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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에서 온 신녀
작가 : 시엔시엔
작품등록일 : 2019.9.21

걸쭉한 입담을 가졌다는 것 외에는 평범한 취준생이던 한미리. 혼자만의 여행 중 갑자기 백제로 이동했다? 현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도 못한 채 백제궁으로 가게 된 미리. 그곳에서 엄청난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치열한 궁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리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잠깐, 그런데 여기에 로맨스가 빠지면 또 서운하지. 백제의 남자들은 또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과연 미리는 휘말린 위험도 극복하고 사랑도 쟁취할 수 있을까?

 
20화-난 원반을 줍는 개가 아니야
작성일 : 19-10-06 13:36     조회 : 35     추천 : 0     분량 : 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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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오늘도 어김없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뜨고 일터로 나갈 준비를 했다.

 

  나 외에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을 천이 해진 이불을 대충 개고 뿌리 염색을 못한 탓에 이제 투톤이 된 머리카락을 대충 손가락으로 쓱쓱 빗어 끈으로 질끈 묶었다.

 

  “아…. 오늘 진짜 일월전 가기 싫다.”

 

  “미리야, 너 어제도 그 말 했어.”

 

  “어제는 진짜 가기 싫었고, 오늘은 진짜, 진짜 가기 싫은 거거든?”

 

  “네가 하루라도 그렇지 않은 날이 있었냐?”

 

  세수를 하고 오는지 미처 닦아내지 못한 물기로 얼굴이 촉촉해진 리타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는 넌 일월전에 가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처럼 말하냐? 지도 나랑 똑같으면서….”

 

  나는 옷깃을 빠짝 여미고 허리끈을 고쳐 묶으며 궁시렁거렸다.

 

  내가 소이 궁녀를 골려주기 위해 신들린 연기를 하고 나서 궁녀들은 날 아예 투명인간 취급했다.

 

  혹여나 나와 함께 같은 일을 맡게 되면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과 같이 굴었고 나와 눈을 마주치거나 내가 말이라도 걸면 곧 몹쓸 병에 걸려 죽을 거라는 둥 울고 불며 난리를 치기 일쑤였다.

 

  이러니 내가 일월전에 가기 싫겠어, 안 싫겠어?

 

  리타 요 앙큼한 계집은 그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내게 핀잔을 주었다.

 

  물론 그녀의 말에는 주변 시선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니 이런 리타가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아, 그리고 너 일월전 가기 전에 고마인님한테 들려야 해.”

 

  “드디어 올 것이 왔군. 화인아, 오늘 내가 처소로 돌아오지 못하면….”

 

  화인의 어깨를 잡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는 나의 등짝을 리타가 매섭게 때렸다.

 

  “헛소리 그만 하고 빨리 나가!”

 

  “에이씽! 이 놀부 마누라 같은 년아. 나간다, 나가.”

 

  “미리야, 별 일 없을 거야. 고마인님 잘 만나고 이따가 저녁에 보자.”

 

  “너 고마인님 핑계로 늦게 오면 죽는다.”

 

  화인과 리타의 달라도 너무 다른 인사를 들으며 난 멀어지는 그녀들을 향해 손을 한 번 흔들어 주고 일월전 소주방 담당 고마인의 처소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발목이 완전히 나아지지 않은 듯 걸을 때마다 기분 나쁘게 시큰거려 영 신경이 쓰였다.

 

  고마인의 처소에 가까워질수록 내 미간은 점점 찌푸려졌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시큰거림이 점차 심해지는 탓도 있었지만 사실 고마인으로부터 듣게 될 꾸지람과 질책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며칠 전 내가 신들린 연기를 해 소주방의 궁녀들을 겁준 사실이 고마인의 귀에 들어갔고 그녀가 오늘 날 소환했기 때문이다.

 

  “고마인님. 저 왔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누르며 숨겼다.

 

  “그래, 들어오너라.”

 

  이른 시간임에도 고마인은 말끔하게 단장을 하고 책상에 앉아 손에 들린 붓을 다소곳이 내려놓았다.

 

  나는 쭈뼛거리며 들어와 그녀를 마주보고 섰다.

