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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2화-그녀를 찾아라
작성일 : 19-10-08 19:52     조회 : 26     추천 : 0     분량 : 6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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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아으, 죽겠다.”

 

  나는 숙취로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았다.

 

  백제에 와서 제대로 된 술을 보자 눈이 돌아간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다 외가나 친가나 술 잘 마시기로 소문난 집안이니 내가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술을 마구 마셔댄 것은 안 봐도 뻔했다.

 

  한 자리에 배급된 술이 단 한 병으로 제한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오늘 기어서 출근했을 것이다.

 

  “도수는 낮은 것 같은데, 숙취가 은근히 세네?”

 

  궁인들에게 지급된 술은 왕이나 귀족들이 마시는 증류주가 아니라 막걸리와 같은 일종의 탁주였는데 다음날이 된 지금까지도 날 괴롭혔다.

 

  막걸리도 숙취가 강하듯 백제의 술도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늘어지지 말고 우물가에 가서 시원한 물이나 한 사발 들이키고 와.”

 

  곁에 다가온 리타가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리타도 나와 비슷하게 마신 것 같은데 매우 멀쩡해보였다.

 

  계집애, 이제 보니 술고래였네.

 

  “가는 길에 물도 떠와.”

 

  굽혔던 허리를 천천히 일으키자 리타가 내 발치에 나무물통을 내려놓았다.

 

  “어쩐지 네가 날 걱정한다 했다. 망할 것.”

 

  난 투덜거리며 물통을 들고 우물가로 향했다.

 

  백제의 여름도 이제 끝나 가는지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한 기운이 서려있었다.

 

  우물가에 다다르니 우물물을 깃는 궁녀가 한 명 있었다.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내가 그 궁녀 옆에 물통을 내려놓자 물을 깃던 궁녀가 머뭇거리며 날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쳇, 신들렸다는 이놈의 소문은 대체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

 

  진짜 신내림이라도 받았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저… 이거….”

 

  팔짱을 끼고 멍 때리고 있던 난 궁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궁녀는 다름 아닌 나와 같은 소주방 소속 은임이었다.

 

  한때는 내 단짝이기도 했던 아이였다.

 

  물론 나에 관련된 흉흉한 소문에 이제 친구도 뭣도 아니게 됐지만 말이다.

 

  은임이 쭈뼛거리며 두레박을 내게 내밀었다.

 

  “아, 고맙소.”

 

  난 두레박을 우물 속으로 던져 줄을 당겨 올렸다.

 

  물을 다 길은 은임이 떠나지 않고 내 뒤에서 우물쭈물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난 모른 척 했다.

 

  그녀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었다.

 

  나와 단둘이 이야기라도 나누는 걸 다른 사람이 본 다면 아마 은임도 나처럼 외톨이가 될 것이다.

 

  그러니 그녀를 본 척 만 척 무시하는 것이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내가 물통 하 나를 다 채울 때까지 내 뒤에서 꼼지락 대다 결국 은임은 우물가를 떠났다.

 

  그녀의 발소리가 사라지자 난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이 가득 담긴 두레박에 얼굴을 처박고 꿀꺽 꿀꺽 물을 마셨다.

 

  머릿속까지 시려오자 난 두레박을 다시 우물 속으로 툭 밀어 넣고 스르륵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잘 했어, 한미리. 잘 한 거야.’

 

  머릿속으로 이렇게 되뇌었지만 가슴속 한 구석이 막힌 듯 답답했다.

 

  은임이 소주방에 도착할 만큼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난 물통을 들고 우물가를 떠났다.

 

  소주방에 도착한 후에도 은임은 흘긋흘긋 날 쳐다봤다.

 

  난 그런 그녀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편하여 일하는 중간, 중간 그녀를 피해 다녔다.

 

  나중에 상급궁녀들이 조리하는 곳에 채소를 건네주고 오다가 은임을 딱 정면으로 맞닥뜨렸는데 내가 휙 하고 피하자 은임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이 시야 언저리에 들어와 더욱 마음이 불편해졌다.

