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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3. 직감(3)
작성일 : 19-10-06 12:01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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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또 어딜 나가려고?"

 "뭔가 좀 알아볼게 있어서. 저녁 먹기전까진 돌아올게."

 "하여간. 그러다 그 다리 평생 안낫겠다. 조심히 다녀와."

 

  패터슨 부인은 이미 남편의 이런 모습이 익숙했다. 그럼에도 코트와 중정모를 챙기고 절룩거리며 집을 나서는 경감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에휴. 이제 좀 나이를 생각해줬으면 좋으려만."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경감은 지나가는 택시를 급히 불러세웠다.

 

 "킹스가든 역으로 가주시오."

 

  택시가 출발하고 역에 다다들때까지 경감은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일단 적어도 그 재수없는 고급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차와 자동차가 뒤섞인 길을 달리면서, 특별히 그가 탄 택시를 미행하거나 하는자는 없는 것 같았다.

  역앞에 도달하고 택시에서 내린 경감은, 곧장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랭커튼을 지나는 모든 기차와 지하철이 만나는 기차역답게, 그 웅장한 크기에 역사안을 꽉 채울 정도의 인파로 가득했다. 사실 그의 집에서 가까운 역은 따로있었지만, 굳이 이 역으로 온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를 미행하는 자는 없어보여 굳이 이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었지만, 만사에 조심을 하여 나쁠건 없었다.

 

 "웨스트 오슬라드 역 한장."

 

  티켓을 끊고 인파를 헤치며 지하철 승강장으로 향했다. 지나가다 검은 양복을 입거나, 롱코트를 입은 사내들을 보면 괜히 긴장하며, 그들의 행동을 살피게 되었다.

  지하철 역사로 내려가는 앨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목발을 짚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양보를 해준 덕에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물론 평소의 그의 성미같으면 벌써 계단으로 내려가고도 남았다. 역시 지금의 다리 상태가 그의 행동에 약간의 제약을 주는 것이 아쉬운 일이었다.

 

 "헴필드 역 행! 헴필드 역 종점인 열차가 들어옵니다!"

 

  역의 승을 지키는 직원들이 큰소리고 승객들에게 열차가 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의 외침이 끝나기 무섭게 승강장 안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과 함께 에테르가 발하는 광채를 뽐내는 열차 한 대가 승강장으로 들어오며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공중에 뜬채로 미끌어지듯 달려온 열차가 완전히 멈추자, 승강장의 직원들이 열차의 문을 열어 젖혔다. 유압식 개폐장치 특유의 바람빠지는 소리와 함께, 열차의 문이 열리며 승객들이 줄지어 내렸다.

  내릴 승객이 모두 내리자,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승객들도 열차에 오르기 시작했다. 경감도 그 인파와 함께 절룩거리며 열차에 올라탔다.

  승객들이 모두 오르자 직원들이 열차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출발 신호를 보내자, 열차는 튜브형태의 선로를 따라 빨려들어가듯 달리기 시작했다.

  열차가 다섯정거장을 더 지나고 나서 경감이 내릴 웨스트 오슬라드 역에 도착했다. 그의 최종목적지에 도착한건 15분 정도 더 끙끙대며 절룩이는 걸음을 옮긴 뒤였다.

  경감은 눈앞의 건물을 올려다봤다. 강변을 마주보고 있는 그리 크지 않은 호텔이었다. 크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랜 세월 이 자리를 지켜온 고풍스러움이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 호텔의 꼭대기층에 자리잡은 객실이 바로 3개월전 그 모든 사건이 시작한 장소였다.

 

 "킹스가든 경찰서 패터슨 경감이오. 예의 그 현장을 다시 한번보고 싶소만."

 "아! 오랜만에 뵙는군요! 지금 방이 비어있긴 합니다만, 이미 허가를 받고 정리가 다 되어있어서 보실게 있으실진 모르겠네요. 그런데 그 사건은 이미 끝난게..."

