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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17화
작성일 : 19-11-06 07:17     조회 : 6     추천 : 0     분량 : 3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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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병수가 사들고 온 족발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예준을 위로한답시고 찾아온 병수는 늘 그랬듯이 혼자 취해 있었다. 아트페어에 전시했던 작품들은 철거한 날 갖다 놓은 그대로 지하실 한 쪽 벽에 겹쳐져 있었다.

 “내가 그랬잖아. 홀딱 벗고 광화문 광장 뛰어다녀야 된다고.”

 “그러게.”

 예준은 늘 병수가 농담 삼아 하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요즘은 다 필요 없고, 일단 유명해지고 봐야 돼.”

 아트페어에서 자신이 전혀 존재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예준은 병수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우리 같은 지잡대 흙수저가 백날 노력해 본들 뭐가 되겠냐? 수단방법 안 가리고 일단 뜨고 봐야지.”

 “그래, 그런데 뜨는 게 쉽지 않잖아.”

 “아이 씨! 얼굴만 팔면 되는데, 쪽팔리는 게 문제야.”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술과 여자를 좋아한 명문장가 이병수 선생 쯤 되었을 친구는 늘 술이 취하면 글보다 영상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미키님 봐봐. 연 수익 30억이라잖아.”

 “헉! 30억?”

 “너 미키님 아냐?”

 “어, 그 때 네가 말했잖아.”

 예준은 전에 병수에게서 미키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후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그녀는 남성들의 패션이나 화장품을 소개하는 인기 유튜버였고 비연예인 중에서 남성들에게 최고로 인기 있는 스타라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영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참! 지금 몇 시냐?”

 병수는 뭔가 잊고 있었던 것처럼 급하게 스마트폰을 켰다.

 “헐, 시간 다됐네.”

 병수는 유튜브를 실행하여 미키님의 채널로 들어갔다. 예준은 병수가 무슨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목을 길게 빼고 스마트폰을 쳐다보았다. 영상 속에는 미키 마우스가 그려진 짧은 나시 티를 입은 귀여운 여성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다. 병수는 채팅창에서 하트표시를 계속 날리고 있었다.

 “그게 뭔데?”

 “너도 빨리 해. 매주 금요일마다 뽑는 거야. ‘소원을 말해봐.’ 라고, 상품도 주고 미키가 소원도 하나 들어주는 거.”

 병수는 스마트폰이 부서져라 열심히 액정을 두드렸다. 가만히 보니 무수히 많은 아이디들이 하트를 날리고 있었는데, 참여한 늑대들이 워낙 많아서 화면상에 잠시 나타난 아이디들은 1초도 안되어 금 새 아래로 사라져버렸다.

 예준은 스마트폰을 열고 병수가 하는 것처럼 하트를 따라 날렸다. 잠시 후 9시가 되자 미키가 ‘그만’이라는 말과 함께 박수를 쳤다. 병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영상을 쳐다보았다.

 “와! 오늘도 미키를 아껴주시는 라이브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엄청나게 많은 하트를 보내주셨네요. 자, 그럼 ‘소원을 말해봐.’ 당첨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주 소원을 말해봐 당첨자는, 두구두구두구두구! 짜잔! 글빨로산다님, 축하합니다!”

 “와! 와!”

 갑자기 병수가 일어나 미친 듯이 함성을 질렀다.

 “왜? 왜?”

 “나야 나! 글빨로산다! 대박! 대박! 와!”

 “정말?”

 예준은 기뻐 날뛰는 병수를 향해 두 손을 불끈 쥐며 축하해 주었지만 한편으로 매주 상품을 받는 이벤트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었다.

 “이번 주 ‘소원을 말해 봐.’ 에 선정되신 글빨로산다님께는 미백기능성 남성스킨로션 옴므파탈에서 제공해 주신 스킨로션 세트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방송이 끝나면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구요. 미키 소원 이용권은 한 달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것 아시죠?”

 “네! 네!”

 병수는 귀를 쫑긋 세우고 미키가 하는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마치 미키가 옆에 있는 것처럼 대답했다. 병수는 이빨이 훤히 드러날 만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열심히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와! 이런 것 당첨되는 사람 처음 보는 것 같아.”

 “맞지? 완전 신기하다. 내가 당첨이 될 줄 어찌 알았겠어?”

 “근데 소원은 어떻게 하는 거야?”

 “미키님한테 소원을 말하면 미키님이 들어 주는 거지.”

 “정말? 아무거나?”

 “아무거나 들어주면 얼마나 좋겠냐? 이상한 건 안 되고, 뭐 그냥 내 이름 한 번 불러주세요. 춤 한번 춰 주세요. 이런 소원.”

 “아!”

 “와, 이거 완전 로또나 마찬가지야. 구독자가 얼마나 많은데. 이야! 내년에는 공모전 합격하려나? 좋은 기운이 막 몰려오는 것 같지 않냐?”

 

 싱크대에서 양치질을 끝낸 예준은 침대에 누웠다. 좋은 안주를 앞에 두고 소주를 마셔서 그런지 그 동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았다. 라면으로 해장까지 해서 속이 든든했다. 병수는 ‘소원을 말해 봐.’에 당첨 되는 바람에 술이 거의 다 깨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아트페어에 다녀온 후로 한 번도 붓을 잡지 못했다. 현대미술의 트랜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루에 한번 씩은 꼭 들어가 보던 왓슨 갤러리 홈페이지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생각이 없이 일주일을 보냈고 애써 작품활동을 외면했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 앞에서 보기 좋게 외면당했고, 번듯한 작업 공간을 얻을 수 있다는 꿈도 무참히 좌절됐다. 삶이 다할 때까지 그림을 그려서 보낸다고 한들 왓슨이 한 번 보기나 할까 생각하니 암울하기 그지없었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서 가난한 예술가로 사는 것은 후기 인상파 시대에나 어울리는 일 같았다. 그렇다고 정규직이 되어 직장생활에 얽매이게 되면 지금까지 꿈꿔온 삶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준은 병수를 떠올렸다. 번듯한 직업 없는 친구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병수는 매번 떨어지는 공모전에 오히려 편수를 늘려가며 도전했다. 아트페어에 나갈 결심을 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병수의 조언 때문이었다. 인기 유튜버에게서 스킨로션 선물세트를 받는 남자가 되려면 현실을 외면하거나 무관심하게 살아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정해진 시간에 열심히 액정을 두드려야만 스킨로션이 내 것이 될 수 있었다. 로또를 사야 로또에 당첨이 되는 것처럼.

 세상에는 미키보다 예쁘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미키만큼 유명하지 않고 많은 돈을 벌지도 못한다. 방법을 몰라서든 부끄러워서든 사람들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재능이 아니었다.

 예준은 스마트폰을 켜고 유튜브를 실행했다. 강 건너서 자신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행운이 걸어올 수 있는 다리를 만들기 위해 삽을 들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아트페어도 그런 노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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