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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꿈속에서 봤습니다.
작가 : 정관월
작품등록일 : 2020.7.31

신은 인간존재 그 자체를 아꼈다. 인간의 사악함과 불완전함까지도.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더 빨리 거짓들이 쌓여 갔다. 악이 처벌받기도 전에 더 빨리 새로운 악이 생겨났다. 그래서 인간을 창조한 이래 처음으로, 신이 직접 관여했다. 약한 자를 구하고, 악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깨어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고대왕국, 휘나라 왕실의 적통 후계자 정재현. 신은 그의 혈통에 선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축복이자 저주. 그리고 상큼발랄한 소녀 지영. 그들에게 점점 다가오는 거대한 진실.

#꿈 #미래 #달달 #알콩 #달콩 #예지몽 #운명

 
13화. 그렇게 활활 타올랐다.
작성일 : 20-08-08 00:32     조회 : 266     추천 : 0     분량 : 6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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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텁.

 

 재현은 지영이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이후로 지영의 집 앞에,

 차는 한 대도 오지 않았다.

 

 어느샌가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이상해’

 

 ‘꿈대로라면 분명 택시가 와서

 데려갔어야 했는데...’

 

 ‘오늘이 아닌가...?’

 

 그는 지영의 집 앞에서

 그들을 저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뭐 어쨌든 다행이다.’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볼까...?’

 

 툭, 툭

 

 그는 일어나서

 바지를 털기 시작한다.

 

 그는 지영이 살고 있는 집 대문을

 슬쩍 한 번 바라본다.

 

 ‘혹시 모르니깐,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확인하고 가야겠어.’

 

 띵동-

 

 그는 초인종을 눌렀다.

 

 삐익-

 

 대문이 열린다.

 

 철컥-

 

 “지영이니?!”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지영의 엄마가 나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불안함이

 잔뜩 도사리고 있다.

 

 재현이 인사를 하려는 찰나,

 

 “안녕하세-”

 

 그녀가 다급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끊는다.

 

 “어떡해 학생!

 지영이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어!”

 

 재현의 눈이 커진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온다.

 

 “네??”

 “아까 분명히 방에 있다고...”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아까 분명 방에 있었는데,

 학생이 가고 나서 확인해보니까,

 방에 없었어...”

 

 “말도 안 하고 그렇게 나가다니..”

 

 “전화도 꺼져있고...”

 

 “무슨 일 있는 건 아니겠지?”

 

 딸의 방문을 열어본 이후,

 그녀의 직감은, 자신의 딸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만 같다고

 계속 그녀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꼬옥 쥔다.

 

 재현의 머릿속에 아까 전,

 자다 깨서 본 택시가 떠오른다.

 

 ‘그럼 아까 그 택시에

 타고 있었던 거야?!!’

 

 ‘좀 더 확실히 확인해봤어야

 되는 건데...’

 

 그는 심장이 떨려온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난...’

 

 그는 그런 마음을 감추며

 웃는 얼굴로 말한다.

 하지만 그의 심장은

 거짓말은 못하겠다는 듯,

 쿵쾅거리고 있었다.

 

 “분명히 별일 없을 거예요..!”

 

 그는 일단 그녀의 엄마를 안심시키고

 다급하게 지영의 집을 나선다.

 

 산속에는 아직도 하얀 눈들이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밤이 내렸음에도 그 음산한 빛은

 숨겨지지 않는다.

 

 어둠이 내린 폐가 앞에

 사람들이 서 있다.

 

 한명은 앞머리가 까진

 택시기사 김주성 씨.

 그리고 김민아 씨.

 마지막으로,

 누군지 모를 남자까지.

 

 김민아 씨가 말했다.

 

 “자,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어.”

 

 그 말에 따라 김주성 씨가

 집 주위에 휘발유를 뿌리기

 시작한다.

 

 그러자 누군지 모를 남자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한다.

 

 “굳이 불을 지를 필요까진

 없지 않나?”

 

 김민아 씨가 눈에서 살기를

 띤 채 말했다.

 

 “남의 걸 뺏은 년은

 고통을 한 번 겪어봐야 돼.”

