는 자기를 죽인 자의 손을 붙잡고 멀리 저 세상으로 날아갔어.

 "안녕, 사케미, 난 먼저 저 세상으로 간다."

 멀리서 들리는 그 말이 바로 짐의 마지막 대답이었어. 한순간, 보니까 돌연 우주공간 저편에 뻥 뚫린 구멍 같은 게 생기더군. 하지만 그 안은 무지개 색으로 빛나고 있었어. 두 영혼은 그 안으로 빨려들듯 사라져갔어.

 '안녕! 짐!'

 나는 그를 전송하였다. 과연 나도 저 짐의 영혼처럼 날 죽인 사람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난 이제 다시 말동무가지 잃은 쓸쓸한 영혼이 되어서 일본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동경시 외곽의 내 집 마당에 다시 내려앉았다.

 '잠깐, 아까 능력 있는 영혼 짐이 앞으로 10개월 뒤에 날 죽인 저 사람들이 잡힌다고 했지?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앉아서 그 진위를 확인해볼까?"

 난 짐의 그 예언이 진짜일까 하고 반신반의하여, 일단 집에 머물며 그 도정을 살피기로 했다. 이렇게 내가 일본에 돌아와 내 집에 들러붙은 지 무려 9개월, 그동안에 세월은 속절없이 자꾸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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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 이원희 시리즈 장편들 소개와 제목… 2021 / 12 / 19 626 0 -
62 # 범죄 대포통장~ 은행측이 이렇게 만들어준… 2022 / 12 / 25 221 0 1053   
61 [단편] 괴상한 채무, 지지도 않은 주식투자빚… 2022 / 12 / 25 203 0 3848   
60 [단편] 기막힌 인터넷 사기대출 트릭 2022 / 12 / 19 191 0 3221   
59 [중편] 물욕 때문에 파멸한 사람들 (하편) 2022 / 2 / 28 288 0 11574   
58 [중편] 물욕 때문에 파멸한 사람들 (중편) 2022 / 2 / 23 274 0 4983   
57 [중편] 물욕 때문에 파멸한 사람들 (상편) 2022 / 2 / 20 274 0 6958   
56 [단편] 편견 상식의 함정. 2022 / 2 / 19 266 0 1512   
55 # 요새 일본인들 천황에 대한 불손함!~ 태평양… 2022 / 2 / 9 284 0 1980   
54 [단편] 보신탕의 비밀. 2022 / 2 / 8 267 0 3087   
53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하편) - 유… 2022 / 1 / 30 272 0 16743   
52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중편) - 유… 2022 / 1 / 24 292 0 10272   
51 [판타지추리] 억울한 아내의 영혼 (상편) - 유… 2022 / 1 / 19 294 0 14340   
50 [단편] 완벽한 밀실살인 트릭. 2022 / 1 / 13 308 0 3645   
49 [단편] 피해자도 모르는 새 전재산 빼돌리기 … 2022 / 1 / 12 286 0 2340   
48 [단편] 금붕어는 말한다~ 2022 / 1 / 3 418 0 1467   
47 [단편] 바닷속 보물 절도 사건. 2021 / 12 / 25 299 0 1661   
46 # 수상한 배경이 있다면, 그걸 주목해야 사건… 2021 / 12 / 19 329 0 1505   
45 [단편] 기묘한 재산은닉 트릭을 파헤쳐라. 2021 / 11 / 29 365 0 6113   
44 [단편] 수상한 집 주인. 낡은 저택의 비밀. 2021 / 11 / 14 361 0 2355   
43 [단편] 죽을 용기와 살아갈 용기. 2021 / 10 / 2 416 0 2035   
42 [단편] 뱁새의 꿈 (후편) 2021 / 3 / 15 424 0 5036   
41 [단편] 뱁새의 꿈 (중편) 2021 / 1 / 22 440 0 4957   
40 [단편] 뱁새의 꿈 (전편) 2021 / 1 / 1 441 0 4654   
39 [단편] 크리스마스 트리의 비밀. 2020 / 12 / 23 462 0 2373   
38 [단편] 遠近感 착각트릭 살인사건. 2020 / 11 / 23 440 0 4804   
37 [단편] 상황증거 조작 트릭 살인사건. 2020 / 11 / 13 462 0 3239   
36 [중단편] 오해 때문에 파멸당한 사나이 (하편) 2020 / 11 / 8 438 0 7913   
35 [중단편] 오해 때문에 파멸당한 사나이 (중편) 2020 / 11 / 4 446 0 8182   
34 [중단편] 오해 때문에 파멸당한 사나이 (전편) 2020 / 10 / 30 463 0 19115   
33 [단편] 페트병 조각의 트릭. 2020 / 10 / 23 462 0 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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