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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3. 직감(2)
작성일 : 19-10-05 12:11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5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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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리를 절어도 그의 행동력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생각나면 바로 움직인다. 패터슨 경감은 그런식으로 30년간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왔다.

  그가 택시를 불러세워 곧장 향한곳은 그의 집이었다. 에버닛 182번지에 위치한 작은 정원이 딸린 2층집. 오랜세월 국가와 정의를 위해 헌신한 경감에게 무척 어울리는 집이었다. 그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 창가에 앉아 레이스를 뜨고 있던 경감은 아내는 남편의 이른 귀가에 깜짝놀랬다.

 

 "당신, 이런 이른시간에 어쩐일이야?"

 "한동안 근신하라더군."

 

  경감은 옷걸이에 모자와 코트를 걸고, 곧장 1츤 안쪽에 위치한 그의 서재로 향했다. 패터슨 부인은 근 30년동안 남편이 징계를 받는건 처음봤다. 그렇기에 남편의 뒷모습을 씁쓸한 눈으로 바라보면서도, 그를 위해 어떤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차라도 끓여올까?"

 "미안한지만 그래주면 고맙고."

 

  패터슨 경감도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끼치는 것 같아 괜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는 부엌으로 향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멋쩍은 얼굴로 수염을 매만졌다.

  경감을 상징하는 단어라면 육감수사와 행동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하여 그가 오로지 그의 감과 두 다리에만 의존했던건 아니었다. 감을 많이 따르는 만큼 그는 실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감을 따르다 실수를 하게 된다면, 다음엔 그 감을 따르길 주저하고 그의 행동이 굼뜨게 된다. 때문에 경감은 언제나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꼼꼼이 기록해두는 버릇이 있었다.

  경감은 자신의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그의 사건노트들을 살폈다. 사건의 시간대별로 정리를 해뒀기 때문에, 원하는 노트를 찾는건 금방이었다. 그의 손에 들린 노트의 겉표지엔 필립 스콧이란 이름과 10년전의 날짜가 적혀있었다.

 

 "당신은 근신이래놓고 집에 오자 마자 일인거야?"

 "아아. 그냥 사적인 일이야. 제대로 끝내지 못한일이 마음에 걸려서."

 

  패터슨 부인은 어쩔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남편의 서재 테이블위에 찻잔을 올려뒀다.

 

 "하여튼 이제 할아버지도 다 됐는데 무리나 하지마, 고든."

 "이거 왜 이래. 아직 흰머리도 별로 안났다구?"

 "손주 봤으면 다 할아버지 할머니지."

 

  패터슨 부인은 웃으면서 경감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서재밖으로 나갔다. 경감은 웃으며 아내가 끓여준 홍차를 한모금 홀짝였다.

  자신이 느끼는 이 가정의 행복감. 자신이 지금 다시 살펴보려는 사건을 생각하면, 이 행복감이 클수록 사건을 마주하는 그의 마음속 짐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필립 스콧. 1922년 8월 사건파일. 과잉방위에 의한 치사 사건..."

 

  사실 생각해보면 이 사건은 첫 단추부터 잘못끼워져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예비역으로 편입되어있긴 했으나 엄연히 군사기관인 사관학교의 교관으로 있었다. 그런 그가 군사법원이 아닌 형사재판을 받는 것 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긴 했었다.

  그의 혹된 훈련에 불만을 가졌던 훈련생 일부가, 늦은 시간에 그를 덮쳐 상해를 입히려 시도하다, 역으로 그에게 제압되는 사건이 있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사망자가 나와버린것이다. 그의 오랜 형사경험으로 판단하건데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정당방위에 의한 과실치사였다. 물론 초기에 그의 수사도 그런 방향으로 잡고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가 부임했던 사관학교는 왕립 사관학교. 귀족의 자제들이 의무복무등의 이유로 장교가 되기위해 거치던 곳이었다. 한마디로 사건의 피해자가 한 젊은 귀족 청년이였단 사실에서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피고인과 같은 고도로 훈련받은 인물이, 과연 실수만으로 사람을 죽였다고 믿으십니까?"