 

  “내가 왜 널 불렀는지 아느냐?”

 

  그녀는 내게 반성할 시간을 주기 위해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내가 다소 삐딱하게 서서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녀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 떨림을 알아챘지만 난 뻔뻔하게 오히려 고개를 치켜들었다.

 

  “네가 며칠 전 소주방 궁녀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었다지?”

 

  “걔네들이 먼저 절 모함했어요.”

 

  “오해가 있다면 응당 말로써 풀어야하거늘.”

 

  고마인의 말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아니, 다수가 무고한 사람 한 명을 다굴하는데 말로 풀라니?

 

  “말로 될 일이었으면 제가 그랬겠어요? 그리고 전 사실상 그 애들에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어요. 지들이 멋대로 지레 겁먹고 엉덩방아를 찧은 것도 다 제 잘못이란 말이에요? 이제 손으로 궁녀들 엉덩이를 받치고 다녀야겠군요.”

 

  마치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처럼 멋대로 판단하여 날 신들린 여자로 몰아 손가락질을 하고 경멸의 눈초리를 던진 그 치욕스러운 순간이 떠올라 내 눈은 잠시 잊었던 그 때의 분노로 이글거렸다.

 

  고마인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시선과 나의 분노로 타오르는 뜨거운 시선이 그녀와 나 사이의 허공에서 어지럽게 서로 엉킬 때였다.

 

  “…고마인님, 수렵대회 관련하여 황 고마인님이 찾으십니다.”

 

  아직 앳된 어린 궁녀가 아뢰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여기 앉아서 네 잘못을 반성하고 있어라.”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밖으로 나갔다.

 

  “쳇, 맨날 나보고 잘못했대.”

 

  고마인이 나가자 목까지 차올랐던 불평의 말을 꺼내놓았다.

 

  흥, 내가 순순히 잘못했다고 할 줄 알고?

 

  애초에 잘못한 것이 없는데 뭘 반성하라는 건지! 하여간 이럴 때만 윗대가리들은 정의감이 투철해진다니까?

 

  그동안 소이 궁녀가 나를 걸고 내기를 할 때도, 비웃으며 온갖 궂은일을 시키고 모욕을 줄 땐 가만히 있더니 피해자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발악 한 번 하니까 이제 와서 신경 쓰는 척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약자에게 한없이 가혹하고 역겹기까지 한 현실에 내가 입모양으로 온갖 상스러운 욕을 중얼거릴 때 고마인의 책상 위에 놓인 책이 눈에 띄었다.

 

  ‘아무도 없지?’

 

  난 주변을 한 번 휙 둘러보고 책상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책 안을 들여다봤다.

 

  “어? 이건 내 이름이잖아?”

 

  오른쪽 맨 위 구석에 한자로 내 이름 석자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내가 일월전으로 배정된 날짜가 있었고 그 옆으론 나에 대한 인적사항과 비슷한 것이 있었다.

 

  ‘고구려인과 같이 거리낌이 없고 성미가 거칠음. 세답방에서 자주 분란을 일으켜 주의를 요함.’

 

  “뭐야, 이거 누가 써놨어.”

 

  내 성격에 대한 좋지 않은 품평에 잠시 주춤했던 내 분노 게이지가 다시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아니지. 지금 이런 거에 흥분할 때가 아니야. 여기에 나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혹시 내가 찾는 것이 있을지도 몰라.’

 

  나는 빠르게 손을 놀려 책장을 휙휙 넘겼다.

 

  리타나 은임처럼 익숙한 이름 몇을 지나고 내 손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적힌 장에서 멈췄다.

 

  ‘라혜’

 

  막 내가 라혜라는 궁녀의 정보가 적힌 장을 찾았을 때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고마인이 볼일을 마치고 복귀하는 듯 했다.

 

  나는 책장이 찢어질 듯 다급하게 다시 책장을 넘겼다.

 

  내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펼치고 내 손이 책에서 떨어지자마자 고마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반성은 좀 했느냐?”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내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미끌거렸지만 난 태연한 척 연기를 했다.

