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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가 최종보스인 세계
작가 : 일월달
작품등록일 : 2022.1.4

용사가 지배해버린 세상
악인 들은 전부 처단당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선과 악의 수치에 따라 애꿎은 사람들조차 용사에 의해 처단당하는 절망적인 세상 거기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거지 카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5화 불행한 아이
작성일 : 22-01-13 21:25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7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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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사단이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카르는 투몬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전에 매일 오르기는 했지만

 산채와 퍼델만 왔다 갔다 했던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퍼델에서 멀어지기 위해 산을 넘어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르는

 산채와 산을 오르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멈춰 섰다.

 

 희미한 말발굽 소리가 뒤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카르는 본능적으로 익숙한

 길로 들어섰고 결국 산채로 돌아와버렸다.

 

 산채의 철문은 여전히 조각난 채 방치되어 있었다.

 혹시 아직 패거리가 남아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카르는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폈다.

 

 "우욱"

 

 다행히 아무도 없었지만 피와 시체 썩는 냄새가 대신 카르를 반겨주었다.

 황급히 고개를 돌린 카르는 허리를 숙여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잠시 후 겨우 진정이 된 카르는 숨을 길게 내쉬고는 멈춰 섰다.

 안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너무 고약한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가 꺼려졌다.

 그동안에도 말발굽 소리는 계속해서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모르겠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득 찬 냄새로 인해 카르는 질식할 거 같았다.

 당장이라도 밖으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며

 카르는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뎠다.

 

 툭...

 

 발에 무언가 치이자 밑을 내려다 본 카르는 아직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널 부려져 있는 탄의 목과 눈을 마주쳤다.

 

 "히익!"

 

 카르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잠시였지만 정신이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고개를 들자

 이번에는 목을 잃어버린 탄의 몸뚱어리가 정면으로 보였다.

 이름 모를 벌레들이 기어 다니며 꿈틀거리는 처참한 모습은

 마치 탄의 몸이 부르르 떨고 있는 것 같은 환각을 일으켰다.

 카르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지옥을 옮겨놓은 거 같은 산채의 풍경에서

 끔찍하지 않은 곳은 없었다.

 악행의 대가로 잘린 신체의 부위들이 피바다 위에 놓여있는 모습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카르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아까 들렸던 말발굽 소리로 보아

 머뭇거린다면 자신의 뒤를 바짝 추적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잡힐게 틀림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비밀통로를 찾은 카르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제발 기사들이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며

 카르는 통로 안을 기어가기 시작했다.

 

 

 

 

 카르가 비밀통로로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라이언 기사단도 산채에 도달했다.

 

 "분명 여기로 향한 게 확실하겠지?"

 

 "예 대장님 발자국이 이쪽으로 향해 있었습니다.

 주변에 마땅한 곳도 없는 것으로 보아

 분명 이 안으로 숨은 게 틀림없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루베론이 안쪽으로 손짓했다.

 

 "좋아 안으로 들어가 수색해라

 그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산채는 안으로 들어오는 기사들을

 피와 시체 썩는 냄새로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아직 눈을 감지 못한 베스의 목이

 지배인처럼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우윽!"

 

 기사 한 명이 입을 틀어막으며 튀어나오자

 밖에 있던 루베론이 노성을 토했다.

 

 "이런 한심한 놈!"

 

 기사를 노려보던 루베론은

 조심스럽게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산채 안으로 향했다.

 

 산채 안의 구조는 아주 단순했다.

 커다란 방에 테이블 하나와 거대한 통 몇 개가 놓여있는 게 전부였는데

 바닥에 덧칠해진 피와 그 위에 놓인 신체 부위가

 기괴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안을 대충 훑어본 루베론은

 라이가 말했던 거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기사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손짓했다.

 

 암묵적으로 합의 한 것처럼 루베론과

 기사들은 잠시 동안 신선한 공기를 만끽했다.

 잠시 후 좀 진정이 된 루베론이 기사 10명을 불러 명령했다.

 

 "아무래도 산채 안에 비밀통로가 있는 거 같다.

