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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가 최종보스인 세계
작가 : 일월달
작품등록일 : 2022.1.4

용사가 지배해버린 세상
악인 들은 전부 처단당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선과 악의 수치에 따라 애꿎은 사람들조차 용사에 의해 처단당하는 절망적인 세상 거기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거지 카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8화 물방울 숲
작성일 : 22-01-18 21:24     조회 : 58     추천 : 0     분량 : 7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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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처음 몇 분은 걸을만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은 더욱 쌀쌀해졌다.

 옷깃을 여미며 카르는 조금씩 나아갔고 해가 뜰 때쯤 돼서야

 세 갈래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동 세드나 마을

 서 물방울 숲

 북 그레이 산맥

 

 "어디로 가지?"

 

 세드나 마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레이 산맥으로 가자니

 한스에게 들은 바로는 무척이나 위험할 거 같았고

 결국 남은 선택지는 한 가지뿐이었다.

 

 "물방울이라... 예쁜 이름이네"

 

 귀여운 이름에 왠지 모를 안심을 느끼며

 카르는 서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숲이 물방울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가

 숲 중심부에 사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곰 때문이라는 걸

 카르는 모르고 있었다.

 

 

 

 

 "꾸에엑!"

 

 멧돼지 한 마리가 새벽부터 나무뿌리를 먹고 있었다.

 성체가 된 지 몇 년이나 지난 멧돼지는

 덩치도 크고 성질도 흉포해서

 이 숲에서 감히 덤비는 동물이 없었다.

 자신감이 상당해진 멧돼지는 점점 먹을거리가

 풍부한 숲 안쪽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멧돼지는 갑자기 위쪽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멧돼지의 머리는 위를 보기 힘든 구조였고

 둥글고 커다란 검은 물체가 멧돼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꽥!"

 

 멧돼지는 외마디의 비명을 남기고는 그대로 죽어버렸고

 옆으로 통통 튕겨나간 검은 물체는

 잠시 후 웅크리고 있던 몸을 피기 시작했다.

 검은 물체의 정체는 이 숲에서 악명 높기로 유명한 물방울 곰이었다.

 

 

 

 어떻게 해서 나무에 매달려 살게 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아무래도 지상의 천적을 피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그 흉악한 곰은 자신의 밑으로 무언가 지나가면 위에서 뛰어내려

 그 충격으로 상대를 죽이고 차근차근 먹기 시작한다.

 거기다 물방울 곰은 상당한 미식가이기 때문에

 배가 불러도 사냥한 다음 뇌만 골라 먹고 버리기도 한다.

 

 -몬스터 사전에 등록된 물방울 곰에서 발췌-

 

 

 

 동글동글 잎사귀 모양의 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뒤에 드문드문 자라난 나무들은

 여유를 부리듯 높지 않고 넓게 자라나 있었다

 중앙의 흙길을 중심으로 양옆의 퍼져있는 풀과 나무들은

 들어오는 자를 환영하듯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고 있다.

 물방울 숲

 그 이름에 걸맞게 이 숲에 뾰족한 잎을 가진 자는 없었다.

 모든 게 다 둥글고 평화로워 보일 뿐

 

 여유를 부리며 숲을 만끽하던 카르는 갑작스레 걸음을 멈췄다.

 분명 앞쪽에서 섬뜩한 울음소리가 들린 거 같았다.

 주위를 둘러본 카르는 동글동글한 풀들이

 평화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자 금세 안정을 찾았다.

 

 "잘못 들었나 보네"

 

 자신이 환청을 들은 거라 생각한 카르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계속 걸었더니 몸도 데워졌고 해가 뜨기 시작하자

 살짝 더워지기 시작했다.

 

 카르는 잠시 쉬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바람이 불며 땀이 식자 기분이 상쾌했다.

 그러나 배에서 신호가 들려오자

 금세 그 기분도 가라앉았다.

 

 "배고프다."

 

 카르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다.

 주머니에 5실버가 있었지만 숲에서는 쓸데가 없었다.

 주변에 있는 널려있는 풀이나 나뭇잎이라도

 먹고 싶은 게 카르의 심정이었다.

 

 "난 왜 초식동물이 아닐까..."

 

 잠시 자신의 종을 한탄하던 카르는 곧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잡초를 보며 군침을 흘리던 카르는

 갑작스럽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디선가 나타난 토끼 한 마리가

 자신이 찜해놓은 풀을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이! 이! 토끼 자식이!"