 

  “반성이고 나발이고 전 잘못한 것 없다니까요? 그렇게 잘잘못을 따지고 싶으시면 먼저 절 괴롭혔던 년… 아니, 궁녀들을 불러 벌주세요. 그럼 저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테니까.”

 

  “쯧쯧쯧. 어찌 이리도 태도가 불손할까. 네가 일월전 나인으로 배치된 것이 심히 의아하구나.”

 

  예, 저도 동감입니다.

 

  그 망할 사기꾼 귀족 영감탱이가 날 이곳에 넣은 걸 어떡하란 말입니까?

 

  그녀는 내 이름이 적힌 페이지에 아까 봤던 것보다도 좋지 않을 것 같은 무언가를 끄적였다.

 

  “네가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겠다면 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구나.”

 

  “예. 그럼 전 이제 처소로 돌아가서 자숙하겠습니다.”

 

  히히히, 자숙 좋아하고 있네. 자숙을 빙자하고 난 일도 땡땡이 치고 놀고먹을 거다 이거야!

 

  내가 속으로 쾌재를 부를 때 고마인이 나의 기쁨을 방해했다.

 

  “아니다. 넌 오늘 열리는 수렵대회에 가서 뒷바라지를 하여라. 왕실을 위해 땀을 흘리면 좀 반성의 기미가 들겠지.”

 

 

 

 ***

 

 

 

  “…이런 바밤바 같은 상황을 봤나. 내가 왜 수렵대회 뒷바라지를 해야 하냐고! 그 마귀할멈을 확! 고구려 수렵도처럼 허리를 180도로 꺽어버려서 노루새끼랑 호랑이새끼랑 면접시켜 버릴까보다.”

 

  고마인의 벌로 내가 온 이곳은 왕과 고위 귀족들 간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수렵대회가 열리는 곳이었다.

 

  백제궁에서 멀지 않은 숲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지금으로 따지면 대기업 총수에게 알랑방귀를 끼기 위해 ‘사장님! 나이스!’를 외치는 사교 골프 모임과 비슷한 것이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장님, 나이스!’ 대신 ‘전하, 나이스!’라고 외친다는 점이었다.

 

  즉, 머리에 허옇게 서리가 내려앉은 귀족들이 저보다 젊은 왕에게 사정없이 딸랑거리는 아부의 현장이란 소리였다는 개뿔!

 

  나한테는 그저 극한의 노동 현장일 뿐이었다.

 

  나를 비롯한 이곳에 동원된 궁인들은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귀족들과 왕이 지나간 자리를 훑으며 그들이 쏜 화살을 회수하는 잡일부터 고귀하신 분들의 덜렁대는 텅 빈 위장을 달래줄 음식을 만들고 재료를 조달하는 일까지 어느 것 하나 편한 것이 없었다.

 

  손재주라곤 전혀 타고나지 못한 똥손인 탓에 난 온 숲을 돌아다니며 귀하신 분들이 흘리고 간 화살을 회수하는 일을 맡았다.

 

  길을 걸으며 주변을 훑어 주인을 잃은 화살을 줍는 일이 쉬워 보인다고?

 

  그럼, 직접해보시지!

 

  크지는 않지만 사냥터답게 제대로 된 길도 없이 나무로 울창한 숲을 헤치며 주변의 풍경과 완벽한 보호색을 띠는 갈색의 얇은 화살을 찾는 일은 그야말로 ‘월리를 찾아라’만큼 고난이도의 숨은 그림 찾기였다.

 

  아니, 숨은 그림 찾기는 몸이라도 편하지….

 

  이건 몸도 엄청나게 고되었다.

 

  그리고 꼭 내가 주인이 던진 원반을 줍는 개가 된 것 같아 수치스럽기도 했다.

 

  “아, 진짜! 화살 좀 아껴 쓰라고!”

 

  나는 허리를 숙여 50번 째 화살을 주우며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난 신경질적으로 제법 꽉 찬 화살통에 화살을 집어넣었다.

 

  ‘삐이익-’

 

  ‘컹! 컹컹컹!’

 

  사냥감을 발견했는지 동쪽 언저리가 희미하지만 소란스러웠다.