 놈이 빠져나갔을지도 모르니

 너희 10명은 투몬산을 샅샅이 수색해라"

 

 "네 대장님"

 

 "나머지는 나랑 같이 산채 안의 비밀 통로를 찾는다."

 

 루베론이 보고 있어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남게 된 기사들은 속으로 울상을 지었다.

 

 말을 마친 루베론은 제일 먼저 산채 안으로 들어갔다.

 단장이 들어가 버리자 꾸물거릴 틈이 없어진 기사들도

 힘껏 공기를 들이마신 뒤 산채 안으로 향했다.

 

 지독한 냄새와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계속해서 기사들의 의지를 갉아먹었다.

 

 나무 바닥에 덧칠해진 피 바닥은 밟거나

 건드리기만 해도 찐득하게 달라붙었고

 그 위에 널려있는 신체 부위들은

 건드렸다간 저주라도 내릴 것처럼 기괴해 보였다.

 

 기사들은 그것들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혹시 건드려야 할 일이 생기더라도

 칼집 끝부분으로 툭 미는 게 전부였다.

 

 그런 모양새였으니 수색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더 이상 흔적을 찾기가 어렵겠다 생각한 루베론은

 결국 수색을 중지 시키고 밖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호흡을 가다듬은 루베론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독하군 용사라도 왔다간 것인가?"

 

 옆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의 기사 한 명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철문 조각을 보며 대답했다.

 

 "그런 거 같습니다.

 특히 이렇게 두터운 철문을 깔끔하게 잘라낸 솜씨는

 아무리 단장님이라도..."

 

 루베론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 관찰력은 괜찮지만 눈치는 없군"

 

 기사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실언이었습니다."

 

 루베론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맞는 말일세

 나라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라내는 건 불가능해

 아니 퍼델에서 제일 실력이 좋은 기사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지"

 

 "대체 왜 용사라는 사람은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인상을 찌푸린 루베론이 혼잣말을 하듯 내뱉었다.

 

 "글쎄 되지도 않는 정의감이겠지

 악은 없어야 하며 세상은 반드시 정의로워 한다고

 어린 시절의 철없는 믿음 같은 거 말이야...

 쓸데없이 얘기가 길었군"

 

 루베론은 기사들을 주목시킨 다음 명령했다.

 

 "산채를 불태워라."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던 기사들이 당황했다.

 

 "네?"

 

 "산채를 불태우라고 했다.

 왜? 다시 들어가서 수색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네"

 

 "아 아닙니다."

 

 기사들이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었다.

 

 "어차피 이 시간이면 통로를 빠져나가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더 이상 비밀통로를 찾는 건 무의미한 일이겠지"

 

 "네 넵 알겠습니다."

 

 기사들은 분주히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해져 있던 산채는

 금세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위에 불이 번지지 않게 대비하란 명령을 내린 루베론은

 불타오르는 산채를 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한심한 짓거리야"

 

 한참 후 산채가 다 타고나서 수색을 갔던 기사들이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어쩔 수 없지 퍼델로 돌아간다."

 

 "네? 대장님 하지만 이대로 돌아갔다간 영주님이..."

 

 기사의 말에 루베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는 급하게 출발하느라

 아무런 식량이나 물자도 챙겨오질 않았다.

 수색이 길어질 거 같으니 식량이나 물자를 챙긴 다음 다시 온다."

 

 "네 알겠습니다."

 

 기사들은 루베론을 따라 퍼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루베론이 수색하는 사이 퍼델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잡혀왔던 거지들 중

 10명이 처형되어 광장에 걸렸고

 나머지는 혹독한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불구가 되기도 했다.

 

 병사들 역시 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전부 가두거나 처형시키겠다는 영주를 겨우 말린 관리들은

 제일 깊은 관여를 했다고 판단되는 분대장 한 명과

 병사 10명을 처형시켰고

 나머지 병사들은 전부 봉급이 삭감되었다.

 

 유일하게 기사들은 처벌에서 제외되었지만

 윌터가 거지에게 죽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모든 기사단들이 이를 갈며 복수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영주가 명령을 내린 건 라이언 기사단뿐이었기에

 라이언 기사단이 어떻게든 잡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기사단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루베론은 기사들에게 식량과 물자를 챙기게 한 다음 휴식을 명했고

 날이 밝으면 출발하기로 정했다.