 

 그 남자가 웃으며 대답한다.

 

 “그래, 어차피 제단 위에서

 죽기만 하면 상관없긴 하지.”

 

 남자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한다.

 

 “아참, 그는 확실히 오는 거겠지?”

 

 “그래, 분명히 올 거야.”

 “꿈에서 봤을 테니.”

 

 “허나, 그를 죽여선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니 역할은, 그를 묶어두는 것

 뿐이란 걸 잊지마!”

 

 씨익-

 

 남자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입에 머금고 대답한다.

 

 “그래, 그래, 난 그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끼이-익

 

 또각

 또각

 

 그녀는 현관문을 열고

 지영이 쓰러져있는 방으로 갔다.

 

 또각

 또각

 

 그녀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지영을 내려다본다.

 

 ‘지금은 좀 춥겠지만,

 곧 따뜻하게 해줄게.’

 

 집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지영에게는 분명히 들렸다.

 

 ‘나 이제 죽는 거야...?’

 

 수능 날 겪었던

 그 좌절감이 또다시

 그녀를 엄습하기 시작한다.

 

 어둡기까지 한, 집 안은

 그녀가 느끼고 있던 공포를

 더욱 짙게 만든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읍-

 읍으-읍

 

 그녀가 무언가를 외쳐보지만,

 그 소리는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에 잡혀 사그라든다.

 

 ‘그러게 왜 남의 남자를 건드려?

 내가 몇 천 년을 따라다녔는데.’

 

 또각

 또각

 

 끼이-익

 

 그녀가 나간 후,

 

 스으윽

 

 화장실에 숨어있던

 박경식 경위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영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역시, 여학생이 손발이 묶인 채,

 그리고 입에는 테이프까지 발라진 채,

 쓰러져 울고 있었다.

 

 “쉿-”

 

 그녀가 놀란 눈으로 그를 봤을 때,

 그는 조용히 자신의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때 그 경찰이야!’

 

 찌이익-

 

 그는 그녀의 입에 붙여져 있던

 테이프를 뗀 후

 주머니에서 맥가이버 칼을

 꺼내어들고는

 그녀의 손발에 묶여있던

 끈을 잘라내었다.

 

 그리곤 조용히 말했다.

 

 “최대한 조용히 따라와야 해요.”

 

 둘이 거실을 지날 때,

 집 밖에서 물을 붓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콸콸

 콰르륵

 콸콸

 

 얼마나 부어대는지

 집 안까지 냄새가 들어왔다.

 

 ‘휘발유 냄새!’

 ‘불을 지를 작정이군.’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집에 불이 붙으면 그 때,

 여기 창문으로 도망칩시다.”

 

 화장실 창문은

 조금 높은 곳에 있긴 했지만

 사람이 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칙

 치이익!

 

 ‘라이터 소리!’

 

 화하-악!

 

 순식간에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텁!

 

 재현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속도로 폐가 쪽으로

 달려갔다.

 

 ‘숨이 전혀 차지 않아!’

 

 그가 폐가 쪽에 당도했을 때,

 불빛이 보였다.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쨍그랑-

 

 화마를 견디지 못한 건지,

 유리 깨지는 소리까지 났다.

 

 세 사람.

 

 폐가 바로 앞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눈이 붉게 빛나고 있어!’

 

 “에이, 뭐야!?

 그자가 아니라 그자의 후손이잖아?”

 

 “이 놈은 너무 시시하다고?!”

 

 그는 허탈한 듯, 어깨를 으쓱했다.

 

 ‘소름끼치는 목소리!’

 

 눈이 녹색으로 빛나는 그 여자가

 짜증난다는 투로 말했다.

 

 “닥치고, 그를 막기나 해!”

 

 붉은 눈이 갑자기

 재현에게 달려간다.

 

 그 여자가 말한다.

 

 “지금 집 안에는

 주제도 모르고 당신에게 꼬리친

 그 년이 쓰러져있답니다.”

 

 “살려달라고 울며 애원하더군요.”

 

 ‘빨리 그녀를 구해야 해!’

 

 촤악-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붉은 눈의 손이 그의 목을 잡고

 그를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씨익-

 

 붉은 눈이 미소짓는다.

