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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16화
작성일 : 19-11-06 07:17     조회 : 7     추천 : 0     분량 : 1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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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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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형 검은색 무쏘가 서부간선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예준은 눈을 감은 채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병수는 조용히 있는 것이 예준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말 한마디 없이 운전에만 집중했다.

 “어? 다 왔네? 아이고야!”

 작업실이 있는 골목길로 접어들자 예준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기지개를 폈다.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 실린 그림을 지하로 옮기는 동안에도 둘은 별 말이 없었다.

 “야! 저녁 먹으러 가자.”

 작품을 모두 내려놓은 후에 예준이 애써 힘을 내어 말했다.

 “집에 가서 먹지 뭐. 좀 쉬어.”

 “왜? 먹고 가! 고생했는데 내가 살게.”

 “뭔 소리야. 고생은 무슨? 오늘 할 일이 좀 있어서. 다음 주에 먹자. 좀 쉬어.”

 “그럴래? 그럼 정리 좀 해 놓고 주중에 연락 한 번 할게.”

 “그래.”

 “고맙다.”

 “뭘 그래 자꾸.”

 예준은 병수가 나간 지하실 문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 만큼이나 어깨가 축 처진 병수의 뒷모습이 아른거렸다.

 작품을 싣느라 접어 두었던 뒷좌석 시트를 원래대로 세워놓고 운전석에 앉은 병수는 자신이 공모전에 떨어졌을 때를 떠올리며 그냥 저녁을 같이 먹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위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예준이 지난 나흘간의 일로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며칠 시간을 보낸 후에 소주 한 잔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병수야! 병수야!”

 룸미러로 예준을 확인한 병수는 차를 세우고 운전석의 유리창을 내렸다.

 “어? 왜? 뭐 두고 내렸어?”

 “아니, 이거.”

 예준의 손에 만 원짜리 세장이 들려 있었다.

 “뭔데?”

 “그래도 아버지 찬데 기름이라도 조금 넣어서 가.”

 “아, 됐어. 뭐하는 거야?”

 병수는 기겁을 하며 핸들까지 들어와 있는 예준의 손을 창밖으로 밀어냈다.

 “야! 그러지 말고 받아. 내가 미안해서 그래.”

 병수는 예준의 미안하단 말이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내 생각해서 받아줘.”

 거듭된 예준의 부탁에 난처한 표정을 짓던 병수는 돈을 받아 들었다.

 “그래, 그럼 나중에 이걸로 소주나 한 잔 하자. 내가 잘 보관해 둘게.”

 “자식이! 기름 넣으라니까.”

 “아무튼 고맙다.”

 “내가 고맙지.”

 “됐어! 기운내고!”

 “알았어. 조심해서 가.”

 “어, 그래!”

 

 버너에 물을 올려놓은 예준은 의자에 앉아 작업실 한 쪽 벽에 겹쳐져 있는 작품들을 쳐다보았다. 예전에 공모전 출품을 할 때도, 예술원 입주 신청을 할 때도 그랬지만 자신이 늘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를 하며 사는 사람 같았다. 전시장에서 상상의 성을 높이 쌓았던 만큼 결과표를 받아본 후에 느끼는 상심의 깊이는 더욱 깊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거금을 들여 페어에 나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왓슨을 짝사랑하며 보내던 소소한 일상의 균형이 한 번에 깨져버릴 만큼 엄중한 일이었는데도 현명하게 생각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구깃구깃 뭉쳐서 던져버린 A4용지를 깨끗하게 펴는 일처럼 헝클어진 삶의 리듬을 되찾고 다시 평온하게 붓을 잡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예준은 라면을 한 젓가락 집어 냄비 뚜껑에 올린 후 천천히 식혔다. 라면을 몇 번 우걱우걱 씹던 예준은 뚜껑을 내려놓고 냉장고 속의 작은 김치 통을 꺼냈다. 하지만 통 안에는 가느다란 부추 잎 서너 가닥과 뻘건 김칫국물만 조금 남아 있었다. 예준은 김치 통을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고 라면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따뜻한 국물이 속으로 들어가자 설움이 조금 잦아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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