 

  모든 것은 담당검사의 그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그는 스콧 중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특수성을 근거로, 그의 죄를 단순한 과실치사가 아닌 방향으로 몰아갔었다.

  솔직히 경감은 드물게도 이 사건에 대해선 개인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그 또한 나라를 위해 헌신해온 인물이었고, 스콧 중사도 나라를 위해 가장 험난한 사선에서 싸웠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실치사에 지나지 않는 게 분명하다는 자신의 감을 믿고 싶기도 했었다.

  때문에 그는 더욱 평소보다 열심히 발로뛰며, 그 사건이 단순히 과실치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모아다녔었다.

 

 "이 증거들을 보십시오. 평범하고 우연한것에 불과한 사건에 이렇게 많은 증거들이 남는다는 것부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오히려 그가 찾은 증거들은 독이었다. 애초에 그의 죄를 1급살인으로 몰아가기 위한 재판이었다. 그가 죽어라 뛰어다니며 모아온 증거도, 그저 검사의 쇼를 위한 소도구에 지나지 않았었다.

  결국 재판의 흐름은 점점, 스콧 중사가 일부러 훈련생을 자극해 자신을 공격하게 만들어, 그걸 빌미로 괴실치사로 위장하여 살인을 저지르려한 악독한 계획범죄로 몰아갔다.

  특수부대 대원으로서 그가 받아왔던 특별한 훈련들. 전쟁후 정신감정의 결과. 사건 당일에 있었던 몸싸움의 여러 흔적들. 그 모든 증거들은 정말 말도안되는 논리로 스콧 중사의 계획범죄의 증거로 사용되었고, 또 그것이 받아들여졌다.

 

 "그가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국가가 만들어낸 괴물이기도 했습니다. 오직 살인만을 위해 최적화된 무기. 그런 그를 우리의 사회에 다시 되돌려 놓는것에 안일하게 대했던 국가의 책임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국가가 책임지고서, 국민들이 국가 저지른 이 과오로부터 안심할수 있도록, 우리의 손으로 끝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훌륭한 연극이었다. 이미 결말은 정해져있던 연극. 그저 그 끝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맺느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검사도 판사도. 단지 이 연극의 결말이,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납득할수 있는 방향으로, 그럴싸하게 잘 꾸며놓는게 그들의 역할이었다.

 

 "본 법정은 피고인 필립 스콧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그리고 판사의 그 선고를 끝으로, 항소할 시간도 없이. 그의 가족과 마지막 인사조차 할 시간 없이, 그는 형장의 이슬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곳엔 그가 쌓아온 군인으로서의 명예는 없고, 오직 범죄자로서의 불명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살해 동기는 전쟁중 발생한 쇼크의 후유증으로 인한 살인행위에 대한 집착증..."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말이 안되는 동기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한것도 패터슨 경감의 공이었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인이라도 실수는 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콧 중사가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약간의 신경증 판정을 받은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가 아무런 증거를 모아오지 않았더라도, 재판의 결과는 결코 바뀌지 않았을것이다. 그들은 분명 어떤 억지를 써서라도, 그럴싸하게 정의의 심판을 받는 모양새로 꾸몄을 테니.

  그가 과실치사라고 확신했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살해의 동기. 오히려 동기가 있다고 한다면 스콧 중사에게 린치를 가했던 훈련생쪽이, 명백한 살인미수의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중사를 골려주는 선에서 끝내려 하지 않고, 그의 뒤에서 둔기로 내려쳐 상해를 입혔었다. 이정도면 명백하게 살의를 내비쳤다고 볼수있다. 그리고 가장 참혹한 전장에서 전쟁을 겪었던 스콧 중사라면, 그러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침착하게만 대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죽은자가 오히려 살해 동기가 명백하고, 죽인자는 특별한 동기를 찾기 어려웠지. 이보다 확실한 정당방위가 어디 있다고!"