 

 

 

 통로를 걷던 카르는 중간쯤에 이르러 주저앉았다.

 어차피 밖으로 나가 도망친다 해도

 수색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잡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상황에 절망한 카르는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파묻었다.

 

 '왜 그 도련님은 악행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카르는 악행 수치가 100이 채워지면

 용사가 나타난다는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냥 용사는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이라 믿고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도 어디에선가 정의를 실천하느라 바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눈앞에서 용사의 실력을 봤던 카르는

 그가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 존재인지도 실감하고 있었다.

 마치 자연재해와 같은 용사의 앞에서는 모든 게 무기력할 뿐이었다.

 

 한참 동안 용사에 대해 생각하던 카르는

 화제를 자기 자신에게로 돌렸다.

 

 '내 인생은 왜 이리 불행하기만 할까?'

 

 부모 얼굴도 모르고 태어나 노예로 살다

 지금은 목숨을 위협받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고개를 휘저은 카르는 행복했던 적을 떠올려 보려 노력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순간이 없었다.

 

 몇 번의 생각 끝에 포기해버린 카르는

 자신의 신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자신도 모르게 기사가 다가와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던 카르는

 포근한 어둠 속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어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들었다는 거에 놀란 카르는

 몸을 일으키려다 천장에 머리를 부딪쳤다.

 

 "아흐..."

 

 그제야 자신이 통로 중간에 주저앉아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기어가려던 카르는 밖에 기사가 기다리는 게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들자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려움은 어둠 속에서 점점 증폭되어 카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뒤로도 앞으로도 가지 못한 채 다리에 뿌리라도 내린 것처럼

 카르는 그 자리에 계속해서 멈춰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흐른지도 모른 채

 시간을 보내던 카르가 고개를 들었다.

 좁은 곳에 주저앉아 있었더니

 허리와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곳에 계속 머무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

 카르는 용기를 내어 앞으로 기어갔다.

 

 

 

 밖은 완전히 캄캄해져 있었다.

 땅 위에 자라난 풀들이 바람에 일렁이자

 잠잠하던 땅이 어둠을 틈타 숨 쉬는 것처럼 보였고

 어둠 사이에 숨겨진 나무들은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처럼 보였다.

 풀과 나무를 희롱하던 바람이 서있던

 카르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

 

 카르는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다.

 이제까지 들던 우울한 생각이

 상쾌한 바람에 의해 전부 씻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진 카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귀에 집중했다.

 혹시라도 기사들이 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풀과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가 헷갈리게 하긴 했지만

 주위에 기사들은 없는 거 같았다.

 

 퍼델 쪽 방향을 확인한 카르는

 반대 방향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다.

 카르는 몰랐지만 마침 라이언 기사단이 물자를 챙기러

 도시로 돌아간 시간 때였다.

 

 기사들이 없다는 게 점점 확신이 되자

 카르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했다.

 빨라진 걸음걸이에는 자신감이 붙었고

 그것은 점점 대담해져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카르는 다른 마을이 어디에 있을지는 몰랐지만

 가다 보면 나올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날은 계속해서 어두워져 갔고

 이제는 발밑의 길도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부엉이 우는소리와 늑대 울음소리 등

 다양한 소리가 계속해서 카르의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다리가 계속 후들후들 떨려서

 카르는 몇 번이나 휘청거리고 쓰러져야 했다.

 

 하도 굶어서인지 카르는 이제는 배고픈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기력이 없어 계속해서 몸의 힘이 빠지고 눈이 감기려 했다.

 그때마다 카르는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나아갔다.

 

 그런 카르의 노력이 보상을 받은 것인지

 새벽녘이 되었을 때쯤

 투몬산을 넘어 '세드나'라고 써져있는 마을 하나를 발견했다.

 

 "헉... 헉..."

 

 마을 울타리에 기댄 카르는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세드나는 퍼델에 비하면 갓난 아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작았다.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띄엄띄엄 떨어져 지어져 있는 집들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 적었다.

