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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6화-차우차우
작성일 : 19-09-22 13:44     조회 : 28     추천 : 0     분량 : 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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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사밀이 은밀하게 사람을 시켜 내게 밀서를 전했다.

 

  궁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받는 사밀의 은밀한 명령이었다.

 

  주변을 둘러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이 곳엔 나뿐이다.

 

  그렇다면 지금이 사밀의 밀서를 볼 수 있는 기회란 소리였다.

 

  난 다시 사밀이 보낸 밀서를 조심스럽게 펼쳤다.

 

  “큰일인데….”

 

  사밀의 필체로 보이는 정갈한 글자들을 뚫어지게 보면서 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날 궁에 넣은 사밀도, 그리고 그의 제안을 받아 궁에 들어온 나도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것.

 

  하지만 한 번도 그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것.

 

  눈썹을 잔뜩 찌그러트린 난 마른 한숨을 내 쉬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가 있어야지….”

 

  그랬다.

 

  난 그 백제의 잘난 귀족 사밀이 빼곡히 써 놓은 글자를 단 한 줄, 아니, 단 한 단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흰색은 종이요 검은 건 글자인 것만 알 뿐.

 

  내 입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나름 고등교육을 받고 대학까지 나온 몸이었지만 백제에선 달랐다.

 

  난 그저 특이한 빨간 머리를 가진 글자도 읽을 줄 모르는 까막눈일 뿐이었다.

 

  “일단은… 일이나 하자.”

 

  난 사밀이 보낸 밀서를 차곡차곡 접어 허리띠 속에 숨겼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돌려 침방으로 향했다.

 

  지련이 시킨 심부름을 하고 침방에서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 하면 사밀이 준 문서를 읽을 수 있을까?

 

  그 문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분명 왕의 동태에 관한 것이겠지?

 

  아직 궁에 들어오고 나서 왕의 옷자락도 보질 못했다.

 

  그런 내가 사밀의 밀서를 읽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왕! 왕!”

 

  하도 백제왕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이제 헛소리까지 들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체 어떤 미친놈이 궁에서 함부로 왕, 왕 거리는 거야?

 

  내가 땅바닥에 내리꽂은 시선을 들자 내게 돌진하는 생명체를 발견했다.

 

  “왕! 왕! 헥헥헥.”

 

  함부로 입을 놀리던 그 미친놈(?)이 저기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접시같이 둥근 얼굴, 딱정벌레 같은 까만 눈동자, 짧지만 튼실한 다리, 그리고… 엉덩이에서 사정없이 흔들리는 갈색 꼬리.

 

  응? 꼬리라고?

 

  “차우차우…?”

 

  그것을 본 내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그것은 현대인에게 차우차우란 이름으로 익숙한 개였다.

 

  궁에서 개도 기르나?

 

  한 번도 궁에서 개를 기른다는 얘긴 못 들어본 것 같았다.

 

  사극에서도 역사책에서도 궁에서 개를 길렀다는 얘기는 못 본 것 같은데….

 

  아니, 그나저나 고대에도 차우차우가 있었나?

 

  갑자기 튀어나온 갈색 털 뭉치의 수상함에도 내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난 쭈그려 앉아 달려오는 차우차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괜찮아, 멍멍아. 이리로 와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멈춰서 내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차우차우에게 난 개들이 좋아한다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누나 나쁜 사람 아니야. 누나도 너처럼 예쁜 멍멍이 길렀어.”

 

  내 목소리에 살살 꼬리를 흔들며 차우차우가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 냄새를 유심히 맡아보더니 조금 더 다가와 천천히 내가 입은 옷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난 놀라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손길로 조심스럽게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너 참 착하구나? 그런데 네 주인님은 어디 가고 혼자 떠돌아다니니?”

 

  잘 정돈된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으면서 내가 말했다.

 

  떠돌이 개는 아닌 것 같았다.

 

  영양상태도 좋아 보이고 털도 지저분하지 않고 깨끗한 것을 보니 사람의 손을 탄 것이 분명했다.

 

  “네 주인님은 어디에 있어?”

 

  “왕!”

 

  마치 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차우차우가 크게 짖더니 꼬리를 흔들며 제 몸을 쓰다듬던 내 손길을 뒤로하고 겅중겅중 뛰어 내게서 멀어졌다.

 

  마치 제 주인을 알려주겠다는 듯이 어느 정도 걷다가 쓱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흥미로운 모습에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차우차우의 뒤를 따라갔다.

 

  내가 따라오는 것을 보자 차우차우는 조금씩 속도를 높였고 내 발걸음도 점차 빨라졌다.

 

  하지만 뛰는 개를 사람이 쫓아가기란 역부족이었다.

 

  복슬복슬한 갈색 꼬리가 사라진 모퉁이를 돌자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난 무언가에 부딪혀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야야…. 죄송….”

 

  “어? 미리?”

 

  “화인?”

 

  나와 부딪힌 사람은 다름 아닌 내 룸메이트 미화인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사슴 같이 큼지막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멀뚱멀뚱하게 날 바라보는 화인의 하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내 얼굴을 확인하자 화인은 배시시 웃었다.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는 거야?”

