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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2화
작성일 : 19-11-05 11:02     조회 : 7     추천 : 0     분량 : 2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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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 전공 하지 않았어?”

 한국현대미술평론가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회장실에서 지인인 박 사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했지.”

 “아빠 닮아서 재능이 있을 텐데 왜?”

 “내가 다 해봤잖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가져간다고 평생 붓 들고 살면서 느낀 게 그거야. 그런데 자식한테 또 이걸 시키겠어?”

 “하긴, 따지고 보면 아이돌 가수되는 것보다 기획사 사장이 백번 낫지.”

 “내말이 그 말이야. 이러나저러나 미술계에 발 담그고 있는 건 마찬가진데.”

 “그래, 적성에 맞대?”

 “처음엔 아주 기겁을 하고 나한테 말도 안하더니만 요샌 아주 재밌다고 신났어. 세상 철없는 소리 가끔 하긴 하는데 저도 경험이 쌓이면 점점 나아지겠지.”

 

 재희는 한국옥션의 월간 미술품 경매가 끝나자 밖으로 나왔다. 노트를 펼쳐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었는지 메모된 내용이 평소보다 적었다.

 “예, 아빠.”

 “어디니?”

 “한국옥션 왔어요. 이제 갤러리로 들어가려고요.”

 “그래? 박 사장님 조금 전에 갤러리로 출발 했는데 우 화백 그림 있지? 지난주에 제주도에서 온 것 말이야.”

 “예.”

 “응, 그걸로 안내해 드려. 자세한 얘기는 내가 다 해 놨으니까. 바로 가져가실 수 있게 챙겨 놔라.”

 “예. 그런데 아빠.”

 “응, 왜?”

 “아니에요. 다음에 얘기해요.”

 내키지 않던 그림을 갤러리에서 떼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 재희의 표정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재희는 우 화백의 한국화가 정말이지 자신의 갤러리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미술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이라고는 했지만 최근까지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단색화도 이미 식상한 마당에 한국화라니. 재희는 자신의 갤러리가 팝아트처럼 시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현대미술로 가득 채워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빠와 친분이 있는 우 화백이 잊을 만하면 그림을 보내오는 통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쌓이는 게 아니었다. 재희는 자신의 갤러리를 방문한 어떤 고객에게도 우 화백의 그림을 먼저 안내하지 않았지만 아빠의 오랜 인맥들은 신기하게도 우 화백의 그림을 척척 잘 사갔다.

 “그림은 그만 두고 갤러리를 하나 운영해 보는 게 어때?”

 벌써 5년 전이다. 아빠를 따라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려던 즈음 아빠가 던진 말 한마디에 재희는 붓을 놓고 말았다. 아빠의 제안을 온전히 받아들여서가 아니라 작품 활동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아빠는 아니라고 했지만 재희는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빠가 피우지도 못한 딸의 순수함과 열정을 단번에 꺾어버리는 말을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 말고는 자신이 전부라고 여기며 살아온 화가의 꿈을 돌려 세울만한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식의 재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어떻게든 이끌어 보려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닌지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물어 보았다. 더군다나 아빠는 평생을 미술계에서 활동해 온 유명인사인데.

 아빠를 향한 원망과 허탈함으로 넋을 잃고 지내는 동안 재희는 미국과 유럽의 유명 미술관은 물론 세잔과 고흐, 모네 등이 작품 활동을 했던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을 여행했다. 화가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캔버스에 녹아있는 그들의 열정에 감정이입을 하는 동안 예술은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재희의 각성은 자연스럽게 현대미술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고, 자신과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의 예술혼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일에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작업과 전시, 수상경력으로 삶을 채워가던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솟구쳐 오르자 재희는 아빠의 조언이 많은 경험과 자식에 대한 깊은 고뇌에서 나온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아빠가 캔버스 속에 갇혀서 살게 될 자신을 꺼내어 준 고마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고민이 있다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아빠와의 시각차이었다. 남자친구가 사용한 콘돔과 자신의 속옷을 침대 위에 그대로 늘어놓은 영국 작가의 작품이 수십억에 거래된 사실을 두고 재희는 자신도 한국에서 그런 미술시장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던 반면 아빠는 국내의 현실을 모르는 허무맹랑한 소리로 취급했다. 아빠는 그 시간에 우 화백의 작품 100점을 파는 게 더 쉽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아직은 아빠의 그늘에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자신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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