 

 자신의 먹을 것을 빼앗기자 분통이 터진 카르는

 토끼를 쫓아내려 돌을 들었다.

 

 "어어 잠시"

 

 생각해 보니 저 토끼를 잡아먹으면 되는 일이었다.

 카르는 토끼를 잡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야생에서 감이 단련된 토끼는

 살기를 느끼자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거기 서!"

 

 카르는 원시인 마냥 손에 돌을 들고 토끼를 쫓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차올랐지만

 토끼는 지친 기색이 없이 달리고 있었다.

 카르가 포기하려고 생각하는 찰나였다.

 

 "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카르의 눈앞을 스쳐 지나간 화살은

 달리고 있는 토끼의 등에 명중했다.

 

 "히익"

 

 너무 놀란 카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이쿠! 이런 사람이 있는 줄은... 어라"

 

 숲에서 나오던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날카로운 눈매에

 까슬까슬한 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나 있는 한스였다.

 

 "너 너! 카르!"

 

 "아, 안녕하세요"

 

 한스는 반갑게 인사하며 미소를 지었다.

 한스를 피해 도망쳐온 카르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토끼를 챙기러 다가오던 한스는 카르가 손에 들린 돌을 보았다.

 

 "그걸로 토끼를 잡으려고 한 거니?"

 

 황급히 돌을 뒤로 감춘 카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배가 고파서 사냥하려고"

 

 "하하하 같이 먹자꾸나 네 사냥감을 내가 잡은 셈이니"

 

 한스는 불을 피우고 능숙하게

 토끼를 손질한 다음 노릇노릇 굽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군침을 삼키며 토끼만 보고 있던 카르는 고개를 돌렸다.

 진지한 눈으로 불을 보고 있던 한스가 입을 열었다.

 

 "어제 거짓말한 거 말이다.

 사실 세드나 마을에 들리려 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출입을 거부당했단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물방울 숲으로 가는 길이었거든."

 

 말을 마친 한스는 고기 한 점을 내밀었고

 카르는 웃으며 받아들었다.

 

 "그렇군요 괜찮아요"

 

 "마을에서 거절당했다고 하면 수상하게 생각할까 봐

 거짓말을 했단다.

 그렇지만 수도로 간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란다.

 괜찮다면 같이 가는 게 어떻겠니?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네 그래요"

 

 한스는 유쾌하게 웃었고 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랑 다니면 최소한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았다.

 

 그렇게 카르와 한스는 동행하게 되었다.

 한스는 카르를 배려를 하려고 노력했다.

 걸음도 카르에게 맞춰주었고 어느 정도 걷다

 카르에게 힘들지 않냐 물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힘들진 않니?"

 

 한참을 걷던 한스가 입을 열었다.

 

 "네 괜찮아요"

 

 "벌써 점심때가 되었으니 잠시 쉬자구나"

 물방울 숲은 꽤 넓은 편이지

 벗어나려면 꽤 많이 걸어야 한단다."

 

 한스는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카르에게 내밀었다.

 육포로 간단한 요기를 한 두사람은 계속 걷기 시작했다.

 

 

 

 숲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나무와 풀들이 점점 촘촘해지기 시작했다.

 햇빛을 독차지하려는 나무들 때문에

 숲속의 저녁은 빨랐고 날이 저물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는게 좋겠다.

 우선 내가 토끼라도 잡아올 테니

 여기서 잠시 기다리렴"

 

 자리에서 일어난 한스가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참 동안 카르는 한스가 간 곳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계속 앉아있으려니 심심해진

 카르의 눈에 갑자기 무언가가 들어왔다.

 

 둥그런 모양의 거대한 버섯의 갓 부분이었는데

 그것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자리에서 일어난 카르는 그 버섯을 향해 걸어갔다.

 버섯은 카르가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자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버렸다.

 신기하다고 느낀 카르가 버섯에게 가까이 다가갔을 때였다.

 

 버섯의 갓 밑에 하얀색의 쪼그마한 인간 모양의 생물체가 있었다.

 쫙 찢어진 눈에 동그란 두 개의 코가 점처럼 박혀있는데다

 그 밑에 자리한 입에는 단도처럼 뾰족뾰족한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캬아!"

 

 "으악"

 

 갑자기 버섯이 덤벼들자

 깜짝 놀란 카르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버섯은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다.

 

 그 순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버섯에 명중했다.

 

 "키엑!"