 

 “설마 까먹은 건 아니지?”

 “너 전에도 이렇게 죽을 뻔 했잖아?”

 “안 그래???”

 

 촥.

 

 으드득-

 

 재현의 손이

 붉은 눈의 손을 꽉 잡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하하, 재미있군!”

 

 재현이 풀려났다. 하지만 붉은 눈은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붉은 눈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한다.

 

 “어떻게 된 거지?”

 “이건 마치 그자와 같은 힘이잖아?”

 

 퍼억!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현의 주먹이 붉은 눈의 얼굴에 꽂혔다.

 

 그 주먹에, 붉은 눈이 2m쯤 날아갔다.

 

 재현은 스스로도

 자신의 힘이 믿겨지지 않는지

 자신의 주먹을 보며

 쥐었다, 폈다한다.

 

 “하하하, 이거,

 생각한 거랑은 너무 다른데...?”

 

 붉은 눈은 턱이 빠졌다.

 그리곤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의 아래쪽 부분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따딱!

 

 붉은 눈이 빠진 턱을 다시 맞추었다.

 

 “분명히 그자군! 그자야!”

 “이거 상당히 곤란한 걸...?”

 

 재현은 책에서 본 내용을 떠올렸다.

 

 ‘심장을 파괴하면 죽는다!’

 

 그런데 그는 사람을 죽이려니

 뭔가 모르게 두렵고 거부감이 들었다.

 

 붉은 눈이 순식간에

 다시 재현에게 가까워졌다.

 

 그가 주먹으로,

 재현의 얼굴을 가격하려는 순간,

 

 퍼억!

 

 재현의 주먹이 그자의 복부에 꽂혔다.

 그자는 또다시 2m쯤 날아갔다.

 

 ‘일단, 빨리 그녀를 구해야 해!’

 

 집을 태우고 있는

 화마의 기세는 엄청나게 거셌다.

 

 붉은 눈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재현을 본다.

 

 “아... 그래, 내가 졌다, 졌어!”

 “자, 어서 가보라구!”

 “혹시 불이 좀 거세다고,

 그 여자를 버릴 건 아니지?”

 “그럼 안 되잖아?”

 “넌 정의로운 자니까!”

 

 붉은 눈이,

 마치 비꼬듯 계속 말한다.

 

 “우리 같은 악을 멸하고,

 약자를 돕는다.”

 “그게 당신이 하는 일이잖아?”

 “설마 뜨거운 게

 겁나서 머뭇거리는 건 아니겠지?”

 

 ‘그 책에 쓰여 있던 건,

 지금 이 상황을 말하는 걸 거야.’

 

 그 책에는 화마 속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지금 그녀는 다른 곳에 있어!’

 

 ‘근처인가...?’

 

 뭔가 이상했다.

 그가 붉은 눈빛을 상대하는 동안

 녹색 눈빛의 여자와

 택시기사가 사라졌다.

 

 ‘설마!’

 

 재현이 집 뒤쪽으로 달려가려 하자

 붉은 눈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이! 어디가?”

 “갈 땐 가더라도,

 나는 죽이고 가셔야지!”

 

 씨익-

 

 ‘곧 그래도 웃네?’

 

 “여기 내 심장을 파괴하면

 난 죽는다고?!”

 “자, 어서 날 죽이라구!”

 

 ‘어차피 몸을 바꿀 생각이군...’

 

 “날 안 죽이면,

 네가 사랑하는 여자와 그 가족,

 그리고 네놈 가족까지

 모조리 죽여 버릴 테다 하하하!”

 “어떻게 죽일-”

 

 재현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

 

 붉은 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뚜각!

 

 재현이 그의 촛대를 걷어찼다.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빠지직!

 

 재현은 붉은 눈의 한쪽다리 마저

 짓밟아 으스러뜨렸다.

 

 재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너는 그리 쉽게 죽을 수

 없을 거야.”

 

 약자를 바라보는 포식자의 눈.

 

 “...”

 

 ‘난 언제든 널 죽일 수 있어!’

 ‘그게 몇 번이든지 간에.’