 

  난 화인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나 손으로 엉덩이를 털었다.

 

  “혹시 여기서 개 한 마리 못 봤어? 털이 복슬복슬한 차우차우란 개인데…. 둥글둥글한게 꼭 곰처럼 생겼거든.”

 

  “아니, 못 봤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는 화인의 뒤로 걸어가 주변을 살폈지만 이미 개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내가 도와줄까?”

 

  “아니야. 어차피 나 세답방에 가서 널어놓은 빨래도 걷어야 돼.”

 

  “그럼, 나랑 같이 가. 나도 지금 일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거든. 빨래 걷는 거 도와줄게.”

 

  “응. 고마워.”

 

  세답방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어느새 하늘을 수놓은 노을로 붉게 물들었다.

 

  나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아쉬움에 계속해서 뒤를 돌아보았다.

 

 

 

 ***

 

 

 

  사밀의 밀서를 받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난 여전히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

 

  글자를 아는 사람에게 해석해달라고 할 수도 없었고, 바쁜 궁의 일을 하면서 한자공부를 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약 내가 잠을 줄여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교재며 필기도구 같은 것이 없으니 소용없었다.

 

  ‘확 그냥 도망쳐 버릴까?’

 

  사밀의 밀서를 받던 날 난 화인과 함께 반딧불이 들판을 찾으러 나섰다.

 

  그녀와 함께 그 들판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곳들을 모두 둘러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화인과 함께 수색에 나섰지만 번번이 소득 없이 처소로 돌아오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리타는 나를 비웃었다.

 

  그나마 반딧불이가 즐비했던 그 들판을 찾겠다는 희망으로 버텨왔는데 이제 그마저도 사라지니 나는 한없이 무기력해졌다.

 

  이제는 그냥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들지 못하고 몸을 뒤척거리던 내 귀를 자극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왕!”

 

  작지만 그것은 분명 개 짖는 소리였다.

 

  나는 다시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풀벌레 소리만 울려 퍼지는 그때.

 

  “…왕! 왕!”

 

  또다시 어렴풋하게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딸깍’

 

  내가 미니 손전등의 버튼을 누르자 곧 눈부신 흰색 빛이 쏟아져 나왔다.

 

  궁에 들어올 때 나는 몰래 내 소지품을 챙겨왔다.

 

  틴트, 아이라이너, 그리고 언제부터 넣어놨는지 모를 작은 손전등.

 

  나는 손전등의 창백한 빛에 의지해 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걸어갔다.

 

  더 이상 개 짖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끝없이 펼쳐진 어둠에 난 걸음을 멈췄다.

 

  멀리서 들려오는 부엉이 소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내가 돌아가려고 하던 그때 손전등의 빛이 비친 바닥에 작은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이 보였다.

 

  “개 발자국?”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개 발자국이었다.

 

  개 발자국은 일정한 거리로 총총 이어졌다.

 

  난 고민하다 이어진 발자국을 따라갔다.

 

  어느 정도 이어진 발자국은 풀이 우거진 곳에서 뚝 끊어졌다.

 

  이리저리 발자국을 찾던 난 풀숲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우거진 작은 나뭇가지 사이로 찍힌 작은 발자국.

 

  난 바닥에 엎드려 내 시야를 가리는 나뭇가지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나무들로 이루어진 작은 비밀통로가 나타났다.

 

  난 손전등을 끄고 허리띠에 끼워 넣은 뒤 몸을 바짝 땅에 붙여 그 작은 통로로 기어들어갔다.

 

  겨우 사람 하나가 지나갈 수 있을만한 작은 통로.

 

  그것도 몸집이 작은 여자나 어린 아이만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았다.

 

  좌우로 작고 가지가 무성한 나무들이 빼곡해 마치 동굴같이도 느껴졌다.

 

  포복자세로 한참이나 나무 동굴을 기어들어간 난 드디어 끝에 다다랐다.

 

  나무동굴의 끝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풀내음이 진동했다.

 

  작은 동굴에서 몸을 완전히 빼내어 일어서자 난 그곳이 어딘지 알아차렸다.

 

  “반딧불이 들판…!”

 

  반가움에 난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내가 한걸음 디디자 그때처럼 수천 개의 반딧불이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매일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어 떠올렸던 풍경.

 

  지금 그곳에 다시 내가 서 있었다.

 

  처음 발견했던 그때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보석을 갈아 뿌려놓은 듯 하늘엔 무수한 별과 은하수가 펼쳐졌고 그 한가운데에 태양의 금빛을 머금은 달이 떠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은은한 달빛을 품은 잔잔한 연못이 있었다.

 

  나는 그 황홀한 풍경에 이끌리듯 연못으로 다가갔다.

 

  연못에 가까워질수록 허리를 덮었던 풀들은 얕아지고 걷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연못에 다다르자 난 물가에 서서 물에 비친 달빛과 별빛을 말없이 바라봤다.

 

  “거기 누구시오?”