 

  수렵대회에 참여한 귀족들은 다들 작은 피리를 목에 걸었는데 사냥감을 발견했을 때 주변에 알리기 위한 신호였다.

 

  아까 들린 날카로운 소리가 아마 그 피리소리일 것이다.

 

  피리소리가 울리면 사냥개들이 사냥감을 몰고 사람들이 화살을 쏘아 사냥감을 잡는 방식이었다.

 

  물론 마지막 결정적인 한 방은 왕을 위해 남겨두겠지만.

 

  서서 숨을 돌리던 난 다시 화살을 줍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삐이익-’

 

  피리소리가 이번엔 조금 더 가까워졌다.

 

  “멧돼지로 오해받아서 개죽음 당하기 전에 빨리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사실 이 수렵대회의 가장 힘든 점이 이것이었다.

 

  들짐승으로 착각하여 귀족들의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그런 일이 흔하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수렵대회 담당자는 궁인들에게 이렇게 경고했다.

 

  ‘날아오는 화살과 달려드는 말발굽을 우리도 어쩔 수 없다. 그걸 피하는 건 너희들의 몫이다.’

 

  그니까 알아서 잘 피해 다니라는 뜻이었다.

 

  현대였다면 근로자의 인권침해로 청와대 청원이 50만을 넘고 고소장이 빗발칠텐데 말이다.

 

  내가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던 그 때 대지를 두드리는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며 밟고 선 땅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두두두두!’

 

  내가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너무 늦었다.

 

  “꺄아악!”

 

  “히이잉!”

 

  내가 서 있는 오른편에서 검은색 갈퀴를 길게 늘어트린 갈색 말이 맹렬하게 튀어나왔고 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 바싹 엎드렸다.

 

  팔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우렁찬 말발굽 소리에 내가 실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말이 엎드린 날 사뿐히 뛰어넘어 내 앞에 착지하는 것이 보였다.

 

  말이 몇 걸음 더 앞으로 가자 그 위에 앉은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흰머리를 길게 늘어트리고 이마에 자주색 머리끈을 한 꼬장꼬장한 노인이었다.

 

  그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 머리를 내 쪽으로 돌렸다.

 

  그는 날 잠깐 살펴보는 듯 하더니 이내 말머리를 돌려 사라졌다.

 

  “…상좌평 사택지적.”

 

  여전히 엎드린 채 내 입술이 달싹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난 그를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만정각에서 봤던 그의 강력했던 모습이 뇌리에 깊이 새겨져있던 까닭이었다.

 

  나는 땅바닥에 엎드린 채 미세하게 몸을 떨었다.

 

  비단 말발굽에 깔릴 뻔한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몇 초도 안 되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택지적과 난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을 보자마자 난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맹수 앞에 선 먹잇감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눈빛은 몇 미터 떨어진 내 몸을 잠깐 동안 지배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정말로 그랬다.

 

  또, 강렬한 눈빛에서 그가 날 알고 있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그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이 느낌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랬다.

 

  ‘그는 정말로 위험한 사람이다!’

 

  다시 사위가 조용해지자 난 그제야 후들거리는 손으로 땅을 짚고 천천히 일어났다.

 

  내 옷은 나뭇잎과 흙으로 엉망이었다.

 

  급하게 엎드린 탓에 화살통에서 화살이 우수수 떨어져 내 주변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난 화살을 주워 화살통에 넣었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덜덜 떨리는 탓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부스럭.

 

  화살을 줍던 내 손이 멈췄다.

 

  ‘잘못 들었나?’

 

  멈춰버린 자세 그대로 귀를 기울이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난 다시 화살을 줍기 시작했다.

 

  부스럭, 부스럭.

 

  내 뒤쪽에서 나뭇잎과 풀들이 흔들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난 불안한 눈으로 소리가 들린 수풀을 바라봤다.

 

  “끼에에엑!”

 

  “으아아악!”

 

  돼지 멱따는 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멧돼지가 수풀을 뚫고 나왔다.

 

  힘들게 주워 담은 화살통이 내 손에서 떨어지며 화살들이 다시 땅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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