 모두 잠든 시간대 인지라 집들의 불은 전부 꺼져있었다.

 

 왠지 외면당하는 기분이 든 카르는 씁쓸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을에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었다.

 만약 기사들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면 큰일이었고

 마을 사람들이 자신 같은 거지를 환영해 줄 리도 없었다.

 

 당장 걸을 힘도 없던 카르는 우선은 좀 쉬기로 마음을 먹었다.

 땀이 식으며 체온이 내려가자 급격하게 추위가 찾아왔다.

 몸을 움켜 안으며 추위를 달래봤지만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제 꼼짝없이 얼어 죽는 건 아닌가라고 카르가 좌절할 때였다.

 

 "이리 오렴"

 

 화들짝 놀란 카르가 고개를 돌리자

 노인 한 명이 오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누구세요?"

 

 입술 앞으로 검지를 가져다 댄 노인은

 오라는 손짓을 다시 한 다음 걸어가기 시작했다.

 노인의 뒷모습을 보던 카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자신에게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었다.

 

 카르를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한 노인은

 그제서야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이름은 가리아였다.

 마을 끝에서 제일 가까운 집에 살고 있었는데

 이미 낮에 기사들이 마을에 들려

 카르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갔다고 했다.

 

 "나도 원래는 퍼델에서 살았단다.

 그러다 남편이 선발에서 추방되어 버리고 어린 아들이랑 둘이 남았지

 그러던 어느 날 기사가 어린 아들을 죽여버렸단다."

 

 가리아의 목소리에 울음이 젖어들기 시작했다.

 

 "거슬리게 굴었다는 아주 사소한 이유로 말이다."

 

 가리아는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말을 이어갔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아들을 잃자

 나는 더 이상 퍼델에서 살고 싶지가 않더구나

 그래서 이곳으로 도망 와서 살게 되었단다.

 기사들의 말을 들으니 죽었던 아들이 생각나서 도와주고 싶었단다.

 몇 번이나 마을 입구에 나가보면서 널 찾았단다.

 혹시 이 마을에 들리지 않을까 싶었거든."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카르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자 가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비록 힘은 없지만 널 도와주마"

 

 "정말요?"

 

 "그래 당분간은 우리 집에 숨어 있거라

 마을 사람들도 모르게 숨어있다가

 기사들이 널 놓쳤다고 생각하고 포기하면

 그때 나오면 될 것이야"

 

 "가 감사합니다."

 

 가리아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우선 물을 준비해 줄 테니 씻거라

 그동안 나는 먹을 걸 준비해야겠다.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보기만 해도 알 거 같구나"

 

 카르는 마음 편하게 씻기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더러웠는지 깨끗했던 물이

 카르의 몸에 닿자 구정물이 되었다.

 

 깨끗이 씻은 뒤 카르는 이태까지 입었던 누더기를 버리고

 가리아가 준비해둔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완전 다른 사람 같구나"

 

 가리아의 칭찬에 카르는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식탁에는 수프와 빵이 차려져 있었다.

 간단한 식사였지만 카르에게는 진수성찬이나 다름없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카르를 보며

 가리아는 많이 있으니 천천히 먹으라며 다독였다.

 

 카르를 물끄러미 보던 가리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미안하다. 너를 보니 자꾸 아들이 떠올라서..."

 

 가리아에게 다가간 카르가 그녀를 위로했다.

 잠시 후 진정이 된 가리아가 옷소매로 눈 주위를 닦았다.

 

 "할머니라고 생각하고 당분간은

 여기서 편하게 지내거라"

 

 "가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따뜻한 온정을 느낀 카르가 눈물을 글썽거리자

 가리아가 꼭 끌어안아주었다.

 

 카르는 가리아가 준비해 준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는 처음 느껴보는 푹신한 느낌에 감격했다.

 

 "지금 순간이 꿈이 아닐까?"

 

 자신의 볼을 꼬집어본 카르는 아픔을 느끼고는 그만두었다.

 

 "행복하다. 매일 할머니랑 같이 살고 싶다."

 

 입가에 미소를 유지한 채 카르는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말
 

 금요일에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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