 

  경감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홍차를 한모금 들이켜 분노를 삭혔다. 이 사건은 그의 마음속에서 이 사회의 정의에 대해 배신감으로 두고두고 남아있었다.

 

 "그래서 대체 에드먼드 모젤이 추기경을 살해한 동기와, 라나 스콧이 그를 데려간 이유가 뭐지..."

 

  경감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감이 아니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 같았다.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그의 얼굴은 점차 붉어지기만 할 뿐, 아무런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추기경 살해라고 하나, 귀족이 유죄판결을 받는 꼴을 보게될거라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런만큼 판결이 났을 때 확실히 빼도박도 못할 사실이라고 여겼다. 분명 귀족이란 놈들은 조금마한 틈만 있으면 바로 빠져나갈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형사의 직감이 분명 에드먼드가 추기경을 죽였을거라 말해주고 있었다. 물론 그가 처음에 에드먼드의 눈을 보았을 때 느낀건, 평범한 살인범의 눈이 아니기는 했다. 오히려 뭔가 신념을 가지고 결단을 내린자의 눈에 가까웠다.

 

 "신념이라. 세상엔 신념을 가진자의 범죄만큼 무서운건 없지."

 

  적어도 그 부분은 라나와 에드먼드 사이에서, 그가 느끼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라면 뭐든 저지를 것 같은 인물들.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이든, 자신의 행동들을 정당화하기 위한 신념이든.

 

 "어디보자. 에드먼드 모젤의 사건노트가..."

 

  경감은 불편한 몸을 일으켜 다시 책장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사건노트가 있는 자리를 뒤졌다.

  불편한 다리로 한참을 쭈그리고 앉아있는건 제법 고역이었다. 하지만 분명 있어야 할 물건이 그 자리에 없었기에, 경감은 쉽게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

 

 "대체 그게 어디갔담."

 

  경감은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분명 에드먼드의 판결이 있던 날 저녁, 더 이상 쓸 내용이 없어진 그 노트는 분명히 이 자리에 꽂아놨었다. 그건 바로 그저께의 일이었다. 어제는 총상을 치료하고, 호송중 피랍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그 노트를 다시 꺼내볼 이유는 없었다.

  앓는 소리와 함께 경감은 몸을 일으켰다. 혹시 그때 정신이 없어서 엉뚱한곳에 노트를 꽂아놓고 잊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노트가 꽂힌 책장을 차근히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추기경 살해사건의 노트는 없었다.

  무언가 꺼림칙한 예감이 경감의 머리를 스쳤다. 경감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곧장 목발을 짚고 서재 입구로 걸어가, 거실에 있는 아내를 불렀다.

 

 "로라? 혹시 어제 당신이 내 서재에서 청소라도 한적 있어?"

 "아니? 거기엔 요근래 들어가본적도 없는데? 왜 뭐 없어진거라도 있어?"

 "아니야. 내가 어디 잘못뒀나봐."

 

  경감은 그리말하면서도 책장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 그는 붉어진 얼굴로 다시 책장쪽으로 걸어갔다. 이번엔 꽂혀있는 노트가 아닌 책장의 바닥과 근처의 선반등을 살피더니, 창가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창가의 바닥이나 벽과 같은 곳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신의 수염끝을 배배꼬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재의 창문을 활짝열고 바로 바깥을 위아래로 둘러보았다.

 

 "과연!"

 

  목발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분통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며 얼굴이 한껏 붉어진 채로 이를 갈았다.

 

 "이렇게까지 감추려드는걸 보면 분명 뭔가가 있어. 암 그렇고 말고!"

 

  지금껏 흘러가는 상황을 보며 경감은 직감했다. 추기경의 죽음과 얽혀있는 건, 에드먼드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분명 이것을 파내려하는 행위는, 상상 이상으로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것이 분명했다.

 

 "흥! 목숨이 아까웠다면 애초에 형사같은게 되지 않았어!"

 

  아무래도 이번 사건에대한 조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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