 

  “가서 저녁 찬거리에 사용할 야채들을 좀 가져 오너라.”

 

  상급 궁녀 한 명이 쪽문에서 얼굴을 내밀어 옆에 있던 리타에게 말했다.

 

  “예.”

 

  리타가 빈 소쿠리를 들고 소주방을 나서려고 하자 내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내가 갔다 올게!”

 

  리타가 대답하기도 전에 내가 그녀의 손에서 소쿠리를 확 빼앗아 소주방을 빠져나왔다.

 

  은임과 한 공간에 있던 것이 불편하던 차에 소주방을 빠져나올 좋은 핑계거리가 생긴 것이었다.

 

  백제궁의 식료품을 보관하는 창고는 궁녀들의 처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한동안 잰 걸음을 놀리던 내 발이 방향을 바꿨다.

 

  내가 향한 곳은 고마인들의 처소가 있는 곳이었다.

 

  고마인들도 지금은 각자의 근무지에 나가 있으니 지금은 처소가 텅텅 비었을 것이다.

 

  즉, 내가 몰래 숨어들어도 들킬 확률이 매우 낮다는 뜻이었다.

 

  나는 대나무 소쿠리로 얼굴과 몸을 가리고 잽싸게 달려 건물 기둥 뒤에 몸을 숨겼다.

 

  나의 표적은 일월전 소주방 담당 고마인의 처소였다.

 

  일월전의 고마인인 만큼 직급 역시 높아 그녀의 처소는 건물 정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다.

 

  즉, 몰래 잠입하기 더럽게 까다롭다는 뜻이다.

 

  처소 주변엔 간혹 가다 고마인들의 수발을 드는 어린 항아들이 왔다 갔다 할 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나는 거친 바닥에 포복자세로 엎드려 대나무 소쿠리를 머리에 쓰고 처소 방문 앞에 길게 늘어진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목적지쯤에 도착했다고 생각되자 나는 땅에 등을 붙여 누워 마루 귀퉁이를 손으로 잡고 슬며시 머리를 내밀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나는 후다닥 마루 밑에서 나와 일월전 소주방 담당 고마인의 처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어디쯤 있을 텐데….”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다급히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책상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보통 책은 어디에 둘지 생각해보자.’

 

  나는 책상 옆에 놓인 작은 서랍장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내가 찾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월전 소주방에 속한 궁녀들의 인적사항이 담긴 책. 내가 찾는 것이 바로 이 것이었다.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다급히 책장을 넘기던 그 때였다.

 

  “…고마인님?”

 

  방 문 앞에서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마음에 아까 서랍장을 뒤지는 손길이 제법 거칠었나보다.

 

  아마도 그 소리가 밖에까지 새어나간 모양이었다.

 

  ‘가라, 제발 가라….’

 

  내가 숨죽이며 조용히 손을 움직여 책을 덮었을 때 책상에 기대어 놨던 대나무 소쿠리가 툭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고마인님, 계십니까?”

 

  어린 항아가 소쿠리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다가와 문고리를 잡았다.

 

  거참, 귀도 더럽게 밝네!

 

  나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숨을 곳을 미친 듯이 찾았다.

 

  벌컥.

 

  10살 정도 되었을 어린 소녀가 처소의 문을 열었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서 소리가 들렸는데….”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방 안을 휘 둘러보고 다시 문을 닫고 처소를 떠났다.

 

  “푸하!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이불을 넣는 장의 문이 열리며 몸을 잔뜩 구겨 넣었던 내가 어기적거리며 기어 나왔다.

 

  가슴에 꼭 품은 책을 꺼내 소리가 날세라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책장을 넘기던 내 손이 불현 듯 멈췄다.

 

  그리고 내 손가락 언저리엔 ‘라혜’라는 이름이 적혀있었다.

 

  어제 내가 고마인의 처소에서 봤던 낯선 이름이었다.