 "뉴스를 들으셨다면 아시겠지만 지금 그 사건이 조금 곤란하게 흘러가고 있어서 말이오."

 

  호텔의 지배인은 경감의 말에 납득했는지 금방 그를 안내했다. 사실 사라진 에드먼드를 찾는것과 당시의 사건을 재수사하는건 전혀 연관성이 없지만, 전문분야도 아닌 지배인이 그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그럼 다 둘러보시고 나면 프론트에 열쇠를 반납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이거 참 번번히 미안하게 됐소."

 

  이미 수사를 겪어봤던 지배인은 그의 방해가 되지 않으려, 경감에게 열쇠를 넘기고 곧장 돌아갔다.

  아마 사건을 의식해서인지 객실의 내부는 제법 바뀌어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죽었던 방이었다보니, 방안에 있던 모든 가구 및 장식품을 죄다 교체한것 같았다. 하지만 호텔의 규모에 비해 굉장히 화려해보이는 방이란 점은 여전했다.

  확실히 지배인의 말대로 더 이상 이 방에선 확인해볼만한 요소는 없었다. 하지만 원래의 현장은 그의 기억속에 어느정도 남아 있었다. 단지 그는 그 기억들을 떠올리는데 도움을 얻기위해 이곳에 돌아왔다.

  호텔의 건물자체는 크지 않은편이지만, 이 객실은 한층을 모조리 사용하는 초호화 객실이었기에 어딘가의 귀족이나 묵을 것 같은 방이었다. 때문에 이 방에 에드먼드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문제는 추기경 쪽이었다.

  물론 그녀는 브리카 왕국 교회의 수장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사회적 권위는 에드먼드보다 훨씬 높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기본적으로 성직자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당연히 이 객실을 빌린 인물을 에드먼드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아니, 오히려 그 부분은 어째선지 조사하는데 압력을 받아 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보는게 맞았다.

  당시엔 또 귀족 특유의 특권을 발휘하여 수사를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만약 에드먼드가 이 객실을 빌린 인물이라면, 그가 어떠한 이유와 방법으로 추기경을 이 방으로 불러들이고 살해했는지도 중요했다.

  하지만 당시의 수사는 그런 부분은 완전히 무시됐다. 오로지 에드먼드가 추기경을 죽이는것이 가능했냐는 사실 하나에만 매달린 수사가 진행됐다. 아니, 그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거 꼭 스콧 중사의 사건이 생각나는 구만."

 

  당시엔 수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장애물들은, 단지 귀족의 특권을 행사하여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와서 보면, 어쩌면 특정 방향으로 수사를 유도당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경감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에드먼드의 사건과 스콧 중사의 사건의 또 하나의 공통점. 그것은 바로 수사의 관할이었다. 스콧 중사의 사건은 원래라면 군에서 자체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았어야 했다.

  에드먼드야 당연히 귀족이기에 의회에서 청문회 형식으로 진행하는 귀족재판을 받는건 맞았다. 하지만 이곳은 경감의 관할인 킹스가든에 위치한 호텔이 아니었다. 오슬라드는 명백히 그의 관할구역을 벗어난 지역구였다.

  물론 처음 추기경의 시신이 발견됐을땐, 오슬라드 경찰서가 사건을 맡았었다. 하지만 사건의 중요성을 근거로 들어, 바로 그 베크햄 공작의 명령으로 킹스가든 경찰서로 관할이 넘어왔다. 그리고 스콧 중사의 사건도 공작의 명령으로 군사재판이 아닌 형사재판으로 넘어가버린 사건이었다.

 

 "매번 공작이 수를 쓰는구만..."

 

  분명 베크햄 공작이 무언가 수를 쓰고 있다는건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도통 왜 그런짓을 하는지에 대해 납득이 가는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가만있자! 어쩌면 이 방을 빌린게 에드먼드 모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거지."

 

  갑작스럽게 그의 머릿속에 사건에 대한 한가지 영감이 떠올랐다. 그가 공작이 수를 써서 방해받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하나 하나 의심해보았다.