 

  낮은 사내의 음성에 나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하지만 그때 발이 꼬이며 내 몸이 뒤로 휘청거렸다.

 

  “어… 어! 물에 빠진…다앗!”

 

  나는 팔을 붕붕 휘저으며 외쳤다.

 

  하지만 내 노력에도 몸은 자꾸 뒤로 기울어졌다.

 

  영락없이 물에 빠질 것을 예상하고 난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소?”

 

  마치 귀에 손을 대고 말하는 것처럼 둔탁하게 울리는 목소리와 뺨에 닿은 따뜻한 감촉에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내 시야에 부드러운 비단 옷감이 들어왔다.

 

  내가 고개를 들자 날 내려다보는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목탄으로 칠한 것 같은 짙은 눈썹, 별빛을 묶어놓은 듯 빛나는 청명한 갈색 눈, 오뚝한 콧날, 그리고… 적당히 굴곡진 입술까지.

 

  달빛에 물든 그의 은은한 얼굴은 미려했다.

 

  말없이 그의 얼굴을 마주보던 내 입이 달싹거렸다.

 

  “와… 대박 존잘이다.”

 

  그의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보던 내 입에서 여과 없이 마음속 감탄의 말이 흘러나온 것이었다.

 

  “계속 이러고 있다간 조만간 나나 낭자나 뒤로 자빠질 것 같소만.”

 

  남자의 말에 난 그제야 내가 그의 몸에 기댄 채 그의 가슴에 안겨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남자는 허리를 약간 뒤로 젖히고 다리를 굽힌 채 내 체중을 버텨내고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내가 얼른 남자에게서 떨어졌다.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이오?”

 

  “네. 덕분에 괜찮습니다.”

 

  아까 남자에게 안긴 채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외모에 대해 제멋대로 품평한 것이 생각나자 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아, 쪽팔려. 이게 무슨 망신이야.

 

  고개를 돌려 나 자신을 질책하던 내게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여긴 대체 또 어떻게 온 것이오?”

 

  난 그제야 남자가 며칠 전 길을 잃은 날 인도해준 그 남자라는 것을 알았다.

 

  “아…. 그게….”

 

  왠지 숨겨진 개구멍을 통해 들어왔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 나는 말끝을 흐리며 얼버무렸다.

 

  “여긴 낭자가 와선 안 되는 곳이오. 다신 이곳에 발을 들여선 안 될 것이오.”

 

  남자의 음성은 단호했다. 단호한 음성엔 경고의 뜻이 배어있었다.

 

  “…싫어요.”

 

  “뭐라고 했소?”

 

  남자의 말에 난 주먹을 쥐며 고개를 들어 당돌한 눈빛으로 남자의 눈을 마주봤다.

 

  “싫다고요. 뉘신지 모르겠으나 여긴 엄연히 내가 발견한 곳이에요. 보아하니 버려진 들판 같은데 이곳에서 주인행세를 하는 게 좀 웃기지 않아요? 당신이 내게서 이곳을 뺏어갈 권리가 없단 말이죠.”

 

  낯선 곳에서의 유일한 내 안식처를 뺏길 순 없었다.

 

  이곳마저 없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자유가 허락된 유일한 곳을 제멋대로 앗아가려는 저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미남이라고 해도 말이다.

 

  백제에 오고 내 모든 걸 뺏겼지만 이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난 여기서 꼼짝도 하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해요.”

 

  난 그대로 땅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아, 백제에서의 생도 망한 것 같으니 이제 나도 모르겠다.

 

  “내가 무섭지도 않소?”

 

  난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빛을 바라보며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짧은 시간에 워낙 많은 일을 겪어서 이 정도는 별로 무섭지 않은데요? 그리고… 당신이 날 해치려고 했다면 아까 내가 연못에 빠질 때 가만히 있었겠죠. 이렇게 나와 말도 섞지 않았을 테고요. 그리고 난 백제궁의 궁녀에요. 내가 실종된다면 궁에서 수사를 시작하겠죠.”

 

  난 곁에 서 있는 남자를 곁눈질 하며 덧붙였다.

 

  “날 건드려서 좋을 거 없다는 말이에요.”

 

  “그럼, 어쩔 수 없군. 낭자가 움직일 때까지 나도 이곳에서 버티고 있겠소.”

 

  그렇게 말하며 남자가 나와 가까운 곳 어딘가에 앉는지 풀이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흥, 그래. 네 똥이 굵은지 내 똥이 굵은지 대보자 그 말이다, 이거지?

 

  좋아, 해보자 이거야.

 

  생긴 거랑 다르게 완전 좀생이구만?

 

  나는 팔베개를 하고 누워 찌르르 거리는 풀벌레 소리를 벗 삼아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를 눈에 담았다.

 

  오롯이 혼자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챈 건지, 아니면 나와 더 이상 대화를 해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지 남자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면 남자는 자연스레 지쳐 먼저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확신했다.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별자리를 찾던 난 어느새 내 뒤에 앉은 남자의 존재를 잊어버렸고 감미로운 풀벌레 소리에 어느새 눈꺼풀이 스르륵 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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