 

 화살을 맞은 버섯은 황급히 도망가기 시작했다.

 

 "휴"

 

 멀리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스가 카르에게 달려왔다.

 

 "괜찮니?"

 

 얼이 나가있던 카르는 뒤늦게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괜찮아요"

 

 "큰일 날 뻔했구나"

 

 "대 대체 저 저건 뭐죠?"

 

 "저건 머시라는 몬스터란다.

 버섯으로 위장해서 천적을 피하거나

 사냥을 하는 고약한 몬스터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찮다. 무사했으니 다행이지 그나저나"

 

 한스는 손에 들린 토끼를 흔들며 말했다.

 

 "우선 배부터 채우자구나"

 

 카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가 솜씨 좋게 구워낸 토끼로 카르는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저녁을 먹고 둘은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스는 카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어제 오해한 거 같아 미안했던 카르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날이 조금 더 어두워지자 둘은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고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카르는 기절하듯 스르륵 잠들어버렸다.

 

 

 

 쪼르르 거리는 새소리가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카르는 황급히 눈을 떴고 날은 이미 밝은 상태였다.

 

 부지런한 한스는 어느새 또 무언가를 잡아왔는지

 모닥불에 굽고 있었다.

 지글지글 소리와 함께 익어가는 고기 냄새에

 카르는 배가 고파졌다.

 

 카르는 고기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갑자기 그의 손목이 배신했다.

 정확히 따지자면 자의가 아닌

 그의 손목에 묶인 밧줄이 팽팽해지면서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손목에 통증을 느낀 카르는 뒤로 물러났다.

 그제서야 카르는 자신의 양손이 밧줄에 묶여있음을 깨달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지?"

 

 "뭐긴 널 묶은 거지"

 

 퉁명스럽게 내뱉은 한스는

 손으로 고기를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절 왜 묶은 건가요?"

 

 "당연히 도망갈까 봐 지

 네놈은 이미 어제 나한테서 도망친 전력도 있으니

 훨씬 더 위험하기도 하고 말이야"

 

 "도망친다고요?"

 

 "그래 멍청하긴 내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잘해줬을 거라 생각한 거냐?

 널 노예로 팔기 위해 잘해준 거다."

 

 카르는 밧줄을 풀어보려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지만

 꽁꽁 묶인 밧줄이 오히려 더 옮아맬 뿐이었다.

 

 "소용없다. 도망치지 못하게 꽁꽁 묶어뒀으니 말이다."

 

 자신의 손목을 쳐다보던 카르는

 한스가 먹고 있는 고기로 눈길을 돌렸다.

 우선은 배고픔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저도 주면 안 될까요?"

 

 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카르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카르는 한스가 들고 있는 고기를 받으려 했지만

 고기 대신 발길질이 날아왔다.

 

 "크윽"

 

 카르는 힘없이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한스는 보란 듯이 손에 든 고기를 입으로 뜯으며 말했다.

 

 "흥 너 따위에게 내가 힘들게 사냥한 고기를

 왜 나눠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거기다 너같이 많이 처먹는 놈에겐 고기가 아까워"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은 한스는

 고기를 마저 먹기 시작했다.

 카르는 주저앉은 채

 한스가 먹는 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짓을 했다간 용사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용사? 그 한심한 머저리?

 올 테면 오라지

 용사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아나보군"

 

 시큰둥하게 내뱉은 한스는 다시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기운이 빠진 카르는 자리에 주저앉아 바닥만 쳐다보았다.

 

 "흑"

 

 카르는 자신의 신세가 서러웠다.

 차오르던 눈물이 이내 그렁그렁 해지더니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울지 마라 재수 없으니까"

 

 산적단에 있어봤기에 이럴 경우

 울수록 상황만 더 악화된다는 걸

 카르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운명이 너무 기구했다.

 흐느낌이 울음으로 변해가며 소리가 새어나가기 시작했다.

 카르는 소리가 새지 않게 자신의 팔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소리는 틈 사이로 새어나가 한스의 귀로 들어갔다.

 

 "에이 재수 없게"

 

 자리에서 일어난 한스는 카르를 무자비하게 짓밟기 시작했다.

 

 

 카르는 마음속으로 용사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외쳤지만

 그 외침은 한스에게 짓밟혀 허무하게 조각날 뿐이었다.

 작은 구멍이 점점 커져가며 무너져가는 둑처럼

 울음을 멈추려 했지만 점점 서러움과 함께 커질 뿐이었다.