 

 그의 너무나 확고한 눈빛에

 그자의 눈에서 붉은 빛이

 조금 흐려졌다.

 마치 그 모습을 두려워하는 듯.

 

 “하..”

 “하하..”

 “...”

 

 붉은 눈은 제대로 웃을 수 없었다.

 

 투둡.

 

 지영은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윽...!”

 

 그녀는 깁스를 한 다리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설 수가 없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투덥.

 

 뒤이어 박경식 경위가 뛰어내렸다.

 그가 집밖으로 나오자마자

 화마가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킨다.

 

 박경식 경위가 그녀를 부축해서

 화마와 조금 떨어진 곳까지

 가까스로 피해왔을 때였다.

 

 박경식 경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엄청나게 예쁜 여자다.’

 

 “어쩐지 뭔가 찝찝하더라니...”

 

 하지만 그 목소리는 섬뜩했다.

 

 ‘아무래도 보통 인간 같지는 않군...’

 

 두 사람.

 그 중 한 명은 그가 아는 사람이다.

 

 “주성이 형님!”

 

 하지만 김주성 씨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치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형님,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그는 지금 널 알아보지 못해.’

 ‘내가 그의 영혼을 장악했거든.’

 

 ‘입이 움직이지 않았어..?’

 

 ‘인간이 아니다!’

 

 스윽.

 

 김주성 씨가 칼을 꺼내들었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발포한다.”

 

 박경식 경위도 총을 꺼내들었다.

 

 탕!

 

 공포탄 한 발.

 이제부턴 실탄이다.

 

 “어머 정말 쏘시게?”

 “그 사람은 그저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야.”

 

 박경식 경위의 총구가

 김민아 씨를 향한다.

 

 “어머, 되게 나쁜 인간이네.”

 “이 여자도 내가 조종하고

 있을 뿐인데 말이야.”

 

 ‘그래, 어쩐지 인간이

 아닌 것 같은 섬뜩함이었어.’

 ‘빙의 같은 건가?’

 

 박경식 경위는

 총을 다시 집어넣은 후,

 그 여자를 보며 외쳤다.

 

 “니 목적은 뭐지?”

 “이 여학생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집이 활활 타오르면서 쏟아내는 불빛이

 어두운 산 속에서 그 여자의 얼굴에

 그림자를 일렁이며 춤을 춘다.

 

 그 속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는

 섬뜩한 눈빛.

 

 “그년이 내 소중한 걸 뺏어갔거든.”

 “난 오늘 그년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되겠어.”

 

 지영이 주저앉은 채,

 다리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참고 외친다.

 

 “그는 네 것이 아니야!”

 “그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하-”

 

 “저년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군!”

 “가! 가서 저년의 목을 따버려!”

 

 “네, 주인님.”

 

 김주성 씨가 칼을 들고

 성큼성큼 그들에게로 다가간다.

 

 그 앞을 박경식 경위가 막아서자,

 

 휙-

 휘이-익

 훅-

 

 김주성 씨가 마구잡이로

 칼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탁

 투둑

 

 박경식 경위가 칼을 휘두르는

 김주성 씨의 팔을 쳐서

 칼을 땅에 떨어뜨렸다.

 

 덥썩

 후욱-

 

 박경식 씨는 순식간에

 업어치기를 걸었다.

 

 풀썩.

 

 철그렁

 따르르륵.

 틱!

 

 따르륵.

 틱!

 

 그러곤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김주성 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형님, 일단 잠깐만 이렇게 있으쇼.”

 

 씨익-

 

 갑자기 김민아 씨가 미소를 짓는다.

 

 “너 좀 유능하네?”

 

 그 여자는 박경식 경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점점 더 가까이.

 

 아주 가까이.

 

 박경식 경위의 눈동자가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박경식 경위는 살아오면서

 설사 범죄자라 할지라도,

 여자를 때려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늘 아버지에게

 맞고 살았던 어머니 때문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

 그 끔찍한 기억이

 악몽처럼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퍽!

 

 그 불안함.

 

 퍼억!

 

 그 끔찍함.

 

 퍽.

 

 그의 아버지는 술에 취할 때면,

 늘 그의 어머니를 때렸다.