 

  난 그 이름 밑에 적힌 글자들을 쭉 읽어 내려갔다.

 

  그녀는 나보다 8개월 전에 입궁했고 리타와 화인의 말대로 정확히 궁에 들어 온지 10일째 되는 날에 일월전 소주방 나인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입궁하기 일주일 전….

 

  ‘날적부터 몸이 약해 수시로 앓아눕는 날이 많았다. 쉬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자 치료를 위해 약방 내실로 거처를 옮겼다.’

 

  “내실이라고?”

 

  내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럼 라혜라는 이 아이가 지금 약방 내실에 있는 죽을병에 걸렸지만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는 그 의문의 궁녀인 것이구나.’

 

  그리고 그 밑에 이어진 내용은 나의 가설을 진실로 바꾸어 놓았다.

 

  ‘내두좌평 사밀의 추천으로 입궁함. 각별히 신경 쓸 것.’

 

  이로써 사밀이 무연고의 젊은 여인들을 데려와 궁녀로 입궁시켰을 것이란 내 확신에 절대적인 힘이 실렸다.

 

  나는 다급하게 책장을 앞으로 휙휙 넘겼다.

 

  거기에 모르는 이름 몇, 몇이 더 눈에 띄었지만 그녀들은 이미 출궁한지 1년 이상이 되었다.

 

  저마다 사유는 달랐지만 공통된 것은 귀족의 추천을 받고 입궁했다는 것, 그리고… 백제에 연고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을 추천한 귀족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내 눈에는 그 이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내두좌평 사밀.’

 

  그리고 찜찜한 것은 출궁한 궁녀들의 사유가 하나 같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연고도 없는 궁녀들이 하나 같이 혼인이나 노부모를 공양하기 위해 출궁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 의문은 곧 내 머릿속에서 불안한 생각으로 바뀌었다.

 

  과연, 이 궁녀들이 정상적으로 출궁한 것일까?

 

  혹시…. 출궁으로 처리하고 다 죽은 건 아닐까?

 

  “라혜, 라혜를 만나야해.”

 

 

 

 ***

 

 

 

  고마인의 처소에서 장부를 훔쳐보고 내가 어떻게 일월전으로 돌아왔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만큼 내 신경은 온통 약방의 내실에 갇혀있을 궁녀 라혜에게 쏠려있었다.

 

  이 드넓은 궁에서 유일하게 나와 공통점이 있는 사람, 그리고… 어쩌면 머지않아 내 미래가 될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사람.

 

  그녀를 꼭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사밀의 계획은 무엇이고, 우리는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어느 위치에 사용될 패인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먼저 적의 목적과 계획을 파악해야 이 위험을 타개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너 먼저 처소로 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처소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 리타에게 내가 말했다.

 

  “넌?”

 

  “다친 발목이 영 시원찮아서 약방에 좀 들렸다 가려고.”

 

  아직 시원찮은 건 맞지만 내 발목은 이제 거의 다 나아가고 있었다.

 

  리타도 그 사실을 아는지 의심스런 눈빛으로 내 발목과 내 얼굴을 번갈아 몇 번 쳐다보다 의외로 순순히 물러났다.

 

  “알았다.”

 

  리타가 멀어지자 나도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약방으로 향했다.

 

  약방에 들어서니 그때 맡았던 것과 같은 씁쓰래하면서 달큰한 약초향이 공기 사이에 섞여 들어왔다.

 

  약방도 이미 처소로 돌아간 궁녀가 많았다.

 

  아마 지금 남아있는 아이들은 당번을 서는 아이들일 것이다.

 

  내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어떻게 오시었소?”

 

  내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앳된 얼굴의 궁녀가 물었다.

 

  “며칠 전 발목을 삐었는데 영, 좋지 않아서 왔습니다.”

 

  “여기 앉아서 발목을 좀 보여주시오.”

 

  내가 마루에 앉아 신을 벗고 치마를 걷자 궁녀가 유심히 내 발목을 살폈다.