  당시엔 호텔 객실을 빌린 사람의 신원을 알아내는 것이 불가능했고, 너무나 당연하게 에드먼드가 객실을 빌린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만일 공작이나 그에 준하는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상황을 만든것이라면 어떨까?

  이 방을 빌리는데엔 경감의 한달 월급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했다. 때문에 아무리 추기경이라 한 들 이방을 빌리는건 힘들다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이 방을 빌릴만한 이유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 한다면 제3자의 존재의 가능성도 생각할만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추기경 살해의 새로운 용의자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추기경을 살해한건 에드먼드 모젤이 분명해...!"

 

  그는 자신의 직감을 신뢰했고, 에드먼드가 추기경을 살해했다는 전제만큼은 부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차라리 누군가가 에드먼드로 하여금 추기경을 살해할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는 쪽이, 에드먼드의 부실한 동기를 충족시켜줬다.

  하지만 자꾸만 그의 직감은 다른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 방을 빌린 제3의 존재가 아닌, 사건현장에 있었던 다른 한 사람.

 

 "정말로 추기경이 이 방을 빌리는게 불가능할까?"

 

  상식적으론 추기경이 이런 초호화 객실을 빌릴 방법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식의 범주안에서만 그랬다.

  애초에 이 사건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사건이었다. 상식만 놓고 따지자면 부와 권력을 가진 에드먼드 모젤이, 굳이 자기손으로 추기경을 살해하여 자신을 나락으로 빠트릴 이유도 없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러한 장소에서 단둘이 있었던 상황 자체도 전혀 이해가되지 않았다.

  그의 직감에 계속 걸려왔던 그 부분. 에드먼드의 살해 동기가 부족하다는 그 사실이 지난 3개월 동안 체한것 마냥, 자꾸만 경감의 마음에 걸려왔다. 물론 세간에 소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사건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경감은 비번인날 저녁에는 펍에 앉아서 맥주 한잔 걸치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날이면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추기경과 에드먼드의 소문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때도 있었다.

 

 "혹시 자네 그 소문 들은적 있나? 그 에드먼드 모젤이 추기경의 숨겨진 애인이라는거. 그래서 둘이 밤마다 몰래 만나다가, 관계가 들통날까봐 살해했다는 얘기."

 "에이 이 사람아! 그런 실없는 소리 부러 했다간 신께서 벌 내리실지도 몰라! 어딜 추기경 전하를 두고 그런 상스러운 소릴!"

 

  물론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그냥 술안주 삼아서 별 생각없이 내뱉는 말에 불과했다. 경감도 그런 얘기를 들으면 혼자 코웃음 치고는 신경끄고 마시던 맥주나마저 들이켰다.

  모든 귀족이라고 해서 부와 권력 모두를 가진건 아니었다. 하지만 모젤가문은 브리카 왕국 안에서 제일 부유한 귀족이었다. 왕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손꼽히는 갑부가 모젤가문이었다. 때문에 그 집안이 가지는 권세야 말할것도 없었다.

  그런 에드먼드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추기경과 은밀한 관계를 가질까? 다른 가문의 권세가 약하고 부유하지 않은 귀족이라면, 추기경을 뒷배로 삼기위해 그녀에게 매달릴 가능성은 있다. 물론, 추기경이 반백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여성으로서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던건 그도 인정하는 바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추기경의 숨겨진 애인이라는 것 자체는 있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경감은 특별히 신심이 가득하지 않았다. 성직자라고 하여 부패하지 않는 인간이라고 믿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었다. 성직자의 밀애야 그냥 개인의 도덕적 일탈일뿐 딱히 범죄도 아니지 않은가?

 

 "이거 참 발대면 안될 곳에 점점 빠져드는 기분이로군..."

 

  경감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기경의 인물됨을 하나 둘 의심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많은것들이 납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로 위험한 늪으로 걸어들어가게 만드는 추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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