 

 그리고 그럴 때면, 그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울면서 옷장 속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

 

 ‘갑자기 왜...?’

 

 갑자기 왜 그런 기억이 나는 건지

 그가 의문을 품었을 때쯤,

 그 여자가 어느새 다가와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너 말이야, 꽤 쓸 만하다구?”

 

 박경식 경위의 눈동자가

 완전히 흐려졌다.

 

 “자, 어서 총을 꺼내 저년을 쏴!”

 

 “네, 주인님.”

 

 스윽.

 

 그의 총구가 지영을 향했다.

 

 “안 돼!”

 

 어느샌가 다가온 재현이

 그를 잡고 굴렀다.

 

 탕!

 

 총알 한 발이 하늘로 날아갔다.

 

 탕!

 탕!

 

 붉은 피가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퍼억!

 

 재현은 박경식 경위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는 기절했다.

 

 재현은 일어나서

 눈이 녹색으로 빛나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너도 죽고 싶지 않음, 어서 꺼져!”

 

 재현의 눈에서는 살기가 흘러나왔다.

 

 “아, 역시 당신은...”

 

 그 여자에게서 처음 보는 눈빛.

 그건 무언가를 경외하는 눈빛이었다.

 

 “네, 오늘은 이만 사라져드리죠.”

 

 “하지만 다음번에 만날 땐,

 저년을 없애버리고 말거랍니다.”

 

 재현은 말대답할 가치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잠이 와..’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터벅터벅 지영에게로 걸어갔다.

 

 “많이 아파...?”

 

 그렇게 말하고 있는 그를 보며

 그녀는 울기 시작했다.

 

 “흑”

 “흑흑”

 

 “울지마, 이제 괜찮아..”

 

 그는 옆에 쓰러져있는

 박경식 경위의 폰을 꺼내들었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어찌할 줄 모르고 있다.

 

 띠

 또

 띠

 

 띡!

 

 뚜우-

 

 뚝.

 

 그는 전화를 끊고,

 지영의 바로 옆에 앉았다.

 그리고 기운이 없는 듯,

 그녀에게 힘없이 기댄다.

 

 “지영아.., 곧 앰뷸런스가.. 올 거야...”

 

 “이번에도 일찍... 오진 못했어...”

 

 “미안...”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그를 감싸 안은 채,

 울면서 말한다.

 

 “흑흑”

 

 “아니야... 아니야!”

 

 “흐으-흑”

 

 “아니야.. 이 바보야!”

 

 마침내 그녀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온다.

 

 “이번에도 늦어서 미안...”

 

 그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흑흑”

 

 “안.. 돼!!!”

 

 그녀의 비명이

 산 전체를 타고 울려퍼진다.

 

 그가 쓰러졌다.

 지영이 울면서 필사적으로

 그를 흔든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폐가가 활활 타오르며 뿜어내는

 따뜻한 온기가,

 흰 눈으로 가득한 겨울 산의

 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to be continued...

 
작가의 말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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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낚시 2020 / 8 / 8 267 0 5277   
12 11화. 꼬이기는 쉽지만, 풀기는 어렵다. 2020 / 8 / 5 253 0 5605   
11 10화. 문자왔쑝~! 2020 / 8 / 5 269 0 6550   
10 9화. 과로만이 살 길. 2020 / 8 / 4 252 0 5887   
9 8화. 노을빛으로 물들었다. 2020 / 8 / 4 278 0 5333   
8 7화. 신으로부터 받은 선물. 2020 / 8 / 3 269 0 7475   
7 6화. 좋은 일에는 마가 낀다. 2020 / 8 / 3 248 0 5985   
6 5화. 더하기 2020 / 8 / 2 266 0 6920   
5 4화. 호구일까, 영웅일까. 2020 / 8 / 2 273 0 5716   
4 3화. 눈은 따뜻하게 내렸다. 2020 / 8 / 2 261 0 5328   
3 2화. 선택의 결과 2020 / 8 / 2 278 0 5050   
2 1화. 선택 2020 / 7 / 31 280 0 5296   
1 프롤로그. 축복일까, 저주일까. 2020 / 7 / 31 426 0 5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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