 

  “흠…. 다행히 그리 심각해보이진 않소. 내 약초를 조금 줄 터이니 그것을 물에 우려 하루에 두 번, 그 물로 발목을 씻으시오.”

 

  말을 마친 궁녀는 약초를 가지러 일어났다.

 

  아무래도 궁녀는 내게 약초를 조금 들려 보내려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당번을 서는 궁녀 몇 명만 남기고 모두가 약방을 떠날 때까지 버티고 있다가 몰래 내실로 잠입하려는 내 계획이 자칫하면 틀어지게 생겼다.

 

  곧 마당 저편에서 약초를 들고 오는 궁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궁녀가 다가오자 나는 앉아있던 마루에 들어누웠다.

 

  “일어나시오. 여기 이 약초를 가져가시오.”

 

  내가 누운 채로 실눈을 뜨고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발목을 잡고 몸부림쳤다.

 

  “아이고! 내 발목! 사람 죽는다아! 사람 죽어!”

 

  내가 갑자기 손으로 발목을 잡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마루를 굴러다니자 앳된 얼굴의 궁녀가 놀란 듯 손에 들고 있던 약초를 떨어트렸다.

 

  “이보시오! 궁녀! 괜찮으시오?”

 

  내가 실눈을 뜨니 궁녀의 얼굴이 사색이 된 것이 보였다.

 

  그래, 이 방법이 먹히는구나!

 

  연극영화과의 저력을 보여주마!

 

  나는 혼신의 힘으로 눈을 뒤집어 흰자위가 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허리를 들어 활처럼 휘어지게 하며 목을 기괴하게 꺾었다.

 

  아픈 건 발목인데 마치 발작하는 사람처럼 몸부림을 치는 내가 이상해보이겠지만…. 뭐, 어때!

 

  효과만 좋으면 됐지!

 

  “으어어억! 빨리… 빨리, 사람을 불러주시오… 으윽!”

 

  “기다리시오!”

 

  앳된 얼굴의 궁녀가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다급히 뛰어 사라지자 난 몸부림치던 것을 멈췄다.

 

  “에이씨, 이 짓도 이제 못해먹겠네.”

 

  그거 조금 연기했다고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다.

 

  “이쪽이오! 이쪽에…!”

 

  “누가 있다는 것이야? 너 또 우리한테 거짓말하는 거니?!”

 

  “아니, 그게 아니오라….”

 

  앳된 얼굴의 궁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텅 빈 마루를 바라봤다.

 

  그 궁녀가 내가 누웠던 마루를 허망하게 보는 그 시각, 나는 약방의 가방 은밀한 곳인 내실에 조용히 접근하고 있었다.

 

  “미안해요, 궁녀.”

 

  갑자기 사라진 나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될 어린 궁녀에게 작은 소리로 미안함을 전했다.

 

  나는 궁녀가 놓고 간 약초를 품속에 넣고 기둥 뒤에 숨어 내실의 동태를 살폈다.

 

  몸을 낮추고 잽싸게 달려 내실의 벽에 몸을 딱 붙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펴봤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

 

  아마, 지금 몇 안 되는 당번 궁녀들은 내가 있었던 마루에서 어리둥절해하며 있을 것이다.

 

  하늘엔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 이제는 사위가 어두컴컴했다.

 

  나는 어둠에 섞여 내실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내가 그토록 찾던 궁녀, 라혜를 불렀다.

 

  “라혜 궁녀….”

 

  누구에게 들킬세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숨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귓가에는 찌르르 하는 풀벌레 소리 뿐 부름에 응답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나는 짧게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아까 보다 조금 큰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라혜 궁녀.”

 

  “….”

 

  이번에도 역시 돌아오는 건 허공을 가르는 바람 소리 뿐이었다.

 

  설마 이 초저녁부터 자는 건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다.

 

  난 문고리를 턱 잡고 힘주어 문을 열어 재꼈다.

 

  하지만 날 반기는 것은 썰렁한 빈 방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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