 

 카르의 흐느낌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때리다 지친 건지 아니면 더 때렸다간 안되겠다고 생각한 건지

 한스는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가 다시 식사를 계속했다.

 카르는 울면서 한스의 식사를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한스가 식사를 마치자 다시 이동이 시작되었다.

 기운이 없었기에 카르는 흐느적 걸었고

 그럴수록 한스는 밧줄을 세게 잡아당겼다.

 밧줄이 카르의 피부를 쓸고 지나가며 생채기를 내었고

 손목이 너무 아파서라도 카르는 억지로 빨리 걸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랑 다르게 한스는 쉬는 것도 없이 무자비하게 이끌었고

 점심때쯤 되었을 때 카르는 완전히 뻗어버렸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은 한스는

 꼼짝도 없이 누워있는 카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쳇... 이렇게 빈약한 놈을 데려가봐야

 얼마 받지 못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어쩔 수 없지"

 

 한스는 카르에게 자그마한 육포 두 조각을

 식사라고 주었다.

 배고팠던 카르는 육포를 허겁지겁 입안에 넣고

 우물우물 거리기 시작했다.

 딱딱했던 육포가 카르의 이빨에 의해

 순식간에 분해되어 목 안으로 넘어가버렸다.

 카르는 입맛을 다시며 한스가 먹는 것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한스라고 처음부터 노예사냥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귀족들의 횡포로 인해 먹고살기가 힘들어지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아내가 아프면서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급하게 돈을 벌기 위해서 나쁜 길로 들게 된 것이다.

 

 쓸만한 아이를 데려오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내키진 않았지만

 한스는 어쩔 수 없이

 거리의 아이를 꼬셔 노예 상인에게 데려갔다.

 

 "오 꽤 쓸만한 아이로군 고생했어요"

 

 노예 상인은 은화 10개를 한스의 손에 쥐여주었다.

 한스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노예 상인과

 자신의 손에 놓인 은화 10개만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왜 그러시죠? 부족하신가요?"

 

 한스는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이나 90도로 숙이며 인사한 한스는

 그렁그렁 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아이를 외면한 채

 황급히 뒤돌아 갔다.

 

 공짜로 큰돈이 생긴 데다 나쁜 짓으로 번 돈이었기에

 한스는 그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아이의 그렁그렁 한 눈이 자꾸 아른거리자

 한스는 그 돈의 대부분을 술값으로 탕진하기 시작했고

 노동의 가치고 뭐고 아무것도 깃들어있지 않은 돈이기에

 쓰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결국 한스는 이 매력적이고 쉬운 돈에 빠져들어 계속해서

 아이들을 꼬셔 노예 상인에게 데려가게 된 것이다.

 

 

 이틀째 카르와 한스의 여정이 끝난 건 여전히 물방울 숲 안이었다.

 중간에 다른 마을로 갈 수 있다는 이정표가 보였지만

 한스는 숲 안으로 가는 길을 택했고

 묶여있던 카르 역시 따라 걷는 수밖에 없었다.

 

 한스는 모닥불을 피우고 육포를 먹기 시작했고

 카르는 먹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카르가 보고 있는 게 거슬렸는지

 한스가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자

 카르는 눈을 내리깔고 바닥을 내려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일찍 자두 거라 내일부터는 고될 테니까"

 

 말을 마친 한스는 카르의 밧줄을 커다란 나무에 묶어

 딱 자신에게 닿지 않을 정도의 길이로 능숙하게 조절한

 다음 누워서 잠을 청했다.

 한스의 눈치를 보던 카르는 어쩔 줄 몰라 하다

 그냥 무기력하게 누워 잠을 청했다.

 

 

 이슬이 떨어지는 가을 숲의 새벽은 유난히 추웠다.

 자고 있던 카르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잠기운이 남아있긴 했지만

 너무 추워서 졸음마저 달아날 지경이었다.

 

 "으... 추워"

 

 카르는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모닥불을 찾았지만

 이미 불은 꺼진 상태였다.

 그래도 조금의 온기는 남아있지 않을까 싶어 다가갔지만

 나무를 새까맣게 태우고는 완전히 꺼진 상태였다.

 

 몸을 바르르 떨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꺼진 장작들을 바라보던 카르는

 거기서 뾰족한 나무 부스러기들을 발견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한스가 자신을 등진 채 자고 있단 걸 본

 카르는 그중 몇 개를 몰래 쥐었다.

 
작가의 말
 

 수요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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